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음 정거장 - 21살 데이빗, 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다
글렌 핀란드 지음, 한유주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21살의 데이빗이란 아들을 둔 엄마 글렌의 자전적 에세이다.
세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난 데이빗은 1987년에 태어나 출생 후 가벼운 뇌성마비와 뇌 역류진단을 받고 세 살이 되어도 걷지를 못하더니 다섯 살때 자폐증과 정적 뇌병증이란 진단을 받는다.
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아들을 사회에 내보내 자기 스스로 성인으로서 제 할일을 하며 살아가게 해 주기위한 가족간의 노력과 그 중에서 엄마와의 일상생활은 그야말로 피곤함과 타 아들들을 돌보지 못하게 된 자책감, 두 아들들의 청소년기의 반항을 그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던 후회의 심정들이 진솔하게 표현이 되고있다.
데이빗에겐 7살을 기점으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강박적 성격장애, 투렛증후군(틱장애)의 진단을 받고 부모들을 그에게 좀 더 나은 사회생활을 열어주기 위해서 사립학교에 입학을 시키고 자동차로 등.하교를 시킴은 물론 나중에 데이빗이 커서 혼자 살아가기 위한 생활을 위해선 사립이 아닌 공립학교에서의 생활을 고려해보게 된다.
여기엔 실질적인 보험의 한계를 느껴가는 일반 장애아동들을 둔 부모의 현실적인 생활을 보여주고 있기에 비단 이것이 미국이라는 복지시설이 잘된 나라라 할지라도 어느 사회인들처럼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선 여전히 부담감을 지니고 살아가게 됨을 알게해준다.
억척스런 엄마 슈 밑에서 자란 딸 답게 그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계란을 나무에 정조준해 일시적으로나마 그 해소를 하는 모습은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겪는 때론 사소한 일일지라도 눈 맞추길 거부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순간 걷잡을 수없이 나타나는 틱 장애로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없는 마음을 졸이고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한 없이 비쳐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데이빗에겐 남들처럼 대학 진학이 아닌 2년 과정의 플로리다에 있는 기본기술습득과정을 배우러 집을 떠나게 되지만 이를 마친 후엔 일정한 직업자체를 얻을 수가 없는 한계에 부딪치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데이빗에겐 오직 현재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런 데이빗에게도 특출한 재능이 있으니 바로 달리기다.
엄마의 표현대로 하자면 데이빗의 맘 속엔 열기를 거부하는 한 동굴이 있어, 그 안을 헤쳐나오길 거부하는 자폐아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어느 한 가지씩은 남보다 특출함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 표현에 빗대어보면 분명 데이빗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달리기를 통해서 자신의 동굴 속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을까도 싶고, 경찰차나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친 소피란 개를 통해서 어떤 유대감을 느끼면서 성장해 가는 데이빗이란 청년의 세상 밖으로 나가기는 사회 안에서 바라보는 , 아니 나의 좁혀진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 자체를 다시 반성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복지국가라고는 하나 장애부모들이 바라는 것 , 한 가지-
자신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다른 일반인들처럼 일정한 직업을 가질 기회를 제공받고,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길 원치 않으며, 응당한 법적인 권리요구(데이빗은 투표를 했다. 그리고 운전자격증을 획득해서 스쿠터도 타고 다닌다. ), 자신들이 살아가는 필요한 기술습득의 요구가 국가적인 재정적인 규모 축소로 인해서 이마저도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있다는 주장엔 다시금 인간으로 태어나서 평등한 삶과 균등한 삶에 대한 실질적인 차원의 정책일환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도 한다.
데이빗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엄마와 전철을 타기 시작한다.
처음엔 엄마와 같이 타되, 항상 떨어져서 타고, 그런 후 엄마는 홀로 데이빗이 전철을 타고 오길 뒤밟으면서 보살피지만 어느 순간 그를 놓쳤을 때 그를 찾기위해 전철직원에게 자신의 아들을 설명하는 장면에선 자신의 아들을 "저능아"라고 밖에 말할 수없는 자폐아에 대한 사회인식의 무지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랑한단 말 한마디 표현 못하는 아들, 두 발걸음 뒤의 원칙을 고수하는 아들(포옹 자체를 끔찍히 싫어하기 때문), 그런 아들이 자신들이 죽은 후에 행여 나쁜 사람들 손에 피해를 볼까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아들의 신분을 묶을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읽어내려갈 땐 나의 일이 아니더라 할지라도 정말 가슴에 와 닿게하는 구절이 아프게 다가온다.
몇 해 전에 김수현 작가가 쓴 드라마로 알고 있는데, 허준호, 김희애의 주연의 자폐아를 둔 가정이 나오는 대목이 생각난다.
슈퍼에서 아들을 잃어버려 찾는 장면에서 드라마 속 엄마는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아예요" 라고 외치며 울부짖는 장면과 그로 인해서 남편과의 불화를 맞는 과정이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된다.
작가 자신은 이런 과정을 무사히 넘겼지만 이런 장애아를 둔 가정에선 언제든지 폭발될 소지를 저마다 안고있단 점, 따뜻한 배려 속에 데이빗을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부모만큼 그 아이를 전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회의 인식과 문제점, 그럼에도 다시 미래의 데이빗이 홀로 생활해 나갈 것을 염려해 그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의 계획과 직업구하기 노력은 데이빗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같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억지춘향식의 일정부분의 장애인 고용의 원칙이 아닌 진정한 같이 사는 사회란 인식의 전환점이 정말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된 책이다.
포레스트검프 처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끝까지 완주를 해 낸 데이빗-
이젠 같이 전철을 타도 엄마에게 내려야 할 곳을 알려주는 데이빗을 보면서 정작 동굴안에 갇혀있는 사람은 데이빗이 아닌 평범하다고 생각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가 동굴에 갇힌 사람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안정적인 직업을 아직까진 가지고 있진 않아도 데이빗은 여전히 활동중이라고한다.
야구장에서, 건물의 청소에서, 그만 둔 베이컨 식당에서의 일까지, 스쿠터를 몰고 다니며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데이빗에겐 반드시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철타기로 시작된 데이빗의 다음 정거장은 어디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