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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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대형사고가 난 이후에 사망자들에 대한 보상금을 얼마에 산정한다로 하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이런 비슷한 대형사고에 대한 사망자 처리 과정에서 연령대에 따른 보상금 책정을 보고 회의를 느낀 적이 있다.

사람의 인생은 누구나 소중한데, 어떻게 삶의 가치를 산정할 때 이렇게 연령대와 활동 시점 기간, 직업에 따른 금액으로 한 사람을 대한단 자체가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안 한다면 남겨진 슬픔에 찬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방법은 그 어떤 방법이 나오더라도 해결될 수없음을 알기에 이런 딜레마는 참으로 착잡하기만 하다.

 

앙투완-

직업 특성상 손해 사정사란 직업을 가진 가장으로 냉철함을 유지해야만 하고  회사가 원하는 적정 수준의 금액을 결정짓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 사랑으로 만나 결혼을 했고 자신과 쌍둥이 여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족 일원으로 살아갔지만 쌍둥이 여동생 중 한 명이 죽는 바람에 가정은 깨지고 만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이혼을 했으며, 아버지는 남겨진 아이들에게 따뜻한 보살핌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런 성장세를 겪으면서 말을 반 토막 밖에 하지 못하는 여동생을 보살피던 앙투완은 결코 그런 결혼생활은 하지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역시도 한 눈에 반한 나탈리와 결혼을 하게 되고 조세핀과 레옹이란 남매를 둔 가장이 되지만 한 순간의 연민으로 자신의 직업을 망각한 채 실수를 범하면서 실직자가 된다.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그 어떤 확실한 행동조차 보이지 못 했던 그는 아내의 바람기마저 잠재우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되고 아이들 마저 엄마 곁으로 가게 되면서 더욱 비참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의 배경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의 한 가족의 모습이다.

다만 어린 시절 부모들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인해 아이들 스스로가 자라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나름대로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자신마저도 부모와 같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단 괴로움에 딸 조세핀을 총으로 살해하려 하다 미수에 그친 앙투완이란 남자의 고백과 그 아버지에 의해 신체적인 고통은 물론 마음의 상처를 입고 혐오와 미움, 복수란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 소녀의 심정 고백을 듣는 순으로 그려진 책이다.

 

정신병원에 3년간 입원해 있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멕시코로 아무런 연고도 없이 떠나간 앙투완의 마음을 참회와 후회, 그리고 딸에 대한 미안함을 극복할 마음을 다져보는 과정이 또 다른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여인과 그녀의 남동생을 통해서 치유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게 되고 조세핀 또한 그토록 미워만 했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접고 다시 새로운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 서로 다른 이유에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새롭게 태어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제일 가깝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가족에게 상처된 말을 하고 그럼으로써 서로 어긋난 감정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마음 한 곳에 뭉쳐두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앙투완의 직업답게 처음부터 돈 단위로 글의 전개 과정을 나타내는 장면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책 뒤 말미에 나온 말처럼 어쩌면 이렇게 힘든 일상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작가의 의도가 책을 덮으면서도 뇌리에 떠나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오로지 행복만을 보았다는 책 제목처럼,  어쩌면 반어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책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읽는다면 서로가 미움에 찬 사람들일지라도 먼 시간이 흐른 후,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해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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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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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만나는 책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고 그 작가가 쓴 작품이라면 두 손을 들면서 환영하면서 읽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다.

 

그중에서 소장을 하는 기쁨을 주는 책들 가운데 내 경우엔 요 네스뵈의 작품들이다.

처음 접한 작품은 스노우맨이었고 북유럽권의 풍경 속에 펼쳐지는 해리 홀레란 인물의 활동은 내 기억 속에 각인이 되어 남았다.

그다음으로 마주친 것이 레오파드’-

책 표지에서부터 오는 강렬한 인상은 이 책의 내용은 바로 이렇다는 것을, 한 마디로 특징 지어 주는 것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해리의 매력에 더한층 빠지게 된 결정적인 작품이었다.

 

그런 요 네스뵈의 작품 중에 3부작이라 불리는 일명 오슬로 3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바로 <레드 브레스트> <네메시스>, 그리고 바로 이 작품인 <데빌스 스타>.

 

북유럽권의 문학이라고 하면 언뜻 연상되는 것이 차디찬 겨울의 풍경 속에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북유럽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주된 것이라면 이 작품은 요 네스뵈의 작품 중 여름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란 점이 특색이다.

 

그동안 출간되어 온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성격상 알코올중독에 절은 해리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특징들, 이 작품 또한 해리의 잘 풀리지 않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모든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맞아 떠나고 텅 비다시피한 오슬로의 여름 날-

강력반도 예외 없이 한산하기만 하다.

그런 강력반에 사건이 들어온다.

어느 아파트에서 젊은 여자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묄레르 경정은 사건 현장에 누구를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다 차기 경정 후보 톰볼레르를 차출하게 되고 그의 파트너로서 말썽은 부리지만 사건 해결에 있어서만은 능력을 발휘하는 해리를 지목하게 된다.

 

우리의 해리로 말할 것 같으면 연애사업도 잘 안 풀리는 상황에다 술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태로 번번이 묄레르 경정의 주선으로 간신히 형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이기에 같은 동료이자 파트너였던 엘렌을 죽인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볼레르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이 제안이 좋지만은 않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볼레르와 타협을 하게 되고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사건 자체가 묘한 상황이다.

모두 세 명의 여인들이 살해되고 그 현장엔 죽은 그녀들의 각각 다른 손가락이 없어졌다는 사실과 죽은 그녀들의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이 되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서로의 연관성은 찾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막막한 단서만 가지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해 나가면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사실들을 밝혀내는 과정들이 역시 해리 시리즈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가 순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국내에 이미 출간된 작품들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익숙한 이름들과 볼레르에 대한 의심, 그리고 그가 벌인 잡힐 듯, 보일 듯하면서도 좀체 그 사실에 다가갈 수 없는 해리의 고군분투하는 과정들이 전작들과 비교가 되면서 읽는 재미를 더 해 준다.

 

연작 시리즈의 경우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들이 연이어서 작품 속에 녹아들고 그 녹아듦 속에 독자들 또한 스스로 그 사건의 해결에 대한 추리능력을 생각해보게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다른 작품들인 레오파드, 레드 브레스트보단 부드러운 전개 과정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만큼 요 네스뵈의 작품 전개 활동이 해리 시리즈를 통해 한층 과감하고 도전적이며 돌발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는 일취월장의 글 흐름이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서구권에 영향을 미친 종교적인 색채와 관련되는 악마의 별은 과연 이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범인은 왜 이런 것들을 연관시켜 살인을 하게 됐을까?

 

사실 데빌스 스타란 제목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하나의 힌트도 되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선()과 악()이란 두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한다.

 

엘렌을 죽인 범인은 과연 잡힐 수 있을까? 먼저 나온 작품에서 이미 엘렌의 죽음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독자들에겐 해리가 펼치는 범인이라고 지목한 볼레르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과연 볼레르가 진짜 범인일까? , 아니면 그 윗선마저도 관여를 했을까?에 대한 여러 가지 복선이 깔리면서 읽는 도중 나도 모르게 타인에 대한 심증 외에 미리 선입견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한 결정을 미리 내려버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도 하게 하는 내용들이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반가운 죽마고우 친구 등장도 좋았고, 연애도 제발 다음 시리즈부턴 해리가 홀가분하게 다른 사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단 바램을 다시 해 보게 하는 책-

 

영국 판권 수출 시 첫 작품으로 소개되어 요 네스뵈 광풍의 인기바람을 결정적으로 하게 했다는 작품답게 춥다는 북유럽의 날씨를 반전으로 뒤집어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날을 배경으로 술에 절어있지만 사건을 보는 눈만은 예사롭지 않는 해리를 통해 또다시 북유럽의 추리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요 네스뵈의 다음 작품 또한 여전히 기다려지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노우맨, 레오파드, 레드 브레스트, 네메시스, 박쥐, 그리고 데빌스 스타까지...

언제까지 해리홀레 시리즈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책장에 꽃혀 있는 이 시리즈만 봐도 다시 한 번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는 작품들...

아끼는 책인 만큼 요 네스뵈의 차후 기대작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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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 - 개성 폭발 기호품들의 특별한 이력서
탕지옌광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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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담배, 향수, 술(와인, 럼주), 초콜릿, 벌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금이야 누구나 손쉽게 닿을 수 있고 구해서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물품들이지만 이들이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아주 귀중한 자격을 유지하며 특권층이나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총 20가지 물품을 대상으로 귀족의 사치품에서 대중적 기호품으로 세상을 바꾼 이야기의 전개가 사뭇 흥미롭게 다가서게 한다.

 

향수의 첫 시발점은 이집트에서 출발이 됐으며 곧 무역로를 거쳐 유럽에 퍼지면서 본격적인 하나의 독자적인 상품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진다.

 

인류가 대항해시대를 맞이하면서도 유럽이란 갇혀있던 하나의 공간에서 벗어나 지구의 여러 곳을 탐험함으로써 그 부산물에 대한 발생의 경위가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 발명품도 있고, 귀한것이다 보니 그곳 지역에 침투해 종자의 씨나 나무를 가져오는 모험들, 해적의 대표적인 행동 중의 하나인 럼주에 얽힌 이야기와 식량의 차원에서 풍부하게 먹었던 대구란 생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영토의 쟁탈권과 독립국가의 탄생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차(茶)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오랜 시절부터 현재의 의약품의 탄생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없는 좋은 정보와 그 유래의 발전 경로를 통해 지금의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재미와 정보를 고루고루  알게 해 주는 책이다.

 

 

특히 술에 관한 대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압생트란 술에 얽힌 이야기-

초록빛 요정이란 별칭답게  색상도 술이란 생각을  할 수없을 만큼의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 술로 인해 천재화가를 죽음으로 내몬 주범으로서의 마력, 소설가, 화가, 시인들이 중독되다시피 마셨던 부작용은 결국 100여 년 동안 금지된 품목으로 정해져 사라져버렸으나 다시 세상에 나와 마시게 된 사연들이 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도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로 느껴진다.

 

비아그라의 탄생과 피임약의 탄생으로 인한 전혀 다른 곳에서 치료제로써 사용이 되게 된 사연과 그 부작용, 피임약으로 인해 여성의 일할 권리와 몸의 자유까지 누리게 된 이야기들은 지금도 여전히 종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그치지 않게 하는 주제이기도 한다는 점이 때론 그 쓰임새에 따라서 어떻게 변할 수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품들의 변천사를 통해 때론 악의 원천으로, 때론 선의 원천으로 인간에게 쓰임을 당하는지는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모저모 유익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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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남자 1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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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이 어느  한 곳을 쳐다보는 듯한 인상의 한 남자의 모습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의 표지에 실려있는 그림은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의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 <한복입은 남자>의 작품 속에 나타난 조선 남자로서 겉에는 철릭(조선시대 무관이 입는 옷>을 입고 있다

서양화가의 손에 탄생한 우리나라 , 정확히는 조선의 남자를 표현해 낸 그림이다.

 

그는 과연 왜, 서양의 화가의 손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끔했을까?

무슨 연유로 인해 조선을 떠나 머나 먼 긴 항해 끝에 서양이라는 나라에 안착하여 어떤 이유로 인해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인 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작가의 실제 역사 속에 방영이 된 이야기의 상상력이 역사소설의 재미를 한껏 부추기게 만든다.

 

그의 이름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조선의 무관 출신으로 "조선남자"로 불릴 뿐이며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곁에서 선조를 모시고 피난 길에 올랐던 기억과 전란이 뿌리고 간 황폐해진 조국의 현실적인 모습, 여전히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고개를 조아리며 눈치만 살피는 고관대작들의 무능함, 신무기의 필요성을 알리기위해 알현을 요청했으나 과거의 쓰라린 기억만을 오로지 떨쳐버리고 싶었던 선조의 뜻대로 제대로 알현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 스스로가 노모와 어린 아들들을 고국에 남겨 둔 채 홀로 신무기의 본을 갖기 위해 떠나야만 했던 남자로 나올 뿐이다.

 

그는 여러경로를 거치면서 유국(지금의 오키나와)에서 고미란 여인과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그녀와 이별을 했고 중국 복건성을 거쳐 조와(자바)를 지나 서양의 배와 유국의 배에 승선하면서 드디어 네덜란드에 도착하게 된다.

 

일본이 임진 당시에 활용했던 신무기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만큼 그에겐 하나의 목표가 있었으니, 바로 신무기 본을 얻어 고국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이를 구하기 위해선 카피탄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조와 상관 우두머리인 상관장의 권유에 따라 성화에 들어갈 동양사람의 모델대표자격으로 그림을 그리게 해 준다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말에 허락을 하게 된다.

 

당시 네덜란드는 구,신교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휴전이 된 상태로 북과 남의 종교적인 차이로 인해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화약고의 상태-

동양에서 온 조선남자는 이들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카톨릭으로 개종까지 하게 되고, 화포공장을 운영하던 다나와 자라의 남매를 만나면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저자의 두 권에 이르는 이 그림에 대한 모티브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성과 그 위에 덧댄 상상력은 읽는 동안 당시 임진왜란 이후에 처해졌던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해득실관계는 물론 네덜란드의  종교 분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화란 젤란트에 도착해 만나는 상관장, 경리관, 공작, 목사의 등장은 전혀 서양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에 알지 못한 채 자신의 목적만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쓴 한 남자의 기막힌 인생이야기가 풀어지면서 복잡한 정세를 더욱 실감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확장세와 그에 덧대 새롭게 부상한 신흥 부르주아들, 기존 세력인 공작의 세력지키기, 동인도 주식회사의 배당금을 넘어선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엉뚱한 동양인들을 이용한 상관장과 경리관이란 작자들, 억울하게 화포공장을 빼앗기고 언니마저 마녀사냥에 희생당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다나란 여인과의 사랑이야기는 비록 시대는 달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적인 정세와 이해에 따른 희생양으로 어떻게 버려지고 희생당하는 지를 꼼꼼한 조사로 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재의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이 소설은 자신들의 종교 확장과 수세를 지키기 위해 모종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과정의 대주교와 공작의 술수, 이들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위해 전혀 상관도 없는 이방인들을 자신들의 법대로 처리한 몰지각한 행동들을 통해 늑대와 개의 사냥을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서 변화의 틀을 쥐어잡을 수있는지에 대한 냉철함을 엿 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인물들의 활동 시기는 1607년부터 1669년까지이고, 이 시대에  또 다른 저편인 지구 반대편의 네덜란드 제일란트(책에는 "젤란트"라고 표기됩니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통해 역사 속의 애국심은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지는냐에 따라 발전, 또는 퇴보로 거듭날 수 있게 됨을, 종교란 것이 갖는 속성들이 그 진실된 진리를 거스르고 인간들의 잣대에 의해 무참히 상대방의 종교를 짓밟음으로써 어떻게 나라의 형태가 변하게 되는지를 인간들이 갖는 온갖 이기심과 허망된 욕심, 사랑에 대한 질투를 반영함으로써 당시의 시대를 고증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

 

한 때 이탈리아에 코리아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조선의 한 남자가 책의 주인공처럼 배에 승선해 이탈리아에 정착해서 살아가면서 후손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지 않았을까 한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그쳤을 뿐이지만 웬지 "꼬리"란 이름이 어색하기 않게 들리는 것은 조선남자가 남겨두고 간 그 흔적 과 진정으로 종교를 떠나 한 여인을 사랑했던 다나란 여인이 못내 그 조선남자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과정들이 아픔으로 전달해서일까?

 

새삼 긴박했던 당시의 세계의 정세에 어두웠던 조선이란 나라의 실정에 대한 답답함을 넘어 지금도 보다 발전된 나라를 위해서는 어떤 행동들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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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 제3-4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8
김민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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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 Z, 워킹 데드(Walking Dead), 데드 셋(Dead Set) 같은 영화들은 이미 좀비에 대한 영상미와 함께 이야기 소재로도 인기를 끌었거나 인기몰이 중인 작품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이런 유의 취향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때마침 'ZA 문학 공모전' 이란 이름으로 공모전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 매번 공모전이 열리고 그 가운데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택된 작품인 이번 ZA 문학 공모전' 3~4회 수상 작품집은 전 작품들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재미와 하나의 영상미를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총 5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배경 속에 펼쳐진 좀비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성이 훨씬 가미되어 있어서 그저 상상 속에 있을 것이란 좀비란 존재에 대한 이미지를 상쇄시켰단 점이 두드러진다.

 

책 제목인 크르르르는 첫 수록작 ‘엘리베이터 액션’에서 좀비들의 신음을 표현한 의성어로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신음을 나타낸다.

 

주인공이 형과 함께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우연히 들어간 마트에서 보게 된 스니커즈 간판을 본 순간 먹고 싶단 생각에 빠지게 되고 좀비에 둘러싸이면서 어쩔 수없이 들어가게 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다룬 이야기다.

 

장마란 작품은 비를 맞으면서 좀비로 변하게 된 사람들에게 위험에 빠진 한 여성을 구해준 주인공이 여자가 남동생을 구하는 것을 피하게 되자 이에 마음의 양심 가책을 느끼면서 겪는 기상천외한 사실들이 밝혀지는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다.

 

여름 좀비는 좀비 중에서도 능력이 뛰어난 좀비를 잡으려는 인간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엔 그냥 단순히 좀비를 죽여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 이를 이용해 다시 좀비를 사용하려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새로운 직업군으로 탄생한 좀비 사냥꾼의 활약이 그려진 작품이다.

 

해피랜드는 시어머니와 함께 놀이공원에 간 며느리와 고부 간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좀비의 출현으로 대관람차 안에 갇힌 사람들의 본 모습과 생각들이 도출되어 그려지는 , 소재로선 좀비의 출현이 빌미가 됐지만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의 본성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작품인 좀비 눈 뜨다는 좀비가 되었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게 된 주인공이 아내와 딸을 찾으러 좀비 무리들 속에서 자신 스스로가 좀비인 것처럼 행동하는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발전된 이야기들의 소재와 장치적인 활용도,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재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 작품들을 만난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론 좀비에 대한 영화나 책을 즐겨 보거나 읽진 않지만 우리나라의 문학의 한 주류로 자리를 잡아간다면 이런 환상적이고 모험이 가득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들이라면 나름대로의 개척 분야로서도 십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무서운 좀비도 그 나름대로 느낌을 충분히 전해주지만, 미국 영화에서 보이는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귀여운 좀비를 다루는 이야기를 그려보는 것을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100% 속에 약간의 모자란 듯한 느낌을 주는 풋풋한 글 구성이 오히려 신참내기의 열성적인 노력적인 문학 완성도가 상상이 되기에 차후 다음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하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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