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부터 죽은 사람을 볼 수있었던 태경은 고교 1학년 때 전학 온 강문석이란 아이에게 자신의비밀을 들킨 후 그의 요구에 따라서 음란잡지서부터 소설책에 이르는 다양한 책을 구해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동네의 온갖 비밀스런 이야기거리의 대상이 됬던 문석엄마와 문석의 사생활은 철저한 비밀에 쌓여 있었고, 그로 인한 태경의 심란한 마음의 상처는 그를 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교생활에도 부적응, 지방대에 가게되고 이마저도 군대 전역을 계기로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동창이 벌이는 휴대전화 매장에 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살아간다.

 

 어느 날 느닷없이 서울 명문대 법대에 합격, 변호사로서 성공한 문석이 부호의 딸과 결혼해서 잘 살고있단 소식이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그가 교통사고로 죽었단 부고를 접하고 오랜만에 동창생들이 모여들게된다.

 

 하지만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않는 죽은 자의 혼인 문석이 자신은 살해를 당했다며 그에게 자신의 살인원인을 알아달라는 끈질긴 요구와 자신의 애인인 성연의 석연치않은 또 다른 자신과는 다른 의미로 빙의가 되어 살아가는 그녀와의 관계에 집착을 하게된다.

 

 성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석이 한 때 머물러 살던 집에서 그가 과외생으로 가르쳤던 여인의 존재파악과 함께 성연이 태경의 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것을 잠시나마 방지하기위한 보람도 없이 태경은 성연의 부탁을 뿌리치고 죽은 여인이 갖고 있던 귀걸이 한 쪽을 보관하게됨으로써 주위의 이상한 일이 발생이된다.

 

 죽은 여인의 혼이 다시 성연의 몸에 빙의가 됨으로써 본연의 그녀 성연을 되찾기위한 몸부림과 정체불명의 덩치 큰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된 두 연인은 죽은 문석과 죽은 그의 내연의 여인의 말을 들음으로써 모든 사건의 결말을 알게되고 자신 때문에 서서히 죽은 자의 몸으로 돌아간 성연을 살리기위한 태경의 행동 일환으로 같이 무덤에 눕는 절차를 밟는다.

 

 무더운 한 여름에 오싹한 공포시리즈가 제격이다.

 

 대놓고 보여지는 소름과는 달리 이 책은 시종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태경과 그것을 대응하지않고 오히려 자신의 한계에 이르러서 그를 이해하는 성연이란 여성의 두 사람이 느끼는 죽은 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오싹함이 드러난다.

 

 죽은 자를 볼 수있단 것 하나로 내내 살아오면서 뜨뜨미지근한 삶의 영속과 이를 알고서 이용하려하는 야비한 출세에 욕심이 눈이 먼 문석이란 존재가 서로 어우러지고 얽히는 이야기의 실마리 속엔 우리가 흔히 옛날 이야기의 귀신모습과는 다른 현대의 어떤 우울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장선을 보여준다.

 

 문석의 아내 또한 자신을 이용하고 결코 뉘우치지 못하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과 어린 나이에 과외 선생이란 선망의 대상으로부터 몸을 유린당하고 집을 나오게된 한 맺힌 여인의 사정이 맞물림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야망과 복수, 원망, 한이 모두 서려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식스센스처럼 죽은영혼을 볼 수있단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 아님 불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있는 하나의 행운일까를 생각케하는 이 소설은 촘촘히 짜여진 구성면을 보이진 않고있다.

 

 읽는도중의 매끄러운 흐름이 간혹가다 끊기는 면이 없지않아있고 저자의 말처럼 여러가지 이야기를 조합해서 종합적으로 엮어진 하나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내내 드러나보이지 않는 스릴의 묘미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마지막 태경이 성연에 대해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은 뒤의 이야기풀이를 드러내놓고는 있지 않지만 일말의 희망을 엿 볼수있는 한 가닥의 가능성을 보인단 점에서 소설이 주는  책임감있는 구도를 어느 정도는 해결해 보이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담과 에블린 민음사 모던 클래식 57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은 우리와 많이 비슷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독일이 먼저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독의 길을 가고 지금도 여전히 균형적인 경제와 정치의 맞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때론 경직된 게슈타포의 눈 밑에서 서로가 믿지 못하고 살던 시절과 비교해 볼 때 그야말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동독에서 안정된 일,  그의 손만 거치면 어떤 체형의 몸매라도 훌륭한 모델로 변신하는 재주를 갖게하는 아담은 재단사다.

 

33살이고, 그의 곁에는 그의 부모가 돌아가신 후 같이 살고있는 집에서 21살의 에블린이라고 하는 여친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담의 고객인 릴리와 아담이 있던 현장에서 뜻하지 않는 오해를 살만한 옷차림을 보게 된 에블린은 둘 사이를 오해하게되고 이참에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자모네라는 직장동료와 그녀의 사촌인 서독에서 살고있는 미하엘과 함께 서독으로 같이 떠난다.

 

 자신의 애차인 하인리히라 불리는 차를 타고 그들 뒤를 쫓아간 아담은 오해를 풀고 에블린과 같이 다시 동독으로 가길 원하지만 그들 뒤를 쫓아가는 여정 속에서 헝가리를 경유해 서독으로 망명하려는 여인과 동행하게되고 그녀의 시선을 외면한 채 여전히 에블린을 향해 여행을 한다.

 

 헝가리의 친구 페피집에 같이 머물면서 그들 나름대로 오해를 풀려는 가운데 헝가리가 국경을 개방하고 뒤이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단 소식에 에블린은 서독으로 망명신청을 하게되고 뒤를이어 아담도 필요한 서류절차를 받는 가운데 서독에서의 일자리를 얻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서독에서의 생활방식은 전혀 다른 세계로 아담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그가 설 자리는 수선해주는 일자리 뿐. -

 

 반면 에블린은  동독에서 대학의 전공과정 선택에서 거절당한 학과를 서독에선 다닐 수 있게되고, 점차 이 사회에 적응을 해 나가는 가운데 아담은 고향인 동독에 들러서 자신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의 충격적인 피폐해진 자신의 집을 보고 충격을 받은 아담은 다시 서독으로 돌아오게 되고 여전히 식기세척기의 사용법을 모르고 실수연발을 저지르는 가운데 에블린은 아담에 대해 자신이 많이 생각하고 의지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배경은 다르지만 체제가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그 곳에서 익숙한 생활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아담이란 사람과 나이도 어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가 살고있는 곳을 과감히 버릴 만큼의 아가씨 에블린의 사랑과 대화법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모태는 무엇인가를 묻고있다.

 

 나라가 지정한 대로 교육받고 지정한 직업을 갖는다면 평생 걱정없이 오로지 그 곳에서 파묻혀 살아가도 무방할 나라인 동독에서의 안주된 삶을 박차고 사랑을 찾기위해 떠나는 아담은 서독에 정착하려는 과정에서 일대의 혼돈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재능이라면 그 어떤 옷감으로 만들더라도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있다는 것을 모르는 서방세계의 직업관의 이해도, 고작 수선이나 하자고 온 것은 아니라며 다시 간 고국(?)에서도 자신의 집은 이미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변한 모습으로 있는 현실 앞에서 아담은 내내 방황을 한다.

 

 이와는 반대로 에블린의 자신의 인생 찾기는 확실히 더 적극적이다. 

 나라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적인 면을 인정하지 못하고 탈락한 대학에 대한 미련이 일차적이었겠지만 뭣보다 동독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넓은 자유의 세계를 동경한 모습의 활기찬 젊은이의 모습이 투영이 된다.

 

 소설의 흐름상 자세한 시대적인 변화를 나타내주는 정황이 아닌 오로지 대화를 통해서만 그 주변에 일어난 변화의 모습을 독자가 이해를 하게끔 하고 있기에 영화로도, 연극으로도 볼 수있는 여러장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답답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아주 보수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거란 생각에는 뒷통수을 맞을 만큼 에블린은 개방적이다.

 

미하엘의 아기인지, 아담의 아기인지도 모른 채 아담에 대한 자신의 사랑확인과 아담이 자신에게 거는 사랑의 행태에 대해서 이해를 하면서 같이 살아갈 것을 의미하는 과정에선 여전히 동양적인 시선과 서구적인 시선의 차이는 있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세계의 체제하에서 살아온 두 연인이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내딛고 그 안에서 보다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좌충우돌의 사랑을 그리고있다.

 

 소설 속에서의 아담과 에블린은 성경에서의 아담과 하와를 연상시킨다고 하는데, 아담에겐 어쩌면 자신의 낙원이 동독일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새로운 정착지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서독이야말로 하와의 꼬임에 금단의 열매를 먹인 역할을 한 에블린이야말로 아담에겐 연인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180도로 변화시키게 한 화신은 아니었는지 비교를 해 보게한다.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는 긴박감 넘치는 국경을 넘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무거울 수도 있는 배경을 대화 속에 유연한 태연함, 유머의 일발성 대화로 인해서 소재의 무거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생동감 있는 대화체가 인상적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란 무얼까?

 

 받는 것일까? 주는 걸까?  ... 이런 가사의 노래도 있지만 이 소설은 여러가지 사랑의 상황에 처하고 이별을 한 사람들을 위한 모임을 통해서 자신들이 겪어온 그간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다음을 기약하는 만남을 기다리는 이야기다.

 

 결혼정보회사의 정미도가 주도한 일개의 실연을 당한 사람들만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는 것을 계획을 한 가운데, 이런 계획은 트윗을 통해서 알리게되고 이것을 본 사람들 중, 항공사 여승무원인 사강, 강의를 위주로 다니는 이지훈이 이 모임에 참석을 한다.

 

 일렬로 배치된 의자와 거울을 통해서 자신들이 갖고 나온 물건을 내놓고  타인이 내놓은 물건을 가져감으로써 이별의 순간과 끝맺음을 갖는다는 취지을 갖고 했지만 사강은 지훈이 내놓은 카메라를, 지훈은 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슬픔이여, 안녕"이란 책 버전을 고르게되고, 미도는 결혼을 시키려는 현정의 엄마와 현정 사이에서 현정의 부탁으로 자신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후회와 다시 재회를 하기위해 미도를 통해  부탁을 함으로써 지훈과 다시 인연을 갖고자 한다.

 

유부남인 기장 정수와의 만남에서 이별을 먼저 통보하고 그녀가 자라온 이혼한 부모의 자녀로서 느꼈던 외로움, 자립심을 알고있던 사강에겐 또 하나의 가정을 지키게 하지 못한단 책임을 느꼈던 차에 모임을 통해서 지훈이란 사람을 추적해 나가고 그에게 카메라와 그 안에 들었던 필름 현상을 통해서 본 현정과의 사진을 건네주려  만나는 과정에서 지훈에겐 말못할 슬픔인 자폐아 형의 죽음과 자신의 사랑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또 다른 사랑법과 이별법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전작인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보통의 연애...

 

작가가 그간 내놓은 작품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작품은 좀 더 성숙미가 있다고는 할까?

예의 유명 제품들의 상표를 나열한 주인공들의 옷차림과 패션에 대한 일가견 있는 글 솜씨도 여전하고, 가벼우면서도 사랑과이별에 대한 기존의 작품에서 나타난 것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

 

 정수가 보냈을거란 생각에 읽어보지 않았던 책이 비로소 누가 보냈는지를 알아가는 사강의 이야기나 지훈과 현정의 미련함을 떨쳐내고 깨끗한 이별을 고하는 장면등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지만  이별 후에는 또 다른 만남이 있음을, 그것이 우연이든 , 필연이든 우리네 인간사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다른 사랑의 성숙과 인생을 바라보는 생각이 넓어짐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게된다.

 

톡 튀는 대사의 연결성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실연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란 희안한 제안을 통해서 만나고 헤어짐,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 소설은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먹구름만이 있지는 않다는 것, 그것이 있기에 또 다른 찬란한 태양을 기다릴 수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도 어머니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렇데 뵙고 싶을 수가 없으시단다.

 

내 기억속의 할머니는 머리 숱도 그렇게 많지 않은 긴 머리를 우리 집에 오실 때면 아침에 일어나셔서 머릴 감으시고 머리기름을 머리 끝에까지 정성스레 바르신 후 머릴 묶으신 다음 은비녀가 제 자리에 맞게 들어갈 만치의 공간만 허용한 채 기막힌 솜씨로 쪽진 머릴 간직하셨던 분이셨다.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많이 닮지 않으시고 오히려 할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을신 터라 지금도 우리들은 외모를 갖고 할머니를 닮았다면 절세미인으로 손녀, 손자들이 재탄생했을 거란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런 할머니가 세상을 뜨신지 한참이 지나고 이젠 어머니의 연세도 할머니의 연세로 가까이 다가가는 지금, 어머니는 학창시절, 내가 할머니의 육성녹음 한것을 가끔 틀어 들으시면 눈물을 지으시고 너무도 뵙고 싶다고 하신다.

 

 나이 터울이 큰 막내 삼촌이 태어나자 할머니의 차지가 안된 어머니는 할머니의 꾸지람에도 아랑곳 않고 할머니의 뒷 궁둥이에 머릴 대고 주무실정도로 막내딸로서의 자리 차지하려는 행동에 몸부림을 치셨다.

 

 "내려오셔야겠습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나는 배다른 동생이 모셔온 엄마의 부음을 듣고서 착잡한 심경에 고향에 들르고, 엄마의 염 수습장면과 화장을 거쳐 뼈가루를 뿌리는 일을 마침으로서  모진 세월속에 살다간 엄마와 반짝 이별을 한다.

 

 하지만 정작 진짜 이별은 그 다음부터_

 

평생을 외삼촌의 살림까지 책임을 지고서 드난살이서 부터 투박한 손이 굽어질 때까지 온갖 모든일을 마다않던 엄마는 배를 곯고 살다시피하고 월사금을 못내 담임으로부터 꾸중을 들으며 자란 내겐 전혀 이해를 할 수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도 먹을거리가 부족한 현상에 대해, 그리고 훗 날 외삼촌의 딸인 애숙이 누나를 남몰래 야반도주시킨 일, 권씨네 일가에 빌붙어 음식수발을 해 주던 그 때의 권씨네 모자란 아이와 다니던 유년시절의 아픔과 회상은 15살에 의붓아버지와의 사이좋지 않은 관계, 배 다른 동생의 태어남과 더불어서 권씨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과의 사건으로 더 이상 못만나게하자 극에 달하면서 집을 뛰쳐나오게되는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동생의 말로부터 들은 나중의 이야기는 더욱 경원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제과점 취직은 남몰래 쭉 지켜봐왔던 엄마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며, 며느리와의 사이도 그렇게 온전한 관계도 아닌것, 손자, 손녀의 관계도 쓸쓸하고, 서울에 온 이상 하루만 머물러 가는 그 행동엔 여전히 호적에 떳떳하게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그 영향으로 애숙이와 아들마저 버림을 받게된 결과를 초래했단 엄마가 갖고 있는 지울 수 없는 업보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엄마의 행동을 이제사 돌아가신 후에야, 아들은 기억하며,추억하며, 후회의 눈물과 비로소 엄마를 이 세상에서 더 이상은 뵙지 못한단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사뭇 일반 다른 여성 작가가 쓴 글이 주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맛을 보는 것 보단 더욱 진중한 울림을 준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6.25사변으로 변을 당하고 돌아가신 큰 아들 생각에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 뒷 마당에서 꺼이꺼이 우셨다고 한다.

 

 죽은 자식은 가슴에 묻고 간다지만 그런 할머니의 고단한 삶에서도 큰 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엄마는 한 번도 고향집을 떠난 적이 없다.

 

 큰 오빠의 징용때문에 그것을 모면하기위해 자신이 희생된 것치곤 너무나 자신의 삶이 가혹하고 그 영향의 범위가 직접 기르지 못해 외삼촌에 딸로 키우게한 어미로서의 죄책감, 배 곯기를 물 먹듯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을 그래서, 고향에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으로 엄마딴에는 원망도 하고 싶었으리라.

 

그렇기에 그런 한을   한꺼번에  무던히도 무식하리 만치 일에 미치게 살지않았나 싶은 맘이 보여진다.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더는 대물림이 되지 않게하기위해 최선을 다한 행동의 결과를 아들인 경원이 비로소 이해를 하기시작하는 여정은 이미 몸은 아들 곁을 떠나고 없으나 그 영혼만은 아들의 곁에 머물러 있길, 그럼으로서 지나온 세월에 대한 미안함과 아들로부터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받고 싶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한다.

 

 예전의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고쟁이 속곳에 작은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서 쌈지돈을 보관하고 하셨다.

 

 어릴 적의 할머니는 손만 넣으면  그 곳에선 돈의 화수분이 되어서 손녀, 손자들에게 주는 기쁨을 누리셨다.

 

책의 엄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다.

 

그저 말수는 없으셔도 속곳 작은 주머니에서 나오는 그 용돈을 쥐어주는 기쁨을 손자들은 알지도 모른 채 냉큼 받아가는 행동을 보이지만 그런 면 조차도 사랑하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은 내리사랑의 모습과 자식을 어려워하면서도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연약한 엄마인 동시에, 때론 멋에 대한 치기(그것도 치기라고 할 수있을까? 그건 엄연히 여자라면 누리고 살아야 할 모습이었는데도...)라 생각한 한 단면인 빨간 립스틱을 간직한 모습의 포착은 엄마도 역시 여자구나란 생각을, 내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짐작케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는 이 "잘가요. 엄마"란 소설은 그런면에서 문단의 유명세를 타고있는 작가의 인생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용기있는 고백, 그리고 당신 자신이 엄마가 살아온 인생의어느 한 부분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느끼는 관조적인 인생의 한 면을 볼 수가 있다.

 

비로소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서 사나이 눈에 눈물이 (아니 이미 독자는 첫 장면부터가 눈물이 흘러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비단 작가의 인생에 해당하는 것 만이 아닌 결코 내 부모만큼은 타 부모들처럼 일찍 이별은 없을거란 안이한 생각에 일침을 가하게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작품인 "고백"이란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미나토 작가가 주는 글의 흐름은 처음 초장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서서히 그것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것을 보여주기에 아마도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구성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릴 잡았다.

 

 이후의 다른 작품들도 그러했지만, 이 책은 세 편의 이야기를 모은 중편에 속한다고 할 수있다.

 

 특이하게도 모두 편지의 형식을 통해서 서술을 보여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고백을 접한 독자라면 강한 느낌을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작품들은 그런 방향에서 선회를 해서 다른 느낌을 구사한다.

 

 십 년뒤의 졸업문집에선 고등학교 방송 반에서 함께 한 네 명의 동창들 중 한 명인 지아키가 참석을 하지 않은 가운데 해외에서 살다 온 에츠코가 다른 친구들인 아즈미, 결혼한 동창인 시즈카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얼굴에 상처를 입은 후 자취를 감춘 지아키의 행방과 그녀에 대한 소문의 진상을 묻는 형식으로 주고 받는다.

 

이 십년 뒤의 숙제는 퇴임을 앞 둔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교직의 길을 걷고있는 제자 오바에게 자신의 반 아이들이었던 6명의 행방을 알아봐주길 부탁한단 편지로 시작한 이야기다.

 

 선생님의 남편이 만들어 준 점심과 함께 남편, 반 아이들 6명이서 같이 한 댐이 있는 공원에서 남편과 아이 한 명이 같이 물에 빠진 사건 이후 남편은 죽었고, 제자는 살았지만 그 후의 성장해가면서 그 아이들이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치유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꿈꿨던 미래의 일들에 얼만큼 접근해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싶단 생각으로 시작한 편지의 서신은 역시 반전의 맛을 준다.

 

십오 년뒤의 보충수업은 중학교 때부터 사귀었던 준이치와 마리코는 준이치가 마리코에게 해외자원봉사 신청을 했단 사실도 알리지 않은 채 선발되서 오지의 나라로 가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 편지를 시작하면서 그들이 15년 전에 있었던 같은 반 다른 친구와 함께 창고에 갇혀서 화재로 인해 그 친구는 사망하게 되고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마리코는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일들을 편지를 통해서 준이치에게 물으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세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간은 흔히 자신이 보고만하자는 데에 머물러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다양한 가능성과 예측의 실효성 앞에서 자신이 그것을 그렇게 봐 왔고 그렇기에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당시의 사건은 그것이었단 것으로 머물며 살아가는 존재다.

 

 아니, 극히 예외일 수도 있는 사실들을 다시금 통감하면서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세 가지 소품들은 모두 각기 다른 상황에서 바라 본 사람들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달리하는 각도로 봐 오면서 물음을 던진 사람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드러낸 형식이기에, 기존의 작품보다는 흐름이 느슨해졌단 느낌과 함께 반전이 주는 맛도 제대로 살리고있다. (고백 보다는 못하지만...)

 

 제자와 남편이 동시에 물에 빠진 상태에서 누굴 먼저 구해야만 했을까?하는 주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지만 결국엔 그 당시에 있었던 학생 6명은 가족의 사랑이 귀함을 일깨워주는 계기로 알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오바군에게 말하는 장면은 그 일로 유산의 아픔을 겪은 선생님도, 최종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 한 명이 바로 자신이 결혼 상대자로 삼고 있는 여자친구였단 사실에 반전의 맛을 또 느낄 수가 있다.

 

 느린 서간체 형식의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전화나 이멜로 빠르게 자신의 편리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익숙해 살고있는 우리들에겐 새삼 오래 전 추억의 길을 생각해보게도 하는 책이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나, 누구의 생일파티, 방학을 맞아서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시절이 있었던 때가 그리워진 것은 아마도 이 책의 형식이 주는 묵은 맛을 생각해내게 하는 맛도 있고 직접적인 상대를 맞대놓고 진실의 공방을 벌이는 현대의 시간보다는 약간 한 템포 늦춰서 숨을 고르고, 다시 과거의 사건 당시로 돌아가 그 때의 반전을 보여주는 다각적인 상황 포착은 작가의 치밀한 구조 서사의 힘이 크다할 것이다.

 

 강한 임팩트의 큰 효과는 없어도 잔잔한 가운데 오는 진실의 결과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뭣보다 편지가 주는 맛을 오랜만에 엿 볼수 있어서 나도 모른 사이 한 템포 늦춰가며 읽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