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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ㅣ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평점 :

종교가 지닌 힘은 크고 위대하다.
오죽하면 자신들의 종교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일까지 발생하는 극에 달하는 행동까지 할까만은, 볼테르의 말처럼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인간사는 세상에서 종교에 의지하는 힘은 크고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기 아주 골치 아픈 생활에 절어있는 한 남자가 있으니, 이름은 야콥 야코비, 직업은 심리치료사, 하지만 결혼 7년을 마감하고 이혼 후에 아내의 집과 사무실까지 빌붙어가며 살아가는 사람이자 파산 직전에 처해있으므로 골치가 아픈 상태다.
아내 엘렌이 한밤중에 그의 집, 아니 그녀의 집에 급히 찾아오게 되고 이유인즉슨, 죽은 삼촌으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그녀의 애인과의 문제를 상담받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이내 그녀의 애인인 복서 출신으로부터 한방을 거나하게 선물 받고 코에 피를 흘리며 병원행으로 직행-
그곳에서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는 아벨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는 아르바이트로 서커스 광대 일을 하는 중이란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영~ 도저히 제정신 상태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의 심리치료를 맡는 대신 돈을 우선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도대체 당신, 아니 신이라고 불리는 당신은 무엇이 문제냐는 물음에 그(아벨)은 자신이 만든 인간들 때문에, 즉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는 세계사를 인간과 함께 건너오면서 모든 걸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어? 헛수고였어.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어! 결국 나는 완전히 실패했어. 세계를 둘러봐! 어디에서건 굶주림과 전쟁, 자연 재앙, 탄압, 불의 환경 파괴가 판을 치고 있잖아. 또 뭐가 있지?"
하~
너무도 고민이 많았던 우리의 신 아벨은, 사실 아벨이란 사람의 몸속에 들어간 상태로 마리아란 여인과의 하룻 밤을 보낸 탓에 크리스티안 이란 아들까지 둔 상태로 그는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도 아벨의 육체를 버리고 가지 못하는 딜레마와 아들이란 존재와의 불화로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기에 야콥은 그에게 진짜 신이라면 그 증거를 대보라고 얘기를 하자 신은 그에게 야콥이 태어나기 전의 세상을 보여주게 된다.
정작 도움을 받길 원하는 신을 통해 야콥은 자신이 도움을 받고 다른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읽는 내내 재미를 준다.
전혀 상상 밖의 신이란 존재와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작가의 참신한 발상 전개는 처음 국내에 소개된 작품치고는 종교적인 면을 다룬단 점에서 자칫 무거움을 줄 수 있는 문제를 아주 유쾌하게 그려나간 점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얼마 전 읽은 사이먼 리치의 소설 <천국 주식회사>에서도 신을 다뤘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로 신의 존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우리 곁에 살짝 다가왔다가 손길을 내미는 행동을 기대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정말 이런 신의 존재가 있다면, 야콥과 마찬가지로 고민을 들어줄 상대로 아주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아주 빠른 전개, 상황이 그려지는 웃음의 설정이 재치가 넘치는 대사가 즐거움을 주고 내 스스로가 야콥처럼 내 인생의 전반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책이기에 책을 덮고서 내 주위를 살며시 돌아보게 한다.
혹 누가 아는가?
나도 모르게 내 뒤에 살며시 다가와 위로와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며 살펴보고 있는 중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