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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변명 -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김희재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부모님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어느 순간 밥의 농도는 밥다운 밥(?)을 먹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연세가 드심에 따라 지금보다 연세가 젊었을 적의 선호하시던, 밥의 농도가 진 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바뀌시다 보니 자연적으로 식구들 모두가 따라서 먹게된 것이다.
때론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이나 근처 식당, 가까운 지인들과의 식사에서 나오는 밥을 볼 때면 내가 먹고 싶어하던 그 밥의 농도라서 무척 반가움을 느낄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부모님의 식성에 같이 맞추어 산다는 것이 이젠 부모님이 우리 자식들에게 그 동안 베풀어주신 유아기 때의 그 사랑의 배려와 사랑의 시작이 이제는 자식들이 조금이나마 순환해서 갚아나가는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한다. 그 일례로 죽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고 그 죽음을 맞이하기 전의 전초전으로서 늙음이란 자연적인 선물을 받는다.
어린 학창시절의 선생님들은 너희들은 화장을 안해도 한창 예쁠 나이란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느낌을 안다.
거리의 교복 입은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과 운동하고 나와 땀에 범벅이 되어 머리서부터 목 근처까지 땀에 절은 채 떠들면서 가는 학생들의 그 싱그러운 젊음의 상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젠 나이를 먹어간단 증거겠지 싶다.
한 때는 연세드신 분들의 연예인 뺨치는 휘황찬란한 호피 무늬, 반짝이 의상이 달린 화려한 옷을 좋아하시는 것을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고 많은 옷들 중에서 타인의 눈에 띄는 옷을 좋아하시는 이유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얼굴의 겉 표피는 아무리 맛사지다, 에센스다, 초고농축 수입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해도 결코 예전의 활기찬 피부를 되돌려 받을 수없음을...
그래서 조금이마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좀 더 밝은 모습을 비쳐보고 싶어 스스로도 알 수없는 손동작과 눈이 그런 옷들을 입게 된단 사실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이해를 못하고 있는 사이 나도 모르게 어느 덧 부모세대들의 신체변화와 그에 따른 늙어감에 따르는 여러가지 증상들을 접할 때마다 내가 이해를 하는 부분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젊었을 시절엔 결코 내 자신에겐 그런 날들은 올 날들이 아직도 먼 , 까마득한 옛 일로 생각되어지던 때가 있었던 그 오만함을 깨우쳐주는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과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실미도, 한반도 국화꽃 향기... 대한민국의 유명한 영화의 시나리오와 그 밖의 에세이집을 통해 책을 낸 저자의 늙음에 대한 이야기다.
목차서 부터 울컥한다.
첫 번째 이야기
뽀글이 파마,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빛나는 ‘여덟 번째 일곱’의 시간
* 세월에 보내는 연가
두 번째 이야기
여자의 화병, 갑자기 툭 끊어져버린 감정의 줄이 치유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세 번째 이야기
배불뚝이 아저씨, 남자를 진짜 남자답게 하는 ‘그것’
* 세월에 보내는 연가
네 번째 이야기
저도 모르게 새는 실수, 나이 들면 체면에도 주름이 생기는 걸까?
* 세월에 보내는 연가
다섯 번째 이야기
남자의 눈물, 많이 참고 살아온 그의 설움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여섯 번째 이야기
깜빡거리는 기억력, 더 이상 기억하기를 거부하는 지친 마음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일곱 번째 이야기
둔해진 얼굴 감각, 딱딱한 무심의 껍질을 연화시키는 파안대소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여덟 번째 이야기
습관이 된 침 뱉기, 침과 함께 빠져나간 몸의 정기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아홉 번째 이야기
고약한 입 냄새, 속 타는 인생의 순간들을 훌륭히 견뎌온 그를 연민할 수 있길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 번째 이야기
살비듬과 가려움증, 전쟁터 같은 환경에서 살아보겠다고 외치는 애타는 절규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한 번째 이야기
흐려진 눈망울, 그 무엇으로도 세월을 감출 수 없는 단 한 곳을 위한 예우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두 번째 이야기
서리 같은 비듬, 어찌할 수 없는 증상에 대처하는 서로를 위한 선택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세 번째 이야기
못생겨진 손톱, 소홀이 대해도 괜찮다 여긴 몸의 작은 조각에 대하여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네 번째 이야기
바윗돌 같은 귀지, 노인네 고집이 아니라 몸의 순환에 생긴 문제 덩어리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다섯 번째 이야기
저릿한 쥐내림, 하루아침에 풀릴 리 없는 수십 년 누적된 피로의 더께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여섯 번째 이야기
퀴퀴한 노취, 꽃향기 피우며 세상에 왔다가 몹쓸 냄새를 남기고 돌아가는 인생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일곱 번째 이야기
이명과 난청,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기관에 가해지는 폭력적 무관심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여덟 번째 이야기
골다골증, 느려진 몸의 속도에 마음을 맞추는 여유가 필요해진 시간
*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아홉 번째 이야기
어지럼증,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더 서러운 혼자앓이
* 세월에 보내는 연가
모두가 현재 연로하신 분들이 겪고 있는 대체적인 증상들이다.
한 챕터당 실 생활에서 나오는 대화를 시작으로 해서 이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증상에 따른 변화와 그 원인, 그리고 좀 더 나은 방향에서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에 대한 마음가짐 자세와 운동, 먹는 습관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유아들은 말문이 트기 전엔 부모가 해 주는대로 따라하며 곧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노년에 들게되면 잘 못들어서 큰 소리로 말하면 왜 소리를 질러 말하냐며 화를 내시고, 그에 따른 사소한 말들이 고성이 오가게되고, 별 일도 아닌것들로 인해 노여움이 많아지신다.
나는 절대로 저렇게 행동하지 말고 이야기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데, 역시 우리 부모님, 그 위 세대 분들도 분명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
하지만 늙음이란 것은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게 행동이 되어지고 여러가지 불편한 사항들이 많아졌으면 많아졌지 그것이 줄어들리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현 상태에서 조금이나마 나이들에감에 따른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며, 때론 힘이 부칠때면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그러기 전에 우선적으로 최대한도로 내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을 최대치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함, 그리고 젊은 사람의 입장에선 눈살만 찌푸릴 것이 아니라 언젠간 나도 이런 모습을 하게 될 날이 있음을 알고 위로와 따뜻한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드리는 필요함이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가족을 위해 애를 썼던 가장의 배둘에햄에 대한 존경심과 울음이 많아지는 호르몬의 영향과 주위의 환경에서 오는 나약해진 아버지들의 모습을 통해서 위안과 연민을, 딸이니까, 아내니까, 며느리니까, 엄마니까(p30)라는 이유로 참고 살아왔던 화병(火病)에 대해 따스한 위로를, 몸의 채취가 점점 고약해짐에 따른 신체적인 변화를 자연스런 변화란 생각으로 바라보기를, 오랜 시간동안 장갑을 고이 모셔놓고 오로지 내 신체의 자연스런 리듬에 맞춰 물질을 해 온 결과 투박하고 매듭이 굵어지고, 손톱에 세로 줄이 생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값지고 예쁜 손에 대한 경외심을 갖기를 이 책은 들려주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들여주고픈 이야기들이고, 읽고 나서는 부모님과 함께 다시 읽어볼 수있는, 변명이 아닌 자연으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순환형태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미래에 마주보게 될 우리 모두의 모습을 그려 준 책이기에 읽은 독자들에게 스스로도 많은 위안을 삼게 하는 책이다.
세월에 보내는 연가
하하 호호 웃으며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너는
맑은 눈망울로 나를 보며 묻는다.
"계단을 내려가는 게 뭐가 힘들어요?"
올라가는 것이 숨차고 힘든 일일 뿐
내려가는 것은 계단이건 내리막이건
놀이처럼 경쾌하게 해낼 수 있는 일.
그래,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가파른 내리막을 달리면
곧 새처럼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것을
나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평생 지탱해온 무릎과 발목이 제 편한 각도로
괴상하게 비틀리면
넘어지고 그대로 굴러 떨어지는 일을 겪고 나면
그때는 알게 된다.
내려가는 일이
올라가는 일보다 훨씬 많은 힘을 써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고 서글픔이다.
오르는 것을 그만하고 싶은 것은
내려가는 고단함을 알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이상 재미가 아니며
올라간 곳에서 끝나는 인생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있는 힘껏 난간을 부여잡고
천천히 내려딛는 걸음은
그래서
마지막 내리막 계단에서 흉하게 굴러 떨어지고
처박히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인 것이다. -p 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