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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평점 :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타임리프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시점이 아닌 미래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나는 그곳에서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
솔직히 상상만 해도 신나는 반면, 왠지 미래의 결과를 미리 알아버린다면 그 때의 심정은 또 다른 고민을 안겨 줄 것만 같단 생각이 든다.
처음 접하는 이 작가의 제목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소녀의 감은 두 눈 속엔 어떤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을까?
아서 C. 클라크 상 수상 작가 로렌 뷰키스의 작품은 기존에 접했던 작품들보다 새롭단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르게 표현된 작품을 썼다.
시대는 1903년대의 미국 대공황 시대로서 주인공은 하퍼 커티스다.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와 노숙자로 전전하던 중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피신한 곳은 '더 하우스'다.
그곳은 신기하게도 다른 시간을 향해 갈 수 있는 열쇠를 가진 하퍼에게 커다란 선물을 준다.
바로 지금의 시간을 벗어나 과거로도 갈 수 있고 미래에도 갈 수 있다는 점.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바로 살인이다. 즉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야만 하는 것이고, 더 하우스는 그런 그에게 언제든지 시간의 제약 없이 빠져나오고 다시 들어갈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왜 '더 하우스'는 하퍼란 인물에게 살인을 지시할까?
그 이유는 책에 설명이 되어 있지 않고 다만 하퍼란 인물은 그 살인을 통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하나둘씩 여인들을 살인해 나가면서 희열을 느낀다.
책의 구성은 읽는 데에 있어서 많이 헷갈리게 되어있다.
1930년대 하퍼가 미래에 죽일 어린 소녀를 만나는 시절로 돌아가 만남을 가진 뒤 그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찾아가 죽인다는 설정이 여러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들과 섞여서 나오고, 그녀들을 죽이는 상황이 처참하게 그려지고 있으며(끔찍하다.) 죽인 후에는 자신이 남기고 간 어떤 물건들을 남긴다는 점, 또 이것이 다시 돌고 돌아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다시 만나는 살인범과 피해자의 설정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성이다.
인종을 가릴 것 없이 빛난다는 것 하나 때문에 죽이는 그는 마지막 희생자였던 커비 마즈라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나친다.
그녀는 자신에게 끔찍한 일을 한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신문사 기자 댄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고 다른 사건들과의 연관성을 찾아 주위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는 정성을 기울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스릴러라고 하기엔 어떤 정형적인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시대가 오고 가기 때문에 이해를 하는 데에 있어 노력을 들여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묻지 마 살인 식으로 눈여겨봤다가 때가 되면 나타나서 죽이는 연쇄 살인마-
그렇다고 동시대에 벌어진 연쇄 살인이 아니기에 사건을 미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정해 놓았기에 하퍼와 커비의 만남은 불발 될 뻔했으나 그의 임무 완수는 끝나지 않았기에 해후를 할 수밖에 없는 극적인 상황이 마지막에 가서야 윤곽이 드러나 보인다는, 끈기를 요하는 책이기도 하다.
시대의 공간을 뛰어넘어 내 집 드나들듯하던 하퍼란 인물이 왜 '더 하우스'에게 종속되어야만 했는지,'더 하우스'가 지닌 미지의 힘은 어디서 발현이 됐으며 왜 유독 빛나는 소녀들만 대상을 삼았는지, 그 빛난다고 하는 조건은 무엇을 기준에 두고 설정한 것인지에 대한 상황 자체의 설정이 들어있었다면 훨씬 이야기의 깊이나 수긍 정도가 더 깊게 다가왔을 것이란 생각도 들게 한다. (이것도 묻지마 식의 설정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인물들 간의 대화가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어떤 단서도 없이 그저 지나칠 정도의 수준에 머무는 바람에 지루함을 줄 수 있으나 초반에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면 작가가 그린 세계는 매력적이다.
독특한 시각으로 그려낸 책인 만큼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할 독자라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