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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평점 :

나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성장하면서 네 번에 걸쳐서 강아지를 키우고 새끼도 낳은 것을 어린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과 동물이란 차원을 떠나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인연이란 것에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때론 이런 동물들에게서 같은 인간에게 받지 못할 위로를 받게 되기에 사람들은 비록 말을 통하지 않지만 반려 차원에서 한 가족으로 동물들을 맞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엄연한 사실을 앞에 두고서 하루하루 소중한 날들을 저축에서 돈을 빼내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예견치 못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슬픔은 정말 뭐라고 비교할 수가 없는 상실감이 덮쳐온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하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그런 일들을 당한다면, 내 짧은 글의 솜씨로는 기막힌 표현을 할 수 없다는 한탄을 느끼게도 하고,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기대를 하고 있었고, 뭐 어디 어디 유명한 곳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고 한다는 문구도 문구이지만 뭣보다 소재의 대상이 무척 특이해서 기다린 점도 있었다.
참매-
새의 종류라고 해봤자 참새, 제비, 까치, 부엉이, 솔개, 송골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짧은 지식 속에 참매를 다룬 책은 처음이고, 뭣보다 작가 자신의 상실감이 들어있는 책이라고 해서 상상컨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려니 했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이 책에는 비단 이런 내용들만 있는 것이 아닌 저자의 다양한 지식의 이야기를 알 수 있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들과의 유대감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며, 상실을 치유해가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어떻게 극복을 해나가는지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가 그려진 책이다.
저자에 대해선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 책으로 인해 2015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 상까지 수상한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알려진 바대로 무척 유명하단다.
그것을 토대로 엮은 이 이야기는 그녀가 겪은 아버지와의 이별 이야기로 그녀에겐 커다란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사진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현장에서 돌아가고 난 후에 연락을 받게 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참매에 대한 길들이기를 한 적이 있는 매잡이였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 남겨진 유품들을 통해 생전에 좀 더 가까이하지 못 했던 안타까움과 후회, 그리고 어느 한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침잠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 시간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됨을....
저자도 바로 심연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직장도, 집도 곧 잃게 되는 상황이 닥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겨나갈 생각조차 못한다.
그러던 차에 막차를 탄 기분으로 어린 참매를 인수받아 키우게 된다.
동물 백과사전처럼 느껴지는 참매의 기본적인 생태 생활과 성격을 알게 되는 이 책은 읽다 보면 점차 참매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도도한 듯, 날카로운 발톱으로 때론 주인에게 조차 상처를 입히는 돌발행동, 풍부하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하는 여러 가지 매에 대한 특징들을 읽노라면 매잡이와 매에 대한 흐름이 무척 신비롭게 느껴지게 된다.
이렇듯 매 길들이 첫 시작은 후드를 씌우고 주인인 저자의 존재를 모르듯, 그 상태에 있으되 있지 않은 듯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끝없는 기다림과 끈기를 요하는 참매 길들이기는 참매의 체중감량과 그 참매가 바깥세상에서 나갈 때 두려움조차 없게 만드는 과정들을 통해 참매가 창공을 날아가고 주인인 자신의 장갑에 사뿐히 내려앉을 때까지의 시간차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들이 영국의 광활하고 척박한 날씨의 변덕스러운 변화와 함께 시종 긴박감과 긴장을 요하며, 이는 곧 아버지가 해 준 말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신문에 실어야 할 사진을 촬영할 때면, 가끔 내가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몇 시간씩 차 안에 앉아 있어야 하는 때가 있단다. 차를 마시러 가거나 심지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날 수도 없지. 그냥 인내해야 되는 거야. 매를 보고 싶으면 너도 참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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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참고한 매를 다룬 많은 책 속에서 그녀가 자신과 비교한 것은 아서왕의 책을 기록한 화이트가 쓴 자신의 참매, 고스 기르기에 대한 책이었다.
이후 이 책 안에서는 화이트가 자신의 참매인 고스를 대하는 방식과 저자 자신이 자신의 참매, 메이블(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을 길들이는 방식을 비교하면서 화이트가 겪었던 개인적인 아픔들이 고스에게 고스란히 투영이 되듯이 저자 자신도 인간이 아닌 메이블과 동시간, 동 시각의 존재로 자리매김을 하는, 인간이 아닌 참매의 경지에 들어서는 과정을 섞어서 보여주고, 화이트가 자신의 고스를 잃어버린 원인, 자신이 메이블을 대했던 자세와 마음가짐을 통해 상실의 아픔이 치유가 되고 그것을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매의 본성에 충실히 따른, 꿩과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들은 확 트인 공간에서 인간과 동물 간의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고 때로는 인간의 마음을 몰라주고 제멋대로 이 나무 저 나무, 아니면 끝까지 사육지인 꿩이 있는 장소로 가서 무자비하게 죽이는 과정들을 통해, 때로는 저자 자신이 매에게 잡혀 죽어가는 토끼를 그 고통에서 빨리 헤어 나오게 자신이 먼저 죽이는 자연의 치열한 생존 현장의 묘사들은 저자가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현실에서 깨어나 비로소 자신을 자신대로, 메이블을 메이블 그 자체임을 알아가는 과정이요, 자연의 생태 그대로 보여준 현 지점에서 인간이란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자신들 멋대로 그려나갈 목적으로 삼는 자연의 훼손 형태를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가왔던 수많은 관계를 거절하고 은둔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까지 메이블은 그녀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한 과정에 있었던 그녀 자신이었고, 유대감 깊은 동지였다는 사실 , 그 유대감이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저자가 느꼈던 아버지 죽음에 따른 슬픔을 헤쳐 나오는 데에 메이블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그 과정들이 그녀에게 몰아쳤던 감정의 파고들과 하나하나 대비되는 책이기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 이 세상에서 나는 법을 가르쳐준 나의 아름다운 참매에게 감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가 계속 등장하지만, 누가 이것 매에 대한 책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 같다.
참매에 관한 이야기이되 결코 그에 국한되지 않은 모든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