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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평점 :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란 삶에 전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로지 음식, 그가 다니던 레스토랑의 음식이며 조리법의 나열을 하는 그가 얼만큼 미식가인가를 알 수가 있을 정도로 훤하다.
그런 그는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아버지와는 상반된 이념 사이의 두 어른에서 낀 자신의 유년시절을 보내게되고 할아버지의 유산을 공증인 해 준 사람이 위조 문서로 자신의 재산을 가로챈 것을 알고 그 밑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월이 흘러 역으로 그를 곤경에 빠드리고 위조문서가로서 생활을 해 나간다.
어느 날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 온 사람에 의해서 그는 위조문서가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프랑스로 망명을 하고, 거기서 소개로 만난 사람들에 의해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히틀러가 자행해 온 유대인 대 학살의 전조의 시작을 알리는 문서를 만들기까지의 모든 일생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가 6년 만에 내 놓은 신작이란 말이 과연 나올 법하다.
그가 써온 소설의 흐름을 보더라도 이번엔 전혀 색다른 관점에서 관망 할 수있는 소설의 흐름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 번만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다시 되돌아가서 읽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을 아끼지 않게 만들었다.
어느 날 깨어보니 신부 님의 옷차림으로 있는 자신을 본 시모니니는 그것을 추적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식의 일기를 써 나가가고, 그와는 다른 피콜라라는 신부가 또 다른 화자로 나서면서 시모니니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서 이어져주는 형식으로 이끌어 나간다.
여기에 다시 제 3자인 화자가 이 둘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다시 독자들에게 글의 흐름을 이끌어주는 식이기에 소설에서도 서로 다른 글씨체로 구분이 되어져있고, 시모니니가 거둔 거짓 위서문서가 어떻게 역사의 한 흐름 속에 한 획을 긋게되는 과정이 그 자신만 제외하고 실제에 존재했던 다양한 층의 이름있는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서로 연관이 되어지고 있기 때문에 읽어내려가면서 이것이 허구인지, 실제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시모니니의 가장 두드러진 점인 위조문서의 활약을 이용한 당시의 유럽의 정치세계인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움직임이 서로 연관이 되어 이들이 노리는 대중의 눈을 어디에 쏟게 하는 것이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는지을 두고 벌이는 그의 활약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의 행동에도 눈길이 간다.
나폴레옹의 제정시대를 유지하려는 자들은 공화주의자들의 체제 전복위협에 직면을, 러시아 당국은 차르를 향한 민중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적이 필요했는 바 바로 유대인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은 위조의 위력을 발휘하게 만들어내게 된 원동력이 나중에 그 유명한 훗날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란 위서로 만들어지게 되는 경위를 그려낸다.
평소 프리메이슨, 유대인, 카톨릭, 예수회를 미워한 시오니니에겐 더 없는 기회였고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프라하의 공동묘지에 모인 유대인들의 세계지배의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단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되고, 이것은 뒤이어 유럽에 유대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데에 일조를 담당한다.
그렇다면 하고많은 위조 중에 어떤 것을 대상으로 삼아야 대중에게 먹히는가?
-인간은 저마다 뭔가를 열망한다. 운명의 여신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일 수록 갈망도 크다. 사람이 불행한 것은 그 자신이 무능한 탓일 수도 있으련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들을 불행하게 만든 죄인을 찾아내려 한다. (음모론의 요체)
- 어떤 음모를 만들어 팔아먹으려면 독창적인 내용을 구매자에게 제공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구매자가 이미 알아낸것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만을 제공해야한다.
사람들은 저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믿는다. 음모론의 보편적인 형식이 빛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P147
- 민중이 어떤 새로운 정치적 행동 노선에 눈뜨지 않도록 우리는 체육 대회, 여가 활동, 다양한 취미 생활, 음주 문화 등 온갖 종류의 오락거리로 그들의관심을 딴 데로 돌려야 하고, 그들이 예술 경연과 운동 경기에 참여하도록 권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중이 과도한 사치를 좋아하도록 부추길 것이고 노동자들의 봉급을 올려주되 작황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식량과 생필품 가격을 함께 올림으로써 그들의 부담을 경감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무질서의 씨앗을 뿌리고 애주의 성향을 부추김으로써 그들의 생산성을 근저에서 약화시키고자 합니다. 우리는 일견 진보주의나 자유주의와 비슷해 보일 법한 갖가지 이론을 지어내어 여론을 그런 쪽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p726~727 (시모니니가 자신의 문서의 장점을 설명하는 부분)
결국 시저가 말한대로 대중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한다는 그 점을 이용한 위정자들의 대중심리파악의 눈은 대중의 눈을 어디에 둬야 그 관심 밖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있음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비단 유대인들만 나쁘게 보아서가 아닌 가짜를 진짜처럼 믿게 만듬으로써 대중들이 허구 자체을 진실로 믿어버리게 만드는 매커니즘에 초점을 맟추어 글을 쓴 작가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출간이 되고서 고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고도 하는 이 소설은 소설이 갖추는 형식은 제쳐두고서, 작가의 역량에 걸맞게 현란한 지식의 향연으로 초대를 함은 물론 실제의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모니니가 곁에서 활동을 함으로써 그런 결과를 초래하게끔 만드는 허구의 세계가 실제의 역사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 하더라도 그의 창작의 촘촘한 짜임은 혀를 내두르게된다.
실제 당시의 삽화를 간간이 삽입을 하고 19세기의 레스토랑의 모습, 거리의 모습의 표현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있기에 새삼 그 당시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게한다.
피콜라와 자신이 자아분열이 된 상태임을 책 두권을 엮어나가면서 둘 사이를 시종 궁금증을 일으키게 만들고 프로이트를 남색자로, 뒤마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임을 모네의 그림솜씨를 혹평하는 일색, 뒤프레스 사건, 그 밖의 유명인사들이 시모니니와 만나고 그 안에서 모종의 글을 발췌해서 위조로 엮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실감이 나게 만든다.
다만 유럽의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하고있다보니 읽는 도중 이 19세기 격동의 이탈리아의 통일과정과 프랑스의 혁명과 제정시기의 대립, 러시의 정치, 독일의 첩보전 같은 것의 내막을 좀 더 알고 접했더라면 그 맛을 더 느끼면서 읽지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책 2권의 뒤편에 작가가 글의 이해를 돕기위해 실제와 허구의 사이를 쉽게 알 수있는 표 참조는 읽기 전에 다시 한 번 훝어보고 정독을 한다면 이해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있지 않을까싶다.
장미의 이름 이후에 그의 매력에 빠진 이후 그간 그가 써온 지적의 세계를 다루는 폭의 넓이에 나의 많은 모자람을 느끼게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푸코의 전자 같은 경우 극도로 나를 미치게 만든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를 오기가 생겨 끝까지 정독하게 만드는 그의 힘은 뭔지...)이 책의 경우에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도중에 끊지않고 쭉 읽어보길 권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다시 새로 시작되어 찬찬히 시모니니의 발자취를 더듬어야하므로, 하지만 확실히 그의 글은 정말 도무지 뿌리치지 못하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