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긴 편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170
마리아마 바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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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50이 다된 라마툴라이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40일 간의 복상기간을 거치는 동안 어릴 적 단짝 친구인 아이사투에게 그간 자신이 살아 온 삶에 대해 이야기를 편지형식을 빌어서 쓴다.

 

 라마툴라이와 아이사투는 세네갈이 식민지에서 독립해 새로운 세계를 거치는 동안 엘리트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 말하자면 신세대 여성들이었다.

 

친정엄마의 사윗감이 될 모습 속에 치아가 벌어진 것을 보니 틀림없이 바람을 피겠단 말을 들음에도 그(모두 Modou)가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 또한 그를 선택함에 주저없이 결혼을 감행, 열두 아이를 낳으면서 학교 생활을 하는 직업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 며느리로서 살아간 자신의 모습과 세내공의 딸인 신분으로 태어난 친구 아이사투는 왕족 출신인 시어머니의 못마땅한 눈길에도 의사인 남편 마우도와 결혼,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순탄해 보이기만 했다.

 

 그런 두 사람의 인생은 일부다처제의 관습으로 인해 두 갈래의 길로 갈라진다.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나부란 조카를 두 번째 며느리로 들이 민 아이사투의 시어머니의 행동으로 인해 아이사투는 남편 마우도와 결별,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반면 라마툴라이는 자신의 딸인 다바의 친구인 비느투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한 남편에 대한 배신과 결혼 당일 시아주머니와 사제, 그리도 마우도의 방문으로 알게 된 그 사실로 인한 충격된 삶을 살아가지만 이혼을 생각지 않는다.

 

 ***** 광기나 나약함 때문이었을까? 용기 부족이나 어찌할 수 없는 사랑 때문이었을까? 어떤 마음의 동요가 모두 폴을 혼란에 빠뜨려 비느투와 결혼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이런 남자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니. 그에게 내 인생의 30년을 바쳤다니. 그의 아이를 열두 번이나 품었 다니. 경쟁자를 내 인생에 덧붙이는 것으로도 그는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야. 다른 여자를 사랑하면서 그는 정신 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태워 버렸어. 감히 또 그가 어떻게….
날 자기 아내로 만들려고, 안 한 게 없던 그가 어떻게! -p30

 

 

「(…) 여자들은 제발이지 이걸 이해하고 용서해야 해요. 육체적 <배신>을 생각하며 괴로워해선 안 됩니다. 중요한 건 마음에 있는 거니까요. 두 존재를 잇는 건 이 속에 ─ 이 말을 하며 그는 자기 심장이 있는 가슴을 쳤어 ─ 있으니까요……. 저항의 극단적 한계에 내몰린 채 나는 내 손에 닿는 것을 먹는 겁니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따지고 보면 진실은 추한 겁니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그는 어린 나부를 <먹을거리>의 차원으로 깎아 내렸지. 이렇게, 다른 <맛>을 맛보기 위해 남자들은 아내들을 배반하지. 난 기분이 무척 상했어. 그는 내게 이해를 청했지. 그런데 대체 무엇을 이해하라는 거지? 본능의 지배를? 배신의 권리를? 변화의 욕망에 대한 합리화를? -p66~67


 

그 이후 남편이 자신과 가족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죽음으로써 벌어지는 여러상황들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편지의 내용이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세네갈이란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슬람이란 종교의 영향, 신세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에 주위의식에 대한 눈치, 그리고 뭣보다 일부다처제를 당연시 받아들이는 남성들의 근본적이고도 뿌리 박힌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 떠난다? 한 남자와 열두 명의 아이를 낳고 25년을 살았는데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 정신적이면서 물질적이기도 한 이 책임의 무게를 혼자 감당해 낼 힘이 내게 있을까?
떠난다! 과거를 말소한다. 분명히 늘 빛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료했던 페이지를 이제 넘긴다. 앞으로 그 페이지에는 사랑도 신뢰도 위대함도 희망도 담기지 못하겠지. 난 결혼의 썩은 이면을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어. 경험하지 말까! 그걸 피해 달아날까! 용서하기 시작하면 잘못이 눈사태처럼 쏟아져 계속 용서만 하게 되지. 떠나는 거야. 배신으로부터 달아나는 거야! 공유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온갖 상상을 하고 조그만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일 없이 편히 자는 거야. -p77

 

 방송이나 책에서도 언뜻 들은 적이 있다.

우스개 소리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

 

그것이 현대건, 근대건, 봉건적인,아니 더 나아가 까막득한 먼 시대에 걸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엔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편협합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말일 것이다.

 

편지 속에는 모두 3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시각들이 나온다.

1세대 격인 아이사투의 시어머니와 라마툴라이의 친정엄마, 그리고 오로지 살기 위해 딸을 늙은이에게 주는 비느투의 엄마 모습은 철저히 이슬람이란 종교에 순리를 따르고 관습의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아 온 여인들이다.

 

일부다처제를 당연시 받아들이고 가문의 혈통을 따지는 이런 생각은  새로운 시각 자체는 엄두도 못내고 세월을 살아 온 여인들의 모습이 투영이 된다.

 

그런 반면 2세대 격인 주인공 라마툴라이와 아이사투는 식민의 역사와 독립된 나라로 거듭난 자신의 고국을 고스란히 체험해 내면서 여성도 당당히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수있다는 신 사고 방식의 개념과 함께 독립된 나라의 새로운 나라의 법 체제정비 속에 아름다운 풍속들이 조화롭게 유지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세대이다.

 

그런 시각에서 나온 일부다처제의 불합리성을 누구보다 수긍하기 어렵고, 이를 자신의 몸 속에서 울부짖는 고통과 자신의 홀로서기를 결정함에 있어서의 두 사람의 인생 결정 방식은 두 가지 갈래의 길을 보여주는 결과를 낳는다.

 

 더 발전된 제 3세대격인 라마툴라이의 딸들-

그 중에서 다바는 친구인 비느투로부터 늙은이에게 받은 선물이란 말을 든는것도 모자라 실제 자신의 아버지가 친구를 부인으로 맞이한 충격에서 어머니에게 이혼을 권하는 , 당찬 모습의 여인모습과 남편과의 공통적인 시각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신세대 여인이다.

 

***** 다바는 제 아내입니다. 제 노예도 하녀도 아니예요.

 

 

***** 결혼은 족쇄가 아니예요. 두 사람이 하나의 인생계획을 공유하는거지요. 그리고 부부가 이 결합에서 각자 제 몫을 얻지 못한다면 그걸 유지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여자도 결별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요. - p 138

 

 다른 딸인 아이사투가 학생신분으로 덜컥 임신한 모습을 바라만봐야하는 라마툴라이의 어미로서의 고통과 딸이 겪을 주위의 시선을 생각하는 모정의 모습은 읽는 내내 다른 나라의 모습이 어찌 이리도 우리네 조상들이 살아 온 모습과 현재의 워킹 맘으로서의 고민을 그대로 표현해내었는지, 읽는 내내 구구절절 가슴을 적시지 않는 문장이 없을 정도로 머리에 쉬이 떠나질 않는다.

 

*****  한 가정의 어머니는 여행할 시간은 없어도 죽을 시간은 있다. -p141

 

 인간이 살아가는 테두리 안엔 분명 법이란 것이 필요하고 수없이 흘러흘러 굳어진 관습이란 것을 무시하면서까지 사람들은 쉽게 고쳐지면서 살아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보면 , 라마툴라이가 자신의 홀로서기를 하기까지 친구에게 쏟아부은 고통의 심정은 또 다시 새로운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면 젊디젊은 비느투, 또한 다바와 같은 신세대면서도 먹고살기에 우선 순위를 두었던 엄마의 강요에 희생된 가엾은 여인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여성들의 모습들이 모두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에 일조를 한 모두, 마우도, 그리고 라마툴라이의 첫 사랑이자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국회의원인 다우다 디엥 조차 사랑이란 이름 하나로 라마툴라이에게 청혼하는 모습은 자신의 본처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관습이란 이름 아래에 행하여지고 있는 남성들의 무지의 행동으로 밖에 이해 할 수없는 답답함을 보인다.

 

그래도 라마툴라이가 생각하는 홀로서기는 아이사투와는 다른 부부간의 신뢰와 사랑이 있음으로 해서 견딜 수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이런 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마지막 부에선 그녀 나름대로의 홀로서기가 수긍이 가게 만든다.

 

***** 난 남자와 여자가 어쩔 수없이 상호 보완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

        사랑은 그 내용이나 표현에서 아무리 불완전할지라도 두 존재는 자연스레 이어주지.

        ......

        내가 이미 얘기했지. 내 삶은 다시 만들어나가는 걸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 모든 실망과 모욕을 겪고도 내 안에는 희망이 살아있어. 더럽고 역겨운 부식토에서   초목 이 돋아나듯이 내 안에서 새로운 싹이 고개를 내미는 게 느껴져. -p 168~169

 

       

작가가 출간한 지 오래됬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전혀 이질적인 느낌이 없었단 것은 바로 지금도 세네갈이란 나라가 갖고 있는 역사적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하는 그릇된 사고방식의 관습, (여성에 대한 자유억압과 권리박탈) 여전히 오늘도 자녀와 가정에 온 힘을 쏟으며 자신의 독자적인 인간으로서 나 만의 홀로서기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의 여성들에게 심금을 울려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된 체제 안에서의 의식의 변화는 긴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그러는 와중에 여성들이 변화해가는  체제 안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169페이지의 짧은 분량의 책 속에 담긴 내용치고는  짧다면 아주 짧은, 그래도 이토록 긴편지는 처음이었다.

 

책을 덮은 지금, 아직도 라마툴라이의 영상이 그려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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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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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권. 나가오카 히로키의 미스터리 단편집. 2008년 제61회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 부분 수상작이다.

 

개인적으론 단편이 주는 짧디짧은 문장의 맛이 그 속을 알아가는 찰나에 끝나버리는 것이 많았기에 장편을 주로 읽는다.

 

 그런데 모처럼 만난 이 단편집은 예상을 깨뜨리고 읽은 맛의 감동이 긴 여운을 남긴다.

 

 총 4편이 수록된 이 책은 각 장마다 모두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따뜻함과 동시에 트릭을 겸비한 절묘한 타이밍을 갖춘 책이다.

 

1.  경로이탈- 구급 소방대원인 하스카와는 장인이 될 무로후시와 함께 구급현장에 출동을 하게된다.  현장엔 결혼을 약속한 무로후시의 딸의 교통사고를 낸 외과의 마스바라를 불기소로 넘긴 구즈이 부검사가 칼에 찔린 상태, 급박하게 수술 할 수있는 병원을 찾게 되고 가는 도중 병원의 연락을 받고도 경로를 이탈, 그 이유는 나중에야 밝혀지는 과정이 긴박하게 엮여진다.

 

2. 귀동냥 -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독자들부터도 호응이 많았던 제목을 붙인 만큼 이 이야기 속에서도 본 자와 범인으로 착각한 경찰간의 심리를 보여준다.

 4년 전 같은 직종에 있던 남편을 여윈 하즈미는 이웃 집 할머니인 후사노 집에 짐털이 범이 왔다갔단 소릴 듣는 한 편, 자신의 불만사항을 편지형식으로 우편함에 넣고 보게하는 딸과의 사이를 고민한다. 

 

 연속적인 묻지마 살인범으로 지목이 된 범인이 자신에게 면담을 청해오고 그를 만난 긴장감 속에 전혀 뜻밖의 짐털이범이 잡히게 되면서 의외의 결과를 낳게된다.

 

3. 899- 소방대원 모로가미는 이웃 집의 아기를 혼자 키우고 있는 하쓰미에게 관심을 보이던 차, 하쓰미의 집이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하게되고 아기를 홀로 집에 두고 일하러 갔던 하쓰미로부터 아기의 위치를 전해 듣지만 (여기서 899란 1세 미만의 아기처럼 어린 사람을 지칭하며 긴박함의 의사 소통으로 사용이 된다. )아기의 행방을 찾을 수없는 긴박감 속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동료인 가시미가 아기을 구해내고 그 후 가시미의 퇴직신청을 듣게 된 모로가미는 그를 찾아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4. 고민상자- 갱생보호시설의 원장인 시타라는 중과실치사혐의로 형을 마친 우스이를 자기 친구인 이즈키 제작소에 소개를 하고 그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활할 수있도록 신경을 써준다.

 

 친구 이즈키로부터 우스이가 기숙사를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단 소릴 듣게 된 시타라는 그의 행방을 쫓게되고 , 얼마 후 무사히 귀가하지만 다시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 했단 소릴 듣게된다.

 

고민상자란 말은 이즈키가 우스이에게 해줬던 말로, 무언가 버리게 될 것이 생긴다면 한 번에 버리지 말고 두 개의 다른 용도 물품보관상자를 준비해 정말로 벌릴 것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보는 물건을 구별해 넣음으로써 기한을 두고 다시 생각해 최종적으로 버릴 것을 결정하는 상자름 말한다.

 

 자신 또한 이 직업에 회의를 느껴 사표를 준비해 오고 있던 시타라는 이즈키의 한 마디에 우스이를 생각하게된다.

 

 단편집이라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모든 이야기들 전부가  맞물려서 해결이 되는 과정이 읽어나가는 데에 아쉽다는 느낌을 갖게한 책이다.

 

 읽어나가면서 왜 주인공들이 이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 유발과 그것이 억지로 맞춰 끼우듯이 이야기 전개를 한 것이 아닌 아~ 라는 말이 나오게끔 만든 글의 구성과 흐름이 무난하고 이런 단편이라면 장편 못지않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좋은 글로써 내놓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해 보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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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비망록
조부경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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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조차도 희미한 나이에 클리어워터가에 입양된 릴리안은 양아버지의 따뜻한 보살핌과는 달리 무뚝뚝하고 자신과 거리가 있는 양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다

 

 양아버지의 죽음으로 그 동안 모르고 살았던 자신의 친 오라버니라고 소개한 윌을 만나게되고 양엄마의 곁을 떠나 브루크사이드 저택에 입성하게 된다.

 

 갑작스런 환경변화와 꼬박꼬박 예의를 갗춰 자신을 대하는 윌을 보면서 진짜 자신의 오라비인지를 의심스러워하는 가운데 모든 방은 열어볼 수있지만 그녀의 방 쪽으로 난 한 군데의 방만은 알길원하지 않았음 하는 말에 일단 수긍을 하게된다.

 

 엄격한 숙녀로서의 가짐을 받아 온 릴리안은 윌이 자신을 보는 눈빛과 행동, 그리고 선을 넘어선 제의를 하는 그 모습에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단순히 가족이 생겼고 이에 의지할 데라곤 이 곳 밖에 없단 사실에 그를 오빠라고 인정하면서 살게된다.

 

하지만  밤마다 이상한 여인의 노래소리와 절규, 그리고 드디어 닫혀있는 그 방안에 있는 여인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윌이라고 불리는 자는 자신의 친 오빠가 아님을 알고 경악을 하게된다.

 

 윌이라고 칭하는 자-

레온딘 백작의 후손이자 엘리엇이란 진짜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어릴 적 입양되온 한 살위의 형인 윌을 만나게되고 그 후부터 윌에게서 릴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라게된다.

 

 언제부턴가 릴리안을 맘에 두게되고 이튼스쿨과 캠브리지 대학을 거치면서 전정한 혈육 이상의 형제애를 가졌던 두 사람-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엘리엇은 윌의 대행자격으로 릴리안을 추적하게되고 집에 데려오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여전히 릴리안의 맘 속엔 모든 전말을 알게 된 후의 그를 더 이상 바라볼 수없는 상황을 느끼게된다.

 

 제 1회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이 소설은 어릴 적 "푸른 수염"이란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하지만 전적으로 이 형태를 취한 것은 아니고 웬지 모를 사연을 간직한 윌의 대행자로서 엘리엇이란 사람이 요구한 닫힌 방에 대한 개방을 원치 않는단 정도가 비슷하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 지금도 그렇고 동성을 향한 사랑에는 폭 넓은 이해를 수긍하기 쉽지않다.

 

 이 소설은 윌과 릴리안이 자라 온 어린 시절의 엄마로부터 받은 아픈 추억과 상처, 당시의 의학의 미비한 부분으로 인해 환자를 옳게 치료하지 못한 안타까운 시기를 놓치고 그 결과 한 가족이 산산이 부서져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와야했던 아픈 과정들이 1부격에선 릴리안이 바라보는 시선, 2부에선 엘리엇이 사실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특히 여자라고 각인되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좋아하지 않았던 윌의 행동엔 이런 아픈 시절의 영향이 오히려 관심의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할 사랑으로 번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되고 , 그 상황에서 자신이 뛰어든다면 자신조차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한 순간의 결정으로 인해 오래토록 괴로움에 떨며 살아야했던 엘리엇, 그리고 알게모르게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자신의 주체할 수없는 행동에 괴로워하는 릴리안의 사랑을 하게 된 사람들의 사연과 행동들이 반전과 곁들여져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되면서도 거절 할 수밖에 없는 아픈 심정들이 느껴지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로 우뚝 서게되는 릴리안이란 여인과 그녀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엘리엇, 그리고 양엄마와의 보이지 않는 사랑관계, 항상 따라온 윌의 형체를 떠나보내기까지의 과정이 하나하나,  귀신은 보이진 않지만 마치 내 곁에 숨소리 하나 세세히 듣고 있을 것 같은 섬짓한 묘사들이 읽는내내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이 행복의 결말을 대부분 그리고 있어서 그런가 자주적으로 자립하려는 의지의 릴리안이란 여성의 심리상태의 흐름이 자연스레 보이는 것이 읽는 내내 흐뭇함을 전달해준다.

 

 잔잔한 로맨스를 읽고싶다면 이 책을 통해서 한 순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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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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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제목을 접했을 때는 영화 브랜드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 이란 것이 떠올랐다.

 

 잘 생긴 얼굴에 햇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빛의 역광 속에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긴 낚시줄을 힘껏 위로 쳐들어 휘~익 던지면 낚시줄의 반동으로 인해서 물 속에 잠수를 하고 그  낚시줄에 엮인 미끼를 덥석 문 싱싱한 자연의 생생한 그 현장 속으로 흠뻑 젖어든 때를-

 

하지만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무척 난해한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이 출판된 시기는 1967년-

1960년대 미국 소설의 특징을 파편적이라고 말했던 커트 보네커트에 의해서 출판이 되었고 이 책은 그 후 미국의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한 권쯤은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책으로 유명세를 달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소설이라고 나온 것이라고는 하나 어느 특정 흐름에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이해를 할 수있을 것 같은 문장이 나오는 순간 바로 메타포와 무수한 언어들의 난립으로 도통 읽어나가면서 흐름을 잡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작가는 부인과 딸을 데리고 송어가 있는 미국적인 전원 목가적인 곳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 작가는 평화로운 전원적인 풍요로운 자연이 있는 미국이 점차 산업화 되어가고 그 안에서 흑인창녀, 몰몬교 신도들, 그리고 오염이 된 강에서 부인과 성교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액을 분출하고 그 정액은 오염된 물과 함께 흘러가는 묘사장면을 통해서 현대 서구문명의 정신적 풍경과 그 단절, 상실감에 이은 폐허와 죽음의 연결을 통해서 미국의 현 세태를 정치, 문화, 사회의 전방위적으로 꼽은 책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여전히 내겐 어려운 책이었다.

 내가 태어난 시대가 아닐 뿐더러, 이미 이것을 각오하고 어느 부분은 수긍하고 들어가면서 읽었지만 미국사람만이 느낄 수있는 유머와 은유적인 흐름의 글은 책의 페이지는 적었지만 아주 정독을 하면서 그 의미를 새겨가면서 읽게 만들었고, 그나마 책 뒤편의 역자의 보충설명을 곁들여 가며서 읽음으로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의도를 제대로 짚어낼 수있었던 , 손이 연신 앞.뒤로 움직이면서 같이 송어를 낚어가는 여정의 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기 짧은 챕터 속의 이야기들은 중반 쯤 부터 지나가면 이미 이 분위기에 익숙해 이 말을 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먼저 궁금해보고 나중에 책의 뒤편 해설보충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 자신이 지향해 온 소설적 핵심의 주제인 상실, 비탄, 목가, 향수가 송어라는 의미 안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주변을 바라보는 입장에 서기도 하는 등, 정해진 특정체의 모습이 아닌 것으로 비추어진다.

주인공이 잃어버린 미국을 찾아 방황하는 과정이 다른 책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면서 소설적이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한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의 주인공의 탐색 여행은 클리블랜드이 쓰레기더미 속, 쥐와 벌레, 폭력, 나아가서 미국의 환경 생태계가 파괴된 현장을 보는 그 씁쓸함까지 그려지는 과정이 시대는 달라졌다고해도 현재의 지구 환경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현상의 고발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 그러나 재생과 낙원회복을 위한 기구는 부단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전 인류의 과업이자, 동시에 작가들의 엄숙한 사명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의 금빛 펜촉에서 샘물처럼 흘러나오는 지혜나, 비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언어들이야말로 '잃어버린 전원' 을 현대인에게 되찾아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기 때문에 작가의 펜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싱싱하게 퍼덕이는 송어를 토해내는 마법사 멀린의 지팡이와도 같은 것입니다 .-P287 (작가와 역자의 인터뷰 중에서)

 

이미 다른 해에 나왔던 책이 이번에 새로 개정이 되면서 나온 책이다.

 

 영문학과 전공자들이라면 훨씬 쉽게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정도로 역자의 해설 없인 이해과정이 어려웠던 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목 때문에 낚시코너에 진열되었다던 책이었지만 작가의 미국의 현 세태를 고발한 동시에 여전히 자신의 펜촉을 이용한 현대인들이 꿈 같은 휴식처를 찾기위해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희망이 보인 책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작가는 권총으로 자살, 유려한 필체를 더 이상 빛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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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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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란 이름으로 낯설지 않은 전직 경찰대 교수인 표창원 씨와 전문 인터뷰어로서 여러사람들을 취재한 바 있는 지승호 씨간의 대화록이다.

 

 지금 한국의 사회, 특히 자신이 몸 담고 있었던 경찰이란 조직과 검찰, 그리고 그 윗선인 정치가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가 앓고는 있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쉽게 이러한 이러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한다고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은 답답한 세태에 대한 이야기 나눔이다.

 

 도주를 거듭하다 잡힌 신창원의 그 내면적인 악한 범인의 이미지 뒤엔 그가 자란 배경과 우리사회가 도외하다시파한 결과의 현재성, 그리고 가정 내의 폭력은 사회의 한 문제로 보지 않고 가정 내의 문제로만 보아서 생기는 사건의 발단과 어이없는 결과, 그리고 최근의 국정원 사건까지 우리가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음을 경각심 있게 일깨우는 책이라고나 할까?

 

 특히 경찰과 검사, 그리고 검찰간의 서로 상호간의 협조도 부족한 판에 각자가 쥐고있는 숟가락에 한 술 더 얹어서, 아니 숟가락에 이미 올려져있는 밥 한술조차도 나눠먹기 싫은 권력의 다툼, 초임의 검사로서 가지는 마음가짐은 서서히 재벌과의 협상, 그리고 차후의 전관예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없는 결탁의 전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미 한국의 사회는 아무리 이런 과정을 단숨에 변화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조금의 변화 개혁이란 말 앞에선 끝없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서양의 기본적인 경찰에 대한 조직도, 그리고 경찰이 되기 위해 뽑는 기준선의 선발과정과 계급의 차이를 떠나서 서로가 상대의 베테랑적인 경력을 이해해주는 풍토, 그리고 신고가 들어 온 집에 가택을 수사함에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상황판단이 실물 파손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지라도 그 피해보상은 나라에서 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결과?- 경찰은 경찰대로 자신의 최선대로 다한 임무로 인한 예기치 못한 파손에 대한 결과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축됨 없이 다시 시민들을  위해서 일할 수있는 풍토가 된다고 한다.

 

(시티즌 인 유니폼(citizen in uniform). 제복 입은 시민. 경찰은 시민의 일부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인간이 지닌 복잡 미묘하고 어지럽고 미세한 부분들이 서로 얽혀있는 사회인지라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각개 기관들의 독립성 주장에 다시금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예시서부터(싸인), 영화(7번 방의 기적)CSI의 결코 완벽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선진국에선 이런 약품 처리과정에서 오는 유독성에 대한 미연의 사람을 보호하는 방지 장치, 그리고 사건 발생 후 사후 흔적처리같은 것을 피해자 가족들이 아닌 나라에서 해 준다는 점이 ,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0위 권 안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법처리  문제점 하나하나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에는 여전히 요원한 숙제가 많음을 알게해준 책이다.

 

 방송에 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신상과 법 적인 형량선고 이외에사형폐지에 대한 견해, 피해자가 오히려 사회로부터 몸을 숙이고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하는 사회적인 정서에 대한 병폐를 조목조목 대는 두 대화간에는 우리가 그 동안 방송에서만 들어오던 정의는 도대체 어디갔으며, 이런 일들은 내 주위엔 일어나지 않겠지하는 안일함 속에 차후 개선책이 없는 상태의 현시점을 돌아보면서 나는 과연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들 속에서 그저 관심 없는 척 하며 공범자로서 한 일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반성을 일게한다.

 

 나무도 첫 씨앗을 뿌리면서 몇 십년을 바라보고 그 나무가 제대로 제 몫을 하길 기다린다.

 

 하물며 사람들이 만든 제도 안에서 그 제도의 비 현실성을 고치고 좀 더 나은  사회로 가려는 길은 말해서 무엇하랴?

 

표창원 씨의 주장도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현 정권에서 모두 이루려하지 말고 그 토대만이라도 세운다면 차후 정부에서 이런 점을 이어받아 여.야의 구분없이 몇 십년이 흘렀을 때 그 열매의 결실을 보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있는 사람을 채택해서 좋은 정치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만에 하나 공직인으로서 국민들의 실망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신체의 한 부분이라도 걸려내야하는 정치적인 풍토,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깬 각성들이 다시금 필요함을 역설한 이 책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지나쳤던 나, 그대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범들이 아닌가 싶다.

 

책표지는 순한 양의 탈을 쓴 사람들이 각기 다른 포즈로 있는 모습들이다.

 

 그 위에 빨간 방울들이 떨어져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모습들이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어오면서 말하지 못했던 억울함을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정의 , 정의, 라고 수도없이 말하지만 진정한 우리가 바라는 정의실천을 위해선 할 수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 책은 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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