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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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 12월 1일 겨울-

 

 위험한 협곡을 올라가는 한 여인을 알게 된 산악구조대원 로만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가게되고 그 곳에서 자살하려는 그녀를 간신히 붙잡게 되지만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란 그녀는 이내 손을 뿌리치면서 계곡 속 소용돌이 속에 사라지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라우라 바이더-

대학생으로서 거부의 딸인 그녀가 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더욱 손을 뿌리쳤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 사건이 자살이라고 하기엔 뭔가가 있음을 느끼게 된 로만은 그녀가 친하게 지냈던 마라 란다우란 여성을 만나면서 라우라가 왜 자살을 하게 됬는지에 대한 전후 사정을 듣게된다.

 

 절친한 남자친구 3명과 라우라, 마라는 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등반을 하게된다.

 

마라는 몸이 안좋아 산장에 남게됬고, 나머지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하지만 라우라는 힘에 겨워 중도에 내려갈 것을 말하게되고 , 라우라의 남친은 끝까지 완주하고 싶은 맘에 라우라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하산하러 내려오던 다른 남자에게 라우라와 함께 같이 내려가 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로 라우라는 나머지 친구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거리를 두게되고 자살이란 것을 함으로써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라우라의 아버지는 사립탐정을 고용하면서 딸의 죽음을 추적하게되고, 곧 이어서 남자친구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거나 큰 상처를 입게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작인 사라진 소녀들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작가의 스릴은 산이란 소재를 통해서 서로가 그토록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비밀들을 갖게 되면서 터놓지 못하고 감춘 채 오로지 자신들의 앞의 이익을 위해서 틈이 벌어지는 과정과 그 가운데 사이코패스를 등장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 나가게 그리고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소통하지 못했던 라우라의 소통부재,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없을 정도의 집요한 정신이상의 사이코패스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충격을 홀로 감당해야했던 라우라의 가슴 아픈 사연도 그렇지만 산이란 자연이 주는 거대한 힘에 인간들이 서로 싸우고 목숨을 버리는 과정이 조마조마하게 다가온다.

 

 '위로'란 문자 하나에 의해서 라우라가 마라에게 하고자 했던 모든 정황들이 사이코패스가 알게되고 그에게 끌려간 마라와 그녀를 구하려고 애를 쓰는 로만과 범인과의 사투 장면은 긴장의 모드로 돌입하게 만든다.

 

 지옥계곡이라 불린  그 협곡에서 모든 일이 시작됬고 그 곳에서 생을 마감케한 그 곳은 말 그대로 인간들이 갖고있는 온갖 이기심과 욕심, 그리고 소통의 부재를 대변하고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자세한 등반코스와 등반하기까지의 곳곳의 세세한 묘사 장면은 작가의 정성어린 취재와 꼼꼼한 묘사 덕분에 실제의 장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하고, 책을 읽으면서 표지의 얼굴을 보게 되면 왜 이런 장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무릎을 치게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라우라가 생각하는 장면을 조금 자세하게 넣어주었더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아쉽다하고 느낄 정도를 커버 할 수도 있었을 2% 채워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전체의 상황이 뭔가가 채워질 듯 하면서도 약간은 허전함이 드는 원인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스릴이 주는 느낌이 작가의 손 끝에서 어떻게 달라지는냐에 따라서 또 다른 독일권 문학이 주는 느낌이 있기에 차기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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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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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본이란 마을에 사는 18 살의 올리는 옥스퍼드 입학을 앞두고 있다.

 

약사인 아버지를 둔 그는 상류층에 속하는 짝사랑 하는 이모젠의 약혼소식을 듣고 좋지 않던 차에 밤 중에 마을정리를 하는 아버지를 두고 의사인 이완 선생네 접수실에서 일하는 이비의 구조요청을 받게된다.

 

 어릴 적 한 때 같이 놀고 사이가 좋았던 보비와 이비는  함께 데이트를 하던 중 차가 빠졌고 이를 구하기 위해 도움을 주게 된 올리는 여전히 자신을 깔보는, 자신과는 다른 귀족적인 얼굴을 갖고있던 보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이 기회에 이비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는 욕망에 쌓인다.

 

 대시를 하며 이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이비와의 만남을 갖게되고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되지만 여전히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생활을 하는 그녀를 대하는 심정은 보비가 차지했던 것을 자신도 차지했다는 일종의 목표달성에 속하는 것 뿐이었다.

 

 그 후 이비는 런던으로 가게되고 사람들 입에 창녀라는 입에 오르내리게 되지만 다시 만난 그녀는 감정표현에 있어선 올리보단 솔직한 면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옥스퍼드에 재학하면서 집에 오게 된 올리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 마을에서 열리는 스틸본 오페라회에 뜻하지 않게 연주와 연극에 동참을 하게 되면서 다시 이모젠과 그의 남편 앞에서 굴욕을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연극을 연출하러 온 디트레이시의 동성애적인 발레리노 사진을 보게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디트레이시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채 디트레이시는 떠나게된다.

 

 한 편 좀 더 성숙하게 나이를 먹은 올리는 어릴 적 자신을 가르치던 돌리, 즉 바운스란 별칭으로 불리던 여인의 죽음을 듣게되고 웨일즈 출신의 정비공으로서 스틸본 마을에 정착, 점점 자신의 부를 넓혀간 윌리엄스와 바운스 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그녀의 무덤 앞에서 윌리엄스와 이야기를 나눈다.

 

 "파리대왕"으로 널리 알려진 윌리엄 골딩의 자전적 배경이 들어간 소설이 국내 처음으로 나왔다.

 

가상의 마을인 스틸본이란 마을을 배경삼아,  흔히 말하는 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영국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올리가 상상하는 스틸본이란 마을이 계급을 나타내는 가상의 공간으로서 그 마을의 형성을 우선 엿볼 수가 있다.

 

 상류층인 이모젠, 의사집안인 이완의 집, 약사인 중산층 집안인 올리, 빈민가에 사는 이비 베버컴 집안, 그 보다 더 못한 술집에 드나들 돈 조차 없어 길거리로 돌아다니는 남자들로 대변되는 하류층으로 형성된 이 구조는 피라미드의 계급 형성을 보여준다.

 

 마을의 관능적인 매력덩어리 이비를 차지하려는 올리의 욕망과 그것을 이루고서 임신이 됬을까봐 걱정하는 맘이 해결이 되었을 때의 올리가 드러내는 행동의 양식엔 자신도 모르게 보비에 대한 위축감이 이비를 통해 해소를 할 수있었단 목적, 그리고 이비와 다시 만나고나서도 그녀의 솔직한 말에 다시금 이비에 대한 생각을 하게되는 성장이 그 후에는 멈추는 안타까움도 자아낸다.

 

 이비의 가족이 자신보다 나은 계급인 올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행동하는 모습,  올리가 이완가에 대한 위축이 이비와의 관계를 통해 다시금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은 동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 식의 계급형성을 무너뜨리기엔 책 속에서 나온 말처럼 그저 크리스탈 피라미드의 구조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임을 풍자식으로 묘사해 놓는다.

 

 하기 싫은 오페라 공연도 그렇다.

 이 오페라 공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계층은 소위 말하는 마을의 주요 인사들, 올리가 설명하듯 전통적으로 늘 " 보이지 않게 그려진 선 안의 사람들 소수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p149) 계급적 위상은 재능으로 둔갑한다는 사실, 마을사람 누군가를 주시하는 일도 드러내 놓고 하진 않지만 집 안 커튼 사이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며 수군대는 인간심리들을 당시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통속적인 비난들을 통해서 올리, 이비,보비,그리고 타지에서 온 윌리엄스와 바운스 간의 관계를 통해 작가는 영국사회가 안고있는 문제점들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언젠가 영국유학에 관한 책을 접하다 읽게 된 기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는 물론, 정통적인 영국식 영어라고 하는 레벨에도 계급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영어를 처음부터 접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국에서는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쓰는 말의 뉘앙스와 사용단어에 어떤 영어를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계급(?)을 알 수있단다.

 

 영화배우 휴 그랜트가 대표적으로 가장 영국적이며, 발음의 정확성, 영어의 정통성에 맞는 구사언어력을 인정받고 있다고들 하는데, 우스개 소리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금의 결혼한 손주와 사귀로 있는 여친의 부모와 대면할 기회가 있었다고한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단 미안함의 표현에서 화장실이란 단어, 여친의 엄마는  " toilet  "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여왕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단 기사가 생각난다.

 

이렇듯 영국 안에서는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이미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을 알 수가 있다고 하는 만큼 올리가 18살 부터 성년이 되어 아이 아빠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서도 자신이 속한 계급은 피하고자 하나, 이미 발을 담근 물에서는 쉽게 발을 빼기 쉽지 않고 올리 또한 연극에서 이모젠 앞에서의 창피함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희열에 빠져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곳에서 쉽게 나올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계급을 허문 바운스가 윌리엄스에 대한 관계를 윌리엄스는 그 나름대로의 계산으로 바운스를 이용했고, 마을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운스에 대한 무관심과 올리 자신의 무관심으로 그녀가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이 세운 피라미드는 쉽게 무너뜨려지지 않음을,그리고 없애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있겠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주위에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바, 이 소설이 시사하는 장면 장면 하나하나, 대사들은 인간들이 형성하고 만든 계급, 계층이란 단어가 동등한 인간들이 서로 어떻게 어울려 잘 살 수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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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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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사도라 윙은 두 번째 남편이자 정신과 의사인 베넷 윙을 따라서 빈에서 개최되는 정신분석학회를 따라 나선다.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의 공포, 착륙하기까지의 비행기 안의 분위기를 극도로 꺼리는 그녀-

바로 저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여인이 작가 자신이 스스로 겪고 생각하는 바를 소설로 그려낸 책이다.

 

이사도라, 즉 저자는 그 동안 네 번의 결혼을 했고 그 중 이 책에선 두 번째까지의 남편이야기가 들어있다.

 

유대인으로서 독일을 극히 싫어했지만 남편을 따라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따라서 유창한 독일어를 할 수있는 자신의 모습과 시를 출간하고 저자로서 왕성한 강연도 하고 다니는 여성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진짜 모습은 남성들의 상위시대에서 여성들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자아찾기라고 할 수가있다.

 

 부모와 네 형제 사이에서 자라오면서 이사도라는 엄마로부터 어릴 적 받은 말 한마디, 즉 여자는 남자에게 비싸게 보여야 손해를 보지 않는단 뜻의 말부터 비서가 되기 싫어 일부러 타자 배우기를 거부한 일, 남자에겐 너그러이 허용이 되는 사회적인 보편현상인 외도가 여성 자신 스스로에겐 왜 너그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홀로서기에 대한 자아실현을  표현한 책이다.

 

 그녀는 첫 남편인 브라이언과 결혼하기까지의 망설임을 솔직하게 말한다.

 

 ***** 나는 결혼을 원치 않았다. 내겐 결혼이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먼 미래의. ....나는 그를 잃을까봐 두려웠고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졸업하면 딱히 뭘 해야할도 몰라서 그와 결혼했다. - P 359

 

대부분의 여성들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불안감을 모두 겪은 그녀는 남편이 과대망상적인 정신병을 앓고 자신마저도 목을 졸라 죽이려한 행동을 본 후에야 이혼을 하게된다.

 

이혼을 하면서도 무척 괴로워한다.

아픈 브라이언의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마음 가짐 뒤엔 가족과 돈 문제로 그의 곁을 떠나야한다는 것, 내 자신의 생활을 해야한단 생각 속에 두 번째 남편인 베넷을 만나지만 이 결혼도 초기의 부부생활은 모두 격정적인 좋은 결혼생활이었다. (자세한 섹스의 생활묘사)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간의 보이지않는 틈이 벌어지고 이 가운데엔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애정의 힘이 사라지면서 그저 오로지 섹스에 몰입하는 과정으로 밖엔 보이지 않게된다.

 

 이사도라는 머릿 속으로 상상을 한다.  일명 '지퍼 터지는 섹스'로 가는 길에 대해서 -

상상적인 섹스의 모습을 그리게 되고 이는 곧 결혼 전과 후에도 무수히 많은 남성편력을 거치면서 지칠 줄 모르는 섹스로 향한다.

 

***** 대한 나의 대처법은 (적어도 아직은) 바람을 피우지 말고, (적어도 아직은) 탁 트인 길을 내달리지 말고, 대신 나의 ‘지퍼 터지는 섹스Zipless Fuck’의 환상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지퍼 터지는 섹스는 단순한 섹스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정신적 이상향이다. 지퍼가 터지는 건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 지퍼가 마치 장미 꽃잎처럼 떨어지고 속옷이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기 때문이다. 혀들이 뒤엉켜 액체가 되고 영혼 전체가 혀 밖으로 흘러나와 연인의 입으로 들어간다.
진정한 의미의 지퍼 터지는 섹스를 하고자 한다면 상대를 잘 알아선 안 된다. 내가 깨달은 바로는, 한 남자와 친구가 되고 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아내에 대한, 혹은 전처에 대한 불평을 들어주고, 그의 어머니와 아이들에 대한 불평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그에게 느낀 매력은 사라져버린다. 물론 그를 좋아하게 되고, 어쩌면 사랑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열정은 사그라진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 열정이다. 또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나의 열정을 몰아내는 또 하나의 확실한 방법은 그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의 안면 경련이나 찌푸리는 모습 같은 것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그의 성격을 낱낱이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는 핀으로 고정된 곤충이나 오려서 비닐에 넣은 신문기사가 된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길 수도 있고 그를 존경할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그는 나를 한밤중에 전율을 느끼며 깨어나게 만들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그의 꿈을 꾸지 않는다. 이제 그는 얼굴이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퍼 터지는 섹스의 또 한 가지 조건은 바로 간결함이다. 익명성이 보태어질 때 그 간결함은 더욱 빛난다.-p33

 

 학회에서 에이드리언을 만나게되고 베넷 몰래 섹스를 하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엔 뭔가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만이 남을 뿐이다.

 

에이드리언의 제안에 따라 베넷을 두고 둘 만이 여행을 떠남으로서 에이드리언이 그녀에게 충고한 대로  베넷 없이도 살 수가 없다는 , 확인조차 하기 두려운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따라나선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의 냉철한 자기 위주의 계획에 따라서 철저히 홀로 고립이 된 이사도라는 다시 베넷이 있는 호텔로 돌아가는 것으로 , 작가 자신이 그 동안 여성으로서 당당히 섹스를 원하고, 남자의 보살핌 없이도 언제든지 홀로 당당히 설 수있음을 보여주려한 모습들이 여성 자신이 여성 스스로가 생각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단 데서 이 책은 읽는 내내 그 동안 읽었던 다른 책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75년도에 출간됨과 동시에 가족과 의절하게 된 동기가 됬고, 그 후 신페미니즘의 선두로 알려지게 된 이 책은 국내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지만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작가가 쓴 그대로 완역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적나라한 섹스의 묘사 장면이나 단어들은 그 동안 흔히 말하는 로맨스 소설보다도 더 야하다.

 

 생생한 그대로의 느낌을 통해서 남성이 느끼는 성적인 느낌과 달리 여성 스스로 어떻게 섹스에 적극 동참하고 그 환희를 느껴가는지에 대한  표현은 여성도 한 인간으로서 자기만족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함을, 상상속에 머물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당할 뻔한 장면에선 여지없이 이론과 실제는 다르게 다가옴을 느껴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홀로서기가 솔직하다 못해 당당하다.

 

비행공포가 주는 느낌은 비단 비행기 뿐만이 아니라 1950년 대의 여성들이 대대로 듣고 자라 온 환경에서 여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결혼, 이혼, 자아실현이란 성취를 할 수있을까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 당당히 여자도 홀로 살 수는 없는지에 대한 , 자신이 겪어 온 일들에 스스럼 없이 고백한 것이기에 에이드리언과 헤어지고 난 후의 생각은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자와 남자. 그 둘의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이 사냥꾼이자 원시인이었을 때, 여자들은 평생 임신을 걱정하거나 아기를 낳다가 죽을까봐 걱정하며 살았다.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차갑고 반응이 없고 뻣뻣하다고 불평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음탕해지기를 원했다. 거칠어지기를 원했다. 이제 여자들이 음탕해지고 거칠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던가. 남자들이 시들어버렸다. 참으로 절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 p 509~510

 

 ***** 다른 사람은 결코 나를 완성하지 못한다. 우리 자신이 우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완성할 힘이 없을 때, 사랑을 찾는  건 자살행위이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희생이 곧 사랑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p553

 

저자 스스로가 말했듯 인생은 각본이없다.

 

여성 스스로가 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이를 이루기 위한 실천의 방안 등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한 순간에 변화가 이루어지긴 힘든것이 현 세태임을 볼 때 이 책이 주는 당당함과 솔직함이 뿜어내는 고백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에 충분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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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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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의 그늘, 신주쿠에 위치한 허름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는 전직 건축가이자 지금은 노숙자인 마스다 게이조란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기다린 한 의뢰인으로부터 부탁받은 명함을 내민다.

 

의뢰인의 이름은 전 고교야구선수였던 우즈미 아키라-

자신의 의붓누나가 죽은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정말 자살로 죽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내내 갖고 있던 차에 자신 마저도 괴한에게 테러를 당하고 위험한 뇌 수술을 거친 후 사와자키에게 본격적인 의뢰겸 수사를 맡기게된다.

 

 자신의 동료 파트너였던 와타나베가 일억 엔이란 돈과 마약을 훔쳐 달아났고 이를 잡기위해 사와자키를 주시하던 신주쿠 니시고리 경부, 조직 폭력배인 하시즈메의 눈길에도 아랑곳 없이 사와자키는 당시의 사건을 거슬러 발로 뛰기 시작한다. (대단한 집요함과 체력의 소유자일세!)

 

 

사건의 발단은 아키라가 다니던 미타타 상고 야구부에 투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졸지에 투수로 경기를 치르게 된  아키라가 뜻밖에도 경기를 잘 치러 우승 대상으로 지목되던 학교와 맞붙으면서다.

 

누나로부터 일부러 져달라는 승부조작의 권유, 이렇다 할 말도없이 (거의 거절의 뜻으로 받아들임) 경기는 졌고 라커 룸에서 아키라 가방에 들어있던 돈이 발견이 되면서 사건이 커지고 다행히도 무혐의로 벗어났지만 누나는 그 후에 자살, 병마에 든 엄마의 죽음, 그리고 세월이 흘러 여전히 아키라의 머리에 떠나질 않는 숙제였다.

 

 이후 아버지와의 관계도 끊어지고 사와자키는 누나의 자살을 목격한 사람들을 수소문하면서 자살이라고 증언했던 사람들의 말 속에 뭔가 일치하지 못한 헛점을 알게되고 누나가 사귀었던 사람이 일본의 전통예술 노의 종가로 일컬어지는 오쓰키류 집안의 오쓰키 유리란 여성이 있었단 사실을 알게된다.

 

거듭된 눈에 보이지 않는 육체적인 협박을 당하고도 냉철한 사와자키는 두 여인의 뒤바뀐 운명과 죽음을 밝혀내는 과정이 하드보일드의 거장답다란 감탄이 나올 정도로 흠뻑 빠져 읽은 책이다.

 

 시니컬하고 냉철하고 담배를 물면서 때론 짐승의 눈길로, 때론 차분하고 친절한 이웃 집 아저씨 처럼 가끔 터져주는 바람빠진 유머를 날리는 시와자키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을까 싶다.

 

 흔히 소재로 채택이 되는 스포츠계의 승부조작, 그  뒤에 숨겨진 도박으로 인한 빚으로 인해 빠져나올 수 없었던 아키라 아버지의 한과 뉘우침, 고모부로서 몰상식한 행동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신조유스케, 그리고 수 많은 승부와 명성을 한 순간에 모두 잃게 된 후지사키 겐지로 전 감독, 동성애, 폭력배들과 와타나베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들의 전통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딸의 죽음을 감춰야만 했던 오쓰키 가문 사람들의 이중성들이 사와자키란 인물 하나로 인해서 모두 드러난 정황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역시 사와자키야~ 란 말이 나오게 만든 플롯의 촘촘하게 짜인 망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을 다시 한 번 들게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여기서 밝힌다면 읽는 맛이 떨어지기에 꼭 읽어보라고 권해드린다. )

 

물론 이 구상을 하고 글을 써내기까지 작가는 머리가 터질지경이었을진 몰라도 그런 노력으로 독자들은 이 맛에 읽는 것이 아닌가?

 

 서로 다른 사연으로 죽은 두 여인인 유키와 유리-

두 사람의 인생의 종말이 끝내 모두가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죽음이 아닌 (죽음 자체를 생각한다면 모두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 눈 감고도 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긴 잠을 잘 수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안타까움도 있다.

 

 진실을 밝히고자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위축되며 살아 온 아키라 또한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의 후련함이 없다는 것이 바로 인생의 양면의 동전이 던지는 묘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 우오즈미 아키라는 가까운 곳에 있는 절실한 하나의 '왜'에 얽매어 십일 년을 살아왔고, 결국은 더 많은 '왜'를 떠맡아버린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걷는 길은 늘 그렇다. 살아 숨쉬는 인간에게 생기는 수수께끼는 답이 하나뿐인 책상 위의 수수께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p557~558

 

두 전작(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내가 죽인 소녀)에 이어서 오랜 만에 출간된 책이라서 그런지 한국의 사와자키를 기다린 독자들에겐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챈들러만의 느낌이 나면서도 사와자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냄새와 느낌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느낀다.

 

 한 사람의 죽음 뒤에 가려진  두 집안 사람들의 한 순간의 결정으로 인해 오랜 세월을 자신의 자리에서 편히 눕지 못했던 두 여인은 이제 정말로 안녕~ 기나긴 잠이여를 할 것 같다.

 

 

*** 후기를 대신하여 쓴 작가의 센스있는 짧은 글! 

      역시 제 버릇 못주는 직업병을 가진 사와자키를 보는 단시간의 즐거움도 꼭 누려보시길...

      물론 다음 작품도 손꼽아 기다려지게 하는것도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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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가운데 밀리언셀러 클럽 134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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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이었던 매튜 스커더는 현 경찰인 제리 브로드필드로부터 자신을 위협하는 한 여인을 만나볼 것을 의뢰받는다.

 

 그녀의 이름은 포샤 카- 이름난 SM 창녀로서 제리가 자신에게 협박과 금품을 요구한다는 고소를 냈다는 것, 이에 매튜는 그녀를 만나 제리의 이야기를 하게되고 그녀는 모종의 배후가 뒤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던 차, 포샤가 제리의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이는 곧 제리에게 혐의가 씌어지면서 매튜는 제리의 진심성과 포샤와의 관계를 파헤치면서 경찰이었던 과거의 직감상 제리의 무고를 확신하게 된다.

 

 하드보일 스릴 소설의 거장답게 매튜시리즈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에겐 이 중편격에 속하는 소설이 반가울 것 같다.

 

 자신이 경찰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짧은 사연과 함께 이혼을 하고 커피와 술을 즐기며, 그러면서도 의뢰인의 무죄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지금의 스릴 소설과는 같은 듯 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다가온다.

 

 일테면, 고전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상황묘사에서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드러내듯 격한 감정신이나 대사 톤이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한 흐름이었다면 요즘 영화에선 그 장면을 나타내고자 할 때 서로간의 좀 더 확실한 감정의 표현과 행위, 그리고 주위의 공간적인 표현법이 훨씬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진단 것을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즉 이 소설이 쓰여진 연대가 1970년대인 것을 감안하고 하드보일적인 성격을 뛴 것을 감안할 때 매튜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간략하면서도 무심한 척, 그리고 오로지 매튜란 인물이 생각하고 행동에 나섬으로서 왜 범인이 그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대화를 읽고서야 알게 되기 때문인데, 아마도 작가 나름대로의 그려지는 흐름과 매튜란 인물의 메마른 감정표현과 속 마음 속엔 뜨거운 이성에 대한 생각과 종교적인 자비행동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도 생각하게 하는 점이다.

 

 여기서도 부패한 경찰의 모습을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경찰이면서도 특별검사에게 다가가 경찰조직의 모습을 폭로하려한 제리의 행동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찰 조직 내의 동료들 생각, 그리고 이를 이용해 정치계로 나서려했던 특별검사의 야망등이 조함이 되어 사건 전체의 큰 모습들을 그려낸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점도 기억에 남는다.

 

 의뢰인의 부인과 눈이 맞아 만남과 헤어짐을 이어가는 매튜의 행동엔 이해를 할 순 없었지만 (그것이 그 나라의 정서상 통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서도...) 사건을 파고드는 짐승 이상의 촉각 발달과 발로 뛰는 매튜란 인물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작에 이은 연결성의 책으로서 시대 상황에 맞게 휴대전화의 묘사장면이 나올 땐 그 시절의 회상이 되기도 하는 이래저래 매튜시리즈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 다음 작이 기다려지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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