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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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맨 사건으로 인해서 두 손가락을 잃은 해리는 사랑하는 여친과 그녀의 아들마저 떠나자 알콜중독과 경마에 빠져들어 홍콩에 거주한다.

 

 알 수없는 무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물체에 의해서 얼굴의 형체를 알아 볼 수없을 정도로 망가진 여자의 시체가 연이어 발견이 되자 경찰은 카야란 여 경찰을 호출해 해리가 있는 홍콩으로 출장을 보내게되고 여기서 카야는 술에 찌들고 얼굴엔 성할 곳이 없는 해리를 발견, 그의 아버지가 위독함을 내세워 사건 현장에 복귀를 시킨다.

 

 하지만 사건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여성들의 관계만 밝혀질 뿐이고 여기에 자신의 상관이었던 기관과 오슬로 중앙 범죄기구인 크리포스의 수장인 벨만과의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조사 계획이 계속 크리포스 쪽으로 흘러 들어간 상황에서 해리는 사건에서 사용된 밧줄이 사용되던 도시로 가게되고 그 곳에서 죽은 여인들 중 한 명이 기차표 예약을 했음을 알게되면서 사건의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녀와 같이 동행했던 친구로부터 스키를 타러 산장에 갔었단 말을 빌미로 사건은 확대가 되고 죽은 여인들의 입에서 나온 살인 무기가 "레오폴드 사과"라 불리는 것을 알게된다.

 

한편 당일 산장에 있던 사람들의 명단 중 선박왕 안데르스 갈퉁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한 토니 라이케가 있었단 사실과 함께 그를 사건의 정황상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그는 풀려나게되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무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까지 날아간 해리는 그 무기의 사용에 대한 유래와 무기를 구입한 사람들의 명단을 입수하게되고 카야는 범인을 유도하기 위해 산장으로 귀국한 해리와 함께 범인이 오길 기다리게된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눈사태로 인해서 해리와 카야는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게 되고 범인이 버리고 갔을 것을 추정되는 스노우모빌을 발견하게 되지만 범인이라고 확신했던 사람은 전혀 뜻밖의 인물임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눈 속 산장에 있던 죽은 시체의 신원에서 토니의 연관성을 밝힌 경찰은 토니의 집에서 정액을 채취해 그를 범인으로 확신을 갖게되지만 토니는 이미 행방이 묘연한 상태-

 

 전작인 스노우맨을 읽은 독자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이 책을 집을것이란 확신을 한다.

 

그만큼 이 작가의 스릴러 만점인 이 책이 주는 중독성은 가히 폭발적이다.

 

 책의 연장선이라면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있는 전작의 스노우맨 이야기와 그간 작가가 출간했던 책 속의 인물들이 더러 나오기 때문에 스노우맨을 읽지 않고 이 책부터 접한 독자라면 도대체 스노우맨이 어떻길래 이리 나올까를 생각하게되고, 그렇다고 꼭 읽고서 이 책을 접해야만 이해를 할 수있단 책이 아니란 점에서 또 한 번 작가의 역량을 높이 쳐 주고 싶은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의 범인 추적과정에서 범인이 도대체 연관성이 전혀 없는 여인들만 골라서 죽이는지(결국엔 사건에 필요한 살인이었지만서도...) 에 대한 범인 심리를 알기 위해 다시 한 번 스노우맨을 찾아가는 해리의 모습도 보이지만 스노우맨이 보여준 스릴의 만점과 사투의 극한 점을 넘어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낀 점은 작가가 밴드 활동을 하는 가수라서 그런가 예의 없이 음악사랑이 깊다는 것 또한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책을 덮고서 책에 나오는 음악을 들어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다.  적재적소에 나오는 노래의 대비는 사건이 흘러가면서 더욱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사랑하는 여인이 전작인 스노우맨 사건을 겪고서 그를 떠나 버린 후 모든 것에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는 해리의 모습에선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 케이지를, 그를 배신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를 사랑하게되는 카야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에선 나쁜 남자의 전형을, 범인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 다시 찾아가 스노우맨과 대면하는 장면에선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의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를, 스노우모빌이 떨어진 절벽의  깊은 협곡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장면에선 영화 "클리프행어"를 연상시킨다. (이만하면 어떤 소설인지 가히 짐작하실런지,,,,)

 

 눈이 부시다못해 처절하다 싶을 정도의 얼음의 여왕이 자릴 잡고 있을 법한 북유럽의 눈이 쌓인 설원의 광경은 (그래서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란 책이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 이 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이다.

 

 결코 믿을 수없는, 같은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의 자칫하면 희생양이 될 뻔한 우리의 해리가 뚝심있게 자신의 방식대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장면은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더하여 해리의 아킬레스건인 사랑하는 여인과의 만남과 아버지의 위독한 상황에서도 죽마고우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전해지는 쓸쓸하면서도 부자간의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 표현을 넘어선 어떤 진한 핏줄의 당김을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이 또 다른 해리의 아픔을 느끼게 해 준단 점에서 , 또 안락사란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하는 책이다.

 

 아버지가 바랬고 스노우맨과의 제시 조선에서 해리가 결코 용납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던 그들의 주장을 그들의 고통을 지켜봐야만 하는 입장에서 과연 어떤 것이 환자나 범인을 위한 길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던져보게 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작인 스노우맨의 불행한 과거와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해리가 사투를 벌인 점과 토니의 불우한 인생유전으로 인해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단 점에서 스노우맨에 이은 또 하나의 인간이 살아가고 인격을 형성함에 있어서 가정의 소중함도 중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된다.또한  이 책에선 아버지라는 또 다른 혈연의 정과 점차 아버지를 닮아가는 또 다른 해리의 분신을 볼 수있단 점에서 인간적인 해리의 모습 표현이 나온단 점이 글 흐름의 몰입에 더욱 박차를 더해준다. .

 

 레오폴드 사과라 불리는 무기-

(여기선 표현을 안하련다. 왜?

읽어봐야 그 느낌을 확실히 알 수있으니깐)

 

북유럽에서부터 홍콩, 그리고 아프리카에 있는 콩고를 거치기 까지 종횡무진 ,어떤 때는 무소불위의 행동으로 어떤 때는 연약한 맘으로 떠난 여인을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이는 해리의 캐릭터는 확실히 아주 매력적이다.

 

 옛 말에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이 말이 전혀 아니올시다 란 말로 대변될 수 있겠다.

 

 아프리카까지 날아간 해리가 토니의 함정에 빠져 죽은 여인들과 같은 레오폴드 사과를 입에 물고 묶여 있을 때 살고자 몸부림치는 해리의 모습을 읽어본 독자라면 너무나 처절하고 끔찍한, 살아야 하고 살고자 하는 욕망과 행동을 보이는 모습에서 이말은 전혀 틀린말임을 실감하게 된다.

 

서서히 소리없이 다가와 자신의 원하는 것을 낚아채가는 레오파드처럼 이 글의 구성은  작가의 철저한 사건의 흐름 개요의 정확성, 어느 것 하나 빠져나오기 힘든 올가미 이상의 스릴러가 주는 소름 끼치는 글의 전개과정을 다시금 해리 중독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독자 모니터 신청으로 발간 되기 전에 미리 읽어본 책이었고, 그리고 출판사로부터 책이 나오자 마자 바로 받은 책 선물은 아하~ 이렇게 해서 책이 발간이 되는구나하는 절차를 이해하는 경험을 줬다.

 

 표지가 다른 책들과는 다른 이중으로 사용해도 되는 특별한 그림과 책의 이해를 한 번에 알 수있게하는 그림의 요약성, 오자의 틀린 범위를 확인해 보는 즐거움, 같은 구절을 약간 더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있도록 배려한 책의 출간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또한 끝 부분의 번역자 님의 설명이 깃들인 궁금해마지 않던 부분을 써 주신점이 인상 깊었다.

 

 다른 해리 시리즈가 나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애가 탄다.

 

바램이 있다면 이젠 과거의 여인을 벗어나 새로운 카야같은 여인과의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더욱 좋겠단 생각을 해봤다.

 

해리씨~

 

어여어여 오라고~

 

이번엔 또 어떤 스따일로 우리에게 스릴의 묘미를 줄지 정말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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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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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보모로 일하는 소피 뒤게는 어느 날 자신이 돌보던 레오란 여섯 살 아이가 자신의 신발끈에 목이 졸려 죽어있는 것을 보고 도망친다.

 

수시로 건망증과 기억 상실에 걸린 듯한 행동을 보이는 그녀는 자신이 진짜로 레오를 죽였는지에 대한 기억조차도 할 수없었지만 사건의 정황상 자신이 유력한 용의자임을 알고 은행에서 돈을 찾아 일정기간을 거처없이 머물다 떠나는 뜨내기 생활을 한다.

 

 우연히 만난 여자 또한 죽어있는 현장에 자신이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다시 도망치고 자신이 살 길은 다른 이름으로 살되 결혼을 하는 것이었다.

 

 3개월 기한밖엔 이용할 수없는 제 2의 이름을 갖게된 소피-

그녀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프란츠라는 직업군인을 만나게 되면서 외국으로 떠날 생각을 갖게된다.

 

여기까지가 소피가 생각하고 바라 본 자신의 현재의 상태를 나타낸 1부

 

2부는 전혀 다른 인물인 프란츠가 쓴 일기에 근거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소피를 봤을 때부터 시작된 철저한 그녀를 옭아매기 위한 계획은 점차 소피를 정신이상의 증세를 겪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데 성공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그녀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살해하는 지경에 이른다.

 

아무것도 모르던 소피에게 접근을 하는 데 성공 , 결혼까지 이르게 되면서 그의 계획은 극에 달하게 되지만 우연히 프란츠가 준 약을 먹으면서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았던 소피는 약을 의심하게 되면서 프란츠 몰래 그의 행동과 뒤를 캐기 시작, 드디어 사건의 내막을 알게된다.

 

 먼저 출간된 알렉스라는 소설을 접한 독자라면 이 책이 출간됨과 동시에 영화화 된다는 데 우선 반가웠을 것 같다.

 

 알렉스가 준 소설의 묘미와 긴장감, 그리고 슬픈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기에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작가표 구성은 어떤지 무척 기대를 하게 했다.

 

 1. 2부로 나뉘어서 소피와 프란츠라는 두 인물이 자신이 바라 본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기 때문에 왜 무엇때문에 남편과 아이까지 유산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상황 설정, 자신의 죽은 엄마가 소피의 엄마 때문이라는 복수심에 불타 그녀의 딸인 소피에게 접근하기까지의 철저한 살인 계획은 전작 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다.

 

 여기엔 상황역전의 반전이라는 묘미가 있기 때문에 읽는 속도도 알렉스처럼 빠르고, 뭣보다 두 인물간의 보이지 않는 서로 상반된 계획아래에 이뤄지는 느리듯 하면서도 서서히 조여오는 빠른 죽음의 그림자 행보는 읽다보면 짜릿함을 느끼게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송두리채 빼앗긴 소피의 일생은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할 지도 한숨이 나오게되고, 그런 의미에서의 반전이 주는 , 그렇다고 통쾌한 액션의 반전이 아닌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독자로서 느끼는 수긍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외로움, 그런 가운데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던 불행한 인생을 살아가는 프란츠라는 남자-

 

엄마가 입었던 하얀 웨딩드레스엔 죽음을 맞이한 엄마의 얼룩이 남아있고, 그 웨딩드레스를 소피에게 다시 입혀줌으로서 증오의 대상인 그녀에게 죽음을 선사하려한 한 인간의 냉혹한 일면을 엿보게 만든다.

 

프란츠란 인물에게  일말의 동정이 일진 않지만 그렇게 밖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모난 생각, 그리고 여지없이 자신의 그릇된 행동으로 한 부녀의 일생을 갈라 놓게 만든 당사자로선 용서를 할 수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인간의 증오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삶까지 해칠 수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작가의 철저한 계획적인 극의 흐름으로 반전을 맛보는 재미까지 선사를 하기에 책을 읽어가는 동안 왜? 라는 물음과 함께 소피의 인생역전의 맛까지 볼 수있는 재미를 주고 알렉스를 읽어 본 독자라면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한 번쯤은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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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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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웹스터는 학창시절 친한 친구 2명 외에 새로 전학 온 에이드리언 핀이란 학생과 같이 어울리게 된다.

 

 다른 친구와는 달리 총명하고 학교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는 정도에 이르는 명석함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대학 진학 후 토니는 베로니카란 여대생과 사귀게 되면서 그녀의 집에 초대되어 가게되고 그 곳에서 그녀의 가족들과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둘은 곧 헤어지게되고 얼마 후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와 사귀게됬음을, 그래도 되냐는 양해를 구하는 편지를 받게되고 토니는 흔쾌히 둘의 사이가 잘 되길 바란단 엽서를 보낸다.

 

 졸업 후 미국으로 여행을 간  사이 돌아와 보니 친구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욕조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단 소식을 듣게되고 토니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어느 덧 60대의 은퇴한 노인이 된 토니는 결혼, 이혼, 딸의 출생과 결혼, 손자까지 있는 노년의 길을 가고 있던 중 미처 보지 못한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의 내용인 즉슨 베로니카의 엄마인 사라 포드가 죽으면서 얼마 안되는 금액의 유산을 토니에게 넘기며,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넘긴단 내용이었다.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에이드리언과 포드부인, 베로니카를 다시 떠올린 토니는 베로니카와 어렵사리 이멜과 만남을 통해서 왜 자신에게 이런 유산을 남기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일기장 보관을 하고 있는 사람은 베로니카란 사실에 그녀에게  달란 말을 하지만 베로니카는 버렸단 말과 함께 자신이 전혀 기억하지도 못한 , 당시의 자신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의 복사본만 받게 된다.

 

 자신이 쓴 내용일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던 악담이 담긴 구구절절의 내용을 읽고 토니는 다시금 과거의 일로 돌아가 당시의 일을 기억해내려 하고 이 와중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던 과거의 사실이 과연 지금에 와서 확신을 줄 수있을정도의 진정한 기억이었나에 대한 회한과 후회, 자신의 글 때문에 일생을 그르친 에이드리언에 대한 생각으로 혼돈에 빠진다.

 

 베로니카의 차를 타고 마주친 곳에서의 에이드리언의 판박이 아들을 보고 또 한 번 놀란 토니는 여전히 베로니카의 말처럼 그대로인 채 아무런 눈치도 못채고 전 부인의 말처럼 홀로임을 알게된다.

 

 책을 읽다 보면 맘에 드는 구절을 적어놓을 만큼의 글을 접할 때가있다.

 

 이 작가도 그런 부류의 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직도 조그만 수첩에 적어놓은 글귀를 이번 책을 접하고서 다시금 끼적여보게 됬는데, 작가의 현란한 수사적인 문구가 아닌 한 구절 한 구절 읽다보면 무릎을 칠 때가 종종 생기는 그런 구절의 글을 쓰는 이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새삼 다시 한 번 부러움을 느낀다.

 

 이 책은 기억이란 소재를 가지고 내가 살아오면서 기억하는 어느 한 부분이 세월이 흘러도 여러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확실한 기억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되새겨보게한다.

 

 분명 토니의 기억에 의지한다면 그는 둘의 사이가 잘되길 빈다는 엽서를 보냈다는 기억만 가지고 있었지, 자신이 생각했던 베로니카에 대한 느낌, 그녀의 엄마를 만나 상의해 보라는 둥, 하는 일말의 저주스런 문장 자체를 기억해내지 못한 채 그저 평범한 생활인으로의 말년을 보낸 남자였다.

 

 그런 토니에게 시원스레 네가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이러하다란 말 한마디 없이 오로지 과거나 현재나 똑같단 말만 반복하는 베로니카에게 토니는 자신의 나름대로 추측만 무성하고 그 추측으로 인해 말 한마디 하는 것마다 빗나가 버리는 젊을 시절의 모습을 반복하는 사람으로 밖에 비춰질 뿐이다.

 

 1부에서의 젊을 시절의 토니를 생각하는 회상에 이어서 2부에선 노년에 들어선 토니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악담대로 둘 사이의 관계를 이어지지 못하게 한 죄책감, 반전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의 만남은 이 책의 서두 부분부터 다시 들쳐서 같은 대사가 나오는 장면의 상황과 다시 비교해 보게 만드는 묘한 설정의 부분구성이 색다르다.

 

 여러차례 상 후보에 오르고도 번번이 수상자 대열에 오르지 못했던 작가가 이 작품으로 상을 탓다고 하기에 생각만 하다가 이번 기회에 읽은  책치곤 그가 보여줬던 다른 작품들 속의 구성보단 조금의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대로의 서술 기법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어째서 에이드리언과 사라 부인의 관계 발전이 그렇게 됬는지, 왜 그녀가 제 삼자인 토니에게 유산을 물려주는지에 대한 정황은 설명이나 정황상의 힌트조차 비춰주지 않고 있기에 다만 내 나름대로의 추측을 유추한단 점에서 좀 답답함도 보인다.

 

 하지만 역사시간에 그들이 말한대로의'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33) 에서 노년의 토니가 생각한 역사는   이렇게 대답을 바꾼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101)

 

결국 이 책은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의 일들이 얼마나 무수한 억측과 상상을 토대로 망가질 수있는지, 그것에 대한 실제적으로 내 자신은 죽을 때까지 타인에게 어떠한 가슴아픈 일을 저질렀는지조차도 모를 수있단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34) 이라고 했던 에이드리언의 말이 비수처럼 꽃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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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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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모슬렘으로서 장작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일찍이 상업전선에 나선 제브데트는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일찍이 혁명에 눈을 뜬 형 누스레트와는 다른 인생 길을 걸어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장작가게와 조명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오스만 제국의 파샤의 딸인 니갼과 결혼에 들뜨게되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형은 못마땅하지만 자신의 병을 알고선 자신의 아들인 지야를 부탁한다.

 

 니갼과 결혼한 후 오스만, 레피크, 그리고 딸 아이셰를 둔 제브데트씨는 터키의 근대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자신이 원하던 집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상업의 길을 걸어선 오스만과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형과 함께 아버지의 사무실을 다니는 레피크를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둘째인 레피크는 파리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친구 외메르와 무히틴이란 또 다른 동창생들이 걸으려는 인생의 길을 보고 고민을 한다.

 

 외메르는 혁명적이고 선망의 대상인 유럽에서 보고 들은 것을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위한 정복자의 꿈을 꾸게되고 그런 가운데 국회의원의 딸인 먼 친척뻘이 되는 니즐르와 약혼에 이르게된다.

 

 무히틴 또한 서른 전에 시집을내고 별반 호응이 없다 싶으면 자살하기로 맘을 먹은 상태-

이런 두 친구의 뚜렷한 인생관에 비해서 자신은 일찍이 결혼을 하고 딸까지 둔 현실에서 막연하나마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할 수있으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심하다 동부의 철도 건설 현장에 가 있는 외메르가 있는 곳으로 잠시 떠나게되고 그 곳에서 독일 사람과의 대화, 터키의 여러사람들,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농촌진흥계발이 필요함을 알게된다.

 

 집으로 돌아온 후 외메르의 장인이 될 국회의원의 소개로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책 한권을 내주는 것으로만 만족을 느낄 뿐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출판사를 차려 책을 낼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된다.

 

 한편 외메르는 부자가 되고 니즐르와의 결혼을 미루다 파혼, 결국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무히틴 또한 터키민족주의 또는 안종주의 이름에 심취, 새로운 잡지 발간에 필요한 일을 하게된다.

 

 제브데트씨의 죽음 이후 그가 살던 대가족의 집은 아파트란 이름으로 각기 세대가 나뉘어서 생활하는 형태를 갖게되고 레피크의 아들인 아흐메트는 파리에서 그림공부 후에 귀국, 변변한 직업을 찾지 못한 채 그림과 프랑스어 교습으로 생활해 나간다.

 

 자신 또한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란 지야 아저씨의 말에 따라서 자신이 전공한 그림을 필요로하는 친구 하산의 뜻대로 해 줄것을 승낙한 가운데 아버지가 썼던 비망록을 들쳐보면서 할머니 니갼의 죽음을 맞이 한 후 자신의 그림을 그리러 간다.

 

 노벨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처녀작이 이번에 믿음사에서 출간이 됬다.

 

 그의 작품 전체를 번역한 분의 이름도 친근하고 뭣보다 그가 쓴 글을 읽은 몇 권의 책을 토대로 되돌아 볼 수있는 기회가 이 책을 통해서 이뤄졌다고 볼 수있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근간으로 후에 나온 책의 내용이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된 만큼 이 책의 3대가 이루는 근간엔 터키의 현대사가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이르는 대하소설에서 보듯 우리의 현대를 관통하고 있는 역사의 근간을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책 또한 터키란 나라가 지닌 오스만 대 제국의 몰락과 다시 태동하는 근대의 혁명기 과정, 아나튀르크의 죽음, 다시 혁명의 암시를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이 3대를 거치면서 개개인이 그 안에 속해있고 어떤 고뇌를 겪었으며, 지식인은 지식인대로, 제브데트씨처럼 아무런 욕심없이 나라의 역사 소용돌이 속에 오로지 대가족의 화목만을 목적으로 한 삶을 지향하는 것, 그의 둘째아들인 레피크와 그의 친구들은 좀 더 적극적인 개인주의적인 욕망과 나라의 앞 날에 대한 자신의 인생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사실을 이 책에선 변화하는 세태와 그 안에서  몸부림치고 행동에 옮기려는 청춘들의 고뇌를 엿 볼 수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결혼가치관에 갇힌 부모에 의해서 맘을 두고 있었던 남자 동창과 헤어진 아이셰의 결혼과정이나, 터키의 부유층의 삶 묘사, 각기 다른 정부를 두고는 있지만 차마 이혼을 하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오스만 부부, 자신의 재산을 내놓으라며 간간이 편지를 보냈던 지야의 행동 등은 시대를 같이 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개인사가 터키라는 나라가 겪고있던 1905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일을 잘 묘사해 준 책이다.

 

 레피크에 이어서 자신의 갈 길을 모색하는 아흐메트의 모습이 부전자전이란 생각도 떠오르게 만들고 결혼함에 있어서의 계급파괴과정도 보여준단 점(니갼과 제브데트의 결혼)에서 우리의 양반계급이 몰락해가는 과정과도 비슷한 점이 느껴진다.

 

 니갼의 바램대로 대가족의 형태는 사라지고 집이 허물어지면서 아파트란 건물이 생기면서 각기 다른 세대층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족해체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가 부대끼면서 자신의 각자 각 길을 가는 또 다른 청춘들의 모습이 마지막 1.2.3부로 나눠진 가운데 아흐메트의 행동으로 끝을 맺은 이 책은 이후에 나온 책을 먼저 접해서 그런가, 아니면 터키가 지닌 역사적인 부족한 인식 때문인진 몰라도 솔직히 읽어나가는 과정은 그리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후의 작품들이 쉽게 다가오고 있단 점에선 작가의 글의 방향이 좀 더 수월하게 독자에게 다가간 느낌이 짙게 들었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느낌은 일단 그의 초년작을 대했단 흥분, 그 이후 그의 작품세계와 일관되게 관통되고있는 주제의 흐름을 알 수있단 점에선 아주 뜻 깊은 작품을 만났단 느낌이다.

 

터키의 간간이 나오는 장소의 묘사는 한 순간의 추억에 잠들게하기도 하고 여전히 활기찬 그네들의 모습이 책을 덮고서도 잔잔한 잔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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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명문프로 야구 구단인 오리올스에 입단한, 2 년차생인 좌완투수 사와무라는 어느 날 경기를 끝마치고 집으로 오던 중 집 앞에서 괴한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곧이어 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단 투서가 구단과 일간지에 나오면서 곤경에 빠지게된다.

 

 같은 좌완투수인 미우라의 초대로 그의 파티에서 연예인인 여자를 만나게되고 또 그 현장에서 괴한에게 매를 맞는 동영상이 다시 유포가 되면서 그의 승부조작설은 기정사실화가 되어간다.

 

 구단은 구단측대로 서둘러서 마무리하려고 자택근신과 2군 강등이란 초 강수를 두게되면서 사와무라는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 범인 추적에 나선다.

 

 추적의 추적을 통해서, 일간지 기자의 도움으로 몇몇 단서를 캐내면서 범인의 아지트라 생각되는 아파트에서 심한 폭행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게 되지만 간신히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고 그 곳을 빠져 나와 시합경기에 강행을 하게된다.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와무라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단 사실과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경기 당일의 시합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타자와의 신경전을 걸쳐자신이 할 수있는 최선의 경기를 한다.

 

 올 연초에 터진 축구와 야구계의 승부조작 사건을 떠올리게하는 이 소설은 소설이라지만 마치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사건의 현장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즉, 어느나라에서나 일어 날 수있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담을 해서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얼핏 스쳐가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책이다.

 

 말 한마디의 농담이 승부조작에 연루가되고 도박군들의 세계, 자신이 점차 프로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 서서히 현실적으로 몸 값이 떨어지게 된 선수가 갖게되는 유망주에 대한 질투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벌인 이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노라면 프로세계의 치열한 자리다툼, 철저한 자신의 몸관리의 중요성, 상대 구단주나 몸 담고 있는 구단주 안에서의 유호적인 상호교류의 필요성등이 스포츠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에, 야구를 소재로 한 소설이지만 냉철한 인간들만의 영역보유와 그 한계와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우스 포란 명칭이 좌완투수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야구에 대해선 해박한 지식정도를 갖고 있진않다.

 

 가장 알 수없었던 것이 주말에 죽치고 장장 내리 몇 시간에 걸쳐서 야구 시청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었다.

 

격렬하게 승자를 가리는 것도 아닌 이 경기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들 열광하고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다이아몬드 형태의 그어진 곳에서 던지고 때리고 가끔 앉아있는 포즈로 있는 사람이 밑에서 손가락 몇 개를 투수에게 보이면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 1.2.3루까지 있는 그 짧은거리를 그렇게 육상선수처럼 훨훨날아다닐 정도의 실력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야구의 묘미를 깊게 알지 못하는 나로선 이 소설이 주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현장에서 느끼는 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 이래서 야구를 보는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를 ...)

 

 작가의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투수와 타자간의 심리전, 포수가 원하는 사인과 호흡이 어느정도 맞아들어가느냐에 따른 경기의 운영 흐름, 오로지 이익만을 우선시 하는 구단주의 심리, 같은 선수끼리라도 서로가 경쟁를 해야만 내가 살 수있는 승부의 세계를 맛본단 점에서 이 소설이 주는 맛은 다른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나 책보다 훨씬 현실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책이다.

 

 다만 자신의 무죄를 밝혀가는 중에서 벌어지는 사와무라의 행동과정이 스릴과 긴박감이 떨어진단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주지만 이제 프로야구의  열기도 식어가는 이 즈음에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있는 책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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