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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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중심가 로열호텔 스카이레스토랑에서 한 혼혈흑인이 칼에 찔린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할렘 이스트가에 살고 있던 조니 헤이우드란 사람이란 것이 밝혀진다.

 

그가 머물던 호텔의 반경과 택시운전사의 도움으로 그가 말한 키즈미로 간다란 말과 함께 일본의 유명시인이 쓴 시집을 토대로 수사해 나가지만 동기를 밝혀 낼 수없는 오리무중에 빠진다.

 

한편 자신의 병으로 웃음을 파는 일에 나선 아내 후미에를 둔 남편 오야마다는 부인의 실종으로 인한 뒷조사를 하던 중 부인과 불륜의 관계를 가졌던 대기업 간부 니미에를 만나게되고 그와 협조해 부인의 실종에 대한 수사를 하던 중 부인이 사라졌다고 하는 장소에서 낡아빠진 곰 인형을 발견한 니미에의 말과 그 곰인형이 들어가기 힘든 유치원에서 주는 것임을 알게되고 추적 결과 현재 20대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졸업한 해에 주었단 것을 알게되면서 경찰에 수사를 독촉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하게된다.

 

 일본의 알아주는 철강회사를 경영하다 정치계에 입문한 남편을 둔 야스키는 자식 남매를 두었지만 아들의 일기를 토대로 행복한 가정의 전도사로 이름을 날리게 된 여인이다.

 

어린 아들의 소풍 때 단지 돈 몇 푼을 쥐어주고 보낼정도의 냉철한 면을 보인 엄마의 모습에 자식들은 그저 자신들이 이용하기 쉬운 이용품이란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여동생을 두고 집을 나와 사는 아들 고오리는 차로 후미에를 치고 그 시체를 파 묻으면서 뉴욕으로 도피 여행을 떠난 상태다.

 

한편 조니가 말한 키즈미란 것이 키리즈마란 온천과 밀짚모자을 연상시키는 시집을 종합해서 그 곳을 찾아간 형사 무네스에 또한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형사의 길을 들어선 사람-

모든지 범인을 잡는 것 하나로 이 세상의 나쁜 자를 처벌하고자 하는 그의 결심엔 인간을 결코 믿지 않는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키리즈마에서 오래 전 기억에 남는 가족을 알고 있던 유일한 증명인이 댐에 빠져 죽게되고 수사는 점점 힘이 빠지게 되지만 야스키의 집에 있는 자동차의 찌그러진 부분에서 발견된 후미에의 증거, 그리고 무네스에의 조사결과로 야스키를 직접 인간적으로 호소한 결과 그녀의 어두운 과거와 진실이 밝혀진다.

 

전후의 일본의 패망을 시대로 하는 이 소설은 그 안에서 힘없은 일본인들이 주둔한 미군들의 패악질에 아무런 힘도 못쓰고 그저 방관만 하다 돌아선 일본인들의 모습, 그 속에 무네스에의 아버지가 구하려했던 여인이 바로 야스키란 사실, 한 때 주둔했던 미군으로서 일본인들에 소변을 쏟았던 미국의 형사 캔의 최후,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교육을 받던 야스키는   전시로 인해 중단하고 다시 상경했을 때 사랑했던 흑인군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 조니가 자신을  찾아오자 일순간 자신의 현 가정을 지키기 위해선 그 아이를 죽여야만 했던 비정한 모성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낳은 두 남매가 정상적인 자식들이었나 하면 그렇지도 않다.

방송에서 같이 출연해 같은 겉 허울의 둘러쌓여 부모와 자식간의 정이 아닌 철저한 이용소품으로서 밖에 이용을 하는 엄마와 아빠의 생각 앞에서 자신 또한 그들에게서 빼내어 쓸 수있는 것은 빼어 쓰는 아들과 섹스의 문란한 파티에 빠진 딸의 검거 소식으로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간 야스키란 여인의 인생 앞에선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인간을 인간답다고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답을 여러가지로 해석을 주는 책이다.

야스키의 입장에선 모정을, 오야마다에게선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불륜에 대한 용서, 그리고 사랑을, 니미에에겐 오로지 성공만을 향해 걸어온 자신에게 유일한 사랑의 대상이었던 후미에에 대한 사랑...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은 그래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알게 해준 점이다. 

그토록 인간을 믿지않던 무네스에란 형사가 증거도 없이 오로지 인간적인 감성에 의지한 채 야스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은 그래도 그녀에게도 일순간의 인간임을 저버리지 않는 증명을 했구나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자포자기로 쓸쓸히 죽어간 조니의 말과 행동, 자신의 과로를 감추겠다는 인간이 할 수있는 현 시점의 행동의 자포자기와 숨김, 그것이 결국은 한 가정을 무너지게 만드는 결과로 초래를 하는 순간의 과정이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두 가지의 큰 사건을 교묘히 엮어서 한 사건으로 보게 만드는 작가의 구성이 그 시대를 감안해서 썼다고 해도 지금 읽은 시점에서 전혀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는 장점이 도드라져 보였다.

 

국내에 드라마 원작으로서도 사용이 됬다고 하는데, 그만큼 이 소설의 유행타지 않음도 작가의 역량이 뛰어남을 알 수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모정이란 단어를 두고 단판을 벌인 무네스에의 가슴 속에도 인간의 증오가 인간의 믿음으로 변하는 순간, 엄마로서 한시도 조니를 잊을 수가 없었다던 야스키의 자백에 독자들도 어느 정도는 감정이입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싶다.

 

제목에서 주듯이 인간의 증명을 한 야스키와 무네스에의 감정은 그래서 책을 읽은 다음에도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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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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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것이 대한제국이라고 불리기 전의 왕조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의 기타 타 국가들 사이에서 일부나마 형식적으로라도 보존이 되고 지속이 되어오고 있는 어떤 향수적인 발로에서라고도 할 수가 있다.

 

이 책은 조선일보 기자로서 그간 여러 권의 책을 낸 바 있는 저자가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 과연 조선의 역사에서 왕들은 어떤 일들을 겪었으며, 그 여파로 후대의 사람들이 느끼고 살아가야 했던 사실들에 주안점을 둔 책이다.

 

 첫 째장부터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도 위화도 회군을 단행한 이성계가 왕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흔히들 알고있던 폭군의 대명사인 광해군과 연산군과의 차이점, 이산의 친부와 조정에 대한 이해관계 속에 엇갈리는 행보를 토대로 독자들을 이끌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1부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
1. 조선의 첫날이 열리다, 태조 이성계의 하루
2. 허무가 불러온 파멸, 연산군 이융의 하루
3. 오도된 재평가의 덫, 광해군 이혼의 하루
4. 사라진 강성대국의 꿈, 소현세자 이왕의 하루
5. 군사(君師)의 좌절, 정조 이산의 하루

제2부 군신이 격돌한 전쟁의 하루
1. 혁명 동지들의 비극적 결별, 이방원과 정도전
2. 군신 대립의 뿌리를 찾아서, 수양과 김종서와 한명회
3. 영원한 제국의 붕괴, 중종과 조광조
4. 공자는 군주를 초월한다, 서인과 문묘 배향
5. 역사를 두고 벌이는 전쟁, 왕과 실록

제3부 하루에 담긴 조선 왕의 모든 것
1. 왕이 첫날을 시작하다, 즉위식
2. 왕의 최고 임무, 제왕학 수련

 

특히 자신의 입장으로서 써내려간 듯한 긴박했던 왕좌의 차지서부터 그려낸 듯한 글에는 독자의 입장에선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정권개입의 초창기부터 조선 초에서 이뤄졌던 외척세력의 견제로 피비린내나는 이슬의 현장부터 후기에 이르러선 적자혈통의 승계가 이워지지 않았던 조선왕조가 신하들의 세력강화에 따른 왕으로서의 부침있는 정책의 실현, 신하들과의 줄다리기 정책결정, 문묘 배향같은 일련의 일들이 촘촘히 엮여져있다.

 

왕이 되기위한 하나의 계승식부터 왕으로서 가기위한 왕도의 가르침의 수련과정, 사헌부와 왕간의 사실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어느정도까지를 왕이 참석한 자리에 같이 동참을 할 수있는지에 대한 실랑이는 지금도 보더라도 팽팽한 긴장감마저 돌게만든다.

 

 하지만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하나의 왕대가 끝나기 전까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으로 아비가 아들을 죽이거나 방관한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자신의 핏줄인데도 그것을 모르쇠로 했을 당시의 조정의 분위기, 왕 자신의 잣대의 기준이 도대체 어디까지 인륜의 정을 허할 수있을까를 되돌려 생각해보게도 하는 책이다.

 

 결국 왕이란 아무나 될 수있는 것도 아니요, 천지가 정해준 자만이 할 수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왕이란 자리는 우리가 생각할 때의 편안만하고 모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있을 것 같다던 그 자리는 항상 외로울 수밖에 없는 자리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모자람을 꾸준한 학문의 지향적인 학구열로 덮은 왕들이 있는가하면, 외척의 세력 견제를 위해서 자신의 자식을 혼인시킨 결과가 결국은 안동김씨의 세력의 기틀을 마련하게 한 왕의 결정, 조광조와 같은 신진세력의 총명함을 이용하지 못한 채 자신의 권력기반과 반대 세력 신하들의 항소에 굴복한 중종같은 경우는 적재적소의 인재등용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 가에 따라 나라의 역사는 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어제 대선이 끝났다.

 

모든 후보들이 최선을 다했고 국민들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지금,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있어서 이 책에 나오는 역대 왕들의 정치적인 결정과정을 조금이라도 참고로 한다면 훨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책 문구처럼 씨줄날줄의 엮임이 잘 이루어진 점도 돋보이고 500년 역사에서 큼직한 사건들을 모아서 한 눈에 쉽게 알수 있게 한 편집의 방향도 읽는 독자의 편에선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아니면 필요한 챕터 부분만 따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재미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는 점이 역사를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쉬운 발걸음으로 인도해주는 데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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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브리스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8
테오도어 폰타네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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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살의 에피 브리스트는 그녀의 엄마가 한 때 사귀었다 헤어진 38 살의 인슈테텐이란 케신 지역의 군수를 남편으로  맞게된다.

 

그것도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일사천리, 결혼이 진행이 되고 둘은 이탈리아의 여러지역을 도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남편 근무지인 케신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부모가 있던 친정에서 친한 친구들과 놀던 그네타기 놀이며 새에게 모이주기등은 이제 할 수없고 둘레에 나이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인 생활, 동년배도 없는 갑갑한 생활 속에서 딸 아니가 태어나고 남편은 남편대로 그가 쌓아 온 지식과 생활의 잣대,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관직을 향한 일에 기울이게 되면서 에피도 어느 정도는 적응해 가던 어느날 , 남편과 한 때 군대에서 생활을했던 크람파스란 소령내외를 만나게된다.

 

40대 중반의 크람파스는 부인의 감시대상이요, 그것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에피의 남편과는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유쾌하고 시와 연극에 능하며, 항상 진지한 인슈테텐과는 다른 상반된 그의 성격과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혹을 느끼면서도 에피는 절로 빠져들게된다.

 

 간통이란 것에 자유로울 수없었던 에피는 남편의 근무지가 베를린으로 나면서 그것을 하나의 구원의 손길로 받아들이고 크람파스에게 이별의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점차 마음적으로 안정을 찾게되고 그 세월은 거의6년 반이 흐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피가 휴양을 간 사이 딸 아니의 다리에 난 상처로 인해서 붕대를 찾던 중 에피가 숨겨놓은 편지 뭉치를 인슈테텐은 보게되고 바로 크람파스에게 결투 신청을 하면서 극에 달한다. (책 중에 한 부인이 말하듯, 왜 그 편지들은 보관을 해서 이런 사태까지 만들었는지, 이해를 할 수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입회인 하에 치뤄진 크람파스와의 결투는 크람파스의 죽음으로 끝이나고 에피는 휴양지에서 편지로 이혼 통고를 받게되면서 이혼녀란 딱지를 붙이고 살게된다.

 

 3년이 흐른 후 딸 아니가 학교에서 나온 것을 본 후 남편의 허락 하에 딸을 자신의 집에서 만나게 되지만 서먹한 모녀의 사이는 에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고 오래 전 부터 않던 폐 이상과 신경쇠약으로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등지게된다.

 

안나카레니나, 보바리부인과 함께 불륜을 다룬 3대 작품중 하나란다.

 

다른 두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처음이었다. (이런 무지가 있을 줄이야...)

 

시대는 19세기 후반의 비스마르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엄마의 연인이었지만 좀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나이 많은 아버지를 택한 엄마의 입장에서 딸을 보내기엔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남인 인슈테텐을 놓치기는 싫었을 것이다.

에피 또한 말하는 대목에서도 나오듯이 명예와 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없고, 뭣보다 자신보다 세상의 경험이 많고 진중하고, 모든 면에서 자신보단 나은 인슈테텐을 택했단 점에서도 에피의 현실성도 보이는 작품이지만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이 안다고 너무다 여리고 명랑하며, 모든 면에서 호기심 일색이었던 에피와 사회적인 관습과 인습, 법에 얽매여있는 관직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인슈테텐과의 사이는 어쩌면 물과 기름 사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차 안에서 이뤄지는 키스의 급습으로 인한 여파 후의 계속된 둘 만의 불륜은 이 책에선 그다지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있는 하녀 로스비타가 그녀가 겪었던 일말의 불행을 공통으로 삼아 같은 동지애와 애정을 나눌 수있던 반면, 또 다른 하녀 요하나의 행동은 보수 그 자체이다.

일단 간통이란 것을 저질렀음은 신분을 막론하고 사회에서 인정할 만한 행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말과 자세를 보이고 그런 점에선 인슈테텐과 공통점을 보인다.

 

 하지만 인슈테텐 또한 당시 현재에서 발견이 된 불륜의 편지도 아니고 이미 6년 반이 흐른 시점에서 알게 된 둘의 간통은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마음만은 이미 떠난 것으로 살아가야 할 지, 아님 이미 입회인 요청을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이 마당에 결투로서 자신의 의지를 보여야 할 지에 대한 고통과 망설임, 그럼에도 사회에서 통용이 되는 인습과 관습, 여러사람이 생각하는 당시의 법률적인 것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크람파스가 죽은 이후의 출세를 하게되는 인슈테텐이지만, 고위층의 타탕한 행동을 허락한단 사실이 있음에도 그의 결투사건 그 이후의  생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도 에피를 사랑함에도, 쉽게 용서란 것을 할 수없었던 그나, 그녀의 부모, 특히 엄마의 편지는 에피를 더욱 절망감에 빠뜨리게되고, 후에 아버지의 결정으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고 망가진 후의 모습을 보인다.

 

그톡록 그리워한 딸에 대한 기대이하의 행동을 보고 받은 충격은 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불륜 자체는 부끄럽지 않으나, 그 것을 숨겨야하고 살아야만 하는 자신은 부끄럽단 에피의 말엔 글쎄 시대상 갇혀있다시피한 당시의 여인들의 모부림의 한 면을 들여다 보는 듯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에피의 불륜행동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결혼의 적령기가 그녀의 나이때와 맞는다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너무나도 알고싶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을 에피의 여린 심정을 부모는 그토록 몰랐을까? 아니, 적어도 에피 자신은 결혼 후에 그것을 깨달아 크람파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나?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 본 에피의 생활은 무난할 정도였는데, 다만 사람의 성격상 쉽게 애정 표현에 인색했던 인슈테텐의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좀 더 신중하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을 준다.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는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도 상당한 이슈였을 얘기를 작가는 고령의 나이가 주는 인생의 폭 넓은 깊이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관조적인 성격으로 그 안에 나오는 여러사람들의 생각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펼쳐나간다.

 

결혼에서 사랑과 조건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마음과 사회의 도덕률이 갈등을 빚을 때 우리는 어느 쪽에 의거해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까?'

 

 이성적으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리는 사람의 마음을 두고 에피처럼 어쩌면 죽으면서 남편을 원망했던 자신의 마음을 용서를 하게되는 마음의 변화속엔 당시 사회 안에 묶여있던 여성들의 결혼관과 사회관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단 자책감과 후회가 말이다. )

 

요즘처럼 자신들끼리 좋아서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은 세상에서 이 책은 아마도 구시대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결혼이란 제도를 두고 보면 여전히 간통이란 의미, 부부간의 의사소통의 부재, 사회가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인간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누리고 살 권리는 무엇인지를 묻게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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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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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의 조 위프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엄마 카산드라의 주위엔 항상 남자가 끊이지 않지만 진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조차도 엄마인 당사자도 모를 만큼 많은 남자가 거쳐간다.

 

 어느 날 한 남자가 들어오고 마술에 재능이 있는 조의 모습을 본 그는 조의 행동을 비웃게되고 엄마는 조를 내쫓게된다.

 

 혼자 살던 그는 호텔에서 자신이 가진 재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되고 유명한 마술사인 노먼을 찾아가 그의 제자로 있게 해 줄 것을 청하게되면서 둘 사이는 부자가  아닌 부자처럼의 동거생활로 들어간다.

 

 둘 사이엔 크리스티나란 파이어댄서라 불리는 여성이 있고, 그녀 또한 조를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되지만 조는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성장을 해 나간다.

 

18세가 되던 해에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호텔의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할 것을 원하게되고 노먼의 추천으로 딜러로 첫 발을 내딛게되면서 점차 소식이 끊기게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 조가 속임수로 손님과 짜고 판돈을 이겼단 소식에 경찰서로 간 노먼은 자신이 그간 조란 아이에게 느꼈던 감정이 제자 이상의 아들과 아버지란 감정이 있음을 알게되지만 조는 그의 뒷통수를 치게된다.

 

 등단과 동시에 허를 찌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발칙하고 획기적인 소재, 단편소설같은 짧은 분량의 이야기 속엔 많은 것을 내포하고 드러내주는 작가의 역량이 또 한 번 발휘된 작품이다.

 

소설 속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란 용어를 뜻하는 면이 드러내보이고 있다.

 

항상 자신의 친 아버지에 대한 동경을 하던 소년이 로먼이란 사람을 만나고  그에게 마술에 대한 전수를 이어받지만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아버지로 여기는 반전을 보여준다.

 

아버지죽이기는 아들이 아버지란 존재를 뛰어넘어서야만 진정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나타내듯이 로먼은 로먼대로 조에 대한 감정을 조가 자신을 배신했어도 그와 똑같은 광기의 길을 간다는 것이 조금을 씁씁함을 준다.

 

타 작품들에서 보여준 발칙함의 농도는 조금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여작가 답게 인물들의 행동묘사와 감정의 표현은 그녀만의 특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좋아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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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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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수사관이었던 김호는 퇴출위기와 이혼에 이른 과정을 거치면서 대구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맡게된다.

 

 살해의 사건현장에선 이유진이라고 알려진 남자가 가슴에 직격탄을 맞고 절명, 하지만 주위의 수사 흔적엔 전혀 단서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CCTV와 당일 투숙객을 조사한 결과 그 방안엔 세 사람이 있었고 자오얼이란 중국남자가 용의자로 지목 받게된다.

 

 하지만 자오얼을 심문하면서 그의 알리바이와 흔들림없는 일관된 그의 자세를 보고 수사관의 직감으로 어떤 미묘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김호는 그가 말한 이상한 주장을 토대로 조사를 하게된다.

 

이유진의 약혼자로부터 알게된 사실 가운데 이유진이 어느 날 갑자기 뇌실험에 임상 지원하게되고 월등히 뛰어난 지능을 갖게되는 약을 복용했단 사실과 함께 그가 살해되었단 주장을 하는 말을 듣게되면서 김호는 자오얼과 이유진과의 관계에 어떤 모종의 알력이 있음을 느낀다.

 

 한편 이라크 전쟁에서 죽음의 사투를 벌이다 이유진으로 부터 목숨을 구한 새라워튼은 이유진의 살해범인은 물론 이유진으로 하여금 자신 또한 보통 인간의 지능보다 10배는 강한 능력을 지닌 강화인간인 존재임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그들끼리 조직을 만든 심비아틱 플래닛이란 공생당의 조직원들이 거의 같은 시각에 피해를 입은 사실에 착안,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런 와중에 이유진을 따르던 같은 강화인간 안준경은 평소 이유진이 주장한 지구를 구하기위한 일환으로 자신들의 조직이 1조원만 있다면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 세계를 펼칠 수있단 사실과, 그가 만든 인페르노 나인이란 모종의 최면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모든 인간들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만들었단 것에 착안, 그 자신이 스스로 최면의 세계로 걸어들어가 범인을 색출하기에 이른다.

 

새라워튼 또한 자오얼과 이야기하기 위해선 그를 빼내야하는 상황-

이에 김호의 딸을 납치, 김호로 하여금 설계도를 가져오라 협박하게 된다.

 

준경은 인페르노로 내려가 그 곳에서 그 안에서의 나라를 위해서 반대세력과의 싸움을 하고 김호는 김호대로 현재의 세계에서 자오얼의 정체와 미국과 중국간의 알력, 음모등을 밝혀내면서 준경과 만남을 갖게된다.

 

  영원한제국의 저자로서 흔히 알고있던 문학의 한 주류인 스릴, 첩보, 로맨스외에 게임과 문학이란 두 쟝르를 합쳐서 이번에 전혀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내놓은 이인화 작가-

 

사실 영원한 ...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 내지는 전혀 색다른 장르를 호응하는 두 분류로 나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미로처럼 복잡하고 (게임의 세계인 인페르노를 최면의 상태로 내려가서 싸우는 준경의 이야기, 단테의 신곡을 빗대어서 지옥의 세계를 그린 점, 인페르노는 라틴어로 지옥이란 뜻이란다. ) 이야기의 맞물림이 조금은 허술한 느낌이 없지않아서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전혀 문외한인 나에겐 이 이야기 구성 자체의 시도를 한 점은 높이 사고 싶지만 조금은 복잡하게 느껴진 면이 많이 들었고,  80.90년대의 대학을 거쳐오면서 나라의 큰 사건들을 접한 세대인 만큼 그에 빗댄 문장들, 그리고 자신들의 뛰어난 지능을 이용해 전혀 새로운 지구를 건설하려는 목적으로 강화인간들이 만든 조직의 실체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서도 가능하게 할 수도있지 않는 세계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한데서 역시 문학적인 면이 돋보인 점도 사실이다.

 

인페르노에서 범인의 실체를 느끼는 준경의 느낌은 실제 읽으면서도 독자들이 그에 호응하는 맞아떨어지는 감도는 떨어진다. 이것이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적응을 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들지만 제목만으로 구미를 당긴 이 소설의 전체적인 연결고리면에선 흡인력이 다소 떨어진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8년 만에 나온 작품이고 전작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모색해 창작해낸 점, 실제와 가상이 어우러져서 나오는  인간들의 지능적인 두뇌의 확장속도등은 다른 작품에선 느낄 수없는 신선함을 느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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