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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사도라 윙은 두 번째 남편이자 정신과 의사인 베넷 윙을 따라서 빈에서 개최되는 정신분석학회를 따라 나선다.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의 공포, 착륙하기까지의 비행기 안의 분위기를 극도로 꺼리는 그녀-
바로 저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여인이 작가 자신이 스스로 겪고 생각하는 바를 소설로 그려낸 책이다.
이사도라, 즉 저자는 그 동안 네 번의 결혼을 했고 그 중 이 책에선 두 번째까지의 남편이야기가 들어있다.
유대인으로서 독일을 극히 싫어했지만 남편을 따라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따라서 유창한 독일어를 할 수있는 자신의 모습과 시를 출간하고 저자로서 왕성한 강연도 하고 다니는 여성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진짜 모습은 남성들의 상위시대에서 여성들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자아찾기라고 할 수가있다.
부모와 네 형제 사이에서 자라오면서 이사도라는 엄마로부터 어릴 적 받은 말 한마디, 즉 여자는 남자에게 비싸게 보여야 손해를 보지 않는단 뜻의 말부터 비서가 되기 싫어 일부러 타자 배우기를 거부한 일, 남자에겐 너그러이 허용이 되는 사회적인 보편현상인 외도가 여성 자신 스스로에겐 왜 너그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홀로서기에 대한 자아실현을 표현한 책이다.
그녀는 첫 남편인 브라이언과 결혼하기까지의 망설임을 솔직하게 말한다.
***** 나는 결혼을 원치 않았다. 내겐 결혼이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먼 미래의. ....나는 그를 잃을까봐 두려웠고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졸업하면 딱히 뭘 해야할도 몰라서 그와 결혼했다. - P 359
대부분의 여성들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불안감을 모두 겪은 그녀는 남편이 과대망상적인 정신병을 앓고 자신마저도 목을 졸라 죽이려한 행동을 본 후에야 이혼을 하게된다.
이혼을 하면서도 무척 괴로워한다.
아픈 브라이언의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마음 가짐 뒤엔 가족과 돈 문제로 그의 곁을 떠나야한다는 것, 내 자신의 생활을 해야한단 생각 속에 두 번째 남편인 베넷을 만나지만 이 결혼도 초기의 부부생활은 모두 격정적인 좋은 결혼생활이었다. (자세한 섹스의 생활묘사)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간의 보이지않는 틈이 벌어지고 이 가운데엔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애정의 힘이 사라지면서 그저 오로지 섹스에 몰입하는 과정으로 밖엔 보이지 않게된다.
이사도라는 머릿 속으로 상상을 한다. 일명 '지퍼 터지는 섹스'로 가는 길에 대해서 -
상상적인 섹스의 모습을 그리게 되고 이는 곧 결혼 전과 후에도 무수히 많은 남성편력을 거치면서 지칠 줄 모르는 섹스로 향한다.
***** 대한 나의 대처법은 (적어도 아직은) 바람을 피우지 말고, (적어도 아직은) 탁 트인 길을 내달리지 말고, 대신 나의 ‘지퍼 터지는 섹스Zipless Fuck’의 환상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지퍼 터지는 섹스는 단순한 섹스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정신적 이상향이다. 지퍼가 터지는 건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 지퍼가 마치 장미 꽃잎처럼 떨어지고 속옷이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기 때문이다. 혀들이 뒤엉켜 액체가 되고 영혼 전체가 혀 밖으로 흘러나와 연인의 입으로 들어간다.
진정한 의미의 지퍼 터지는 섹스를 하고자 한다면 상대를 잘 알아선 안 된다. 내가 깨달은 바로는, 한 남자와 친구가 되고 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아내에 대한, 혹은 전처에 대한 불평을 들어주고, 그의 어머니와 아이들에 대한 불평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그에게 느낀 매력은 사라져버린다. 물론 그를 좋아하게 되고, 어쩌면 사랑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열정은 사그라진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 열정이다. 또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나의 열정을 몰아내는 또 하나의 확실한 방법은 그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의 안면 경련이나 찌푸리는 모습 같은 것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그의 성격을 낱낱이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는 핀으로 고정된 곤충이나 오려서 비닐에 넣은 신문기사가 된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길 수도 있고 그를 존경할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그는 나를 한밤중에 전율을 느끼며 깨어나게 만들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그의 꿈을 꾸지 않는다. 이제 그는 얼굴이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퍼 터지는 섹스의 또 한 가지 조건은 바로 간결함이다. 익명성이 보태어질 때 그 간결함은 더욱 빛난다.-p33
학회에서 에이드리언을 만나게되고 베넷 몰래 섹스를 하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엔 뭔가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만이 남을 뿐이다.
에이드리언의 제안에 따라 베넷을 두고 둘 만이 여행을 떠남으로서 에이드리언이 그녀에게 충고한 대로 베넷 없이도 살 수가 없다는 , 확인조차 하기 두려운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따라나선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의 냉철한 자기 위주의 계획에 따라서 철저히 홀로 고립이 된 이사도라는 다시 베넷이 있는 호텔로 돌아가는 것으로 , 작가 자신이 그 동안 여성으로서 당당히 섹스를 원하고, 남자의 보살핌 없이도 언제든지 홀로 당당히 설 수있음을 보여주려한 모습들이 여성 자신이 여성 스스로가 생각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단 데서 이 책은 읽는 내내 그 동안 읽었던 다른 책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75년도에 출간됨과 동시에 가족과 의절하게 된 동기가 됬고, 그 후 신페미니즘의 선두로 알려지게 된 이 책은 국내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지만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작가가 쓴 그대로 완역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적나라한 섹스의 묘사 장면이나 단어들은 그 동안 흔히 말하는 로맨스 소설보다도 더 야하다.
생생한 그대로의 느낌을 통해서 남성이 느끼는 성적인 느낌과 달리 여성 스스로 어떻게 섹스에 적극 동참하고 그 환희를 느껴가는지에 대한 표현은 여성도 한 인간으로서 자기만족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함을, 상상속에 머물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당할 뻔한 장면에선 여지없이 이론과 실제는 다르게 다가옴을 느껴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홀로서기가 솔직하다 못해 당당하다.
비행공포가 주는 느낌은 비단 비행기 뿐만이 아니라 1950년 대의 여성들이 대대로 듣고 자라 온 환경에서 여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결혼, 이혼, 자아실현이란 성취를 할 수있을까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 당당히 여자도 홀로 살 수는 없는지에 대한 , 자신이 겪어 온 일들에 스스럼 없이 고백한 것이기에 에이드리언과 헤어지고 난 후의 생각은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자와 남자. 그 둘의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이 사냥꾼이자 원시인이었을 때, 여자들은 평생 임신을 걱정하거나 아기를 낳다가 죽을까봐 걱정하며 살았다.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차갑고 반응이 없고 뻣뻣하다고 불평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음탕해지기를 원했다. 거칠어지기를 원했다. 이제 여자들이 음탕해지고 거칠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던가. 남자들이 시들어버렸다. 참으로 절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 p 509~510
***** 다른 사람은 결코 나를 완성하지 못한다. 우리 자신이 우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완성할 힘이 없을 때, 사랑을 찾는 건 자살행위이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희생이 곧 사랑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p553
저자 스스로가 말했듯 인생은 각본이없다.
여성 스스로가 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이를 이루기 위한 실천의 방안 등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한 순간에 변화가 이루어지긴 힘든것이 현 세태임을 볼 때 이 책이 주는 당당함과 솔직함이 뿜어내는 고백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에 충분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