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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그녀의 이름은 장나이잉-
1911년 지주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중국에선 천재적인 여류작가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아직 그녀에 대한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실제적으로 그녀의 인생을 다룬 책을 먼저 만나본다.
당시의 시대를 생각한다면 그녀가 남긴 인생의 발자취는 흔히 말하는 진보적인 여성의 발자취로 기억이 될 수있고 제도와 그에 따른 차별, 그리고 오로지 종속된 삶에 갇혀 살아가던 그 때의 여성들과도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 작가이다.
엄마의 틀에 박힌 남아선호 사상 탓에 따뜻한 감정의 느낌을 받아보지 못하고 성장한 그녀는 오로지 그녀의 존재를 알아주고 받아 준 사람이 할아버지였다.
혈연관계로 따지자면 샤오홍의 아버지가 양자로 들어간 집 안의 할아버지라 직계혈육이라고는 할 수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샤오홍과 가까웠던 할아버리란 존재는 그녀가 차후 작품을 쓰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각인이 된다.
고달픈 생활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생활과는 다른 생활환경이었지만 그녀 또한 집 안에선 예외가 될 수없는 한 여자의 존재로 인식되기에 아버지의 강권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되지만 이를 거부하고 집 안과 인연을 끊게되는 대담성을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모진 고생 끝에 만난 사람이 결혼대상자였단 사실 앞에서, 그리고 사랑이라 믿으며 그의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그 남자는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집에 도움을 청하러 간다고 하곤 그녀의 인생의 마지막까지 보지 못하게 되는 남자로 남는다.
그녀의 문학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사랑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모두 세 명이다.
첫 남자와의 생활고에 찌들고 어린 시절에 잠깐 만남을 가졌던 두 사람를 빼면 그녀의 본격적인 문학적인 동지이자 애증의 대상이요, 그럼에도 쉽게 그의 방종적인 여자와 어울리는 생활조차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동반자 샤오췬, 그리고 그녀보다 연하였던 남자 두안, 끝까지 자신의 죽음을 지켰던 남자 뤄빈지-
어릴 적 사랑에 대한 갈구가 심했던 만큼 한 번 사랑의 대상 이라고 생각한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불꽃처럼 사랑하고 넓은 시야를 보지 못했기에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세상의 비난과 조롱, 그리고 아픈 쓰라린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녀는 쉽게 사랑이란 말 앞에선 여지없이 가녀린 여인 그 자체였다.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도와준 사람이자 동거남 이었던 샤오췬과의 관계를 통해 , 자신과 같은 뜻, 동향의 사람, 그리고 샤오췬의 패기 넘치는 이상을 보인것과는 다르게 소심해보이지만 뜻이 통했던 무안을 통해서, 그리고 마지막 폐병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맬 때 무안조차도 돈을 마련한단 빌미로 제대로 남편으로서 책임을 지지 못하던 때 위로와 친구가 되어주었던 뤄빈지란 세 인물들은 샤오홍에 있어서 가장 빛나던 황금시대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조여오는 일본군의 침공으로 인해 좌파 문학 인사들의 동향과 더불어 그녀 자신에게 정신적인 애인이자 격려의 스승이요, 적극적으로 힘을 써준 루쉰과의 만남은 남녀의 사이를 넘어선 같은 학문을 지향하고 뜻을 같이 모으고 지지해준 ,어릴 적 할아버지를 만난 듯한 정신적 지주를 만나게 되는 과정은 그녀가 차후 중국 문학의 한 부분으로 차지할 수있게 한 원동력이 됨을 알려주는 대목들과 함께 스승과 제자 사이를 넘어, 그녀에게 잠시나마 사랑의 상처를 딛고 일어 설 수있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이야 자신의 의사 결정대로 결혼의사를 표현 할 수있는 시대에 샤오홍이 살았던 시대는 전 봉건적이고 근시안적이며, 뭣보다 노동의 착취, 농민들 삶에 고달픔,여성,유아들의 천시가 기본적인 정서로 깔린 시대임을 감안하고 본다면 일찍부터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방향자체를 개척했단 점에서 대단한 여성이란 생각이 든다.
그 댓가로 그녀의 인생 자체는 고통의 일련연속이지만, 한 여인이 겪을 수있다고 생각되던 모든 것을 겪은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아이에 대한 입양포기, 아이의 유산, 사랑에 대한 배신) 이런 삶이 있었기에 다른 일탈에 대해선 꿈도 꾸어보지 못한 당시의 여성들에게 일말의 용기를 심어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했으며, 그 사랑이 비록 배신하고 자신이 쓰러졌을지언정, 자신을 지탱해 준 문학을 통해서 활활 타오르다 안타깝게 자신의 재능을 더 이상 펴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샤오홍이란 여류작가의 삶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과 그 바탕엔 무엇이 가슴을 뜨겁게 움직이는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힘차게 적극적인 삶을 살아보라고 채찍질 할 것만 같은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책이다.
소설책이지만 한 인물의 전 생애를 다룬 전기란 색채가 들게하고, 그 당시의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의 모습, 문인으로서 시대와 협류하느냐, 또 다른 방향에서 작품을 써야하는냐에 대한 지식들의 고뇌들을 엿 볼수가 있는 것이 당시의 우리나라 지식들도 이런 영향을 받았던 시대인지라 더욱 친근감이 와 닿은 작품이기도 하다.
탕웨이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나온 것인 만큼 이 여류작가의 작품세계도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