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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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릴과 추리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2014년 작인 이 작품으로 인해 그가 그동안 써왔던 주류의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게 한 작품을 접했다.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된 것만도 만만찮은데, 그의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궁금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영화로 만날 수 있다니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엮어진 이 책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과거에 기타 리스였던 제이미 모턴이다.

1962년 6살이었던 제이미는 마을로 부임해 온 목사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에 걸쳐 인연을 이어나간다.

찰스 제이컵스 라 불리는 젊은 남자, 마을 감리교회의 공석으로 비었던 목사의 자리로 부임하게 된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이 마을의 목사로서 생활을 이어나가고 그가 갖고 있던 취미인 전기에 관한 한 연구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들은 어린 제이미에겐 커다란 흥미를 갖게 된다.

 

형의 목소리가 사고로 시일이 지나면서 회복되리라 여겼던 가족의 희망과는 반대로 그 시기가 길어지자 목사는 형의 목소리를 예전처럼 나올 수 있게 전기를 이용한 치료를 하게 되고 이는 곧 회복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는 기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불의의 사고로 한꺼번에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잃게 된 그는 그 이후 '신'에 대한 믿음에 절망하고 의심하면서 끝내는 설교에서 가차 없는 신의 모독을 의미하는 말을 하게 되고 그 이후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 장소에서 목격한 목사의 설교, 결국 어린 제이미 조차도 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는 가운데 성장하면서 우연하게 잡은 기타로 인해 그의 인생은 여러 그룹의 기타 리스트로 전전하는 생활을 하는 청춘이 이어진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다리의 고통은 모르핀에서 점차 헤로인으로 번져가고 약물중독 증세까지 겹쳐지자 그룹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다.

하지만 기적적인 찰스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의 치료로 인해 회복을 하게 되지만 그 이후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는 등, 알게 모르게 그 여파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종교와 믿음, 죽음 너머엔 과연 무엇이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모든 것에 대해 의심과 증오, 그리고 철저하게 믿었던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찰스가 행하는 전기 치료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실체의 접근을 오싹하게 그린 작품이다.

 

제이미 자신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었고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를 저지하려는 행동 앞에 결코 물러나지 않았던 찰스란 인물의 기막힌 인생의 꼬임은 제이미가 나이 50이 넘도록 이어지는 여정을 그린다.

 

스티븐 킹의 한창 대표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미저리나 샤이닝, 닥터 슬립처럼의 느낌을 기대했다면 그와는 좀 덜 약해진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 내지는 항상 의문점을 달고 있는 죽음 이후의 문에는 과연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현상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던 찰스의 경우는 어쩌면 우리들 같은 보통의 사람들도 가끔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생기는 의문을 스티븐 킹 식으로 해석해 그려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죽은 시체를 다시 살려내어 그 시체를 통해 보이는 죽음의 실체 너머에 집착하려 한 찰스가 가진 인간의 궁금증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이미나 찰스의 눈에 보이는 호러의 형상들 묘사는 여전히 스티븐 킹 답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미신적인 호러들의 행적은 과연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도 하는 책이자, 종교에 대한 믿음을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한 인간의 쓸쓸함과 분노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무너지게 하는지,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행태로 인한 후유증 묘사는 실제처럼 느껴지는 대목들이라 여전히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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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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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마지막 리뷰를 올리는 책이 됐지만 여전히 그 남은 잔상은 오래갈 것 같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호기심은 책 띠지에 새겨진 문구 때문이었다.

저자가 프랑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서점대상 1위라고, 콩쿠르 상 수상작이란 문구는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게 만들었다.

 

실제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기존의 어떤 스릴이나 첩보의 소설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숨 막히는 경쟁 상대나 경쟁국과의 두뇌 싸움과 온갖 무기가 총출동하는 그런 내용이 아닌 실제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재조명해 보는 책의 방식으로 쓰인다.

 

다른 책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이런 구성을 할 때 등장 실존인물들의 노선이나 대화의 상대와 당시의 정경들이 모두 저자의 상상력에 의해 복원이 되고 독자들은 쉽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단순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책은 화자가 저자다.

저자의 시선으로 역사 속에서 벌어진 당시의 시대를 실제 대화록을 참고로 하여 그 당시의 장소를 찾아가 보고 느껴보면서 소설이란 창작품에 관하여서도 심히 고심하는 부분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렇기에 처음 역사의 실존 인물에 대한 구상을 기대하고 읽으려고 했었던 나에겐 조금은 당황스럽고 이것이 소설인지, 그 장소에 대한 세세한 묘사 부분들로 인한 여행 에세이인지, 그렇다고 이렇다고 할 뚜렷한 어떤 근거의 기준이 아주 애매했었기에 흐름을 따라가면서 시작했던 첫 초입부는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 사람을 중심으로 하되 결코 세 사람만이 아닌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던 이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제목의 첫 알파벳은 약자로서 "Himmlers Hirn heißt Heydrich." 즉,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 라 불린다.'라는 뜻이란다.

실제 사형 집행자, 도살자, 금발의 짐승, 독일 3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불린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벌인 코드명 '유인원 작전'에 실제 참여했던 두 사람, 체코 망명 정부가 잠입시킨 공수부대원 요제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가 등장함으로써 이야기는 풀어나간다.

 

 

 

유대인으로 의심을 받았던 하이드리히는 유대인을 추방하고 몰살시키기 위한 모든 작전들을 모두 결정하고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들이 잘 아는 아이히만까지 등장시킨 인물이다.

나치 친위대 내부 정보기관의 책임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에서 이루어졌던 나치스의 정치 공작과 비밀 작전을 모두 지휘하는 천재적 역량을 지녔던 그,  때마침 그가 통치하던 체코의 국민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던 요주의 인물이다.

 

 

 

이 책을 읽으려면 다소 역사적인 부분까지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체코와 독일 간의 오래된 역사적인 관계, 타국의 땅을 넘보려는 야욕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당시의 독일 국민들이 살았던 체코의 지리적인 역사, 국제적인 협약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과 개인적인 야욕을 위해 체코의 도움을 나몰라 했던 프랑스, 영국의 상황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접한다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오게 한다.

 

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에 병합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보헤미아­ 모라비아 보호령 총독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는  타고 있던 메르세데스 차량에서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까지 받지만 상처의 감염인 패혈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암살 주동을 한 두 사람, 요제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가는 총의 엇나간 발사로 인해 실패로 끝날뻔 했던 이 작전이  다행히 폭탄 투하로 인해 부상을 입히는 것까지 성공했고 그 이후 이들은 성당으로 피신, 탈출을 도모하게 되지만  밀고자의 발설 덕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박물관이나 자료 섭렵, 유인원 작전(Operation Anthropoid)에 투입된 두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도왔던 채코 국민들의 모습들까지, 끝부분에 이르면서 당시의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읽게 되는 몰입도는 강하게 와 닿게 한다.

 

어느 시절이나 애국자도 있고 밀고자도 있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여 밀고를 했던 사람의 운명적인 결말과 하이드리히의 큰 아들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등이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잊을 수가 없는 부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자신들의 앞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조국을 위해 싸운 낙하산병들이다.

물론 이들이 성공하기까지 잠입과 식량, 그 외에 외적인 부분들을 도와준 평범한 사람들의 공로도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역사라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사라져야만 했던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두고 미래의 희망으로 바꾸려 했던 그들의 노고가 새삼 우리나라의 독립투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시종 글의 흐름을 똑같은 양상으로 이어나간다.

소설의 창작자로서 느끼는 역사적인 사실을 표현할 때, 참고로 했던 영화, 특히 '새벽의 7인'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유명 인사들의 짧은 말들을 적재적소로 집어넣음으로써 글의 활력을 불어넣고, 이 책의 토대를 이루는 암살범을 죽이기까지의 과정들이 한 편의 다큐를 찍었다고 생각될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저자의 생각을 집어넣은 형식은 새롭고 신선함을 던져 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하이드리히가 죽은 뒤에 몰고 온 여파는 엄청난 사실을 초래했다는 사실, 짧은 세치의 혀 몇 마디로 인한 밀고가 이렇게 자국의 힘없고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동포들을 죽음의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데서 인간의 극악한 이기심과 그릇된 모험심이 가져온 결과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전달해준다.

 

아마도 일본에서 1위를 했다는 점은 일본 자신들이 저지른 행태가 고스란히 이 책을 통해서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독일의 히틀러가 행한 온갖 역사적인 행실들을 보노라면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자세가 그나마도 낫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요, 저자가 '토대 소설(infra novel)'이라고 말했듯이 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들은 이름 없이 생명을 빼앗긴 사람들과 요원들을 도와주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이 아닌가 싶다.

 

 

꼭 읽고 싶게 만드는 책까지도 검색하게 만든 책(아쉽게도 국내엔 출간이 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세드릭 히메네즈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되어 2017년 개봉 예정작이자, 체코 곳곳의 역사적인 장소와 유명 장소에 대해 다시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장면의 묘사들이 역사와 맞물려 들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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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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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정판을 대하고 보니 새삼 처음 읽었던 당시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조금은 달리 다가옴을 느낀다.

시간이 흐른 탓도 있겠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고 가는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현재의 사랑법이 워낙 빠르고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탓도 있겠거니 하면서 비교해 읽어 보니 여전히 작가의 짧은 대사들은 깊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사랑'이란 감정 앞, 더군다나 연인 사이도 아니고 부부 사이로 발전해 결혼이란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의 구속이 아닌 구속이 되고, 그 구속이 어떤 형식적인 절차에 의해서가 아닌 자연스러운 서로의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 맺어지는 상호 배려 차원에서의 느낌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엔 평생을 해로하기란 정말 어려운 시대란 생각이 들 만큼 이혼율도 증가하는 추세고, 이혼의 원인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불륜이 아닐까 싶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결혼 생활에서 닥치는 불륜과 이혼의 현장을 겪은 사람이라면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더군다나 아이들까지 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게 된다면?

 

클로에는 두 딸을 가진 엄마다.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다고 하면서 집을 나간다.

떠난 남자가 집 앞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불륜의 여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현장을 바라보는 클레에의 입장은 비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시아버지는 손녀들과 함께 시골 별장에 함께 가길 권하고 그곳에서 시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소설이다.

 

남들이 아무리 좋은 말의 위로를 해준다 해도 직접 겪는 당사자의 입장에선 과연 그들의 말을 들을 여유가 있을까?

더군다나 식구들에겐 따뜻함이나 여유로운 점을 발견하기 힘들었던 시아버지로부터 위로의 말이라니~

하지만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더 이상 자신의 아들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행복과 사랑에 대한 인생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제목 그녀.. 바로 시아버지가 사랑했던 마틸드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시아버지의 고백은  자신의 옛 시절 처음으로 느꼈던 인생에서의 마지막 사랑으로 끝을 맺은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며느리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시아버지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의 경우를 빗대어서 다룬다.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한 번쯤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만 배신만큼 크나큰 상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냉랭함과 인정을 받으려 애를 썼던 남편을 위해 자신이 힘이 되어주었던 클로에는 남편의 통보로 인한 가정의 쓰러짐, 더 이상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막막함을 두고 시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들은 아주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의 눈으로부터 정직하지 못했던 시아버지, 인생에 있어서 어떤 타협점을 찾으면서 살아왔기에 진정으로 자신의 아들이 집을 나간 상태라면 돌아오게 함으로써 사랑이 식어버린 냉랭한 가정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클로에 며느리가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아가 더 나은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비교해 들려주는 시아버지 자신의 이야기들은  인생이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 아닌 현실적인 직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 그게 인생이야.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래. 에움길로 돌아가고 상황에 적당히 맞춰가며 사는 게 인생이야. 우리 안에는 약간의 비열함이 있어. 그 비열함은 애완동물과 같아. 그것을 쓰다듬어 주면서 기르다 보면 애착을 갖게 돼. 그게 인생이야. 용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어. 타협하며 사는 게 한결 덜 피곤하지. -p170

 -

 

 

 

자신이 용기 내지 못하고 가정에 머물러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의 상처와 남은 가족들에게조차 온기 있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경험을 통해 며느리에게 들려주는 이 고백을 통해 독자들은 과연 누구의 행동이 옳았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까?

 

내가 당한 현실에서 억울함만 느끼게 되는 것이 모든 인간들이 겪는 상황이라면 시아버지가 말한 대사들은 또 다르게 다가온 사랑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해 주는 듯도 하다.

 

- "우리는 언제나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만 말하지.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의 괴로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니?"-p 98

 

글쎄, 인생에서 다가온 한 순간의 강렬한 선택처럼 느껴지는 사랑이 찾아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가정을 버린 아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사랑을 마음에 담고, 마음의 차가움을 가정에게 표현했던 아버지의 선택이 남은 가족들에겐 과연 어떤 경우가 좋은 것인지를 묻게 되는 책, 흔하게 들려오는 불륜이란 소재를 이렇게 인생의 긴 여정 속에 하나의 선택으로 다루고 '행복'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과 행동이 필요한 것인지를 묻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실제 저자의 실 생활도 이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클로에의 대사를 통해서 대변해 주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하고, '지금의 우리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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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2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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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편에 해당되는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에 이은 2 편 격의 이야기다.

따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이야기는 계속 가상의 마을 대러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기에 부담은 없는 책이다.

 

원하던 결혼을 한 주인공은 신혼의 만끽을 줄길 새도 없는 여전히 수의사로서의 신혼 시간은 모두 밖에 내놓은 채로 살아가는 중이다.

한 밤중에 긴급하게 동물들의 이상 신호를 받고 뛰쳐나가 한 겨울에도 손에 비누칠을 하면서 동물들의 새끼를 받아내는 일들의 묘사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주는 장면이다.

 

한없이 드넓은 목초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 특유의 동물과 하나가 되어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모습들은 그저 낭만에 젖어있기엔 사람으로서 가축을 돌봐야 하는 긴 하루의 일정이 고되기만 하고, 그 안에서 차곡차곡 경험을 토대로 가축들을 치료하는 과정들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때때로 웃기는 상황들의 연출은 저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기에 여전히 재미를 주지만 기르던 가축을 이용할 때는 제대로 이용하다 쓸모없다 싶어 지는 상황들이 닥치면 한 곳에 죽기까지 내버려두는 당시의 상황들은 동물이라도 감정이 있을 텐데 그런 처지에 당하는 심정은 안타까움을, 자신과 한 몸을  이루다시피 같이 동고동락했던 말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안락사를 택하는 장면들은 가슴 한 편에  아픔을 전해준다.

 

이 책에서는 큰 가축 외에도 전편에 잠깐씩 나왔던 반려견 차원의 개와 고양이, 새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당시의 1930년대 상황상 목축을 하는 가구가 많았던 만큼 주로 큰 말이나 양, 소, 염소를 다뤘던 주인공이 작은 동물에 속한 개나 고양이 치료를 위해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의 의사를 찾아가는 과정, 그 병원 의사와의 배꼽 빠지는 술 연출 장면과 예상치 못한 반전의 일들, 수의사 실습생과의 에피소드들은 읽는 도중 웃음이 배어 나오게 만드는 유쾌한 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하지만 시대의 발전은 이제 짐말의 수요가 필요 없게 되는 현실을 다룬 부분들에선 그 현장을 목격했던 주인공의 시선, 죽으리라고 생각했던 동물에게 마지막 편히 가란 의미로 주사했던 것이 자연의 알 수 없는 현상처럼 살아나는 자연치유의 과정의 모습들, 그리고 여전히 전문적인 기술은 아니지만 오랜 전통과 경험으로 다진 축척으로 인해 오히려 수의사보다 더 믿음을 갖는 동네 돌팔이들을 믿는 농부들의 미신들은 수의사로서의 해명 아닌 해명을 할 수 없게 하는 막막함을 던져주게 되는 이야기가 마치 전래동화처럼 술술 흘러나오는 기분은 느끼게 해 준다.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 말 못 하는 거대한 암소 앞에서 꼼짝 못 하고 당해야만 하는 수의사로서의 곤란한 장면들은 당사자는 힘들진 몰라도 읽는 독자들에겐 왜 이리 웃음을 던져주는지....

 

수의사로의 긍지를 느끼는 장면들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작은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옴니버스 형식처럼 그려진 책이기에 온 가족이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책, 차후 출간될 다음 이야기가 또다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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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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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영을 처음 배웠을 때의 두려움이 생각난다.

물속에 머리를 들이밀고 가만히 있기를 처음 시도했을 때의 그 막막함, 귀가 꽉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수영 강사가 아무리 몸에 힘을 빼고 있으라고 해도 나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시로 머리를 물 위로 떠올리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순간 물에 적응이 되면서 마치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내 몸을 조절하게 되기까지 타인들보다 더딘 운동 신경 탓도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 기억이 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공포가 밀려왔다.

 

사람은 자연적으로 물속에 뜨게 되어있지만 과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물속에 빠지게 된다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순식간의 적응으로 물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책 속에서 표현되는 그때의 감정선들은 그래서 더욱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다.

 

어느 날 에릭 스티플러 경정에게 전화 한 통화가 걸려온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아나벨의 폰으로 걸려 온 전화는 '슈티플러,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였다.

그 순간 그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가늠하게 되고 그녀는 결국 물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된다.

발견 당시 그녀의 배에는 인두로 지진듯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그 사건 이후로 에릭은 그 사건에 대한 전담 책임을 맡으면서 신참으로 들어온 여성 경찰 마누엘라와 같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3년 전 룸메이트의 살인 사건 이후 어떤 미지의 인물에 의해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며 공포에 떨며 살아가는 라비니아, 그녀는 우연히 택시 운전사 프랑크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처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그 이후 행방불명이 된다.

 

기면 장애로 인한 수면발작과 수면장애, 탈력발작 증세를 겪으며 힘겹게 택시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프랑크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되고 에릭이 맡은 사건에 대해 같은 연장선으로 감지한 마누엘라 덕분에 라비아니의 행방을 쫓게 된다.

 

책의 범인을 행동을 보면서 얼핏 영화 '그랑 블루'가 많이 연상이 됐다.

깊고 깊은 심연,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바다의 수심 깊이보다 더 깊게 들어가 얼마 동안 무호흡으로 견디며 바다와 한 몸으로 이루며 체험하는 프리 잠수 다이버들의 생활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범인은 왜 하필이면 경찰인 에릭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주도면밀하게 그를 이 사건에 끌어들인 것인가?

 

죽은 여인들은 무엇 때문에 이 범인 하나로 인해 안타까운 생명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은 물속에서 범인이 여인들을 어떻게 죽이는지에 대한 묘사 장면 때문에 섬찟함, 물에 대한 가공할 압력과 그에 대응하다 버티지 못하고 반사 조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가게 되는 장면들이 잊을 수가 없게 만든다.

 

- 온 힘을 다해 여자를 안고는 최대한 세차게 눌렀다. 그의 손가락이 여자의 살을 파고들었다. 합성고무 잠수복을 입었지만 여자의 심장 박동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남녀 무용수가 두 개의 몸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이듯이 남자도 녹아서 여자와 하나가 되었다. 그의 심장도 여자의 박동에 맞추어 같은 박자로 뛰었다.(본문 중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들 속에 자신들이 취하고자 하는 다양한 형태의 조합들로 인해 그때마다 상황이 달라지게도 되지만 에릭이 전처로 인한 아픈 마음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결국 한 가정의 파멸을 몰아가게 만들었고, 그 파멸의 가정은 해서는 안될 금지선을 넘어선 한 남자의 사랑, 그 이후 오로지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 에릭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기까지의 범인의 심리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린다.

 

신참 여경찰에 대한 믿을 수없는 배격의 자세, 같은 경찰 내에서의 파벌로 인한 조종과 어쩔 수없이 조종당하며 살아가는 동료와 그릇된 동지애들이 함께 들어 있어서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데에 있어 믿음과 불신의 차이는 어떠한 기준선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상 정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의 범인의 확고한 중오심은 이렇듯 아무런 해를 자신에게 끼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릭과 단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 하나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었단 사실, 그럼에도 여전히 오만했던 에릭이 범인과의 조우를 하기 위해 사건의 현장으로 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희생은 여전히 잊을 수가 없게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한 증오와 복수라는 감정을 '물'이라는 장치를 설정해 독자들로 하여금 호흡을 가쁘게 만든 저자의 필력은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들보다 훨씬 세다는 느낌을 주었기에 수영장에 한동안은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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