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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별의
고통과 비탄 그리고 애도를 거치면서…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들은 따로 메모를 해 놓는 편이다.
몇 명의 작가들은 특히 아무리 내가 메모를 하지 않고 머리 속에 새겨 두면서 깊이 생각해 볼 때마다 꺼내 놓아야지
하면서도 웬만해선 이를 어기면서 노트에 끼적끼적 적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아주 짧은 챕터 속의 간략한 글귀들도 있고 긴 글 가운데 도저히 어떻게 소화를 할 수 없을 만큼의 벅찬 문구들을
접할 때마다 그 분들의 글의 힘을 존경해 마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데, 왜 이리 서두가 길게 늘어지면서까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 작가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두서 없이 막 흘려가면서 적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그의 문체에 대한 특색 때문에 빠르게 빠져들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의 작품세계는
정말이지 지독하게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필치가 대단하다.
전 작인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를
읽어 본 독자라면 가히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은 그의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고 첫 차트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왜
시작했을까를 연신 생각하면서 읽게 한 이해 면에선 약간의 수수께끼 같은 구성을 이룬다.
첫 번째 이야기인 비상의 죄
두 번째 이야기인 평지에서
세 번쩨 이야기인 깊이의 상실
첫 째와 두 번째는 모두 실존의 인물이야기를 한다.
첫 번째의 투르나숑. 그러나 ‘투르나다르’라는 이름을 거쳐 종국엔 ‘나다르’라는
인물이 모두가 선망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꿈에 부푼 것을 실제의 기구를 이용해 날고 여기에 사진이란 것을 추가해 인간의 세계가 신의 세계라 여겼던
하늘에 대한 꿈을 이룬 과정을 그린다.
보헤미안적인 그였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은 끔찍해 아내의 간병을 하기 위해 이사까지 하는 , 그렇지만 아내는 이내 세상을 떠나고 그마저도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는 카타콤에도 들어갔으며, 하수도처럼 생긴 납골당에 내려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한 높이와 깊이에
매료된 사람이었고, 그래서 하늘과 땅 아래, 그 수직의 공간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궤적을 새긴 사람으로 후세에게 기억이 된다.
두 번째의 프레디 버나비는 기구를 이용해서 최초로 영국해협을 건넌 사람으로 기억이 된다.
당시의 19세기 말의 전설적인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사랑했지만 그녀와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을 맺고 본인은 전쟁에서 기습적인 창에 목이 찔려 전사를 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8년 10월 21일 작가의 아내인 팻 캐바나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37일
만에 세상과 이별을 한다.
작가의 평생지기 동료이자 아내요, 그의 모든 작품의 첫 장을 펼치면
팻에게 바친다란 문구로 시작되는, 때론 신랄한 독설과 때론 따뜻함을 지니고 그의 모든 작품 외에 문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영국의 유명한 문학 에이전트인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작가는 사별이란 단어를 철저하리 만치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자라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살아 온 지 30년-
그 세월 동안 작가는 한 때 자신의 작품에서 이런 사별에 대한 느낌을 그려낸 적이 있었고 부인의 장례에서 이
책의 구절을 낭독한다.
장작 자신은 그 당시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고사하고 지금에 와서야 이런 글을 읽게 된 데에 대한 느낌과
사별이 주는 현실적인 시.공간 앞에서 그 어떤 것을 해보지 못하는 무력감을 철저히 느껴감을 토로한다.
죽음을 앞두고 시간이란 공간이 채 만족하리 만치 주어지지 않을 상태에서 단
37일 만에 병 판정과 입원, 그리고 병원을 오고 가며 장례를 치른 후의 자신이 느낀 비탄감은
그 어디에도 쏟아부을 수가 없다.
비상의 죄에서 나왔던 나다르가 부인의 죽음 앞에서, 또 프레디 버나비가
창에 찔려 죽었단 그 느낌까지 이와 같았을까를 생각하는 작가의 심정은 아마도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그 대상이 부부간이 아니더라도 십분 공감할
만한 글들의 잔치로 가득 차 있다.
주위에선 이런 비탄감을 사회적인 어떤 룰에 따라, 결코 그에게 내보이지
않으며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스스로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구별법을 가지게 되고 철저한 무신론자란 자신의 경험답게 스스로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122쪽) 라는
말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사별의 단계를 자신이 받았던 느낌 그대로, 당시의 2008년도에 바로 작품을 내 놓지 않고 몇 년 뒤에 내 놓은 이 작품은 오로지 작가 스스로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깨달아 가면서 쓴 글이기에 너무나도 와 닿는 구절들이 많다. (특히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처음엔 비탄에 대한 감정이 쌓여 자살이란 것을 계획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이젠 스스로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더 이상 그 누군가 아내에
대한 생각을 해 줄 것인가에 대해 봉착한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자리를 비운 저 세상의 아내에게 이야기를 시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심정이 애가 끊게 만든다.
우리’는 씻겨가고
이제 ‘나’만 남았다. 쌍안경의
기억은 단안경이 되었다. 똑같은 하나의 일화에 관한 두 가지의 불확실한 기억을 삼각측량과 항공 탐사의
과정을 거쳐서 더 확실한, 단일한 기억으로 응집할 가능성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181쪽)
둘이었다가 하나로 남았을 때의 공허감, 두 개의 열쇠 중 하나는 집 열쇠, 하나는 아내의 무덤 열쇠란
사실, 타인들은 지나가듯이, 그것이 설령 그를 위로한답시고
내뱉는 말일지라도 그에겐 모두가 아픈 말임을 토로한다.
비탄이 지나면서 고독이 오게 되는데, 지인이 말하는 말에서도 그는
그 고독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 지 망설인다.
8년간 동고동락했던 파트너가 에이즈로 죽은 한 친구가 내게 두 가지를
말해주었다. '문제는 다만, 밤시간을 견디는 것뿐'이라는 것과 '단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라면 내겐 문제가 아니었다. 증세에 맞는 약을 정량 복용하면 되니까. 문제는 밤이 아니라 낮을
견디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는 주로 아내와 함께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 혼자서 하길 좋아했던 것에 대해 말하자면, 나중에 아내에게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즐거움이 얼마간 포하모디어 있었다. 그런 것 말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본문
결국 오로지 모든 감정의 소산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자는 스포츠 채널을 신청하고 신문을 다량 독하며 오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게 된 오르페우스를 접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깊은 상실감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
그 전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현상들이 사별이 옴으로써 모두 자신에게만 그렇게 보일 정도로 같은 공통사가 보인다는
현실과 아내는 죽어가는 데 세상은 그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원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때론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순간들의 나열 문장들은 한 사람의 부재로
인한 남아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의 감정변화들을 차분하게 그려 보인 작품이다.
나디르는 사진과 기구를 통해서 자신의 이상과 아내에 대한 사랑을 성취하는 듯 했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더 이상
날아오름을 상실했고 프레드 버나비는 베르나르와 이루지 못한 지상에서의 아픈 사랑의 실패를, 작가는 아내의
존재에 대한 사별을 통해 헤어나올 수 없었던 감정의 깊이, 즉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지하
세계로 들어갔다 실패한 것처럼 자신 또한 상실의 지하세계를 경험한 일들을 수직 상승으로 엮어 나간 이 세 가지의 공통사항들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비로소 알게 해 주는 작품의 구성을 통해 사랑과 사별이란 감정을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해 생각해 볼게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전히 사랑에 대한 힘을 놓지 않는다. ]
그것이 비록 내가 원하는 대로의 방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61
천천히, 다시 한 번 문장 하나 하나 의미를 되새겨 가며 읽게 되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꼭 읽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