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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지인으로부터 유명작가의 책이 출간됬다고 연락이 왔다.
"누군데?"
"음 ~움베르토 에코라는데? "
"그래, 그럼 찾아보고 연락할께".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나타나질 않는다.
그럴리가 없는데, 신작이면 의례히 인터넷 서점에 뜨는데....
다시 전화를 건다.
"찾아보니 없어. 확실해? 움베르토 에코가 맞아?"
"맞아~ 거 책 제목이 두 글자였는데",,,
알고보니 바로 파올로 코엘로다. 핀잔을 줬더니 하는 말, "아 움베르토 에코나 파올로 코엘로나 이름이 비슷하게 들리는것은 맞는데 뭘."..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내심 반가웠다.
내놓는 책마다 좋은 문장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과의 호응이 좋았기에, 그의 작품들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 내가 이제껏 접한 파올로 코엘로에 대한 느낌이다.
이 신작의 제목에서 주는 '불륜'이란 단어 자체가 다른 단어들보다 입에 올리기 거북할 수있는 데다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흐르고 있길래 작가는 기존의 제목과는 동떨어진 단어를 채택했을까?

31 살의 린다는 두 아이들과 능력있고 부유한 남편, 그 자신 또한 신문사에서 일하는 스위스 제노자에 사는 워킹 맘이다.
남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질 것이 없던 그녀는 어느 날 뭔지는 모르지만 변할것 같으면서도 그 자리에 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 이와 함께 불현듯 찾아온 우울증과 공허함에 어쩔 줄 모르게 되고 여러 정신치료를 받아 보기도 했지만 진도가 없다.
그런던 차, 풋풋한 첫 사랑 상대자이자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한 야코프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가 자신의 상태를 알아 본 후 걷잡을 수없는 방황을 하게 된다.
“당신, 행복해?” 그가 갑자기 묻는다. “당신 눈에 뭔가 있어. 훌륭한 남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당신처럼 예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보여.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보는 느낌이었어. 다시 한번 묻자. 당신, 행복해?”_52p
물론 그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결혼생활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에 알아봤다고는 했지만 그녀는 그와 타인의 눈에 비춰볼 때 유부남과 유부녀의 불륜이란 행각을 벌인다.
그러면서 남편과의 밋밋했던 부부간의 기존에 있었던 어떤 감정의 폭발을 다시 예전의 흥분의 감정으로 느끼게 되지만 맘 속의 죄책감으로 인한 괴로움을 감출 수가 없다.
파격적인 내용이라고도 할 수있겠다.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해 보건대..)
그렇기에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에 몰입하기기 쉽지만은 않았다.
물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없는 존재이면서 더군다나 린다의 경우처럼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여성의 경우엔 그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본다면 행복에 겨운 투정이라고도 생각할 수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똑같은 불행은 없으나 미지의 그 어떤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면, 소위 정신학과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병명을 갖지고 있다면 이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볼 때 린다의 경우, 그녀는 과연 야코프와 그런 행동을 하면서까지 자신이 아직 불확실하다고 느끼는 그 어떤 감정의 확인을 느끼려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엔 소설로서의 장치가 좀 실망스러웠다.
그녀의 남편 말처럼 감정 표현에 서툴러 그녀가 해 온 행동을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 남편은 그녀의 미세한 감정기복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린다의 행동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한없이 깊은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밖에 말할 수없는 남편의 행동은 이런 남편이 과연 있을 수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가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내맡기고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봄으로써 사랑이란 확신을 느껴가는 묘사는 파올로 코엘료만의 독특한 문장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인간의 내면, 특히 린다라는 기혼 여성이 갖는 불안감의 행로를 찬찬히 따라가면서 읽는 마음의 기복과 변화의 흐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일상에서 오는 권태와 그것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불륜이란 행각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 다시 야코프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과정이 인간의 진실된 사랑과 남성 작가로서 세밀한 여성의 심리를 드러내놓고 있어 한 문장 한 문장 놀라움을 던져 준다.
내가 저지른 실수들,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결정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해도, 오직 한 가지, 나의 사랑만은 우주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_358p
처음엔 무서워서 날기를 거부했지만 한 발자국 떼면서 드넓은 창공을 날아간 린다의 한층 성숙한 느낌의 감정의 도달은 불륜이란 단어를 떼어놓고 보면 모든 인간들의 공통사인 사랑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을 알아가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