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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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타고니아 고원으로 차를 몰고가던 나는 길에서 웅크리고 있는 파란 망토에 붉은 부츠를 신고 줄무늬의 바지를  입고 있는 한 남아를 발견한다.

 

그냥 지날칠 수없어서 같이 동행을 하게되는데, 이 소년은 알고보니 자신이 알고있던 어린왕자-

 

그 어린왕자는 별들을 웃게 해주던 친구 양,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주던 꽃, 제 자신을 조언도 해주고 지켜주던 잡초를 볼 수 없게된 슬픔, 즉 삶의 기쁨과 행복 그 자체를 잃어버리면서 지구에 다시 자신의 친구인 비행기 조종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자신이 알고싶은 것에 대해 묻기시작하고 나는 그에 대한 내가 겪은 경험, 사랑, 용서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게된다.

 

 길가에서 개를 치게되고 왕자가 죽어가는 개를 쓰다듬으면서 행복한 죽음을 맞는 것을 보게 된 나는 개 주인이 왕자만 오라하면서 그의 강아지를 선물로 받아오게되는 것을 본다.

 

강아지의 이름을 날개라 지으며 다시 길을 나서면서 만나게되는  타 가족들을 만나게되고 왕자는 자연스런 사람들 속에 섞이기위해 자신의 옷을 벗어버리고 평범한 아이의 복장으로 바꿔 입는다.

 

레스토랑에 있던 가족들에게 날개를 선물함으로써 둘이 남게 되지만 바로 다음 날 다시 날개가 홀로 있는 것을 보게된 둘은 날개를 다시 동행하게되고 그 가족들에 대한 원망을 하게된다.

하지만 다른 장소에서 그 가족의 아버지로부터 들은 사실은 날개가 자신들 모르게 없어졌단 사실을 알게되고 내가 가고자했던 장소에 이르러서 만난  술에 취한 부랑아를 만나게 되면서 어린 왕자는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 곳과 있어줘야 할 사람 곁에 자신이 필요하단 사실을 깨닫고 나와 헤어진다.

 

이후 나는 그 어린왕자를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

 

누구나 유명한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읽었을 것이다.

 

생텍쥐베리가 그린 그림과 글 속에서  어른들이 가진  속물의 근성에 물들어가던 심성에 일말의 일침을 내던진 어른동화인 어린왕자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있는 이 책은 공교롭게도 프랑스 작가가 아닌 아르헨티나의 작가가 마치 그의 대를 이어서 쓴 것처럼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가 없는 글을 보여준다.

 

누구나 겪었을 순수와 사랑에 대해서,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 , 나라고 하는 사람이 어린왕자와 같이 동석하면서 그에게 묻는 말에 가르쳐주고 일러주지지만 정작 나중엔 자신이 그에게서 미처 몰랐던 자신이 깨달음을 느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말보단 순수함에서 우러나오는 어린왕자의 행동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도 그에게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제시에 대한 물음에 답을 주곤 있지만 결국엔 그것이 자신에게 자기가 해 주는 말이란걸 깨닫게되는 과정이 높고도 험한, 기후도 좋지않은 파타고니아 고원을 향해가는 여정속에서 그려지는 문장 한 구절 한 구절들이 버릴 것이 없는 깊은 울림을 준다.

 

기존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오렌지 비치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인생의 소소한 행복과 느낌들이 이 책에서도 어린왕자의 순수함과 자체 발광을 한다.

 

전작인 어린왕자가 자라서 소년의 모습으로 지구에 온 모습속에 과연 그 세월동안 우리네 인간들은 얼만큼 성숙해졌을까 하는 물음도 묻게되는  소중한 깊은 뜻을 울리는 책이다.

 

책을 덮고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 밤 하늘에 빛나는 수 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

많이도 듣고 불렀던 노래인데, 지금도 간간이 라됴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새삼 그 시절의 향수가 절로 몸에 배이는 묘한 감흥을 일으키는 책이다.

 

*****

사랑의 기술에 대한 백 권의 책이 한 번의 입맞춤에 미치치 못하고 사랑에 대한 백 번의 연설도 단 한 번의 행동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P 107

 

*****

과거의 추억에만 얽매이면 현재의 새로운 경험을 제대로 즐기고 누리지 못해 -P 118

 

*****

사랑하고 용서하면 행복해진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용서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 하고 용서 할 수없는 거야. - P165

 

*****

사실 용서를 통해 복을 받게되는 사람은 바로 용서를 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용서하지 않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것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자신을 괴롭히게 되는 것 아니겠어? - P 171

 

*****

사랑한다는 것은 뭘 하든 포기하지 않는 거란다. 그러니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 P 189

 

*****

사랑에는 실패가 결코 있을 수 없단다. 유일한 실패는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야. - P 190

 

*****

매일매일이 마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니!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일을 단념하겠니? 

 꼭 해야 할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거야. 그래서 나도 죽음은 일단  우리가 세상에서 배워야 할 일을 모두 배우고 나면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 P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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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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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1000 년경에 소금장수 라르트는 작은 언덕에서 마을을 이루고 사는 마을 사람들의 대상으로 소금을 판매하러 다니던 중 타르케티오스라는 숙련된 금속 가공기술자를 만나게되고 같이 사슴고기를 나누어 먹게된다.

 

각자의 유영지에서 잠을 취하던 중 라르트는 불꽃 속에서 날개를 갖고있는 남근상인 파스키누스를 보게되고 그것이 이끄는대로 자신의 딸인 라라를 타르케티오스에게 보내게된다.

 

다음 날 그 둘은 헤어지면서 각자가 가지고있던 가장 소중한 소금과 자신의 목에 걸고있던 금속덩어리를 주게되고 라라의 몸에 그의 씨앗을 태동시키고 떠난다.

이를 시기한 라르트 가문의 사람인 포는 그와 그의  일행들을 죽이게되고 이후 포는 라라와 결혼,  그녀가 낳은 아들을 자신의 자식으로 키우게되고 라라는 아들에게 황금호신부를 주면서 점차 집안의 대대로 전해지게된다.

 

당시의 시대는 이집트의 파라오지배, 트로이전쟁, 200년 전의 아리아인들의 건설적인 시대로 접어든 해였지만 여전히 로마라는 나라 자체가 태동되기 전이었던 바, 카쿠스란 괴물이 사람들을 잡아먹고 괴롭히게되자 마을사람들은 처치곤란에 빠지던 차 헤라클레스 등장으로 위기를 모면, 나중에 라라의 후손인 포티티아와 동침, 루마라 불린 땅에 최초로 제단을 받게된다.

 

이는 곧 포티티아의 아버지인 포티티우스와 그의 친척관계인 피나리우스가 공동으로 제사를 맡게되면서 대대로 전해져오게된다.

 

세월이 흐른 후 대대손손 포티티우스의 목엔 피나리우스 목걸이가 걸어지게되고 돼지치기의 양자로 길러진 로물루스와 레물루스는 포티티우스와 친구가 되어 지내게된다.

 

이후 본격적인 로마의 태동이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들, BC753년에 로마 탄생, 성벽건설, 로물루가 레물루스에게 승리를 하면서 피나리우스에게 의지를 하게되고 포티티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사제로 남게된다.

 로물루스의 왕국의 체제과정과 사비니족을 초대해서 그들의 여인들을 납치, 아내로 삼는 과정, BC 510년엔 로물루스 죽음 이후 원로원에서 선출된 왕이 종신직이며 원로원은 왕이 될 수 없는 결정, 사비족인 아투스 클리우수스가 로마에 귀화하면서 아피우스 클라디우스라 바뀌고 본격적인 로마에 정착해서 정치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 뒤에 연이은 12표법 제정과  아피우스 클라디우스의 계략에 이은 강간사건, 파스키누스를 대대로 지켜온 가문에 노예란 신분으로 전락한 펜나투스라 불린 사내아이가 다시 신녀인 피나리아와의 사이에서 나은 아들을 도르소란 귀족에게 입양을 시킴으로서 피나리우스의 존재를 이어나가는 행보를 보인다.

 

양자로 입적된 그 아이의 이름은 비로소 가이우스 파비우스 도르소 펜니투스라 불리며 손자대로 넘어오면서 손자인 카이소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입양아였기 때문에 확실한 가문의 일원이 아니란 사실, 이것을 걸고 넘어지는 티투스포티티우스를 죽이게되고, 헤라클레스의 제사권은 양도를 하게된다.

 

68년 뒤의 스키피오가 등장하면서 그의 친구로 등장하는 후대의 카르소는 스키피오와 한니발의 대결과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게되고 그가 숭배한 바쿠스 신을 믿는 자들의 색출사건으로 더욱 몸을 사리게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스키피오의 딸인 코르넬리아가 낳은 티베리우스와 가이우스의 평민을 위한 개혁의 좌절, 술라시대로 접어들면서 살생명부라 불린 공포의 정치를 거치면서 카이소의 딸의 자손인 루키우스는 자신의 처남인 카이사를 살리기위해 억지로 아내 율리아와 이혼을 하게되고 그들 사이에 낳은 아들 루키우스 피나이우스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그들의 아이로 성장하게된다.

 

카이사르의 대두로 원로원은 위기를 느끼게되고  자신에겐 증외조부인 카이사르에 대한 그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알게 된 루키우스 피나리우스는 이를 막아보려 하지만 저지를 당하고 카이사르는 암살을 당하고 장례를 성대히 치르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의 유언대로 옥타비아누스를 자신의 양자로 입적시키되 재산의 절반을 주게되고, 나머지 절반은 둘로 나뉘어 그 중의 일부가 루키우스 피나리우스에게 넘겨진다.

 

 먼 훗날 루키우스는 자신의 손자에게 대대로 전해져오는 , 형체를 거의 알아 볼수없는 목걸이로 걸어지는 피나리우스를 전해주며 그간 자신이 겪은 정치적인 파동의 얘기를 들려준다.

 

로마 서브 로사를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의 저자가 내놓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주에 탄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로마라 하면 유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뿌리이기에 다른 대다수의 책들이 시종 투박하고 진중한 역사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런 부담감이 없이 그저 로마라는 나라가 어떻게 태동이 됬으며 카이사르가 어떻게 암살이 되었는지에 대한 사실적인 역사를 신화의 결합과 그 주위 의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서 쉽게 수긍이 갈 수있는 이야기를 엮었다.

 

기존의 책들이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물루스가 시조인것을 바탕으로 엮어나갔다면 이 책은 그 이전부터 있어왔던 상인들의 교류를 바탕으로 시작이 되고, 실지 이 책의 아주 중요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있는 호신부를 상징하는 파스키누스란 남근상을 등장시킴으로서 로마란 나라가 이루어지고 갈리아인들의 침략, 내분, 공화제, 원로원, 제정으로 이어지는 로마의 역사를 함께하게되는 과정을 마치 실지의 역사속에 등장한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진다.

 

아마 저자는  참고자료를 토대로 로마인들이 믿었던 다수의 신전과 신상들 속에 이미 파스키누스란 남근상도 로마인들이 믿고 있었던 다종교의 하나로 생각해 이야기의 토대로 사용했던 것이 아니었나싶다.

 

로마사를 서술할 때 대부분 소수의 정치세력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간 다른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역사의 하나의 태동을 이룬 시기부터 주변의 평범했던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서 그들이 보고 듣고 실지 체험해나간 하나의 역사현장을 보게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실지 읽다보면 미드 "로마"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그 만큼 주위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역사의 한 부분부분들이 기막히게 엮어들어가는 과정이 재미가 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카이사르의 죽음이후 옥타비아누스가 제정 초대 황제로 등극하게되는 일련의 과정이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몇 대의 같은 이름을 가진 후손을 등장시킴으로서 파스키누스의 영속성과 역사의 한 중요한 사건에 그들을 참여시킴으로서 상.하 권으로 나뉘어진 책 안에 모두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단 점에서 역시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같단 생각이 들었다.

 

로마 서브 로사에서 고르디우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면 여기에선 파스키누스를 대대로 이어받은 자손이 역사속의 중요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나감으로서 로마에서 이뤄지고 있던 시빌레 신탁서, 칸나이 회전, 베스타 신녀들의 비행으로 받는 처벌의 형태, 포로들의 구원요청방법, 목욕방법, 동성애에 대한 로마인들의 생각들을 두루 볼 수있어서 로마사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단은 가볍게 훝어보는 시각으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히고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로마의 정치를 다룬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작가 자신의 생각과 상상의 토대로 이뤄진 정치적인 면이 많았다면 이 책은 로마라는 역사를 통째로 가볍게 읽을 수있게 시대의 흐름을 과감히 뛰어넘되, 중요한 부분은 주요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쉽게 알려주는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부분적으로 읽어도 무방한 책 구성이 좋게 지어졌단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로마 서브 로사란 책 시리즈로 4권이 나온 걸로 알고있고 이미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이와는 또 다른 로마를 다룬 책이라 다른 각도에서 다뤄진 저자의 로마에 대한 해박한 지식, 곁다리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글의 솜씨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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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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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네스비트는 변호사인 부인 잔으로부터 이혼 청구서류를 받게되고 여행을 하게된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독일에서 소포가 배달되어 있고 겉엔 '두스만'이란 이름이 붙어있었다.

 

1984년 26살의 토마스는 베를린에 갔고 작가인 직업에 따라서 첫 출판의 성공이후 두번 째 책을 출판하기위해 베를린에 정착, 소설형식의 기행문을 내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자신을 사랑한다던 여인으로부터 도망치다시피 머문 베를린에서 그는 라디오리버티란 방송국의 작가겸 성우로서 일을 하게되고 같은 집을 쓰게된 동성애자이자 화가인 알스테어와 지내게된다.

 

지국장과의 만남에서 번역일을 하고 있는 페트라 두스만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한 토마스는 그녀에게서 풍겨나오는 느낌이 자신과 같음을, 지성, 자유, 자신감, 그리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자신의 원고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기회로 둘은 급속히 사랑에 빠지게되고 그녀가 동독출신으로 좀 더 넓은 아파트를 원한 나머지 사랑도 없는 유르겐 작가와의 결혼생활을 하게 됬으며  아들 요한을 낳았음을 듣게된다.

 

유르겐의 체제에 불응하는 작품의 활동과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인해서 유르겐은 감옥에서 자살하게되고, 페트라도 또한 갇히면서 취조를 받게되는 와중에 아들 요한을 만나볼 수 없는 상태로 서방의 인질과 맞교환 상대로 뽑혀서 서독에 망명오게 된 사연을 토마스에게 얘기한다.

 

그녀 자신이 믿고있었던 친구 쥬디스가 밀고해 배신당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아들 사진을 보관하고 있단 편지를 받게 된 얘기를 듣게 된 토마스는 자신의 미국국적을 이용해서 동베를린의 쥬디스를 만나게되고 우여곡절 끝에 사진을 빼내오는 데 성공, 페트라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둘 만의 파리여행에서 토마스는 그녀에게 결혼을 청혼하게되고 대사관에서 모든 절차를 마친 후 그 둘은 각자의 일로 집을 비우게된다.

 

토마스는 베를린주재 미 정보국 직원인 윌터부블리스키와 면담하면서 페트라가 이중 간첩으로서 그간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 추적과정 얘기를 듣게되고 여러가지 증거물들을 보여준다.

 

사랑했던 그녀를 믿지 않을 수없었던 토마스는 윌터가 지시한 대로 자신이 인터뷰한 원고를 집에 놓게되고 그것을 사진찍던 페트라를 발견, 그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정보국에 넘겨지는 것을 보고만 있게된다.

 

협박조로 미국으로 다시 오다시피한 그는 잔과 결혼하게되고 , 페트라가 자신의 아들 요한에게 부탁한 , 그간의 사정을 글로 써놓은 노트 2권을 통해서 진실을 알게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적인 삶을 갖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어떤 일을 실행함에 있어서 우린 선택의 기로에 섰고 토마스는 자신의 청춘을 불사르며 진정으로 사랑했던 동독출신 페트라란 여인과의 사랑을 잊지못한 채 가정생활을 영위해나가는 작가로 나온다.

 

정보국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레이더 망에 걸린 채 그녀와의 사랑하는 면만 보게된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페트라가 그토록 애원하고 말하려했던 그 순간을 들어만 줬더라면 아마도 이 둘의 인생의 방향은 180도로 달라졌을 것이다.

 

그 자신이 용납할 수없었던 자존심 하나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이용해서 아들 요한 사진속에 마이크로필름이 들어있단 사실, 자신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그녀의 일거일투족을 감시하고 감시의 망을 벗어나지 못하게 성적으로 갈취했던 해첸이란 인물에 대해 듣게됬을 때의 토마스는 이미 페트라란 여인의 진실을 보지 못한 , 냉정한 사람으로 변한 후였다.

 

페트라가 다시 동독에 끌려가서 다시 아들 요한과 살게되기까지 겪은 경위, 방사선의 노출로 암으로 죽게되면서 평생 그 만을 사랑했고, 그가 출간한 책이면 모두 모은 사실, 그의 글에서 그의 감정을 느끼고 아들에게 말한 사실은 토마스마저 자신의 감정을 그토록 정확히 알았던 사람이란 사실에 자책과 후회의 감정을 느끼는 장면 묘사가 더 없이 쓸쓸하게만 보인다.

 

아들 요한을 포기하면서까지 토마스와의 미국행을 결심했던 페트라의 치밀한 해첸의 살해는 그래서 한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그녀를 외면했던 한 중년 남성의 사랑이야기가 내내 가슴이 저려온다.

 

"사랑, 진정한 사랑, 지금껏 한 번도 못 느낀 사랑!"- 페트가가 남긴 편지에서

 

"우리가 순간을 붙잡지 못한다면 그 순간은 그저 '하나의 순간' 에 불과할 뿐야. 그런 인생을 단지 의미 없는 시간의 흐름일 뿐이라 생각해.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인 순간들의 합." - P 568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P 592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제는 아무런 꺼리낌없이 드나들고 있는 현재의 독일의 모습이 토마스에겐 낯설게만 느껴지고 책의 표지 그림에서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남녀의 외로운 모습이 아주아련하다.

 

아들 요한을 되찾기위해 스파이 활동을 해야했던 한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진정한 사랑 앞에서 두 가지를 놓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모습, 경직된 동독사회의 체제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현재의 우리분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순간의 결정으로 인해서 두고두고 인생의 진정한 사랑하기를 실패한 이 뒤늦은 사랑의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 이. 순. 간. 이란 단어 앞에서 우린 과연 얼마나 냉철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동성애자인 알스테어란 인물의 성격이 자뭇 유쾌하면서도 힘든 사랑을 하는 모습의 설정이나, 토마스의 딸인 캔디스가 결혼을 결심한다는 얘기속에 인생의 또 다른 결정들을 짓는 타인들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우러져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아주 쉬운흐름속에 책은 두껍지만 금방 읽을 수 있게 한 흡인력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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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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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베트의 만찬

 

노르웨이의 베를레보그의 자매인 마르티네와 필리파는 청교도적인 목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를 대신해서 검소, 청렴, 소박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며 그 마을에 자선을 베풀며 살아간다.

 

아름다움 미모를 갖고 태어난 마르티네가 18살 되던 해 로렌스 로벤히엘름이란 장교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아버지로부터 고모가 있는 곳으로 가 자숙하란 말에 가게되고 거기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그녀들이 있는 집으로 파티를 가게되면서 마르티네를 만나게된다.

 

첫 눈에 반한 상대이지만 그녀의 청순하고 깨끗함, 자신에 비해 너무나도 정화된 세계에 살고 있던 그녀를 보면서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하다가 마지막 떠나면서 "영원한 작별이오!" 란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 후 그는 궁녀와 결혼, 사교계에 만족하면서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해 나가지만 때론 마르티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곤한다.

 

둘째 필리파, 또한 파리의 유명 오페라 가수인 아실 파팽을 만나면서 그녀의 타고난 목소리 재능을 눈여겨보고 사랑을 느끼면서 노랠 가르치는 아실 곁에서 같이 노래도 부르지만 아실의 권유에 따른 세속적인 유명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거절하고 자신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던 15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되고 사연인즉 바베트란 프랑스 여인이 고국의 혼란한 정세를 빠져나와 홀홀단신으로 남게됬다며 그녀를 거두어 줄 것을 부탁한다.

쓰러질듯 방문한 프랑스 여인과 동거하면서  자매들은 그녀가 요리를 하는 가운데 자신이 복권에 당첨됬다는 사실, 그러면서 그녀의 부탁은 자신이 직접 음식을 차리고 싶다며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단 말을 하게된다.

이에 승낙한 두 자매는 로렌스의 방문, 마을 사람들의 초대, 거북바다의 실체를 보고서도 아무말 못한 채 끙끙거렸지만 요리가 나오는 모든 것들이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새롭게 감동시키고 로렌스 대령 또한 프랑스에서 익히 알고있던 '캉유 엄사르코파주"란 유명한 음식을 맛보면서 그녀가 당대 최고의 여자 요리사가 요리한 음식임을 말하게되고 극찬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떠난 후 자매는 바베트에게 음식값으로 모두 얼마가 들었냐고 묻게되고, 바베트는 복권으로 탄 모든 돈이 음식으로 차린데에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자신은 더 이상 부자도 아니며,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됬다며 프랑스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폭풍우

 

쇠렌센은 나이든 배우이자 연출가-

셰익스피어의 폭풍우에 자신이 직접 역을 맡기로 하고 요정공기 역할을 할 에어리얼을 찾다가 무명의 신인여배우 말리를 발탁하게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배가 난파당하면서 자신을 태어나게 하고 소식이 끊긴 상태로 그녀의 미모는 특별함이 있었다.

크리스안산에서  폭풍우 공연을 하러 배를 타고 가던 중 배가 파도를 만나 위험에 처하자 그녀는 앞장서서 사람들을 구하게 되고 배의 선주인인 요쿰 호세방켈의 안내로 그의 집에 머물게된다.

그의 아들인 아른트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지만 그가 사업차 잠시 마을을 떠난 사이 그녀와 함께 배에서 위험을 무릅썼던 선원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폭풍우를 맞서서 싸운것은 실제의 상황에서 보여진 용기가 아니라 이미 자신이 맡고 있던 에어리얼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한 상태로 역할에 몰입해서 나온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아른트를 사랑하지만 이내 자신에 대한 상황을 느껴가면서 결국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3.불멸의 이야기

 

1860년대 동료조차도 배신하고 돈을 모은 영국인 클레이는 광둥성에서 부자가 된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통풍이 일자 엘리스 루이스란 직원을 집으로 불러 장부를 읽게 하다가 그마저 모두 읽게되고 읽을 거리가 떨어지자 선원들이 하는 5기니벌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해 보자고 결심, 선원과 아가씨를 섭외하게된다.

 

아가씨는 자신이 배신했던 사람의 딸. 그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그녀는 복수를 위해서 돈을 받고 하룻밤을 모르는 선원과 동침한단 계약을 하게된다.

선원은 바로 얼마까지만 해도 배가 난파되어 홀로 섬에 있다가 구출이 된 사람-

밤에 두 남녀는 클레이의 계획대로 자게 되지만 선원이 순수성과 진심어린 자신의 계획을 듣게 된 그녀는 괴로워하게되고 그, 즉 폴이 떠나가는 것을 보게된다.

떠나는 폴은 자신이 고립된 섬에서 모았던 것 중 조개껍데기를 엘리스에게 주고 떠나고 엘리스는 어디선가 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음을 느낀다.

 

4. 진주조개잡이

 

사우페는 이란 시라즈에서 신학을 공부한 청년으로 인간을 위해 날개를 만들기로 결심, 새와 생활을 하던 중 그 사실은 대신 미르자에게 들어가게 되고 미르자는 무희 투무스에게 접근, 그 자신이 믿는 존재처럼 보여서 그의 생각이 헛됨을 알리고자 계획하게 되지만 투무스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사실을 고백하며서 사우페는 떠나게 된다.

 

 얼마후 유명한 진주조개잡이가 있단 소릴 듣게된 이야기꾼(여기선 실제 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사람) 마라자마는 그를 찾아 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게되면서 그가 사우페임을 또 그가 겪은 거북복어의 말을 통해서 평온을 찾은 경위를 들어보게된다.

 

"결국 인간은 시간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겁을 먹고 과거와 미래 사이는 끊임없이 오가며 균형을 잃고 말아요. 수중세계에 살고있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녹아있는 말은 바로 '지금이 지나간 자리는 망각의 심연' 이라는 말이지요." -P297

 

5. 반지

 

부모의 반대에도 시기스문은 24살. 로비사(리세라 불림)는 19살에 결혼한 신혼부부다.

양목장을 둘러보다 양을 죽이는 사람을 놓친것을 듣게 된 시기스문은 그 문제와 관련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리세 먼저 돌아가라 하지만 리세는 남편을 당혹시키기 위해 예전에 알아두었던 사람의 인적이 드문 비밀의 장소로 잠시 몸을 숨기기로 하고 그 곳을 기억에 의지한 채 더듬어 찾아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그 곳은 타인이 점령한 상태-

바로 사람들이 찾고자 했던 범인이었으며, 그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결혼반지를 빼어 주고 이 곳을 떠나라고 하지만 그는 반지는 내버려둔 채 그 곳을 떠난다.

시기스문이 찾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 앞에 나타나지만 그녀는 그에게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그녀는 그 반지를 잃어버림으로써   , 이는 곧 가난, 핍박, 외로움과 맺어졌음을 깨닫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시기스문은 그녀가 자기가 준 반지를 잃어버린 것에 마음을 쓰는 그녀가 가슴에 와 닿음을 깨닫는다.

 

원 제목이 운명의 일화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책을 집어든 까닭은 만찬이란 것이 붙어서이다.

만찬~

얼마나 푸짐한 느낌을 주는 말인가?

아무리 상황이 험악한 상태가 와도, 서로간의 의견이 반목이 되어있는 심리가 되도 일단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마음은 유연해지고 일말의 여유를 가지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작픔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의 첫 제목인 바베트란 프랑스 여인의 기구한 운명, 내란으로 인해서 남편과 자식을 잃고 모든 것이 떠난 상태인 , 유명한 요리사였던 그녀가 청렴하고 근검절약에 배인 두 노쳐녀들과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삶의 행복은 마지막 그녀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만든 만찬에서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볼 수있다.

 

아무리 유명한 권력자라도 일단 자신이 손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서 오히려 그들의 입맛을 쥐었던 여인이 자신의 조국을 등지고 타국에서 두 노처녀들과 동거에 들어갔을 때의 심정은 참으로 비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들의 삶의 철학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솜씨를 한 번에 드러낸 그녀의 마음씨, 세상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만찬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진정한 인간미 넘치는 향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영화로도 이미 나왔다고 하는데, 사실 보진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읽은 상태라 영화의 화려한 음식 이미지가 책 속에 나오는 음식의 이미지와 얼마큼 부합되어 있는지는 알 순 없지만 일단은 첫 장에서부터 작가의 북구유럽 특유의 설국에서 벌어지는 일반 사람들의 행복을 비추어 글을 써내려나가는 데에 솜씨가 뛰어남을 느낄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연극속에 자신의 이미지의 몰입이 지나쳐 실제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연극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실제의 일을 마무리하다 비로소 두려움을 느끼게되는 말리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선원들의 허구이야기를 실제로 만들어보려했던 클레이의 부의 사치를 누리려는 야망, 거북복어의 말을 통해서 풀어낸 작가의 인생관이랄까, 삶에서 묻어나온 철학적인 짧은 대화는 깊은 인상을 준다. 

 

작가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주인공이자 글을 쓴 사람이라고해서 집어들었던 책은 그녀만의 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하다고 해야할 정도로 살아온 그녀의 이력은 글을 풀어 쓴 솜씨에서 그 위력이 더 없이 나타나고 있다.

 

헤밍웨이, 카뮈에 의해서 노벨문학상에 오르지 못하고 매독에 의해 수술 후유증에 따른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했단 사실이 그녀의 인생이 더 극적이다 싶게 살아간 점도 간과할 수가 없을 만큼 남지만 뭣보다 글의 흐름이 일반 독자들에게 책을 읽고 있단 느낌이 들지 않게 그저 간단한 옛 이야기 한편을 들려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자연스런 글 흐름이 눈에 뛴다.

 

북구의 나라에서 이런 글 재주를 가졌던, 사랑에 정열적이고 사업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 당시의 시대상으론 여장부 기질을 보였던 그녀가 이런 섬세하고 다양한 소재로 글을 썼단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각 단편들 모두 하나하나가 재밌고 옆에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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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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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과 그의 동생 정약용은 천주교를 믿었단 죄로 끌려와 고초를 겪다 정약종의 죽음으로 유배를 가게된다.

 

정약전은 흑산으로 가는 유배길에서 지난 날의 일을 되새기면서 그 자신이 먼저 천주교에 대한 설명과 교리를 형제들에게 옮겼지만 정작 순교를 한 사람은 동생인 약종이었고 그 자신은 긍정도, 거부도 ,이렇다 할 말도 없이 그저 동생의 죽음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행운을 맞은 사람이다.

 

동생인 정약용의 배교와 밀고로 인해서 제일 큰 형인 정약현의 사위인 황사영의 죽음은 그 이후 둘 사이에 금언이 된 말이 되었고, 이는 후일의 일이었다.

 

흑산_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수군진 별장인 오칠구에 의해 다스려졌고 그에 의한 명으로 새로운 유배자가 올시엔 거절할 명도 없는 당연지사로 죄인의 목숨까지 살려먹여야 하는 보통사람들의 삶이 있는 곳이었다.

 

바다와 풍랑, 거친 파도의 세기에 따라서 살아서 돌아온 이도 있고 약전을 받들어 모시는 명을 받은 조씨의 조카되는 순매 또한 그런 사연을 갖고 있는 과부다.

 

이런 오고가는 사람이라곤 그저 문풍세라 불리는 사공이 젓는 배가 옴에 따라서 육지의 소식을 듣게되는 흑산에서 약전은 황사영의 소식과 더불어서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그 너머의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희망과 함께  결국은 여기서 생을 마감하겠구나 하는 의심의 여지없는 희망을 저버리게되는 삶의 고난을 연속해나간다.

 

선왕과 자신의 핏줄이라곤 없는 대왕대비의 자교로 내려진 칙교에 의해서 전국에서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색출해내려는 과정에서 아전출신의 박차돌의 젓갈장수 행세와 그들의 조직을 타파해야만 자신이 산다는 긴박한 삶의 연속, 점과 점이 모이고 이것이 선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촘촘한 조직망을 이루고 있는 천주교인들의 집합체는 사실상 나라에서도 뿌릴 뽑아내기엔 그 수가 불어나느 추세인지라 나라와 민초간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왕대의 부패한 정치를 타파하려는 모색의 방안으로 받아들인 천주교란 종교가 지닌 힘을 의식한 대결이라고 할 수가 있다.

 

16살의 나이에 급제한 황사영-  그 자신을  아끼던 왕의 부름을 잊지않고 있던 그에게 처 삼촌들로부터 들은 천주교에 대한 사상과 교리는 맑은 심성을 가진 그에겐 차후의 지금의 세상이 아닌 저 너머 어딘가에 고난의 삶을 이끌어 해결해 줄 누군가가 있단 믿음하에 육손이를 면천해주고 평안 정주의 역참의 마부로 있던 마노리를 소개 받으면서 그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같은 행보를 보이는 행동은 권력핵심으로부터 , 정약용의 배교로 인한  증거로  그를 추적하는 발판이 되어버리는 과정이 약전의 회상속으로 그려진다.

 

흑산에 묻혀있으면서 장창대란 청년과 함께 고기의 생김새와 새의 생활형태를 관찰하고 그 와중에 순매와의 생활은 또 다른 정씨 가문의 핏줄을 잉태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황사영은 마노리가 청에서 만난 구베아주교로 부터 받은 은화가 발각되어  결국은 육손이, 김개동, 그 자신,황사영이 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비운을 맞게되는 이 소식은 그들이 죽은 후 몇 년후에야 약전의 귀에 들어가게된다.

 

약전 또한 현산어보라 불려졌던 지금의 우리가 알고있는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되고 이는 곧 창대에게 자신의 책 제목을 붙인 연유를 말한다.

 

"같지 않다. 자(玆)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다. 흑(黑))은 너무 캄캄하다. 자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좋지 않으냐. 너와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사는 섬이 자산이다. -P338

 

아마도 약전은 흑산이 지니고 있는 캄캄한 세계보단 그나마 나은 색으로 볼 수있는 어둡고 깊은 심연의 바닷속을 보면서 자신이 비록 순교를 못했을지언정  그 너머의 어딘가에 있을 구원의 세상을 그리워하고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하는 구절이다.

 

천주교가 들어올 당시의 배경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서양인들의 자발적인 선교에 의해서가 아닌 지식인들 사이에서 오로지 현 정권에 대한 부패와 일반 백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구축하고자 한 깨어있던 지식인들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나은 세상을 구하고자 받아들엿단  데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반 백성들의 바램이 무엇인가?

그저 부역안하고 지나친 노비, 매노의 신세로 전락 안하면서 등 따습고 배 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야 행복을 느끼지않겠나?

 

이런 의미에서 계급차별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죄를 대신해 죄를 짊어진 저 윗 분의 사상은 당연히 그들만이 느낄 수있는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없었던 종교가 아니었을까 싶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 어미 아비 자식이 한데 모여 살게 하소서.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음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주여 주를 배반한 자들을 모두 부르시고
거두시어 당신의 품에 안으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단순히 자신들의 처지에서 나오는 위의 바램의 소원을 읆는 구절구절마다 삶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는 위의 노래처럼 평민들과 노비들, (강사녀, 궁녀출신인 길길녀, 아리)또 윗 계급인 황사영처럼 진지한 삶에 대한 탐구와 정권에 대한 불만은 비록 여러 박해 사건으로 많은 인명을 앗아갔지만 저자는 흑산에 유배된 약전의 시각으로 그 당시의 애환과 자신의 종교관에 대한 자세와 생각을 읽어나갔다.

 

김 훈 작가의 글은 부드럽지가 않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 작품도 그 작가만의 분위기를 우리가 많이 알고있는 정약용의 시선이 아닌 동생과 같은 배교를 했으면서도 순교의 길을 하지 못했단 생각에 유배지인 흑산에 머물다 생을 마감한 정약전이란 인물에 비추어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한 종교을 가짐에 있어서 순교냐 배교냐를 떠나서 작가는 두 가지의 경우 모두 그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결정이었고 그 둘을 비교해 비판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나름대로 읽으면서 추측해본다.

 

결국 삶을 버리면서 순교한 정약종이나 처조카를 고발하고 배교한 정약용이나, 흑산에 유배되어 또 다른 삶을 이어나간 정약전 , 그들 모두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만 달랐을 뿐 누가 옳고 그른 삶을 살다 갔다고 말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흑산 넘어로 파도치는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저 먼 어느 세상을 그리면서 흑산에 서당을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친 정약전의 삶은 그래서 오히려 빛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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