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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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로 찌는듯한 숨 막히는 날씨가 연속되다 보니 책 읽는 속도도 빠르게 진전 되질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정말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들이야 다르겠지만...) 워낙 요 네스뵈의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번에 나온 신간을 손꼽아 기다린 시간이 지쳐갈 즈음에 요 님의 손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 예매를 서두르다시피 했었고 지금?

아~ 대 만족이다, 거기에다가 책 내용까지....

 

그 만의 독보적인 필치는 두말할 것 없지만 이번에  해리홀레 시리즈를 체쳐두고 새롭게 선보인 독립적인 이야기 속으로 오랜만에 헤드헌터 이후 접해보게 됐다.

 

기존의 해리홀레에 대한 다양한 계절상의 옷차림의 변주가 연상되는 듯한 패션쇼가 있었다면 요번엔 단독으로 치런진 패션 쇼란 느낌이랄까?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선 웬일인지 마음이 묵직하고 아프고, 소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 때문에 어떻게 내 느낌을 전해야 할 지 시간이 필요한 책이기도 했다.

 

전형적인 스릴의 형식이자 흔히 보는 영화에서처럼 복수란 타이트롤에 맞게 구성된 책, 더군다나 장소가 감옥이니 독자들 입장에선 대 환영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감옥 안에서 성자처럼 불리는, 그 흔한 영역소속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조용히 복역하고 있는 장기수 소니 로프투스는 모든 복역수들로부터 고해성사를 담당해 주는 역할을 하는, 헤로인 복용 범죄자다.

두 건의 살해 사건을 시인하고 복역하는 동안 끊임없이 죄를 대신 인정하는 대가로 감옥에 있으면서 헤로인을 공급받는자-

그에겐 누구보다 정직한 경찰 출신의 아버지를 둔, 한때나마 정상적인 가정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마약상과 거래한 첩보자였단 유서를 쓴 채 자살로 마감한 이후론 엄마마저 술에 취해 죽게 되면서 자신 또한 헤로인의 복용을 멈출 수 없는 자로 살아간다.

 

어느 날, 오랜 복역생활 탓에 세상에 나오기조차 두려워한 한 노인이 있으니, 그 노인은 자신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그에게 한다.

지금까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진실, 소니에게 그의 아버지에 대한 억울한 누명이 있었음을, 자살한 것이 아닌 낌새를 눈치챈 마약상의 거두, 일명 네스토르의 협박에 못 이겨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네스토르 뒤엔 쌍둥이란 별명으로 붙여진 전설일지, 실존 인물일지조차도 모를 정도의 미지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만약 내게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과연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도 모른 채 18살에 들어와 12년간을 복역하면서 내 세상은 내가 상상했던 아버지의 세계가 그렇게 허망하게도 끝나버린 순간 자신의 인생도 끝나버렸음을 자책하며 살아온 그 세월은 누구에게, 어떻게 풀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가 시종 진지하면서도 한 편의 영상미를 연신 떠올리게 만든다.

 

 “난 어릴 때부터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유서를 봤을 때 내 인생에서 아버지는 사라져버렸죠. 나도 사라졌고요. 그러다 감옥에서 진실을,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를 위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다시 태어났어요.” -P529

 

 

 

                            (디페시 모드 그룹 노래)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엔 할 줄 모르는 남자, 탈출을 하면서 마약자들의 쉼터로 둥지를 틀고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을 하나둘씩 처단해 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다른 책들처럼 시원하고 통쾌하면서도 왜 그리 소니란 인물에게 시종 시선을 거둘 수 없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과연 법적인 둘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구원의 문제를 넘어선 근본적인 삶의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여기엔 아버지의 친구이자 한때는 도박중독자였던 경찰인 시몬의 심리 상태와 그가 처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마약상과 거래하는 경찰청 내의 첩보자가 있는 것인지, 과연 소니의 아버지가 당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해결책은 있는 것인지가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고 맞물리면서 진행이 되고,  시몬에게 걸려있는 또 하나의 걸림돌, 사랑하는 아내의 눈이 실명되어가는 과정에서 거액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하나의 딜레마와 그 해결책을 고민하는 한 여린 인간의 모습이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소니의 존재를 알고 있는 시몬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해결이 날 것인지에 대한 진행이 물 흐르듯 도통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물로 물리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비단 동. 식물들의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역시 하나의 살아있는 동물이요, 단지 생각할 줄 안다는 것에서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면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법의 이해할 수없는 체계들은 마약범들을 다루는 시설에서도 드러내 보이는 점들이 책을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내보이고자 하는 메세지는 악랄한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단 사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에서 정도를 벗어난 사람들을 번식하지 못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것일 뿐, 그 어떤 섣부른 일말의 결정조차도 신중해야 함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세상과 담쌓고 살아왔던 소니가 느낀 사랑,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 진실이 한순간에 깨져버린 실망감 속에 느꼈을 아버지란 존재, 아내 엘세에게만큼은 눈을 살려 세상을 보게 해 주려한 남자 시몬의 사랑, 세대를 넘어선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적인 막막함 속에 드러난 안타까움 ,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느낌은 느와르적인 색채가 짙게 풍겨 나온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

       

세상의 모든 악을 없애버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꿨던 남자 소니, 과연 그의 앞 날은 예전처럼 이 아닌 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지,,,,

 

자녀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첫 우상이 바로 부모님이라고 하던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니의 아버지는 분명 가정을 위해 희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였고, 아버지의 비밀을 알아버린 소니가 느꼈을 참담함 속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행동들은 아들은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버지를 뛰어넘었으니까...

 

 

 

첫 장면부터 생생한 묘사와 함께 침울하고 우울한 감옥의 모습들이 프리즌 브레이크와 쇼 생크 탈출을 연상시킨다.

 

네스뵈만의 선과 악을 대하는 방식, 세상의 선과 악을 다루는 그의 생각과 글들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그 만의 음악이 선보인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접해보는 CD와 노래, 그리고 여전히 알코올은 아니지만 도박이란 중독에 허덕이는 인간의 모습과 참회의 행동들이 보이는 책이라, 이 한 여름에 꼭 읽어보면 좋을 책에 또 한 권 추가한다.

 

지금도 회색 후디를 입고 푹 눌러쓴 모자 속에 비친 창백하고 가련한 몸매의 남정네 하나가 빨간 스포츠 백을 둘러메고 걸어간다면 "소니!" 하고 불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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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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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어라고 하면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게 되는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사랑하는 왕자님을 곁에 두고도 말을 할 수 없었던 비련의 주인공  인어 공주가 생각날 것 같은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 동화 말고도 여러 바닷속 등장인물들 가운데 나오는 인어들도 생각날 것이다.

 

표지가 참 시원하고 그야말로 디즈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하는 작가의 첫 연대기 시리즈 중 첫 편에 속한다.

바로 일명 ~연대기 시리즈-

 

'워터 파이어 연대기' 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 이미 2편이 국내에 번역이 되어 있고 다른 후속편도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이런 종류를 즐기는 독자라면 무척 반갑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배경이 바다이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상의 나래들이 그동안 보아왔던 다양한 식물군,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접해 본 익살스러운 바다 생물들의 묘사들이 연상 떠오르게 한다.

 

베니스 부근 아드리아 해에 있는 인어 왕국, 미로마라의 16살 인어 공주 세라피나가 주된 주인공이다.

 

일명 그리스어로 시험이란 뜻의 도키미' 행사로 시작되는 책의 서두는  바로 자신의 엄마 다음인  미로마라 국의 다음 계승자임을 확인하고 약혼자로 지정된 마틸다 왕국의 왕자 마흐다와의 언약식이 정해져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됨이 요구되는 일인 가운데 그녀는 꿈을 꾸게 된다.

 

자신을 부르는 듯한 전설 속의 마녀가 부르는 노랫 소리는 기정사실처럼 도키미 행사장에서 어머니 이사벨라 여왕과 아버지가 암살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고 그녀는 가까스로 마틸다 왕국의 공주이자 친구인 닐라와 도망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다양한 모험이 그려지는 이 소설은 어린 소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왜 엄마가 그토록 자신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생각의 성장과 함께 바다속 세계의 풍경과 결코 빠질 수 없는 탐욕과 야욕이 서로 결합해 엉망진창이 된 나라의 모습, 힘없이 목숨을 버리게 되는 연약한 백성 인어들의 처참한 모습들, 인간이라도 인어들의 뜻과 함께 하면서 바다란 자연의 존재를 보존하고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일명 평화운동 주의자들 같은 인간들의 모습과 환상적인 저마다 다른 특기를 지닌 6명의 인어 소녀들이 만나는 과정들이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둥글게 손을 맞잡고 바닷속 괴물이 나오지 못하게 막으려 했던 마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 먼 남극까지 가야만 하는 머나 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다음의 이야기들이 기대를 하게 한다.

 

우리가 미지의 대륙이라고 알고 있던 환상의 개념 속에 사라져간 아틀라스 대륙에 대한 전설을 저자가 그려낸 신화와 결합된 이야기의 세계와 대륙의 몰락과 함께 인간들이 인어로 변해가면서 삶의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했다는 그럴 듯한 가정, 그리스어, 라틴어, 포르투갈어가 섞인 말들이 나오는 것은 인간들이 쓰던 언어가 그대로 바다속까지 계속 이어졌단 것의 뜻인지 아니면 바다란  한계에 부딪쳐 그럴듯한 이야기의 구성상 어떤 상상의 단어조차 그려낼 수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인다.

 

나약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위험을 물리치고 세라가 그리던 왕국을 이룰 수 있을지, 진정 자신이 사랑하고 기다려왔던 마흐다 왕자와 그 난리 통에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랑, 아니면 진짜 서로간의 사랑 확인을 할 수 있을지, 성장동화처럼 읽히기도 하고 바다속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가 곁들여지기도 해서 아마 겨울 왕국처럼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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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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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때로는 친구요, 때로는 더없는 원수지간(?),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같은 유전인자를 지닌 '여성'이란 친근감은 이렇게 늘 삐걱거리다가도 어느 한순간 그 상대를 인정하고 바라보며 응원하게 되는 사이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분명 공지영 작가의 딸인 위녕은 복이 많은 딸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배 아파서 낳은 자식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자식이란 존재 앞에서 부모는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가슴 한구석엔 뭔가를 더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늘 가지고 사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순간들이 있는데, 문득 정말이지 갈수록 돌아가신 할머니의 얼굴을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면 머지않아 나도 엄마의 나이가 될 때 저런 얼굴이 되려니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물씬 풍겨준 이 책에 들어있는 레시피는 또다시 엄마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느 집이나 고유한 음식 솜씨가 있고, 그 손맛에 어우러져 나오는 독특한 음식의 맛깔스러운 느낌은 다른 집에 가서도 느낄 수 없는,  가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시간이 되면 엄마표 음식을 그리워하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면 이 책에서 전해주는 느낌이 바로 엄마표 음식 레시피가 아닌가 싶다.

공지영이라는 작가이기에 앞서 한 엄마란 존재로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책이지 않나 싶다.

 

독립해 나간 딸에게, 친구처럼,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느꼈던 인생에 대한 실수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면서 인생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바라보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음식 레시피와 곁들여져서 진솔하게, 때로는 냉정하단 느낌을 들게 하는 구절 구절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요즘 방송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공지영 작가가 전해주는 레시피 또한 아주 쉽고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레시피요, 엄마 근처에서 맴돌면서 눈에 익었던 장면들이 새록새록 더듬게 하는 레시피란 특징이 있다.

 

그날그날에 따른 기분 상황에 따라서 해 먹을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는 사실 어떻게 보면 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때우게 되는 독신자들에겐 조금의 수고를 들이더라도 나에게, 정확히는 나의 몸을 소중히 다루면서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싱싱한 음식을 먹을 것을 권하는 글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취재나, 정보 수집을 위해서 수시로 해외를 드나든 형편, 오로지 글을 써야만 했던 암울했던 시절의 글쓰기가 오히려 지금의 공지영이란 자신을 만들어줬음에 감사하단 글귀는 노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삶을 대하는 자세가 진실됨을 알 수 있게 한다.

 

시금치 된장국, 새우를 이용한 요리, 와인, 초간단 레시피로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런한 레시피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든 오로지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길 것,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생을 생각하는 연륜이 묻어난 작가이자 엄마의 위로, 결혼에 관한 자신의 길을 돌아보며 딸에게만큼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하는 글귀들 하나하나가 귀에 쏙 들어온다.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성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되는 것. -p. 27

 

결혼은 그러니까, 지금 혼자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이 사람하고 하면 그 좋음도 양보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럴 때 하는거야.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이 사람하고 연관된 모든 사람이 엄청 이상할 뿐만 아니라 나를 싫어하고 가끔 (듣기에 따라) 모욕하고 명령하고 이래도 이 사람이 하도 좋아 그쯤은 참을 수 있겠다, 이럴 때.    p297

 

전작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의 연장선처럼 들리기도 하는 글의 느낌이 묻어있으되, 이제는 한 사람의 어엿한 성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길을 헤쳐나가는 딸에게 들려주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레시피를 살며시 훔쳐본 느낌이랄까?

 

이 레시피 중에서 오늘만큼은 나도 내 몸과 정신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한가득 차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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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윤성원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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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씀은 있지만 우리 같은 필부 필녀들에겐 보석이란 이미지는 그야말로 어떤 기대치 이상의 상상을 부여한다.

 

인간 세상 사 '고해'란 말로 말씀하며 수행에 정진하는 종교인들을 제외한다면 남자, 여자들도 일단 눈에 들어오는 보석들은 그야말로 한순간의 즐거움을 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책 제목처럼 한 장 한 장 펼쳐지는 순간들이 그야말로 즐거움을 준 책이다.

 

보통 쉽게 들리는 다이아몬드, 오팔,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그저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보석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시대를 맞이했는지, 유행 트렌드에 맞게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발산하는 매개체로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로 넘쳐나는 책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즐겨했던 진주 목걸이의 다양한 변천사) 

 

 

                            (비취에 특히 관심을 가졌던 서태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럽권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손가락에 낀 반지를 서류 같은 종이에 찍는 행위 자체에 해당되는 시그닛 반지에 대한 포문을 열기 시작하는 이 책은 보석이 지닌 트렌드는 많은 문명과 변화를 거치면서 뜨고 지는 양상이 반복됨을 알려준다. (P16)

 

워낙 희소가치가 높았던 다이아몬드에 대한 가치는 왕과 귀족 같은 사람들에게나 통용이 될 수 있었던 만큼 범접이 쉽지 않았던 시대를 거쳐 남아프리카와 호주에서 잇따른 광산의 발견으로 비로소 보통의 사람들에게 올 수 있었던 시대의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낸다.

 

경매에서 치러지는 연일 갱신되는 파격적인 금액에는 그 보석을 누가 지니고 있었느냐, 그 보석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욱 투자성에 관한한, 그리고 희소성의 가치, 여기에 자신만이 소장할 수 있다는 소장성에 무게를 더해지면서 그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는 보석에 얽힌 여러 유명인사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픔,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보석에 대한 이야기는 그 속에 녹아든 한 편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 이야기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서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투명한 다이아몬드에 얽힌 아픈 이야기들에 관한 것은 인간의 야망과 야욕의 점철된 한 단면을 통해 몇 십억을 호가하는 그 물질에 대한 찬사는 제외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우리의 손에 오게 됐는지에 대한 경고성의 말들은 보석이 지닌 유원한 가치를 둘러싼 씁쓸한 면도 보여준다.

 

           (마리아 칼라스/샤넬 코코/영화 '진주 귀걸이한 소녀')

 

여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해주는 전달자로서의 보석의 유행은 점차 고가치의 주얼리서부터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코스튠 주얼리 탄생, 참이 지닌 개인사의 의미 전달과 보존, 여기에 일조한 유명 디자이너들의 자신들이 갖는 고유성과 개성만점의 작품들을 사진을 통해 접해 보는 시간이 보석 그 한 가지만 볼 것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을 대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호사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러 트렌드의 이름으로 불리는 보석의 각 시대별로 볼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은 시대적인 역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해 왔고, 이는 영화 속의 어느 한 장면이 탄생될 때마다 유행을 선도하는 역할, 그 뒤엔 보석에 대한 애정과 자신만의 창조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유명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곁들여졌음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저 먼 곳에서 탄생되어 인간의 손을 거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 이런 보석에 관한 이야기와 경매에 얽힌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착각과 함께 어느 것을 보더라도 이제는 관심을 두고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부여해 준 책이다.

 

자신의 권위와 신분상승을 위해 쓰였던 보석이 한 시대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로 나오기까지, 보석에 얽힌 이야기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상상을 넘나들게하는 매력적인 요소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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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0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뭐 보석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재미있을 것 같군요^^

북노마드 2015-08-04 17:36   좋아요 0 | URL
보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재밌네요.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퓨처클래식 2
바데이 라트너 지음, 황보석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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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의 ' IMAGINE'을 들을 때면 가슴이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면서 울먹해짐을 느낀다.

노래가 주는 위안이랄까, 아니면 어떤 영상이 떠올라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한 영상을 지울 수가 없음을, 그것이 결코 시간이 흘러도 가슴속 한 편의 다른 방에 새겨진 조각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킬링필드-

영화를 본 지도 꽤 오래됐고, 캄보디아란 나라를 방문하면서 그 당시의 살육의 현장을 보존하고 있던 그 장소를 보면서 새삼 역사 속에서 치러진 그들 나라의 비극뿐만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 온 역사란 이름 아래 치러진 그 모습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음을 다시 느낀다.

 

자신의 체험만큼 가공할 얘기를 대체할 수는 없는, 무엇보다도 어린 소녀가 직접 겪은 그 고통의 체험을 담담히 써 내려간 글이라서 그런지 더욱 마음이 아픔이 전해오는 책을 접했다.

 

신분이 정말 고귀한 계급인 공주 출신의 어린 라마란 소녀가 겪은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한 저자는 자신의 온 가족의 몰살과 함께 엄마와 극적으로 탈출해 살아남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프랑스에 유학한, 왕자 출신의 아빠는 시인이자 왕자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당시 흐름의 세태에 대한 관심과 겸손을 지닌 사람으로 저자 자신의 화신으로 나오는 라미에게 희망과 사랑의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다.

 

축제를 맞아 음식 장만을 하러 길거리에 나갔던 하녀의 실종과 함께 시작되는 크메르 루즈란 공산당원들에 의해 치러진 한순간의 내몰림, 가구와 그 어떤 것도 가져오지 못한 채 삼촌 가족과 할머니 왕비, 고모까지 피신한 별장에서 다시 흩어져 시골 쪽으로 내몰리게 되고 그곳에서 아빠는 라미의 말 한마디에 끌려가 생사를 모른 채 이별하게 된다.

 

뒤이어 이어지는 또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말라리아에 걸린 동생의 죽음 앞에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숨죽인 생활 속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삼촌과의 해후는 또 다른 이별을 맞이하게 되고 어린 소녀의 삶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연상케하는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틀러에 의한 홀로코스트 외에도 전쟁이 주는 참혹한 실상은 직접 겪은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과는 별개의 고통과 아픔을 전달받게 된다.

 

실제 이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여기서는 7살로 나오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당시  저자가  전쟁을 겪은 시기는 5살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현상인지, 알고도 모른 척, 모르면서 넘어가는 일련의 시련들이 캄보디아란 나라가 지닌 설화와 동화, 그리고 전통 종교인 불교와의 결합으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게 해 준다.

 

원제 제목을 보니 '반야 나무 그늘 아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동남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야 나무 아래서 사람들은 휴식을 즐기는 생활을 하지만 공산 당권이 들어오자 이마저도 여의치 않는, 안경 쓴 사람, 운전할 줄 아는 사람, 배운 학자 출신들을 우선적으로 처형시키는 식의 일련의 행위를 통해 그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세상 구현을 위한 모습이 마치 책 속의 대사처럼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는 있을지에 대한 희망사항을 드러내는 구절로도 쓰인다.

 

""우리 중에 반얀 나무 그늘 아래서 쉴 꼭 그만큼만 남게 될 거야." 왕비 할머니가 다시 중얼거렸고

(....) "전쟁은 계속될 거고 안전한 곳이라고는 여기...반야 나무 그늘 아래뿐이니."-P39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모멸감은 바로 굶주림이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제방을 쌓기 위해 차출된 곳으로 끌려가 저녁 해질 무렵이 될 때까지 곡괭이와 두 어깨에 짊어지고 흙을 나르는 어른들, 그 틈에 끼여서 바구니에 손과 발을 이용해 흙을 퍼담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중에도 배고픔은 시간 맞춰 돌아오고 심한 황달에 걸린 나머지 오로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어린 소녀의 몸부림은 그야말로 참혹스러운  광경 그 자체다.

 

 

그들에게 어떤 것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원동력이 될 수 있었을까?

아버지가 들려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아버지의 이름이 밝혀지고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따라나섰던 아버지, 끝까지 희망의 빛과 사랑의 힘을 보여줬던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바로 라미에겐 그 어떤 고난이 다가와도 헤쳐나갈 수 있었던 동기를 부여해준다.

 

"내 가장 큰 소망은 라미, 네가 살아있는 것을 보는 거란다. 네가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너를 위해 내 목숨을 바칠 거야. 전에 네가 걷는 것을 보려고 모든 것을 다 포기했던 것처럼 그렇게."

 

"내가 지금 네게 이 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게 하나의 이야기여서고, 네가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서야. 내가 이 땅 밑에 묻혀 누워 있을 때 너는 날개 될 거야. 나를 위해서, 라미, 네  아빠를 위해서 너는 높이 떠오르게 될 거야."-P 230~231

 

베트남인들과 닮았다는 것 하나로, 그것도 억지로 지정해버린,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인간 말종의 잔인한 행동이 끝 바지에 다다를 즈음에도 살아남았던 것은 아마도 아빠의 달이 저 멀리서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준 것이 아니었는지, 극적으로 탈출하기까지의 긴박했던 근 4년간의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 기억의 고통을 한 조각 한 조각 끄집어내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완성해 낸 작가의 마음도 많이 아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열대 몬순기후에 따라 펼쳐지는 푸른 초원의 논농사 외에 코코넛 야자수 액을 빨아들이는 행위를 통해 척박한 삶일지라도, 끝까지 삶에 대한 포기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희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 상이 더는 일어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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