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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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것은 때때로 잊어야 할 것은 잊어야만 좋을 때가 있고, 잊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면 그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란 점에서 인간에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작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은 채, 고스란히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정확히 말하면 굳이 아픈 기억들은 시간이 흐르면 희미하게나마 저 편의 어느 한 기억 장소에 자리를 잡고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생생하고 또렷이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또한 무척 힘든 인생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2미터에 달하는 키에 100킬로그램이 한참 넘는 몸무게, 형색도 꾀죄죄한 것이 천상 노숙자 신분을 연상케 하는 42살의 남자, 그도 한 때는 단란한 가정의 한 가장이었던 때가 있었다.

 

전직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경기 중에 상대방의 공격으로 인한 뇌 손상후 기적적으로 죽다 살아온 그는 그 이후 경찰의 길에 들어섰고 오랜 잠복근무 후에 집에 돌아온 그에겐 참혹한 모습의 가족들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에이머스 데커-

그는 후천적인 뇌 손상의 영향으로 과잉기억 증후군에 걸린다.

한 번 본 것을 잊어버리질 않는 기억력의 소지자, 모든 사물을 색깔과 숫자로 연관되어 기억이 되고 시간을 보는 사람, 일명 공감자인 그는  아내와 처남, 그리고 9살 된 딸의 죽음 이후 모든것을 앗아가 버린다.

 

경찰직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으로 일하게 된 어느 날,  사건이 발생되고 2년이 흐른 후에 범인의 윤곽조차 밝혀내지 못했던 자신의 가족 살인범이 제 발로 경찰에 들어와 그들을 죽였다고 자수한다.

 

세바스찬 레오폴드란 이름을 가진 자, 자신을 편의점에서 무시했기 때문에 그 후에 복수의 칼날을 세웠다고 하는데 정작 데커의 기억 속엔 그 인물의 이미지가 떠오르질 않는다.

 

바로 그 시각 이후 데커가 다니던 맨스필드 고교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이 되고 교감과 미식축구 코치, 미식축구 선수들, 그리고 첫 희생자인 여학생의 죽음을 몰고 온 사건은 온통 작은 도시에 눈길을 쏠리게 된다.

그런데 범인은 데커 때문에 저지른 범행이란 사실을 알리고 유유히 사라졌고 데커 자신은 도대체 왜 자신이 이 범인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사건을 풀어헤쳐 나가게 된다.

 

범행의 빌미를 자신이 제공했다는 점, 자신 때문에 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하는 데커, 그와 함께 예전의 파트너로서 일했던 동료, 연방수사관들의 합세, 그리고 기자 출신의 여기자까지 합세하는 이 수사의 과정은 흔치 않은 과잉 기억증후군이란 소재를 내세워 시종 스릴과 추적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가족의 몰살 이후 자살까지 했었지만 하지 못한 채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거구의 인물로 등장하는 캐릭터인 데커란 이미지는 겉보기와는 달리 잊어버리질 못하는 특수한 자신의 뇌 능력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는 인물이다.

 

신경감각의 이상회로 현상으로 인해 예전에 느꼈던 감정들인 연민, 동정 같은 것들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레오폴드가 알리바이가 정확한 터에 무사히 풀려나오면서 다시 추적을 하는 두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진짜 범인의 아픈 사연은 스릴이 주는 재미와 함께 인간의 탐욕과 정의란 어디에 있는 것인지, 힘없고 연약했던 범인이 기대고 의지하려 했던 공공기관이란 경찰의 행태를 통해 비록 범인이 저지른 행위들은 정당하다고 인정할 순 없으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범인의 사정들은 안타까움과 한숨을 연발하게 만든다.

 

저자는 시종 지루함을 모르게 만든다.

책의 첫 장부터 시작되는 사건의 현장과 피폐해져 가는 가운데 결코 놓치지 않는 기억력 때문에 오히려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심리, 그 가운데 범인이 왜 자신을 지목했는지에 대한 퍼즐게임을 맞추어 범인과 정면 대결하는 장면은 한 고비 범인의 추적에 다가서는가 하면 다시 멀어가는 조바심과 함께 긴박감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주한 데커란 인물에 푹 빠질 수밖에 없게 한다.

 

우리는 때때로 시험 기간이라든지, 어떤 일들을 기억하기 위해 메모를 해두는 습관들을 통해 머리 속에 기억력이 좀 더 길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들을 할 때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억력을 오래 갖고 있어도 그리 행복하진 않겠단 생각을 하게 한다. 

 

적어도 데커처럼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사건의 해결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그의 능력이 힘을 발휘하지만 여전히 가족의 죽음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생각할 때의 괴로움이 자살충동을 일으킬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라면 무척 힘들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특수한 뇌의 능력으로 변해버린 데커, 같은 특수 인자를 보유했던 범인의 아픈 상처들은 인간들이 사는 사회, 작은 마을이 가진 폐쇄성을 이용한 몰지각하고 무지했던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자식을 위해 위신과 물욕을 앞세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린 응징이었던 한편 그렇게까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삶의 목적 자체도 상실했을 범인의 인생 이야기가 두고두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작품이다.

 

 

45개 언어로 출간되어 1억 1천만 부라는 판매고의 저자의 작품은 가장 성공적인 범죄 소설가로서의 계열로 들어서게 한 만큼 재미와 무엇이 진정한 행복한 삶인지를 묻게 된 책이기도 하다.

 

책을 집어 든 순간 바로 순식간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의 재미가 있는 책-

이런 종류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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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갈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3
사쿠라기 시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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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에서 신 관능파란 이름을 얻고 있는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다.

책 표지의 문구인 '나는 엄마의 애인과 결혼했다. 그리고....'에서 주는 강렬한 암시가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내용일지를 궁금하게 하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허무감'이다.

 

자신보다 40세 이상의 나이 차가 있는 남자와 결혼한 세쓰코-

엄마와 이미 관계를 맺고 있었던 남자였고 그런 남자임에도 선뜻 결혼을 한 이유는 그가 제시한 결혼의 조건 때문이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당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조건, 그녀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술집 운영과 남자들과 정을 통해온 엄마로부터 온갖 구박과 어린 나이에  남자 손님들과 경험을 하게 된, 그런 과정을 지켜본 친엄마, 오히려 화대를 갈취하는 친엄마란 존재는 그녀에겐 이미 아무런 감정의 느낌이 없는 사이다.

 

남편이 운영하는 러브호텔 위층에서의 단조로운 생활, 남편 외에도 자신의 직장 상사였던 세무사 사와키와도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남편이 어느 날 차 사고로 의식 불명의 상태로 발견이 된다.

차의 형체는 망가졌고 얼굴의 형상은 알아볼 수 없는 처지에서 그녀는 단가 모임에서 만난 모녀 노리코와 그녀의 딸 마유미와의 관계도 또 다른 사건 속으로 연관이 된다.

 

남편의 후원 아래 자비로 단가집을 낸 그녀는 책 제목을 '유리 갈대'라 지었고 단가 모임 회원들로부터 책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 속에서 마유미의 신체에 드러난 폭행의 상처를 보고 그것이 가족 내에서 벌어진 일임을 짐작하게 된다.

 

남편의 행선지는 엄마가 있던 장소를 지나쳤고 그렇다면 엄마와의 관계는 청산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또 마유미를 잠시 맡긴다는 노리코의 메모를 통해 양딸의 집에 맡기게 된 세쓰코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첫 장에서부터 세쓰코의 엄마가 운영하는 술집에 방화가 일어나고 그 사건 이후에 세쓰코 남편의 죽음, 마유미를 두고 마유미의 의붓아버지와 벌인 담판, 그의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들은 한 편의 긴장감의 느낌을 주지만 조여 오는 숨통이 아닌 하나의 인간과 인간들이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면서 벌어지는 일반 생활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듯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단가의 제목인 '유리 갈대'에서 보인 내용처럼 성애에 주목한 세쓰코의 인생에 대한 해답은 과연 그 어떤 희망도 없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마유미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기억하게 되는 진행을 통해 또 다른 허무함을 느꼈던 것인지를 이리저리 다각도의 방면으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마유미와 또 다른 방화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을 듯한, 짐작만 할 뿐 세쓰코에 대해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내레이션식의 고백처럼 보여주는 사와키란 인물의 감정을 통해 책 뒷말 미의 반전의 맛도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리저리 갈대 줄기에 의지해 흘러가는 모습들을 자신의 삶에 대한 투영으로 비친 세쓰코와 사와키의 존재는 인생의 삶에서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허무감을 너무나도 일찍 간파해 버린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함마저 전해준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되살린 러브호텔의 내부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그 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지, 그것에 비한다면 이것저것 모두 의지를 상실한 세쓰코의 모습과도 대비되는 효과를 주기에 저자가 그리는 인생에 대한 그 어떤 기대감이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냉소적인 흐름의 느낌을 느낄 수 ㅣ있는 이색적인 작품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재미를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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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영화와 인권
박태식 지음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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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책보다는 영화에 심취해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으면 2번, 3번까지 같은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곤 하던 시절이 있었고,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방송에서 하는 날이면 꼭 보곤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방송 시스템이나 영화를 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 보다 쉽게 접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아무래도 극장에서 주는 음향효과를  제대를 즐기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보는데....

 

인권영화를 다룬 책이다.

그렇다고 아주 무겁고 진중한 의미의 색채가 아닌 우리가 접하는 영화들 속에 그리는 주제와 감독의 의도를 알고서 보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에게 멀리 떨어진 이야기들이 아닌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주위에서 보고 듣고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영상미에 녹여낸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발견해보는 시간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시간이라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책의 목록은

 

 제1부 : 지금


폭력의 냄새 / <한공주> & <도희야>
왜냐하면,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트래쉬>
누구의 책임인가? / 〈스포트라이트〉 & 〈업사이드다운〉
가끔은 잘못 탄 기차가 진짜 목적지에 데려다준대요 / 〈런치박스〉 &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Vis Ta Vie, 너의 삶을 살아라!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미스 리틀 선샤인〉
경계가 열리다 / 〈스파이 브릿지〉
이야기가 이긴다 / 〈러시안 소설〉 & 〈10분〉

 

제2부 : 여기


지도자의 조건 /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인생에 대한 의리 / 〈인사이드 르윈〉 & 〈비긴 어게인〉
천국에서 보낼 30분 / 〈무뢰한〉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꿈꾸는 여성들 / 〈해어화〉 & 〈사의 찬미〉
증명해봐, 네가 직도 쓸모 있는지 / 〈차이나타운〉 & 〈조이 럭 클럽〉
전쟁, 무고한 자들의 지옥 / 〈1944〉 & 〈고지전〉
국가가 국민의 근본 권리를 침해한다면 / 〈집으로 가는 길〉 & 〈변호인〉

 

그리고 3부에선 '우리'란 주제로 살펴보는 영화, 일테면 국제시장, 마지막 4 중주 같은 영화들,

4부에선 '나'란 주제로 '안녕, 헤이즐',' 나우 이즈 굿','  마션', '스틸 엘리스',' 어 웨이 프롬 허'...

 

정말 주옥같은 영화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에선 본 영화도 있고 이야기 플롯만 대강 읽은 영화도 있기에 보았던 영화는 저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을 하면서 느꼈는지를 나와 비교해 보는 시간을,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쓴 글 구절을 생각하면서 본다면 훨씬 영화를 대하는 자세나 생각의 깊이 차이를 느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감동에 따라서 울다가 웃다가 하는, 지극히 가벼운 정도의 시간을 갖는 편이라 이번에 접한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영화를 보는 방법을 반쯤 정도는 알게 한 책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들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의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처럼 사라져 버려야 하는 설정의 구도라든가, 부모님 세대들의 고된 삶의 여정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되새겨볼 수 있게 하는 영화들, 성직자로서 바라 본 가톨릭에 대한 생각과 비전에 대한 기대감, 국가가 개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책임감을 묻는 소재들은 영화를 통해서 그려 낸 현실의 문제들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에서 개인으로, 개인에서 사회로, 그리고 우리가 있고 '나'가 있는 차례대로의 영화의 흐름 구성들은 미처 지나쳐 버릴 수도 없었고 잊어버리지도 못할 사회적인 문제점들과 그 해결책을 위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물음을 생각하고 답을 요구하는 글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가슴 한 언저리에 뭉클함을 지니게 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과 이미 지나간 세대들에 대한 편협했던 생각들....

인권을 지닌 인간으로서 모든 것의 경우를 두루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도 좋을 책, 이 가을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영화도 같이 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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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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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의 모드 할머니-

치매를 앓고 있다.

그녀를 돌봐주는 간병인들이 시간에 맞춰 그녀의 집에 오고 모드를 돌보면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메모를 적어놓고 퇴근을 하지만 모드 할머니의 머리 속에는 잠깐의 기억만 있을 뿐 왜 그들이 이것도 하지 말아라, 저것에 손대지 말아라, 하는지를 도통 모른다.

 

(그토록 좋아하는 토스트은 왜 먹지 못하게 하며 복숭아 통조림은 왜 그리 많이 쌓아놓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하지만 그녀에겐 결코 잊을 수가 없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친구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찾는 것이다.

여기저기 가방 안과 손에는 메모지가 가득한 가운데 ‘엘리자베스에게 연락 없음’이라고 써 있는 주머니 속의 쪽지로 기억을 되새긴다.

 

호박 때문에 알게 된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수시로 물어보지만 딸 헬렌은 건성으로만 대답만 해 줄 뿐이고 엘리자베스의 집에 찾아가도 들어갈 수 없으며 오히려 그녀의 아들인 피터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 그렇다면 경찰서는 더 나은가?

수시로 접수하는 그 할머니의 얼굴을 아는 경찰도 건성으로 그저 형식적인 절차의 시늉뿐...

 

모드의 기억 속엔 또 하나의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전쟁의 시기였던 어렸을 적, 위의 언니인 수키가 행방불명이 된 사건이 아직 미해결로 남아있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다.

 

80이 넘은 할머니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과거의 미스터리의 실마리와 현재의 엘리자베스를 찾기 위한 두 가지 사건이 병행이 되면서 그려지는 이 소설은 스릴의 성격도 가미가 되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의 증상과 그 증상에 따른 자신의 본모습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 딸과 손녀의 얼굴까지 잃어버리는 시간의 타임 속에 그들을 보살피고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사람과 사람과의 대사 속에 맞물리는 모드 할머니의 기억 속 상황 속에서 쏟아내는 대사와 현시점의 대사가 교묘히 어울리다가도 전혀 얼렁뚱땅하게 들리게 하는 시간적인 흐름들은 때론 웃음이 나오다가도 이 모습들의 증상이 '치매'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란 사실을 느끼게 되면 무척 심란함을 느끼게도 해 준다.

 

어릴 적의 행방불명이 된 언니의 행방이 죽음과도 연관이 있을까?

당시 형부가 죽였을까? 아니면 더글러스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정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에 대한 이 모든 궁금증이 모드 할머니의 기억을 토대로 풀어 파헤치는 과정이 무척 심각한 병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기억에 의존하면서 풀어가는 방식 또한 신선함을 준다.

 

자신의 집이 딸에 의해 팔리고 딸네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겪는 작은 일상들, 익숙지 않은 동선 때문에 화장실 가는 길조차 어려움을 겪으며, 잠시나마 떨어져 있던 며 칠을 두고 딸이 자신을 양로원에 두었다는 느낌을 아는 두려움들까지...

 

치매란 병에 대한 세세한 일상의 관찰을 표현한 모습들과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인지능력 테스트 같은 것들은 모두 사실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저자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치매를 둔 가족을  보살피는 독자라면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공감을 사지 않을까도 싶을 정도로, 그렇다고 아주 우울한 감정선이 아닌 생활에서 잠깐잠깐씩 기억을 도난당했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의 능력을 지닌 모드 할머니를 통해서 노년에 이르러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선의 표현들과 현재의 기억을 깜박 잃어도 과거의 기억만을 지닌 채 여전히 언니의 행방을 쫓고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쫓는 주인공의 기억은 어쩌면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이 지닌 건망증 보다도 더 확실한 기억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을 들게 한다.

 

책 표지의 그림들이 그냥 그림들이 아닌, 모드 할머니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들 잔해임을 알려주는 것임을....

 

 실종에 얽힌 이야기의 타래를 통해 '치매'를 앓고 있는 모드 할머니의 또 다른 노년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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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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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인 더글러스 케네디의 단편집 수록 작품이다.

그동안 꾸준히 국내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두 장편만 읽어왔기에 이번에 대하는 단편들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을지 무척 궁금했었다.

모두 12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인 감각을 동원한 그의 예리한 필력이 여전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들의 일반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한 순간들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오게 되는지, 현대인들의 야망과 이상,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오는 갈등들을 표현한 글들은 단편이 주는 아쉬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첫 장의 '픽업'만 해도 그렇다.

 

횡령과 금융사기를 치는 고학력 사기꾼이 유령회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게 되지만 법의 심판은 받은 적이 없는 행운의 사나이지만 배심원을 매수해서 무죄로 풀려나 자축의 술을 마시게 된 후의 그의 앞날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한 '여름의 소나타'는 어떤가?

젊은 시절 마음에 둔 여인이 있었고 운명의 상대임을 느꼈으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 그 후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 주인공이 현재의 아내와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현시점에서 느끼는 후회를 다룬 이야기는 역시 저자의 특허인 결정적인 순간에 내린 결정의 마무리가 어떤 결과를 맺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품들을 읽을 때면 저자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들만 보고 싶은 마음과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선택한 결정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여기 나오는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아가면서 우리가 타인들과 맺는 관계와 이별을 통해서 책임과 의무가 함께 동반된다는 사실과 함께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의 주체는 나 자신이란 점, 행복한 결말이건 불행한 결말이건 모두가 내 탓이란 점을 일깨워준다.

 

 

 

 

매 작품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내용도 있었고 좀 더 길게 이어졌더라면 훨씬 좋겠단 이야기도 들어 있는 만큼 하루에 짧게나마 읽을 수 있는 단편의 묘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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