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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불교에서 말하는 생.노.병.사(인생고해)의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인간은 죽는다.
마치 무슨 거창하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다만 누가 먼저 죽고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을 뿐, 확인사살 같지만 실제로 이런 절차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단 사실은 반박할 수없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의 일생은 그런 가운데 희.노.애.락의 감정도 느끼면서 살아갈 근거도 마련해 주니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첫.사.랑.이 아닐까?
뭐~
남자의 경우엔 첫 사랑을 영원히 못잊다고도 하고 여자는 자신에게 최후의 남자로 남는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말들도 있지만 대부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 감정의 깊이를 접고서라도 누구나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그 의미심장함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선생님께서는 뭐든지 경험해 보라고하셨다.
모든 것은 나이 때에 맞는 것들이 있기에 그것이 내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좋은 선생님의 길라잡이도 될 수있다는 사실, (그렇다고 일반상식적인 위험의 경지를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아시겠죠?) 특히 연예인들을 보면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겪어 본 연애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됬다는 기사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다는 그 좋은 기억들은 한 편의 아련한 추억거리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팔청춘, 우스개 소리로 국어선생님이 너희들은 이팔청춘, 즉 꽃다운 16살이니, 고전에도 나오는 춘향과 이몽룡을 생각해서라도 옛 적이면 어른이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는 웃으면서 들었지만 나이를 먹고 사랑을 하는 것과 처음 순수했던 나이 때의 사랑을 굳이 비교해 본다면 웬지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있는 성숙된 사랑과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없는 예쁜사랑 쯤으로 구별해도 좋지 않을까?
16 살의 생일을 앞두고 있던 소녀 브리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고 나른한 바닷가 마을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터울이 큰 잭이란 남동생과 살고 있다.
어릴 적 꼬마시절 부터 알아오던 제이컵과 댄스파티에서 뾰뽕하고 눈에 불이 튀더니,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사랑에 빠졌지만, 이를 계기로 첫사랑에 푹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제이컵으로부터 들은 가장 잔인한 말,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멈춰지고 곧 이어 죽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어떻게 네가 그럴수있느냐 부터 시작해서 온갖 욕설과 원망이 난무하고 발버둥치다 제 정신을 찾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 위 처럼 상심으로 식음을 전폐하다 죽게되는 것이 전개과정으로 비숫해지지만 이 책은 죽은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르다.
죽은 원인은 상심증후군 (Broken heart syndrome)-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심장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가슴이 멎거나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질환. 브리처럼 죽는 병이다.
즉 심장이 두 개로 나눠지면서 죽는 병-
마음이 얼마나 아프면 심장이 부서질정도로 죽게되는 병일까?
작가는 브리가 16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촛점을 맞춰 유쾌하고 가벼운 문체로 독자들을 이끈다.
죽어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들, 무덤에 묻히면서 천국에 가기 전에 당도한 자신이 살아온 곳과 비슷한 중간지역에 해당하는 곳에서 만난 패트릭이란 남자애와 같이 자신을 그렇게 모질게 대한 말 한마디로 이승을 떠나게 한 제이컵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지상으로 떨어지게 되고(추락해야만 지상에 올 수있다는 설정이 재밌다.) 곧이어 자신의 베프였던 친구와 제이컵이 연인으로 발전된 상황,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하는 것까지 , 온통 기존에 자신이 생각했던 그 모습들이 아닌 변해버린 상황에 대해 우정에 대한 배신, 사랑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행동에 돌입한다.
세상에서 감출 수없는 것 세 가지-
기침,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 가난이다.
이 중에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한, 책 속의 말들이 정말이지 예쁘게 다가온다.
***** 그 아이 몸에서 무지 좋은 냄새가 나서 두근거리고, 밤에 잘 자라고 문자 보낼 때마다 달콤해서 사르르 녹는 것 같고, 눈 색깔도 시리도록 새파랗고. 같이 기하학 수업 들으러 가면서 손을 잡아주고, 내 엉뚱하고도 사소한 비밀을 들춰내고, 난 너무 웃겨서 마시던 마운틴듀를 그애 앞에 뿜기까지 했는데, 평생 가장 부끄러운 짓이었는데도 전혀 신경이 안 쓰이고 말야. 그리고 걔가 키스할 땐…… 응, 머리가 새하얘지고 온 세상이 사라지고 걔 입술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리고 걔가 날 보며 예쁘다고 말해줄 때면 나는 정말이지 예쁜 여자애가 되지.
하지만 말야, 이 모든 일은 끔찍한 악몽인 데다 어마어마한 폭탄과도 같아서, 내 코앞에서 모조리 폭발해버릴 텐데도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종잡을 수 없게 되어버려. 사랑은 게임이 아냐. 사랑 때문에 귀를 잘라버리는 사람도 있잖아. 그놈의 사랑 때문에 에펠탑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재산을 전부 팔아치우고 알래스카로 떠나기도 하고, 거기서 살다가 회색 곰한테 물려서 비명을 지르는데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잡아먹혀 죽고 마는. 그래, 그거야. 사랑에 빠진다는 건 회색 곰에게 산 채로 먹히는 일이나 마찬가지야. -p14
유행가는 모두 내 경우인것 처럼 어찌 그렇게도 잘 아는지, 맞아 맞아, 길을 걷다가도 실실, 같은 장면의 영화를 봐도 마음이 두근 반, 세근 반, 벌렁벌렁, 얼굴은 왜 이리 화끈거리며 곁에만 있어도 그 아이의 심장소리는 왜 이리 크게 들리는지...
모두가 한 두번씩은 경험해 봤을 그런 아찔했던 순간들의 포착을 작가는 읽는 독자들 조차도 그런 연애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할 만큼 사실적이고 푸름을 생각케하는 느낌의 글들로 가득차게 그려 놓았다.
그렇다면 브리의 선택은 과연 만족했을까?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는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인정하는 단계절차로 작가는 브리의 감정선을 이 다섯 가지에 주안을 두고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자신이 순순히 이승을 떠나 천국으로 들어갈 것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패트릭이란 존재를 알게되고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되돌리려하는 모습들이 이렇게 블링블링한 사랑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정말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브리란 캐릭터에 푹 빠졌다.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제이컵과 베프들의 행동, 처음 지상에 내려왔을 때 잭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 왜 이리 눈물이 흐르던지, 책에서처럼 만일 브리의 경우처럼 딱 하루만 예전의 삶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무엇부터 먼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복잡해진 심경을 가지게 됬다.
우선 생각해 보니 미처 완결짓지 못한 해결해야 할 일들, 지인들도 만나고 싶고, 영화도 봐야하고, 음악도 들어야하고, 미루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읽어야하고...
머리가 무지 복잡해진다.
사실 이 책은 첫 사랑의 배반에 대한 인생의 첫 시련이랄 수있는 감성적인 16살의 브리가 겪는 사랑을 통해 성숙해져가는 성장통인 동시에 주위에 고립되다시피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외로움에 대한 기울임, 그리고 주위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아가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막상 브리처럼 하루만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인생은 짧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가야함을 알고는 있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버린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게 해 주는, 짦은시간 만이라도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런 생활을 해야 조금이라도 후회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패트릭과 제이컵의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보다 나은 자신의 사랑을 찾은 브리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편으로 저장될 소중한 책,( 특히 책을 어떻게 들었느냐에 따른 책 표지의 컬러풀한 글자체는 블링블링 그자체다.)을 통해 이 가을에 멋진 연애를 준비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통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