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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있다.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일테면 사회에서 정한 관습이란 것에 주안을 두고 보자면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사랑을 하게 돨 때에는 그 나이에 맞는 적당한 세대의 어울림이 있고, 그 외의 일에도 통상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기에 흔히 보는 사랑이라고 할 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때론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마리아-
올 해 16살이고 곧이어 17 살의 생일을 앞둔 소녀다.
아빠와 엄마가 이혼을 하고 아빠는 자신의 또래에 해당하는 19살의 러시아 여자와 재혼할 예정이란다.
그런 그녀의 곁에 엄마라는 사람은 공장에서 일을 그만두게 됬고 집 안의 분위기상 함께 있을 수없어 지금은 그녀의 남친인 요하네스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다락방에서 그와 사랑을 나누고 그의 집 안에서 할머니, 그의 부모와 형제들과 같이 일을 돕고 생활하지만 정작 자신은 올바른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란 책을 끼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술주정뱅이고 동네 여자들과 수다를 떨며 말을 키우는 것에 뛰어난 능력을 받고 있는 40살의 헤너란 남자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처음엔 그의 완강한 완력에 굴복해 자신의 육체를 허락하게 된 것이었지만 이후 그녀 자신도 모르게 남들의 눈을 피해 헤너와의 사랑을 키워 나간다.
동독이 통일로의 길목으로 가던 1990년 대-
요하네스의 작은 아버지가 당시 동독에서 서독으로 가게 된 후 소식이 끊겼지만 통일에 대한 과정이 이루어지게 되자 방문을 하는 등, 그녀의 주위엔 온통 통일이 된 후의 동독의 재산 처리 여부와 앞으로 서독과의 관계,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들, 그리고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일들로 쌓여 있는 가운데 요하네스는 사진과에 입학 할 꿈에 부푼 나머지 마리아의 신변에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남들의 눈엔 엄마에게나 어울릴 법한 , 흔한 시선엔 아빠와 딸로 착각이 될 만한 나이차를 넘어 헤너가 갖고 있는 책에 대한 사랑과 마리아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욕구는 마리아로 하여금 요하네스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사랑이란 것에 눈을 뜨게 한 그녀의 첫 남자로 남는다.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하는데, 하루 반 나절만에 읽었을 만큼 간결한 문체와 그 때, 그 때에 따른 상황의 묘사, 통일이 된 독일이란 나라에서 동독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과 이미 익숙해진 체제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는 어른들의 시각들이 고루 섞여 있는 책이다.
배경은 1990년대의 통일을 이루는 협정의 체제라든가 차량 교류에서부터의 변화, 사람들과의 교류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16살의 마리아란 소녀가 그 뜨거웠던 한 여름에 겪은 ,어쩌면 그녀의 일생의 최초로 진실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 계절이 아니었나 싶다.
헤너의 곁에 있을 결심으로 그에게 말한 후의 헤너는 정작 그녀에게 좀 더 어울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 것을 말하지만 진심은 그 자신도 마리아와 함께 하고 싶었을 심정이 감추어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사랑'이란 나이차, 국경도 넘나드는 위대한 것이기에 그와 그녀의 사랑을 그린 대목과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사회의 시선으로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언뜻 보면 원조교제처럼 보이는 첫 장면에서의 눈살 찌푸림이 점차 마리아와 헤너간의 책을 통한 감성 교류, 그의 어두웠던 자라 온 시절을 최초로 마리아에게 말함으로써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풀어 놓았던 헤너란 인물의 사랑,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을 비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했던 마리아에게 둘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짐으로써 주위에 시선엔 아랑곳 않고 뜨거운 사랑을 통해 오로지 둘 만의 교류를 나눴을 것이란 이해를 할 수가 있게 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를 모두 마치고(묘하게도 책과 마리아의 처한 현실들이 은연중 겹쳐보이는 듯도 하다.) 요하네스와 또 다른 생활에 적응할 기대를 하는 마라아의 모습은 헤너와 사랑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영원했고 한 순간에 머물렀던 그 뜨거웠던 한 여름의 사랑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그 자리에서 당장 얘기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얘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들은 차마 얘기하 수 없다. - P122
아마도 위의 구절만큼 마리아의 심정을 대변할 수있는 말이 또 있을까?
불안불안하면서도 멈추지 못했던 사랑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없었던 그 둘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안에 내재된 애욕과 욕망에 대한 손길을 느끼며 성장해 간 어느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는 가슴 한 켠이 아릿함에 젖어 한 동안 그 여운이 사그라들지 못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