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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 - 내 이름은 르네 타르디 슈탈라크ⅡB 수용소의 전쟁 포로였다
자크 타르디 지음, 박홍진 옮김 / 길찾기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어렀을 적 외할머니는 자주 일제시대와 6.25의 당시 생활들을 이야기 하셨다.
우는 아이들이 눈물을 뚝 그칠 정도의 악날하고 무서웠던 존재로 인식이 되던 일제 순사의 이야기며, 학교 시절 일본 선생님으로부터 일본말을 배우고 일본의 국가에 해당하는 기미가요를 배웠던 기억들, 이어서 6.25의 처참하고 쓰라렸던 고생담은 비단 우리 할머니만 겪어 온 것은 아닐것이다.
그 시대에 사시던 분들은 모두 이런 경험들을 통해 일제라면~ 공산당이라면~ 머리를 절레 흔드시던 분들도 이젠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한 두분씩 하늘로 가시게 된 현재-
나 만하더라도 이런 역사적인 사실들을 직접 경험한 분들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됬고 학교에서도 배우게됬지만 지금의 어린 세대들은 그 한가지의 다리를 건너 뛰어서 듣게되는 교육시스템과 책만으로 접하는 시대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듯이 물에 탄듯, 술에 탄듯, 이현령비현령의 비유처럼 진실과 왜곡이란 두 양갈래의 길에서 아직까지도 그 진의에 대한 일부 양심있는 국가를 제외하곤 여전히 오리발을 내미는 일부의 그릇된 국가들 행동을 보게 된다.
국가의 체계 속에서 그 안에서 하나의 국민이란 자부심 하나로, 오로지 나라의 안보를 위한단 생각 하에 자원입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강제징집이란 명에 의해 , 서로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는 있었다하나 결국엔 오로지 나라를 구하고자했던 행동의 하나임을 우리는 알 수가있다.
여기 한 사람, 그 흔한 역사란 바퀴 속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아주 평범했던 남자가 있다.
이름은 르네 타르티-
독일의 공습으로 인한 자신의 나라 프랑스를 구하고자 자원입대를 하면서 전차병으로 전선에
뛰어들게 되지만 이내 프랑스는 1940년 6월, 독일의 침공으로 약 한 달 만에 파리까지 함락이 된다.
치열한 전투 속에 독일군에 잡혀서 소위 말하는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되고 금방 풀려날 줄 알았던 그 안의 생활은 거의 5년이란 세월을 보내게 된다.
수용소 안의 생활상은 르네의 아들이자 저자인 자크 타르디가 노년에 이른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와 아버지가 당시를 회상하며 적은 글들을 토대로 어린 자신의 모습과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이야기 속으로 가는 형태를 취한다.
자신의 이름인 르네란 이름이 간단한 수용번호로 불리게된 절차서부터 처음 입소할 때부터의 비인간적인 차별대우를 당한 기억들, 독일인들을 얕잡아 불르는 튜튼, 보체 프리츠,프리체,프리돌린, 슐뢰'라 불린 이름들을 통해 자신들만의 자존심만은 지키고자 했던 혈기 왕성했던 프랑스인들의 면모를 볼 수가 있다.

독일과 손 잡은 비시 프랑스 정부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운동을 벌인 자유 프랑스로 나뉜 당시의 제 2차 세계대전이란 역사는 말 그대로 나라와 나라의 대결이었으며 그 안에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고 살아야했던 이름없는 사람들의 소리없는 절규의 생활상이 시종 검은 문자와 검은 그림으로 장식을 한다.
이미 이런 포로 생활이라던가 자유를 향해 끊임없는 탈출의 기회를 엿보던 사람들이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한 이야기들은 책으로 익히 알고 있고 읽으면서 차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없던 감동을 주는데, (빅터 프랭클과 프리모 레비의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부딪치는 가운데 벌어지는 수용소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일들은 활자로만 아닌 그림과 같이 곁들여져 있기에 실로 감동은 배로 다가온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그 중에서 배고픔에 대한 욕구와 절망, 그 안에서 이뤄지는 물건교환과 적막하리 만치 이어지던 분위기일지라도 한 때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있는 춤 축제의 에피소드, 사랑하는 아내의 편지를 통해 탈출의 꿈을 꿨지만 이마저도 동료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 포기하게 된 사연들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간간히 걸프전이나 이라크 파병 미군들 중에서 전쟁 후의 스트레스로 인한 병들이 종종 발견이 되고 이는 사회생활 적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단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저자의 아버지와 장인 또한 그 분들의 아버지들이 겪었던 제 1차대전에 이은 꼭 25년 뒤에 자신들이 겪게 된 제2차 세계대전을 당하면서 알게 된 그 아찔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집에 돌아 온 후 아버지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자유를 빼앗긴 채 지낸 4년 간의 음울한 시절에 대해 어떤 설명도, 표현도 자세한 언급도 없었다....(생략) 참호전을 치렀던 1차 대전의 영웅들과는 달리 , 자랑할 만한 영웅담도 멋진 승리도 없었던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아버지와 똑같은 상황를 겪었을 것이다. (생략) 집단 수용소에 수용됐던 일반인들이 파리로 돌아오고 점령 정부에 맞서 저항하던 레지스탕스의 영웅적 투쟁을 기념하는 동안 , 전쟁 포로들의 귀환은 완전히 가려져만 있었다. 전쟁 포로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공간도 없었고, 이들이 겪은 고통은 언급될 권리조차 없었다. (생략) 그리고 부끄럽게도 8만여 명의 자국 군인을 적의 손에 그대로 남겨두어 ...(생략) 강제 노동에 지쳐 목숨을 잃게 만들었던 비시 정부로부터도, 전쟁 포로들은 잊혀진 채 살아야 했다.-p 6~7
전쟁이 주는 가장 처참함은 바로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는 현상을 접하는 경위,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없이 적을 죽여야만하는 상황 속에 죽음이 주는 무감각을 당하는 절차,

당시 프랑스가 행했던 자국이 정복한 또 다른 국가인 아프라카의 여러 나라 사람들을 차출해 또 다시 전쟁으로 내몰은 만용, 그들조차 잡혀왔어도 같은 수용소 안에 머물수 없었던 나라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인간적인 모멸, 그 어느나라에도 속할 수 없어 제 3국 (무국적자)로 전락당하는 경우, 수용소 안에서의 스파이 짓을 하는 사람들, 차후엔 오히려 그들의 행동들이 레지스탕스의 활동으로 변모해가는 과정들의 아이러니...


도덕상 용납이 안되는 이런 현상들이 실제 벌어졌고, 이런 일들로 인해 이름없는 사람들의 활동은 자국 내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서글픈 인행항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슬프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전쟁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영향들 중에선 이런 비 인간적인 행동들이 있음으로해서 나라를 되찾기까지 이름난 명사들의 활약만이 아닌 근실하고 평범하게 , 자신들이 맡은 일에 충실하게 살고자했던 어느 풋풋하고 혈기가 왕성했던 무명씨들의 인생을 그 어느 한 해에만 없애버린 것이 아닌 몇 년간의 황금기를 모조리 통째 날려버렸단 비극이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각성을 일깨운다.

마치 우리나라 문학의 거장들이 그려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어쩌면 이리도 장소만 다를 뿐 그들이 당했던 모습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소름이 돋아옴을 읽는내내 느꼈다.
이젠 고인이 된 아버지의 회상을 토대로 그려낸 1부에 속하는 이 책은 전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영원한 지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 어쩌면 인간이 인간을 최대한 극아무도하게 몰고가는 비 이성적인 동물로 만들어 버리는 매개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문득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이 생각난다.
-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봐라.-
정황상 이 전쟁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 이렇게 되묻고 싶어진다.
자신의 청춘을 바쳐 위해 일한 조국은(프랑스)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인정해주고 보상을 해 주었는가?
-생포되는 순간에도 혹독한 수용소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적과 맞섰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들의 자존감과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던 이름없이 살다 간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름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모여 하나의 커다란 역사적인 현장으로 들여다 보게 한 이 책은 차후 포로 수용소에 나온 후의 이야기로 전개되리란 기대감이 드는 2부의 이야기들과 그림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있는데, 사실적이면서도 그 안에의 작은 유머들은 시종 지루함을 모르고 교육적인 면에서나, 삶에 대한 생각면에서나 많은 생각을 던져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