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전 : 동양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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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고전 시리즈-

비채에서 총 3권 가운데 처음 한국편을 접한 이후 오랜 만에 동양편을 접한다.

 

 

동양이 여백의 미가 뛰어나다는 것은 서양과는 다른 관점을 지니고 바라보는 것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서양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의미와 생각의 깊이를 던지게 한다.

 

책 제목에서 주는 것과 같이 "녹색 고전 시리즈" 라 이름을 붙인 만큼 한국 편, 동양편, 서양 편으로 분리되어 녹색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뤄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동양 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장자나 맹자 같은 성인들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포함된 자연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우주를 왔다 갔다는 하는 첨단시설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이지만 근본적으로 속한 곳은 바로 자연환경 속에 한 일부분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하늘과 땅 그 가운데에 인간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런 존재란 의미는 홀로 잘난 것만이 아닌 자연의 총체적인 모든 물질 가운데 하나이며 화합을 이루고 살아가야 할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동양고전이라고 하는 이름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엔 서양의 유명인들의 말과 철학, 그리고 이와 함께 동양의 사상이 어우러져 생생히 살아있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길에 떨어진 돌이라도 미미한 존재가 아니요, 그 돌의 존재 자체도 자연의 한 일부분이고 인간도 그 일부분이기에 어느 것 하나 쓸모가 없는 것이 없듯이 오래도록 지구 안에서 서로가 잘 살아가려면 바다, 분재, 공기, 쓰레기의 부메랑의 줄이려는 노력, 나무, ,,,,,, 이렇게 책에서 다루는 것들을 열거해보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항상 가까이 있기에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이런 자연이 주는 소중한 존재에 대한 고마움과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일들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시점을 다시 한 번 재고해보는 시간을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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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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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권의 소설이 강세란 느낌을 받는 가운데 또 다른 책을 만났다.

매번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다루는 책도 재미를 주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변주해서 들려주는 것 또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가울 것 같은 내용들이 흰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북유럽권 하면 대개 백야를 연상하게 된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백야가 지속되는 곳,  추운 날씨가 연상 그네들의 삶 일부분이기에 동계 올림픽만 보더라도 눈에 강한 종목들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천연의 자연 조건을 가진 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그 곳에서 옛 날 동화 속에 어느 날, 왕비는 바느질을 하다가 손을 찔리게 되고 흰 바탕에 떨어진 붉은 피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내게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이 흑단 창틀처럼 검은 아이가 있었으면..."

 

언뜻 윗 구절을 읽게 되고 책 첫 장을 열게 되면 바로 왕비가 원했던 아이가 출현을 할까? 과연 휜 설원에서 펼쳐지는 백설공주는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 에 대한 연신 궁금증을 일게 하지만 그 기대는 저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루미키-

책의 주인공이다.

한 가지 맞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루미키란 이름,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라는 이름이란다.

 

신체조건?

여지없이 우리들의 예상을 깨트리는 모습, 좀처럼 남들 눈에 띄는 행동이나 말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나의 시간을 즐기는 타입, 또래의 여자아이들처럼 데이트나 남자아이들 앞에서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자들과는 동떨어진 생각, 부츠에 바지, 두터운 털옷을 입는 정도로 사는 여학생이다.

 

첫사랑과 헤어진 아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학교에서조차도 그다지 눈에 거슬리는 행동 자체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 날, 학교 암실에서 피가 묻은 3만 유로에 해당하는 돈이 세척이 된 상태로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이를 학교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에 쌓일 즈음, 학교장 아들인 투카가 돈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읽으면서 저자 자신이 캐릭터 자체를 '밀레니엄'시리즈에 나오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오마주 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비슷한 차림새(학생이기에 다소 완화된 모습)와 타인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되 어린 시절에 겪은 친구들의 폭력 앞에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들어 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결코 타인의 삶에 끼어들지도, 관여 자체를 싫어했던 루미키가 우연하게도 누구도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말로만 떠돌던 '북극곰'의 존재 실체를 직접 봤다는 것과 러시아와 에스토니아인들이 섞인 마약 딜러와  친구 아버지의 일에 관계된 일들을 파헤치는 일들이 한 소녀의 마음을 닫고 살아왔던 개인사와 맞물리면서 대담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책이기에 우선은 이미지가 글과 함께 같이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동화의 결말은 항상 해피하다.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던 백설공주를 구한 왕자는 그 후로도 백설공주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로 끝을 맺는 동화는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백설공주는 과연 행복했을까? 에 대한 반전을 생각해 본다면 이 책도 작가가 그런 염두를 두고 그린 책이  아닌가 싶다.

 

흰 설원처럼 하얗고 선명한 붉은 입술, 흑단 같은 검은 머리는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필요한 변장술일 뿐 현재의 루미키는 그런 변장을 통해 또 다른 루미키가 아닌 백설공주가 되어야만 하는 한계성을 가진 서술적인 장치임을 이 책에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게 한다.

 

YA 소설답게 그 나이에 맞는 이성과 파티에 대한 관심, 술에 취하고 마약에 취하는 생활,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비밀이 파헤쳐지고 충격을 받는 모습들이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보여주는, 사건 외에도 그 또래들이 갖고 있는 감정들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또 다른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준다.

 

스스로 살기 위해 육체적인 힘을 강화하고 부모의 비밀은 무엇인지, 그녀 자신이 왜 스스로 세상과의 어울림을 거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대강은 어린 시절의 일들을 비쳐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지만 정확한 그 내막은 추후에 나올 다음 편 시리즈에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이 턱 끝까지 왔음에도 끝까지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여주인공의 탄생, 스노우 화이트 트롤로지 1편에 해당되는 이 책 외에 제 2의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연상시키는 루미키가 다음 편에선 어떤 사건에 휘말려 해결을 할지 기대가 되는,  재미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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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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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인생의 한 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
평범한 인간의 삶을 관조적인 면에서 볼 수 있는 보기드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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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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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요 네스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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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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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께 여쭤 본 적이 있다.

일제시대나 6.25를 거치면서 무엇이 가장 무서웠느냐고...

할머니는 전쟁,  그 자체가 주는 그 이상의 감정과 말로는 표현이 안된다고 하시면서 일제 때는 순사들이라고 하면 치를 떨었고 학교 다닐 때는 일본 말을 하지 못하면 매를 때렸다는 일본 선생에 대해서, 또 6.25 사변은 어휴~ 그 북한 공산당과 중국 놈들이라면 지금도 벌벌 떨린다고 하신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뇌리 속에 연일 기억 속에 휘몰아쳐 왔다.

 

매해 수상작에 대한 여러 가지 이름들이 있고, 그 가운데 2015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문학상이라고 하는 주류의 포함이 되긴 하지만 독특하게도 에세이 형식으로 쓰인 작품이다.

올 해에는 유력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나온 것을 선두로 누가 수상 할까에 대한, 미리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 작가는 전혀 뜻밖에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이 작품을 대하면서 왜 한림원이 이 작가에게 수상을 안겨줬는지에 대한 수긍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전쟁이라는 것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 작고 큰 싸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탐욕과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침공당한 자신의 조국인 소련을 구하기 위해 겁 없이 뛰어든 어린 소녀들의 전쟁 회고록을 담고 그녀들의 생생한 녹취가 들어간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탄생을 시켰다.

 

이 책은 원래 1983년에 처음 작품으로 출간을 하려고 했으나 당국 검열에 의해 좌절이 되고 이후 1985년 첫 출간되었고, 2002년 저자는 검열에 걸려 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추가하여 다시 책을 출간했다.


 

자신이 직접 찾아가 녹취록을 곁에 두고서 그녀들이 근 40여 년만에 풀어놓은 전쟁의 상흔과 사랑, 아픔, 그 트라우마와 지금의 삶 자체에 대한 두서없이 내뱉는 말들은 그 어떤 문학작품들보다도 더 심금을 울려준다.

 

맞다.

작가가 말했듯이 우리들은 전쟁이라는 소재를 접하는 문학작품들을 대할 때, 알게 모르게 남성적인 시각에 의해서 그려진 책들을 많이 대해왔고  내가 살기 위해서 적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남성적인 치열한 싸움에 근거한 배경만 이해를 했을 뿐, 여성으로서 전장에서 행한 일이라고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야전 병원의 간호사나 통신병 정도의 역할만 생각해 왔던 기존의 나의 생각을 바꿔버리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느 한 주인공을 기준으로 삼아 그녀의 일생을 통틀어서  여성의 시각으로 본 전쟁이 아닌 저자 자신이 말했듯 이 작품은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작가 자신은 ‘소설-코러스’라고 부르는 장르를 통해서  새로운 변신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코러스라 하면 요즘은 노래 부를 때 합창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지만 여기서 뜻하는 바는 아마 위의 뜻도 포함이 되지만 '입은 다르나 목소리는 같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이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 즉 이구동성이란 뜻이 더 어울릴 듯한 말이 아닌가 싶다.

 

서로가 겪은 전쟁의 기억을 더듬으며 한두 명씩 쏟아져나오는 말들이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큰 틀을 이룬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와 닿는다.

 

얼마 전 방송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tv 책을 보다'를 보니 바로 이 작가의 작품을 두고 여러 패널들이 나와서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 자신의 태어난 배경을 무시하지 못하는  가족의 연대적인 출신과 활약은 그녀가 아마도 이런 작품을 당연하게 쓸 수밖에 없었단 것을 상기시키면서 여성들이 왜 전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으며 그 전쟁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그 전쟁 후에 남겨진 사람들과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추억까지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쟁이 일어나고 모두가 전장에 참여를 했을 그때의 그녀들은 16살 에서 19살, 때론 20살까지의 청춘들이었다.

당시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교육을 시킨 투철한 나라에 대한 충성심은 어린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를 하게끔 유도를 했었고, 남성들보다도 여린 체력에 대한 차이, 여성으로서 맞는 치수가 없는 탓에 남성 군복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큰 구두를 질질 끌어가며 진흙과 부상병을 이끌고 무기까지 가져와야 했던 전장에서의 그녀들은 이미 여성이 아닌 전쟁에서 살아 남아야 했던 한 인간이었으며, 남성과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모습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술로 이어진 이야기라고는 하나, 마치 우리나라의 할머니, 어머니들도 똑같이 이런 전쟁의 상처를 갖고 살아왔다는 동지애를 느끼게도 만드는 책이다.

 

 

- 둘째를 기다리고 있었어..... 두 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었고, 둘째를 임신 중이었지. 그런데 전쟁이 난 거야. 남편은 전선으로 떠났지. 나는 친정으로 가서 수술을 했어...... 그러니까, 그게 뭔지 알아? 임신중절 수술...... 물론 당시 낙태는 금지돼 있었지만.... 어떻게 낳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지.... 전쟁이라는데! 죽음이 판치는 세상인데, 어떻게 아이를 낳느냐고. -p 116

 

-나는 지금도 숲은 안가. 특히 늙은 참나무나 자작나무들이 자라는 곳은..... 그곳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 p 146

 

"내 전쟁에는 세 가지 냄새가 있어. 피냄시, 그리고 클로로포름과 요오드 냄새...."-p 239

 

"내가 전쟁터에서만 예뻤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그곳에서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이 지나가버렸어. 다 타버렸지. 그러고는 순식간에 늙어버렸어.....-p 338~339

 

 

 

가깝게는 걸프전이나 이라크 전에 참전한 미군들의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 여성들이 참전했던 전쟁에 대한 상처와도 모두 똑같은 상처를 겪어왔단 점에서 전쟁이 주는 깊은  상처는 그 무엇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연출시킨다.

 

행군을 하면서 생리혈이 뚝뚝 떨어지는 땅을 모른 척 하면서 같이 행군하는 남자 군인들, 누이라고 부르며 죽는 군인들을 대하는 여성 간호사 군인, 몇 개의 대형 솥을 이고 지고 군대를 따라 다니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취사 여성 군인, 한 겨울에 피가 말라 붙은 군인복을 빠느라 손이 얼고 상처로 얼룩져 버린 고운 손,  자신의 가장 찬란하던 때가 전쟁 때였던 시기란 말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을 말이다.

 

 

여성이기에 비록 처참한 전장이라고 하지만 밝은 별을 보기 위해 보초를 자초한 사연, 죽음을 맞이할 때라도 벗겨진 자신의 모습보다는 온전한 자신의 모습이길 바라는 심정, 총탄이 날아올 때 팔과 얼굴 먼저 보호하게 되는 심리까지, 여성으로서 한시라도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애를 썼던 여성으로서의 행동을 읽을 때면 무엇이 이토록 이런 여인들을 전쟁으로 내몰았을까를 원망하게 된다.

 

그렇다고 전쟁이 끝났을 때, 그녀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았을까?

화냥년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친정에도 가지 못하고 강에 투신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있었듯이 전쟁의 결과는 그녀들을 오히려 자신의 전 행동들을 감추기 바쁘게 만들었고 친청 엄마는 돌아온 자신을 몰라봤으며, 가방을 싸 주며 오히려 동생들을 위해 집을 나가 달란 말까지 듣는 경우를 당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 남성들은 우대를 받으며 훈장에 대한 보상을 받지만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달리 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불사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전선에서 싸우고 훈장을 수여받았지만 남성 못지 않은 그녀들의 이력이 오히려 결혼이나 연애는 사회에서 받아주기기 힘이 든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배신감은 40년 간의 침묵을 강요하는 결과물로 낳는다.

 

 

전장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죽음으로 안타까움을 맞는 가운데 전쟁 전의 삶과 전쟁 후의 삶으로 나뉜 그녀들은 한 인간으로서 두 개의 인생을 산 두 사람이 같이 공존하는 모습을 대하는 작가의 냉철한 시선도 눈길을 끌지만 전쟁으로 인해 인생의 한 순간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그녀들에게 미안함마저 느끼게 된다.

 

치마를 입고 싶었고 화장과 예쁜 머리 치장과 멋진 남성과 춤을 추는 꿈을 꿨던 어린 소녀들이 한순간의 피를 보고 다시는 붉은 것을 보지 못하는 상흔의 상처는 누가 어루만져줘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 아닐까?

 

 

 

2차 세계대전이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맞물리고 비단 이 이야기가 저자가 취재한 여성들에 한해진 것만은 아닌 것인,  모든 여성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 만큼 이제는 남성만의 시각으로 보여준 전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를 통한 또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적군과 아군으로 만나서 부상당해 한 병원에 누워 있지만 결국엔 이념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상기할 때 진정으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나가는 일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 말이 가슴에 두고두고 남는 책!

 

포스트가 없어질 때까지 연신 붙여가며 어느 대목 하나 놓칠 수 없는 책이기에 별 다섯 개로는 모자란다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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