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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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투영해 재조명해 보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 작들의 주 소재도 다양하지만 가장 뛰어난 점은 그 사람들의 삶 자체가  우리들 모두가 겪었을만한 것에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심리적인 대화를 통해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다.

 

총 1.2부로 나뉘어 그려지는 이 책의 내용은 한나라는 여인이 겪는 인생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1부격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 초반까지를 그리고 있는 장면은 대학교수로서 베트남 반전 운동에 뛰어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버지와 유대인 출신으로 냉철하고 비판적인 화가 출신인 엄마를 사이에 둔 한나의 모습이다.

 

독설적이다시피 내뱉는 엄마란 존재에 대해 흔히 말하는 모녀지간의 서로가 비난을 주고 받는 장면들은 푹 하고 공감을 일으킬 만한 배경을 던져주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는 한나의 모습이 주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만난 의대생 댄과의 전격적인 결혼 결정은 엄마로부터 일찍 결혼함으로써 닥쳐 올 엄마가 겪었던 고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무던한 댄 만한 남자도 없단 조바심, 그리고 그를 놓치면 영영 좋은 사람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에 20살 초반에 둘이 살게 된다.

 

아들 제프리가 태어나고 의사 인턴생활로 시골마을로 가게 되면서 밤 늦게 돌아오는 남편, 혼자누구의 돌봄 없이 도서관 사서란 일과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한 대학생 저슨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도중 숙박을 위해 재워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이는 남편이 없는 몇 일 사이에 결코 지울 수없는 불륜이란 것을 저지르게 되고 그의 협박에 캐나다까지 그의 도주를 도와주는 결과물을 낳게 된다.

 

그후 2부격인 2003년에 와서야 50에 들어선 한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성공한 댄, 아득한 집, 교사생활을 하는 한나, 변호사인 아들과 펀드 회사에 근무하는 딸 리지-

 겉에서 보면 누구나 부러워할 가정의 모습이다.

실제적으로도 말썽부리지 않는 건실한 남편 댄, 청교도적인 기독교 사상을 갖고 있는, 자신의 관점에서 어긋나면 비판을 가하는 아들 제프리 내외, 젊을 때 돈 많이 벌어 후에 편히 지내고자 하는 딸의 모습들은 한나에겐 자신의 빗나갔던 한 때의 그 당시의 일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가정에 충실하게 했던 보상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리지가 유부남인 의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수사망까지 번지게 되며, 설상 가상으로 한나와의 관계를 그린 저슨의 책이 출간이 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학교에서의 해고, 뭣보다 딸의 행방을 쫓기 위해 애가 타는 부모의 심정의 모습들이 결국은 참고 참았던 고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저슨의 책이 한나와 댄의 걷잡을 수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 알고 있는 사연이 있듯이 한나의 가정을 지키려 했던 그 많은 세월들은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과 멸시를 당하게 되고 자신을 속여왔단 사실에 분노를 터트린 댄 앞에서 용서를 비는 한나의 모습은 읽어나가면서 정신을 유지하고 지탱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여인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나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로서의 생각,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가 서로간의 불륜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마저도 그 일을 행하게 된 데서 오는 죄책감을 면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썼던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은 오로지 상대방을 사랑했기에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들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본심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하는 대화들은 몰입도에 극치를 달하게 만들어 준다.

 

 비록 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엄마의 타고난 천성인 냉철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인생 선배로서의 엄마가 딸에게 내뱉는 말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말들이 넘쳐난다.

 

"쉰 살만 넘어봐. 시간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아. 눈 한 번 깜박하면 크리스마스고, 또 한 번 깜박하면 여름이지. 그러다보면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게 돼. 엉덩이에 주근깨가 덕지덕지 난 남학생과 불장난을 했던 호수를 다시 찾아오게도 되지." -p 108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의 곁에 남아주길 원했던 남편 댄마저 떠났을 때도 한나는 절친 마지의 도움으로 저슨과 마주대함으로써 자신의 지난 과거를 바로 잡는 용감성을 보이면서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향해간다는 이 이야기는 결국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반짝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 -p 356  는 문구처럼 모범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한 평범한 여성 한나가 진정으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첫 발걸음을 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에 가족을 위해서, 혹은 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살아왔던 한 인간의 멋진 홀로서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인생에 대한  대목들은 비록 나라가 다르지만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들은 모두 같은 것을 아닐까 싶은 정도로 적재적소의 글들이 아주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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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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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서 재조명해 보면 가끔 전혀 뜻밖의 결과물이 탄생할 때가 있다.

 

바로 삼국 통일의 주인공인 신라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되는데, 북방의 강력한 고구려와 백제를 모두 통합하고 당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겐 어떤 힘이 있었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삼국통일 바로 전의 긴박했던 시대상황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픽션의 가미를 염두에 두더라도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사람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정치적인 면 외에 평범했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갖고 태어난 신분의 세계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행동과 말을 통해 시대에 부응하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흥미 있게 읽힌다.

 

 쿠데타에 이어 막강한 힘을 쥐게 된 막리지 연개소문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 노선을 유지해 온 고구려의 다섯 부족 가운데 하나인 남부살이 아버지를 둔 진수는 활 솜씨가 뛰어난 청년이었지만 신수두 대제(大祭)의 경쟁을 앞두고 절친이자 경쟁자였던 친구가 죽게 되자 그 혐의를 받게 되고 곧이어 아버지마저 계림(옛 신라 이름)과의 전장에 나간  것을 알게 된 후 아버지를 찾으러 적 진지에 가까이 갔다가 포로로 잡혀 화랑인 김유에게 노비로 넘겨진다.

 

김춘추 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영명부인의 삼남이었던 그와 진수는 원수지간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자신마저 고국으로부터 억울한 누명까지 받고 있단 소식을 알게 된 후 기회만 오길 기다리는 처지가 되면서 영명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노비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한편 가게에는 정체모를 영특한 '정'이란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김춘추의 딸을 죽게 한 윤 충이란 자의 딸이면서도 딸이 아닌 존재가 있었다.

 

호기심 많은 지적탐구 정신 때문에 숙부와 함께 신라까지 오게 되어 영명부인 가게에서 일하게 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감시 때문에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이렇듯 세 남녀의 얽힌 이해관계는 삼국 통일 직전 왕경(王京-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를 이르던 말)을 중심으로 정을 사이에 두고 사랑의 감정과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원수라는 지각하에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러면서도 정과 진수와의 관계 또한 알듯 모를 듯 한 사랑의 감정선을 넘나든다.

 

연개소문이 죽고 세 형제의 쟁권다툼 속에 어수선한 고구려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 진수의 나라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은 김유가 가게 된  계림 견당사의 활약에 힘입어 계림은 당과 동맹을 맺게 되고 이는 곧 백제의 사비성 함락이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결과물을 낳는다.

 

광활했던 옛 고구려가 지녔던 기상과 광대했던 땅의 점령지를 사진을 통해 다시금 바라보는 오늘 날의 우리들 역사와  서로간의 이권 다툼과 눈 앞의 당쟁과 이익에 맞물려 나라의 안위를 돌보지 못했던 백제의 상황들은 계림으로 하여금 당과의 밀애를 하게 한 제공을 했고 결과적으로 진수는 자신의 나라 고구려 대신 또 다른 고구려가 지녔던 아리티(하얼빈)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처럼 통일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차후의 결말은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고 죽음같은 과정들이 생략이 된 채 각자의 갈 길을 가는 여정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이야 모두 같은 뿌리의 자손이기에 이런 역사적인 태동의 과정부터 단군신화의 단일 민족이란 개념이 박혀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결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먹히고 먹히는 세계로 비칠 뿐인 현실적인 문제를 작가는 발품을 팔아서 여기저기의 사료를 취재하고 이를 엮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구성을 보여준 책이다.

 

'정'이란 여인의 활기찬 기상은 남자 못지 않은 넘치는 혈기를 보여주고 진수의 멸망해가는 나라를 바라보는 착찹한 심정, 자신이 가진 위치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몸에 밴 절제생활 뒤에 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접고 나라을 위해 오로지 목숨을 담보호 한 채 계급 상승과 그에 어울리는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만 했던 김유...

 

이렇듯 개인 대 개인으로선 전혀 원수라고 불리어질 정도까지는 아닌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과 역사가 요구하는 흐름에 자신의 생을 감내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들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책 머리에 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상고사>의 일부인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라고 쓴 말이 심금을 울린다.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초 과정을 다룬 소설답게 역사 속의 나라가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 안에 있어야 할 나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고, 뒷 편의 찬란했던 왕경의 세세한 모습과 지금은 중국령으로 변해버린 고구려의 오녀산성과 국내성 유적에 속하는 중국령 부분들의 사진이 더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 책이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하면 의례히 가야만 했던 옛 신라의 수도 경주, 왕성을 통해 본 역사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기존에 나온 조선시대의 역사소설에 비해 좀 더 이런 관련된  책들이 나와야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다 소설가로서 책을 낸 이력은 기자출신답게 꼼꼼하게 당시의 풍속도와 그 안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모습의 민초들의 말투와 생활들을 엿 볼수있게 그려진 부분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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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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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 속엔 갖가지의 사연이 들어있고 그 나름대로의 인생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떤 것은 해결을 위한 모색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저 순리대로 물 흐르듯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관조적인 자세도 필요를 요구할 때가 있다.

 

전경린의 소설들은 그런 점에서 보자면 화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곁에 두고서 가만히 속삭이듯 들려주는 듯한 감성이 특징으로 나타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아니, 일부러 알아내기 위해 힘쓰지 않아도 인생은 그렇게 흘러감을,  험난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의 심연 속은 오히려 잔잔함의 공포마저 느낄 수있다는 그런 현상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해 주고 있는 작품 해변빌라-

 

큰 고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자란 유지란 소녀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주된 흐름이 바로 괄호 안에 쳐진 말들, 즉  말을 하고자 한다면 무수히 많은 단어와 그에 필요한 문장과 나열, 더 나아가서는 왜 그런 일들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구구절절의 사연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들을 통틀어 감싸주고 있는 단어다.

 

자신의 친모는 알고보니 작은 고모인 손이린이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생물교사인 이사경이 자신의 친부라고 느끼게 된다.

주위에 그 누가 그녀에게 부모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언질조차 주지 않지만 괄호 안에 담긴 많은 의미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침묵의 단어를 이해하며 성장한다.

 

오로지 자신의 존재와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던질 수있는 것은 피아노를 가까이 하는 것 뿐-

이사경 앞에서 옷을 벗은 사건은 그의 엄마인 노부인으로부터 불려가는 상황이 되고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손자인 연조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피아노 연주를 자신에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면서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둔갑하게 되지만 오히려 화를 내는 쪽은 이사경의 부인인 백주희도 아닌 엄마 손이린이란 사실이 당혹감을 일으키게 한다.

 

엄마와 살게 되면서 자신의 성이 바뀌고 약사였던 엄마의 일본 유학, 그리고 자신 또한 오휘란 남자와의 사랑을 끝내면서 간간이 마주치는 이사경과의 만남은 그녀가 살고 있는 해변빌라 509호를 중심으로 이사경의 집까지 ,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행보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수히 발자취를 남기고 가는 바닷가의 쓰레기란 존재를 치우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편사장, 해영이란 여인, 알콜중독자센터에서 나온 남자와 유부녀의 사랑, 간조와 만조를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바닷가의 달님은 그런 이들의 삶 모습을 말없이 비쳐만 준다.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될 수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없는 것이 사랑이야. 어느 물리학자가 그랬지.사랑의 법칙은 푸앵카레의 비가역적 에너지론에 지배를 받는다고.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사랑의 끝은 생각지 않은 곳으로 삶을 옮겨놓을 수 있다는 의미야."-p 89

 

 한 번도 왜 자신의 존재 자체의 확인을 위해 물어볼 필요를 못 느꼈던 유지에 대한 침묵의 말은 인생이란 무수히 많고 많은 말 속에 괄호 안에 쳐진 말들이 더 이상 그 너머를 향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유유히 흘러감을, 그래서 인생은 때로 굳이 말들이 필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모든 것을 드러내는 상황에 맞춰 살아가게 됨을 작가는 큰 사건의 전개도 없이 고요히 풍경과 피아노의 선율에 맡길 뿐, 더 이상의 그 어떤 기대치를 하지 않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통해 생명의 활기를 느낄 수있으며, 그간 자신이 알고 있었던 엄마와 이사경과의 관계를 백주희로 부터 듣게되면서 또 하나의 괄호 안에 묶여졌던 말들 중 하나가 풀어졌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인생은 애쓰면서 안달하지 않아도 자연의 순리대로 흐르며, 과함이 모자람에 비해 더 못하단 사실을, 오휘와의 이별, 연조와 그의 아들 환과의 관계를 넘어 다시 이사경 곁에 있는 손이린의 존재, 그리고 백주희의 삶 방식을 통해 잔잔하게 풀어내는 과정들이 새삼스레 다가오면서도 또 그러한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가의 의도가 밀물과 썰물의 조화처럼 잘 맞는단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속의 온갖 모든 것에 대한 표현방식을 거부하며 때로는 이런 식의 삶의 방식도 나름대로 인생을 향해가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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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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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암퇘지'의 저자로 기억되는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큰 논쟁적인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신간 가시내다.

 

가시내-

그야말로 한국적인, 오랜 만에 들어 보는 말이다.

학창시절 국어선생님께서 친구에게 가시내란 말을 했다가 크게 화를 내는 일을 겪었다고 하는 이 단어는 사실 지극히 여자아이를 나타내는 말임에도 말의 뉘앙스가 변해 점차 사람들 인식 속에 어떤 속된 나쁜 이미지로 변질이 되어 버린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좀 특이하게 읽힌다.

 전개과정이 기.승.전.결의 양상이 아닌 두서없이 그냥 나오는 말대로 툭 내뱉듯이 이 말 저 말이 나오고 독자들은 그 때마다 뭐지? 하면서 상황을 그려보면서 읽게 된다.

 

 19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상의 소도시 클레브에 사는 솔랑주라는 소녀의 성장일기라고도 할 수있는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인  ‘시작하다’에서는 주인공이 첫 여인으로서의 발을 내딛게 되는 초경의 경험을,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주위의 친구들의 상황들을 그리는 구성,  2부 ‘사랑하다’에서는 여러 남자들과의 만남과 첫 경험, 그 중에서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던 가혹하다고 할 슈있는 여러 형태의 성 체위의 묘사 장면이 '날'것 그대로 표현이 된다.

3부 에서는 성장한 소녀의 복잡해진 내면과 성인 남자와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바로 자신의 어린시절 부터 보모 비슷하게 보살펴 온 비오츠란 아저씨와의 일이 그렇다.

 

 주위 사람들부터 소외되고 이상한 사람이란 인식이 있는 비오츠를 유혹하고 그가 마침내 무너졌을 때 솔랑주는 이미 그녀가 상상했던 섹스의 생각이 전혀 다름을, 오히려 비오츠가 모든 것을 버리고 아버지와 엄마와의 이혼으로 더욱 혼란에 빠진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이 일을 하면서 클레브를 떠날 결심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또 다른 남자 아르노와의 꿈을 꾸는 당찬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지게하고 망가지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나머지 인생 말년을 비참하게 만들면서도 오히려 이제는 귀찮게 느끼는 솔랑주란 인물을 통해 소녀에서 여인으로서의 성적인 감각과 그 뭔가를 막연히 깨달아 가게 되는 이런 성장의 일기는 무척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저자 자신의 유년시절에 목소리로 테이프에 담았던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드러냈다고도 느껴지는 이 소설은 한 인간의 태어남과 성장의 기로에 있어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춘기에 느껴지는 호기심의 발산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작품이다.

 

누가 누군가를 이성으로서 호기심을 가지고 느끼게 된다거나, 성적인 부분에서 나누는 또래의 친구들과의 이야기들은 확실히 아는 것이 없으면서도 확실히 알고나 있다는 듯한 착각, 피임이야기, 비오츠와의 관계를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엄마로서의 행동들은 자신의 아이라고는 하지만 일개의 독립된 개체로서의 엄연하게 구분되어지는 개인적인 비밀사이기도 하기에 어쩌면 가시내가 의미하는 말 속엔 한 인간의 성장의 기로에서 소녀에서 가시내, 그리고 여인으로 변해가는 중간지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솔랑주를 지켜봐왔던 비오츠에 대한 무심한 행동들은 차후 그녀가 살아 갈 앞 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있을까? 자신이 해 온 행동에 대한 반성을 느끼게는 될까?

도발적이고 섹스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에 스스로 그 세계에 자신의 몸을 맡김으로서 더 이상의 기대치는 별로 없다는, 이젠 귀찮게만 느껴지게 됨을 알아가는 솔랑주란 주인공의 행동이 책을 덮은 후에 과연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 발간 당시에도 많은 이슈를 일으켰다고 하는 작가의 작품은 정말 낯 뜨겁고 어린 소녀라고 하기엔 성숙의 길엔 미치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질 만큼 용기가 앞선 것인지, 아니면 한 때의 치기어린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을 던져 주는 작품임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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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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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을 열게되면 하루에도 많은 스팸을 비롯해 여러가지 소식들이 전달되어 온다.

그런데 이런 이멜들 속엔 약간의 의아심과 의혹 내지는 그리 기분이 좋게 다가오지 않는 소식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성향이 무엇인지 기막히게 알며, 그에 맞는 다양한 맞춤식의 소개를 해 주는 것들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이트에 가입을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전부 동의의 확인 절차를 누른 결과 여기저기에 연관된 기관들이 이멜을 통해서 접촉을 다진다고는 하지만 웬지 나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영 개운치가 않게 다가온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알고리즘에 의한 무작위 선택적 광고성이 날리게 된 것인바, 이런 현상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간혹 볼 수가 있다.

 

 얼마 전 끝난 케이블 채널 방송에서 방영한 '인텔리전스'의 한 장면-

흐릿한 사진의 영상 속에서 범인이 이 안에 있을 것이란 인식 하에 얼굴들을 알아보려 하지만 사람의 인식으론 역부족, 이런 때 알고리즘을 이용해 좀 더 선명한 화질의 범인 얼굴 인식이 가능하단 대화, 또 하나의 일례로 요즘 모든 자동차엔 무선 리모컨 키가 있다.

그런데 주차장에 있는 여러 종류의 차들 중에서 내가 누른 키를 알아듣고 내 차가 반응을 한다면 이것은 어떤 원리일까?

바로 이것 또한 수(數)에 관한 알고리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모든 차의 리모컨 켜는 소리는 동일하지만 내 차와 내가 가진 리모컨만의 상호에 흐르는 것을 감지해 바로 찾아서 운전할 수 있단 사실에서 새삼 알고리즘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란 무엇일까?

 

*****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확히 정의된(well-defined) 유한 개의 규칙과 절차의 모임. 명확히 정의된 한정된 개수의 규제나 명령의 집합이며, 한정된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네이버 지식 백과)

 

이렇듯 알고리즘은 우리생활 전반부에 알게 모르게 침투해 있고 이것은 우리가 생활함에 있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저자는 이에 대해 만물의 공식은 알고리즘이란 생각하에 이런 사례들을 보여줌으로써 전반적으로 우리와 알고리즘에 대해 미래에 대한 생각까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가장 잘 알려진 구글의 지도검색은 스마트 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비난 속에서도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해외여행이나 기타 필요한 갈 곳의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자세히 알려줄 뿐만이 아니라 이에 더해 좀 더 발전된 모색을 하고있기도 하다.

 

콜 센터의 담당자들과 가장 잘 맞는 고객의 성향을 조사해 적재적소에 연결해 클레임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 줄 수있는 방안, 자신의 체중을 수량화해 의사의 진단보다도 더 확실한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가는 셀퍼들의 움직임, 결혼정보회사에서 내건 내게 가장 어울리는 짝 짓기 완결프로그램까지, 전방위의 알고리즘을 이용한 사례는 무수히도 많다.

 

그렇다면 알고리즘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결되는 안전하고 쾌적하고 범죄가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그렇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에 알고리즘만이 만물의 공식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사례에서 다시 보자면, 긍정적인 반응으로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듯 미리 범죄 예방차원에서의 이런 시도는 좋은 일로 남게 되지만 이마저도 오류의 가능성도 발생한다는 사실, 영화에서 이 영화가 성공을 할 수있을 지에 대한 가능성 타진에 대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것 또한 전부 맞출 수는 없다는 한계성, 학교 안의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미연의 사고를 방지한다는 시스템에서 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빅데이터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는 결국 알고리즘의 발전과 개발, 또한  인간이 개입을 하지 않을 수없다는 한계에 부딪치는 것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하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든다고할 때 결국은 모든 자료수집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많은 가능성의 예측에 대한 입력 자체를 인간이 해야하고, 여기엔 객관적인 입장이 반영이 된다고는 하지만 인간적인 개인으로서의 편형성도 더해지기 때문에 전혀 짐작할 수 조차도 할 수없었던 오류의 문제점 발생이 생긴다는 사실에서 알 수가 있다.

 

또한 예술계조차도  점차 이런 알고리즘의 세계를 인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없는 현실에서 아무리 완벽하다고 인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할 지라도 , 인공지능의 로봇 출현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세계가 온다고 할 지라도 여기엔 한 가지 불합리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만이 가지는 정서, 즉 아무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게 맞는 짝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내 맘속의 감정이 기계가 선별해 준 사람과 도저히 맞지 않는다면 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 트럭운전사들만이 갖고 있는 교통흐름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운전을 해 나가는 것에 비해 정확한 데이터만 주입해 놓은 알고리즘의 체계에선 예상치 못한 경우가 닥칠 경우 과연 트럭 운전사 만큼의 능력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결국엔 저자의 말 처럼 모든 만물의공식이라고 생각하는 알고리즘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이를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의존해서만도 안된단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 인간이 해 주는 일 자체를 대신해 주는 세상이 도래한다해도, 하긴 지금도 은행창구나 병원, 타 기관에 가서 보더라도 이미 인력 자체가 소규모 상태로 변하는 시대로 보이긴 하지만 기타 변호사, 회계사, 국회위원이란 직업마저도 사라진다면?  화이트 컬러의 시대는 수명이 짧아지고 결국 살아남는 직업은 블루컬러가 된다는 말에는 일말의 섬뜩함마저 다가오게 한다.

 

결국엔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알고리즘에 대한 이용가치를 어떤 식으로 유용하게 이뤄나가느냐에 따른 문제점이 대두되기도 하는 이 책은 다양한 선별 사례와 많은 저자들의 책 내용과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 체감온도에서 느껴오는 것보다 훨씬 알고리즘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계기를 준 책인것만은 틀림이 없다.

 

다만 끝 부분의 여러가지 사례들을 통해 이런 것에 반대해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행동들과 인터뷰들도 함께 실었다면 (짧게 그친면이 없지 않아 있다.)비교해 가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간단하게 마무리짓는 듯한 느낌의 뒷 부분들이 매끄럽지 못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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