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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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소설이라고 해서 저자도 모르고 제목도 모른 채 읽어 나갔다.

제법 묵직한 소재라나 할까?

아무튼 현재 유럽 권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시적인 문제점또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까지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읽어 나가면서 누굴까?를 연신 생각하면서 읽게 된 책은 미셸 우엘베크의 작품이 아닐까이었다

알고 보니 제목도 '복종'-

 

처음엔 표지에 눈만 드러내놓은 이미지라 이슬람의 어떤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그 내용은 한층 더 심층적인 주제를 드러낸다.

 

오늘 아침에도 마침, 방송 뉴스에서 프랑스의 관용(톨로랑스)에 대한 정책의 일환으로 이슬람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되그들의 저소득층 생활의 모습, 파리 외곽 지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 나오던데, 아마도 이런 현상은 프랑스만이 아닌 전 유럽권의 문제가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인구 수는 증가세를 보이기는커녕 점차 노령 인구 층으로 대변되는 현상과는 반대로 오히려 이런 불법 이민자들, 취업자들, 그리고 이슬람이란 종교로 대표되는 이들의 인구수 증가에 대한 걱정스런 시선이 따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연도는 2022년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다보니 처음엔 책 내용 중 2017년 대선 이야기가 나와서 오탈자인 줄 알고 착각했었는데 나중에 가서야 연도의 확실한 시기가 나오는 바람에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됐다.

 

2022년도는 이슬람력으로 라마단에 해당된다고 한다.

 

 

화자인 나, 프랑수아는  40대를 넘어선현재  조리스카를 위스망스가 썼던 작품을 가지고 논문을 발표, 대학 교수로서 생활한다.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저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드러내듯 시종 냉철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프랑스 자체의 국내 문제, 정확히는 정치문제에 대한 , 즉 선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극우 정권이 정권을 쥐게 되는 우려 속에  좌파와 우파 정당들이 이슬람 정당과 연합하여 새로운 당이 탄생하게 되고 이는 곧 많은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슬람 정당이 내세우는 대부분의 협정 중 하나인 교육면에서 그 변화는 뚜렷이 감지되는데, 바로 아이들 교육이다.

 

그네들 생각에 아이들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 (p94)

 

고로 정교분리 원칙이 깨지고, 공립학교가 이슬람 학교로 바뀌게 되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옷차림을 짧은 바지차림은 볼 수가 없게 되고 자신 또한 대학에서 해고를 통보 받고(단 개종을 한다면 계속 연임이 가능하단 이야기를 듣는다.), 여성들의 교육은 초등교육을 마친 후에 가사교육,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며 일부다처제가 수용이 된다는 변화의 물결을 이룬다.

 

또한 정말로 이슬람을 믿는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주변 국가들, 즉 이슬람을 믿는 아프리카의 대륙을 아우를 수 있는 유럽 통합권내의 가입 실현을 위한 계획이 차례차례 진행된다는, 이른바 유럽인들이 알게 모르게 회피해 온 본격적인 새로운 종교전쟁을 생각하게 하는 미래의 프랑스 사회를 대표로 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유럽의 역사 속에서 기독교를 배제할 수 없는, 끝까지 지키기 위해 치러졌던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그들로서는 당연히 이슬람의 침공을 반길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거부할 수만은 없는 인권존중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실제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으로 대변되는 이러한 대립적인 현상은 유럽인들을 다시 이슬람 공포증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극우세력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현 실정과 맞물려 저자는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진정한 가톨릭을 믿는 국민 수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한 때 니캅이나 부르카를 입지 말라는 공고에 대한 이슬람을 믿는 이민자들의 항의로 이어진 복잡한 문제들을 연상 떠올리게 한다.

 

이런 가운데 저자의 이런 시선은 화자인 프랑수아의 개인적인  삶이 어떻게 이런 정책과 맞물려 변화를 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편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대통령이 꿈꾸는 제2의 로마제국을 계획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정치가 어떻게 변하든 오로지 결혼 보다는 섹스에 몰두하는 프랑수아의 삶도 이슬람으로 개종이 되면서 자신이 누리게 될 혜택을 받아들이게 되는, 스스로 두 번째 삶의 기회가 왔다는 독백식의 말이 변화의 흐름을 거부만은 할  수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은 이런 식으로 몇 년 전에 내 아버지가 혜택을 입었듯,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두 번째 삶의 기회가 되리라.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p357

 

다음은 전체적인 모습의 새로운 유럽권 가상의 구도실현-

먼저  터키를 유럽 권에 가입 시키고 점차 아프리카 대륙 권을 유럽 존에 가입시킨다는 계획은 설사 이 책이 저자가 그리는 가상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헛된 꿈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간 당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 만큼 유럽 권내에서도 관망하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현 시점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고립된,  일관되게 내 위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섹스나 결혼이나 부모간의 유대)과 철저하게 가족주의로 생활하는 공동체로서의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의 비교는 제목에서 말하는 복종의 범위는 무엇인지,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들을 반대로 뒤집어서 보게 하는, 지금의 유럽권의 사회적인 구조적인 변화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함,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전해주는 여러 가지 정치활동에 관여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 3의 경제변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함께 어울리는 사회로 가기 위해선 어떤 취지의 협조와 변화된 사회질서가 필요할지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마다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생각도 함께 곁들여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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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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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들은 인지를 못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어차피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는 자명한 사실, 특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강도는 점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철모르고 어느 분이 돌아갔다는 말 한 마디를 무심코 넘길 수 없는 나이가될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닥친 주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선 그 어떤 표현조차도 사실은 사치이며 그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그저 시간이 어서 흘러 주기만을 바랄 뿐인 나약한 인간의 한 존재로서 살아가야 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렇다면  만약 주어진 삶에 대한 시간을 안다면 우리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있을까?

여기 그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올 해 나이 27살인 데이지-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먼저 가신 후 엄마와 단 둘이 살다가 멋진 남편 잭을 만나 결혼한 여인이다.

잭은 그야말로 자신의 분야에선 철저하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실 생활에선 별로 완벽하지 않는, 데이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는 사람이다.

 

그녀 자신은 심리상담 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잭은 자신의 전공 분야인 동물학과에 적을 두고 의사와 박사를 진행하고 있다.

머지 않아 5월이면 잭은 박사학위를 수여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의 시간을 좀 더 충분히 갖게 된다는 희망, 또 사랑스런 아이들을 낳게 될 것이란 계획이 이 순간적인 통보에 무너지고 만다.

 

완치됐다고 믿었던 유방암의 재발이라니~

그것도 온 몸의 주요 장기인 뇌종양, 간, 뼈, 폐까지 펼쳐진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살 수만은 없다는 데이지는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오른다.

자신이 먼저 가게 되면 잭 혼자 남게 될 것이고 잭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살펴줄, 진정한 짝을 찾아주겠노라고~

 

그 때부터 온 신경이 그에 쏠리게 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남의 창을 두드리고 잭에게 어울릴 만한 여성은 누구인지, 잭과 함께 가는 파티에서 만나는 여성들마다 모두 대조를 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오고 가는 여대생들을 눈여겨 보는 행동까지....

 

죽음을 목전에 둔,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단 시일까지 통보 받은 병에 대해 생각해 보면 무척 무거운 소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데이지는 그 모든 것들의 절차들을 가볍게 제 자신 나름대로 넘겨버리면서 본격적인 남편 반려자 찾기에 나선다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 인물들의 심리 상태는, 만약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우리들의 문제라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말하는 죽음에 대한 몇 단계를 이야기하지만 그에 앞서서 데이지가 느끼는 감정들, 잭을 두고 자신이 먼저 떠나갈 경우에 대비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시종 따스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려 잭을 먼저 가까이 하지 않았던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솔직한 자신의 감정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내가 죽으면 누가 그 양말을 치워줄까?

내가 죽으면 누가 잭의 어깻죽지 바로 아래를 긁어줄까?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창문 틈을 막아주고, 바닥 업자를 부르고, 바닥을 쓸고, 도시락을 싸고, 청바지를 찾아주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장을 보러 가고, .....-p136

 

 

서로가 사랑해서 결혼이란 형식에 빗대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했기에 서로 눈만 쳐다봐도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대를 두고 떠나가야 한다는 죽음이란 실체 앞에서 과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연신 생각하게 한다.

 

긴 눈물을 흘릴 것으로 예상했던 책이었지만 그다지 어둡지 않다는 분위기로 이끈 저자의 글이 오히려 더욱 슬픔을 가져다 준다.

 

차근차근히 자신의 죽음 뒤에 올 홀로 남겨질 잭을 위해서, 더는 미룰 수도 없었던 박사학위 졸업식 때까지 살아 있어야 했던 데이지란 여인의 사랑 법은 잭에 대한 사랑을 진정으로 느끼면서 오히려 내칠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 정말 사랑하는 사람 곁에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을 머리 속에 고이 간직하고자 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눈썹 한 올 한 올, 약간 삐뚤어진 입, 그리고 남들이 보면 어긋나 보이는 치아까지..사랑스럽게 느끼는 순간을 느끼고 곱씹어 보려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이런 경우를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웃의 아픈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도록 글은 그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무슨 계획을 세우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일깨움도 그렇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잠시만이라도 따뜻한 미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억에 남을 일인지, 앞 일을 모르고 살아가기에 이런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간절히 일깨워 주는 따뜻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순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아니 문득 안부 전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서 행동해보라고, 소리 없는 글이 내게로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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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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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 보면 책 띠지로 인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책에 대한 간략한, 소위 말하는 한 방의 문구 때문에 반드시 읽어 봐야만 한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완독률 98.5%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는 이 책-

총 2권으로 1000여 페이지에 육박할 만큼 한 인간이 살아오는 기나긴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책 뒤편의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그야말로 두말할 것 없이 유혹의 마음을 제대로 뒤흔들리게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제대로 독자들의 마음을 들어 놓았다 하는 저자의 기나긴 노고 끝에 탄생한 책이란 생각이 제대로 들어맞는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책에 등장하는 작은 그림, 실제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 방울새'란 작품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주 중요한 소재로서 그것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저자만의 생각이 넓은 바다를 향해가는 첫 출항지의 출발점으로서 손색이 없다.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 일명 시오로 불리는 사람이 1권에선 어떻게 인생의 전환점이 변해가는지에 대한 회고 형식, 2권에선 이 그림으로 인해 전혀 뜻밖의 사건으로 관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14년 전인 14살의 시오는 엄마와 함께 우연히 들른 미술관에서 평소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던 엄마로부터 황금 방울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화재로 인해 소실될 뻔했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만난 노인과 한 소녀에게로 관심이 옮겨지게 되고 엄마는  선물을 사러 잠시 자릴 비운 틈에 터진 폭발 사고로 시오는 홀로 살아남게 된다.

 

자신이 쓰러져 있었던 장소에 다시 만나게 된 노인으로부터 전해 받은 반지와 함께 전시된 황금 방울새를 가지고 나오게 되고, 이후 아동보호 센터에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 보호자 역할을 담당하게 될 친구 앤디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림에 대해 노인이 한 말을 되새겨 보며 찾아가게 된 동업자 호비 아저씨,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소녀 피파를 보게 되면서 설렘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들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의 등장으로 라스베이거스로 둥지를 옮기게 된다.

 

그림에 대한 그 어떤 말을 하지 못한 채  시기를 놓쳐버린 시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리스란 친구와 사귀게 되고 도박에 절어 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다시 호비에게로 돌아오면서 호비와 죽은 노인 블랙웰의 관계처럼 골동품을 다루는  상인으로서 직업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처음 광고된 문구처럼 완독률이 높다는 기대치에 미칠 만큼 쉽게 읽히진 않았다.

아마도 저자의 작품이 탄생하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자신의 창작열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나타내고자 하는 여타의 작가들처럼 이 작가가 그동안 내놓은 작품들을 볼 때면 그런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뭣보다 각 작가들마다 글을 쓰는 스타일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처녀작과 두 번째 작품들이 나온 시키 터울이 워낙 길었고 이 책 또한 11년이란 공백을 깨고 나온 것만 봐도 추리소설처럼 쉽게 흡인력이 높게 다가오진 않는 책이다. 

 

2014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외에도 여러 타이틀을 거머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책 소개의 대략적인 내용대로 해석했던 내 잘못도 한몫(하나의 작품을 둘러싼 추리와 어떤 기막힌 반전을 기대했었다.)도 했지만 읽는 데에 무난한 글의 유려함이 뒷전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맛에 길들여지는 순간의 가독 속도가 붙고 나선 전체적인 책의 종류를 무엇이라고 정할 수가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는 딱히 그 어떤 부류라고 부를 수가 없었던 점이 아마도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않았나 싶다.

 

처음 1권에선 전반적으로 홀로 천애 고아가 된 한 소년의 성장 소설처럼 읽혔다.

생각해 보자.

자신들을 버리고 어느 날 문득 사라져 버린 아버지, 생업전선에 뛰어든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졸지에 고아가 돼버리고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던 자신에게 다가온 아동보호 센터에서 온 어른들을 대했을 그 어린 소년의 모습을.....

두려움과 또다시 버려질 것을 염려했던 시오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서 그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연결성을 부합시킨다.

 

 

이후 시오는 사람 많은 공간에 대한 트라우마, 어느 곳에 마음을 둘 수 없었던 자신에게 다가와 준 보리스란 친구를 통해 소통을 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 인해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아버지의 사랑법에 방치된 채, 마약에 절게 되는 생활, 그림 한 점을 제대로 찬찬히 보지도 못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게 되는 여정들이 찬찬히 보여준다.

 

그렇게 끝나는가 하면 같은 트라우마를 겪고 자신보다 더 악한 조건에 의해서 신체적인 불편함을 겪고 있는 피파에 대한 사랑은 그가 회고록을 쓰는 와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한 인간의 안타깝고 안쓰러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쯤에서 시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끝까지 그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어떤 책임성 있는 행동을 취할까?

여기에서 뜻밖의 반전을 맛보게도 하지만 결코 숨 가쁘게 조여오진 않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권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그의 인생은 우리가 말하는 선택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오가 노인의 부탁으로 바깥세상으로 갖고 나온 그림 한 점과 엄마의 죽음 이전과 죽음 이후로 나누어진다는 고백처럼, 실제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는 종반부에 가면 그림이  주는 소재를 매개로 우리의 인생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 수가 있을까에 대한 물음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생의 굴레에서 선행과 악행, 그리고 세상살이에 대한 염세주의적인 느낌까지 한꺼번에 터지듯 나오는 신들린  저자의 생각을 통해 이 책이 전해주는 묵직함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운명은 잔인하지만 제멋대로는 아니라고. 자연(즉, 죽음)이 항상 이기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굽실거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 2권  p 480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중간 과정에서 무수히 우리들은 선택하며 강요를 당하고

또 그러면서 수동적인 삶에 어떤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그 중간 과정에서 오는 환희의 순간도 있음을, 그렇다면 결코 줄에 매여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 있는 황금 방울새처럼 불편한 삶이더라도 그순간만큼은 인정하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되짚어 보게 하는 책이다.

 

성장동화, 첫사랑에 대한 애절한 아픔과 그것을 인정하며 또 다른 삶을 인정하기까지, 친구와의 우정,  반전을 모두 곁들인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인생의 삶에 대한 오마주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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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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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 보진 못했어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가정폭력이란 것은 한 개인의 인생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당사자는 그 순간엔 전혀 모든 것을 통제할 힘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성향의 폭력을 휘두르고 나중엔 후회의 눈빛과 참회의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위의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전해주는 이런 내용을 다룬 소설은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접해왔었던 그의 소설들 대부분이 직장인들의 애환이나 가정내에서의 부부 간이나 자녀와 부모로서의 간극을, 또는 사회적인 전문적인 의사가 보여주는 유쾌한 행동을 통해서 잠시나 그의 유머스럽고 천연덕스러운  글에 빨려 드는 경험이 있기에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왕따(침묵의 거리에서)라든가 위의 작품은 작가의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저자의 관심도와 글쓰기 활동 영역에 제한을 받지 않는단 사실이겠지만, 이처럼 가정 내의 폭력을 그 답다는 말로써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 우선은 통쾌하단 기분이 든다.

 

두 대학 동창생의 화끈한 일탈이랄까? 아니면 이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기에 행할 수 있었던 것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나오미와 가나코-

책 제목처럼 두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차례대로 이야기가 전달되는 형식이다.

대학 졸업 후 큐레이터를 희망했지만 정작 백화점 내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일들을 처리해다주시피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나오미는 대학 때 만난 가나코와는 성격과 행동에는 반대 성향이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로 지낸다.

어느 날 가나코의 집을 방문하면서 그녀의 얼굴에 멍든 것을 보고 직감을 하게 된다.

추궁을 하자 가나코는 사실대로 말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두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들을 저지르게 되는지와 그 후의 일들을 보여준다.

 

언뜻 보면 얼마나 친하기에 친구의 그런 사정을 알고 직접 살해 계획을 세우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나오미 또한 가정폭력이란 것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전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난다.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엄마, 사회적인 기반이 없고 돈 벌 재주가 없어 그저 남편이 하는 대로 당하고만 살았던 엄마의 모습.

이 사실을 알고도 무서워 피하기만 했었던 두 자매, 결국 도쿄로 뛰쳐나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는 무채색의 나오미 앞에 자신이 겪었고 보아왔던 기억이 현재 가나코란 친구가 당하고 있단 사실 앞에선 동일시하는 자신의 감정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죽인다'는 말을 피하고 싶어서 '제거'라는 말로 바꾸기로 했다. 표현의 문제는 중요하다. 특별히 다쓰로를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이 병사하거나 자살이라도 해주는 것이다. 그게 불가능하니까 차선책으로 이쪽을 제거하는 것이다."  - p-125

 

차근히 준비했고 완벽했다고 자부했지만 점점 조여오는 수사망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간발의 차로 이어진 행동의 결과가 그야말로 숨 가쁘게 그려진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키듯, 두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완전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마저도 실패한 후의 행동들을 통해서, 엄밀히 말하면 살인을 저지른 두 사람을 용서해서는 안되지만 이성적으론 그러했어도 감성적으론 동정과 오히려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 이야기는 저자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남, 여의 성차별을 떠나 진정으로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인지를 보여준다.

 

흔히 말하는 부귀영화란 말이 가나코에겐 무색하게 그녀는 맛있는 물을 먹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나타낸다.

폭력 후에 입안에서 맴도는 아픈 상처와 함께 물 맛 자체도 느끼지 못하는 삶, 사랑한다고 믿었고 자신에게 더 이상 어울릴 이만한 조건의 남자는 없다고 생각한 결혼이 죄라면 죄라고 부를까?

 

언뜻 보면 이 두 사람의 미래도 밝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적어도 죽인 후의 그 순간 이후부터 가나코는 자신이 당하고 사는 처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것이 설령 빗나간 자유라 부를지라도 어느 누가 이 두 사람의 행동에 비난을 쏟을 수 있을까 싶다.

 

책 뒤편에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결말을 어떻게 할지 작가도 마지막까지 망설인 소설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주인공들과 함께 조마조마, 두근두근, 즐겨주세요.-

 

정말 결말이 어떻게 이어질까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만큼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두 사람의 앞 길에 대해  진정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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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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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의 일을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서나 영상을 통해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그것이 인간 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여건이기에 인류 문명은 지금도 끊임없는 편리를 위한 생활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처럼 이런 생활들이  인간에게 얼마큼의 행복감을 가져다 줄까? 하는 생각은 별도의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올더스 헉슬리는 이런 예견을 예상했듯 미래의 일어날 수도 있는 가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가 지은 연도를 생각해보면 당시의 이 생각은 그저 코웃음이나 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이런 생활들의 비슷한 부분들이 현재 우리 생활들 먼 미래에서 볼 수도 있는 장면이란 생각엔, 그의 어떤 선견지명이라고나 해야 할까? 섬뜩해짐을 느낀다.

 

 시대는 A.F 7세기.

 

A.F는 포드 기원을 말하는 것으로 T형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세계에서는 남녀 간의 상호적인 감정 교류도 없고 그저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에, 성인이 하나 -이것이 정상인 세계다.

카노프스키를 한 난자는 움트고, 발육하고, 분열한다. 8개에서 96개까지 나오게 되는 세상, 이곳에서는 즉 96명의 인간이 태어나는 격이 되며, 사람들은 감정의 고통도 육체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도덕적인 책임이 있지도 않고, 이렇게 태어난 사람들조차 구분 되어 일명 등급에 따른 신분을 갖는다고나 할까?

 

이들은 자신들이 문명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 외의 밖에서 사는 사람들(우리 지구인들이 겪는 출산, 결혼, 삶에 대한 영위...)을 야만인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레니나 란 여인과  소심한 남자 버나드는 인간들을 통제하기 위해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소마'라는 약품을 수시로 먹이고  수면요법을 통해 인간들의 머릿속에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주입시키는 이 세계를 벗어나 '문명인'이었던 린다를 만나게 되고, 린다가 낳은  아들 '존'을 만나게 된다.

 

레니나와 버나드와는 반대로 여전히 신세계를 그리워하던 린다와 존은 '문명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 허가를 받으면서 존이 느끼는 멋진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변화된 모습들이 보인다.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 중에 하나는 병 없고 고통 없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꾸준히 약 개발이나 치료요법이 새롭게 드러나고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영생불멸의 삶은 아직까진 요원하다.

그런 점에서 위와 같은 세상, 당국에서 알아서 일도 주고 병도 고쳐주며, 심지어 기분까지 해결해주는 약을 주는 세상,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란 자체도 없는 세상, 당국은 안정이 필요하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 자신들만의 당위성을 내세우고는 있는 이런 세상에서 존은 오히려 문명국이 아닌 야만인 같단 생각을 하게 되고 '소마'의 처방을 반대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진 현재의 상황을 뿌리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왜?

그럴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존과 그의 엄마란 존재 자체가 낯선 존재로 비치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다고 해서 행복한 세상,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하는 물음을 책에서는 던진다.

 

복제 시스템의 개발을 어떤 의미에선 인간이 정복하고자 하는 병의 세계를 들어가게 하는 한 방법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어떤 정당치 못한 범위에서 허용한다면 부작용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경고, 그리고 진정한 인간이 인간답게 누릴 수 있는 멋진 신세계란 과연 어떤 세계를 말할 수 있는지, 작가의 틀에 짜인 답답함마저 주는 암울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분은 영 좋지만은 않다.

 

때론 허무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이 현실에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일련의 어떤 발전 상황들을 보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마련인지라, 어쩌면 오히려  지금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태어나고 아프고 병들고 정과 사랑을 느끼는 이 세상의 모든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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