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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평점 :

차세대 불문학의 인기있는 소설가로의 입지를 다진 기욤 뮈소-
한국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다보니 방한도 한 적이 있지만 그의 소설만의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프랑스는 물론이고 대부분이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 많다는 점-
그리고 시놉시스처럼 연상되는 각 차트마다 새롭게 나오는 간략한 문구와 영상미를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산뜻한 신세대만의 감각을 유지하고 글을 쓴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가? 여성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고 읽어나가면서도 지루함을 모른단 점에서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알고 쓰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매번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꼭 읽어보게 되는 나로선 이번 작품이 '종이여자'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물론 차후에 나올 작품은 제와한 상태)
그가 지향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각기 다른 플롯에서 나타남과 동시에 전체가 한꺼번에 합쳐져 이야기의 전체 구성을 이루는 것은 이번 작품도 동일하다.
다만 전 작과 비교해 볼 때 '사랑'과 '기억'이란 주제가 훨씬 기존에 나왔던 작품보단 깊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것이 작가의 연륜이 쌓이면서 또 다른 실험적 소설쓰기의 한 형태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맛을 골라보는 독자의 즐거움이 새롭게 다가오게 만든다.
아침 여덟 시-
파리경찰청 강력계 팀장 알리스는 눈을 떠보니 어떤 공원 벤치에 자신이 있고 자신의 손엔 웬 낯선 남자의 손과 같이 수갑이 채워져 묶여져 있다.
분명 어젯 밤에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술을 마시고 주차장까지 간 기억이 있는데, 왜 자신은 이런 곳에 있으며 수갑까지, 더군다나 자신을 재즈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 가브리엘이란 남자와는 초면이다.
정말 알 수없는 것은 그 남자 자신조차도 왜 여기 왔는지, 자신 또한 더블린의 재즈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사실을 말할 때 두 사람은 이 해결을 풀기 위해 동반자로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신 여성만을 노리고 죽인 연쇄살인범을 쫓기 위해 만삭의 몸으로 현장에서 아기를 유산하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던 알리스는 남편 또한 자신의 사고를 알고 보러오던 중 차량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이다.
자신의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었던 범인 잡기에 몰두했던 자신이 왜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떨어졌으며 자신을 증명해 줄 유일한 신분증과 함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여성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기욤뮈소만의 스릴과 추리, 그리고 여기에 결정적으로 가족간의 몰 이해와 그런 가운데 아버지로서의 부성애를 보여주는 알리스의 아버지의 행동, 뒤에 갈수록 좀체 범인을 잡을 수있는 순간까지 가다가 놓쳐버리는 아쉬운 불발의 순간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좀체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전 작에서도 그렇지만 기욤뮈소는 가족간의 이별과 사랑,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글쓰기가 탁월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말이었기에 읽어나가는 동안에 허를 찔린 기분이지만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후에 점점 희미해져가는 알리스가 택하게 된 것은 바로 죽을 권리였다.
그럼에도 총을 내려 놓은 것은 가브리엘의 진정한 사랑의 말과 행동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첫 눈에 당찬 그녀의 모습에 반하면서 자신의 우울한 삶에 대한 것을 뒤로 하고 그녀를 위해 앞으로 사랑하며 살 것을 권유하는 모습이 책 속의 가상의 인물이지만 정말 따뜻한 심성의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점점 자신을 몰라보게 될 것이고, 주위 사람은 물론 수시로 좋았다 나빠졌다할 상황을, 현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자는 그의 말엔 알리스 조차도 삶에 대한 포기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엔 무엇이 위안을 줄까?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뭣보다 알리스와 가브리엘 처럼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로간의 이해와 보듬어 주기, 그리고 함께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사랑의 깊이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항상 긍정적으로 끝나는 결말도 기욤뮈소만의 방식이지만 이번 책은 그런 긍정을 넘어선 강한 사랑애를 느끼게 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