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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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전 , 사촌오빠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아버지와 엄마를 뵈러 온 기억이 난다.

우리 집은 당시에도 흔하디흔했던 "아빠" 대신에 항상 "아버지"라고 호칭을 불렀다.

그것이 자라면서 다른 아이들이 정겹게 부르는 아빠라는 호칭이 부럽기도 했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익숙지않아서 그런지 쑥쓰러워서 못 불렀던 기억들이 난다.

 

당시 무심코 "아버지"하고 불렀을 때 사촌오빠 중 한 명이 갑자기 "아~ 정말 오랜 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아버지... 아버지...."

 

당시 오빠들과의 나이 터울이 커서 존대말과 반말을 막 섞어서 쓸때인지라(지금은 당연히 존대말로^^) 그 당시의 오빠들이 왜 그렇게 그 명칭에 대한 남다른 감상을 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며 당시 내가 부르던 그 호칭 속에 아버지의 형상을 떠올리고 그리워했음을 말이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어머니란 호칭은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나이가 먹어서도 엄마라고 부르게되고 쉽게 어머니란 호칭이 잘 안쓰이게 되는것은 어쩌면 엄마란 존재는 항상 우리들 곁에 친한 친구 이상으로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문단에서 박완서란 이름이 주는 그 느낌은 실로 엄청나다.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고는 하지만 그 저력의 힘은 타계하실 때까지 꾸준한 집필의 노력을 보이신 분이셨다.

실웃음같은 눈에 보일 듯 보이지않는 눈동자와 수줍은 색시 같고 소녀같은 말씀의 어투는 지금도 방송에서 나온 인터뷰영상을 회상할 때마다 새록새록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런 작가를 둔 딸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 엄마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최측근이라고도 할 수있는 딸의 기억 속에 간직된 작가 박완서 외에 엄마 박완서의 모습들이 투영된 책들이다.

 

당시의 곱게 입은 한복의 모습 속에 자녀들에 대한 자유를 어떻게 주었느냐에 따라 그 책임에 대한 자유의 소중함과 지킬 것에 대한 약속, 꾸준히 후배들의 책을 손에서 놓지않고 읽으시던 작가로서의 책임감과 성실성, 그리고 뭣보다 말년에 타계하실 때까지 가꾸셨던 집 안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조그만 풀 한포기조차 무심히 넘기지 않으셨던 정성스러움, 뭣보다 여류작가 박완서란 이름 앞에서 호원숙이란 작가로 나서기까지 , 엄마와 딸 간의 문학적인 영향을 주고 받고 이해를 함으로써 또 다른 호원숙이란 작가를 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담겨있던 엄마의 가르침이 나이들어 그 깨달음을 깨달아 갈 때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한탄을 하게 되지만 이미 그 존재는 없고 무언의 형상을 안고 그리워하고 있음을 절절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큰 넘나듬 없이 그 때 그 때의 추억거리를 하나씩 기억해내며 담은 이 책을 통해 작가 박완서의 모습 뒤에 여전히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을 엿 볼수있는 귀중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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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막요 세트 - 전2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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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을 읽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또 하나 탄생이 되었다.

저자 동화 특유의 감칠맛 나기도하고 유머와 상황의 적재적소에 맞는 설정들은 다시금 읽어도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에 접한 대막요-

가히 넓디넓은 중국의 광활한 대륙을 원없이 앉아서 그 자연을 누릴 수있는 호사스러움과 호탕함, 그리고 여기에 피치못할 안타까운 사랑, 증오에 찬 복수, 또 다른 사랑을 선택하여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여주인공의 활약상이 그려진 소설이다.

 

 

 

서양에서도 가끔 늑대우리들이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늑대란 존재는 인간에게는 경이로움의 존재 내지는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금옥-바로 이 책의 여주인공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늑대들에 의해 길러졌다가 한인(漢人) 양아버지에게 발견되 인간다운 삶을 배우게 되지만 당시 머물렀던 넓은 초원의 강자 흉노족의 왕족 다툼에서 아버지는 자살을 하게 되고 이내 다시 늑대우리로 돌아가게된 그녀는 사막을 횡단하는 상단을 노려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취하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차, 운명적인 두 남자을 구하게 되면서 자신 또한 그들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됬으니, 바로 첫 번째 구해 준 남자는 다리가 불편한, 장안에서 상권의 세도가라면 인정을 받는 맹서막이다.

당찬 활기와 남성다운 체취는 엿 볼수는 없으나 있는 듯 없는 듯 그녀 곁에 머물러있단 느낌을 주는 따뜻한 남자-

그러기에 금옥은 장안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그의 도움으로 이름난 낙옥방(落玉坊)을 인수하면서 수완을 발휘하게 된다.

 

두 번째 남자는 사막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을 때 구해준 곽거병이다.

실제 역사상에도 이름이 올라있는 실존인물이다.

18세에서 24세에 이르기까지 당시 한나라의 왕의 명에 의해 중원의 오랑캐를 무찌르고 한나라 복속의 땅으로 만든 장군출신이지만 금옥에 대한 사랑만큼은 맹서막에 비해 저돌적인 형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맹서막에게 쏠려있던 금옥은 그와 함께 할 미래를 꿈꾸지만 그에게 거절을 당하고 이내 자신을 온정으로 사랑해주는 곽거병에게 마음을 주는데....

 

 

 

 

정말 두 권을 읽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당시의 실제 중국의 역사상에 나오는 왕과 왕비, 권력의 견제 속에 원수를 갚기 위해 스스로 구중궁궐에 들어가는 이연이란 여인의 삶,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책봉하기위해 결국 금옥과 갈라설 수밖에 없는 비정한 권력의 세계 모습, 뒤늦게 금옥에 대한 사랑을 자신보다 더 그녀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 깊었음을 깨닫게 되지만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맹서막이란 인물...

 

두 권 속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사랑쟁취 방법과 그것을 완성해나가는 과정들이 역사란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 조마조마하게 조이는 장면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맹서막의 사랑찾기가 왜 그리 안타까운지, 독자들 나름대로 지지하는 인물들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강한 용기와 남성미가 철철 흐르다 못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맹서막의 바램을 저버리게 만든 비열함(물론 하수인들의 행동이지만 결국엔 그 책임은 곽거병에게 있지 않나?)을 읽는 과정에선 작가의 이런 장면을 쓴 과정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결코 화합되지 못할 수도 있는 늑대와의 조화로운 삶 속에서 고비를 넘기며 굳건히 두 사람의 사랑을 지키고 주위의 위협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곽거병의 행동은 과연 무예를 다룬 사람이라 그런가, 아주 당돌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금옥과는 어쩌면 천생배필이 아니었나, 그렇기에 작가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가상의 인물인 금옥과 맹서막이란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실제 역사적 인물인 곽거병의 사랑실천법을 더욱 도드라지게 돋보이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아주 달달하게 다가오진 않지만, 때론 초원의 흉노족 틈에 살아온 여인답게 당찬 기상을 엿보임면서도 때론 수줍은 한족 여인의 상을 보여주는 금옥이란 여인을 통해 당시 중국의 역사를 엿 볼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사랑을 함에 있어서 어느 한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지니게 된다는 과정들이 아련하게 다가오게 만들기도 한 소설이었다.

 

 보보경심의 안타까운 과정들과 겹치는 것이 비록 시대상으로나 소재면으로도 다르지만 한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독자들의 마음을 홀리게했다는 점에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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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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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여행테마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들도 이젠 여행의 별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에 한 곳의 자세한 부분들을 섭렵하려는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좀 더 특색있는 이야기거릴 찾게되는 것은 인지상정-

 

내가 처음 호주를 방문한 것은 여름 휴가때였다.

우리나라와는 반대의 기후이기에 무더운 습도와 기온을 피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란 생각에 주저없이 선택했던 곳-

 

지금의 우리나라에도 아웃 백이란 체인점이 있긴 하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이 한마디 말로는 호주를 표현했다는 것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 만큼 계절의 기후변화가 각기 다르고 가는 곳마다 특색이 있기에 이 책을 통해서 당시 미처 방문하지 못했던 곳을 들여다 봄으로써 시간에 쫓기다시피 겉보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한(恨)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풀게 해 준 책이다.

 

책의 저자는 호주에 공부를 하러 갔다가 아예 눌러앉아 지금은 빠른 여행 트렌드에 맞춰서 니즈족들의 충족을 어떻게 하면 잘 해줄 수있을까에 대한 상품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호주의 알리기는 물론 우리나라의 알리기에도 힘을 쓴다고 하던데, 이 책에는 총 10가지 테마로 호주를 즐기는 63가지 방법들을 소개하며 소 제목들만 들여다봐도 벌써부터 호주의 신비한 매력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Part 1. 1년만 안식년을 갖는다면

Part 2. 내 인생의 명장면

Part 3. 남태평양에서의 치유
Part 4. 지상에서 가장 느긋한 저녁 식사

Part 5. 호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Part 6.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로맨스

Part 7. 지구의 남쪽을 걷다Part

8.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람을 만나다Part

9. 우리 모두 친구가 되는 법Part

10. 오직 호주에서만 가능한 것들

 

 

알다시피 호주란 나라 자체의 탄생이 원주민 외에 영국인들이 후손들이 오고 다른 나라들의 이민을 받아들이면서 형성된 나라이기에 각 도시별, 지역별의 특성을 고루고루 맛 볼 수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G'day mate.

: G'day는 Good day의 호주식 표현으로 HI 와 같은 인삿말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조금씩 사용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들을 수 있다.

 mate는 friend나 buddy를 대체하여 사용되며,

 일반적인 영어단어임에도 거의 호주를 대표하는 단어처럼 여겨진다. -p 17

 

영어는 사용하되 호주식 영어가 발달된 나라, 와인의 수출 수위를 다투고 있는 나라, 럭비, 수상레저 스포츠, 골들코스트 해변을 거니는 기분, 코알라와 캥거루, 특히 낙타여행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정보가 아닐 수가 없다.

 

 

 이민자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고루 발휘해서 특유의 자신들 나라 음식과 함께 호주식 음식을 가미함으로써 또 다른 음식의 향연을 느끼게 해 주는 요리코스 소개코너, 보통의 마켓을 둘러볼 수있는 알찬 정보 내용까지, 호주의 속살들을 파헤침으로써 좀 더 쉽고 호주의 전체적인 개념을 머리에 집어넣을 수있게끔 책을 편집해 놓은 부분들이 인상적이다.

 

호주내륙의 한 가운데는 뻥 뚤린 공간 속에 바다를 위주로 삶을 개척하다 보니 생긴 아웃 백의 나라-

 

그 안에서 서로의 소통과 다양한 인종들의 어울림, 강력한 익스트림 운동과 번지점프 소개코너, 블루마운틴의 세자매 봉을 비롯해서 겉핡기식의 여행을 지향하고 좀 더 그 속으로 들어가 볼것을 권하는 유혹적인 사진들은 강한 사막이 있는가 하면 또 전혀 색다른 푸른 바다를 만끽 할 수있는 별천지의 세계를 무언가에 홀리듯 보게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개별적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있는 작은 지도그림과 교통편이 적힌 간단하면서 알찬 정보내용을 참고로 할 수있는 호주 관광 안내 별책부록은 아주 요령있게 쓰일 수있게 한 배려도 돋보이는 구성이 당장 호주로 가보고 싶게 한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를지라도 꿈에라도 한 번쯤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멋진 음악을 듣고픈 희망이 생기는 곳!

 

 

바로 G'day mate.-

호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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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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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있어서 완전범죄란 없다고 한다.

미궁에 빠지는 수사는 있겠지만 그것이 완전범죄라고 불리기엔 석연치 않은 점도 있겠고, 완전범죄가 있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언젠간 그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사건 현장에 한 번쯤은 나타난다는 사실들이 글과 실제 현장에서도 보여지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완전범죄의 최초의 소설이라고 불리어지는 이 '지푸라기 여자'는 과연 완전범죄라고 할 수있을까?

 

 1954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로 불리며 영화로도(숀 코너리 주연)나왔을 만큼 당시의 시대상으로 볼 때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현재에 비춰본다면?

글쎄, 워낙에 촘촘하고 박력있고 철두철미하게 다루는 추리소설들이 많이 봐 와서 그런가, 웬지 여주인공의 헛점이 많이 보이는 면이 눈에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초판이 나온 시기의 , 그것도 작가의 나이가 20대에 해당되는 시기에 썼다고 하면 정말 놀랍다고 인정해야될 것 같다.

 

시대는 전쟁이 끝난 후의 천애고아가 된 34살의 독일 함부르크 출신 힐데가르트란 여인이 등장하면서 그녀의 인생꼬임을 시작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모든 일이 금요일 부터 시작됬다고 하는 깨달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프롤로그에 해당되는 첫 챕터서부터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운명을 부자와 결혼할 꿈을 꾸는 여성이다.

번역일은 그다지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신문광고란에 배우자 구한다는 광고를 유심히 챙겨보던 중 자신의 조건이 딱 들어 맞는 행운의 남자광고가 실린다.

 

의뢰인으로부터의 칸으로 와달라는 청을 받게 되고 이후 그녀는 칼 리치먼드라는 성격이 괴팍하고 신체가 부자유스러우며 온갖 독설과 주위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자신의 상대란 사실을 그의 수행비서이자 60대인 안톤 코르프로부터 듣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 제안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가 솔깃해지는 은밀한 유혹이라고 할 있겠다.

 

자신은 칼이 죽게되면 그가 유언장에 적어놓은 대로 20만 달러를 받게 되지만 힐데가르트, 당신이 그와 결혼한다면 칼의 마음을 바꿔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면 그야말로 온전한 미모의 미망인이 된다는 사실, 그 공으로 자신에게 20만 달러를 더 달라는 제안이다.

 

힐데가르트는 이에 동조를 하게 되고  안톤의 계획 하에 칼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면서 결혼까지 성공, 드디어 남부러울 것 없는 부를 누리게되지만 돌연 그가 죽게 됨으로써 자신의 안위마저 안전할 수없는 법망에 빠져들게 된다.

 

전후의 각박한 삶에 지쳐갈 즈음 그녀가 오로지 희망하는 사항은 자식이란 곁가지 없고 그저 오로지 단신으로서 재산이 많은 남자를 골라 자신의 이런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는 것만이 최상인 듯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힐데가르트란 여인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진실을 말하면 말할 수록 자신에게 오히려 죄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변해가는 현실을 마주 할 수밖에 없는지, 좀체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긴박성의 느낌을 주는 책의 매력으로 푹 빠진다.  

 

 대체로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현실에선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전제로 볼 때, 이 소설은 선한 이미지의 사람들이 아닌 악인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성립시키므로써 어떻게 한 인생을 망치게하고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뤄나가는 지에 대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가 악인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생각 될 만큼 힐데가르트가 처한 기묘한 상황은 이미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 될 때의 무너지는 처참함이 답답할 정도로 , 그리고 안톤이란 인물에 대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각 인물들의 묘사들이 확실하게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책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안톤과 힐데가르트가 나누는 대사 중에서도 빈틈이 없진 않으나 그 당시의 분위기의 책이라면 당연히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인물을 사랑하는 구성방식이 한 쪽은 선이요, 한쪽은 악이란 양쪽의 무게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결코 정의란 이름으로 반드시 선이 이기지만은 않는다는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승리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 대해 다른 책들과는 그 느낌의 강도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전혀 구시대의 발상이라고는 생각 할 수없는 유행을 타지 않는 추리소설의 소재성이라든가, 인간 마음 속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이브의 선악과 처럼 자신 스스로가 불구덩이에 빠져들어 결국엔 모든 것을 잃고야마는 한 인간의 안타까운 심정이 실제의 일처럼 다가오게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지만 이내 지푸라기는 힘이 없음을, 붙잡고 있어봤자 결국엔 한 줌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친 힐데가르트란 여성의 삶이 참으로  안됬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책-

 

해외에서도 영화화 됬을 때 원작과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도 하는데, 국내에 개봉예정인 임수정, 유연석 주연의 영화는 결말이 어떻게 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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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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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추리'가 주는 재미를 다르게 볼 수있지 않을까 싶다.

스위스 출신의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 수록된 책이 문예출판사 세계문학선 코너로 나왔다.

국내엔 그의 작품의 희곡이 상영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접해보질 못한 상태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뭐랄까, 추리소설의 화끈한 액션이나 스릴 넘치는 강한 체력과 영민한 두뇌회전을 자랑하는 어떤 주인공의 형사나 경찰의 이미지를 그려왔던 종전의 내 머릿 속의 캐릭터와는 전혀 딴판의 인물들이 그려져있어 좀 당황스러웠다.

 

두 편의 작품 모두가 독자가 바라는 그런 형태의 결말을 내세우지 않기에 추리소설의 그런 묘미에 젖어있던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 또는 이런 형태의 제시를 해 주는 작가의 생각을 되새겨 볼 만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첫 번째 작품인 '약속'은 '나'가 쿠어 시 안드레아스 -다힌덴협회에서 주최하는 추리소설 창작 기술에 관한 강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만난 전직 취리히 주 경찰국장을 지냈다는 H박사를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 그의 차에 동승하면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기초를 한다.

 

자신의 유능한 부하이자 천재란 소리를 들었던  마태란  직원이 운영하는 주유소에 들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린 소녀의 강간살해에 대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마태와 그 주위를 둘러싼 사건 해결에서 오는 여러가지 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태는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 , 교도소에도 들락거렸던 폰 군뎉이라는 행상의 제보로 자신의 출세길이 보장됬던 요르단의 출국을 보류한 채 사건해결에 나서게 되지만 이내 동네의 분위기와 다른 동료들의 시선은 폰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고 폰은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는, 마태로선 사건의 범인을 잡겠다는 '약속'을 죽은 소녀의 부모에게 했기에 그 동안 벌어졌던 몇 차례의 비슷한 사건을 들춰가며 주유소를 인수하고 죽은 소녀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소녀를 곁에 두고서 범인이 나타나길 기다린다는, 오로지 끈기와 시간의 다툼, 자신의 확신에 찬 의지가 현실에선 어떻게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범인이 누군인지 밝혀지되 결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꼭 잡힐 것이란 보이지 않는 형상과 다투는 사건의 현실 자체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인 사고(事故)-아직도 가능한 이야기란 주제를 다룬 이야기다.

트랍스는(덫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직물판매업자다.

자신이 몰던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 다름아닌 사고(事故)로 인해 차를 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집에도 갈 수있었지만 마을 근처의 집에 머무르게 되고 숙박비는 받지 않는, 어느 나이든 한 노인의 집에 머물게 된다.

알고 보니 이 노인과 그의 친구들은 전직이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형리 출신들이다.

퇴직 후 무력에 빠질 즈음 어떤 한 사건을 내세우고 그 사건에 관한 자기들의 직분에 맞는 법의 형량(실제 법에서 행하는 법 형량이 아닌 그들 자신들 놀이에 한해서만 이루어지는)을 내리는 놀이에 빠져 삶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주인인 노인은 트랍스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들 놀이에 끼여들지않겠느냐고-

보통의 사건일 경우엔 범인을 내세우지 않고 진행하는 절차를 트랍스는 자신이 범인으로 나설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자신이 오늘 날 승진하기까지 상사였던 기각스의 죽음과 그의 부인과의 내연의 관계를 통해 그 동안 자신은 깨끗한, 죄가 없다고 살아왔던 생각에 일변에 변화를 겪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확실한 깨끗한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미망인의 말을 통해 범인의 실체에 대해 들었던 H박사는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글쓰기 형태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는 점에서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말을 대신한다.

현실의 세계는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사건해결의 결말을 그리 쉽게 찾아 볼 수없으며 이는 현실이 주는 한계이기도 하고 그럼으로서 추리작가들은 틀에 박힌 글쓰기에 대한 시도를 재고해야 함을 알려준다.

 

그토록 자신의 출세길을 포기하면서까지 범인잡기에 몰두하면서 늙어가는 마태란 인물의 묘사를 통해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그 어떤 용맹함과 용기, 그리고 뛰어난 두뇌조차도 현실세계에선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도 있음을,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려 사람이 변해감을 보여주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또 하나의 미제 사건이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갈의 맛을 볼 수없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한 트랍스의 경우도  평범한 한 인간의 과거를 통해 되짚어 보는 잘못을 가리는 과정들이 실제 일상생활에선 그저 지나치고 관심 자체도 보이질 않을수도 있는 사건을 파헤침으로써  그 자신이 직접 관여를 했던 간접적으로 관여를 했건 간에 죽음에 일조를 했다는 사실 앞에서 그 스스로가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국엔  자신 스스로 처단을 해버린 과정이 한 토막의 연극을 통해서 보여지는 느낌과 함께 결코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무거움을 준 이야기다.

 

기존의 추리소설로서 추구하는 형태를 탈피해 새로운 글의 창작을 엿 볼수있었던 작품(약속)이기에 그가 이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추리소설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한 그의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추리소설이 주는 전형적인 틀에 박혀 있던 독자들에게 다른 눈을 뜨게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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