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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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성장하면서 네 번에 걸쳐서 강아지를 키우고 새끼도 낳은 것을 어린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과 동물이란 차원을 떠나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인연이란 것에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때론 이런 동물들에게서 같은 인간에게 받지 못할 위로를 받게 되기에 사람들은 비록 말을 통하지 않지만 반려 차원에서 한 가족으로 동물들을 맞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엄연한 사실을 앞에 두고서 하루하루 소중한 날들을 저축에서 돈을 빼내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예견치 못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슬픔은 정말 뭐라고 비교할 수가 없는 상실감이 덮쳐온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하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그런 일들을 당한다면, 내 짧은 글의 솜씨로는 기막힌 표현을 할 수 없다는 한탄을 느끼게도 하고,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기대를 하고 있었고, 뭐 어디 어디 유명한 곳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고 한다는 문구도 문구이지만 뭣보다 소재의 대상이 무척 특이해서 기다린 점도 있었다.

 

참매-

새의 종류라고 해봤자 참새, 제비, 까치, 부엉이, 솔개, 송골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짧은 지식 속에 참매를 다룬 책은 처음이고, 뭣보다 작가 자신의 상실감이 들어있는 책이라고 해서 상상컨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려니 했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이 책에는 비단 이런 내용들만 있는 것이 아닌 저자의 다양한 지식의 이야기를 알 수 있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들과의 유대감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며, 상실을 치유해가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어떻게 극복을 해나가는지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가 그려진 책이다.

 

저자에 대해선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 책으로 인해  2015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 상까지 수상한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알려진 바대로 무척 유명하단다.

그것을 토대로 엮은 이 이야기는  그녀가 겪은 아버지와의 이별 이야기로  그녀에겐 커다란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사진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현장에서 돌아가고 난 후에 연락을 받게 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참매에 대한 길들이기를 한 적이 있는 매잡이였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 남겨진 유품들을 통해 생전에 좀 더 가까이하지 못 했던 안타까움과 후회, 그리고 어느 한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침잠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 시간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됨을....

 

저자도 바로 심연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직장도, 집도 곧 잃게 되는 상황이 닥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겨나갈 생각조차 못한다.

그러던 차에 막차를 탄 기분으로 어린 참매를 인수받아 키우게 된다.

동물 백과사전처럼 느껴지는 참매의 기본적인 생태 생활과 성격을 알게 되는 이 책은 읽다 보면 점차 참매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도도한 듯, 날카로운 발톱으로 때론 주인에게 조차 상처를 입히는 돌발행동, 풍부하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하는 여러 가지 매에 대한 특징들을 읽노라면 매잡이와 매에 대한 흐름이 무척 신비롭게 느껴지게 된다.

이렇듯 매 길들이 첫 시작은 후드를 씌우고  주인인 저자의 존재를 모르듯, 그 상태에 있으되 있지 않은 듯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끝없는 기다림과 끈기를 요하는 참매 길들이기는 참매의 체중감량과 그 참매가 바깥세상에서 나갈 때 두려움조차 없게 만드는 과정들을 통해 참매가 창공을 날아가고 주인인 자신의 장갑에 사뿐히 내려앉을 때까지의 시간차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들이 영국의 광활하고 척박한 날씨의 변덕스러운 변화와 함께 시종 긴박감과 긴장을 요하며, 이는 곧 아버지가 해 준 말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신문에 실어야 할 사진을 촬영할 때면, 가끔 내가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몇 시간씩 차 안에 앉아 있어야 하는 때가 있단다. 차를 마시러 가거나 심지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날 수도 없지. 그냥 인내해야 되는 거야. 매를 보고 싶으면 너도 참아야 해.”

.

저자가 참고한 매를 다룬 많은 책 속에서 그녀가 자신과 비교한 것은 아서왕의 책을 기록한 화이트가 쓴 자신의 참매, 고스 기르기에 대한 책이었다.

 

이후 이 책 안에서는 화이트가 자신의 참매인 고스를 대하는 방식과 저자 자신이 자신의 참매, 메이블(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을 길들이는 방식을 비교하면서 화이트가 겪었던 개인적인 아픔들이 고스에게 고스란히 투영이 되듯이 저자 자신도 인간이 아닌 메이블과 동시간, 동 시각의 존재로 자리매김을 하는, 인간이 아닌 참매의 경지에 들어서는 과정을 섞어서 보여주고, 화이트가 자신의 고스를 잃어버린 원인, 자신이 메이블을 대했던 자세와 마음가짐을 통해 상실의 아픔이 치유가 되고 그것을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매의 본성에 충실히 따른, 꿩과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들은 확 트인 공간에서 인간과 동물 간의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고 때로는 인간의 마음을 몰라주고 제멋대로 이 나무 저 나무, 아니면 끝까지 사육지인 꿩이 있는 장소로 가서 무자비하게 죽이는 과정들을 통해, 때로는 저자 자신이 매에게 잡혀 죽어가는 토끼를 그 고통에서 빨리 헤어 나오게 자신이 먼저 죽이는 자연의 치열한 생존 현장의 묘사들은  저자가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현실에서 깨어나 비로소 자신을 자신대로, 메이블을 메이블 그 자체임을 알아가는 과정이요, 자연의 생태 그대로 보여준 현 지점에서 인간이란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자신들 멋대로 그려나갈 목적으로 삼는 자연의 훼손 형태를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가왔던 수많은 관계를 거절하고 은둔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까지 메이블은 그녀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한 과정에 있었던 그녀 자신이었고, 유대감 깊은 동지였다는 사실 , 그 유대감이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저자가 느꼈던 아버지 죽음에 따른 슬픔을 헤쳐 나오는 데에 메이블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그 과정들이 그녀에게 몰아쳤던 감정의 파고들과 하나하나 대비되는 책이기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 이 세상에서 나는 법을 가르쳐준 나의 아름다운 참매에게 감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가 계속 등장하지만, 누가 이것 매에 대한 책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 같다.

 

참매에 관한 이야기이되 결코 그에 국한되지 않은 모든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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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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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모두 다 다르겠지만 그날만은 온전히 우리들만의 날, 아니 나만의 날이라고 생각되는 날들 중 하나가 바로 결혼식과 허니문이 아닐까?

 

특히 허니문, 말 자체도 정말 달콤하게 들리는, 벌꿀들의 촘촘히 메워진 집에 들어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둘만의 시간을 즐기기엔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조조 모예스의 사랑 이야기는 지금까지 모두 3권을 읽은 셈인데 저마다의 특색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그녀가 그리는 사랑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목 자체에서도 왠지 설렘이 전해지는 허니문 인 파리다.

파리하면 예술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밝은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바토뮤슈를 타고 에펠 탑이 쏘아내는 불빛과 노트르담의 정취에 누구나 예술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도시란 생각이 든다.

 

나만의 생각 일진 모르겠으나 파리는 바로 그런 낭만 때문에 비록 뒷골목의 구석진 곳에 우중충함의 산물들이 있을지라도 그마저도 파리의 한 색깔이려니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게 하는 매력을 지닌 곳이라고 느껴오고 있다.

 

그런 곳에 시대는 달라도 두 쌍의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행복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000년대의 23 살의 새 신부 리브는 전도 유망한 건축가인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진 순간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그를 사랑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주위의 우려를  잠재우고 급히 결혼을 한다.

 

누구나 꿈꾸는 곳, 바로 파리에서 진정한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신혼여행으로 오게 되지만,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클라이언트를 놓칠 수 없었던 데이비드는 그녀를 홀로 남겨 둔 채 신혼여행지인 파리에서 일을 하러 돌아다닌다.

너무나 실망한 리브-

홀로 미술 전시회나 음식을 먹는 신혼에 점차 결혼을 왜 이 사람과 했을까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고 마침 미술관에서 한 점의 그림을 발견하게 되는데... 

 

남녀를 떠나 결혼을 앞두고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자명 한 사실일 것이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홀로이되 홀 몸이 아닌 둘만이 가꾸어 나가는 또 하나의 신세계를 그리는 과정에서 올 수밖에 없는 진정한 내 짝에 대한 확신과 그 확신을 증명하는 결혼과 신혼여행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들은 앞 날의 설계와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리브의 경우엔 한순간에 빠진 사랑의 타임을 놓치기 싫고 거의 확실시했던 상대였기에 젊은 나이임에도 결혼을 하지만 데이비드가 신혼여행지, 알고 보니 클라이언트가 바로 그곳에 머물고 있단 소식을 접하고 신혼여행지로 정했단 사실에 실망을 하고 만다.

 

미술관에서 바라본 그림의 주인공은 19세기의 가난한 예술가인 화가 에두아르와 이제 막 결혼해 파리에서 신혼을 즐기고 있는 소피가 느끼는 심상한 마음의 상처를 그린 남편 에두아르의 그림이었다.

 

가난한 점원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결혼을 청혼해 온 에두아르와의 결혼 생활은 주위의 여성들의 차림새와 말장난에 의해 과연 나는 평생토록 자유 영혼자인 에두아르와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대목에서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신혼을 느낄 분위기의 두 여성의 심리 상태와 주변의 환경,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 결혼에 대한 진지한 되물음을 물어봄으로써 어떻게 결혼생활을 이어나갈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독자들이 느끼게 한다.

 

서로 간의 눈에 콩깍지가 쓰여서 천생연분이란 하늘이 맺어 준 인연에 대한 기나긴 여행에서 필요한 양보와 타협, 바로 그것이 진정한 결혼의 길임을 느껴가는 두 여인의 사랑 확인 법이 조조 모예스 특유의 글로 구성된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어쨌든 이런 게 결혼 생활이다.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p.101

 

눈물을 펑펑 쏟아냈던 첫 작품과 색다른 가족의 구성 이야기 속에 사랑을 그린 전 작들에 비한다면 책 두께도 얇고 결말 부분들이 서둘러서 끝내버린 듯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신혼에서 그리 긴 이야기가 뭐가 필요 있을까?

그저 주위 사람들 눈에 안 보이고 오로지 그(그녀)만 보이는 것을.......

 

곳곳에 각기 다른 신혼여행 남녀들이 사랑이 찍힌 사진과 파리의 여기저기 모습들의 사진들이 있기에 파리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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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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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의 정신과 몸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는 어느 방랑자처럼 매일 변하게 된다면?

정확히는 내가 원하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다른 새로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 동안 온전히 그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된다면, 행복일까, 불행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한순간에 웃고 넘길 상상력에 기대어진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저 몽상으로 그치길 바랄 뿐일까?

 

책을 접했을 때는 엉뚱하게 타인의 몸에 들어가 좌충우돌 겪게 되는 상황을 그리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읽다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미국의 청소년 권장도서로 됐다고 하는데서 내용의 질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다.

 

A(스스로 그 자신 나름대로 지어준 이름인 주인공 이름이다.) 는 매번 아침이 올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 몸속에 들어가 있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도 알 수 없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몸속을 거치면서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저스틴이란 16살의 남자아이 몸속으로 들어간 후, 그의 여자친구인 리애넌을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단 하루뿐인 그 시간 밖에는 그녀와 함께 보낼 수가 없다는 점-

이후 매번 그녀가 사는 집 주위로 멀게는 4시간에서 가깝게는 몇 십분 밖에 걸리지 않는 지역에 사는 아이의 몸속에 들어가 살면서 그녀와 연락을 취하고 만남을 반복한다.

 

원치 않는 몸속이란, 쌍둥이 집 안에서 하루는 쌍둥이 형으로 있는가 하면 동생으로 다시 살고, 흑인 여자아이였다가, 포르투갈 말을 쓰는 집 안의학생의 몸이었다가, 자살을 꿈꾸는 여학생의 몸으로, 어떤 때는 하루 종일 허드렛 일인 변기 청소부터 시작해 끝을 마치는 어려운 생활의 청소년으로, 헤비메탈의 옷을 입는 남자아이, 미식축구 선수 아이....

 

성별이 하루 만에 바뀌는 환경에서조차 리앤넌에게 자신의 실체를 밝히며 사랑을 함께 하길 기대하지만 현실 여건은 만만치 않다는 점, 더군다나 네이선이란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간 일은 실제 네이선을 곤란하게 만들게 되고 폴 목사님의 몸속에 자신과 같은 부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느끼는 A의 고민은 폴의 유혹을 물리치기엔  커져만 간다.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곳곳에 작가의 생각이 묻어있는  글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로지 자신의 연락망인 인터넷 메일을 통해 리애넌과 만남과 내용을 주고받는 현시점에서 (이런 점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낼 수 없는 가상의 공간과 같은 분신 그 자체다.)그와 리애넌이 바라는 현실에서의 사랑을 가꾸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겉모습은 매번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내면의 실제 존재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리앤넌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까?, 아니 영원히 한 타인의 몸을 빌려 살아간다면 그것이 가능할 수는 있었겠지만 A는 그런 유혹을 갖질 않는 순수한 주인공으로 나온다.

 

비록 내가 원하는 바의 몸은 아니었지만 하루 동안의 타인의 몸을 빌렸기에 영원히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 적어도 그 몸의 본인 자신은 A가 하루 동안 자신의 몸을 빌려서 살았다는 기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인생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각오는 새삼 다르게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책 뒤 편에 보니 작가는 동성애자라고 한다.

과연 책 내용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오류와 진행을 겪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사랑'에 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 내 경험에 따르면 욕망은 욕망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나는 한 번도 성별에 따라 사랑을 한 적이 없다. 개인과 사랑에 빠질 뿐이다. 사람들에게 이것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왜 이리도 명백한 문제가 그토록 어려운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P185~186

 

청소년들이 갖는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엿볼 수가 있는 동시에 이 책은 인생 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톡톡히 경험을 치른 A의 성찰기이기도 하다.

 

리애넌이 같은 여성의 몸으로 다가선 A에게 선뜻 키스를 머뭇거리는 행동엔 작가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을 던져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 이런 모든 것을 허물 수 있는 통념 내지는 새로운 개혁적인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 A와 리애넌의 관계를 통해 '사랑' 이란 무엇일까를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폴의 유혹을 물리치면서까지 리앤넌에게 새로운 사람이되 새로운 사람이 아닌 자신의 존재의 각인을 시켜주는 A의 아픈 사랑의 이야기는 리애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 법으로 나오는 다른 책 '또 다른 날(Another Day)'란 책에서 다시 만나보게 된다고 한다.

 

A가 저멀리서 그리는 리앤넌의 변화된 사랑은 있을지,아니면 A의 사랑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또다른 그를 기다릴 지, 기대되는 책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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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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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총성이 있는 전쟁이 현장의 실체라면, 보이지 않는 전쟁은 더 나열하기도 쉽고 종류도 많다.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표적인 '한류'의 유행은 멀리 떨어진 남미까지 그 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문화가 주는 영향은 크며,  총성과 비교해도 전혀 무게감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의 소신들은 저마다 모두 다르고 그것을 자신의 필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때의 책임감은 글을 쓰는 감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며 쓴다는 사실을 볼 때 김진명 작가가 그동안 발표해 온 작품들 또한 이러한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한국의 작가분 들 중 한 분이 아닌가 싶다.

 

그간 발표해 온 작품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정서와 역사적인 사실들을 적절히 섞어서 쓴 작품들이라 이를 통해 독자들에겐 읽은 후에  깊은 생각을 던져주는 숙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 기대 또한 저버리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글자 전쟁-

 

처음 제목을 봐선 어떤 상상도 할 수없었던 지라, 글을 읽고 난 후인 지금은 막연한 놀람보단 작가의 상상력에 빗댄 글들이 어쩌면 사실적인 역사의 틀을 제대로 잡아보자는 취지로 더욱 간절하게 전달된 책이 아닌가 싶다.

 

수재라고 일컬어진 이태민은 자타가 공인한 뛰어난 두뇌 소유자다.

미국의 칼텍과 스탠퍼드를 거쳐 무기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더니 어느 날 홀연히 사퇴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 무기중개인으로서 자리를 잡는다.

 

그의 꿈은 500억만 손에 쥐면 모든 일에서 손을 털고 캐나다 어느 좋은 곳에 자리 잡아 살아가는 것, 그렇기에 무기 구매에 필요한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한 거래 성사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지만 어느 날 검찰의 기습 조사가 이뤄지고 억울하지만 다시 검찰에 들어가기 전 중국 베이징으로 일단 출국한다.

 

그곳에서 다시 재기의 몸부림을 위해 동향을 살피던 중, 의외의 인물인 전준우란 소설가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자신이 위협에 처한 것 같으니 물건을 맡아달란 부탁을 받게 된다.

 

다름 아닌 USB-

다음 날 전준우는 피살이 되고 중국 공안당국은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자세한 사연을 덮어버리고 단순한 사고로 발표한다.

 

중국의 치명타적인 약점이 들어있다는 USB 안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있길래, 그가 목숨을 잃게 됐을까?

 

여기서 작가는 전혀 뜻밖이면서도 사실적인 역사에 근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액자 형식으로 취해진 전준우가 쓴 소설 속의 내용은 동이족이라 불리는 우리 민족의 기원에 대한 뿌리서부터 같은 뜻으로 쓰이는 한자인  조() 와 조(弔)의 유례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와 의문점을 소설 형식을 취해서 그려 놓았고, 여기에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역사 서술가인 사마천과 성인이라 불린 공자의 행위로 인해 역사가 어떻게 오늘 날에 이르러 변하게 됐는지, 실제 문명화된 자신들의 우월성을 유지하고 타 민족을 하나로 자신들 아래에 두고자 하는 현실의 중국에 대한 비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형식을 취한다.

 

세계 4대 문명이 아닌 5대 문명이라고 불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홍산문화에 대한 중국의 견제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작가는 현재 진행 중인 고려사에 관한 소설 외에도 '글자 전쟁' 이란 제목하에 또 다른 사실적인 문제점에 접근하고 있다.

 

반도 국가라는 지형적인 요건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역사는 특히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따른 계획에 따라 착실히 진행 중에 있다.

 

고려에 대한 역사가 통째로 중국에 통합되어버리려는 문제와 교묘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그럴듯하게 자신들만이 세상의 중심이란 사상에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그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이러한 일련의 통합정책은 그저 손 놓고 볼 수만은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작가의 소신적인 글이 가슴에 와 닿게 한다.

 

 

답(畓)과 가(家)에 얽힌 소설 속의 이지가 주장한 근거에는 자신들의 문명이 동이족보다 오히려 뒤떨어졌다는 근거임을 나타내는 장면은 문명의 발달이 주는 확실한 근거임과 동시에 언제까지 찬란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그저 손 놓고 바라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절실함이 묻어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제 치하에서도 꿋꿋이 한글의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 뒤엔 한글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꾸준한 우리 말 사용을 한 국민들이 있었단 사실, 아무리 찬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해도 그것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그 빛나는 문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진실, 이 모든것들이  바로 우리 눈앞에 와 있다는 체감이 명백하게 느껴지게 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왔던 이태민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던 그 이유,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글자 전쟁의 확실한 오류를 적어도 어느 국민 한 사람만이라도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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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베스트 자수 스티치 500 두근두근 자수 레슨 시리즈 2
applemints 지음, 김수정 옮김, 코하스아이디 소잉스토리 감수 / 참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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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의 종류는 많다.

동양의 자수를 비롯해서 서양자수까지, 그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방송에서 사극을 보면 정적인 분위기에서 자수 틀에 있는 천에다 각종 꽃이나 나무, 별, 달.... 모든 표현해 낼 수 있는 것들은 실과 바늘, 그리고 이들 천에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들을 볼 때면 왠지 어떤 몰입도 면에서도 단연코 자수 또한 이 범주에 들지 않을까 싶다.

 

학창 시절 프렌치 자수, 스웨덴 자수, 그리고 몇 해전 대 유행이었던 십자수까지, 그야말로 자수의 일색이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특징은 누구라도 책을 통해서 쉽게 접근이 쉽다는 것, 나는 바느질엔 영 소질이 없다는 사람들도 우선 눈에 보이는 한 컷 한 컷의 설명과 기초적인 바느질까지 거부감이 없게 편집된 면이 도드라져 보이는 책이다.

 

 

 

 

바늘에 실을 꿰매는 법부터 매듭을 짓는 방법까지는 물론이고, 각 도안에 맞는 스티치의 활용법은 하나의 기초를 토대로 무려 500가지를 소개하고 있고, 이는 내 마음대로 창작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가장 기본적인 바느질 순서인 우리나라의 홈질이나 박음질처럼 같은 순서대로 하는 기초 중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백 스티치, 약간 생소한 스미르나 스티치, 위빙 스티치 같은 것도 소개하는 책이라 이 기회에 한 번씩 익힌다면 여러가지 생활용품이나 각종 기념품에 새겨 넣어도 좋을 것 같은 구색이 알맞게 맞춰진 책이다.

 

 

완성된 패턴의 그림들과 그 옆에 같은 도안의 모양을 실었고, 그에 해당되는 실의 호수와 종류, 색상까지 곁들여져 있기에 이를 응용한 또 다른 패턴의 연구에도 쏠쏠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관심이 있었던 부분들은 동물들의 모양과 글자의 패턴에 따라 달리 보이는 바느질법이었다.

꽃이나 나무 같은 자연 위주의 자수들은 익히 해봤던 것들도 있고 낯익은 면이 있는 반면 동물이나 각종 글씨체에 해당되는 자수들은 해보지 않았기에 더욱 관심을 끈 부분이었다.

 

 

 

단순하면서도 한눈에 명료하게 들어올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의 동물 패턴이나 글자들은 선물용 손수건이나 내 가방에 한 쪽에 새겨 넣어도 좋을 듯하며, 십자수에 빠져 여러 가지 작품들을 완성해 본 사람들이라면 작고 귀여운 자수의 패턴들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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