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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즐겨 읽었던 책들 중에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물론 황석영, 김주영 , 박경리, 최인호 작가들도 대작을 다뤘다는 점에서 조정래 작가와 같은 계열로 기억이 되지만 작가의 말처럼 요즘의 문학작가들 중엔 대작시리즈로 써내는 작가들이 없기에, 그것이 문학의 한 흐름이라해도 아쉽다는 생각을 해 오던 차, '정글만리'가 나오자마자 다시 손에 든지도 벌써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엊그제 신문에 2013 년도에 이어서 2014 년도에도 국립중앙도서관 대출 1위 작품으로 '정글만리'가 올랐단 소식을 접하게 됬다.
유려한 글의 흐름과 손에 놓기가 쉽지 않은 작가의 작품의 세계는 기존의 한국 현대사 3부작이라고 붙여진 작품에 버금가는 생동감 있는 현 시대의 흐름을 짚었다는 데서 작가의 노련미와 눈썰미, 그리고 지치지 않는 창작의 힘을 느끼게 한 작품이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도 여러 곳에서 나눈 대담들이 앞 머리 부분에서 밝혔듯이 자주 겹치는 부분들이 나오는데, 그 중 한 부분이 바로 중국 바로보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드러낸 부분들이 아닌가 싶다.
이미 중국은 일본을 앞질러 G2의 자리에 안착을 했고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인 위치에선 어느 정치적인 이익에 힘을 써야할 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한 대목들이 흘러나온다.
1990년대 부터 중국과 수교를 맺기 전에 이미 발품을 팔아서 중국을 드나들었고, 각종 중국에 관한 책들과 그에 관련된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토대로 제대로 중국을 보길 원했던 작가의 노력의 결실이 바로 중국만리로 탄생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작가가 생각한 민족주의에 대한 생각, 더 이상 현재에 안주해선 더 이상의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현실적인 대안들을 대하노라면 작가가 아닌 경제 전문가가 쓴 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만큼 작가로서 자신이 쓴 창작품에 대한 강인한 소신주의와 함께 20년 동안 스스로 글 감옥을 자처했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그려보고자 작품을 써야만 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문인으로서의 대중에게 어떤 감동을 주고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질 수있는가에 대한 생각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어떤 목적의식을 되새겨 주게도 한다.
***** 문학은 그런 척박함에 뿌리내리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래서 그 꽃은 영원을 향하여 시들지 않습니다. 문학을 하며 호화롭게 살기를 바라지 말고, 굶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학의 생명은 영원합니다. 그 확신 위에서 좋은 작품은 탄생하며, 굶주리며 쓴 좋은 작품은 영생을 얻습니다. 문학은 어차피 어느 시대에나 절대다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수가 선택하되, 그 소수가 인간사회를 이끌어갔습니다.. '작가란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의 산소다.' 인류적 동의로 주어진 명예입니다.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실존입니다. - p292
그렇다고 딱딱한 대화만이 아닌 시인인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이야기, 그리고 손자에게 재밌는 만화책을 선물해 주는, 영락없는 손자 사랑 할아버지의 면모도 들여다 볼 수있다.
모든 한국의 근대사를 겪은 작가답게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다가오게 한다.
***** 요즘 '행복한 인생'이 전 구민의 화두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못 간다고 불행해하지 말라. 배를 타고 가면 비행기로는 못 ㅗ는 아름다운 산하를 볼 수 있다. 망망대해와 수평선,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 많이 갖는 것, 높이 빨리 가는 것 대신 자신의 속도로 인생을 살면 아름다운 것을 수없이 만난다.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속도로 해나가기 위해선 독서를 권한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p214
한 때 어느 전 대기업 회장이 쓴 책 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란 말이 새삼 다시 떠오르는 것은 지금의 중국을 예전의 느낌대로 대하지 말것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진정으로 우리가 앞으로 좀 더 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취해야 할 소신있는 행동과 결단력, 그리고 문학 전반에 이르는 모든 생각들을 작가의 입을 통해 표현해 낸 책이라 어느 대담집 처럼 그냥 읽고 감동만 하기에는 좀 더 분발성 있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차후 작품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말에 어떤 방향으로 현 시대를 다시 되짚어 보게 할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