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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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말들이 세상엔 참으로 많고 그 반대로 듣기에도 민망한, 그러면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단 이유로 상처를 주는 말들이 많은 세상이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무수히 떠돌아 다니는 말들 중엔 이런 것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상처를 입는 말들을 듣는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를 떠나 기본적인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예절이 점차 퇴색해 가는 것이 없지않아 아쉽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촌철살인으로 대표되는 이외수 작가의 글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그 뜻을 파악하며 읽노라면 오히려 타 책과 마찬가지로 깊은 울림을 준다.

 

요즘 '미생'이란 드라마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층을 대변하는 주인공, 일명 학벌, 자랑한 만한 스펙조차도 없는 주인공이 회사에 취업하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위계질서의 상사들과 동료들 사이에 부대끼며 성장해가는 드라마로 알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인터넷 상의 감상의 댓글들처럼 공감이 많이 와 닿는 드라마란 생각이  들면서 본다.

 

이외수 작가의 이번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젊은이들에겐 희망을, 기성의 세대들에겐 위로와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것들, 그리고 여전히 감성마을의 자연의 변함없는 계절의 변화, 그 안에서 정태련 화백의 그림까지 곁들여서 보는 잔잔함을 풍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해 십분 발휘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고 부부간의 관계, 자녀들과의 관계, 그리고 자연의 미세한 부분들까지 미처 보지 못하는 만족이란 것을 모르고 살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한 한 가운데에는 여전히 경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없는 힘겨운 세상이 있기에 그렇다면 어떻게 같은 경쟁의 시대에서 그것마저 즐기면서 살아갈 수있는지에 대한 따뜻한 위로의 말들은 읽고 있노라면 여전히 이외수 표만의 글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말들은 인내 그 자체요 , 저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전체를 돌아봄으로써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역전의 그날을 생각하며 일어설 것을 주문하는 말들은 지금 이 순간 여전히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의 말로써 크게 위안을 삼을 수있는 말이 안니가 싶다.

 

인생이 깊어지기 위해서는 희망도 필요하고 절망도 필요하다. 단지 포기라는 놈의 유혹만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끔 쓰러지면 어떤가.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 그대를 응원한다. 힘을 내라. -p 207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 중에서

 

진정한 적은 언제나 바같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우리 안에 우리의 적이 있고 당신 안에 당신의 적이 있으며, 내 안에 나의 적이 있다. 그것부터 찾아서 섬멸하지 않으면 세상과 당신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p62 내 안에 나의 적이 있다 중에서

 

전 작인 '하악하악'의 연장선으로 생각되어지는 만큼 저자의 글들은 퍼담아 놓아도 마를겨를이 없는 시원한 샘물을 연상시킨다.

 

 고요한 마음의 정화가 필요하다면, 이 순간 그 누구에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다면, 그래서  내 자신의 모든 것에 평화를 찾고 싶다면 곁에 따뜻한 차 한 잔과 더불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이 걷는 인생길은, 때로 꽃잎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빗물에 젖어 있기도 하고 때로 낙엽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눈에 덮여 있기도 하다. 유심히 보면 같은 길은 없다. 다만 당신의 시선만 새롭지 않을 뿐, 길은 언제나 새롭다. -p 63

 

가을의 하늘도 높고 푸르며 구름의 모양도 저마다 자신의 모습을 뽐내는  이 계절에 읽기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을 받자마자 그 향기가 솔솔 풍기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임을 ....책 갈피 하나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향기로 인해 책의 내용도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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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헬렌 오이예미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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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밀당을 하는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다.  

단, 그런 형식의 소재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느냐에 따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색다른 사랑이야기를 상상했던 나에겐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한 책이다.

 

책 제목자체가 꼬리치고 도망을 쳤다고했으니 당연히 여자들을 꼬시고 책임을 지지 않는 어떤 바람둥이 이야기인줄 알았던 내 착각도 한 몫을 했지만 책을 읽는 도중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지? 라고 하면서 읽은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영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 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 촉망받은 작가라고 한다.

기존에 이미 출간된 책도 있지만 이 책으로 인해 상도 타고 얼마 전엔 방한까지 했다니, 가능성이 많이 기대되는 작가이기도 하단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 속 남주인공인 미스터 폭스는 작가이다.

작가지만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여자들을 죽인다는 것이 특징으로, 그가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 놓은 메리 폭스란 여성과의 베틀을 통해 작품의 세계를 경쟁한다.

 

 메리 폭스가 현실에서 그의 곁에 나타나 말을 하고 사랑을 그리고 , 즉 그가 만들어 놓은 작품의 세계와는 정 반대의 세계를 만들어 놓은 형식이다.

 

그런데 글 흐름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간다.

흔히들 주인공이 가상의 인물과의 대화를 한다면 좋아~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는 말조차도 없이 갑자기 별개의 글들인 여덟 편이 나오고 그 중간에 작가의 아내인 대프니와의 부부관계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형식의 글들이 겹쳐지면서 몰입을 하는데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총 여덟 개의 단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독립된 이야기 근간을 이루는 것은 바로 '푸른수염'의 동화를 환상과 리얼리즘으로 결합한 새로운 시도의 글을 보였단 점이다. (뭔 우연인지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수염을 읽자마자 바로 이 책에서 푸른수염을 접하다니... 이런 겹치는 우연이 있기도 있네...)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푸른수염의 주인공으로 대체되는 미스터 폭스에 대항한 다양한 변주의 여자들이 각기 다른 글들을 통해  나오면서 메리 폭스가 실존 인물인가 할 정도의 착각성을 느끼게 하고  아내 대프니까지 메리 폭스를 만나면서 실제의 인물로 대하는 장면에선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작가의 글 쓰기는 기존의 익숙해있던 글을 읽고 있었던 나에겐 이해하기가 솔직히 까다로웠고 나중에서야 번역자의 해설서를 접하면서 비로소 조금씩 아~ 이런 이야기였어? 하면서 그 챕터를 다시 읽어보게 한 책이다.

 

 

각 챕터마다 독특한 설정과 기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변형의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선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었던 만큼 상상했던 대로 알콩달콩 밀당의 이야기를 상상했던 독자라면 실망이 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에  메리 폭스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 부인 대프니와 미스터 폭스 사이와의  화해시도와 열린 결말의 설정은 갑자기 이야기가 이어지다 뚝 끊어지는 느낌도 들게하지만 사랑이란 이야기의 새로운 시도해석을 한 문학작품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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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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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주는 즐거움은 읽을때마다 그 감동이 주는 느낌이 같을 때도 있고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다는 데서 오랜시간 질리지 않는 향기와 같단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유행이 있어서인지 한국영화에도 고전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인 작품들이 더러 있다.

 

어린 시절 서양동화의 하나인 '푸른수염'을 읽어 본 독자라면, 그리고 아멜리 노통브의 독자라면 이 책이 주는 새로운 이야기가 맘에 들 것같다.

 

벨기에 출신 사퀴르닌이란 여성이 고향 벨기에를 떠나 파리에서 미술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던 중 같이 살고 있는 친구 집을 떠나 홀로 독립하기 위해 집을 구하게 된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제시한 방값이 너무도 싸고 호화스런 집이라고도 할 수있는 저택에 들어서며 면접을 거치려고 하는데, 알고보니 이 집에 세들어 살던 여인 8명은 실종된 상태로 남아있고 저택의 주인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는 에스파냐 귀족가문 출신으로 20년째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계란과 황금, 바느질, 사진에 집착하는 마흔넷의 남자이다.

 

그런 그가 사르튀닌과 계약함으로써 둘은 한 집에 살게 되는데, 그의 단 한가지 조건은 모든 방은 들여다 봐도 좋으나 단 한 곳, 즉 자신의 암실이라 불리는 곳은 열어보지 말라는 것이다 .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고는 말하지만 그녀의 면밀한 관찰결과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물쇠도 잠겨있지 않은 그 방에 8명의 여인의 시신들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증시키는데...

 

아멜리 노통브의 재기발랄하고 엉뚱하다고도  할 수있는 톡톡튀는 유머와 블랙의 서늘함마저 느끼게 되는 그의 주특기는 여전하다.

 

창작의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그의 작품세계는 매 책마다 전혀 뜻밖의 이야기들로 넘쳐나는데 이 책 또한 고전의 비틀기식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하지말란 금기란 것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에 빗댄 엘레미리오가 생각하는 절대적인 사랑의 향연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있는 고집스런 면이 있고 그런 면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이루려는 사랑의 색채완성을 위해 마지막 대상인 사튀르닌에 대한 사랑의 고백, 점점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튀르닌의 혼돈된 감정과 차가운 이성의 감정 대립이 시종 탁구공 처럼 두 사람간의 대화를 통해 전해져오는 순간들이 때론 긴장, 때론 유머를 넘나든다.

 

 저온 생성 장금장치를 작동시키고 프리즘 색깔의 완성을 위해 특이한 색채감을 준 노란색의 치마는 결국 넘지 말아야할 최종의 선을 넘어버린 사튀르닌과 엘레미리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기도 하는 매개체로서 그의 계획을 알고 오히려 그의 유혹을 넘어선 사튀르닌의 반전을 통해 두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것에 대한 존재를 생각을 해보게 한다.

 

불멸의 사랑을 꿈꿨던 남자, 그런 남자에게 일말의 사랑을 느꼈던 여자, 그리고 그 완성체라고 할 수있는 암실에서의 긴장감들은 역시 아멜리만이 할 수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샤를 페로의 동화 속 푸른 수염과 비교해 보는 재미와 함께 현대식으로 해석한 아멜리의 이 푸른수염을 통해 금기와 사랑, 그리고 완전한 사랑의 결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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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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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국의 스릴러창작물도 외국의 창작물 못지않게 잘 쓰여진 것들이 많다.

 

섬세한 필치와 꼼꼼한 주위의 배경설정, 그리고 소재면에서도 외국것과 별로 구분이 안될 정도의 실력을 갗춘 작가들이 나왔다는 데서 우선은 반가움이 들고 이런 장르의 발전을 더욱 기대해보게 되는 것도 책을 읽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황금가지에서 나오는 밀리언셀레시리즈는 그래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외국과 국내편으로 구분되어지는 선별된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재림이란 제목의 이 책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을 찾은 저자는 공모전에서 입상한 저력답게 이번에도 무거운 분위기의 소재를 끌어다 글을 이끌고 있다.

 

박진우-

한 때는 신학대학에 다녔지만 존경하는 스승이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인으로서의 생각을 밝힌 사건에 연관되어 파문이 되자 이에 학업을 그만두고 은둔형 미술작가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고 노모와 동생은 형을 찾기 위해 변호사이지만 탐정일을 같이 맡고 있는 독걸잉걸소장, 강승주, 그리고 남자못지 않은 엄청난 체력과 신장, 그리고 도통 모를 감정을 지닌 권민이란 여성을 찾아가면서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왜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의 컴에서 비공개 블러그를 통해  사이비 비문을 발견하면서 수사는 호조를 보이는데, 독특하게 설정된 세 사람의 개성들이 군데군데 튀어나오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변호사란 이력답게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없지만 작은 틈 하나를 보더라도 그것을 통해 사건의 해결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독거소장, 감정은 여성같고 한 때의 아픈 상처 때문에 학문의 길이 아닌 현장에서 다뤄지는 삶을 체험해보고자 탐정이란 세계에 뛰어든 승주라는 인물은 권민이란 여인과 대립적인 신체사이즈, 그리고 현장에서의 활약에서도 정 반대의 개성을 지닌 모습으로 다가온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조합은 물과 불의 성격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콤비로서의 활약은 무난하게 비쳐지는데, 시리즈로 나온다면 두 사람간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한 인상을 풍긴다.

 

 사건현장에서 발견한 소포에는 일명 베드로 십자가란 것이 있었고 이는 예수를 세 번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가 나중에 참회의 뜻으로 예수와 같은 십자가를 질 수없단 의미에서 십자가의 모양이 거꾸로 된 것으로 유명하다.

즉 범인은 박진우가 자신의 스승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스승의 종교적인 입장을 옹호하면서 이를 비난한 사람들에게 던진 비난문에 대한 종교적인 입장에서 벌한다는,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으로 나온 결과였다.

 

사실 가장 민감한 부분들 중 하나가 종교를 다룬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내 종교가 중요하면 타인이 믿는 종교도 중요함을 인정한다면 평화로운 세상이 되건만 실제 현재의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고 들어가자면 대부분이 종교와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들이 많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런면에서 저자가 승주의 입을 빌어  범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나눈 대화들은 성스러운 종교란 이름으로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 지적을 외면하고 오로지 그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은 인간이 같은 종교,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을 떠나서 참된 종교인으로서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총 2편으로 나뉜 책은 1부 재림에 이어서 다음의 사건연결로 이어진 줄 알았는데, 2부인 만남, 그리고 시작편은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의기투합해 탐정으로서의 길을 가게되는지에 대한 , 프리퀄에 해당이 된다.

 

그래서 1편의 재림이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2부는 그나마 분위기가 가벼운 편이다.

편집과정에서 차라리 1.2부편을 바꿨더라면 받아들이는 독자입장에선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읽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하게 그려진 글들은 아니라서 부담은 없다.

 

 재림의 의미를 따라서 생각해본다면 과연 누가 누구를 위한 재림인지,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를 살인사건을 통해 재조명해 보려한 작가의 의도가 눈에 띄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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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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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서 말하는 생.노.병.사(인생고해)의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인간은 죽는다.

마치 무슨 거창하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다만 누가 먼저 죽고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을 뿐, 확인사살 같지만 실제로 이런 절차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단 사실은 반박할 수없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의 일생은 그런 가운데 희.노.애.락의 감정도 느끼면서 살아갈 근거도 마련해 주니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첫.사.랑.이 아닐까?

 

뭐~

남자의 경우엔 첫 사랑을 영원히 못잊다고도 하고 여자는 자신에게 최후의 남자로 남는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말들도 있지만 대부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 감정의 깊이를 접고서라도 누구나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그 의미심장함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선생님께서는 뭐든지 경험해 보라고하셨다.

모든 것은 나이 때에 맞는 것들이 있기에  그것이 내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좋은 선생님의 길라잡이도 될 수있다는 사실, (그렇다고 일반상식적인 위험의 경지를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아시겠죠?) 특히 연예인들을 보면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겪어 본 연애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됬다는 기사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다는 그 좋은 기억들은  한 편의 아련한 추억거리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팔청춘, 우스개 소리로 국어선생님이 너희들은 이팔청춘, 즉 꽃다운 16살이니, 고전에도 나오는 춘향과 이몽룡을 생각해서라도 옛 적이면 어른이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는 웃으면서 들었지만 나이를 먹고 사랑을 하는 것과 처음 순수했던 나이 때의 사랑을 굳이 비교해 본다면 웬지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있는 성숙된 사랑과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없는 예쁜사랑 쯤으로 구별해도 좋지 않을까?

 

16 살의 생일을 앞두고 있던 소녀 브리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고 나른한 바닷가 마을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터울이 큰 잭이란 남동생과 살고 있다.

 

어릴 적 꼬마시절 부터 알아오던 제이컵과 댄스파티에서 뾰뽕하고 눈에 불이 튀더니,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사랑에 빠졌지만, 이를 계기로 첫사랑에 푹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제이컵으로부터 들은 가장 잔인한 말,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멈춰지고 곧 이어 죽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어떻게 네가 그럴수있느냐 부터 시작해서 온갖 욕설과 원망이 난무하고 발버둥치다 제 정신을 찾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 위 처럼 상심으로 식음을 전폐하다 죽게되는 것이 전개과정으로 비숫해지지만 이 책은 죽은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르다.

 

 죽은 원인은 상심증후군 (Broken heart syndrome)-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심장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가슴이 멎거나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질환. 브리처럼 죽는 병이다.

즉 심장이 두 개로 나눠지면서 죽는 병-

 

마음이 얼마나 아프면 심장이 부서질정도로 죽게되는 병일까?

작가는 브리가 16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촛점을 맞춰 유쾌하고 가벼운 문체로 독자들을 이끈다.

 

 죽어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들, 무덤에 묻히면서 천국에 가기 전에 당도한 자신이 살아온 곳과 비슷한 중간지역에 해당하는 곳에서 만난 패트릭이란 남자애와 같이 자신을 그렇게 모질게 대한 말 한마디로 이승을 떠나게 한 제이컵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지상으로 떨어지게 되고(추락해야만 지상에 올 수있다는 설정이 재밌다.) 곧이어 자신의 베프였던 친구와 제이컵이 연인으로 발전된 상황,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하는 것까지 , 온통 기존에 자신이 생각했던 그 모습들이 아닌 변해버린 상황에 대해 우정에 대한 배신, 사랑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행동에 돌입한다.

 

세상에서 감출 수없는 것 세 가지-

기침,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 가난이다.

 

이 중에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한,  책 속의 말들이 정말이지 예쁘게 다가온다.

***** 그 아이 몸에서 무지 좋은 냄새가 나서 두근거리고, 밤에 잘 자라고 문자 보낼 때마다 달콤해서 사르르 녹는 것 같고, 눈 색깔도 시리도록 새파랗고. 같이 기하학 수업 들으러 가면서 손을 잡아주고, 내 엉뚱하고도 사소한 비밀을 들춰내고, 난 너무 웃겨서 마시던 마운틴듀를 그애 앞에 뿜기까지 했는데, 평생 가장 부끄러운 짓이었는데도 전혀 신경이 안 쓰이고 말야. 그리고 걔가 키스할 땐…… 응, 머리가 새하얘지고 온 세상이 사라지고 걔 입술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리고 걔가 날 보며 예쁘다고 말해줄 때면 나는 정말이지 예쁜 여자애가 되지.
하지만 말야, 이 모든 일은 끔찍한 악몽인 데다 어마어마한 폭탄과도 같아서, 내 코앞에서 모조리 폭발해버릴 텐데도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종잡을 수 없게 되어버려. 사랑은 게임이 아냐. 사랑 때문에 귀를 잘라버리는 사람도 있잖아. 그놈의 사랑 때문에 에펠탑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재산을 전부 팔아치우고 알래스카로 떠나기도 하고, 거기서 살다가 회색 곰한테 물려서 비명을 지르는데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잡아먹혀 죽고 마는. 그래, 그거야. 사랑에 빠진다는 건 회색 곰에게 산 채로 먹히는 일이나 마찬가지야. -p14

 

유행가는 모두 내 경우인것 처럼 어찌 그렇게도 잘 아는지, 맞아 맞아, 길을 걷다가도 실실, 같은 장면의 영화를 봐도 마음이 두근 반, 세근 반, 벌렁벌렁, 얼굴은 왜 이리 화끈거리며 곁에만 있어도 그 아이의 심장소리는 왜 이리 크게 들리는지...

 

모두가 한 두번씩은 경험해 봤을 그런 아찔했던 순간들의 포착을 작가는 읽는 독자들 조차도 그런 연애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할 만큼 사실적이고 푸름을 생각케하는 느낌의 글들로 가득차게 그려 놓았다.

 

그렇다면 브리의 선택은 과연 만족했을까?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는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인정하는 단계절차로 작가는 브리의 감정선을 이 다섯 가지에 주안을 두고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자신이 순순히 이승을 떠나 천국으로 들어갈 것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패트릭이란 존재를 알게되고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되돌리려하는 모습들이 이렇게 블링블링한 사랑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정말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브리란 캐릭터에 푹 빠졌다.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제이컵과 베프들의 행동, 처음 지상에 내려왔을 때 잭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 왜 이리 눈물이 흐르던지, 책에서처럼 만일 브리의 경우처럼 딱 하루만 예전의 삶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무엇부터 먼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복잡해진 심경을 가지게 됬다.

 

우선 생각해 보니 미처 완결짓지 못한 해결해야 할 일들, 지인들도 만나고 싶고, 영화도 봐야하고, 음악도 들어야하고, 미루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읽어야하고...

머리가 무지 복잡해진다.

 

사실 이 책은 첫 사랑의 배반에 대한 인생의 첫 시련이랄 수있는 감성적인 16살의 브리가 겪는 사랑을 통해 성숙해져가는 성장통인 동시에 주위에 고립되다시피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외로움에 대한 기울임, 그리고 주위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아가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막상 브리처럼 하루만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인생은 짧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가야함을 알고는 있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버린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게 해 주는, 짦은시간 만이라도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런 생활을 해야 조금이라도 후회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패트릭과 제이컵의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보다 나은 자신의 사랑을 찾은 브리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편으로 저장될 소중한 책,( 특히 책을 어떻게 들었느냐에 따른 책 표지의 컬러풀한 글자체는 블링블링 그자체다.)을 통해 이 가을에 멋진 연애를 준비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통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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