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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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패티 김이란 가수가 부른 노랫말 중에 ~사랑이란 두 글자는 외롭고 흐뭇하고~(중략) 사랑이 올 때면 당신의 웃음소리, 사랑이 갈 때면 당신의 울음소리....(중략) 길고도 짧은 얘기~~

라는 것이 있다.

 

문득 이 책을 읽고나니 어렴풋이 방송에서 가수가 부르던 영상이 떠오르긴 했는데, 이 가사의 말대로라면 정말 사랑이란 감정은 온전히 두 사람만의 감정소통과 그에 상반하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모두 맞춰져야 진실된 사랑을 할 수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조명가게를 꾸려나가는 유디트는 38세의 독신여성으로 어느 날 마켓에서 자신의 발을 밟은 후 미안해하는 42살의 건축가인 한네스란 남자를 알게 된다.

우연하게도 그의 사무실과 가깝고 연이어 그가 사과를 하러 오는 등, 점차 끌리게되고 둘은 가깝게 지내게된다.

 

그렇지만 그의 일방적인 사랑의 표현이나 자신이 미처 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녀와 관계된 친구라든가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그녀가 원치않는 행동을 보이자 회의감이 들게 된다.

이에 좋아하는 감정은 있지만 사랑에 대한 감정이 아니란 확신에 그와의 베네치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이별을 하게되고 그는 충격을 받게 된다.

 

그 후부터 그녀 스스로 이상한 환청과 소리, 보이진 않지만 웬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노란장미와 메세지가 담긴 편지를 꾸준히 전해오는 그의 행동에 폭발하게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에 대한 혼돈을 겪게 되면서 정신병원에 입.퇴원의 절차를 밟게된다.

 

왜 자신이 한네스를 그렇게 의식해야하는지, 또 그가 뚜렷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를 그리워하다가도 그를 멀리하려하는 두 방향의 감정들을  겪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정신에 대한 생각과 그녀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비앙카와 그녀의 남친의 도움으로 뜻밖의 결과를 보게 되는 과정들이 때론 동정의 감정으로, 때론 한네스의 정체는 뭐지? 하는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은 독자라면 전혀 다른 시선으로 글을 써낸 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맛이 남다를 것 같다.

이멜로만 소통이 되는 방식의 사랑을 그린 것이 전작이라면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두고 서로 다른 두 남녀간의 사랑을 대하는 방식의 어긋남을 보여주는 책이다.

 

패티 킴의 노랫말 뿐이 아니라 대중가요들은 대부분이 사랑에 대한 가사말이 주를 이루고있다.

 사랑의 설렘, 기쁨, 연인으로서 느끼는 감정, 이별, 외로움, 실연, 배신, 고통,,,

끝도 없을 사랑타령은 아무리 여러 곡을 들어도 다양한 변주 덕에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어떤 로망을 가지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되는데, 유니트와 한네스도 한 때는 열렬한  사랑의 존재로서 서로를 탐하게되는 과정들을 겪지만 유니트는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존중하면서 깊어지는 사랑의 형식을 원한 반면 한네스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유니트를 자신만이 소유하려고 한 나머지 집착의 성격으로 행동을 드러낸다.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나오곤 하고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이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를 쓰는 영상들이 더러 나오긴 하지만 유니트의 행동을 볼 때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에 대한 확신조차도 가지지 못한 무기력한 상태를 유지하는 보통의 실연녀로서의 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전혀 뜻밖의 상황돌출에 대한 마지막 장면들은 작가가 법원통신원으로 17년간 일하면서 취재했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썼다고 하는 데서 알 수있듯이 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녀를 치밀하게 옭죄는 철저한 행동의 패턴들이 끔찍하게 느껴지게도 하는 대목들을 읽고 있노라면 일찍 한네스 자체가 좀 더 자신에 대한 성향파악을 하고 미연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된다. (결과적으론 나쁜 인간이지만 말이다.)

 

사랑과 집착의 교묘한 경계선을 그려낸 작품이어서 그런지 과연 '사랑'하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되새겨보게 된다.

사랑으로 묶여진 두 사람이 서로간에 어느 정도의 구속은 있을 수있겠으나 그 정도를 넘어서는 집착의 경계를 가지 않기 위해선 사랑할 수록 더욱 상대방의 의견과 행동을 주시해야할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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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전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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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역사 속의 한 줄에 근거하여 상상의 날개를 펼쳐 재밌는 이야기 구성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 주는 책들이 있다.

실제 전공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료수집과 함께  장소를 직접 가보고서 글의 구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가로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도 남다르단 생각을 한다.

 

히트친 드라마들이나 영화들을 보면 스토리의 중요성과 함께 기존의 역사 속에서 다뤘던 중요한 인물 중심의 이야기는 이제 소재의 고갈성을 느끼게 됨은 점차 책의 소재로서의 방향을 달리 눈돌려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나오는 역사소설들을 보면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의 역사 속으로 활약을 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상상의 맛과 작가의 시선을 따라감으로서 같은 사실을 자신과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장르 단편소설들이 모이는 집합체인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처음으로 글을 쓴 후에 나온 저자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시기를 조선시대도 아닌  실제 당시의 역사 배경을 재조명해보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은 서기 400년 경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때는 서기 400년경, 고구려 담덕(광개토대왕)의 정복 전쟁으로 남부지역에 해당하는 가야와 그 주위의 다라국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다.

 

다라국에서 현명한 판결로 유명한 관리 하한기에게 역적질을 했다는 죄로 두 명의 죄인이 잡혀온다.

한 명은 백제사람인 사가노로 그는 요리사 겸 백제에서 명문가인 협지의 노비, 다른 한 사람은 가락국의 출선주라는 아버지를 둔, 부유한 상인의 딸인 출랑랑이다.

두 사람은 가락국의 고위 관리 허공을 살해한 죄로 끌려왔으나 ,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무슨 무기를 사용했는냐와 죽인 이유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이에 어떤 곡절이 있을 것이란 짐작하에 하한기는 두 사람을 격리시키고 따로 만나 저간의 사정들을 들어보면서 해결을 해나가는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백제와 가야국의 사람들이되, 고위층과 그들 밑에서 전쟁통에 먹고 살기가 어려워 스스로 협지의 집에 들어가 노비로 생활하길 자처한 사가노란 인물과, 여자지만 남자 못지않은 칼 솜씨와 억센 고집을 부리는 상인 가문의 여식인 출랑랑을 중심으로 당시의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시류에 흘러 모진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일들을 그리는 소설이다.

 

 뛰어난 회 뜨는 솜씨를 가졌지만 고구려와 신라가 손을 잡고 백제와 가야를 치는 전쟁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하락시킬 수밖에 없었던 모질지 못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도를 보이는 사가노란 인물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출랑랑에 비하면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이다.

 

당시의 상황은 아무리 비단과 값비싼 보석들이 있다한들 한 톨의 식량을 구할 수없었던 백제사람들의 노숙자 같은 생활상을 보여주며, 출랑랑 처럼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다 유명한 칼을 사용하면서 무덤 속에서 만나게 된 사가노와 함께 하는 여정들은 어떤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선 역사의 한 편으로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평민들의 애달픈 사연들을 그린 안타까운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어느 정도 내용은 그에 맞게 가되 결코 당하고만 있지 않은 주인공들의 활약이 눈부시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출랑랑의 대찬 행동은 철이 없어서인지,아니면 타고난 성정이 불같은 것이라 그리 행동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여장부가 따로 없으며 그 와중에 큰 야망을 품고 결국 가락국의 왕비가 된 보통 여자가 아닌 인물로 나오는 '용녀(선우 용녀가 아니다.)'란 인물과의 타협은 묵묵부답 일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쟁이 일어남으로써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부자들은 망해도 삼 년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오로지 자신과 자신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떠나 일본으로 가려하는 사람들의 부를 기반으로 하는 욕망, 이를 이용해 배 삯을 받아내고 다시 되받아 먹는 수법을 저지르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만화에서 나오는 듯한 인상과 우격다짐 속에 이용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비쳐진다.

 

영웅의 역사가 아닌 패배자들의 역사란 책 띠지의 내용을 비교해 볼 때 사가노와 출랑랑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역적질을 했다고 자백했지만 결코 그들은 역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있겠으며, 실제의 사건 본 방향을 살펴본다면 이들은 오히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자신들의 목숨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흐름은 다른 책과는 달리 진중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일종의 만담 비숫한 느낌이 나며, 홍콩 영화에서나 많이 봤을 칼에 대한 동작들이 정말 만화로 나온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 뒤의 저자가 조사한 자료를 소개한 코너가 있어 당시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도 읽을 수있는 책의 편집과 저자의 학창시절 겪은 경험이 역사소설로 탄생되어 나오게 된 연유가 재밌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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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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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가다가 모르고 지나쳐버린 책들 중에서 우연한 기회에 접한 책이 정말로 강렬한 인상을 줄 때가 있다.

그런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것은 인기 베스트셀러를 읽었을 때와는 다른,  오롯이 나만이 느끼는 감동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스토너'는 그렇게 나만이 느끼는 감동으로  다가 온 책이다.

누구나 내가 원하는 바대로 살아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 시대와 주어진 환경의 흐름에 맞춰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들이 많이 온다는 사실, 원래의 내 의지와는 다른 삶의 방향 수정키를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온다는 것을 .... 수긍하는 삶으로 살아가게 됨을 안다.

 

스토너의 인생 또한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생의 큰 고비가 여러 번 있지만 모두 그나름대로의 방향키를 잡음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인생의 태어남과 사라짐에 대해서 무미건조의 색채를 드러내는 책이다.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농사를 이어받게 될 아들이 좀 더 윤택하고 현대식의 농업을 배울려면 대학에 보내라는 주위 권유에 아들을 대학에 보내지만 정작 스토너 자신은 2학년 때 영문학 시간에 맞닿았던 강렬한 느낌으로 인해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

 

매사에 무심하고 건조한 성격, 모든 것을 참는다는 데엔 일등이라고 할 수있는 가난한 그에게 매스터스, 핀치라는 친구들은 그에게 활력소를 불어 넣지만 당시 시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시기, 매스터스가 전사하고 핀치는 무사히 돌아오고, 스토너 자신은 대학에 남아 학업에 힘을 쏟게 된다.

 

그런 그에게도 첫 사랑이자 부인으로 맞아들인 이디스와의 결혼 생활은  강한 집념의 학업의 기쁨이 전반의 인생에서 기쁨이었다면 이디스의 왜곡지고 모난 성격, 자신만을 가두는 불타협적인 성격은 그의 후반 인생을 어둡게 만들고 점점 무관심, 내면의 속으로 더욱 들어가게 만드는 생활로 돌아가게 만든다.

딸 그레이스가 태어나고 한 때나마 자연스러웠던 부녀 사이도 이디스로 하여금 멀어지게 되고, 학교에서는 동료이자 상관이 된 로맥스와의 불편한 관계, 워커란 학생의 일로 인해 곤경에 빠지게 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속도를 빨리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줄기 햇살이 비칠 때도 있었다.

분명 타인의 눈으로 보자면 불륜이다.

대학원 세미나 강의 시간에 만난 캐서린 드리콜과의 예상하지 못했던 연애는 자신조차도 느껴보지 못했던 진정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하고 논문이나 연구생활에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꿔가지만 결국엔 남들이 모두 평범하다고 할 수있는 보통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그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열병과 청각의 상실, 대학이라는 한 울타리를 결코 벗어나지 못했던 한 남자가 그 대학 안에서도 당했던 불편함의 감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정도로 밖에 볼 수없는 승리들 조차 그저 한 순간의 어느 부분만으로 기억될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상이 모두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이 됬다.

스토너란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과연 그가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최고직으로 오른 조교수란 타이틀, 술에 절어 살게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기분, 가족들이나 주위 인물들과도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그 누구에게도 피해는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못하는 인생을 독자의 눈으로 보게 됬을 때 스토너의 인생 자체를 다룬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생을 다룬 책이란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읽다보면 답답한 부분들도 나오지만(왜 로맥스나 워커가 반발했을 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나가지 못하고 조용히 대꾸를 하는 장면들), 딸과의 관계를 두고 좀 더 진지하게 부인과 대화를 하지 못했는지,...  이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는 관조자적인 인생에 대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지는 스토너란 인물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인생도 이렇게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도 있고, 때론 물이 흐르다가도 말라버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이 작품을 발표했을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사후 반세기 뒤에 고향인 미국도 아닌 유럽에서 재평가를 받아 베스트셀러가 된 이색적인 이력을 지니게 된 책~

많은 작가들의 추천 리뷰도 그렇고 톰 행크스도 추천한 책인 만큼 결정적인 클라이막스 조차도 없는 이 책의 단조로움이 오히려 읽는 이들에겐 뭔지 모를 뭉클함, 그것이 바로 스토너 인생의 이야기만이 아닌 바로 우리들 삶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동조를 느끼게 된다.

 

화려한 명성을 지닌 채 회자되는 삶도 아닌, 평범하게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인생 모습을 통해 과연 우리들은 책에 나온 대사처럼, "넌 무엇을 기대했나?" 를 물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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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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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은  날짜와 읽고 난 후의 날짜 간격을 세어보니 기존에 보통 책을 읽는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다. 

 길어진 이유는 받자마자 읽기 시작한 다른 책들보다 의도적으로 손에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역사를 돌아보는 소설들은 웬지 나와 같은 동시대를 살아왔다는,  '최신'이라는 느낌이 주는 뉘앙스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기분이 많이 들어 웬지 서두르게 읽혀지지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 뒷장엔 잃어버린 10년의 연표가 들어있다.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 , IMF에 구제금융 요청부터 시작해서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끝을 맺는 연보-

그러고 보니 그 세월동안 우리들은 참으로 많은 일련의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 살아왔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이념과 노선, 확신, 그 안에서의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틈틈을 보여주는 이책은 저자의 말처럼 특정 주인공이 있을 수없으며, 이름만 들어있을 뿐 실제 우리들이 살아왔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한다.

 

저자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의 소설가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창작이란 직업을 갖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의 배경을 자신이 다닌 학교, 과를 통해서 10년을 들여다 보게 한다.

 

아름다움의 학문을 배운다는, 그래서 뭘 배우는지 알기 위해 화자 박태의는 미학과에 입학했다.

초,중,고를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해서 살아왔다고도 할 수있는 대한민국의 다른 학생들과도 다를 바 없는 그는 같은 과 한 학년 선배인 , 미국에서 태어나고 강남의 부유층 무남독녀인 미쥬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확신에 찬 똑부러진 말투와 확고한 여성주체성을 강조하는 당찬 모습에 빠져버리게됨으로서 그녀가 가입한 서클에 들어가게 된다.

 

일명 철학연구회-

말로만 그렇지 실제로는 '전국학생연대회의'라는 학생운동 정파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리지만 미쥬를 향한 사랑에 나올 수가 없다.

미쥬의 남친인 반대 학생운동파인 대석형과는 같은 기숙사에서, 공대에서 자신들의 정파 일원을 키우고자 들어온 양진우와는 그를 감시하기 위해 가깝게 지내게 되다보니 어느 새 그들은 흔히 말하는 데모, 일면 사회적인 일에 학생운동으로 뛰어들게 된다.

 

어느 날 부평 대우자동차 사건에 연루되어 대석 형이 대공분실로 끌려가고 나오면서 정신이 피폐해짐을, 곧이어 자신이 끌려들어가게 되면서 왜 대석형이 그렇게 됬는지 알게 된다.

고문 없는 정신적인 피폐는 결국 태의를 진우라는 이름을 직접 발설하게 만들고 태의는 그 후 진우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미쥬와의 연인사이가 끝난 일, 미쥬가 총학생회장 사퇴 후 헬싱키로 곧 이어 미국으로 날아가버린 일, 대석 형의 고시 패스로 검사로 변하면서 부평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맡게 되는 일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거치면서 진우는 그의 곱상한 외모와는 다른, PC방에 파 묻혀 스타크래프트나 즐겨 하던 그의 모습이 아닌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되면서 전혀 태의와는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군대를 다녀오고 안정적인 직장인 생활을 하게 된 태의는 10년 만에 만나자고 하는 진우를 어떻게 대해야할 지, 막막한 심정을 드러낸 첫 문장부터가 강렬하게 다가 오는 이 소설은 학점 D 마이너스란 것을 통해 우리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낙오자가 될 것인가? 간신히 턱걸이에 닿아 안정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경계선 마지노선에 안착할 것인가? D를 받는냐, F를 받느냐에 따른 학사경고에 이어진 제적을 당하는냐, 자신들이 추구한 좀 더 나은 세상을 가기 위해 지금의 이 점수를 버리고  갈 것인가? 버리고 다시 평범한 세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렇다면 진우의 선택과 태의의 선택 중 누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있을까?

 

당시의 시대를 살아오고 지금까지 그 연장선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그들의 청춘의 한 면을 들여다봄으로써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D마이너스를 받았다고 해서 그 순간의 불완전함을 벗어나 안전한 모든 것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할 수있을까?를 묻게 되는 소설-

 

"너희가 무엇과 싸우는지 정확히 말해주마. 너희는 세상과 싸우는게 아냐. 세상이란 단어는 아무 뜻도 없어. 너희는 선배들과 싸우고 있다. 너만 할 때는 딱 너랑 똑같은 눈빛을 가졌던 놈들. 그리고 언젠가 네 후배들이 너랑 똑같은 눈을 하고 너의 미래와 싸우게 될 거야. 끝이 없는 윤회같은 거지.나는 너희를 증오한다. 너희는 역겨워. 너희에 비하면 무장강도가 차라리 순수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P407

 

문경위가 겪은 시간과 진우가 겪는 시간은 분명 다르고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서 해야할 행동이 다르듯이 두 사람간의 대화는 당시의 분위기와 함께 생각하는 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한다.

 

결국 다른 두 갈래의 길에 나뉜 두 사람, 태의는 스스로 교회 신자가 되어 딸의 전도에 영향을 미칠 평범한 샐러리맨 아빠로, 진우는 한 쪽 눈을 잃어가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운동을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의 삶을 보면서 과연 누가 D학점이고 누가  F학점인지 ,,,

 

장편 소설이긴 하나 짧은 챕터 속의 이야기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두꺼운 책임에도 질리지가 않게 읽힌다.

저자의 말처럼 가깝되 바깥인 곳에서 바라보는 것일뿐이란 생각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든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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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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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란 책을 읽고나서 바로 작가의 병 소식을 알게됬다.

많은 트위터들을 거느린 작가가 그 동안 고수해왔던 트레이드라고 할 수도 있었을 긴 머리와 수염을 깍은 모습을 방송에서 접했을 때는 부디 빠른 쾌유를 빌어 마지 않았다.

 

그러던 시간이 어느 새 훌쩍 흘러가고 다시 우리들 곁으로 촌철살인의 말들로 무장한 채 돌아온 글들을 접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존버 정신의 첫 주자라고 말하는 작가, 존버란 '존나게 버티자'란 말 뜻이라는데, 갈수록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하는 말을 내뱉게 되는 요즘에 그야말로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2편 격인 이 책은 다시 하창수 작가이자 번역가의 만남으로 이뤄진 책이다.

많은 메일을 통해서 독자들이 물어오는 질문들과 저자 자신이 직접 궁금해오던 것을 물어보는 형식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진 책은 125개의 사항으로 나눠져 있고  별도로  중간중간  삽입 되어 있는 '이외수의 고전 옆차기'는 또 다른 유머와 그 만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시선을 이끈다.

 

 

 개인적으로 다가온 수술의 통고와 수술하기까지의 결단있는 속전속결의 속내마음,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을 자연과의 조화와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작가의 말들은 유유히 흐르는 감성마을의 작은 자연의 모습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읽는 동안 질문들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독자들이 물어와서 그런가? 실제 체험적인 경험을 위주로 묻는 질문들은 공감하는 바가 크게 다가오며 작가의 녹슬지 않은 정신의 세계와 타인과 사회 조직 안에서의 조화와 공존, 인생의 끊임없는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세상 바라보기 시선을 통해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되는 책이다.

 

엄마들의 흔한 말들 중에 우는 아이들에게 "뚝!"이란 말을 자주 듣고 자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책 제목이 주는 "뚝," 을 통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일어설 볼 것을 다짐하게 된다.

 

항암 치료 중임에도 불구하고 웃음나는 대화 속에서 이 외수 작가의 어떤 선을 넘어선 관조적인 인생관을 엿 볼수도 있고, 그러기에 주위에 힘든 상황도 얼마든지 이겨나갈 수있단 행복의 척도와 가능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인 만큼 올 한 해도 힘차게 살아볼 것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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