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 싶은 유럽 vs 유럽
최철호.최세찬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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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여행을 함에 있어서 어느 특정한 계절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느낀다.

물론 내가 꼭 보고자 하는 축제나 행사 관련들에 관한 계절과 시기를 따진다면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지만 여행이란 것이 나에게 어느 순간 딱 맞게 다가오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많으면 비용 면에서, 반대인 경우도 있는 터라 이 책이 주는 의미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선택의 폭을 쉽게 할 수 있다는 데에 도움을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기존에 나왔던 유럽여행에 관한 글을 쓴 저자의 이력이 여기서도 충분히 발휘됐다 싶은 것이 많은 유럽 지역 안에서도 비교의 대상을 골라서 보여주고 자신의 취향을 고려한 여행 선택의 도움을 주기에 다른 책들에서 보는 것과도 같은 내용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엑기스만 뽑아내어 지은 책이란 인상이 남는 책이다.

 

 

여행의 장소로 가장 선호한다는 유럽권-

그 안에는 물론 동양과는 다른 서구권 문명이 보여주는 문화유산 외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고지대에 위치한 유산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자연의 경관과 조화를 이룬 느낌을 남달리 느껴 볼 수 있고 한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그 곳뿐만이 아닌 주변의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의 장소도 같이 볼 것을 권유해 주는 책이기 때문에 많은 블로거들의 글과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전혀 몰랐던 장소를 보게 되는 기쁨이 있다.

 

 

 

 

여행이란 자신에게 주는 하나의 휴식이자 그 여행에서 오는 각기 다른 감정들을 느끼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하나라도 제대로 볼 것을 권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각 장소를 통해 보여주는 사진들을 그저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장소가 아닌 한 주제를 통해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여행의 테마란 점에서 건축과 미술, 그리고 그 당시에 속했던 역사적인 사건들, 그리고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게 된 배경들을 읽노라면 당장이라도 서둘러 떠나고 싶게 하는 책-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전망대 베스트 10이란 부록에 수록된 장소들이다.

 

이미 방송에서 방영된 탓에 낯익은 장소도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들이고, 가본 장소는 추억에 잠기고, 못 가본 장소는 사진으로나마 위안을 삼았다고할까? ~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는 다양한 소재와 선택에 어울리는 주제가 선별적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옥의 티라면  글과 부합되는 사진들이 보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젠 서서히 휴가의 끝마무리로 다가가는 이때, 또 다른 장소로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별개의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여행에 도전해 봄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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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혜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9
크누트 함순 지음, 안미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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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지요

농부가 씨를 뿌려 흙으로 덮은 후에
발로 밟고 손뼉치고 사방을 둘러 보네

친구를 기다려 친구를 기다려
한사람만 나오세요 나와 같이 춤추세

랄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책을 접하면서 떠오른 동요다.

어릴 적 많이 듣고 배웠던 노래, 참 오래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시간을 준 책이자 자연에 대한 그 어떤 경외심을 불러일으킨 책, 바로 이 책으로 마음으로나마 한껏 전원생활을 해본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크누트 함순-

19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크누트 함순의 대표작으로서 그의 전성기 때의 필치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황야를 지나 숲으로 통하는 기나긴 길. 그 길을 낸 것은 누구였을까? 이곳에 처음으로 왔던 남자, 그 사람이었으리라. 그가 오기 전에는 길이 없었다. 그가 다녀간 후로 이런저런 동물들이 습지와 황야에 찍힌 그의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 길을 한결 또렷하게 만들었으리라.-P.9

 

첫 구절로 시작되는 위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저자가 왜 '땅의 혜택'이란 제목을 지었는지에 대한 의미를 함축했다고 느낄 수가 있다.

 

한 남자가 위의 황무지 길을 여러 갈래의 길을 통해 발로 두드려보고 다져보고 확인 끝에 자신이 머물 곳을 정하는 데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사크다.

어느 출신인지, 부모는 있는지, 형제는? 그 어떤 궁금증도 일체 배제한 채 그의 전 일생은 오로지 황무지 개간과 함께 시작되는 긴 생애다.

 

처음에 신혼살림을 장만할 때 모든 것을 갖추고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나씩 하나씩 자신들의 돈으로 장만하는 기쁨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읽어나가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자신의 노력의 부산물이 하나 둘 늘어가는 기쁨을 누리는 이사크를 통해 절로 신이나게 하는 책이다.

 

처음에 시작되는 황무지 개간을 시작으로 풀을 뽑고 돌을 캐내면서 개간을 하기 시작하는 그는 어느덧 소와 양도 거느리게 되고 새끼가 탄생하면서부터 살림이 불자 집도 늘리게 되고, 헛간, 우리까지.... 자신의 일을 도와줄 여인의 손길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척박한, 아무도 없이 홀로 사는, 오로지 새소리와 울창한 숲, 그리고 말도 없고 수레조차도 생각할 수없는 곳에 그 누가 올까?

그러던 차, 어느 날 잉에르란 몸집이 크면서 언청이인 여인이 하룻 밤 묵게 되고 하루가 이틀, 사흘...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와 같이 살게 된다.

아들도 둘씩이나 순풍 낳아주고,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하는 그녀, 이사크는 오로지 자연이 준 그 선물에 묵묵히 보답한다.

 

때가 되면 씨를 뿌린 곳에 거둔 수확, 우유나 치즈를 시내에 나가 필요한 물건을 바꿔오는 생활 속에 말과 수레도 갖추게 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초원의 집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물 흐르듯 계절의 변화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흐른다.

 

이 소설 속에서는 급박한 스릴이 없다.

요즘으로 치면 답답할 정도의 시간상의 변화를 보여주지만 굳이 요즘 말로 생각한다면 슬로 시티란 말이 어울릴까?

이마저도 잠시 바쁜 현대의 생활 속에 한 템포 늦추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 책이라고 느낄 만큼 오랜만에 '월든'과 동급을 이룬는 책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한 장정이 자신의 힘만으로 우직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천성과 부지런함, 자신과 잉에르에게 닥친 불행을 겪게끔 한 올리네를 집 안에 들일 수밖에 없었던 상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그녀가 한 행동에 대한 결과로 따질 수도 있었을, 그 전반적인 모든 상황의 시작점, 그리고 그녀를 내쫓을 수도 있었을 충분한 조건임에도 그저 입을 다물고 사는 성격 앞에선 답답함도 전해주지만, 그는 이에 순응까지 하면서 땅 위에 자신의 발을 내딛고 움직일 줄 모른다.

 

국가로부터 땅을 사들이고 구리가 나오면서 각층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대가 접어들어도, 자신의 첫 아들인 엘레세우스가 자신의 뜻을 저버리고 도심으로 갈지라도 그는 언젠간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희망사항까지, 골수까지 농부에 삶을 바친 사람으로 나온다.

 

이런 그에게 자연은 때론 가뭄과 비의 혜택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부지런하고 땅은 속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에겐 아내인 잉에르, 둘째 아들 시베르트, 딸 레오폴디네, 레베카까지 그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셀란로 농장의 지주이자 영주인 이사크로 대변되는 그 광활한 황무지 개간의 토대를 발전이란 말로  이루는 과정들이 사회 변혁기를 거치면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통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가 발달하고 모든 것이 인간의 편의 위주로 발전해 가는 시대 속에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자연에서 얻는 수확의 뒤엔  노동이란 노력과  그 결실의 보상, 노력한 만큼 자연은 인간에게 그만큼의 자비를 베풀어 준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인생의 어려운 시련을 겪어가면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관철시킨 이사크란 남자를 통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재조명해 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자급자족의 풍요로운 생활, 돈이 필요 없고 필요한 것만큼 취해가면서 살아가는 생활, 문득 귀농을 하는 사람들, 또 삼시 세끼란 프로를 통해 한가롭게 보여도 쉴 틈 없이 부지런히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농작물의 관리를 보면서 작가가 그리고자 한 세상, 그리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자연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는 곳곳의 여러 사건들과 사람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로움을 간결하면서도 뜻깊게 전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풀 한 포기 하나라도, 소중히 다루는 이사크의 삶을 통해 바라본 당시의 시대상황의 변화 감지를 그의 자식들의 행동을 통해서, 그리고 약삭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천천히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그의 삶이 무척 부럽기도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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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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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로 찌는듯한 숨 막히는 날씨가 연속되다 보니 책 읽는 속도도 빠르게 진전 되질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정말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들이야 다르겠지만...) 워낙 요 네스뵈의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번에 나온 신간을 손꼽아 기다린 시간이 지쳐갈 즈음에 요 님의 손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 예매를 서두르다시피 했었고 지금?

아~ 대 만족이다, 거기에다가 책 내용까지....

 

그 만의 독보적인 필치는 두말할 것 없지만 이번에  해리홀레 시리즈를 체쳐두고 새롭게 선보인 독립적인 이야기 속으로 오랜만에 헤드헌터 이후 접해보게 됐다.

 

기존의 해리홀레에 대한 다양한 계절상의 옷차림의 변주가 연상되는 듯한 패션쇼가 있었다면 요번엔 단독으로 치런진 패션 쇼란 느낌이랄까?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선 웬일인지 마음이 묵직하고 아프고, 소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 때문에 어떻게 내 느낌을 전해야 할 지 시간이 필요한 책이기도 했다.

 

전형적인 스릴의 형식이자 흔히 보는 영화에서처럼 복수란 타이트롤에 맞게 구성된 책, 더군다나 장소가 감옥이니 독자들 입장에선 대 환영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감옥 안에서 성자처럼 불리는, 그 흔한 영역소속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조용히 복역하고 있는 장기수 소니 로프투스는 모든 복역수들로부터 고해성사를 담당해 주는 역할을 하는, 헤로인 복용 범죄자다.

두 건의 살해 사건을 시인하고 복역하는 동안 끊임없이 죄를 대신 인정하는 대가로 감옥에 있으면서 헤로인을 공급받는자-

그에겐 누구보다 정직한 경찰 출신의 아버지를 둔, 한때나마 정상적인 가정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마약상과 거래한 첩보자였단 유서를 쓴 채 자살로 마감한 이후론 엄마마저 술에 취해 죽게 되면서 자신 또한 헤로인의 복용을 멈출 수 없는 자로 살아간다.

 

어느 날, 오랜 복역생활 탓에 세상에 나오기조차 두려워한 한 노인이 있으니, 그 노인은 자신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그에게 한다.

지금까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진실, 소니에게 그의 아버지에 대한 억울한 누명이 있었음을, 자살한 것이 아닌 낌새를 눈치챈 마약상의 거두, 일명 네스토르의 협박에 못 이겨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네스토르 뒤엔 쌍둥이란 별명으로 붙여진 전설일지, 실존 인물일지조차도 모를 정도의 미지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만약 내게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과연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도 모른 채 18살에 들어와 12년간을 복역하면서 내 세상은 내가 상상했던 아버지의 세계가 그렇게 허망하게도 끝나버린 순간 자신의 인생도 끝나버렸음을 자책하며 살아온 그 세월은 누구에게, 어떻게 풀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가 시종 진지하면서도 한 편의 영상미를 연신 떠올리게 만든다.

 

 “난 어릴 때부터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유서를 봤을 때 내 인생에서 아버지는 사라져버렸죠. 나도 사라졌고요. 그러다 감옥에서 진실을,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를 위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다시 태어났어요.” -P529

 

 

 

                            (디페시 모드 그룹 노래)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엔 할 줄 모르는 남자, 탈출을 하면서 마약자들의 쉼터로 둥지를 틀고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을 하나둘씩 처단해 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다른 책들처럼 시원하고 통쾌하면서도 왜 그리 소니란 인물에게 시종 시선을 거둘 수 없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과연 법적인 둘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구원의 문제를 넘어선 근본적인 삶의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여기엔 아버지의 친구이자 한때는 도박중독자였던 경찰인 시몬의 심리 상태와 그가 처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마약상과 거래하는 경찰청 내의 첩보자가 있는 것인지, 과연 소니의 아버지가 당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해결책은 있는 것인지가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고 맞물리면서 진행이 되고,  시몬에게 걸려있는 또 하나의 걸림돌, 사랑하는 아내의 눈이 실명되어가는 과정에서 거액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하나의 딜레마와 그 해결책을 고민하는 한 여린 인간의 모습이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소니의 존재를 알고 있는 시몬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해결이 날 것인지에 대한 진행이 물 흐르듯 도통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물로 물리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비단 동. 식물들의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역시 하나의 살아있는 동물이요, 단지 생각할 줄 안다는 것에서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면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법의 이해할 수없는 체계들은 마약범들을 다루는 시설에서도 드러내 보이는 점들이 책을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내보이고자 하는 메세지는 악랄한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단 사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에서 정도를 벗어난 사람들을 번식하지 못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것일 뿐, 그 어떤 섣부른 일말의 결정조차도 신중해야 함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세상과 담쌓고 살아왔던 소니가 느낀 사랑,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 진실이 한순간에 깨져버린 실망감 속에 느꼈을 아버지란 존재, 아내 엘세에게만큼은 눈을 살려 세상을 보게 해 주려한 남자 시몬의 사랑, 세대를 넘어선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적인 막막함 속에 드러난 안타까움 ,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느낌은 느와르적인 색채가 짙게 풍겨 나온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

       

세상의 모든 악을 없애버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꿨던 남자 소니, 과연 그의 앞 날은 예전처럼 이 아닌 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지,,,,

 

자녀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첫 우상이 바로 부모님이라고 하던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니의 아버지는 분명 가정을 위해 희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였고, 아버지의 비밀을 알아버린 소니가 느꼈을 참담함 속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행동들은 아들은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버지를 뛰어넘었으니까...

 

 

 

첫 장면부터 생생한 묘사와 함께 침울하고 우울한 감옥의 모습들이 프리즌 브레이크와 쇼 생크 탈출을 연상시킨다.

 

네스뵈만의 선과 악을 대하는 방식, 세상의 선과 악을 다루는 그의 생각과 글들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그 만의 음악이 선보인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접해보는 CD와 노래, 그리고 여전히 알코올은 아니지만 도박이란 중독에 허덕이는 인간의 모습과 참회의 행동들이 보이는 책이라, 이 한 여름에 꼭 읽어보면 좋을 책에 또 한 권 추가한다.

 

지금도 회색 후디를 입고 푹 눌러쓴 모자 속에 비친 창백하고 가련한 몸매의 남정네 하나가 빨간 스포츠 백을 둘러메고 걸어간다면 "소니!" 하고 불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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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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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라고 하면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게 되는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사랑하는 왕자님을 곁에 두고도 말을 할 수 없었던 비련의 주인공  인어 공주가 생각날 것 같은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 동화 말고도 여러 바닷속 등장인물들 가운데 나오는 인어들도 생각날 것이다.

 

표지가 참 시원하고 그야말로 디즈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하는 작가의 첫 연대기 시리즈 중 첫 편에 속한다.

바로 일명 ~연대기 시리즈-

 

'워터 파이어 연대기' 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 이미 2편이 국내에 번역이 되어 있고 다른 후속편도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이런 종류를 즐기는 독자라면 무척 반갑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배경이 바다이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상의 나래들이 그동안 보아왔던 다양한 식물군,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접해 본 익살스러운 바다 생물들의 묘사들이 연상 떠오르게 한다.

 

베니스 부근 아드리아 해에 있는 인어 왕국, 미로마라의 16살 인어 공주 세라피나가 주된 주인공이다.

 

일명 그리스어로 시험이란 뜻의 도키미' 행사로 시작되는 책의 서두는  바로 자신의 엄마 다음인  미로마라 국의 다음 계승자임을 확인하고 약혼자로 지정된 마틸다 왕국의 왕자 마흐다와의 언약식이 정해져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됨이 요구되는 일인 가운데 그녀는 꿈을 꾸게 된다.

 

자신을 부르는 듯한 전설 속의 마녀가 부르는 노랫 소리는 기정사실처럼 도키미 행사장에서 어머니 이사벨라 여왕과 아버지가 암살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고 그녀는 가까스로 마틸다 왕국의 공주이자 친구인 닐라와 도망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다양한 모험이 그려지는 이 소설은 어린 소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왜 엄마가 그토록 자신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생각의 성장과 함께 바다속 세계의 풍경과 결코 빠질 수 없는 탐욕과 야욕이 서로 결합해 엉망진창이 된 나라의 모습, 힘없이 목숨을 버리게 되는 연약한 백성 인어들의 처참한 모습들, 인간이라도 인어들의 뜻과 함께 하면서 바다란 자연의 존재를 보존하고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일명 평화운동 주의자들 같은 인간들의 모습과 환상적인 저마다 다른 특기를 지닌 6명의 인어 소녀들이 만나는 과정들이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둥글게 손을 맞잡고 바닷속 괴물이 나오지 못하게 막으려 했던 마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 먼 남극까지 가야만 하는 머나 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다음의 이야기들이 기대를 하게 한다.

 

우리가 미지의 대륙이라고 알고 있던 환상의 개념 속에 사라져간 아틀라스 대륙에 대한 전설을 저자가 그려낸 신화와 결합된 이야기의 세계와 대륙의 몰락과 함께 인간들이 인어로 변해가면서 삶의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했다는 그럴 듯한 가정, 그리스어, 라틴어, 포르투갈어가 섞인 말들이 나오는 것은 인간들이 쓰던 언어가 그대로 바다속까지 계속 이어졌단 것의 뜻인지 아니면 바다란  한계에 부딪쳐 그럴듯한 이야기의 구성상 어떤 상상의 단어조차 그려낼 수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인다.

 

나약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위험을 물리치고 세라가 그리던 왕국을 이룰 수 있을지, 진정 자신이 사랑하고 기다려왔던 마흐다 왕자와 그 난리 통에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랑, 아니면 진짜 서로간의 사랑 확인을 할 수 있을지, 성장동화처럼 읽히기도 하고 바다속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가 곁들여지기도 해서 아마 겨울 왕국처럼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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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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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흔히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때로는 친구요, 때로는 더없는 원수지간(?),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같은 유전인자를 지닌 '여성'이란 친근감은 이렇게 늘 삐걱거리다가도 어느 한순간 그 상대를 인정하고 바라보며 응원하게 되는 사이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분명 공지영 작가의 딸인 위녕은 복이 많은 딸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배 아파서 낳은 자식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자식이란 존재 앞에서 부모는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가슴 한구석엔 뭔가를 더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늘 가지고 사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순간들이 있는데, 문득 정말이지 갈수록 돌아가신 할머니의 얼굴을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면 머지않아 나도 엄마의 나이가 될 때 저런 얼굴이 되려니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물씬 풍겨준 이 책에 들어있는 레시피는 또다시 엄마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느 집이나 고유한 음식 솜씨가 있고, 그 손맛에 어우러져 나오는 독특한 음식의 맛깔스러운 느낌은 다른 집에 가서도 느낄 수 없는,  가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시간이 되면 엄마표 음식을 그리워하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면 이 책에서 전해주는 느낌이 바로 엄마표 음식 레시피가 아닌가 싶다.

공지영이라는 작가이기에 앞서 한 엄마란 존재로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책이지 않나 싶다.

 

독립해 나간 딸에게, 친구처럼,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느꼈던 인생에 대한 실수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면서 인생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바라보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음식 레시피와 곁들여져서 진솔하게, 때로는 냉정하단 느낌을 들게 하는 구절 구절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요즘 방송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공지영 작가가 전해주는 레시피 또한 아주 쉽고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레시피요, 엄마 근처에서 맴돌면서 눈에 익었던 장면들이 새록새록 더듬게 하는 레시피란 특징이 있다.

 

그날그날에 따른 기분 상황에 따라서 해 먹을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는 사실 어떻게 보면 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때우게 되는 독신자들에겐 조금의 수고를 들이더라도 나에게, 정확히는 나의 몸을 소중히 다루면서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싱싱한 음식을 먹을 것을 권하는 글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취재나, 정보 수집을 위해서 수시로 해외를 드나든 형편, 오로지 글을 써야만 했던 암울했던 시절의 글쓰기가 오히려 지금의 공지영이란 자신을 만들어줬음에 감사하단 글귀는 노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삶을 대하는 자세가 진실됨을 알 수 있게 한다.

 

시금치 된장국, 새우를 이용한 요리, 와인, 초간단 레시피로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런한 레시피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든 오로지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길 것,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생을 생각하는 연륜이 묻어난 작가이자 엄마의 위로, 결혼에 관한 자신의 길을 돌아보며 딸에게만큼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하는 글귀들 하나하나가 귀에 쏙 들어온다.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성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되는 것. -p. 27

 

결혼은 그러니까, 지금 혼자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이 사람하고 하면 그 좋음도 양보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럴 때 하는거야.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이 사람하고 연관된 모든 사람이 엄청 이상할 뿐만 아니라 나를 싫어하고 가끔 (듣기에 따라) 모욕하고 명령하고 이래도 이 사람이 하도 좋아 그쯤은 참을 수 있겠다, 이럴 때.    p297

 

전작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의 연장선처럼 들리기도 하는 글의 느낌이 묻어있으되, 이제는 한 사람의 어엿한 성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길을 헤쳐나가는 딸에게 들려주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레시피를 살며시 훔쳐본 느낌이랄까?

 

이 레시피 중에서 오늘만큼은 나도 내 몸과 정신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한가득 차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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