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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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권만 읽고 다른 책을 읽으려다 부동자세로 꼼짝 않고  읽어버렸다.


주인공 엘리자베트 조트가 여성으로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성 화학자, 이것도 틀렸다.



한 명의 화학 과학자로서 그녀가 여성이란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이 시대와 사회적인 모순과 관습을 통해 어떻게 꿈이 좌절되고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을 일궈나가는지를 그린 내용은 1960년대를 관통하는 삶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도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독학으로 대학원에 입학하고 그녀가 교수에게 당한 일로  인해 석사 학위만은 준다는 식으로 쫓겨나고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도 조차도 여성이라 하면 당연히 행정직에서 일한다는 고정관념,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출산과 가정의 일을 맡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던 그 시대에 그녀는 어떻게 보면 정말 특이한 케이스처럼 보인다.



불운한 가정사를 떨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대해  그녀의 재능과 능력을 연구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고 응원한 캘빈과의 사랑으로 맺은 결실은  임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해고당한 일들이 비단 60년대가 아니더라도 근 얼마 전까지의 우리 사회 직장 내에서의 모습과도 같음을 보인다.



자신의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하고 살기 위해 tv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 그녀가  자신만의 의지 관철로 이뤄진 프로그램 방식은 일명 '요리는 화학입니다.'란 것을 통해 화학이 요리에 어떻게 적용되며 이어 세상의 순리,  모든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루는 진행은 책에서 좀체 눈길을 돌릴 수 없게 한다.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룹니다. 화학은 바로 삶입니다. -2권 p 87




인간이 만든 관습과 사회적인 체계, 그것이 누구를 위한 삶인가에 대해 생각을 던지는 메 순간 장면마다 그녀가 부딪치는 과정들은 단순히 가정에서 가정주부란 인식을 갖던 모든 여성들에게 그냥 가정주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엘리자베트만의 대화법으로 자각을 일깨운다.




당연하다고 느꼈던 작은 일들,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으로 인식되어버리는 어린 시절부터의 생각 심어주기부터  직장 내에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임금차별과 능력 무시, 이러한 편견과 사회적인 부조리 속에서 꿋꿋이 정면을 마주하며 나아가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 성장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습득되고 불편하지만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는 회피, 여기에 여성이 같은 여성에게 행한 말과 행동들이 되려 더욱 큰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보인 사례들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런 점에서 엘리자베트가 건넨 말 한마디로 꿈꾸어 오던 의사의 길을 들어선 주부, 야간 대학에 등록한 여성, 그리고 조정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제시한 영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과정들을 통해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남성, 여성이란 젠더의 구분을 떠나 동등한 한 인격체로서의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엘리자베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 저자의 글은 남성들도  엄마의 몸에서 태어났고 , 그 자신도 언젠가는 한 딸아이의 아빠가 될 수 있음을, 그래서 더는 이 세상에서 여자란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여건에 머물지 않는 화학 융합 작용으로 순리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과학적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던진다.





철저해도 너무나 철저한 화학자 엘리자베트, 조정 조차도 과학적 근거에 익히는 모습과 캐빈이 조정을 가르치는 부분에서 터지는 웃음(역시 전공은 못 말린다.) 마지막 TV  책임자의 심장마비 부분에선 불안한 순간임에도 팍 터지는 여유를 선사한 저자의 강약 조절에 대한 능수능란함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저자의 나이를 보니 65세, 아마도 그녀가 그린 시대적 배경 자체가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한 부분을 체감하며 그린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글들이 인상적이었다.









화학이 이렇게 재밌는 학문이라고! 를 연신 생각하며 읽는 동안 엘리자베트가 만든 브라우니가 먹고 싶어졌다.



만일 실존 인물이라면 한국의 파전이나 김치 부침개를 들고 방문해 요리 화학작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그러자면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는 엘리자베트의 말을 들어야겠지?




드라마로도 만날 수있다니 여주인공 캐릭터를 어떻게 살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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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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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 무사시노 지역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매장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28살의 계약직 사원 다니하라 교코는 야마모토 점장님의 아침 조회 때마다 맥 빠지는 이야기와 눈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조차 모호한 웃음, 사람 속을 열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상사 때문에 혈압 상승이다.



게다가 책을 가까이하고 있는 책임을 갖고 있는 자리인  점장이란 위치가 무색하게도 책을 별로 읽지 않는 것은 물론, 여기에 기피 대상인 고객의 요구를 일일이 대응하자니 하루하루가 더욱 힘겹다.



더군다나 자기의 의중을 알아주던 직원 고야나기 마리마저 개인 일로 퇴사를 하니 정작 서점에서의 일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어릴 적만 해도 동네 서점이 많아서 문구를 겸하고 있는 곳이 있는 곳, 책만 전문적으로 하던 서점들이 있어 책을 구매한 기억들을  지닌 독자라면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서점의 풍경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평소 궁금한 책을 구매하거나 신간 코너를 통해 책 구경을 하러 가는 서점, 그 서점에서 책을 정리하거나 책을 찾아주는 직원들의 행동들 속엔 진정으로 책이 좋아서 일하는 모습들이 작품 속에 곳곳이 드러난다.



출판사와 서점 간의 관계, 출판사 영업사원과 직원과의 관계, 정작 고객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고 판매를 하고 싶어도 유통관계와 이익관계 때문에 대형 서점에 밀리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서점에 해당돼 책 판매를 못하는 안타까움들이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 몰랐던 부분들을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게 된다.




하루에도 이 직장을 그만두리라 마음먹고 가방에 넣고 다닌 사직서, 그녀의 열정 페이를 알고 있는 동료와 점장의 다른 방향으로 그녀에게 보내는 응원이나 행동들이 익명 작가가 쓴 신작에 대한 사인회와 맞물려 미스터리로써의 장치와 점장과 다니하라 간의 코믹한 설정과 대사들이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그린다.




-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서점 직원 한 사람이 그만두면 손님이 만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잖아요? 실제로 제가 그랬고요. 다니하라 씨가 서점에서 일했기 때문에 저는 《공전의 에덴》과 만날 수 있었어요. 계속 살아갈 수 있었어요. 그건 도미타 아카쓰키 씨가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봐요. 그 소설가가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있는 것처럼 그 서점 직원밖에 장점을 전달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고, 원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 p 54




하루에 출간되는 많은 책들 속에 직원이  권해주는 책이라면, 믿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단 생각, 먼저 출판사에서 보내온 교정 원고를 읽고 느낌을 솔직히 말하는 서점 직원의 자세들은 책을 쓴 저자나, 읽는 서점 직원의 입장, 출판사 입장에서도 모두 '책'이란 것을 통해 상호보완 교류 작용으로 하나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흐름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 “나도 책에 구원받은 적이 있어.”



책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서 위안을 받아본 경험을 가진 적이 있다면, 아마도 다니하라가 서점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또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책이 입고되면 진열하고 재고 정리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책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일이 서점 직원분들이 하는 일로 알고 있던  생각을 바꿔 준 책으로 생각보다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는 모습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점장이란 캐릭터는 이 모든 고충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응원을 보낸 것이 아니었을까를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워할 수도 없는 반전의 점장 캐릭터 탄생, 유쾌하면서도  직장인들의 애환으로 인한 찡한 공감을 통해 따뜻하게 그린 내용이라 책을 좋아하고 책 향기가 주는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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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의 웅변
빌 프랑수아 지음, 이재형 옮김 / 레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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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70%를 차지한다는 바다, 그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과 신비로움을 들려주는 내용은 한 마리의 정어리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시절 우연히 마주친 정어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해양 관련 공부를 한 저자의 글은 바닷속 생물들의 다양한 종들이 어떻게 집단으로 또는 독립 개체로서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살아가는지,  층층이 그들만의 후각과 바다색을 통한 기억과 언어를 이용해 생존 방식을 터득해 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어리의 찬란한 등에서 빛나는 색깔이 빛의 반사를 이용해  적으로부터 위협을 모면하는지에 대한 떼 합창식으로 단체 행동하는 모습이나  불협화음으로 인간들이 전쟁을 일으킬뻔한 청어 사례들은 단순히 알고 있던 바다의 이미지 외에도 신비 그 자체로서 생명의 연속성을 느끼게 한다.







푸른 바닷속의 찬란한  깊이에서 볼 수 있는 산호들, 그 산호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물고기들의 생존의 이야기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탐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많을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무심코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들, 그 생선들이 자신의 고유 이름을 간직하지 못한 채 상표 이름으로 진열돼 인간에게 식용으로 전락하는 일들이나 고대 로마에서 명예의 색으로 생각했던 자주색을 뽑아내기 위해 쇠고등을 잡던 일, 진주를 얻는 행위, 유대인들의 청색 치치트에 얽힌 비밀이 풀리기까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자연이란 생태계에서 인간의 탐욕이 들어선 순간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과거 원주민들이 일정량만 낚시를 통해 잡으며 빨판상어와 대화를 통해 서로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한 이야기들을  비교해 볼 때 그들의  바다의 목소리에 좀 더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거울의 전설을 믿었던 과거의 우리 조상들의 후손인 우리들이 바다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단순히 식용과 이익의 차원에서만 이용할 것이 아닌 다가적인 귀를 기울인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말엔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부분을 던진다.








특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안초비 떼들이 바다 위에 올라오면서 펼치는 장관과 여기에  제비 갈매기, 돌고래, 바다 오리들, 참치들이 합동으로 연출하는 장면을 그린 글은 머릿속에 연신 그림이 그려지면서 마치 아이맥스에서 보는 장면처럼 다가온 표현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나하나의 생명체가 들려주는 소리에 대한 표현들 역시 타악기나 그밖에 비유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은 과학에세이, 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하는 동시에 그들의 공간과 삶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삶에도 차용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런 귀기울임이 언젠가는 집단에서 떨어져 홀로 유영하는 정어리 한 마리가 먼 훗날 우리들이나 우리 후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날을, 어쩌면 인어 공주가 먼 심해의  바다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들려줄 날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우리 인간들 또한 타인과의 대화에 있어 이 생물들처럼 각자만의 고유 언어로 강압이 아닌 서로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노력들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꿔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내용이 정말 좋았던 책이라 읽는 내내 해양생태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단 마음이 들게 한 책으로  저자의 글과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바다와 신화, 역사, 전설을 마음껏 헤험친 시간이었다.





 - 시간을 내어 바다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우리는 그들이 이야기를 쓰는 데 동참할 수 있고, 이야기의 끝을 선택할 수 있고, 그곳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p 141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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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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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멍 ~ 하니 있거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팝이나 가요와는 다른 고전의 색채가 물씬 풍기는 클래식을 듣고 있을 때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예전에는  CD나 MP 3에 담아 듣던 것에서 지금은 휴대폰에 저장해 듣는 것으로 바뀐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음악의 대가들에 관한 이야기에 담긴 음악의 ~주의라고 주입식으로 외웠던 것이 이 책을 대하면서 문득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음악가와 그 음악가가 남긴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배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스토리 개념을 십분 활용한다.



당시 음악가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 음악 후원자 밑에서 일을 하거나 음악 교습을 했던 삶들은 겉으로는 화려한 지휘자이자 작곡가로서의 면모였다면 그 안에는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단 사실들을 들려준다.



 하이든의 엄청난 다작의 결과물들이 사실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전속 음악가로서 많은 작품을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됐다는 사실은 역으오 지금 우리들이  그가 남긴 음악들을 즐겨 듣는다는 사실로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천재 음악가로서의 모차르트 생애, 피아노 시인이라 쇼팽과 조르주 상드와의 사랑은 워낙 유명한 일이고, 슈만과 클라라 부부의 환상적인 커플의 음악 이야기들을  다룬 내용들은  알고 보면 그들의 삶도 보통의 우리들처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특히 책에서 다룬 음악가들의 생애를 통해 음악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에 따른 음악 사조에 대한 유행과 병마, 가십거리의 사랑, 금전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워커홀릭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사생활까지 시간을 다투며 일한 사례들은 어렵고 지루하다고만 느낄 수 있는 클래식에  스토리 형식을  접목해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한다.








각 음악가 코너마다 QR코드가 있어 바로 영상으로 연결돼  음악이 탄생한 계기와 듣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구성이 이해력을 돕는데 좋은 사례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리스트의 음반도 오랜만에 꺼내 들어보고 그 음악에 사연이 담긴 이야기 속으로 빠져도 본 시간, 클래식에 입문하는 분이나 어렵다는 분들에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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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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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그동안 일본에 대해 다룬 책들을 통해 아는 부분도 있고 몰랐던 부분도 있지만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살면서 체감한 글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가 1960년대부터 50여 년에 걸쳐 쓴 일본에 대한 산문 중 20편을 골라서 실은 이 책의 구성은 정말 다양하다.



일본의 형태부터 마지막 일본 미학의 소고를 다룬 부분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지낸 외지인으로서 바라본 관찰들은 지금의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국민들이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져 왔는지를 말한다.



일본 패턴의 원형이 되는 모델은 자연으로서 그 자체로서의 자연을 형식과 디자인으로  끊임없이 만들어 일본을 규정지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파친코에 대한 부분은 이들이 파친코를 찾는 이유는 제2차 대전의 패망 후 확실성이라고 믿었던 존재가 사라지면서 상실감을 잊기 위함이란 말도 들려준다.



그런가 하면 워크맨과 망가의 유사점은 단순히 듣고 짧은 시간에 보는 즐거움이 현실세계로부터의 격리를 의미한다는 말이 다른 면으로 관찰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나카마 라 불리는 그룹이 모여 개인과 사회 전체를 이루고 리듬이란 차원에서 시간 개념이 서양의 시간과 전통적인 시간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현대적인 일본의 한 단면인   직장 내에서의 일을 예시로 다룬다.(퇴근 후 회식모임을 통한 친목도모)



또한 일본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일본 내의 인식을 영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 들려주는 한편 죽음에 대한 일본인들의 자세와 장례절차를 서양과 비교해 본 글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저자는 오즈 야스지로나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서양에 알린 바가 있고 한때는 영화평론가이자 큐레이터로서 일한 이력이 있다.)








아무래도 외지인으로서 살아온 시간을 통해  저자가 느끼는 일본인의 심리들에 대한 부분인  친밀함 속에 거리두기는 지형과 미군정의 영향을 받았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영향, 그럼으로써 경계를 통한 취할 것은 취하면서 발전을 해온 그들만의 방식을 다룬 글들은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인상이 떠오르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가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읽으면서 루스 베네딕트가 쓴 글과 자연스럽게 비교해 보게 되는데, 국화와 칼이 정적인 느낌이라면 이 책은 좀 더 동적인 분위기로 다가왔다.



이는 다른 방향으로써 취한 글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실제 일본에 대해  심도 있는 관찰과 관심의 부분들이 전방위적인 부분이란 점에서 더욱 가깝게 다가온 부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일본 미학 소고 부분'을 다룬 부분은 동양권에서 말하는 여백과 공백, 자연과의 관계, 다도를 통한 미학을 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들의 뉘앙스 차이까지 세심하게 다룬 글들은 이 책에서 가장 의미 있는 챕터란 생각이 든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서히 꺼져가는 모습들도 있지만 그래도 밑바닥엔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 일본, 나라의 틀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면서도 양파 같은 나라, 비움과 공백을 추구함으로써 완성된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 나가는 곳,  일본에 대해 다른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 좋은 취향을 즐기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자신이 느끼기에 


무엇이 좋은 감각인지 정하기만 하면 된다 - 도널드 리치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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