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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 세트 - 전2권 ㅣ 을밀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고구려 제 22대 왕이 되는 안흥은 선조인 장수대왕의 업을 이어받아서 그간 수도를 평양으로 천도하면서 기존 수도였던 국내성에 안주했던 국내파와 새로운 평양파간의 균형유지, 그리고 대세에 혼잡한 상황을 이용하여 보다 나은 나라 건설을 위하여 자신의 누이동생이 안학공주를 신비스런 신령의 힘을 지닌 여인으로 보이게끔 해 놓고 자신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서 고분투한다.
전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신령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만 있던 안학 공주에겐 동물과의 교류가 특히 뛰어난 재주는 갖고 있던 바, 어느 날 오라비인 안흥의 것이 될 백록을 돌보다 백록을 놓치게되고 그것을 쫓다가 계곡의 깊은 물에서 상반신을 드러내 놓고 있던 을밀을 만나게된다.
을 밀-
사실 평민한 백성으로서 성이 없이 그저 밀로만 불리던 그는 은이 많이 나는 은산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키워져 온갖 말썽을 부리다가 어느 날 할아버지로부터 자신이 친 손자가 아니며 어느 여인이 그를 맡기면서 귀족의 신분을 나타내는 띠를 주었단 소릴 듣게 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위해서 왕이 주선하는 사냥대회게 나가게된다.
사냥이 시작되던 날, 국내파의 고추대가란 관직을 갖고있던 우불해와 그의 손자 우태루는 왕과 함께 사냥을 하는 것을 보러 오게 되고 태루도 사냥에 참여를 하면서 을과 안면을 트게되면서 친한 사이로 발전이 된다.
장수대왕이 열람하지 말라는 비밀문서가 있단 소리, 60여 년전에 벌어진 역적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욕과 가문, 그리고 역적으로 몰린 사람들의 재산을 가로채 부를 이룬 우 가문의 불해를 보는 안흥의 견제로 불해는 태루와 안학의 혼사를 넌지시 말하는 안흥의 제의로 솔깃해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을이 자신의 가문을 찾기위해 밤 중 궁궐침입으로 인한 인연으로 공주가 있는 정원까지 가게된 밀은 그 곳에서 천녀라 생각한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남을 갖게된다.
어떨결에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공주의 시녀인 별아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안학은 그 후 별자리를 볼 겸 을과의 만남을 갖게되면서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한편 을밀을 자신의 곁에 두게 된 안흥은 백제가 차지하고 있던 아리수, 즉 한강을 찾기위해 백제로 침투를 하게되고 그 곳의 거상인 한씨를 포섭함과 동시에 그의 자녀인 구슬아씨, 주를 만나게된다.
하지만 주는 밀을 본 순간 자신이 그를 사랑하게 됬음을 알게되고 거침없이 그에게 고백하지만 이내 거절당하고 그런 모습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안흥으로부터 비가 되어달란 말에 운명을 맡기게된다.
드디어 왕으로 오르게된 안흥, 즉 안장왕은 위험에 처한 주를 데려옴으로써 그를 비로 맞이하게되지만 자손이 태어남으로해서 온갖 외척의 세력이 펼치는 세상을 용납 할 수없다며 주를 멀리하게된다.
밀 또한 안장왕의 명령으로 북쪽의 오랑캐를 포섭하기 위해 안학에게조차 이별의 말도 못하고 출발하지만, 이내 자신의 뿌리찾기가 더 우선 순위임을 자각, 다시 발길을 돌린다.
궁 궐내에선 이미 안장왕을 몰아내기 위한 계책이 안장왕의 동생인 보연왕자의 장인인 왕수종과 불해간의 협력, 그리고 공주의 신통기가 이미 을밀과 사통한 죄로 사라져버려 정원의 동물들이 죽어가는 사건이 발생, 공주는 사가로 쫓겨간 처지가 된다.
불해의 집으로 들어간 을밀은 태루와 옷을 서로 바꿔입음으로써 자신들의 일을 서로 바꾸게되고 을밀은 자신의 조상이 왜 역모사건에 얽혀들었는지에 대한 문서를 불해의 집에서 찾게되면서 왕에게 고한다.
구슬아씨, 또한 자신의 아비로 인하여 왕이 위험에 처하게되자 불해와 협력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비관, 안학이 보관해 오던 독약을 들고 술 안상을 갖고 왕을 찾아가게 되면서 죄를 사하려하지만 눈치채지 못한 왕으로 부터 서로 술을 마시면서 왕의 진심어린 사랑 고백을 듣게된다.
궁 궐내안으로 침입을 시도한 불해 일당은 안장왕으로부터 장수대왕의 과오가 업적, 그리고 자신의 역모죄를 듣게되면서 자살로 마감, 모든 일은 순리대로 풀린다.
전작인 "왕은 사랑한다 "에 이어서 새로 나온 을밀이란 인물을 대상으로 그린 역사 로맨스 소설이다.
시대가 전작은 충선왕인 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간의 얽히고 설킨 질긴 인연의 대 서사시를 광활한 사막까지 무대로 삼으면서 시종 안타까움과 사랑의 감정 표현을 한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별 볼일 없는 아주 낙천적인 인물이자 힘이 세고 무사의 기질이 다분한 을밀이란 사람이 겪는 사랑과 그 쟁취과정, 그 안에서 할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가문이 역적으로 몰렸으나 결코 미워할 수없는 친구 우태루와의 우정, 그리고 안학을 사이에 둔 사랑의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천상의 천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실은 공주의 시녀란 사실로 다시금 용기를 내어 사랑을 쟁취하고 그녀의 맘을 온통 흔들어 놓는 을밀의 자신의 뿌리찾기와 한 사람의 남자이기 전에 왕세자, 왕이란 신분에 어울리도록 주변의 공주와 을밀의 사랑 이용하기, 자신의 비인 구슬아씨의 사랑을 눈치채지 못했던 비운의 왕인 안흥의 사랑도 두 줄의 사랑놀이를 보여준다.
흔히 말하는 로맨스의 대부분은 남자가 주도를 이룬다.
여주인공이 비록 남자를 사랑하고는 있지만 결코 자신의 맘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고 그것이 비친다해도 은유의 비법이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의 안학이나, 애노, 주의 사랑표현은 가히 아주 역동적이고 적극적이다.
시대가 조선이 아닌 고구려 시대라서 그런진 몰라도 왕의 명령에 의해서 만나고는 싶으나 만날 수없단 을의 행동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게하는 안학의 대담한 돌발행동은 읽는 내내 시원스런 기분마저 선사한다.
여기엔 서로가 사랑을 하는 연인이 있는가 하면 일편단심 해바라기의 사랑도 있어서 안쓰러움을 주는 사랑도 있다.
밀을 향한 애노의 적극적인 사랑행동, 애노를 향한 굴가의 사랑, 구슬아씨의 밀에 대한 사랑, 그것을 알면서도 비로 받아들이는 안흥의 사랑, 안학을 향한 태루의 사랑은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신분,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기에 다분히 그렇고 그런 사랑이 아닌 진실된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던진다.
시대가 요구하는 만큼 자신의 것보단 나라의 안위를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왕의 외로운 자리는 그래서 비에게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겠지만 이마저도 나중에야 알게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우직하면서도 숨길 줄 모르고 자신의 왕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 놓을 각오를 하는 밀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안학 앞에선 어쩔 줄 몰라하다가도 남자답게 과감히 사랑 표현을 하는 밀이란 인물의 캐릭터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각 등장인물들간의 섬세한 특징이 잘 드러내놓고 있기에 읽는 맛이 감칠나고 특히 애노와 굴가간의 사랑다툼은 조연이지만 글 흐름에 있어서 없어선 안될 감초가 아닌가 싶다.
왕은 사랑한다... 내년 드라마하기로 확정이 되었다고 하던데, 이들의 광활한 대륙을 누비벼 펼쳐지는 사랑의 전개도 어떻게 표현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고, 을밀 또한 드라마화 한다면 아주 좋은 극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 보게한다.
짧지만 굵게~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는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