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고 싶을 때 꺼내 보는 1000개의 지혜
데이비드 프래트 지음, 하창수 옮김 / 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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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마다 노벨수상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며 그 누가 어느 분야에서 영예를 차지하게 될지 세계적인 이목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관심이 있건 없건 간에 일단 수상자들은 말 할것도 없고 그 출신지의 나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밖에 없을 터, 이 책은 그런 모든 노벨상이 주어지는 분야에서 수상을 한 수상자들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내용들이 들어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야말로 모든 정성을 기울여서 이들 수상자들이 한 말들을 각 분류별로 항목을 정해서 그에 맞는 글들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찾아볼 수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성취와 신념’ ‘삶과 죽음’ ‘감정과 인간관계‘ ’예술과 문화‘ ’정치와 경제‘ ’과학과 기술, 의학과 건강, 전쟁과 평화, 최후의 말까지...그들이 연구하고 살아온 자신만의 인생가치와 소신, 그리고 역경을 이겨나가면서 어떻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요약한 대목들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 배움을 향한 열정이 젊음과 노년을 가른다.

       당신이 배우고 있는 한, 당신은 늙지 않았다.

       The excitement of learning separates youth from old age.

                            As long as you're learning, you're not old.

                                                   - 로젤린 앨로(미국, 1977년 생리의학상)

 

 인생이 순탄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대적인 양차대전을 겪으면서 개인적으론 이루 말 할수없는 비탄과 고통과 슬픔, 일테면 자식을 전장에서 잃는 고통, 그리고 자신의 이념과 반대되는 주장에 국가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채 학문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그 모든 순간들을 모두 이겨내며 인류의 삶을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낸 집념의 소산자들이란 점이다.

 

또한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인적인 교육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바, 이런 점에서 기업채용조건에서도 서서히 이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스펙과 학점 이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신입선발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과 토론, 그리고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여유까지...

이렇게 보면 더욱 경쟁이 심해지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게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수상자들의 개개인들을 들여다 보면 결코 자신들이 주 전공으로 하는 학문분야에만 매진했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문과 이과의 구분이 확실하게 구분이 되어지는 시대가 지난 만큼 수상자들 또한 전공 외에 전혀 생소한 분야까지 즐겼다는 점에서  잠깐만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은 업적을 이루는 한 과정에 이런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을 전공했으면서 음악에 심취했다거나, 문학이나 그림에 소질을 지녔다는 그들의 생을 들여다 보면 삶의 조화로운 경계도 필요함을 알게 해 준다.

 

 펜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드러내는가 하면, 물리나 화학, 생리의학, 평화를 공론하는 활발한 활동들을 통해 오늘 날 우리들은 그들이 이룩한 업적 외에도 이런 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삶의 윤활유를 느끼게 됨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수상의 기회가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상자들의 국가별을 보니 거의 유럽권이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노벨 사후에 그의 유지를 받들어 수상자를 발표하는 재단에서는 좀 더 광범위하고 폭 넓은 수상자들의 배출이 요구되기도 하는 현 시점에서 수상자들이 전해주는 글들은 사뭇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의 실현을 위해선 어떤 자세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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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고 독한자들 전성시대 - 세상을 주무른 영리한 계략
쉬후이 지음, 이기흥.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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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의 잣대로 보면 악(惡)이 아무리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선(善)이 승리를 거둔다는 진리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살면서 부딫치는 일들 속에는 이에 반하는 경우를 보게 되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옳바른 제시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역사는 그런 의미에서 전철을 되밟지 않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기에 비록 목적 달성을 위해 악을 행했다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보복이 반드시 내게로 되돌아 온다는 교훈을 준다.

 

중국의 역사상 가장 음흉하고 악날하며, 인간으로서 할 수없는 양심마저 저버린 채 자신의 출세와 물질적인 욕심, 그리고 더 좋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스스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선뜻 나선다는 것 자체가 엄두를 낼 수없었던 공권력을 이용하고 부하들을 노상강도로 변장시켜 재물을 탐했던 석숭, 황제의 유서자체를 바꿔 자신의 처지에 유리하도록 문서를 꾸민 조고, 온갖 모든 끔찍한 고문 도구발명과 더불어서 사람들을 극형의 최후순간까지 몰고가며 이를 즐겼던 삭원례, 자신의 엉터리 비방술을 이용해 공주까지 아내로 맞이했던 난대, 자식을 죽여서 왕 앞에 요리를 바쳐 신임을 얻었던 역아...

 

모두 총 13가지의 경우를 나열해 적어 놓은 중국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서 인간의 안에 도사리고 있는 몹쓸 야욕과 함께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제외한 타인의 안위와 괴로움은 안중에도 없었던 비열함의 극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자신의 목적을 이룬 후에 행복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는 , 인생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했고 더러는 첩을 원하는 왕의 요구를 거절한 덕에 자신의 재산과 목숨마저 버려야했던 석숭같은 사람도 있다.

 

 중국의 역사 자체가 통일을 이룬 나라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혼돈된 역사임을 감안하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인생과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고 뜻을 펼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해악한 짓을 할 수도, 그것이 역사적으로 좋은 평판을 받아도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해선 과연 바른 행동이었나를 두고 볼 때는 긍정적인 면으로 보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은 과거의 사람들이 행한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존재도 소중함을, 천륜까지 저버리면서까지 행동에 옮긴 그들의 모습들을 통해 악한 자들의 답습을 벗어나 그들같은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을수 있는 교훈을 얻지 않을까 싶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듯 느껴주는 책이다.

한 인물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타국의 비슷한 선례를 이어주는 짧은 글들도 인상적이고

 

'구중궁궐의 여인들'이란 책에서도 나오는 겹치는 인물들이 있어 친숙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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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두 여인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2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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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니, 실은 두 눈만 가리고 있는것일까?

왜?

무엇때문에 이렇게 자신의 얼굴의 반쪽에 해당되는 부분을 가리고있을까?

 

인생의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가면서 느끼는 삶의 애로가 겹쳐서 그런 것일까?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에 속하는 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 있는 홍성화 님의 작품집이다.

 

단편인 만큼 책의 두께도 얇아서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읽어버렸지만 그 전율은 모처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제목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령층은 모두 노년에 해당되고 노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나이에 해당하는 여인들이다.

 

첫 번째 이야기- 능바우 여인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다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성환씨 내외 이야기다.

퇴직금은 아들의 사업을 위해 몽땅 쏟아부었지만 사업실패로 인해 아들네와 같이 살고 있는 형편에 며느리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아들은 친구네 일을 도와주는 가운데 아들로부터 건물의 야경비직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그런데 성환씨가 누군가?

일명 경북 상주에서 20리쯤 떨어진 곳에 집성촌으로 살고 있는 창녕 성씨 집안 사람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그 곳 남자들이 지닌 기질과 전통에 익숙한 몸가짐은 이런 일도 해보라는 강권아닌 강권을 하는 아들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능바우 여인으로 대표되는 아내 심씨의 반대를 생각하면 이도저도 못하는 갈림길에 선 처지다.

 

능바우 여인-

지난 모진 세월 속에서도 남편의 바람기 잦은 일도 그저 알고도 모른 체 하는 방식에 익숙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아들의 바람에도 기를 죽게 하지 않고 남편은 남편대로 말년에 용서를 하며 거두어들이는 자세, 그럼에도 정작 자신들의 죽음 앞에선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며 죽고자 했던 그녀들인데 하물며 부인이야 말 할 것도 없는 사실 앞에서 성환씨는 집안 내  혼인집에서 항렬에 속하는 집 안 남자들의 서로의 얼굴들을 보며 지나 온 세월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출발에 나서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 동백꽃 여인

 

 

 

영문과 교수직을 퇴임하고 12연하의 아내와 다시 재혼한 정문호는 폐암 말기 환자로 삶의 생을 마지막에 둔 사람이다.

연로한 병든 노모 수발과 죽음까지 모두 헌신적으로 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준 그녀와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어느 평범한 남자이기에 자신의 사후에 홀로 남겨질 그녀에 대한 생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려 애를 쓴다.

아파트를 줄여 일부는 3남매에게 나줘주고  아파트 명의와 연금, 책 인세들은 모두 그녀 앞으로 해주고 떠난다.

하지만 정작 그의 죽음 후에 몰고온 후폭풍은 가차없다.

사위와 딸, 아들 두 명이 아파트에 대한 가압류와 그녀에 대한 아버지가 생전에 남겨 둔 유언장의 내용을 보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들에 그녀 홍숙진 여사는 끝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총 2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의 우리 어머니, 아니 그 윗세대 분들의 질곡진 삶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과 자세를 엿 볼수가 있는 책이다.

 

전편의 기운이 밝은 긍정적인  방향을 보였다면 후편격인 뒤의 이야기는 암울하다.

그것이 지어낸 것이 아닌 실제 지금 우리가 처한 부모들의 이야기이고 보면 읽는 동안 부모는 내내 자식 뒷바지하기에 바쁘고 그런 자녀들은 자신들도 살아가기 바쁜 현실에 오히려 또 다시 부모를 삶의 현장에 내모는 형상과 죽은 고인에 대한 비난과 함께 재산에 대한 욕심을 보인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부인 심씨를 바라보는 성환씨의 입장은 그런 면에서 양쪽 갈림길에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처지이고 또 다른 동창생의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는, 명예와 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부인 심씨가 도우미로 나서게 된 것을 듣게 된 성환씨의 입장은 평생 고생만 시키다 말년까지 이런 일을 하게 만든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부인의 긍정적인 말에 서로의 위안을 삼는다.

 

해외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극히 사치스러울 것 없는 소박한 꿈을 갖고 시작하게 될 능바우여인만이 지닐 수있는 고단함 삶 속에 남편을 위로하고 자신에게도 긍정의 마인드를 선보인 그녀의 모습에서 강한 아내요, 어머니상을 발견한 작품이다.

 

그런 반면 동백꽃 여인 이야기는 읽는내내 부부간의 애틋함과 안타까움, 자신의 가치를 자신조차모르고 지내왔던 아픈 상처의 세월을 보듬어주고 진정한 자신감으로 채워준 남편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먼저 감으로써 홀로 남겨질 아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좀 더 사랑으로 채워질 수도 있었을 뒤늦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는 남자의 생각들이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었다.

 

여기엔 누구라도 죽음을 앞두고 정문호처럼 완벽하게 처신을 하고 떠날  준비는 되어있나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남겨진 자들, 자녀들의 물욕에 찬 행동들은 남편만을 사랑해서 재혼을 감행한 여인에게 가혹한 시련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그녀 또한 이것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결단성을 보인단 점에서 비록 시작은 슬픔과 서운함, 고인에 대한 사랑이 식기도 전이지만 호스피스란 직업을 택하는 결정적인 행동을 보인단 점에서 다시 한 번 또 다른 여인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게 한다.

 

한국여인들만이 느끼고 보여지는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단편이란 문학장르를 통해 장편보다 외히려 더 깊은 성찰과 반성, 그리고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투영해 보임으로써 보다 나은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던져 주게 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손으로 얼굴의 반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린 만큼의 두 여인들의 앞 날에도 꽃피는 웃음의 계절이 얼굴 전체에 올 수 있기를 빌게 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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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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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이란 문학책을 접했던 기억이 난다.

토지와는 또 다른 우리나라만의 색채를 느낄 수있었던 묵직한 감동을  주었던 책인만큼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책들을 읽노라면 새로운 감성이 느껴지기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번에 수상작인 비밀정원의 배경 또한 한국적인 느낌이 많이 드러나는 책이다.

 

노관이라는 강릉의 근 삼백 년간이나 존재하는 고택에서 자란 이(李)요란 주인공을 내세워 그 안에서 벌어졌던 성장기의 회상과 그가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일들까지 모두 노관이란 배경을 두고 장엄하게 펼쳐진다.

 

일찍 허약한 아버지를 여윈 이요는 집 안의 가장이자 붙박이 화분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로지 집 안에서만 활동을 거의 하다시피한 엄마 밑에서 홈스쿨을 하며 커간다.

 큰 고택답게 그 근방의 모든 땅 소유를 지녔다고 할 만큼 큰 살림을 하며 곁에서 도와주는 묘자 아주머니, 태경아범, 그리고 산지기 오두막집 아저씨, 집 안 소소한 일들을 돕는 여자들까지, 모두 이요의 성장에 있어서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는다.

 

어느 날 삼촌인 이율이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면서 노관에 들르게 되고 이어서 이요와 엄마와 같이 생활하는데, 자신이 알지 못했던 두 사람간의 비밀을 동네 아주머니들 입을 통해 듣게 된다.

 

 한 때는 사랑하는 연인들이었으나 엄마는 삼촌의 청혼과 도주를 어기고 아버지와 결혼을, 그리고 여기엔 요정이라고 생각했던 데레사라는   자신보다는 두어 살 정도 더 나이가 들었을거라고 생각한 성당에서 온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그 소녀가 전해주는 편지를 보관해 주는 일까지, 그리고 그 편지 안에 그녀의 인생이야기와 벽 이야기를 통해서 요는 하나의 정점에서 주위 사람들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고 다시 만남을 하는 것까지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결코 자신이 들었다는 내용을, 그래서 왜 그런 연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시종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그저 오로지 가슴 아프게만 지켜볼 뿐-

여기엔 시대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음이, 삼촌의 재차 요구한 두 사람의 결합을 왜 엄마는 답 없는 행동으로 보여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도, 아니 실은 두 갈래의 길에서 고민했음을 알려만 주는 식이다.

유신정권과 신군부의 집권과정으로 인해  자신의 선배이자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 김경수란 인물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시 인연을 겹쳐가는 데레사와 그녀의 유복자 아들까지 모두를 아우른 노관이란 곳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책의 특징은 기존에 보여왔던 현란한 미사여구의 표현이 드물다.

수묵화 향을 풍기는 듯한 아득함 속에 이루지 못한 사랑에 평생을 괴로워하며 그녀 곁을 맴돌아야 했던 한 청년인 이율의 사랑에 대한 강한 집념과 중독, 그것에서 헤어나올 수없었던 자신에 대한 처지, 두번씩이나 청혼을 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은 형수이자 옛 연인이었던 그녀에 대한 사랑의 실망감을 자살이라란 극단으로 내몰아야만했던, 그래서 비로소 사랑을 이루진 못했지만 완성했다고 한 손교수의 말처럼 자신의 생을 그렇게 끝을 내는 과정들을 저자는 시시콜콜 자세하게 풀어놓지 않는다.

 

그저 독자들은 곁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 인해서 그들의 사연을 알 뿐이며 이 또한 이요도 마찬가지로 주변인처럼 듣는 형식을 취한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 마다 고어체의 느낌이며 오히려 옛 전통책을 읽는듯한 느낌에 취해 촌스럽단 느낌마저 들지만 이마저도 몰입을 하게되면 오히려 지난 날의 그런 류를 느끼게 되는 고마움마저 들게 하는 고서의 느낌을 풍기는 책이다.

 

 여기에 일조를 하는 것은 다름아닌 작가의 철저한 지난 날에 대한 관찰력이 아닌가 싶다.

계몽사 책, 종로서적, 삼성 라디오 카세트 , 유신정권 속의 기숙사 생활, 신군부에 반한 당시의 대학가 풍경, 다방의 모습, 그리고 해마다 노관에서 걷어들이는 해산물의 걷어들임, 양식저장, 장작타는 냄새의 표현과 함께 모든 것이 계절의 변화에 따른 노관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활 자체의 여유로움과 한적함, 그리고 시대의 흐름 변화에 따른 노관의 집 안의 작은 부분들의 변화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삼촌의 자살 이후 “제가 율이씨(삼촌)의 방으로 들어간다면 다시 온전하게 세상으로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을까요?... 이번 생에서는 저 문 밖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으니까요...”란 어머니의 말에서 독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차라리 삼촌에게 자신의 이런 심정을 표현했더라면 삼촌 나름대로 자살이란 극단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의 인생방향을 바꾸지 않았을까도 싶었던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그것도 손 교수에게 비로소 넋두리 하듯 고백하는 장면은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그것마저도 시대가 요구한 당시의 정서상 도저히 용납할 수없었던 엄마 나름대로의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된다.

 이율이란 한 소년이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주위에 있던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고 더 나아가 데레사 이안마저도 노관의 언저리에 자신의 존재마저도 들어가고 싶어했던 그 아늑한 어린 시절의 추억거리들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노관이란 위치가 존재하는 한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는, 지난 날의 회상도 아름다웠다고 말 할수있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루어질 수없는 삼촌과 엄마의 사랑, 그 곁에 이요란  인물의 탄생, 먼저 탄생한 데레사와의 관계는 결국 모든 것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비밀스럽고 한(恨)많은 인생을 통해 저자의 드러내지 않는 감정의 노선유지와 함께 다른 사랑의 이룸방식을 보는 책이 아닌가 싶다.

 

빠른 전개에 익숙했던 책 읽기에서 잠시의 한가로움과 함께 책을 덮고나서 내 가슴이 왜 이리 시리고 아픈지, 두 사람은 죽어서야 곁에 있을 수 있었던 시대적인 사랑 이야기가 먹먹하게 전해져 온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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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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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제목의 글인 아시모프가 정의한 로봇

 

그가 정한  3대 원칙을 갖고 그에 맞는 이야기 구성을 하고 있다. 혼잡한 지하철서, 그것도 비로 인한 후덥지근한 냄새와 우산의 부딪침_ 이것마저도 삶의 한 연속성아란 생각으로 출근하는 그녀는 자신이 로봇이라고 말한 사람과 밤을 지내게 된다. 그가 말한 로봇의 3대 원칙에 의해서 정작 그녀가 자신에 대한 애정을 느끼자 홀연히 그녀 곁을 떠나버린다. 상사와의 잠자리에서조차도 돈을 받고 그것이 오히려 서로간에 주고 받는 식의 쿨한 행동이란 생각에 관계를 갖는 그녀에겐 어쩌면 로봇이라고 말한 그 사람(?) , 기계에 의해서 오히려 인간다움을 느끼는 감정을 이중적으로 내세운다. 

 

 두 번째인 여행 

 

연인이었던 수진과 대학강사 한선의 하룻 밤에 일어난 여행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다. 

한때 연인이었지만 수진의 유학과 함께 관계는 깨지고 다시 돌아온 그녀로부터 결혼준비에 바쁘단 소릴 듣는 한선은 그녀와 하루 여행을 제의하게 되고 차일피일 미루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강제로 동해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서로에 대한 그간의 야성적인, 인간이 갖출 수 있는 마음의 상처를 서로에게 입히고  웬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한선을 두고 119에 전화해 걸고 출동한 대원에게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부정을 해 버린다.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택시기사의 믿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말에도 손에 자신도 모르게 쥐어진 사금파리를 의지한 채 돌아온다. 

 

 세 번째 악어 

 

우연하게 천상의 목소리를 얻은 소년이 성공하지만 어느 날 클럽에서 본 소년의 노래를 듣게되고 악어가 지나가는 것을 본 순간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파트에서 추락한 악어를 발견한 경비에 의해서 박제로 남게되고 이 후 박제로부터 노래소리를 듣게되는 현상을 접한다.

 

네 번째 밀회

 

책 제목이 나오는 내용이다. 

7년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저작권사기를 갔던 그 곳에서 한 때 사랑했던 그녀를 만나게 되고 이 후 그녀와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 하이델베르크에 가서 매년 한 번씩 만나온 지가 7번째다. 그녀의 남편은 키푸그라 증후군(친밀감을 상실하는 병)으로 주위사람들을 의심하는 병에 걸리게 되고 그런 남편을 둔 그녀는 오직 견우직녀처럼 1년에 1번 씩 방문하는 나와 관계를 갖고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매번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정작 이번에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면서 자신이 정작 심장마비로 죽어감을 느낀다

다섯 번째 명예살인 

 

피부과 병원의 접수원인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그녀가 어느 날 피부에 걷잡을 수 없는 병이 생기면서 모두에게 미안하단 말과 함께 자살한다. 

 

여섯 번째 마코트

 

일본에서 유학온 매끈한 남학생 마코트를 둘러싸고 서로간 쟁취를 하기 위해 하숙까지 불사했던 그녀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졸업 후에 광고회사에 다니던 중 일로 일본에 가게 되면서 그와 연락을 하게 되고 만나면서 자신이 좋아했단 고백을 하게 되고 그 뜻이 받아들여짐의 행동을 마코트로부터 받는 유쾌한 이야기

 

일곱 번째 아이스크림

 

실업자인 동균과 그 아내는 분리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즐겨 하던 중 어느 날 석유 냄새가 난 것을 알고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를 하게 되면서 본의아니게 그 아이스크림의 10배나 넘는 물건을 받지만 정작 그것이 해결되기까지 집안 청소까지 하게 되는 과정을 갖게된다. 보상을 받았지만 정작 소비자상담실 부장이란 사람의 행동에 의구심을 갖게되지만 여전히 치킨을 먹는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덟 번째 조 

 

백화점의 경비를 맡고 있는 조는 많은 소매치기와 장물아비를 잡지만 정작 자신은 그 접수한 물건을 시계담당인 미스 정의 집에 보내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잡혀가면서도 정이 어떻게 자신이 그녀 집에 시계를 보냈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찬 생각을 하게 된다. 

 

아홉 번째 바다 이야기 1.2

 

바닷가에 있다가 영화 엑스트라로 거닐던 바다에서의 이야기와 다시금 돌아본 바다에 대한 이야기

 

열번 째 퀴즈 쇼

 

한 동네에 살던 은이와 같이 퀴즈쇼에 결승전까지 진출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의 주의평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집에 가서 관계를 맺게 되지만 정작 잠자리는 서로 떨어져 자게 된다는 한 남학생의 이야기

 

열한 번째 오늘의 커피

 

생고기를 파는 갈빗집에서 싸움이 났던 것을 계기로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자의 이야기 .

주문한 카페라테와 오늘의 커피가 서로 뒷 골목으로가서 당시 당했던 분풀이를 갚는 행동인 코뼈를 부러뜨리는 보복을 다룬 얘기

 

전작인 "퀴즈 쇼"란 것을 신문 연재로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내 취향과는 좀 동떨어진 소재고 현실에서 오는 젊은이들의 실업의 고뇌가 그다지 와 닿지않았다. 

이번에 무슨일이... 라는 제목으로 온 총 11편의 단편은 그래서 전작의 작가가 풍겼던 취향과 취지를 알 수 있게 해 준 계기를 주었다. 

문학의 필치라는 것이 단 ,중, 장을 아우르면서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독자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는가의 문제를 차지하고라도 이번의 작품은 시종 지루함을 주지않고 때론 웃음을 연발하는 유쾌함까지 준다. 

 

그렇다고 자칫 유쾌함만 추구하는 오류보다는 균형을 이뤘다고 하는 편이 옳을 듯 싶다. 현대인의 사랑에 대한 절실한 감정의 관계와 물질적인 현혹에 대한  현상으로 로봇이 가질 수있는 한계와 그로 인해서 오히려 기계에 사랑을 느끼는 인간의 마음을 포착한 점이 눈에 뛴다.

 

또 남녀간의 영원무구한 사랑의 감정에 대한 것이 어떻게 서로가 변질이 되고 관계를 부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짦은 하루 동안에 벌어진 여행의 이야기는 현대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사랑에 대한 물음을 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책 제목인 무슨일이... ,마코트와 아이스크림 _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풍경을 나의 시각으로 쫓아서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그녀와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무슨...은 .  고즈넉한 하이델베르크의 네이강의 묘사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호텔에서 매년 묶는 그녀와의 관계를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모르지도 않는 ,어정쩡한 사이에서 만남의 끈을 놓지 못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남녀간의 사랑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의 구애가 아닌 서로간의 외로움과 필요조건에 의한 무미건조한 관계를 그려낸다.

 

유학 온 일본 남학생에 대한 감정을 세월의흐름속에 짧은 글안이라도 충분히 그 감정과 소통하고 느끼게 해준 아주 재밌는 이야기다. 김영하 작가다운 유머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풋풋한 시절에 겪었던 사랑이 사회에 나가면서 겪는 직장일과 자신과 연적이었던 친구의 죽음, 그리고 다시 만나 용기를 내어 사랑고백을 한 우리의 용감한 대한처자의 행동은 오히려 소심했던 일본인 마코트의 행동과 대비되게 그려진 점이 글을 읽는 독자로선 아주 흥겨운 소재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크림 또한 주변에서 흔히 한 두 번쯤 겪었을 제조과정에서 잘못 나온 제품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또한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지저분한 집안을 그가 온다는 소식에 원치않게 집안 청소를 하게 되는 과정 묘사는 웃음을 연발한다. 앉은 자리에서 석유냄새가 나는 아이스크림을 계속 먹는 소비자상담실 부장의 행동을 보면서 오히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조 부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장면은 킬킬거림과 함께 어쩌면 이것이 사실로 받아들일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네 가장들의 애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나만의 극단적인 발상일까?  

 

짧은 몇 줄속에 기억이 남게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개그를 써도 무방할 듯 싶다. 제목에 맞춰서 써 내려간 명예살인, 바닷가 이야기, 오늘의 커피는 픽 하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현실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오는 현대인들의 내면적 방황과 그 안에서 도사리고 있는 이탈, 인간내면의 본성, 돈의 힘에 오늘도 여전히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작가는 이번 단편소설집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단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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