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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인육 비사 - 肝膽 (간담)
조동인 지음 / 미래지향 / 2014년 11월
평점 :

조선의 역대 왕 중에서 추앙받는 임금 중엔 세종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한다면 바로 훈민정음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의 업적은 말로는 표현 할 수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음은 자명한 사실~
그런데 이런 태평성대의 시대에도 말 못할 시련이 있었다면 믿을 수있을까?
하물며 인육이란 표현을.... 있는 글자 그대로 상상만 해도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는....
영화 '연가시'의 원안 작가로서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북팔 미스터리에서 장기간 동안 순위를 차지했을 만큼 소재면에선 일단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데는 성공-
배경은 세종 재위 29년인 1447년 봄을 시작으로 서막의 장을 연다.
대사헌 이계린이 고하기를,
"금년 봄에 기근(飢饉)이 너무 심하여 사람의 고기를 먹는 자까지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정통 정묘년(세종 29,1447년) 11월 15일
이에 조정에선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도성에서 일하는 백정 골추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그의 집에서 사람의 사지들이 각기 정확하게 분할된 모습으로 분리된 사체들을 발견하는 과정부터 섬득하게 다가온다.
사람의 머리 부분들은 얼굴 형체만 남긴 채, 눈동자, 치아, 혀는 모두 제외된 채 따로 매달아 놓은 형상들을 보는 심정들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세종은 골추를 사형에 처하지 않고 전옥서에 가둔 후, 은밀히 내사를 벌이는 동시에 이계린의 제자인 전리 김의정과 사헌 감찰부의 이인손으로 하여금 전국의 상황을 조사토록 하는데...
일단 이 책은 팩션임을 감안하고 시작한 것임을 알고 읽어나갔음에도 책 속의 묘사장면들은 인상을 구겨질 정도의 표현수위들이 가혹할 정도로 높게 나온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먹을 수가 있을까?를 지금 이 시간에도 생각할 수있지만, 만약 저 상황이 된다면 과연 인간의 도리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에서 산을 정복하는 사람들이 도중에 길을 잃고 동료들이 하나 둘 죽어갈 때 인육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들, 바다에서 식수와 식량이 떨어졌을 때 가위보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 속에서 먹는 경위들은 들어보고 영상을 통해 보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와 마찬가기로 기근이 덥치고 기우제를 지내도 소량의 비 밖에 내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나라에선 급기야 관노의 신청을 받아들여 구제의 개념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현상까지 일어난다면?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출산을 앞 둔 아내의 부푼 몸과 어린 아들을 둔 양반 가장으로서 식량을 구할 길 없어 자신의 목숨을 끊어 댈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까지...
이 책에선 짐승이 할 짓이라고 비난만은 할 수밖에 없는 저간의 안타깝고도 처참한 사정들을 보여준다.
누군가 지방에서 이런 현상에 대한 상소를 가로채어 임금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가게 하지 못한단 심증을 잡기 위해 전국을 조사한 두 사람과 고려의 기울어가는 권문세가이면서 조선이란 나라에서 신진 세력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서러움을 인육살해를 통해 정권을 뒤집으려한 양반, 백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비만치도 못한 처우에 반기를 든 돌툰까지...
여기엔 과연 충성된 신하의 도리란 무엇인가를 두고 또 다른 쟁점을 생각해 볼수가 있으니 바로임금이 않고 있는 각종 병들이 문제로 대두된다.
세종은 알다시피 많은 업적을 남긴 만큼 후유증이 많았다.
소갈증(당뇨), 안구에 대한 병, 창질(매독)....
전문 어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등에 고름이 생겨서 짜야되는 절박한 건강상의 문제는 곧바로 앞을 볼 수없는 신세로 바뀌게 되는 과정에서 이런 인육의 사건은 사축서의 말피로 만든 술, 빙고의 얼음을 대준 정육소. 사축서, 빙고가 연관이 된 흐름들이 유연하게 펼쳐진다.
신하된 입장에선 조선이 살아야 백성이 있다는 생각 하에 저지른 이런 사건의 여파는 반대의 입장인 장영실의 생각과 배치되는 구조를 보인다.
백성이 살아야 조선이 있다는 생각-
조정의 신하들은 실제 생활에 있어서 백성들의 고충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을 사람들이 과연 몇명이나 있었는지, 그저 탁상공론에만 있는 틀에 박힌 문제점 나열들만 하는 모습들 속엔 장영실의 생각과 행동은 실로 극과 극의 현상을 보임으로써 충성의 도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만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억울한 신분의 격차에서 오는 울분과 이를 인육이란 보복으로 삼킨 박인회나 돌쿤의 행동도 잘못이지만 최상의 신분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 근저리엔 백성을 생각한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한 책이었다.
세종 때만이 아니라 다른 시대의 왕들도 이런 일들이 있었단 보고가 있는 글귀들은 성군의 역사는 위대해야만 한다는 책 뒷장의 문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해 본다.
팩션의 한계임에도 꼼꼼한 역사적인 글귀의 취재나 당시의 시대를 그려낸 글의 구성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표현법이 너무 사실적이다 보니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은 들었으나 백성들의 서로 다른 계층간의 처지들을 묘사한 부분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