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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소설가로서 이야기꾼의 재능을 지닌 사람을 꼽는다면 과연 누가 1순위에 해당이 될까?
이미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글 솜씨에 대한 끼를 감출 수없어서 드러내 놓은 사람들이고 보면 이미 순위에 올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쉼 없이, 그것도 출간하는 작품마다 열렬한 호응을 접하기 어렵다는 점을 비춰본다면 스티븐 킹의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스릴이 주는 그 맛을 잊을 수없는 독자들의 심리를 갈파해 교묘하게 설정해 놓은 흐름들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하물며 연작 시리즈로 그것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그 연장선에 이야기를 써나간다면 그 부담감은 훨씬 크게 올것이란 상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그의 필력의 힘은 과연 어디서 부터 나오는 것인지? 혹 이 책에서처럼 '샤이닝'적인 감각을 타고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오래 전 '샤이닝'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연장선 격으로 나온 '닥터 슬립'이란 제목의 책은 속편은 전작과 비교해 볼 때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속설을 무너뜨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주인공은 잭 니콜슨) 나온 '샤이닝'에서 어린 아들로 나오는 댄 토런스가 성장한 후의 일을 다룬 이 책은 흔히 우리나라 말로하자면 '영매', '신들린 사람', 정도로 해석이 되는, 그들 사이에선 '샤이닝'이란 말로 통용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아버지의 죽음 후에 남겨진 엄마, 그리고 댄은 전 작에서 나오는 오버룩 호텔을 뒤로 하고 다른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지만 자신에게 있는 샤이닝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다 아버지처럼 알콜중독자로 전락하는 30후반의 장년으로 나온다.
어쩌다 흘러들어온 도시 프레이저에서 정착하게 된 댄은 말년에 삶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오는 병원에 호스피스로, 그것도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평온하게 보내준다는 소문이 무성하면서 '닥터 슬립'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알콜을 끊기 위해 중독자 협회에 가입하고 꾸준히 교육과 실천을 해 나가는 와중에 그는 어떤 느낌에 이끌리면서 '아브라'란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다.
멀리 떨어진 곳의 '아브라'란 소녀가 자신과도 같은 '샤이닝'을 가지고 있단 사실과 이를 알게 된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 그들이 스스로, '트루 낫(True knot) 이라고 부르는 무리들의 위협 속에 아브라가 가진 강력한 힘의 원천을 흡수하기 위한 정기, 즉 스팀을 가지려는 사악한 무리들과의 싸움 과정이 진행되는 흐름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이런 신비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도 있는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힘을 무시할 수도 없단 생각이 드는데, 작가가 그리는 샤이닝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특성이 이에 해당이 된다.
댄이나 아브라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애를 쓰는 과정이 일상생활에서 보통의 사람들 처럼 지내길 원하는 자신 외에도 주의 사람들의 걱정을 알고 있기에 이를 외면해 보려는 소수의 사람들 만이 가질 수있는 외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눈에 보이는 공격적인 행동이 아닌 눈에 들어오는 활자를 통해 섬뜩한 장면(변기 사건)을 보여주거나 유체이탈이란 신기한 체험을 통해 상대방의 머리 속을 들어갈 수있는 설정, 트루 낫들이 죽어가는 묘사들은 몸이 움찔하게끔 사실적인 표현들이 스티븐 킹 만의 작품이야! 하는 감탄사를 나오게 만든다.
죽어가는 사람들 곁을 지킴으로서 그들의 전 인생을 훝어보며 평온하게 갈 수있게 하는 댄이란 인물은 두 가지의 갈래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다.
유년 시절의 아버지로부터의 아픈 상처를 감싸안고 살아가면서 절대로 아버지 처럼 살지 않겠다는 각오와는 달리 샤이닝에 대한 주체할 수없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술로서 위안을 삼으려했던 , 그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자각에 빠져 나오려는 연약한 인간, 그리고 그 이면에 좀체 걷어내지 못하는 샤이닝이란 능력에 대한 회의를 겪는 인물로 호스피스로서는 좋은 방향의 힘이나 평소엔 원치 않더라도 나타나는 힘 때문에 괴로워 하는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 인물이다.
때론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않나?
내게 이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런 일을 해 보고 싶단 가정말이다.
설문지에서도 이런 질문이 주어질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전자인 경우 댄이 가진 능력이라면 그의 직업처럼 좋은 일에도 사용 할 수있단 점이 있기도 하지만 후자인 경우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쩌면 세상위의 그 어떤 신비한 힘을 지닌 그 분이 모든 인간들에게 고루고루 그런 능력을 주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비록 가상의 소재로 설정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샤이닝'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목숨부지를 위해 악을 행하는 무리들을 대상으로 맞서 나가는 두 사람 간의 활약을 통해 전 작인 '샤이닝'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색다른 '샤이닝'을 접한 기분이다.
책 표지가 설명해 주듯 책의 내용을 가장 간략하면서도 극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나 싶었다.
읽으면서 내 몸 어딘가에 서서히 올라오는 그 무엇을 감지했단 느낌이 드는 이 책~
이 무더운 여름에 꼴딸 밤을 새워 보고 싶다면...
아!
그나저나 이번에도 이 기분을 어쩔거나.....
아끼고 아껴가면서 읽어야지 했던 스티븐 왕의 책을 이리 빨리 섭렵해 버렸으니..
맛난 음식을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먹긴 했는데, 뭔가 몸 속에서 아직도 더 달라고 하는 이 기분을 아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