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스파스 - 도시 공간을 걷다
김면 지음 / 허밍버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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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 샹젤리제~

프랑스 하면 파리, 파리하면 예술의 도시요, 낭만이 항상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도시란 인상이 깊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에 대한 생각과 시각을 전문가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면, 특히 건축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보통의 우리네 사람들이 관광이나 샹송에 깃들어 바라보는 시각과는 또 다를 것이다.

저자의 주 전공인 건축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설계서부터 벌써 어떤 건물이 들어서기까지 시. 공간, 그리고 뭣보다 자연과 사람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에스파스- 공간, 장소, 표면, [ .. 물체 사이의 ] 간격, 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파리란 지금의 국제도시로서도 손색이 없는 현 모습 속에 공간이란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과연 파리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책이다.

 

파리의 탄생서부터 파리가 갖고 있는  공간 속에 자릴 차지하는 광장서부터 우리의 집 주소가 도로명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이미 프랑스에선 시행되고 있기까지의 길 명칭에 대한 유래는 우리도 이처럼 큰 도로길, 작은 길, 샛길, 골목길,,,,, 이런 예쁜 이름을 지어서 도로명에 붙인다면 어떻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거의 모든 유럽들이 그렇지만 함부로 옛 것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운 현대의 발전된 건축기술을 도입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파리 곳곳에 차지하고 있는 글과 사진들 속에 우리의 남대문 시장이나 광장시장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 친근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생각 속에 절대왕정을 차지했던 시절의 궁전과 프랑스 정원의 탄생유래,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탄생한 쿠르가 이젠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 같으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하는 도심 속의 묘지가 있고 한가로운 시간이나 명사들의 무덤을 찾음으로써 그들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색다른 파리만이 갖고 있는 도시의 성격을 드러내 보여준다.

파리를 방문 했을 시 그 곳 교민 분이 해 주시던 말이 생각난다.

파리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철저한 계획 하에 도시를 개발했고 그에 따른 교통이나 어느 길을 나서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럼으로써  관광객들이 전혀 낯설어 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테마를 가지고 구경하더라도 쉽게 익숙한 지형이 되게끔 설계했단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떠올리게 된다.

 

협소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사람이 들어가 살아가는 공간이 한정된 곳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에 대한 도시개발과 구 건물 사이의 조화를 여유와 오랜 토론 끝에 오늘 날의 모습으로 탄생된 파리의 모습들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책이다.

 

왕정이 무산되고 시민의 힘이 대두됨으로써 새로이 발생된 레스토랑이나 고즈넉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서점과 도서관의 혁신적인 보존과 개발, 그리고 장서의 보관의 이야기는 건축과 책과 사람과 조명, 그리고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활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노력을 하는 파리지엥들의 혁신적인 모습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주어진  공간 속에서 파리를 연상시킬 수 있는 오브제서부터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삶 속을 들여다 보는,  다시 작은 공간의 모습들인 다양한 글들이 액자 속에 또 하나의 작은 액자가 들어가 있는 형식을 느끼게 해준다.

 

들여다 보면 볼수록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설계도 생각해 볼 수 있고 당장의 이익과 편리 보다는 후손들에게도  좀 더 나은 생활공간활용과 지속이 가능한 다양하고도 참신한 계획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른한 오후에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책을 들고서 파리 시내 어디서라도 잠시 멈춰 오롯이  지금의 이 시간을 즐길 여유를 지속하게 해 줄 것만 같은 파리의 공간여행을 한 번 느껴보시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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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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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매체는 때론 인간에게 아주 유익할 때가 있지만 또 그렇다고 아주 좋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벌어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한 일이 있다면 더욱 그럴 듯 싶다.

그런데 별 무리 없이 그 날이 그 날인 사람에게 어느 날 기억상실, 그것도 딱 10 년간의 기억이 사라진다면?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난 뭘 하면서 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는 올 해 40세의 생일을 앞 두고 있는 앨리스는 스텝스쿨 강좌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순간적인 기억 상실에 걸린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자신이 현재 1998년도의 29살 앨리스란 사실로 알고 있단 점이다.

병원에서 언니인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흐릿한 , 문득 문득 조각처럼 이어질 듯 하는 기억의 영상들에 의해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자신의 이웃이자 언니보다 친하게 지냈던 지나에 대한 죽음과 관련해 그 동안 쌓이고 쌓였던 ,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 닉이 집을 떠나서 이혼 소송 중에 있으며, 아이들 셋에 대한 양육권 소송분쟁에다, 자신의 엄마와 시아버지와의 결혼이야기, 친할머니처럼 여기는 프래니의 이야기 과정과 끊어져 버린 연결고리를 이으려는 노력의 앨리스란 여성의 모습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우리의 이웃의 문제처럼 가깝게 그려지고 있다.

 

여기엔 네 가지 모습의 사랑들을 보여준다.

완벽한 엄마로서의 강박관념에 쌓인 채 남편 닉에게 불만족스런 부분을  호통으로  대신하는  아내의 모습, 그런 아내를 보면서 예전의 아내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단 식의 확정이 된 듯한 말투로 시종 앨리스를 자극하는 남편간의 10 년이 넘어선 부부간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본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갈등을 겪게 된 부부 사이로, 많은 시험관 아기 시험을 통해 아기를 낳길 원하지만 그때마다 실패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언니 엘리자베스 부부의 불임에 대한 고통과 입양을 사이에 두고 갈들을 벌이는 모습, 우리나라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사돈간의 결혼으로 촌수가 아주 복잡하게 설정된 앨리스의 엄마와 시아버지의 노년에 찾아 온 사랑의 모습, 평생 독신자로서 은퇴마을에서 살아가는 프래디 할머니의 뒤 늦게 찾아온 우정 같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언인지를 보여준다.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는 어린 앨리스 적의 닉 모습을 바라봤기에 다시 단란했던 가정을 꿈꾸게 되고 이런 노력은 또 다른 연인이었던 도미니크란 사람과의 관계를 두고 망설임을 보이게 된다.

 

이혼이란 말 앞에 가슴의 상처를 입은 자녀들의 행동과 말투, 자신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부정하지만 전혀 낯선 앨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앨리스는 가정의 소중함과 그 이상을 넘어선 부부간의 함께 한 시간들 속에 서로가 느껴가는 감정의 공유를 느껴가는,  한 층 진정하게 성장한 어른 앨리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들이 톡톡 튀는 대사와 상황설정이 우리네와 별로 다를 것 없다는 친밀감을 보여준 작가의 따뜻한 글에 눈길을 모으게 되는 작품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랑은 흥미롭고 짜릿하다. 가볍고 명랑하다. 그런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세 아이를 낳은 뒤에는, 별거했다가 거의 이혼하려던 순간을 겪은 뒤에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를 지루해하고 서로에게 놀란 뒤에는, 가장 끔찍한 면과 가장 좋은 면을 본 뒤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찾아온다. 그런 사랑에는 그저 사랑이 아닌 전혀 다른 이름을 붙여도 좋을 정도다. – p 533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보게 되고 언니와의 관계회복, 닉과의 재 결합을  이어가는 과정이 전혀 억지의  설정이 아닌 현실에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주위의 모든 이야기들이라서 호주란 나라를 인식하지 않고 읽는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큰 딸 매리스가  묻는다.

앨리스(엄마)가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해도 아빠()와 다시 합쳤을까?

 

당시의 아이들 보단 자신들의 감정이 더 소중했음을, 느끼며 가족애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을 통해 좀 더 내 주위의 사람들과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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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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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의 고통과 비탄 그리고 애도를 거치면서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들은 따로 메모를 해 놓는 편이다.

몇 명의 작가들은 특히 아무리 내가 메모를 하지 않고 머리 속에 새겨 두면서 깊이 생각해 볼 때마다 꺼내 놓아야지 하면서도 웬만해선 이를 어기면서 노트에 끼적끼적 적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아주 짧은 챕터 속의 간략한 글귀들도 있고 긴 글 가운데 도저히 어떻게 소화를 할 수 없을 만큼의 벅찬 문구들을 접할 때마다 그 분들의 글의 힘을 존경해 마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데, 왜 이리 서두가 길게 늘어지면서까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 작가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두서 없이 막 흘려가면서 적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그의 문체에 대한 특색 때문에 빠르게 빠져들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의 작품세계는 정말이지 지독하게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필치가 대단하다.

 

전 작인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를 읽어 본 독자라면 가히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은 그의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3개의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고 첫 차트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왜 시작했을까를 연신 생각하면서 읽게 한 이해 면에선 약간의 수수께끼 같은 구성을 이룬다.

첫 번째 이야기인 비상의 죄

두 번째 이야기인 평지에서

세 번쩨 이야기인 깊이의 상실

 

첫 째와 두 번째는 모두 실존의 인물이야기를 한다.

첫 번째의 투르나숑. 그러나투르나다르라는 이름을 거쳐 종국엔나다르라는 인물이 모두가 선망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꿈에 부푼 것을 실제의 기구를 이용해 날고 여기에 사진이란 것을 추가해 인간의 세계가 신의 세계라 여겼던 하늘에 대한 꿈을 이룬 과정을 그린다.

보헤미안적인 그였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은 끔찍해 아내의 간병을 하기 위해 이사까지 하는 , 그렇지만 아내는 이내 세상을 떠나고 그마저도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는 카타콤에도 들어갔으며, 하수도처럼 생긴 납골당에 내려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한  높이와 깊이에 매료된 사람이었고, 그래서 하늘과 땅 아래, 그 수직의 공간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궤적을 새긴 사람으로 후세에게 기억이 된다.

두 번째의 프레디 버나비는 기구를 이용해서 최초로 영국해협을 건넌 사람으로 기억이 된다.

당시의 19세기 말의 전설적인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사랑했지만 그녀와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을 맺고 본인은 전쟁에서 기습적인 창에 목이 찔려 전사를 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8 10 21일 작가의 아내인 팻 캐바나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37일 만에 세상과 이별을 한다.

작가의 평생지기 동료이자 아내요, 그의 모든 작품의 첫 장을 펼치면 팻에게 바친다란 문구로 시작되는, 때론 신랄한 독설과 때론 따뜻함을 지니고 그의 모든 작품 외에 문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영국의 유명한 문학 에이전트인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작가는 사별이란 단어를 철저하리 만치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자라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살아 온 지 30-

그 세월 동안 작가는 한 때 자신의 작품에서 이런 사별에 대한 느낌을 그려낸 적이 있었고 부인의 장례에서 이 책의 구절을 낭독한다.

장작 자신은 그 당시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고사하고 지금에 와서야 이런 글을 읽게 된 데에 대한 느낌과 사별이 주는 현실적인 시.공간 앞에서 그 어떤 것을 해보지 못하는 무력감을 철저히 느껴감을 토로한다.

죽음을 앞두고 시간이란 공간이 채 만족하리 만치 주어지지 않을 상태에서 단 37일 만에 병 판정과 입원, 그리고 병원을 오고 가며 장례를 치른 후의 자신이 느낀 비탄감은 그 어디에도 쏟아부을 수가 없다.

비상의 죄에서 나왔던 나다르가 부인의 죽음 앞에서, 또 프레디 버나비가 창에 찔려 죽었단 그 느낌까지 이와 같았을까를 생각하는 작가의 심정은 아마도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그 대상이 부부간이 아니더라도 십분 공감할 만한 글들의 잔치로 가득 차 있다.

 

주위에선 이런 비탄감을 사회적인 어떤 룰에 따라, 결코 그에게 내보이지 않으며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스스로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구별법을 가지게 되고 철저한 무신론자란 자신의 경험답게 스스로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122) 라는 말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사별의 단계를 자신이 받았던 느낌 그대로, 당시의 2008년도에 바로 작품을 내 놓지 않고 몇 년 뒤에 내 놓은 이 작품은 오로지 작가 스스로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깨달아 가면서 쓴 글이기에 너무나도 와 닿는 구절들이 많다. (특히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처음엔 비탄에 대한 감정이 쌓여 자살이란 것을 계획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이젠 스스로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더 이상 그 누군가  아내에 대한 생각을 해 줄 것인가에 대해 봉착한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자리를 비운 저 세상의 아내에게 이야기를 시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심정이 애가 끊게 만든다.

 

우리’는 씻겨가고 이제만 남았다. 쌍안경의 기억은 단안경이 되었다. 똑같은 하나의 일화에 관한 두 가지의 불확실한 기억을 삼각측량과 항공 탐사의 과정을 거쳐서 더 확실한, 단일한 기억으로 응집할 가능성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181)

 

둘이었다가 하나로 남았을 때의 공허감, 두 개의 열쇠 중  하나는 집 열쇠, 하나는 아내의 무덤 열쇠란 사실, 타인들은 지나가듯이, 그것이 설령 그를 위로한답시고 내뱉는 말일지라도 그에겐 모두가 아픈 말임을 토로한다.

비탄이 지나면서 고독이 오게 되는데, 지인이 말하는 말에서도 그는 그 고독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 지 망설인다.

8년간 동고동락했던 파트너가 에이즈로 죽은 한 친구가 내게 두 가지를 말해주었다. '문제는 다만, 밤시간을 견디는 것뿐'이라는 것과 '단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라면 내겐 문제가 아니었다. 증세에 맞는 약을 정량 복용하면 되니까. 문제는 밤이 아니라 낮을 견디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는 주로 아내와 함께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 혼자서 하길 좋아했던 것에 대해 말하자면, 나중에 아내에게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즐거움이 얼마간 포하모디어 있었다. 그런 것 말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본문

 

결국 오로지 모든 감정의 소산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자는 스포츠 채널을 신청하고 신문을 다량 독하며 오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게 된 오르페우스를 접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깊은 상실감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

 

그 전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현상들이 사별이 옴으로써 모두 자신에게만 그렇게 보일 정도로 같은 공통사가 보인다는 현실과 아내는 죽어가는 데 세상은 그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원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때론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순간들의 나열 문장들은 한 사람의 부재로 인한 남아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의 감정변화들을 차분하게 그려 보인 작품이다.

 

나디르는 사진과 기구를 통해서 자신의 이상과 아내에 대한 사랑을 성취하는 듯 했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더 이상 날아오름을 상실했고 프레드 버나비는 베르나르와 이루지 못한 지상에서의 아픈 사랑의 실패를, 작가는 아내의 존재에 대한 사별을 통해 헤어나올 수 없었던 감정의 깊이, 즉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지하 세계로 들어갔다 실패한 것처럼 자신 또한 상실의 지하세계를 경험한 일들을 수직 상승으로 엮어 나간 이 세 가지의 공통사항들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비로소 알게 해 주는 작품의 구성을 통해 사랑과 사별이란 감정을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해 생각해 볼게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전히 사랑에 대한 힘을 놓지 않는다. ]

그것이 비록 내가 원하는 대로의 방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61

 

천천히, 다시 한 번 문장 하나 하나 의미를 되새겨 가며 읽게 되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꼭 읽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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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여행자
한지혜 지음 / 민음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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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그래서 우리네 인생 길에서 보고 듣고 함께 할 추억거리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이 많다.

 

특정 어떤 테마를 따라서 그려볼 수도 있을 듯한, 그래서 때론 현실의 틀을 벗어난 미지의 흥분된 곳으로 떠나길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게 되고 그래서 우리들은 여행을 생각한다.

 

모임으로 다져진 여행도 있을테고, 오로지 나 혼자의 힘으로 떠나는 여행도 있을 터, 그러기에 모든 여행이란 일단 주어진 한계 내에서 자신만의 몫으로 오로지 느끼고 추억에 한 면을 단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현직 배우다.

주 무대는 미국에서 하는 배우이고 한국에서도 활동하다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연기 공부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을 다지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다녀 본 여행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세계의 축제가 열린다는 마당으로 한 발 들여놓음으로서 자신이 느꼈던 기분과 여행이 주는 작은 행복을 통해 한 손에는 비디오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에 카메라를 지고 유명하단 축제의 현장으로 발빠르게 움직인 생생한 포토 에세이가 탄생하게 됬다.

 

 

 

각국에서 일찍 도착해 텐트를 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축제의 한마당인 글래스턴베리 축제의 장은 그야말로 열기로 가득찬, 남녀 노소 할 것없이 모두가 진심으로 우러난 자유의 향연을 느낄 수있을 만큼의 흥분를 느끼게 해준다.

샤워 자체도 어렵거니와 그 속에서도 하나로 뭉쳐 인종의 구분 없이 모두가 축제란 한 마음으로 뭉친 그 열기를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있다는 것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깜짝 이벤트로 누가 나올지 모르는 가수의 출현이 무척 설렘을 던지게도 한다.

 

 인간의 신선한(?)잔치의 장인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달콤 쌉싸름한 향기에 취해 서로가 서로에게 권해주는 초콜릿의 맛과 축제의 기분, 일년 내내 오로지 이것만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라질의 삼바 축제는 인간이 지닌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단 느낌을 갖게 하지 않을 수없게 한다.

 

 

 

 

누구냐고 묻지 않으며,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는 길 위에서의 모든 만남 자체가 하나의 인연이요, 그 부산물로 따라오는 우정과 서로의 위안 내지는 단기간이라도 함께 함으로써 같이 느낄 수있다는 데서 여행의 참 의미를 생각해 볼때 가장 순수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몸과 밖에 붙은 온갖 부산물을 떨쳐 버릴 수있단 생각을 할 수있게 한 눈의 축제, 한 해의 모든 것을 내다버리고 새로운 희망찬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13시간 이상을 꼬박 서서 기다려 해피 뉴이어를 외치는 사람들을 사진을 통해 접하다 보면 아마도 이것이 인생이란 항상 달달하지도, 그렇다고  쓰지도 않지만 그 한가운데에 이런 축제가 있음으로해서 잠시나마 행복과 희망에 부푼 기대를 가지고 또 다시 새로움을 시작할 수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오로지 내 자신과 마주 할 수있는 시간을 가질 수있다는 데서 혼자의 여행을 즐긴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 홀로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내 안의 다른 각오를 다져가는 저자의 생각을 엿 볼 수있어서 책과 함께 즐건 시간을 가져보게 했다.

 

 

*****소소한 것에 감동받고, 잠시나마 그곳 사람들의 삶에 속하고 함께 호흡하는, 그런 여행을 원한다. 그래서 떠났다.

그곳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하나 되는 현장, 왁자지껄한 즐거움 그리고 그 이상의 따뜻함,

무엇보다 기쁨이 가득한 세계 축제의 마당으로. - 책 속에서


 

당장 떠나고 싶지만 어디를 정해 가야할 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해 보라고 권해주는 듯 하다.

그것이 국내든, 국외든, 상관없이 일단 떠난단 자체는 우리자신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던져서 내 자신을 시험해 볼 수있는 소중한 기회가 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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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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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책을 접할 때면, 특히 문학이란 장르를 접할 때,  본의 아니게 자신의 감정이 노출되어 드러나 보일 때가 있다.

아무리 평정심을 가지고 글을 쓴다하여도 독자들의 눈에 익은 그들의 작품세계는 어떤 형상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적이라고 소개되는 책들을 접할 때는 타의 작품들보다는 주의 깊게 관찰이 되고 나도 모르게 그와 동일시 되는 감정의 선을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미국의 인디언 혼혈로서 문단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여류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의 체험과 그 실패를 함에 있어서 부부간의 사랑과 그 해체를 겪기까지의 심정을 담아냈기에 일단은 타인의 생활을, 그것도 부부라는 긴 끈으로 엮인 관점에서 보는 관음증 비슷한 흥분을 느끼게까지 한다.

 

부부은 전생에 억겹의 인연을 스치듯 수 없이 만나서 이루어진 관계라고 한다.

어떤 이는 전생의 보은의 의미로 맺어졌고, 어떤 이는 원수지간으로 서로 으르렁 거리다 못해 그 한(恨)을 이승에서 풀기 위해 맺어졌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만큼 남.녀 사이의 긴 인생에서 부부의 연은 그 만큼 각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보편적인 의미에서 저자의 결혼 생활도  사랑으로 이루어졌다.

남편은 유명하진 않지만 부인인 자신을 모델로 삼아 '아메리카 1.2.3....이런 식의 화폭의 이름을 붙이면서 작품이 팔리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에 부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 남편 앞에서 결코 타인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들의 겉 모습 부부생활과 그 속에서 결코 그림 속에 있는 모습 만이 내 전부가 아니란 그 어떤 부정적인 말 조차도 속으로 삼키며 살아가는 아일린은 남편으로 부터 해방되길 원한다.

 

 그래서 두 권의 일기를 준비한다.

 

한 권은 레드 , 다른 한 권은 블루-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고자 들쳐본다는 것을 알고 눈 앞에 쉽게, 그렇지만 결코 드러내보이지 않는 장소에 남편으로 하여금  읽어내게 하려는 의도의 거짓 레드 일기장, 은행의 비밀 사적 금고를 통해 보관하면서 그 곳에서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쏟아붓는 블루 일기장, 이렇게 거짓과 진실이란 두 갈래의 길을 통해 그녀는 남편에게 벗어나고자 남편이 생각하는 의도대로 글쓰기를 통해  이혼을 원하지만 남편을 그럴 때마다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가끔 부부싸움을 통해 그녀가 휘두르는 주먹다짐을 맞아가면서도 그녀의  무릎을 잡고 애원하고 , 그러면서 때론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상반된  행동을 보인다.

 

자신을 온전히 소유하려한 나머지 지독한 사랑의 집착을 보이면서 때론 그녀와 아이들에게까지 그릇된 행동을 보이는 남편을 통해 그녀는 수 없이 벗어나고자 하나, 선뜻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또한 망설임을 보인다.

 

흔히들 유명한 사람들의 이혼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화려하고 부러웠던 생활을 생각하며 누구의 잘못이 크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부부간의 이야기는 당사자인 부부 외에는 결코 알 수없는 쌓이고 쌓인 만리장성이 있기에 선뜻 우리는 심판을 내릴 자격이 없다.

 

열렬한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부부란 이름으로 시작하였으나 부부로서의 서로에 대한 존중, 배려, 이 책에서 말하는 길의 감상적인 면과 그녀의 비극적인 세계관을 통해 맞물린 키치(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예술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는 때론 격한 언동과 행동을 ,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헤어나올 수없는 부부간의 욕망인 성관계, 그럴 수록 부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그리기에 몰입하는 행동, 상담심리를 받기 시작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올바른 심정을 토로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통해 지독하고도 쓸쓸한 부부간의 생활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한겨울에 변압기가 무너져 정전이 되었을때, 모든 가족들이 초를 가져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는 가정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지만   어렸을때 했던 그림자 밟기 놀이가 이들 부부에게 있어서는 길이 아이린의 그림자를 밟음으로써 광적인 사랑, 억압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그대를 사랑한다고 믿는다.(p7)는 아일린의 블루 노트에 적힌 문구는 그래서 더욱 사랑에 열병을 앓았고 부부가 됬지만 결국은 사랑의 끝마침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뭐라 표현 할 수없는 망망대해를 접했단 기분이 들었다.

 

끝 반전 부분이  작가 나름대로 최선의 끝마침이었음을 , 그래서 더는 지난 날의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볼 때 이젠 내 스스로 그림자를 밟히지 않겠다는,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었던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메타포적인 희망사항이자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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