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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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연작 시리즈로 만든다는 것, 그것도 긴장감의 고조를 유지하면서 책을 시리즈로 낸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1부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란 책을 통해 훔친 메르세데스를 운전해 취업 박람회에 모여든 사람들을 무작위로 차로 몰고 가 죽인 범인 브래디의 행동을 저지한 사건은 이후 브래디가 무뇌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끼치고 2부인 <파인더스 키퍼스>란 사립탐정 사무소를 홀리와 함께 운영하면서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한 호지스 형사가 이후 7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으로 다시 브래디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3 부격인 <엔드 오브 왓치>다.

 

70세의 생일을 얼마 앞두고 있는 호지스, 메르세데스 사건으로  전신마비가 된 여성 마킨 스토버가 그녀의 엄마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놓아 버린 탓에 죽여주길 부탁해 원한 것처럼 죽었고,  그녀의 엄마 또한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이 된다.

 

 

전혀 자살의 흔적을 찾을 수없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호지스는 특유의 브래디를 연관시키지만 여전히 병동에서 주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좀체 증거를 잡지 못한다.

 

 

책은 현대의 발전된, 일부 가전제품처럼 다루는 컴퓨터와 재핏 커맨더라는 게임기를 이용해 자살을 부추기는 브래디의 행동을 통해 사건의 서막을 알린다.

 

 

주치의의 허가되지 않은 약물투여와 메르세데스 사건 당시 입었던 영향으로 뇌의 일부가 특이한 현상으로 살아나면서 타인의 몸속과 뇌를 조종할 수 있는 염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브래디란 인물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호지스와 대결하기 위해 최종의 미션처럼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주치의를 조종하고 심지어 자신까지 죽이는 행동, 그 후에 게임기를 받은 청소년들이나 그 주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뇌를 시키며 자살로 몰고 가는 현상들을 그린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들을 통해 왜 자살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은 물론 흔히 말하는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인간의 뇌에 심어놓은 정신적인 혼란을 야기시키는 조종력이 탁월한 브래디란 인물을 창조해 냄으로써 또 다른 스티븐 킹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완벽한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형사도 아닌 퇴직 형사로서 이제는 서서히 아픈 몸, 시한부라는 삶을 판정받은 호지스란 인물이  마지막으로 브래디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극한 상황에 몰린 브래디란 인물이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호지스를 기다리며 자신만의 꿈을 이루려는 대비되는 환경을 그림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자살을 시도해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거나 실패한 사람들의 면면들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형성하는 묘사가 뛰어난 글은 현재의 많은 청춘들의 고민과 열등감, 우울감등을 제대로 짚어낸 저자의 글에 힘입어 더욱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스릴과 공포의 분위기가 다른 책들과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총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글의 중간에 이미 다뤘던 인물이나 사건들에 대해 간략하게 표현된 부분들이 있어 이 책부터 읽어도 부담스럽지가 않다는 점이 스티븐 킹 나름대로 독자들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부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미국 드라마로 방영이 된다고 하니 미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과 비교해 봐도 좋을 듯하다.

 

 

서서히 자신 앞에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무리를 짓고자 했던 호지스란 인물에 대해, 저자는 완전한 완결 편을 원했던 것일까?

 

 

죽음으로서 남아 있는 홀리나 제롬은 물론이고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호지스를 그립게 만드는 것, 이 또한 스티븐 킹의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이라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벌써부터 호지스가 그리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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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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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이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흔한 말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은 유행 가사의 가사들이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다고 느낄 때가 많고 어느 한 구절을 특정해 기억해내며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정도의 음악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음악이 주는 다양한 역할은 실로 크다고 느끼게 된다.

 

뮤즈의 신, 인간에게 어떤 음률과 선율을 주고 익히게 하는 과정에서 발전되어 온 음악의 신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어 했을까?

사실 가장 기본적인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클래식에 관해선 유명한 구절만 약간씩만 알뿐 그 깊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외한으로서 모처럼 음악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접했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온다 리쿠의 신작, 제목도 꿀벌과 천둥이다.

언뜻 보면 제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제목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과연 무엇일까?

 

음악 중에서도 클래식, 그 가운데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전 세계 다섯 개의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오디션으로 시작되는 대회, 그중에서 일본의 요시가에 에서 벌어지는 대회는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이 콩쿠르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음악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인 것처럼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각각의 사연들은 모두 음악이 곧 자신의 인생이고 시작이며 그 힘든 과정을 무던히 이겨나가며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들 참가자 중 참가한 16살의 가마자 진-

 

양봉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일정한 교육도 아버지로부터 받고 있는 학생이자 한없이 순수한 청소년이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심사위원들은 특히 그가 유지 폰 호프만이 타계 전까지 직접 찾아가며 가르쳤던 제자란 점, 스승의 음악 패턴을 따라 하지 않은 과감한 음악 연주 때문에 합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게 하는 존재로 비친다.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얼마 전 타계한 유지 폰 호프만이 보내온 한 장의 추천서는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그를 ‘체험’하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녹턴’ 중에서)


 

 

 

클래식계에서 고정되다시피 한 불문율을 어기면서 자유자재로 음악을 다루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합격이냐 불합격이냐에 대한 진퇴양난에 빠진 심사위원들의 고충은 음악을 한평생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여기에 각 참가자들마다 갖고 있는 사연들, 또한 흥미를 유발한다. 

 유명 인사의 제자로 능력이 출중한 일본인 혼혈 마사루, 28세의 악기점 회사원인 다카시마 아카시, 한때 천재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으나 엄마의 죽음 이후로 잠적하다시피 은둔 생활에 접어들고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에이덴 아야까지 , 이들을 중심으로 총 3번의 본선 진출을 가기 위한 경연의 진행 과정과 최종 본선에 오르면서 그들이 펼치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장면을 끝없이 보여준다.

 

 

애제자로 남길 원했지만 받아들여주질 않았던 유지 폰 호프만이란 스승에 대한 경도 외에 서운함, 그 가운데 가자마 진 이란 청소년의 때 묻지 않은 음악으로 하여금 음악이 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아야의 깨우침, 그리고 평범한 집안의 한 가장으로서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아가시가 평소에 느꼈던 음악에 대한 신조를 통해 이 책은 경연이란 장치를 펼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들이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이란 것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한다.

 

 

클래식 경연대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이처럼 피를 말리는 과정이 있음을,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그 당시의 분위기와 체력의 안배, 곡 선정이라든가 피아노 조율사의 중요성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저자의 세세한 표현은 시종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인다.

 

 

 

 

 

 

 

 

상대의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모자란 점을 알아내고 다시 다듬는 정신의 숙련 과정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알듯 모를 듯한 청춘들의 로맨스, 가자마 진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은 비록 책 속이었지만 독자로서 그 현장에 가보고 직접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표현은 압권이었다.

 

 

 

 

 

 

 

음악을 밖으로 꺼내어 나오라는 뜻, 스승 유지 폰 호프만과의 대화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어떤 음악을 표현할지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는 가자마 진이란 인물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부족함이 있었기에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집중력을 과시하며 연주할 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이 사뭇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음악이 주는 전개 과정이 하나의 맞물림처럼 이어지는 흐름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 하지만 굉장히 어려울 거야. 진정한 의미로 음악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음악을 가둬두는 건 홀이나 교회가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이야. 경치가 아름다운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고 해서 '진정' 소리를 데리고 나갔다고 할 수 있을까? 해방했다고 할 수 있을까? -p305

 

책을 통해 음악이 주는 기쁨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책, 바로 유지 폰 호프만이 말했던 가자마 진은 과연 기프트였단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경쟁도 사소한 시기심도, 질투도 그 어떤 모든 것도 넘어서 하나의 일체감을 불어넣을 수 있은 매개체라는 사실, 인간에게 과연 음악이 없었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갔을까를 궁금해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경연 대회마다 연주하는 음악의 제목과 그 음악을 만든 음악가의 배경은 물론 특히 음악을 통해 하나의 그림처럼 묘사한 부분들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하나의 커다란 구상과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관객들을 이끌 수 있는 인간이 가진 힘, 거기에 자연의 소리인 꿀벌과 천둥처럼 몰아치는 피아노란 악기가 가진 그 괴력의 소리는 우아함의 극치였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한 조사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글 하나하나가 모두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 만큼 감동적인 책, 아니나 다를까 첫 구상으로부터 12년, 취재 기간 11년, 집필 기간 7년이 걸렸다고 하니 2017년 제156회 나오키상 수상작, 서점대상 2회 수상'이란 타이틀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처럼 책에 나오는 클래식을 찾아 들으며 읽었다.

그만큼 음악의 표현이 정말 궁금하게 만들었고 저자가 그린 문체의 세계가 음악과 맞는지를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던, 모처럼 귀가 호강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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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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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것은 승자에 의해 쓰였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들은 기본으로 삼아 알아간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하는 많은 사건들을 접할 때면 지금의 현실과 비추어서 비교하고 토론하고 그러면서 역사관을 갖추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의 심각한 부분들을 아주 쉽고도 재밌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역사란 말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나며 좀 더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 이야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동양인과 서양인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거나 공통된 부분들을 갖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저자의 말처럼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읽어야 할  사건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림도, 연표도, 지도도 없이 우아하게 읽는 세계사- P 29

 

책의 내용 안에 들어있는 소 제목처럼 다뤄지는 첫 문구이다.

 

 

말 그대로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룰 때 흔히 다루는 타 책들의 일렬식 나열이 아닌 순서도 없고 그저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에 맞춰서 쓴 듯한 느낌이 나는 이 책은 , 말하자면 저자의 책 제목처럼 세계사를 농담처럼 다룰 수 있게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쓴 점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렇다고 농담 따먹기 식의 이야기는 아니고, 예를 들어 14세기에 유럽인들을 공포에 몰아버린 흑사병, 뒤이은 종교전쟁, 사회, 철학, 기타....책 속의 내용들을 대하다보면  저자의 화려한 경력에 맞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역사의 진실성과 허구성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즐리언 반스는 자신의 소설 책에서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였다고 했듯이 지금의 역사적인 사실 또한 당시대를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그 진실에 얼만큼 가깝게  접근했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단숨에 살펴보는 46억 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두를 연 책의 시작은 큼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알아가는 세계사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 특히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들  중에는 종교와 유럽의 관계를 빼놓을 수가 없는 만큼 지금의 현 상황을 주시해서 생각해본다면 그 진행에 대해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가 있게 한다.

 

특히 역사를 바꾼 거대한 생각들 TOP 10, 역사를 대표하는 예술 TOP10...이런 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점도 한 눈에 들어오기 쉽게 편집한 점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계사의 변화를 알고는 싶으나 부담을 갖는 독자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우선 시작해보는 어떨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다시 펼쳐서 읽는 재미도 있고 몰랐던 부분들은 이번 기회에 알아가는 재미도 주는, 다양한 주제에 걸맞은 저자의 시종 유쾌하면서도 가볍고 그런 가운데 진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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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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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태어나 저승을 가는 우리들의 인생에는 참으로 많은 굴곡들이 있다.

이별이란 말이 통칭하는 그 의미 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지만 특히 장기 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지방의 어느 의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평소에 자신의 소신대로 서약했던 장기기증을 한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장기 기증 서약이란 말이 흔하게 들려오고 들어봤지만 이때만큼 큰 충격을 받은 적도 없던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장기기증의 범위에 관해서였다.

막연히 알고 있던 중요한 장기는 물론이고 이 의사는 생전에 뼈까지도 모두 기증을 한 상태란 점, 그때서야 아! 장기 기증에는 사망선고를 받은  목숨 전체가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19살의 시몽 랭브르는 친구 2명과 함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핀을 즐기는 청년이다.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지만 파도의 강약의 세기와 심장의 높낮이를 드러내는 듯한 그림이 곁들여져 있기에 이 책에서 의미하는 바를 십분 느끼게 한다.

 

서핀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차 사고를 당한 채, 응급실에 실려온 시몽-

사망선고를 받고 곧바로 부모와 함께 의사는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섬세하게 다룬 문체가 시종 24시간을 그리고 있으며, 그 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연들을 지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자, 장기 기증 서약을 받고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의사, 금 같던 내 자식이 어느 날 한 순간에 식물인간 취급과 함께 장기기증자로 선택받는 과정을 겪는 부모들의 비참한 마음의 심정이 고스란히 내보인다.

 

- '개죽음은 아니다, 이건가요?
알아요. 다 압니다. 이식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린, 그게 시몽이란 말입니다.
우리 아들이요. 이걸 이해하겠소?'-157p

 

삶과 죽음은 종이장 한 장 차이라고도 하지만 막상 내 자식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이런 일들을 당하고 있다면 과연 나는 이런 수락을 흔쾌히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선뜻 내킨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죽음에 관한 것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시몽의 부모처럼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면서 장기기증을 허락하기까지의 과정이 읽어나가기가 참 어려웠던 책이기도 했다.

 

책은 장기기증과 장기 기증을 수락하는 부모와 의사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진행 과정, 장기 기증을 받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그린 작가의 글이 시종 가슴을 울리게 했다.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른 삶으로 태어난다는 사실 앞에서 이 소설이 표현하는 내용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고, 또 그런 의미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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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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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문학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들의 대표작들을 시작으로 떠오르는 연상이 바로 이러하고 이러한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작품으로 인해 그런 각인된 시선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도 싶은  작품을 접했다.

 

스릴, 추리물. 특히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심리를 주제로 다룬 책들은 어떤 활발한 활동의 범위가 아닌 지극히 한정된 공간 안, 내면에 감춰진 그 어떤 것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충격과 반전, 그리고 액션 지향의 활자가 아닌, 그러면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의 포인트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주인공 테드는 아내와 딸을 놀이공원에 놀러 가게 하고 집안에 홀로 남아 자살을 이행하려고 한다.

권총을 집고 자신에게 쏘려는 순간 누군가가 계속 문을 두드리며 자살을 방해한다.

 

문을 열고 보니 린치란 남자가 있었고 그는 자살을 하느니, 누군가를 당신이 죽여주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당신을 죽여줄 것이다.  이런 제안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 나 스스로 자살을 해서 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기느니 차라리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상심의 고통은 덜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테드-

 

 

린치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 이후 자신에게 올 그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진행상황을 거치며 독자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이러한 전개의 과정이 테드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란 점, 테드를 상담하는 의사 로라의 주도하에 그가 감추고 있는 진실에 다가서면서 그가 왜 이토록 괴로워하는지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책은 인간의 의식 속에 숨겨진 자신만이 알고 있는 끔찍한 기억을 간직하기보단 피해보려는 의도적인 행위와 그 행위를 통해 과연 테드에게 벌어진 일들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환상에 그친 부분들은 무엇인지를 도통 헷갈리게 하면서 책의 흐름을 제대로 짚고 읽어나갔나 하는 의심마저 부여한다.

 

테드가 보았던 주머니 쥐의 출현, 과연 아내와 자신이 죽인 자인 웬델과의 불륜은 사실인지, 린치가 말한 사실대로 실행에 옮겼지만 정작 린치란 사람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의 도입 부분부터 강렬하게 와 닿았지만 이토록 반전과 반전, 미리 이런 류의 책들을 통해 대강 진행의 예상 정도는 하고 읽지만 이 책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읽어보면서 같이 의논을 하고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는 책들은 드문데, 이 책은 그런 범주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리뷰를 쓰는 데에 있어서 스포를 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독자들이 상상하는 그대로의 예상을 허무는 반전의 맛을 즐기시라고~)

 

 

저자가 오랜 구상 끝에 다듬은 글의 진행이 확실히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 미쓰다 신조가 말했듯 '독자의 모든 예상을 가차 없이 배신하는 소설'이라고 했던 말이 결코 그저 허투루 한 말이 아님을 증명해 준 책이다.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심리 스릴을 원하시나요?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단연코 압권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책에 한 표를 던질 수 있게 하는 책, 여러분도 지끈하고 무더운 이 계절을 잠시나마 탈피하고 싶다면 기억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테드와의 여행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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