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이라고도 불리고 베스트셀러란 말이 불리는 책에는 반드시 그 의미를 넘어선 어떤 고유의 느낌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그 책이 가진 교훈적인 느낌과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 주는 , 그야말로 현재에 읽어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사람들간의  공통된 감성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계기는 조카에게 선물을 하려고 구입한 책인데 본의아니게 내가 먼저 다시 읽게됬다.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 저자의 이름과 소설의 제목은 읽었는지, 읽지 못했지는지의 구분조차 희미할 만큼 유명한 책이기에 다시 읽었던 시간은 또 다른 추억과 함께 다시 내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솔직히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그다지 관심을 끌고서 읽지 않게 되는데, 이 책이나 다른 유명 성장소설들은 어른들이라도 다른 시각을 보게하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 구성이라 언제 읽어도 반갑기 그지없는 책들이다.

 

스카웃이란 별명으로 불린 여인이 자신의 어린시절, 즉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입학 후인 2학년에 걸쳐서 겪은 이야기를 회고하는 식인 이야기의 진행은 작가가 화자를 어떤 대상으로 선정하고 그 흐름을 이어 나가느냐에 따라 시선의 흐름도 달리 보이게 된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 준다.

 

여자아이기에 오빠인 젬이 보는 시각과는 또 다른 , 물론 나이차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이 겪은 시간들의 흐름 속에 한층 성장하는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미국의 1930 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우선은  미국의 배경도 좀 알고서 읽을 필요가 있겠고, 그 안에서의 흑.백의 논리를 들이대며 양심적인 변호를 진행하는 아빠의 행동과 잘못임을 알고서도 유죄 판결을 내린 당시의 미국의 남부 앨라바마 주의 작은 도읍인 메이콤이란 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저자의 고른 평행선을 유지한 글들이 다시 읽어도 울컥하는 맘과 함께 벅찬 감동이 전해져온다.

 

상징적인 앵무새를 내세움으로써 인간들의 잘못된 선입견과 단지 피부가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모든 상황에 불리하도록 돌아가게하는 백인들의 무자비한 횡포는 미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작가로서의 양심적인 선언이 들어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상황엔 반대로 같은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잘못된 친구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인생에 큰 후회를 던지게 된 부 래들리란 백인을 두고 마을 사람들이 보는 시선 또한 그다지 부드럽지 못하다.

 

스카웃이나 젬, 그리고 딜이란 아이들의 천연스덕스런 시선에서 바라 본 행동들은 그가 궁금하고 단지 바깥으로 나오게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러가지 실천을 하지만 정작 마을 사람들은  그가 아예 없는 듯이 무시를 하는 ,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배려란 것을 모르는 어른들로 비쳐진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P 173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사람들, 오히려 도움을 주었던 흑인 톰 래빈슨과 아서 부래들리는 앵무새 같은 존재임엔 틀림이 없다.

단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는 어른들이 극 소수일 뿐인 당시의 미국의 남부가 갖고 있었던 고루한 시선에 딜이 우는 장면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 뿐-

 

현재에도 여러 책들 중엔 이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배려에 대한 글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마도 인류가 가진 가장 편협하고 고치기 쉽지 않은 감정 중엔 분명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여전히 부족한 탓이 많기에 계속 이런 관련 책들이 나오지 않나 싶다.

 

 스카웃이 자신의 집에서 바라다 보던 부 래들리 집에 대한 시선이 장소가 바뀐 반대의 시선으로 자신의 집과 이웃들의 집을 바라다보며 느끼는 성장의 감정수위는 참으로 따스하고 이런 글을 쓸 수있었던 작가의 시선이 부럽기만 하다.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래들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P 525

 

사건의 부당한 판결이 났음에도 반대의 입장이었던 이웰까지 이해했던 아빠의 곧은 심성은 솔직히 말하면 무척 그런 고도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보통의 사람은 힘들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끝까지 이런 아빠의 성격을 유지하는데, 아마도 이 글 전체에 있어서 이런 사람마저도 없다면 진정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를 독자들에게 묻고 싶어 캐릭터 형성을 완성했는지도 모르겠다.

 

단 한 편만을 발표해 버리고 은둔해 사는 저자에 대해 이 책을 다시 읽고 나서의 이해가 예전보단 훨씬 수긍할 수있단 생각이 든다.

 

글쓰기란 창작의 고통은 때론 희열을 가져다주지만 저자 자신이 말한대로 과연 이 앵무새죽이기를 넘어선 다른 작품으로 독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저하는 작가의 맘을 십분 이해 할 수가 있었다.

 

시대적인 배경을 뺀다면 여전히 현재에도 나 자신 위주로의 생각에 빠지고 이익을 챙기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한 번쯤은 다시 되돌아봐야하지 않을까? 를 묻는 책이기에 읽으면 읽을 수록 곱씹게 되는 고전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여행을 하게 된 것은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했다.

당시엔 인천이 아닌 김포국제공항만 있었던 시절이라서 해외여행은 그저 꿈 속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부모님은 티켓을 쥐어주시고  동생들과 처음으로 패키지 여행이란 것을 하시게했다.

 

그 때의 뭘모르고 두렵고 생소하기도 하고 여권을 보여주며 통과하는 절차가 왜이리도 가슴이 벌렁거렸던지,,,,

엄마의 배웅의 손짓인 손 흔드는 모습을 뒤로하고 게이트를 들어간 그 때의 심정은 마치 이제는 영원히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의 착각을 연상케한 시절이 까마득하다.

 

해외여행의 자유화 이후 매년 한국관광객들의 공항 이용 빈도수는 해를 거듭할 수록 그 숫자가 높아지고 있다.

 

어떤 여행지의 가이드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이 난다.

"한 번 해외여행에 취하게되면 웬지 일 년에 한 번은 꼭 나갔다와야 후련해짐을 느끼시게 될 거라고.."

 나에겐 맞는 말인 것 같다.

 

적어도 그 때의 여행 이후로 매년 현실에서 갑갑한 회사 일에서 뛰쳐나와 잠시 트인 공기를 마시고 싶었했었으니까-

그런데 한 두번 패키지 여행을 하다보니 여행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욕심이란 것이 편하게 재워주고 일정시간에 모이면 알아서 유적지, 쇼핑코너, 공연코너까지 ... 일사불란하게 내 맘에 드는 곳에 잠시라도 앉거나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그 감흥에 취할 시간 자체가 없다는 것이 불만 아닌 불만이었다.

특히 내가 관심분야였던 역사 유적지나 문화와 예술코너를 접할 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아마도 배낭여행을 꿈꿔왔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실천중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이 여행 안내서 겸 에세이는 그 목마름에 일말의 해갈을 시켜준 책이다.

 

 

 

이젠 여행객들도 워낙에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니 여행테마에 대한 좀 더 고급적이고 나의 취향에 맞는 여행선택지를 고를 수있는 많은 여행의 패턴들이 생겨난 지금, 이 책에선 우리가 방송이나 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고 있던 기본적인 유럽에 대한 이야기들 외에 저자 자신이 10년간 스스로 발품을 팔며 즐기면서, 때로는 여행이란 말이 주는 의미와 함께 그나라의 문인들의 책 속의 내용들을 적재적소에 넣음으로써 쉽게 가보고 싶은 나라의 속살들을 소개한 코너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흔한 패키지 여행 속에 꼭 맛보아야 할 음식 코너도 기억나지만 그렇지 못한 채 시간상 쫓겨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 탄 채 언제 다시 올 수있으려나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간직 한 채 떠났던 도시의 다른 깊숙한 현지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이기에 가까움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처럼 반도 특성을 지닌 국가가 많은 나라들이 아닌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역사적인 사실 속에 한 때 병합이 되었다가 다시 한 나라로 복귀하면서 이뤄낸 역사적인 유산의 집약적인 모습들은 여행의 의미를 논하기에 앞서 그 나라사람들의 문물보전에 대한 생각을 엿 볼수 있고 그들의 생각 속을 다시 들어가 체험해 볼 수있는 , 즉 아픈 유산은 아픈 상실감 그대로 나타내되 어떻게 소중히 다뤄 보전할 수있을까에 대한 노력의 결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행함으로써 시간에 쫓겨 꼭 봐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닌 내 몸과 마음이 이끄는대로의 세렌티피티적인 만남이 오히려 진정한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책을 읽다보면 초보자의 입장에서 쓴 것이 아닌 여러 번의 유럽방문을 통해 한 도시를 적어도 3~4번 정도 방문했기에 이런 글들과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고독감과 위로, 그리고 여행이 주는 길목에서 만나는 내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단 취지의 글이기에 처음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다소 버거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 말미에 초보부터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 추천하는 여행경유지의 글이 들어있긴 하다.)

 

그럼에도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국가들의 다양한 체험과 철학적인 느낌의 공유, 일반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살아보기 같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들을 통해 지금 여행을 꿈꾸는 자들, 특히 홀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주는 책인 것 만큼은 틀림이 없단 생각이 든다.

 

 

 

모 방송광고에 "힘들게 일한 당신, 떠나라~" 란 카피가 한 때 유행을 탔었다.

그 때 바로 그거야! 하고 외치던 나의  부산했던 여행 준비도 떠오르고 이 책을 통해서 감히 다시 한 번 다짐도 해 본다.

 

언젠가는~ 꼭 혼자만의 여행을 즐겨보겠다고!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은 영원히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런 경험이 있는 여행기는 저자의 말마따나 감각상각이란 것을 생각해 볼 때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없는 소중한 내 재산의 일부가 될테니까~

 

 

문화적인 이야기, 볼거리,먹을거리, 축제의 이야기, 마음의 고요를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장소....고루고루 편집해 놓은 사진과 글들이 인상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필립은 군대에 들어 간 후 무릎부상으로 인해 두 번씩이나 후송이 되어 다른 동기보다  진급도 늦어진 상병이다.

 

다른 동기들은 이미 병장을 달고 있지만 겉으론 멀쩡하되 속으로 깊이 골은 무릎 부상은 부대 안에서 어울리질 못하게 되고 점자 자신은 부적응자로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기무대 소속의 박대위로부터 다시 치료로 병원에 머물렀던 광통(국군광주통합병원)에 가 볼것을 권하며 자신과 비교적 가까이 지냈던 정선한의 자살에 대한 내막을 알아봐 줄 것을 제안받게 된다.

흔한 말로 자살이란 단어 속에 왜 하필이면 군대에서 이미 판명이 난 결론을 가지고 다시 들추어 그 내막을 알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필립의 판단을 기다린단 말 한마디로 필립은 다시 광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남자들이 모이면 세 가지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는 말이 있다.

그 중에서 군대이야기는 대한 남아라면 불타오르는 청춘의 한 꼭지점의 인생의 잊지 못할 정점임엔 틀림이 없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군대이야기, 그 속에서도 부상으로 치료를 위해 각지에서 모인 군인들이 생활하는,  일반인들에겐 폐쇄된 공간인 군인 병원이다.

 

사람들 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군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필립은 사회생활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가던 자신이 어느 날 부상으로 인해 제대도 안되고 그렇다고 확실한 물리치료를 거쳐 완쾌된 채 부대에 복귀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병원과 부대를 오가는 사이 부대 안의 동료들과의 친분은 멀어져만 가고 오히려 병원에서의 일은 빠삭하게 통달한 자신을 보며 위축감 내지는 더 이상 그 어떤 의지를 포기한 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병원에서 만난 선한이란 병장은  따뜻하고 시를 좋아하며  그림을 그리고, 자신과도 잘 맞는 동료였지만 끝내 자신이 선한의 부탁을 저버리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난 사실을 선한의 자살을 통해 후회를 한다.

 

병원 안에서의 자살- 왜 그가 자살을 해야만 했으며 그 이유는 뭘까를 집중적으로 알아내려는 과정에서 군대 병원에서의 생활상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그들 만의 웃음과 고뇌, 그리고 자대복귀 시점을 앞두고 과연 잘 해나갈 수있을지에 대한 불안한 청춘들의 심정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박대위로부터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타인의 삶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지적을 당한 후 알게 된 필립의 삶에 대한 의지는 다시 예전의 확고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변해감을 느끼게 되지만 선한이의 죽음을 둘러싼 군대란 특수집단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과 위계질서, 그것을 이용해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벌였던 아픈 상처와 치부들이 드러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삶, 특히 자살을 하기까지 이러고 저러고 할 수있는 자격이 될까를 묻는다.

 

 자살하기 바로 전에 선한이는 필립에게 전화를 했었다.

나를 살려달라고-

그 간절한 외침을 받았더라면 선한이는 살아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대부분 자살한 사람들은 그 어떤 행동이나 뉘앙스로 나를 바라봐 달라고, 나 지금 힘들다란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것을 간과하고 지나가기에 사람들은 흔한 말로 자살이란 말을 쉽게 내뱉곤하지만 그 만큼 실제의 속마음은 삶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알게 해 준다.

사실은 정말 살고 싶다고, 누구처럼 평범하게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청춘을 즐기고 싶다고 ...

 

한 사람은 자살이란 동굴에서 빠져나왔고 한 사람은 그것을 선택함으로서 다른  인생의 삶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사실적인 묘사와 분위기, 그리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었다.

 

 

 

묘하게도 지금 그런 비숫한 분위기의 사건이 벌어진 터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지만

결국 삶이란 온전히 내 몫으로 남아있는 것 만큼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고 성실하게 내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

 

책 속의 천상병 시인의 '소풍'이란 시 구절이  정말 이 책에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0살의 판사인 하지환은 고향인 신해의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손지은 경사로부터 고향친구 동혁이 죽었단 사실을 통보받는다.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회상으로 시작되는 그에겐 신해란 도시는 자신의 엄마, 그리고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우울한 도시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항상 자신이 잘되길 바라는 기대치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던 지환은 엄마의 뜻대로 법조인이 되었지만 엄마는 류마티스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다 위암으로 돌아가신 상태-

 

2 년전의 어머니 죽음은 류마티스가 아닌 퇴행성관절염에 의한 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독한 약으로 알려진 류마티스 약을 복용하다 벌어진 일이란 걸 알게 된 지환은 해당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구하지만 여러 핑계로 간신히 손에 넣는다.

해당 담당의사인 우동규란 사람은 자신이 판사란 사실을 알고 태도가 급변하게 변하면서 비굴조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협상 할 것을 제시하지만 지환은 자신의 엄마 뿐만이 아닌 다른 환자들도 같은 경우를 당한 사례가 있음을 알고 법에 고소를 한다.

 

하지만 윗 선의 모르거나 알고 지낸 사람들로부터의 조용한 협박 내지는 타협안을 볼 것을 종용 받으면서 지환도 점차 지쳐가는 와중에 후배 효린의 제안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자신의 유년시절 부터의 엄마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없었던 모자간의 사이와 자신의 공황장애에 대한 이유와 그것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게 되면서 지환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친구 동혁과  이웃의  형으로부터 들은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에겐 동혁의 자살은 큰 충격이었고 동혁의 아버지도 같은 증세였단 사실을 동혁에게 알려 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괴로워한다.

 

현직 판사출신으로 의료사고를 배경으로 법 적인 사실들을 열거해나감으로서 의료법에 대한 고지와 사건 당사자인 현직 판사 자신이 겪는 곤경을 통해 개인의 억울한 피해를 풀기 위해 과연 거대한 보이지 않는 법망은 어디까지 그 해결을 해 줄 수있나를 생각해 본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선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악이 되기도 한다. 합법인 행동이 악이고 위법인 행동이 선일 때도 있다. 한 사람이 선과 악을 번갈아 저지르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법정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더러 자신이 선의 영역에 있음을 선포해달라고 한다.-p 9

 

언뜻보면 억울하게 의료진료수가를 높이고 해당 병원의 수익과 약품회사의 리베이트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간단한 퇴행성 진단이란 것을 바로 고지하지 않고 위험한 류마티스란 병을 교묘하게 이용한 우동규란 인물을 세상의 법 잣대로 처신하는 과정을 그리려나 하고 처음엔 생각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오는 여러가지 판사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활약하는 하지환이란 인물을 통해 후련하진 않지만(법에서 정한 벌금형이 너무 적었다.)과연 하지환이란 인물도 정의대로 움직였나 하는 데서 의문이 생긴다.

 

일진이었던 동혁과 가까이 지냈던 학창시절을 배제하더라도 꼭 그렇게 동혁을 자살로 몰고가게끔 해야만 했을까?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개인적인 정의를 이루기 위해 너무 가혹한 결단을 실행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설사 동혁이 자실하리라곤 생각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해서라도 세상의 정의란 바로 이런 것이다란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면  동혁이 말한대로 좀 더 솔직했었어야 했고 그 자신이 비록 정신치료를 받음으로서 하나의 온전한 자존감을 회복했다고는 할 수있지만 이미 또 다른 정의의 배신적인 행동을 했단 데서 과연 악인과 선인의 구별은  호불호로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 10회 세계문학상 공동 수상작 답게 전체적인 스릴러를 가미하면서 정신분석학이란 또 다른 면을 내세우고 사건 해결을 위해 몸부림쳤던 하지환이란 인물을 통해  소수의 개인의 정의가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막혀 그 진실함을 드러내지 못했을 때 이익을 취하는 사람과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또 다른 악의 이익을 생산해내는 현대의 무기력한 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진정한 인간의 순수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답게 어려운 법의 행정과정과 손지은 경사에게 던진 한마디는 왜 그리 씁씁하기만 한지...

 

"그게 그리 중요한가요? 손경감님이 그러지 않았나요? 세상과의 조화든 자기만족이든 간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게 정의라고." -p292~293

 

동혁의 안타까운 죽음을 뒤로 하고 듣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귓가에 끊임없이 울려퍼지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필 - 들어 세운 붓
주진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런데 심중 산골, 늙은 노파는 그를 위해 주물러주고 먹여주고 대.소변을 모두 처리해주면서 오직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린다.

그가 아는 사람이라곤 자신을 형님이라고 대하는 , 가끔 찾아오는 양반차림의 이정 이란 사람-

 

자신이 왜 이리 누워있으며, 그는 누구인지, 노파는 누구인지, 아니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해대지만 여전히 두통만 올 뿐이다.

 

간신히 알아낸 자신의 이름은 민수영이고 시시각각 조여오는 그림자들의 위험을 알리는 이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알고 있을 듯한 사람들을 찾아 한양에 가게된다.

 

 하지만 그가 이미 살아있단 소릴 알게 된 그 누군가는 결국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안위보장에 필수인 그 무엇을 찾아내어 뺏기 위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무엇이란 무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초였다. 즉 그의 직업은 사관이었단 말이된다.

사관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무소불위의 임금이나 권세를 휘두르는 막강한 신하라 할지라도 올곳게 자신이 들은 바를 솔직하게 바로 써내리고 오직 그들만이 간수하고 보관할 책임이 있는 자리를 말한다.

 

그런 사관이었던 민수영은  실록의 초고인 사초를 매일 기록하고, 후일 실록 편찬에도 참여하게 된다.

 실록 편찬에 참여한 민수영은 자신이 예전에 작성한 사초의 내용이 왕의 형제가 연루된 역모와 관련되었음을 알고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피하기 위해 사초를 훔쳐내게 되지만 그 여파의 결과는 유배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유배지에서 피습당해 빈사 상태가 되었다가 십여 년 만에 다시 깨어난 그는 자신이 숨겨놓은 사초를 근거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조여오는 당세의 권력자인 한명회, 그리고 지금의 성종 자리를 빼앗으려 역모를 했었다는 의심을 받는 월산대군 이정, 그리고 성종에 의해  모두를 믿을 수도 , 믿지 못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벼슬에 오름으로써 안이했던 자신의 한 때나마의 지위를 이용해 살아왔던 민수영이란 자의 눈을 통해 당대의 끈은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권세의 상징으로 대두되는 한명회와 월산대군, 성종, 그리고 그의 아버지인 의경세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둘러싼 당시 세조와 권신들간의 대화록을 기록한 사초를 빌미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 권력의 구도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는 보기드문 흡인력이 높은 책이다.

 

자신의 손으로 왕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던  한명회의 야심찬 권력유지를  이으려는 야망 앞에 성종은 그러한 선대의 왕들이 훈신들에 주눅들어 정치를 해야만 했던 세태를 인지하고 또 다른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민수영이 빼돌린 사초의 필요성을 , 세조의 왕위에 오른 당위성에 찬성할 수없었던 의경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대화록를 기반으로 왕의 정통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사초의 진실을 덮고 가느냐, 탄핵으로 몰아 또 다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왕을 앉혀 놓느냐로 ,서로 눈에 가시처럼 견제를 하는 구도의 설정이 기억을 잃어버린 한 사관이란 주인공의 눈으로 스릴과 역사소설의 참 맛을 간만에 느끼게 해 준 재미를 보여준 책이다.

 

조선의 왕조는 그 정통성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그들 나름대로의 약해진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때론 훈구파, 때론 신구파로 나뉜 신하들을 이용함으로써 견제의 틀을 유지하며 나름대로의 혈통보전을 인정해왔단 사실을 토대로 볼 때 위의 소설은 비록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사건흐름을 구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저마다의 야망과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두고 누가 이번 기회는 이겼고, 실패했는지를 인정했을 뿐 결코 온전한 나라의 정통성은 시시때때마다 불안의 기미를 보였단 점에서 위의 소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가 있겠다.

 

같은 혈육임에도 믿지 못하는 왕가의 사람들, 한낱 백성이지만 사관으로서 순리대로 처리하고자 했던 민수영이란 자의 처신은 실로 눈물겹다.

성종이 하나의 인간이었다면 당연히 한명회를 처리하고도 남았겠지만 군주의 순리대로 하자면 무엇보다 조선과 백성을 위해야했기에 한 템포 거둔 그 심정은 오죽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감정 몰입도가 높은 가독성을 지니게 한다.

 

그 와중에도 서로의 실리를 얻기 위해 타진하는 과정은 권력이 가진 구린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성종은 나름대로의 경국대전이란 완성, 즉 양법미의(良法美意) , 아름다운 의미의 좋은 법을 토대로 조선의 완전한 기틀을 마련할 기회를 얻는 과정이 노련하고 냉철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또 다른 군주로서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 사관으로서 끝까지 바른 순리대로 처신하고했던 민수영의 모습은 저 나는 새도 떨어뜨리고 왕을 맘대로 갈아치울 수있다던 한명회 보다, 아비가 죽지 않았다면 정통순리대로 자신이 왕으로 오를 수 있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으로 살아가는 월선대군보다도, 혈육을 믿지 못하며, 사관의 그릇된 행동으로 자신의 선대 왕조의 정통성에 대한 위협을 간과 할 수없었던 성종보다도 오히려 살아가는 순리를 따지자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란 드라마에서 보여주듯이 역사의 단 한 줄의 글로 인해 많은 가상의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있는 것을 볼 때 이 소설 역시 저자의 허구의 세계를 그려놨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도 이런 가능성은 얼마든지 벌어졌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1485년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편 저자의 활기찬 글 흐름과 역사적인 한정된 사실과 시간을 두고 그 틀 안에서 촘촘히 벌어졌을 법한 이야기들을 다룬 솜씨가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만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재밌는 소재란 생각과 함께 차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