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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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대면한 표지부터가 섬뜩하다.

여인의 인상이라던가, 건물의 구조가, 정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겉으로 보기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최상의 조건과 책임감을 가진 남자, 브누아 경감-

하지만 그의 직업정신에 걸맞는 행동 외에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가정을 둔 유부남으로 아들까지 두었지만 타 여성에 대한 바람기는 멈추질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전혀 낯선 곳에 누워있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 어제 출장에서 돌아오던 중 고장난 차를 발견하고 그 차주인 여자와 함께 차를 고치게됬고, 그리고 같이 술을 나눠마신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철창 안에 자신은 누워있고 리디아란 여인은 그에게 다구친다.

자신의 혐의를 고백하고 인정하면 편안히 죽게 해 주겠다는 말-

도대체 자신이 바람을 피워 외도는 했으나, 정당방위 차원의 일로서 사람만 죽였을 뿐, 알 수없는 오렐리아는 누구이며 자신이 강간하고 죽였다는데, 그리고 묻은 무덤을 알려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괴롭히면서 죽게 해주겠단 말에 이만저만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는 극구부인 한다.

끊임없이 조여오는 매질, 구타, 호신용충전 채찍질에, 목마른 갈증, 총기난사까지....이런 모든 것을 견디면서까지 그는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만, 비록 그런 행동을 저지르진 않았다 할지라도 막판에 이를 인정해 죽거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죽거나 죽기는 매 한가지란 생각에 그는 버틴다.

 

 읽으면서 정말 사람의 본성이 과연 어떤 도를 넘어서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를 수있는 행동이 나올 수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신경쇠약에 걸린 리디아란 여인, 아름답고 빨간 머리에 곱슬인 그녀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서 살아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브누아 경감, 또한 운이 없어 정신이상에 걸린 여자에게 찍혀 자신의 과거행동에 대한 과오를 깨닫게 되지만 이 책에서의 본질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부딫치면서 겪게 되는 내면의 정신 고갈과 배고픔 앞에서의 정신적인 갈등, 죽더라도 끝까지 삶에 대한 포기를 할 수없었던 한 남자의 절규어린 행동, 그리고 이에 파생된 그의 가정의 파탄까지를 드러내 보이면서 보여주는 인간의 복수와 후회,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없는 한계의 부딫침까지, 정말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연발하게 만드는 끔찍한 장면들로 이어진다.

 

브누아 경감은 끝까지 묻는다.

왜, 내가 죽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지만 그는 끝내 알지 못하게 된다.

전혀 뜻밖의 범인 때문에 반전의 맛을 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하지 못한 그의 탓이기도 했던 사건의 전모를 그와 리디아, 그리고 그가 아는 모든 동료들은 모르게 되는 이런 기막힌 사건도 있을 수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완전범죄란 것에 있어서 이 만큼 극적일 수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 작품-

책 뒷편에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청소년용 동화 정도로 전락시켰다고 하는 평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청소년용이 아닌 오히려 미저리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 장면들의 묘사는 읽는 도중 작가가 혹시 이런 극적인 묘사들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마저 할 정도로 읽어나가는 도중에 한숨과 답답함, 웬지 모를 거북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한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유명 추리소설수상작 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큰 스케일은  없지만 오히려 이런 한정된 밀폐된 공간 속에서 인간들의 심리와 전개를 도드라지게 그려 낸 작품치곤 불쾌감과 함께 그러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전개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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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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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작품을 읽어오고 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 그 작가! 하면서 알게되는,  유명소설가들 대부분이 이 상을 수상했고 심사위원으로도 활동중인 것을 보면 이 상이 주는 의미는 독자의 입장에선 올 해의 수상작은 과연 어떤 작품이 선정이 될까?

심사위원들의 기준은 어떤 방향으로 기준으로 삼으로 이 작품에 대한 선정을 결정지었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읽게되는 내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작년에 두 권의 당선작도 아직까지 그 감동이 남아 있지만 올 해의 수상작인 이 책은 우선 제목부터가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했지만 뭣보다도 기자가 쓴 글에 대한 것 때문에 더욱 읽고싶어졌는지도 모른다.

 

총 1억 원 고료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심사위원 일제히 탄성
 최종심 마지막 투표에서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가 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작품으로 확정됐을 때만 해도 심사위원 9명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2차 예심에 오른 4편 중 상대적으로 문학성이 높다는 데 심사위원 과반수가 동의한 결과였다. 우수작으로 결정된 3편도 각기 다양한 소재와 가독성으로 충분히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힘을 지녔다는 데 동의했다. 정작 심사위원들의 탄성이 터진 대목은 대상 수상자의 이력에 대한 짧은 보고에서였다.
김근우(35) 씨에게 전화로 대상 선정 사실을 통보하면서 간략한 이력을 물었다. 어느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멈칫거리다가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고등학교는 언제 졸업했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중학교가 최종학력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반신이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닌다고 했다. 편집국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뒤 통화를 끝냈다. 이 사실을 논산 탑정호 박범신 집 거실에 모여 있던 심사위원에게 알렸을 때 그들은 일제히 탄성 같은 한숨을 쉬었다.
목발을 짚고 편집국에 나온 그는 전화 통화에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것보다 훨씬 불편한 걸음걸이였다. 사진을 찍고 인근 커피숍에 정좌해 소감을 묻자 그는 짧게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_조용호 『세계일보』 문학전문 기자, 2015년 1월 29일

 

 

저자 자신이 살고 있는 불광동 불광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선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을 가지고 이 일에 동참하면서 일어나는 과정과 그 뒤의 감동을 그려낸 작품이다.

 

프리랜서 소설 작가라고는 하지만 번번히 출판사로부터 출판에 대한 고배를 당하고사는 남자-

그렇다고 이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자니 이미 사회가 필요로하는 능력과 자격조건에 미달, 뭣보다 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통장 잔고는 1.764뿐인 상태-

 

밀린 방세만이라도 벌어보잔 심산으로 불광천 다리에 붙여진 광고를 보게 된다.

 

일당 오만 원에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는 이내 그 사람과 만남을 갖게 되고 알고 본 즉 노인네가 자신이 키우던 호순이란 이름의 고양이가 있는데,어느 날 산책 길에 같이 나섰다가 오리가 자신의 고양이를 잡아먹었으니 그 오리를 찾아주면 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제의였다.

 

물론 불광천에 떠다니는 오리들 중에 한 놈이니 반드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을 주면서 찍어오면 일당 오만 원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남자는 하게되고 이어서 선배격인 여자를 만난다.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주식에 망한 여인, 이력서를 내보고 취직에 목말라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남자와 같은 돈의 필요성에 의해 일하게된 경우다.

여기에 또 한 명이 가세를 하니 바로 법적으로 손자이되 인연을 끊고살다시피하는 초등학생 꼬마까지 일당에 목숨을 걸면서 , 도대체 어떤 오리이길래 덩치가 저보다 큰 고양이, 이름도 초대박인 호순이를 잡아먹었단 말인가?

 

여름이 시작되고 뜨거운 퇴약 볕 아래에 오리가 아닌 사람의 일렬종대로 우산과 양산을 쓰며 사진을 찍는 세 사람들의 행동은 기이할 수밖에 없고 차츰 그들 사이에선 노동자로서의 단결과 모종의 같은 뜻을 규합하게 된다.

 

세상엔 가짜가 넘치다보니 짝퉁이란 말도 흔한 말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정말로 할아버지는 키우던 호순이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오리가 잡아먹었다는 설정은  처음엔 일반 상식으론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어거지의 말처럼 들리지만,이 소설 속에서 나오는 세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가짜란 생각이 정말로 진짜일 수도 있겠단 허구적인 생각이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되어지게 하는 글의 흐름이 작가의 글로 인해 빛이나는 작품이 된다.

 

 선원들이 반대를 했어도 끝내 선장을 배신하지 않고 그의 지휘 하에 진짜 속의 가짜를 찾아가는 모비 딕과 비교를 하면서 글의 전개를 해 나가는 방식이 눈길을 끌게 되며 남남이라 할지라도 어떤 인연으로 맺어지었던 간에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흐름의 끄나풀은 핏줄을 나누되 타인처럼 살아가는 아들과 할아버지의 관계보다 더 따뜻하게 그려지는 훈훈함을 던져준다.

 

블랙코미디라고도 할 수있지만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대화 속에서 현실에서의 가박한 삶이라 할지라도 공동체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개성이 돋보이는 , 그렇다고 어떤 치밀함을 겉으로 내세우며 촘촘히 그려지는 전문적인 글이 아닌 어떤 성인동화 같기도 하단 느낌이 들게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식구 호순이와 오리와의 조화, 그 가운데 같이 동거하는 할아버지의 소식은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꼬마가 있었기에 안정적인 가정다운 가정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과연 그 기준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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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 소설 조선 연애사 1
조현경 지음 / 사람in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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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잘 보지 않아서 요즘 어떤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발견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하녀들'이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하녀들-

양반가에서 제일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들이 없다면 양반네들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지금에서야 누구나 평등이요, 보통의 사람들이란 인식이 있는 세상이지만 본래 세습되어다지피한 하녀들이나 노비의 존재에 대한 드라마라서 보기 시작했다.

 

소재치고는 우선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책을 처음 접하고는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속도가 드라마의 대본을 엿보는 듯 하고, 이는 미리 방송부터 시작했기에 내 뇌리에 그런 각인이 새겨져 있는 것일지 모르나 일단 책에서의 인물의 심리라든가 배경들이 드라마와는 같은 줄기이되 다른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참고해보시길...(즉 두 가지의 같은 제목을 가지고 다른 느낌을 가질 수있다는 뜻이다. )

 

고려 말과 조선 초기의 개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구세력권의 고려 왕조의 후손과 그 밑에 있는 만월당이란 세력, 이성계의 함흥차사를 자처하며  험난한 길을 가게 된 여주인공 아버지, 그리고 하루 아침에 이성계의 밀지에 의한 명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참수를 당하게 된 아버지로 인해 졸지에 양반가의 콧대 높은 여인네에서 하녀란 신분으로 전락해버린 인엽, 오랜 세월 동안 소꿉친구이자 연인으로 발전한, 혼례 당일 몰아닥친 역풍으로 말미암아 신부인 인엽과의 정상적인 혼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강권에 억지혼인을 하게 된 은기도령, 이름이 없다는 것으로 무명이란 이름으로 수노로 살아가는,  차갑지만 쉽게 속내를 들어보이지 않는 노비까지....

 

여기엔 자신의 하녀란 신분과 미색을 이용해 양반가의 첩실을 꿈꾸는 단지란 인물까지 등장함으로써 신분상승과 하락,그리고 그 반대의 현상을 모두 거치면서 제각기 나름대로의 인생역경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삶이 고스란히 비쳐지는 소설이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아닌 하나의 재산목록으로 치부되는 노비란 신분의 생활과 그들의 고달픈 애환들은 이 소설 속에서 나오는 시대적인 배경과 맞물리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배출해 낸다.

 

끝없는 추락의 끝에 삶을 놓치고 싶어 행동에 나선 인엽에 대한 무명의 차디찬 말 한마디는 비록 노비로 살지라도 내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무명은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아비에게선 버려지고, 태어나는 순간 어미를 죽게 만든 나로서는 걸음마를 시작하고 입을 떼는 그 순간부터 해야 할 일을 찾아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방식이었다. 나는 노비가 아니라 했지만, 정신과 영혼느 그 누구보다도 더 바닥까지 노예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이 생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였다. -P 83

 

태어나자마자 어미,아비의 얼굴도 없이 오로지 세뇌되어 자신의 '생각'이라곤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일만 했을뿐인 냉혈한 그가 인엽을 향한 사랑은 은기의 사랑과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신분의 격차에 이은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 말고도 이 책에서는 자신의 신분 한계를 넘어 자신의 삶을 타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닌 내 스스로가 정함으로써 새로운 인생관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요즘 사극들은 대사체가 많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일까?

솔직히 정통적인 대사톤을 구사하며 즐겨보던 과거의 드라마를 그리워하게 하는데, 이 하녀들이란 드라마도 역시 요즘의 대세를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퓨전식의 대사를 듣되 책 속의 내용은 역사 속의 한 시절을 살다 간 뜨거운 청춘들의 나름대로의 사랑쟁취방식과 인생의 여정을 그린 점이 고루 들어있어 재미를 준 책이다.

 

다만, 원래 원작이 있는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원작에서 나오는 어느 부분들을 대폭 늘이거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되 결국은 같은 결과물을 생성해 낸다는 점에서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려 나갔으면 드라마도 훨씬 재미가 있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와 비교해 볼 때 아하~ 이런 배경들 때문에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어 나가는구나를 책을 통해 알 수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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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우리 마을 이야기 1~7 세트 - 전7권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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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이익을 위하고 먼 미래를 위해선 개인의 희생은 얼마만큼의 이해와 양보, 그리고 타협의 선을 마주하고 진정으로 해결될 수있을까? 에 대한 물음을 갖게 한 책이다.

 

일단 책은 만화로 그려진 만화책이다.

저자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만화 매니아들 사이에선 '명가의 술' 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 유명한 것을 보니 만화가로서 입지는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저자가 우연히  1991년 가을이었다고  책 머리에서 밝힌다.

 오늘 날 일본을 방문하고 출국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나리타 국제공항 건설반대운동이 시작되고 어언 25년, 공항의 개항으로부터 1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고하니 이 책이 나올 당시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가 있다.

 

총 7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엔 전혀 낯설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들이 비춰진다.

개척농민으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이제서야 비로소 땅의 성질에 대한 감을 익히며 살아가는 산리즈카 농민들의 사활을 건 투쟁의 역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겪었던 자신의 부모님과 형, 누나,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과 고민을 담은 진솔한 이야기로 넘친다.

 

토착민이 아닌 개척민이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터를 잡아온 사람들에게 어느 날 날벼락처럼 떨어진 정부의 공표는 그야말로 그네들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된 시간으로 흘러간다.

 

 

 

 

 

정부의 교묘한 토지보상에 대한 권유와 은행의 감언이설, 그리고 원금재촉에 이은 협박에 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정책실현으로 옮긴 정부에 대항한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조장은 조건파, 소수파, 그리고 이에 굴하지 않는 골수파까지 양성이 되며 같은 반 친구끼리조차도 부모의 선택에 따른 갈림길에 서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책이다.

 

 읽으면서 만화라면 어떤 이미지을 떠올리곤 하는데, 바로 유쾌하고 가벼움의 느낌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이 전달해주는 이야기는 내가 처한 환경이 비록 이 곳 사람들처럼 사활이 걸리지 않는 먼 경계선 너머에서 바라 본 시점과 실제 내가 그 곳에 삶의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 책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 그 밖에 여러가지 정부와 대치되는 정책들 속에서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한다면, 과연 일본의 산리즈카 사람들도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그에 대한 권유를 해야 옳은 일인지, 아니면 자신의 터전인 이 곳을 강제적인 토지 수용법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치며 쫓겨나다시피해서 전혀 새로운 일에 정착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것이 모두에게 옳은 일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민주주의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책 첫 머리에서

 

민주주의에 입각해 국민을 보호하는 책임으로서의 국가정책이 오히려 한 소시민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자유와 삶의 뿌리를 파헤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과연 국가가 실현하는 행동이 올바른 것이라고 말할 수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단 점에서 지금도 여전히 해소방안이 해결되지 않고 , 다만 일부분에 대한 지나친 강압적인 처사와 사고가 일어난 점에 대한 사과를 했단 점이 아쉽기만 하다.

 

 나리타 공항을 가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공항과 그 주위엔 전혀 상반된 어울림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자신의 땅에 뿌리를 두고 새로운 모색을 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보이고, 이제는 좀 더 원활한 뿌리 깊은 오해와 불신, 그리고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있는 해결책이 있길 기대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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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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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이라고해야하나?

미미여사로 잘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의 오늘 날 입지를 다지게 해 준 초기작품이다.

흔히 초기작품이라고 하면 점점 그 글의 세련됨이 나날이 향상되어 즐거움과 흥행성, 사회성 고발에 대한 전초적인 기초가 된다고 생각할 때 국내에 나온 이 책은 그야말로 미미여사를 좋아한는 독자라면 소장의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아시다시피 미미여사는 사회파 스릴러의 작가답게 일본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통용되는 명칭에 대를 잇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무엇을 반성하고 좀 더 나은 발전의 제시 빌미 제공을 해 준다는 점에서 매번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올 때마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이야기는 초기작이라고 하나 여전히 지금도 문제거리와 고민을 안겨주는 소재다.

 

13세 중학교 1학년 야키사와 준. 부모님의 이혼으로 형사인 아버지 미치오와 도쿄의 서민 동네 시타마치로 이사를 한다.

아버지가 형사란 것을 알고 미래에 형사를 꿈꾸는 학교 친구 신고와도 무난히 잘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신고는 준에게 동네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소문의 대상자 중에는 화가 시노다 도고가 있고 그 뒤에 누군가로부터 우편함에 익명의 편지를 넣는 소리를 듣게 된다.

뒤이어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이 되고(아주 끔찍하게 말이다.) 아버지조차도 사건 때문에 집에 오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자 준은 화가의 집을 감시하게 되는데...

 

범죄의 행태는 여러가지이고 그 이유도 다양하기 때문에 때론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해 할 수조차도 없게하는 일들이 많다.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을 눈여겨 본 저자의 날카로운 눈썰미가 시종 긴장미를 강조시킨다.

청소년 범죄의 행간을 따라가다보면 헉 ~ 하는 소리가 나오게하지만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야했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의 각성을 촉구하는 소리없는 울림을 전해 준다.

 

 너무나도 많은 인터넷매체의 홍수 속에 범람하는 눈살찌푸리게 하는 영상미의 무차별 폭격 속에 아직 정서적으도 완성을 이루어나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마했던 범인의 범행동기와 행동 자체에 사회적인 책임을 묻게하는 책-

 

처음엔 어떤 무심히 지나쳐버릴 수있는 소문의 실체가 드러나고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없는 대상이 그 범인임을 알게되는 전개과정들이 역시 미미여사만의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추리소설로써의 재미와 책임연대의식, 양쪽 모두를 알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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