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한 인간의 인생을 이야기 할 때 , 어떤 이들은 차후 그(그녀)가 쌓은 공적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위인전이란 책에 기재가 될 수가 있고 , 어떤 이들은 이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로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보던, 일테면 영화에서 근사한 외모의 배우를 흠모하면서 그와 같은 공상을 하게되거나, 아니면 책이나 여행, 유명 멘토의 말씀을 통해서 각자의 인생의 잣대를 짓고 살아가게된다.
설사 그것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하기사 인생사가 모두 내 뜻대로 이뤄진다면 걱정이란 것이 없을 터이니...)
그러나 여기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야말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인생을 살았던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모니카-
1972년 생으로 아버지는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다.
적도기니가 스페인의 통치로 부터 독립을 하면서 스페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국방장관이자 사촌이었던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의 유혈 쿠데타로 실각, 총살형에 처하면서 급박하게 큰 오빠인 에르네스토만 쿠바에서 공부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머지 삼남매, 언니 마리벨, 오빠 파코, 그리고 막내딸 모니카는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도움으로 평양 생활을 해 나가게된다.
북한의 유가족, 고위 간부의 자식들만 들어갈 수있다는 만경대혁명 학원에 입학하면서 16년 이란 세월을 한국말을 쓰고, 읽고, 공부하면서 겉 모습은 흑인이되 정신은 온전히 북한의 체제에 적응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대학에(평양 경공대 피복공학과) 다니던 중 베이징 주재 대사관으로 있던 사촌오빠의 주선으로 중국이란 나라를 처음으로 접한 후 평양에서만 자라고 봐온 자신의 정체성과 밖에서 본 풍경 사이의 혼돈을 경험한 모니카는 대학 졸업 후 오로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북을 떠난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사라고사에서 생활을 시작으로 마드리드,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평양을 방문하고 다시 미국행, 그 곳에서 다른 조선인 남한의 수도 서울을 생각해보며 서울행을 직행하게된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또 다른 한국을 느끼게 해 주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도 마다하도 다시 두려움의 나라이자 모국인 적도기니를 방문, 엄마와 오빠를 만나면서 아버지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정확한 말을 듣기 위해 스페인으로 다시 떠나게되고 그 곳에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용서라는 것을 하게된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 인생이야기가 이렇게도 드라마에서 나올만한 일도 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됬다.
어쩜 이리도 기나긴 여정을 통해서 솔직하고 진솔하게 전달할 수가 있었는지에 대한 감상이 우선적으로 든다.
7살의 나이에 전혀 의.식.주가 다른 곳에 떨어져 그 곳에 적응해야만 살아 갈 수있단 철칙 하에 이뤄진 그녀의 성장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싶었던 그 곳, 북의 학생들 이야기, 생활 이야기서부터 연애이야기, 물론 외국인이란 특권층이란 신분을 감안하더라도 모니카, 그녀 자신은 영원한 한국사람이란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내주기에 읽으면서도 가끔 혼란이 올 때가 있었다.(그 정도로 푹 빠져 읽은 책이다. )
스페인 공용어를 쓰는 자신의 나라 , 적도기니에서의 생활 자체를 잊어버리고 엄마와의 소통 자체를 못했을 때의 서로간의 오해와 다시 성인이 되어 스페인과 영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은 한 인간이 편안하다면 편안할 수있는 평양의 생활을 박차고 오로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증오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여정이 참 슬프기도 하고, 그것을 박차고 세상에서 자신의 힘으로 보고 느낀 것만을 인정해가면서 살아갈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이 진솔하다.
가깝고도 먼 거리인 평양과 서울이란 두 도시를 살았고 , 방문한 이색적인 경험의 평양여자 모니카-
이색적으로 공산권과 자유주의 나라라는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사람답게 자유에 대한 생각도 아주 공평하게 느낀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서로가 서로를 정말 모르기에, 오해하고 불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이 부분에 대해선 모니카 자신이 특권층에 속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전적으로 그녀 중심으로 생각한 부분이다.) 또 흔히 말하는 자유주의도 알고보면 열심히 일해 돈이 쥐어져야만 일정 부분 허용된 것에 한해 자유를 느꼈단 점에서 비록 자신이 살아 온 평양도 그런 체제하에서 이뤄진 조건이라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환경이란 것이 얼마나 인간에게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로 인한 정체성 확립에서 오는 혼돈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모니카의 용기에 정말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역사의 판결대로 자신의 아버지와 제 2의 양부라 할 수있는 김일성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평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어쩔 수없이 두 사람의 고마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단 점, 비록 독재자로서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평판을 받은 데에 대해서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는 사실적인 일과 세상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오해에 따른 감안을 생각하며 비로소 자신이 증오를 버리고 용서란 것을 할 수있었기까지의 심정이 여전히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 여지없는 한국인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오래 전 읽지 못했던 세상에서 가장 긴 희극이었던 햄릿을 드디어 읽고 마침을 끝내던 날은 모티카의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터, 오늘도 여전히 자신의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의 항로를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평양의 모니카란 여성의 적극적인 인생찾기가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그 용기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 산다는 것은 용서하기 힘든것들을 용서해가는 긴 여정과도 같다.
삶이란 나를 용서하고 남을 용서하며 마침내 운명과 화해하는 것이다.
그 길었던 여정이 다 끝난 지금,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나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
다. -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