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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브리스트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8
테오도어 폰타네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18살의 에피 브리스트는 그녀의 엄마가 한 때 사귀었다 헤어진 38 살의 인슈테텐이란 케신 지역의 군수를 남편으로 맞게된다.
그것도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일사천리, 결혼이 진행이 되고 둘은 이탈리아의 여러지역을 도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남편 근무지인 케신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부모가 있던 친정에서 친한 친구들과 놀던 그네타기 놀이며 새에게 모이주기등은 이제 할 수없고 둘레에 나이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인 생활, 동년배도 없는 갑갑한 생활 속에서 딸 아니가 태어나고 남편은 남편대로 그가 쌓아 온 지식과 생활의 잣대,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관직을 향한 일에 기울이게 되면서 에피도 어느 정도는 적응해 가던 어느날 , 남편과 한 때 군대에서 생활을했던 크람파스란 소령내외를 만나게된다.
40대 중반의 크람파스는 부인의 감시대상이요, 그것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에피의 남편과는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유쾌하고 시와 연극에 능하며, 항상 진지한 인슈테텐과는 다른 상반된 그의 성격과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혹을 느끼면서도 에피는 절로 빠져들게된다.
간통이란 것에 자유로울 수없었던 에피는 남편의 근무지가 베를린으로 나면서 그것을 하나의 구원의 손길로 받아들이고 크람파스에게 이별의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점차 마음적으로 안정을 찾게되고 그 세월은 거의6년 반이 흐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피가 휴양을 간 사이 딸 아니의 다리에 난 상처로 인해서 붕대를 찾던 중 에피가 숨겨놓은 편지 뭉치를 인슈테텐은 보게되고 바로 크람파스에게 결투 신청을 하면서 극에 달한다. (책 중에 한 부인이 말하듯, 왜 그 편지들은 보관을 해서 이런 사태까지 만들었는지, 이해를 할 수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입회인 하에 치뤄진 크람파스와의 결투는 크람파스의 죽음으로 끝이나고 에피는 휴양지에서 편지로 이혼 통고를 받게되면서 이혼녀란 딱지를 붙이고 살게된다.
3년이 흐른 후 딸 아니가 학교에서 나온 것을 본 후 남편의 허락 하에 딸을 자신의 집에서 만나게 되지만 서먹한 모녀의 사이는 에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고 오래 전 부터 않던 폐 이상과 신경쇠약으로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등지게된다.
안나카레니나, 보바리부인과 함께 불륜을 다룬 3대 작품중 하나란다.
다른 두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처음이었다. (이런 무지가 있을 줄이야...)
시대는 19세기 후반의 비스마르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엄마의 연인이었지만 좀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나이 많은 아버지를 택한 엄마의 입장에서 딸을 보내기엔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남인 인슈테텐을 놓치기는 싫었을 것이다.
에피 또한 말하는 대목에서도 나오듯이 명예와 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없고, 뭣보다 자신보다 세상의 경험이 많고 진중하고, 모든 면에서 자신보단 나은 인슈테텐을 택했단 점에서도 에피의 현실성도 보이는 작품이지만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이 안다고 너무다 여리고 명랑하며, 모든 면에서 호기심 일색이었던 에피와 사회적인 관습과 인습, 법에 얽매여있는 관직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인슈테텐과의 사이는 어쩌면 물과 기름 사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차 안에서 이뤄지는 키스의 급습으로 인한 여파 후의 계속된 둘 만의 불륜은 이 책에선 그다지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있는 하녀 로스비타가 그녀가 겪었던 일말의 불행을 공통으로 삼아 같은 동지애와 애정을 나눌 수있던 반면, 또 다른 하녀 요하나의 행동은 보수 그 자체이다.
일단 간통이란 것을 저질렀음은 신분을 막론하고 사회에서 인정할 만한 행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말과 자세를 보이고 그런 점에선 인슈테텐과 공통점을 보인다.
하지만 인슈테텐 또한 당시 현재에서 발견이 된 불륜의 편지도 아니고 이미 6년 반이 흐른 시점에서 알게 된 둘의 간통은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마음만은 이미 떠난 것으로 살아가야 할 지, 아님 이미 입회인 요청을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이 마당에 결투로서 자신의 의지를 보여야 할 지에 대한 고통과 망설임, 그럼에도 사회에서 통용이 되는 인습과 관습, 여러사람이 생각하는 당시의 법률적인 것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크람파스가 죽은 이후의 출세를 하게되는 인슈테텐이지만, 고위층의 타탕한 행동을 허락한단 사실이 있음에도 그의 결투사건 그 이후의 생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도 에피를 사랑함에도, 쉽게 용서란 것을 할 수없었던 그나, 그녀의 부모, 특히 엄마의 편지는 에피를 더욱 절망감에 빠뜨리게되고, 후에 아버지의 결정으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고 망가진 후의 모습을 보인다.
그톡록 그리워한 딸에 대한 기대이하의 행동을 보고 받은 충격은 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불륜 자체는 부끄럽지 않으나, 그 것을 숨겨야하고 살아야만 하는 자신은 부끄럽단 에피의 말엔 글쎄 시대상 갇혀있다시피한 당시의 여인들의 모부림의 한 면을 들여다 보는 듯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에피의 불륜행동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결혼의 적령기가 그녀의 나이때와 맞는다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너무나도 알고싶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을 에피의 여린 심정을 부모는 그토록 몰랐을까? 아니, 적어도 에피 자신은 결혼 후에 그것을 깨달아 크람파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나?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 본 에피의 생활은 무난할 정도였는데, 다만 사람의 성격상 쉽게 애정 표현에 인색했던 인슈테텐의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좀 더 신중하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을 준다.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는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도 상당한 이슈였을 얘기를 작가는 고령의 나이가 주는 인생의 폭 넓은 깊이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관조적인 성격으로 그 안에 나오는 여러사람들의 생각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펼쳐나간다.
결혼에서 사랑과 조건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마음과 사회의 도덕률이 갈등을 빚을 때 우리는 어느 쪽에 의거해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까?'
이성적으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리는 사람의 마음을 두고 에피처럼 어쩌면 죽으면서 남편을 원망했던 자신의 마음을 용서를 하게되는 마음의 변화속엔 당시 사회 안에 묶여있던 여성들의 결혼관과 사회관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단 자책감과 후회가 말이다. )
요즘처럼 자신들끼리 좋아서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은 세상에서 이 책은 아마도 구시대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결혼이란 제도를 두고 보면 여전히 간통이란 의미, 부부간의 의사소통의 부재, 사회가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인간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누리고 살 권리는 무엇인지를 묻게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