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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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신문이나 잡지를 보게되면 필요에 따라서 흥미로운 기사를 오려서 보관할 때가 있다.

내 경우도 그런 경우가 더러 있어서 한 때는 여행에 관련된 자료들, 경제에 관한 것, 생활에 요긴한 생활정보등을 오려서 스크랩 북을 만들어 둔 것이 있다.

 

 

 

 

소설과 에세이의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 이란 책이 다시 새단장을 하고 나왔다.

 

 1982~1986년 사이의 미국의 에스콰이어,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스에 기고된 짧은기사들을 일본어로 다시 재 번역해서 내 놓은 글들과 함께(81편) 본 기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본의 디즈니랜드 개장과 그 곳을 둘러 본 이야기, 그리고 본인 자신은 올림픽엔 관심이 없지만 올림픽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한 때 방송에서 "그 때 그 시절을 아십니까"? 란 프로가 있었다. 흑백의 영상으로 굴뚝의 연기와 고슬고슬하게 흙진 부엌에서 밥을 하는 엄마들의 모습, 고무신 장수, 엿 장수의 흥겨운 시장터의 노랫소리..문득 스쳐지나갔을 그 시절을 영상을 통해서 어른들의 말씀도 듣게되고 같이 봤던 기억이 이 책을 읽노라니 흐릿한 영상이나마 떠오른다.

 

동 시대를 살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미국적인 분위기 속에 나온 기사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익히 들어왔던 록키의 전설 복수 실베스타 스텔론, 주지사까지 한 코만도와 터미네이터의 대명사였던 아놀드슈왈츠제네거는 물론,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카렌 카펜터스의 죽음까지 이르게 된 환경까지 , 그리고 얼마 전 읽은 "미국의 송어낚시"의 원 저자의 죽음이 실린 기사를 읽자니, 새삼 세월의 흐름을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마이클잭슨의 닮은 꼴 콘테스트로 입상한 사람의 생활상을 보노라면, 우리나라의 닮은꼴 모창가수들도 떠오르고, 요즘 대세인 히든싱어를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대처 자세를 다룬 에스콰이어지의 기고는 편하게 나이를 먹는 것은 바로 포기하고 자신의 나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라는 조언이 실린 면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인간들의 관심사인 수명연장이나, 건강법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생활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여전히 이런 주제는 끝나지 않을성 싶다는 느낌이 든다.

 

글의 분위기상, 저녁무렵,,,, 샐러드를 좋아하는..., 총 3종류의 에세이가 이 책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질 만큼 중복된 이야기들(마라톤, 음악이야기, 영화 이야기)이 들어있어서 여전히 무라카미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반가울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은 그 누구도 어길 수없는 자연의 법칙이지만, 이  책에서 다뤘던 나의 시절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일테면, 가전매장을 지나치다보면 한창 때 비디오 테이프가 성행하다 레이저디스크란 커다란 음반 형태의 영화가 나오고 곧 이어서 CD가 나오더니, 비디오방, 그리고 이젠 안방에서 컴퓨터에서 다운받아 얼마든지 보고 싶은 영화는 볼 수있는 시대가 됬음을, 세월도 가고, 그 곳에 내가 있었네~ 라는 회상에 한껏 젖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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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 엄마 없이 먹고 사랑하고 살아가기
맷 매컬레스터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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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일전 케이블에서 패널들이 나와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특이하게도 모두 엄마~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사회자도, 패널들도 모두 울면서 듣거나 얘기하지만 남성패널들은 왜 여성들이 우는지에 대한 이해를 못한다고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마도 엄마에 대한 느낌이 딸과 아들이 갖는 정도가 달라서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온갖 참혹한 현장이란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종군기자 출신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유년의 행복했던 시절의 한 장면, 한 장면의 사진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 그대로의 느낌은 광고사진을 찍었던 아버지의 사진기술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광고회사의 각종 유명사진을 찍는 아버지와 카톨릭을 믿는 엄마는 행복한 결혼생활 가운데, 저자와 누나를 낳고 영국에서도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유년의 행복을 만끽한다. 부유스럽진 않았지만, 남다른 유년의 시절을 10살이 되던 해에 끝이나고 만다.

 

 

엄마의 가족력인 알콜중독과 우울성정신장애, 조울증을 겪은 엄마는 그 어린시절, 부엌에서 만난 음식을 만들어주던 엄마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없는 상태로 변모해간다.

 

이혼이란 큰 상처를 남긴 채, 저자는 이런 엄마를 피하기 위해, 차라리 피가 난무하는 현장에 자신의 몸을 맡기면서 철저히 엄마를 외면하게되지만,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만난, 런던에서의 일 이후 엄마는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만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현장을 통해 터득한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때부터 저자는 엄마의 자취를 좀 더 느껴보기 위해서, 아니 자신이 미처 못다한 엄마에 대한 원망과 사랑을 느낄 수 있게하기 위해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엄마가 소중히 다뤘던 요리책을 곁에 두고 엄마표 레시피를 따라서 자신도 엄마의 음식 맛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유명한 요리가의 책을 소장하면서까지 요리에 열성이었던 엄마의 노력과 자신도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보지만 이내, 어느 순간 결코 엄마표 요리는 더 이상 자신에겐 소용이 없음을,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엄마의 죽음 후에 다시금 일어설 수있는 자신의 미래를 향한 길이 필요했음을 소중한 추억과 음식의 조리과정을 곁들여서 풀리처상 작가답게 그려낸 책이다.

 

문득, 가장 인격형성이 중요한 시기였던 청소년기 전의 10살에, 엄마의 그런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자식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를 생각해본다.

 

엄마의 요리책과 엄마의 치료진행과정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아들의 입장이 진료의들의 잘못된 치료과정도 있었음을 알아가는 억울함을 뒤로하고 ,다시 자신의 미래와 언젠가는 태어나길 바라는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며, 엄마의 사랑은 엄마 자신이 병을 앓기 전까지 최대한 최선의 사랑으로 자신들을 키워왔음을 깨닫는 저자의 감동적인 과정은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일상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면서 다시금 엄마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한때는 오로지 엄마의 보살핌은 자신의 몫으로 떨어진 것에 대한 원망이 아버지로 향했던 시절, 자신의몸에 상처가 난 것도 모른 채 길거리를 헤매 다녔던 엄마의 병으로 힘들었던 두 남매의 시절은 집 안에 이런 환자가 있는 가정치고 그 누가 이런 일을 쉽게 감당할 수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거운 짐임을 느껴가게 하기에 충분한 상황과 설득력을 지닌 글이 인상적이다.

 

나이가 먹었어도 부모 앞에선 여전히 길가에 내려놓은 안심할 수없는 자식이란 존재들-

그래서 저자는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죽음까지도 두려워한다.

"아버지 , 제발 죽지마세요."- 십분 공감되는 말이다.

 

전쟁으로 인한 모든 부조리한 현상 속에 무뎌져가는 자신을 보면서 엄마의 요리는 저자 자신이 숨어들 안식처였음을, 요리를 통해 돌아가신 엄마와 자신이 같은 공감을 하고 싶었음을, 그러나 이제는 자신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미래의 태어나길 바라는 아기를 원하는 아버지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 엄마표 요리와 자신이 생각하는 요리를 통과해 좀 더 밝은 세상으로 나가는 여정임을 그려본 색다른 책-

 

 

과연 나도 엄마표 요리는 물론 저자처럼 나 만의 요리를 하나만이라도 남길 수있을까? 를 부엌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본다.

 

 

내가 엄마의 요리책을 덮을 수 있을 때, 또한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내 마음의 책을 덮을 수 있을 때, 그래서 나 스스로 터득한 것에, 내 본능에 , 내 창의력에,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내 의지에만 의존하게 될 때, 오로지 그럴 때만 나는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테니까......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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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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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도 한창 활화산으로 활동하고 있는 화산들이 많다.

 몇 일전만해도 화산활동의 예정으로 인근의 주민들이 대피했단 타국의 소식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자연의 위대함과 어떤 근접 할 수없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폼페이_

 어릴 적 읽었던 "폼페이 최후의 날" 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과 영화로도 반영이 되었던 탓에 익숙한 지명, 그리고 로마사에서 꼭 들어가는 역사의 한 현장이자 자연의 무서움과 그 피해를 여실히 오늘 날에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발굴된 폼페이의 한 유적 모습)

 

언론인 출신으로 유명한 제목을 들은 독자라면 이 책에 관련된 또 하나의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있지 않을까 싶다.

 

대대로 수도기사란 칭호로 불리는 아쿠아리우스로 불리는 집 안에서 활동하는 아틸리우스는 로마에서 근무하다 아우구스타 수도교 관리를 하란 명을 받고 캄파니아로 내려오게된다.

오랜 기간 동안 책임자로 근무했던 엑솜니우스가 어느 날 갑자기 행방을 감추면서 그 자리를 대신해서 일하러 오게 된 아틸리우스는  노예출신으로 17년 전 폼페이에서 일어난 지진을 기반으로 모두가 도망친 사이 그 빈 지역을 이용해 돈을 불리고 자신의 주인의 집마저 차지한 암플리아누스의딸인 코렐리아의 부탁으로  아버지와는 정 반대로 억울하게 어장을 잘못 관리해 죽음에 처하게 된 노예를 구하기 위해 그 노예의 잘못이 아님을 밝혀줄 수있는 책임자를 찾다가 아틸라우스를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면서 암플리아누스와 첫 만남을 갖게된다.

 

파이프에 유황냄새가 난 것을 확인한 아틸리우스는 곧바로  기적의 저수지라 불리는 피스카나 미라빌리스에 들어가 수위를 조사한 결과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재빨리 수문을 닫으란 명을 내리게되고 , 뒤이어 놀라에 지역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물이 안나온다는 소식을 받게된다.

 

자신의 독단으로 수문을 닫은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해군 총사령관이자 저술가인 플리니우스를 만나러 가게되고 그 곳에서 플리니웃는 아티리우스에게 고장난 물의 근거지를 찾아 고칠 것을 허락하한다.

 

아우구스타 수도교가 책임지고 있는 총 9개의 지역에서 물이 점차 단수가 되고  있는 지역 가운에 물이 나온다는  폼페이를 겨냥, 그 곳까지 가게 된 아틸리우스는 그 곳에서 암플리우스의 거주지를 알게 되고 그가 또 다른 목욕탕 건설과 아틸리우스에게 동반 사업에 동참 할 권유를 하게 되지만 거절, 베수비오산으로 향한다.

 

아버지가 아틸리우스를 죽일 계획인 것을 알아챈 코렐리아는 그 사실을 알리러 가게되고, 그러는 사이 아틸리우스는 드디어 아우구스타의 본 뿌리인 수도관에 들어가 모진 고생을 하면서 잘못된 사실을 밝혀내고 처리를 해 나간다.

 

베수비오산의 화산폭발이 일어나기까지의 4일간의 과정을 그린 이 책은 고대 로마의 철두철미한 인프라 시설이 한치도 모자람이 없는 철두함을 엿 볼 수가있다.

 

-토양에 스며든 유황, 유독가스가 고여있던 웅덩이들, 땅의 흔들림, 수도 본관을 끊어놓은 융기현상, 수원이 모두 기어들어가던 일 등을모조리 얘기하고 이것들이 모두 합쳐져서 최고조를 이룬 것이 바로 산 정상의 폭발이었다고 말했다. -p 381

 

그러나 사람들은 아틸리우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의 한 현상으로 치부하게 되고, 그런 와중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아비규환의 생생한 현장의 묘사를 이룬다.

 

모두가 도망가는 사이 17년 전의 혜택을 생각하고 있는 암플리우스, 그저 노예였지만 그에게 집도 빼앗기고 그의 딸과의 결혼을 함으로써 다시 집을 찾을 수있단 허황된 꿈을 갖고,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암플리우스의 재력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포피디우스를 비롯한 관리직들의 부패한 삶의 묘사, 육체적인 거대함 때문에 자신의 힘으론 거동조차 못하지만 학구열에 불타 훌륭한 작품을 남긴 플리니우스 같은 대조적인 인물들, 암플리아누스이 거래에 협력해 돈을 모으고 자취를 감춘 엑솜니우스 같은 사람들의 묘사를 통하여 작가는 자연이 이런 현상을 내뿜어 내는 과정과 결과엔 인간들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심과 문명화 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전쟁이다 라는 문구를 통해 반성을 하게 한다.

 

그런 와중에 보석과 거리의 값나가는 동상들, 돈이 될 만한것들이라면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탐욕에 찬 인간들의 행동들을 보여주는 한편, 화산폭발의 전초 과정과 마그마가 뿜어나와 폼페이라는 도시는 물론 그 인근의 도시까지 흔적조차 쓸어버린 진행형의 묘사과정, 그 화마가 물러난 후의 죽음의 도시를 묘사한 문장들은 바로 곁에서 생생히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사람들의 머리카락과 옷가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린 불길은 산소부족으로 인해 금세 사그라들었다. 돌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높이가 2미터 가까이 되는 고운 재가 소리없이 내려와 도시를 덮쳤고, 변을 당한 희생자들의 본이라도 떠놓은 듯  그들의 몸을 감쌌다.

 이 잿더미는 그대로 굳어졌으며, 그 위에 또 다시 경석이 떨어졌다. 본을 뜬 공간 안에서 시체들은 썩어갔고 수백 년이 지나면서 그곳에 도시가 존재했다느 기억도 함께 썩어갔다. 폼페이는 그렇게, 완벽하게 본이 떠진 '텅 빈' 시민들의 도시가 되었다. 그 모습을 재현해보면 서로 껴안고 있거나 혼자 움츠린 모습으로, 옷이 완전히 벗겨져 날아갔거나 머리 위까지 끌어올려져 있었고, 부질없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움켜잡고 있거나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지붕 높이의 허공에 정지한 채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p452~453

 

                                                 (폼페이에서 발굴된 물건들)

 

                     (화산의 폭발로 그 모습 그대로 죽은 채 유지된 모습으로 발굴된 시체)

 

자연은 위대하고 그 한 가운데에 차지한 한 인간이 갖는 자만심에 경고를 내리는 , 어찌보면 지금의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도 전혀 다를 바 없는 시대를 묘사한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자연의 무분별한 훼손은 이제 그만~ 같이 공존하고 살아가야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개봉예정작인 영화 "폼페이"와 비교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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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딸 1 - 알렉산드리아의 아이들
프랑수아즈 샹데르나고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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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클레오파트라의 코 한치만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란 말이 있다.

여성으로서, 이집트란 나라의 통치자로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타며 자신의 몸과 지성을 이용한 여성으로 각인되는 이 여성의 굴곡지고 파노라마틱한 삶의 한 흐름엔 빼 놓고 말하지 않을 수없은 두 남성이 있었으니, 바로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다.

 

이 책은 이미 세상을 등진 카이사르를 제쳐두고 안토니우스와의 사생을 건 인생의 흐름에 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로마에 옥타비아누스가 지배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에 비쳐서 이집트에 클레오파트라와의 사이에 이미 카이사르와의 사이에서 낳은 카이사리온을 두고 그들 남녀는 이란성 쌍둥이를 갖고 곧 이어서 남아를 생산한다.

 

두 이란성 쌍둥이의 이름은 남자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금발머리의 알렉산드로스, 갈색머리의 여아 클레오파트라다.

각각 태양과 달의 의미인 헬리오시스와 셀레네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은 엄마인 클레오파트라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사이도 없이 유모와 선생들의 손에, 그리고 막내 남동생과 같이 어울리고 먼 훗날 이복 오빠인 카이사리온이 이집트의 통치를 맡게 된다면 당연히 그의 부인으로 살아갈 날을 꿈꾸는 소녀로서 자란다.

 

로마의 옥타비아누스의 누이와도 혼인 관계인 안토니우스는 동방의 지배에 필요한 모든 충족수단을 클레오파트라란 여인이 쥐고 있음으로해서 그녀의 손길이 필요한 상태였고 이 또한 클레오파트라가 인지한 상태에서 둘은 부부간의 인연과 동지이자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조하는 공생관계로서 살아간다.

 

아버지와 엄마의 따뜻한 손길조차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셀레네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당시의 이집트 사정은 현대인의 "나'가 어느 날 꿈을 꾸는 형식으로 셀레네를 통해 이야기 구성을이뤄나가는 형식의 소설이다.

 

당시의 역사적인 사료와 작가 자신이 "나"로 분하여 생각하는 분위기의 상상은 흡사, 시오노 나나미의 필치를 느끼게 하면서도 소설적인 흐름을 유지하기에 독자는 어린 셀레네가 로마로 줄에 묶여 끌려가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기억조차 희미한 일련의 역사적인 대 참혹한 상황을 견뎌나가는 어린여아의 모습이 시종 투영이 된다.

 

이집트에서 자신의 자식들에게 영토를 나눠준다는 연설을 통하여 옥타비아누스는 이를 이용해 로마 시민들과 원로원들에게 악성적인 소문을 퍼트리고, 클레오파트라란 여인을 요물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전쟁에서 필요한 지원군단을 지원하지 않는 악순환 속에 악티움해전에서 패배, 인근 참모들의 배신들를 인정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지게 하다시피하지만 이마저도 들켜, 죽기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안토니우스의 묘사, 클레오파트라의 자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피해 유모가 지정한 곳으로 숨지만 로마병사에 의해 처절히 들켜 모진 목숨을 이어나가게되는 시작의 여정이 1부의 끝이다.

 

"목숨을 보전하라"란 엄마의 말과 "그것이 전쟁의 법칙이야.셀레네. 어제의 어린아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라 했던 아버지 안토니우스의 말을 되새겨보며 차후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이어나갈지를 궁금하게 하는 이 소설은 그 동안 역사에서 카이사리온과 알렉산드로스.프톨레마이오스가 모두 처형이 되고 사라진 반면 남은 자식인 여아는 살려뒀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당시의 상상적인 그림을 보태어 탄생한 역사소설책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름이 익숙지않는 편인 작가의 이력은 화려하고 늦게나마 알려진 감이 없지않기에 이 소설을 통해 한 소녀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노예된 처지에서 다시 여왕으로 탄생하고 복귀하기까지의 여정이 독자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어서  1권의 출발은 거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간의 사이, 역사의 흐름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의 상태, 눈부신 알렉산드로스의 휘황한 시대를 그려내는 데 할애를하고 있다.

 

본격적인 셀레네의 인생이야기는 2부부터 시작할 터인데 아직 국내발간이 안된 만큼 벌써부터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과거의 노예로 추락하면 별 추악한 일을 당하기 마련- 선례를 보아 온 셀레네에게 어떤 희망의 빛이 비쳐질지, 작가의 2권 출간을 기대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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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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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륜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옛 말을 들을라치면 하나도 그른 것이 없는 생활형 말들 잔치다.

그것이 때론 억하심정으로 어깃장을 놓고 싶어도 이치에 딱 들어맞을라치면 속담도 아닌것이 어째 그리도 내 속 맘을 요리 잘 들여다보는 듯한 말들만 하시는지, 어떤 때는 도둑이 제발 저리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도시 생활을 접고 겉 보리 서말이면 처가살이는 안한다는 말을 뿌리치고 처가가 있는 충남 보령 월전리에 터를 박고 살아가는 귀농민(?)이다.

 

평균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들을 곁에서 뵈면서 느끼고 보고 살아가는 삶의 체험을 토대로 페이스 북에 올린 짧은 글들이 입소문으로 번지자 에세이를 내게 된 책이다.

 

 충청도 특유의 느긋하고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말 속에 연신 기가 넘어가면서 읽게되는 이 책은 고진 삶의 인생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평범하면서도 크나큰 욕심 없이 그저 입에 풀칠하는 정도와 서울 살이를 하는 자식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어느 부모들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못 먹고 못 배우고 살아 온 한이 큰 ,  충청도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말 속 하나하나에 웃으면서도 연신 가슴이 애잔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삶이 팍팍한 세상에서 오로지 내가 남을 제치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충청도 어른들의 한 숨 쉬고 넘어가는  말들 속엔 그런 삶의 지혜가 깃들어있다.

 

""워째유"?

이 단 한마디로 병의증세를 물어보는 단답형의 물음이 있다면 나와보시라~

 

누런 코 반, 멀건 코 반인 상태로 약 조제를 받으러 간 약국에서 약을 처방 받고  나오는데, 어르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

"누런 코허구 멀건 코가 반반이랴, 반반."

"반반이 뭐여, 반반이.... 양념 반, 후라이드 반두 아니구."

"그러니께 지 코두 지가 모르믄 워쩌자는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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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어르신을 사랑하십니다."

"얼래? 돌아가신 우덜 아버지두 나라믄 아주 진절머리를 치셨는디 워쩐 일이랴? 쌩판 모르는 양반이! 별일이네."

전도사인지 목사인지, 남자는 기가 질린 듯 얼굴이 굳어 버렸다.

"절에 다니세요?"

"아녀유"

"그러면 아무 데도 안 다니세요?"

"얼러려? 지가 빙신이유? 사지 멀쩡헌디 워찌케 아무 데도 안 댕기구 산대유 사램이? 밭에두 댕기구, 밥 먹으루두 댕기구, 똥 누구두 댕기구, 아직꺼정은 노상 싸돌아댕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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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일색이라 읽기엔 처음엔 좀 갑갑하고 어색하고, 시간이 좀 걸리지만 어르신들의 인생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개그맨 중에서도 충청도 출신들이 많다.

유난히 능청스럽고 촌각을 다투지않으면서 적재적소의 유머를 날려주는 센스를 가진 것을 보면 팍팍한 삶에 그나마 이런 유머라도 없다면 어찌 살았을까 싶은 것이 그래도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에 그저 순리대로 살아가다보면 언젠간 웃을 날도 오지 싶지않겠냐는 철학적인 위안과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여러가지 느낌을 동시다발적으로 받는다.

 

 “별거 있간디?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

“별거 읎다니께? 그란 줄만 알구 살믄 되는 겨!”

 

" 야, 시상(세상)일이 한가지루다가 뚝 떨어지는 벱(법)은 절대루 읎는겨, 사램이 뭔 일을 허잖냐? 그라믄 그 일은 반다시(반드시) 새끼를 친대니께? 빨래헐라구 벗으믄 새끼 쳐서 목간허구, 푸지게 먹으믄 새끼쳐서 설사허구 허는 거지. 따루 빨래허구 목간허구 먹구 싸는 거 절대루 아녀 야. 그라니께 빨래하믄서 허이구 언제 목건허냐 걱정할 것도 읎구, 먹으믄서 언제 싸냐 계산할 것두 읎다 이 말이여 내 말은. -p.209 <야코죽지 말어> 중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나오던 날 장인이 사위인 저자에게 던진 말  한마디를 읽고 있노라면 그러니께 시상살이가 그렇단 말이지유~ 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철철히 일찍 굴을 따다 파는 일에서부터 고추 농사, 농한기에 관광버스 대절해 여행가는 이야기, 친한 친구들 하나 둘씩 옆자리가 휑하니 비어가는 현실 속에 속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그저 만나면 반갑고 고마운 죽마고우들의 일상생활인 충청도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휘황찬란한 전문적인 어휘가 섞인 것도 아니요, 철학적인 전문용어가 쓰인 것도 아닌 일상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또 하나의 삶의 인생을 배워나가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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