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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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코스를 밟고 유명은행에 취직을 한 니토 도시미는 강가에서 부인과 딸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다.

자칫 범인이 없이 사고사로 묻혀질 이 사건은 목격자의 제보와 DNA채취로 니토가 범인임을 알 수 있었으나, 정작 문제는 니토가 실토한 살해원인이었다.

 책이 쌓여 있어서 책 놓을 공간이 비좁았기 때문이란 설명에 화자로서 소설가인 '나'는 그를 둘러싼 살해동기에 대한 취재를 하기시작한다.

 

직장동료서부터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냉정함을 유지한 상태로서 항상 미소를 짓는 온화한 사람, 가깝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그런 동료애를 보이는 그에 대한 평가는 절대 그가 그런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란 평가에 대해 혼란을 야기시킨다.

 

하지만 그와 관계가 있었던 시체가 발견이 되고 다시 그의 어릴 적 시절로 거슬러 추적을 시작한 나는 여러가지 추정을 하면서 그가 초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여학생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그녀를 추적한 끝에 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이마저도 화자인 나가 생각한 방향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요즘은 과학과 정신의학이 발달함에 따라서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이 훨씬 예전보다 과학적이다.

그 만큼 사람들은 어떤 사건에 대한 동기를 쉽게 알 수가 있는데, 작가는 이런 허를 찌른다.

 

과연 내가 친하다고 그 사람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하고 있는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사건 자체가 발단부터 범인임을 실토를 했단 설정부터 호기심을 일으키지만 결국은 독자들에게 작중 화자인 "나"는 끝내 그가 범인임이 틀림이 없다는 결론에는(글 정황상 분명 그가 예전의 살인도 했다는 사실) 실패를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로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사회에서 인정받고 가족 내에서조차도 그런 인물이 아닌 사람이 살인이라는 것을 저지른 과정에서 그가 왜 살인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취재과정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인물이 과연 내가 생각한대로 맞는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묻는다면 이야기는달라진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느끼고 결말이 우리가 생각한대로 나와줘야만 하는 후련함의 감정 뒤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어떤 이해도가 걸려있음을 작가는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닐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쟎아요. 살인귀는 물론 가까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실은 모른다고요.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남편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부모는요? 자식은요? 연인이나 친구의 생각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초능력자죠.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 왜 살인범의 심리만은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걸까요? "- P326

 

-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지니까.
(338쪽)

 

확실한 이해보다는 했다고 느끼는 오해에서 빚어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선 결말부분에서 미미한 점이 있기에 쇼코를 찾아가서 (초등동창)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있을까 하는 생각은 아쉬움을 남겼기에 이야기의 흐름도에 비춰 볼 때 책을 덮고나서도 웬지 마저 읽지 못했단 느낌이 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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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지련 세계문학의 숲 25
장아이링 지음, 임우경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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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학을  졸업한 류취한은 공산당 당국이 시행하는 전국 토지개혁의 일환으로 한자퉈란 시골마을로 트럭에 타고 다른 일행과 함께 향한다.

 

 트럭 안에서 본 황쥐안이란 여학생을 본 순간 맘에 들지만 토지개혁의 사업일환이란 거대한 참여때문에 말을 못하고 , 마을에 도착 후 그 곳 간부들과 장리란 사람이 행하는 일에 일멸의 환멸과 자신이 알고있던 마오쩌둥이 실시하라는 정책에 위반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괴로움에 고민하던 중 황쥐안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되면서 가까워진다.

 

 갑작스런 상하이 발령으로 그녀와 이별을 해야하려던 때에 황쥐안은 그에게 자신의 주소가 적힌 편지봉투를 주면서 다시 만날 기약을 하며 헤어진다.

 

 상하이로 온 류취안은 상하이 당 기관지인 해방일보에서 알게 된 연상의 여인 거산을 만나게되고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그녀에게 빠져 연인관계를 이어나간다.

 

 어느 날 뜻밖에 자신과 같은 지역으로 발령을 받은 황쥐안을 만난 류취안은 거산과의 관계를 모르는 그녀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되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를 접으려 하지만 , 내가 갖기엔 싫고 남을 주자니 아까운 류취안에 대한 거산의 질투은 뜻밖에 상사의 횡령사건에 연루되어 공안당국에 류취안이 체포, 구금되면서 틀어지게 된다.

 

둘 사이를 모르던 황쥐안은 그를 구명하기위해  거산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된다.

 

 거산으로부터 제의를 받은 황쥐안은 감옥에 있던 류취안을 마지막으로 만나게되고 류취안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던 차, 한국전이 반발한 것을 계기로 전장에 참열을 하게된다.

 

 영화 색.계의 원작자로 유명한 장 아이링의 작품이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시기적 상황을 알고 읽는 것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도움이 될 듯 싶은데, 이 소설이 쓰여진 때는 중국을 버리고 홍콩에 가면서 홍콩주재 미국 공보처의 지원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상으로 말미암아 읽다보면 반공소설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 이런  일련의 과정과 한국전, 그리고 최후에 포로교환 과정에서 다시 고국에 돌아가느냐,아니면 타이완으로 가느냐를 두고 회유의 정책을 듣는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중국 내에서는 출판금지 책이라고 한다.  아마도 자신들의 사상과 인민 해방 운동을 한답시고 지주와 빈농, 중간농의 재산 분배과정에서 오는 공정치 못한 처사의 행동들을보인 당원들의 묘사와 항미원조라 불리는 한국전을 대상으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꼬임에 넘어가 전선으로 가게된 힘없는 사람들의 하소연 같은 것은 분명 자신들의 사상에 위배되는 상황이기에 금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류취안은 거산이 계획한 계략에 황쥐안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맘에도 없는 사람과 생활할 것이란 말 한마디로 전장으로 자원을 하게 되고 이는 류취안 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당시에 자신을 구해준 동료들도 마찬가지 사정을 지녔다는 것을 작가는 한 개인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상과 이념, 그리고 사랑을 하는 가운데 어떻게 인생이 휩쓸려가는지에 대해 그려나가고 있다.

 

"적지지련"- 붉은 땅, 공산주의가 문득 떠오르지만 영어의 원 제목을 보면 척박한 땅, 벌거벗은 땅의 뜻으로 쓰였다.

 

전장의 참혹한 상황에서 남한의 병사들 손에 구해져 포로병원을 거쳐 포로수용소에 갇히면서까지 포로들이 겪었을 상황에 대한 조바심, 제 3국으로 가야할지, 아님 다리는 잘려도 고국으로 돌아가야한단 생각으로  일관된 주관을 가질지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은 읽는 내내 우리나라가 겪었던 포로생활을 했었던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독자의 허를 찌른 류취안의 고국송환의 바램은 자신의 힘은 보잘 것 없지만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을 구할 수도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과 황쥐안이 자신 때문에 희생을 치른 양심의 가책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 생각을 한 생각엔 수긍을 할 수가 없게 한 점도 눈에 뛴다.

 

전반적으로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뜻과는 다르게 어려운 사랑을 하는 남녀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한국전에 자원한 류취안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황쥐안과 거산의 그 이후의 이야기들은 흐지부지 없어져버린 부분이 아쉽게 남는다.

 

영화 색.계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강렬한 흐름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작품이기도 하고, 두 남녀간의 좀 더 끈끈한 인연의 진전도를 보여줬음  이 소설의 제목이 말하는 뜻과도 부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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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와일드우드 와일드우드 연대기 2
콜린 멜로이 지음, 이은정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황소자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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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격인 와일드우드에서 동생 맥을 구출하고 돌아온 프루의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중학생이 된 프루는 자신도 모르게 식물의 말을 알아듣게되고, 학교 생활은 지루하기만 할 뿐 어떤 특별한 기분을 느끼지 못한 채 달라 선생님이란 새로운 선생이 오고 난 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한편 와일드우드에 남은 프루의 친구 커티스는 산적왕 브랜든과 함께 새로운 아지트를 마련하고 산적으로서 생활하기 위한 필요한 훈련을 받는 도중 모든 변신이 가능한 요괴인 여우가 자전거의 여왕으로 등극한 프루를 없애기 위해 모종의 지시를 받고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올빼미 렉스와 신비주의자 이피게니아로 부터 듣고 프루를 자신의 아지트로 옮겨온다.

 

 다가갈 수 없는 숲에 대한 미지의 동경과 그 숲을 갈취하고자 하는 이 세상의 또 다른 사람 조프리 언생크는 부모가 없어서 자신에게 맡긴 아이들이나 커티스의 부모처럼 커티스를 찾으러 여행을 떠나려 함에 있어 두 딸인 엘시와 레이첼을 임시로 맡게 된 아이들을 다양하게 부속부품 공장의 인력으로 활용하는 악질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커티스의 두 여동생은 조프리로부터 벌점을 받아 입양부자격자란 불명예를 달고 다가갈 수없는 숲으로 가게되고 그 곳에서 눈이 먼 캐롤 그로드란 노인과 자신과 똑같은 행방불명이 된 고아들을 만나게 되면서 시간정지 속에 생활을 해 나간다.

 

요괴의 공격을 받은 산채는 도적들이 모두 없는 가운데, 커티스와 프루, 그리고 셉티무스란 쥐는 두더지들이 사는 세상으로 가게되고 그 곳에서 지상으로 오는 길을 발견, 와일드우드의 정치 공백에 따른 와일드우드의 혼란을 잠재울 유일한 자격으로 기계부속으로 이뤄진 알렉세이 왕자를 다시 살리기 위해 이 사건에 관여했던 캐롤과 에스벤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언더와일드우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전작인 와일드우드에서의 어린 소녀였던 프루와 커티스가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이 되고 그 정서나름대로의 혼란을 느끼는 가운데 달라 선생으로 변신한 여우의 요괴로 부터의 쫓김, 그리고 두더지의 세계에서 겪는 전쟁과 그 안에서의 평화를 진행시키는 과정은 흡사 인간의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풍자의 맛이 있다.

 

 마치 걸리버여행기를 연상시키듯 인간이 앞이 보이지않는 두더지 나라에서 위 지상의 신으로 격상이 되어 그들의 처지를 돕고 자신들이 찾고자 하던 인물들을 찾아서 뜻하지 않게 변방의 숲이 아닌 인간의 지상세계로 발을 내딛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마법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암시한  엘시와 레이첼의 행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토끼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동물의 흔적을 따라가는 행동을 보이는 면도 있어서 어디선가 차용한 듯한 느낌도 든다.

 

또한  평화롭던  와일드우드를  위해서 자신들이 꼭 해야만 할 일의 의무를 진 프루의 행동과 산적으로서의 약속을 저버렸단 괴로움에 이견차이를 보이는 커티스의 대화를 통해서 대의를 위해서 작은 것을 버려야만 마땅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준다.

 

비록 사람과 식물, 동물들을 등장시킨 책이지만 하나의 인간세계를 보여주는 풍자의 맛을 주고 있는 이 책은 어른 , 어린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전작 와일드우드의 표지가 흰 바탕인 반면 이번 책은 언더가 붙어서그런가, 검은 흑표지 바탕에 그림을 곁들였다.

 

책 속의 내용답게 그림이 전작처럼 들어 있어서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경험도 할 수있고 한국고아 마서 송이란 여자아이가 등장하기에 우선은 반갑단 느낌이 든 책이다.

 

 저자가 한국독자를 의식해서 그런것인지, 아님 우연의 글 쓰기 작업상 필요한 부분에서 등장시킨 인물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용감하게 그려지는 마서 송이란 인물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책 끝 부분에 미완의 여지를 남겨놓았기에 다음 편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예감이 있는 가운데 저자의 인터뷰를 살펴보니 과연 그렇다.

 

지상에 남겨진 등장인물과 와일드우드에 과연 평화가 어떻게 찾아올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책이기도 하기에 제목이 언더 보다는 차라리 미들언더우드가 어떨까 싶은 것이 읽고 난 후의 생각이다.

 

흑백과 컬러의 조합 그림이 내용의 구성으로 쉽게 빠져들게 만든 이 책은 판타지성이 짙은 책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생각할 것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기에 아마도 애니메이션 쪽으로 영상이 만들어지다면 아주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곧 다가올 여름방학을 맞을 아이들에게나, 어린 동심의 판타지성 세계가 그리운 성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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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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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남동생을 기다리고있는 크리스티아네-

 학생운동서부터 적군파에 가담. 열렬한 운동권 학생이었던 남동생 외르크는 20여년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사면을 받아 나오는 상태였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남동생과 단 둘이 의지하면서 그것도 부모로서, 누나로서 하나뿐인 남동생을 키워야했던 크리스티아네는 남동생의 출옥을 맞아 과거 외르크와 함께 활동했었던 동료들을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마련한 별장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사제인 카린과 그 남편, 치과기공회사를 운영하는 울리히와 아내, 딸, 저널리스트이자 크리스티아네와 한 때 좋은 사이였던 헤너, 외르크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외르크를 열렬히 신봉하는 운동권 주의자 마르크, 교사인 일제가 모두 그 곳에 모인다.

 

 금요일 부터 만남이 시작되고 일요일에 헤어지게되기까지 외르크를 중심으로 그가 감옥에 간 순간부터 그들 친구들은 그들이 당시에 최상의 이념이자 신념이었고 폭력을 하는 국가 권력에 자유시민으로서 그들이 할 수있는 최대의 행동이 폭력과 살인 , 자동차 탈취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모두 제각가 자신의 자리에 알맞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로 변했다.

 

여전히 그의 신념을 신봉하는 마르크와 외르크의 친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괴리를 보이고 외르크는 외르크대로 자신을 밀고한 사람을 의심하는 생각과 말, 그것을 감추고자 애쓰는 누나, 같은 동료로서 죽은 얀의 이야기를 소설형태로 써나가는 일제가 바라보는 시선들이 교차적으로 보여지고 그 와중에 2살 이후 왕래가 없었던 외르크의 아들이 나타나면서 아들이 겪었던 원망과 실랄조의 비난들이 쏟아진다.

 

새파란 청춘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냈고 이젠 현실에서의 적응를 하려 애를쓰는 외르크를 보면서 누나는 더 이상 그와 함께 살아가고 돌봐야한단 책임감에서 한 짐을 덜게되고 외르크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가 스스로 현재에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지켜보게되는 마음, 자신의 꿈은 누나와 아들과의 만남을 한 순간도 잊을 수없었던 외르크가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한 발 내딛으려는 과정이 담담히 전개되는 이 책은 공간은 별장이란 장소,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이념과 체제에 대한 생각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연상시킨다.

 

 책 읽어주는 남자, 귀향(전 출판사에서 절판이 된 것을 요번 시공사에서 다시 새롭게 출간이 됬다.)에 이어 이번  주말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줄곧 그려내고있는 국가체제 안에서의 인간들이 겪는 고뇌와 이 책에서처럼 당시의 상황에 맞는 정의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 중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야하는 책임은 누가 짊어질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운동서부터 극좌파의 운동, 9.11테러까지를 곁들이면서 얀의 죽음을 미스터리처럼 그리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그리고 있고  , 전작에 비하면 한층 가볍게 다가오는 문체가 인상적이다.

 

"감옥 안에서 가장 힘든게 무너지 알고 싶다고 했나? 내삶이 여기가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 있다는느낌. 내가 그 삶에서 단절되어 썩어가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삶에 대한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 삶의 가치가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 그런 거였어. -P 49

 

"나는 어떤 인생이든 지금 살아있고, 머릿속으로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인생은, 다 좋다고 생각해"-P51

 

세상에 나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외르크에겐 이제 병든 몸과 아들의 원망만 있을 뿐이지만 이제 오로지 홀로 배워가야함을, 아들과의 사이도 점차 왕래가 있고 싶음을 그리는 한 인간의 외골진 인생을 그려낸 이 주말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금 역사 속의 개인의 역사는 어떻게 가져야 좋은 것인지, 사랑에 대해서, 역사의 심판, 대중들이 바라보는 테러리스트의 모습은 어떻게 생각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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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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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과 조선 초의 대 회오리바람의 역풍 속에 새로운 왕조 편에 처신을 잘한 조신은 개성의 여장부인 청화당 마님의 딸인 경심과의 사이에 서로를 낳고 산다.

 

 장사로 부를 이룬 청화당 마님에겐 먼 친척뻘인 여인이 있었고 그의 딸인 채심은 유씨 성을 가진 선비와 혼인, 그들 사이에 여아를 낳는다.

 

 시대는 이른 바 새로운 역사를 요하고 그 와중에 전 왕조에 대한 지지세력편이었던 유씨 집안은 화재로 풍비박산, 여아는 청화당 마님이 거둔다.

 

 말 한마디 못하는 여아에게 서로는 녹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녀가 부르는 옥피리에 엄마와 아버지의 기대치에 부응하느라 피곤한 몸을 풀어나가면서 우정과 사랑사이의 아슬아슬함을 이어간다.

 

 녹주를 보면서 그녀의 어미인 채심과 경쟁하듯 살아 온 경심은 녹주를 못마땅해하고 청화당 마님이 죽자 바로 녹주를 시주하던 암자에 보내 비구니로 살 것을 명한다.

 

 몸은 비구니로 가는 절차를 거치나 마음만은 서로에게 향한 정신 때문에 괴로워하던 녹주는 속세의 몸으로 돌아오지만 갈 곳이 없었으므로 절에 공양주처럼 살아간다.

 

 어느 날 부부애가 남달랐던 이귀산 이란 사람이 부인의 명복을 빌어주고자 암자로 온 것을 계기로 속세로 내려가 그의 두 번째 부인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차, 그녀에게 줄 피리를 구하던 것을 계기로 다시 서로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둘은 이산의 눈, 귀를 뒤로하면서 끊임없는 열정의 세계로 들어간다.

 

 - 조선왕조실록』 에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柳)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通奸)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세종실록」 21권, 세종 5년(1423년) 9월 25일)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사건은 시대적인 이슈가 된 조선 양반가 간통 사건이다.-

 

이 문장의 하나로 작가는 또 다시 채홍에 이어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불교를 숭상하고 남. 녀간의 규제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고려에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함에 있어서 불교의 페단과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정책으로 유교를 받아들이면서 남.녀간의 사랑은 한층 규제를 받는다.

 

 사람이 보다 잘 살기 위해서 만든다는 제도와 법이 점차 그에 예속이 되어 실제 생활과 남녀간의 사랑에 규제를 한다는 아이러니를 작가는 녹주와 서로란 두 이성간의 불타는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

 

 부모와 동생의 흔적조차 찾을 수없고 벙어리처럼 지내던 녹주에게 서로는 위안이자 친구이며, 서로에겐 엄마의 우울증과 드센 성정, 아비의 채찍질 속에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부모는 맞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부모를 거역할 수없는 장자로서의 한계를 알아 줄 이는 녹주 뿐임을, 둘은 그렇게 의지하고 사랑했다.

 

하지만 가진 것 없고 오갈 데 없는 녹주에게 지어진 삶의 무게는 종교에 귀의를 해도, 이산이란 귀인을 만나 세속에 내려와 살게되도, 그런 고마운 인연은 악연이 되고, 서로에게 향한 자신의 마음은 머리에 흰머리가 나는 세월을 겪어도 그칠 줄 모르는 불타는 꽃이었다.

 

- 그것은 녹주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껏 운명이라 불리는 굴레에 묶인 채 왜바람을 맞은 검불처럼 꺼둘렸다.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단 한 순간도 스스로 살 수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무서운 파국을 떠올릴지라도 목숨을 걸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어리석은 사랑이 그녀가 생에 할 수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P285

 

이산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을 생각할지라도 자신을 진정으로 가슴 깊이 사랑하지 않는단 사실, 자신의 숨김없는 사랑을 위해서 지금껏 억지춘향으로 감춰왔던 결실의 감정은 늦바람이 무섭단 말처럼 걷잡을 수없는 향해을 하지만 이마저도 조선 초기의 정통적인 역사를 바로 잡고자 했던 선대 왕의 뜻을 받든 왕에 이어서 세종마저도 이 둘에게 벌을 내리를 처사를 감행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똑같이 불륜이라면 불륜이라고 이름 지을 수있는 이 둘의 처리방식은 여전히 남자와 여자에게 가해지는 형량이 달랐던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믿었던 신하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을 세종의 입장에선 좀 더 그를 곁에 두고 싶어했을 맘이 컸단 점에서 유배의 결정을 내린 반면 여자인 녹주에게 가해진 처벌은 격이 너무 크다.

 

그저 아녀자란 이름 하나로 , 유부녀란 이름 하나로, 통정을 하였단 죄 때문에 구경거리요, 참수의 형장 길을 걸어가게 한 처사는 나중에 후회를 한다했지만 당시의 그들이 겪었던 나이와 세종이 보위에 오른 나이의 간격이 너무 컸으며,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선 왕이 너무 어렸단 점이 아쉬운 점으로 떠오른다.

 

 제도 안에서 숨막히듯 살아 온 녹주에게는 아마도 짧지만, 무서웠고, 두려웠고, 서러웠던 , 서로를 곁에 둔 그 순간까지 느꼈을 심정의 묘사가 작가의 필치대로 종횡무진 독자들을 빨려들어가게 한다.

 

 사랑 때문에 겪었던 안타까웠던 여성에 대한 시리즈 채홍에 이은 불의 꽃이 2부격이란다.

 

 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다는데, 언제 3부가 나올지는 알 수없으나, 작가의 눈으로 그려 본 당시의 시대에 숨막히게 살아간 여인들의 사랑이야기는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가 있을까 싶다.

 

 채홍처럼 앞과 뒤에 현재의 광경이 그려지고 과거를 되돌아보는 구성으로 이어진 책은 한국 말의 묘미와 한자의 숙어 조합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문장들로 이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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