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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ㅣ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먼 선조인 바보란 뜻의 보돈차르몽학에 의해서 대대로 그 핏줄을 이어온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가 탄생되기까지의 여정은 그대로 패스~
이 나라의 후손들 중엔 정실 부인의 핏줄로 태어난 흰뼈라 불리는 집안과 보돈차르몽학이 거둔 여인이 낳은 조상의 후손으로서 족외인라 불리는 자지라다이-
자지라다이의 손자 자다란이 씨족을 만들어서 자다란 족이 되고 그 6 대손이 바로 검은뼈의 후손인 자무카다.
예수게이 장군이 공격한 적장의 사망 후 적장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여서 키워진 아이가 바로 테무진-
하지만 그에게 말과 화살을 가르친 당사자인 키틸룩에 의해서 쫓기면서 생활하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게된다.
이미 그의 존재가 예사치 않음을 간파한 키틸룩의 눈을 피해서, 때로는 붙잡혀서 조림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키틸룩이 그의 목숨을 당당히 빼앗지 못한 원인은 바로 흰뼈의 정통성이 있는 아들이자 존경받은 예수게이의 아들이요, 뚜렷한 이유없이 죽일 수없는 유목민들이라 할지라도 보는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테무친은 자무카와 가까운 형제사이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일대 일생의 동고동락을 같이 할 7명의 장수를 얻게된다.
모두 비천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은 그의 인재등용은 조드라 불리는 자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 세력을 확장하게된다.
하지만 첫 부인인 버르테가 테무친, 그 자신의 어머니인 후엘룬을 납치한 복수심에 타오른 칠게이이의 공격으로 빼앗기게되고 자무카와 토올릴 칸과의 연합으로 다시 되찾는 일에 성공을 한다.
이후 유목민들의 무리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거처를 기점으로 연합하거나 공격을 하면서 점차 테무친은 그들 사이에서 칸으로 추대를 받게되고 몇 번의 거절을 거치면서 비로소 "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란 뜻의 징기스란 칭호를 달게된다.
하지만 역대 흰뼈들이 갖고있는 각 개의 족장들 사이에선 이를 수긍하기 어려운 부족들의 연합으로 징기스칸은 화합을 이루기 어렵게 되자 자신의 아들은 물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헤아리는 장수이자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세력들을 점차 항복을 받아내게되고 최종적으로 자무카이만 남겨놓은 상태가 된다.
자신의 뜻대로 세운 유목민의 결합체를 원했던 검은뼈의 대표자인 자무카는 징키스칸과의 최후대결로 쫓김을 당하게되고 마침내 자신의 분신처럼 곁을 돌봐주던 부하를 징키스칸에 인도함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해야할 일을 이루게된다.
끝내 잡혀온 자무카이를 소중히 대접하는 징기스칸 앞에서 자무카이는 장수답게 떳떳한 죽음을 원하게되고 이에 부응한 장례를 행함으로서 징기스칸은 대 초원의 황제로서 그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조드-
조드는 유라시아 대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다. 피해의 양상은 네 가지로 드러나는 데 하나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이것이 하얀 조드이다. 둘, 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서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 이것을 검은 조드라 한다. 셋, 극심한 눈보라가 몇날 며칠이고 계속되거나 콧구명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작도 나다닐 수 없게 되는 재앙이 눈보라 조드이다. 넷, 일찍 내린 눈이 따뜻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번히 보이는 풀뿌리에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 조드이다.-p116
양들과 말들, 염소위주로 키우는 유목민들 사이에선 대항 할 수없는 거친 자연의 힘이 바로 조드다.
아무리 뛰어난 말 소유자할지라도, 대표격인 유목민 대장이라 할지라도 조드 앞에선 속수무책이었기에 유목민들 사이에선 항상 누가 먼저 자리좋은 초운의 자리를 차지하는냐, 그리고 그것을 다른 유목민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떤 대표자가 이끌어야하는냐에 따라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어린 테무친이 바라 본 조드의 상황은 이런 자신의 위치에서 과연 자기가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는지를, 일깨워준 원초적인 자연 선생이랄 수있다.
한 때 자신의 형처럼 사이가 좋아던 자무카와 함께 종마와 준마사이를 꿰뚫고 공격하려한 늑대 대장의 모습과 벌이는 사투는 정말 책을 읽으면서 대 자연속에서 이뤄나가는 한 무리들의 야성과 본성, 철저한 계획아래 행해지는 긴박감을 느낄 수있는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늑대의 행동을 본받아서 자신이 칸에 오르기까지 많은 것을 이용한 징키스칸의 지혜, 일단 전쟁이 끝나고 난 후의 노략질을 근절시키고 본보기를 보일때는 가차없이 보이되 힘없는 유목민들을 받아들일땐 과감히 자신의 용기에 견주어 흡수하는 용의 주도함과 폭 넓은 포용성을 보이는 진정한 군주의 길을 보여준다.
항상 태어날 때부터 바라 본 하늘과 자신의 조상인 알랑고아에 엮인 전설, 자신의 자식은 아니지만 자신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버르테가 임신해 온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인다는 점은 유목민들의 생활상에서 묻어나오는 어쩔 수없는 삶의 방식이란 생각이 들기도하고, 넓은 의미의 자식을 규정짓는 그네들 만의 삶의 철학적인 모습도 엿보인다.
드넓은 대 초원에 대한 자연신에 대한 존중, 바람과 하늘과 강, 무당의 말을 존중하는 그들만의 삶을 작가는 대 평원에서 펼쳐지는 대 자연속의 한 조각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그것속에 함께 일궈나가는 모습을 과감히 보여준다.
우리네 옛 설화방식처럼 알랑고아의 이야기나,공주,늑대이야기를 서로 섞어서 대대로 징기스칸의 조상 터전이 됬음을 암시하는 방식이나 징기스칸이 7명의 친위대격인 친구이자 부하를 둔 점은 마치 주몽이 나라를 세울 당시의 죽마고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철저한 몽고의 현지 삶 속에서 추적한 글이라서 그런가, 말의 태생부터 키우는 방식, 염소의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거두어 키우는 방식은 유목민들 특유의 거친 대 자연의 한 조각처럼 곳곳의 감초처럼 글의 맛을 달군다.
역사에선 흔히 12~13세기의 징기스칸의 유럽 대이동이 징기스칸의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라면 과연 지금의 유럽지도가 그려졌겠는가 하는 가정의 글을 간혹 접할 때면 동양의 작은 말발굽이 거침없는 대 유럽의 땅 지축을 흔들었던 그 당시의 모습이 상상이 가기도 한다.
비로소 모든 유목민들을 통합하고 정식기구 설립을 하면서 정통성을 다져나가는 징기스칸이 고원을 평정하기까지의 시간을 다룬 이 소설은 그래서 유럽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리엔탈리즘의 편도 방향에서 벗어난 좀 더 다각적인 방법으로 이제는 우리도 역사의 눈을 돌려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소설이다.
작가의 빈틈없는 몽골 내의 초원묘사는 글의 유려한 솜씨를 따라서 마치 같이 여행을 한 기분이든다. 조드의 힘을 무시하지 않되 진정으로 그것을 이용할 줄 알면서 자신의 뜻을 이룬 징기스칸의 모습이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징기스칸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그다지 많은 자료가 없는 가운데 비록 소설이기는 하나 몽고가 처한 당시의 시대상 재현방식이나 칸에 오르기까지의 집념이 그려진 책이라서 다른 책과는 구분되어지기에 새로운 징기스칸의 탄생을 보는 듯 한 책이다.
거치른 자연속에서 말을 부추기는 노래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힘찬 채찍과 함께 달려온 징기스칸의 외침이자 소년의 목소리-
기이잉- 고오오오
우기이잉- 고오오오
기이이익- 우기이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