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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주부 세실리아는 세 딸과 남편 존 폴과 살고 있는 워킹 맘이다.
자상스런 남편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여타 다른 주부들과 다를 것 없었던 그녀는 어느 날 다락으로 올라가 딸에게 보여 줄 물건을 찾다가 남편이 따로 보관하고 있던 신발상자 안에서 한 통의 편지를 보게 되고, 편지 겉봉투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무슨 내용이 씌여 있기에 이렇게 비장한 글로 써 놓았을까?
출장 간 남편으로부터 온 전화에 확인해 보니 당황스러워하면서 읽어보지 말란다.
그녀는 농담으로 받아들이면서 무심히 넘긴다.
한편 몇 개월의 시간을 두고 태어난 쌍둥이 아닌 쌍둥이처럼 같이 붙어살아 온 테스와 펠리시티-
테스는 윌과 아들을 둔 주부이자 세 사람이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을 받게 되면서 큰 혼란에 쌓이게 되고, 마침 친정엄마의 골절로 인한 보살핌과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인 시드니로 아들과 함께 돌아간다.
레이첼-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17살 된 딸의 죽음을 아직까지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여인이다.
두 번째 손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며느리는 그런 기미도 없고, 도리어 미국으로 전근을 가게 됬다는 통보를 받게 되면서 더욱 딸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같은 학교 체육선생으로 근무하는 코너를 사건 당시 같이 있었단 정황만으로 그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증오에 찬 삶을 살아간다.
작은 동네에 불과하고 누가 어느 때 졸업했고 누가 누구와 결혼을 했으며 자녀는 몇 명을 두었는지, 어디에 나가 살고 있는지에 대해 비밀이라고는 모르는 그런 곳에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갈등들이 그려진다.
증거는 없지만 범인이라고, 오로지 그렇게 믿고 살아왔기에 그를 죽일 기회가 오자 바로 실행에 옮겨버린 레이첼, 사촌과 불륜(결코 두 사람을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단 말에도 불구하고)의 충격에 휩싸여 자신 또한 두 사람에게 복수를 한다는 생각에 한 때 좋아했던 감정을 지녔던 코너와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테스, 남편의 어린 시절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이 겹치면서 레이첼의 딸을 죽였단 그 사실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리는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버린 세실리아의 모습까지...
처음엔 어떤 첩보수준의 스릴을 기대했던 책이었지만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그럭저럭 어떤 특별한 일들 없이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가정들의 모습 속에서 작은 파편이 튀면서 어떻게 가정의 해체가 이루어지고 그 모습 속에서 자신의 가정과 자녀들, 그리고 배우자의 배신과 그의 행동에 대해 용서와 화해를 하는지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다.
전작인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에서처럼 작가는 평범함 속에 몰아쳐 다가오는 시련을 통해 어떻게 삶을 영위해 나가고 또 다시 새로운 각오로 살아가는지에 대해 잔잔한 글들로 다가온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과연 남편은 부인에 대해, 부인은 남편에 대해 얼마만큼 서로에 대해 알고 살아가고 있는지...
레이첼의 딸을 잃어버린 멍진 가슴 속에 한 맺힌 응어리에 대한 해답이 비로소 폴에 의해서 풀어지고 그 인과응보로 그 딸의 비참한 결과를 대해야만 하는 세실리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는 동안은 안타까움이 다가온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부부간의 신의와 사랑에 대해 또 다시 그에 대한 반하는 행동으로 불륜으로 치달은 테스의 경우처럼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 다른 비밀들로 인해 괴로움과 원망, 그리고 가정이란 이름으로 다시 상대를 용서하며 화해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세심한 필치 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세실리아 맘 속엔 과연 폴을 진정으로 용서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엔 또 다른 사람인 코너를 범인으로 생각하게끔 몰아간 상황, 몇 번이나 고백을 하려했지만 끝내 할 수 없었던 결과가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에 제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세실리아의 가슴 속에도 응어리를 갖고 평생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 때문에 너무 걱정하고 마음 쓰면 안 돼. 무엇보다도 가족이 우선 아니겠니? 네 남편, 네 아이들 말이야. 그 애들이 먼저지.”
“네, 물론이예요.”-p297
결국 세실리아는 남편을 용서하고 가족을 지키기로 결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이뤄진다.
세실리아는 결혼 생활이 완벽하게 박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폴리를 위해, 부상당한 병사들이 그렇듯 절름거리며 걸어가야만 한다. 세실리아는 증오의 물결을 안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건 세실리아의 비밀이 될 것이다. 너무나도 혐오스러운 비밀이 될 것이다. -p 531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정이란 울타리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부부간의 신뢰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남편의 잘못으로 인해 자식이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현실을 직시한 채 가정만은 지키겠다는 한 여성이 결심하기까지를 ,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가면 결국엔 남편을 다시 예전의 사랑의 느낌은 아니지만 또 다른 느낌의 사랑으로 이어질 것임을 아는 세실리아란 여인의 의지를 보여준다.
주된 세실리아와 폴의 이야기로 다루되 또 다른 두 이야기가 그 곁에 가지를 붙이면서 또 다른 용서를 보여준다.
더 이상 딸 지니의 죽음에 대한 폴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용서를 한 레이첼, 남편과 극적으로 화해하는 테스의 경우까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는 있지만 용서만이 모든 것을 이겨나가는 힘이 됨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의 인생엔 만약이 없지만 이 일련의 사건들 속엔 그들이 결코 평생토록 알지 못할 비밀들이 있다는 책 에필로그를 통해 결과를 미리 알고 살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때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가야함을, 그래서 영원한 비밀로 남긴 채 살다가는 것 , 또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하는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