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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평점 :

매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작품을 읽어오고 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 그 작가! 하면서 알게되는, 유명소설가들 대부분이 이 상을 수상했고 심사위원으로도 활동중인 것을 보면 이 상이 주는 의미는 독자의 입장에선 올 해의 수상작은 과연 어떤 작품이 선정이 될까?
심사위원들의 기준은 어떤 방향으로 기준으로 삼으로 이 작품에 대한 선정을 결정지었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읽게되는 내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작년에 두 권의 당선작도 아직까지 그 감동이 남아 있지만 올 해의 수상작인 이 책은 우선 제목부터가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했지만 뭣보다도 기자가 쓴 글에 대한 것 때문에 더욱 읽고싶어졌는지도 모른다.
총 1억 원 고료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심사위원 일제히 탄성
최종심 마지막 투표에서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가 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작품으로 확정됐을 때만 해도 심사위원 9명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2차 예심에 오른 4편 중 상대적으로 문학성이 높다는 데 심사위원 과반수가 동의한 결과였다. 우수작으로 결정된 3편도 각기 다양한 소재와 가독성으로 충분히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힘을 지녔다는 데 동의했다. 정작 심사위원들의 탄성이 터진 대목은 대상 수상자의 이력에 대한 짧은 보고에서였다.
김근우(35) 씨에게 전화로 대상 선정 사실을 통보하면서 간략한 이력을 물었다. 어느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멈칫거리다가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고등학교는 언제 졸업했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중학교가 최종학력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반신이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닌다고 했다. 편집국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뒤 통화를 끝냈다. 이 사실을 논산 탑정호 박범신 집 거실에 모여 있던 심사위원에게 알렸을 때 그들은 일제히 탄성 같은 한숨을 쉬었다.
목발을 짚고 편집국에 나온 그는 전화 통화에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것보다 훨씬 불편한 걸음걸이였다. 사진을 찍고 인근 커피숍에 정좌해 소감을 묻자 그는 짧게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_조용호 『세계일보』 문학전문 기자, 2015년 1월 29일
저자 자신이 살고 있는 불광동 불광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선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을 가지고 이 일에 동참하면서 일어나는 과정과 그 뒤의 감동을 그려낸 작품이다.
프리랜서 소설 작가라고는 하지만 번번히 출판사로부터 출판에 대한 고배를 당하고사는 남자-
그렇다고 이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자니 이미 사회가 필요로하는 능력과 자격조건에 미달, 뭣보다 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통장 잔고는 1.764뿐인 상태-
밀린 방세만이라도 벌어보잔 심산으로 불광천 다리에 붙여진 광고를 보게 된다.
일당 오만 원에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는 이내 그 사람과 만남을 갖게 되고 알고 본 즉 노인네가 자신이 키우던 호순이란 이름의 고양이가 있는데,어느 날 산책 길에 같이 나섰다가 오리가 자신의 고양이를 잡아먹었으니 그 오리를 찾아주면 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제의였다.
물론 불광천에 떠다니는 오리들 중에 한 놈이니 반드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을 주면서 찍어오면 일당 오만 원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남자는 하게되고 이어서 선배격인 여자를 만난다.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주식에 망한 여인, 이력서를 내보고 취직에 목말라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남자와 같은 돈의 필요성에 의해 일하게된 경우다.
여기에 또 한 명이 가세를 하니 바로 법적으로 손자이되 인연을 끊고살다시피하는 초등학생 꼬마까지 일당에 목숨을 걸면서 , 도대체 어떤 오리이길래 덩치가 저보다 큰 고양이, 이름도 초대박인 호순이를 잡아먹었단 말인가?
여름이 시작되고 뜨거운 퇴약 볕 아래에 오리가 아닌 사람의 일렬종대로 우산과 양산을 쓰며 사진을 찍는 세 사람들의 행동은 기이할 수밖에 없고 차츰 그들 사이에선 노동자로서의 단결과 모종의 같은 뜻을 규합하게 된다.
세상엔 가짜가 넘치다보니 짝퉁이란 말도 흔한 말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정말로 할아버지는 키우던 호순이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오리가 잡아먹었다는 설정은 처음엔 일반 상식으론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어거지의 말처럼 들리지만,이 소설 속에서 나오는 세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가짜란 생각이 정말로 진짜일 수도 있겠단 허구적인 생각이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되어지게 하는 글의 흐름이 작가의 글로 인해 빛이나는 작품이 된다.
선원들이 반대를 했어도 끝내 선장을 배신하지 않고 그의 지휘 하에 진짜 속의 가짜를 찾아가는 모비 딕과 비교를 하면서 글의 전개를 해 나가는 방식이 눈길을 끌게 되며 남남이라 할지라도 어떤 인연으로 맺어지었던 간에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흐름의 끄나풀은 핏줄을 나누되 타인처럼 살아가는 아들과 할아버지의 관계보다 더 따뜻하게 그려지는 훈훈함을 던져준다.
블랙코미디라고도 할 수있지만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대화 속에서 현실에서의 가박한 삶이라 할지라도 공동체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개성이 돋보이는 , 그렇다고 어떤 치밀함을 겉으로 내세우며 촘촘히 그려지는 전문적인 글이 아닌 어떤 성인동화 같기도 하단 느낌이 들게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식구 호순이와 오리와의 조화, 그 가운데 같이 동거하는 할아버지의 소식은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꼬마가 있었기에 안정적인 가정다운 가정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과연 그 기준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