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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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알려주는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조승연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기초로 세계의 공통으로 쓰이는 언어 중 하나인 영어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와 라틴어는 독해 가능, 최근에는 한문과 중국어에 집중하며 동양 언어 공부에 매진한다고 하니 그의 학구열이 대단하단 생각과 함께 얼마 전 EBS 세계 테마 여행이란 코너에서  모나코를 방문해 유창하게 불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국생활로 다져진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우리나라의 영어에 대한 사교육의 열풍은 거세다.

유치원서부터 영어 유치원을 따로 보내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로 영어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물론 취업준비생, 각 회사에서 근무하는 바이어 담당자들까지..

각기 분야에서 필요로 하지 않을 곳이 없을 정도로 밀접한 부분이기에 우리나라의 말 구조 자체가 다른 영어를 배운다는 것을 솔직히 말해 쉽지만은 않다.

 

중학시절만 해도 그저 교과서 위주의 영어책을 외우다시피 하고 단어 따로, 독해 따로...

이런 분류를 거쳐서 대학까지 갔지만 막상 외국인을 대할 때면 꿀 먹은 벙어리로 전락해버리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저자는 영어를 배우기에 무엇이 부족한 점이었고 간과한 부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어떤 것이든 나 자신의 호기심이 발동되어 공부를 하는 것 다르고 주입식으로 하는 공부의 차원은 다르다.

여기서도 지적했듯이 우선 영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우리나라 말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는 문제부터 시작되는 글은 영어 문법, 단어,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무작정 시험기간에 맞춰 암기 위주식으로 외우는 과목들은 대부분 그 시험기간이 끝나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 과목의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그 원리부터 파고들어 공부를 한다면 시험이 끝나고 오랫동안 머리 속에 기억이 남듯이 영어공부도 이런 원리로 한다면 훨씬 골치 아픈 것이 아닌 진정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수긍이 가게 하는 저자의 공부 방식은 지금처럼 필수인 영어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줄 것 같다.

 

기계적으로 번역기가 있어 쉽게 해석이 되지만 사람의 감정이 실린 영어들은 아무리 잘 해석이 된 문장이라도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꼬집는 저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초보의 단계로서  영어 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이해한 후에 그다음으로 문장, 단어, 문맥에 대해 자세한 부분들을 다룬다.

특히 영어의 순서는 우리나라의 언어 순서와 다르기 때문에 주어+동사의 중요성을 꼭 짚고 넘어간 부분들은 기초적인 공사가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준다.

 

 

 

 

 

한때는 단어만 많이 알아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말이 있었고, 실제 바디랭귀지 외에도 드문드문 단어만 말해도 일맥상통한 면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고 싶다면 공부법의 기초부터 제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그동안 공부한 예시들은 머릿속에 내장된 기억이란 공간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시기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활용의 자세가 눈에 띈다.

 

 

 

 

우리는 문법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법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미리 외운 문장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을 때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규칙에 일관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없다. 문법 공부란 이 논리적 일관성을 관통하는 사유적 훈련이다. 문법을 외우기만 한다면 외국어를 백날 배워도 유창한 문장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미리 외워두는 문법 공부는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 p131

 

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필요한 그 나라의 고전이나 철학, 예술분야를 같이 곁들여서 배운다면 더 쉽고 친근감 있는 영어 배우기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서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유창성의 비밀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담은 책이기에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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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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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아파트 생활이 밀집해있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독립된 공간이 더욱 발달된 곳에서는 옛날처럼 이웃 간에 서로 얼굴을 대하며 살기란 쉽지가 않다.

바쁜 생활과 사생활의 보호 차원에서 서양처럼 누가 새로 이사를 오고 들어왔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알기 쉽지 않은 이 시대에 만약 내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이 살인마라면?

 

얼굴에 "나는 살인자다" 란 뜻을 표시하지 않는 한 이러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실체를 대한다면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될까?

 

 2015 매커비티 상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부문을 수상한 작품답게 영국의 남부 외진 곳 노스본 32번가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위의 건물들이 새롭게 변화를 겪고 있지만 유독 이 아파트만은 변합없는 노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곳에 들어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정도 딱하기는 매한가지다.

모두의 속사정들을 알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한 가지씩의 비밀들은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맨 위 다락방에 살고 있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고독남 토머스, 정치적인 망명절차를 신청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이란인 호세인, 은둔형에다 외톨이의 성격을 지닌 음악 선생 제라드, 사회보호센터를 나와 거리에서 술 취한 남자들을 유혹하면서 돈을 빼앗고 상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슬쩍해서 팔거나 가지고 오는 15세 소녀 셰릴, 그리고 70 평생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 아파트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베스타 할머니까지,,,,

여기에 자신의 사장이 어떤 남자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까지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3만 파운드를 들고 도망 다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 콜레트까지...

 

이들의 비밀들은 고이 간직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터치를 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사건은 이상한 곳에서 터지게 된다.

베스타 할머니의 하수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오물이 넘쳐나면서 악취가 풍기는 일들이 발생하자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게 되는데, 그 일이 발생하고 난 후에 셰릴이 폭행당한 몸을 보살피다 집으로 오게 된 베스타 할머니는 누군가가 자신의 주방에 들어온 것을 목격, 이후 자연적인 방어의 목적으로 그를 죽이게 되고, 알고 보니 그 죽은 시체는 노랑이 집주인이란 사실에 경악을 하게 된다.

 

당연히 경찰에 알려야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원치를 않는다.

각자의 비밀이 탄로가 나게 되면 바로 각자의 인생 방향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는 결국 자신의 비밀을 지키고자 하는 무언의 동조로 인하여 집주인 시체 처리를 하는 데까지 합심하게 되는데...

 

아파트의 이상한 냄새의 원인을 무엇이며 하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름덩어리들의 정체는?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살인마는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을 고이 곁에 두고자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행했던 미라 수준처럼 시체 처리를 완벽하게 실행하면서 이러한 부순 물  발생으로 인해  악취가 나게 되는 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러한 냄새를 인식하면서도 결코 그 원인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웃 사람들의 무심함, 베스타 할머니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악취와 오물로 인해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면서 이 냄새의 원인은 우연찮게 돌고 돌아 결국 밝혀지는 범인과의 대조 장면이 조마조마하게 그려진다.

 

인간의 끝없는 그릇된 이상한 상태의 '사랑'법에 대한 야욕과 욕망, 여기에 더불어 자신을 뒤좇아 끈질기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콜레트의 시선과 베스타의 시선, 셰릴의 시선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려지기에 범인이 처음에는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더 나은 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 독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콜레트의 결심이 사뭇 인간의 비장함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서로 인연이 없었던 사람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들의 내면에 실린 양심과 비양심 간의 고민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인연이 맺어지는 가운데 경찰들의 범죄와의 결탁들은 콜레트의 행방으로 인해 밝혀지는 일들까지, 좁고 낡은 아파트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하루하루 임대료 생각과 외부인에게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 살인의 맛에 길들여진 범인의 그릇된 환상으로 인해 죄 없는 여인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일들까지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치고는 끔찍함이 전해져 오는 상세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헐리우드 영화 예정답게 시종 작가의 허를 찌르는 장면과 사람의 심리 안에 도사린 냉혈함과 이기심,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다시 해피한 결말들이 보이는 장면에서 속 시원한 느낌마저 주는 책이기에 스릴과 행복한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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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양치기의 편지 - 대자연이 가르쳐준 것들
제임스 리뱅크스 지음, 이수경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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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에 대관령 목장을 관광차 들렀던 적이 있었다.

비는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양들이 함께 모여 있는 우리를 보려고 너도나도 비를 맞으며 중국 관광객들 틈에 끼여서 보았던 양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겹쳐 보인다.

 

어릴 적의 알프스 하이디에서 나오는 양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에겐 당시 양들이 품고 있는 특유의 동물적 냄새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무감각해져서 그런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풀들을 연신 먹어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의 높은 고지대의 대관령에서 불어닥치는 비바람과 푸르다 못해 시린 풀빛들, 건초더미와 함께 모여서 이리저리 울며 야금야금 먹어대던 양들의 모습이  진짜 양치기의 손에 의해 그 모습이 쓰인  글들을 접하니 새삼 책 표지의 컬러와 함께 가슴속으로 공기의 양이 넘쳐 흐름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라는 곳으로 국립공원 안에는 양치기가 있다고 한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구수는  43000명이지만 외지 방문객은 연간 16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과 양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지로서도 유명하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이 지역에 대한 소개는 정확하게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같단 생각이 들 정도 저자가 그리는 이 지역의 생태와 그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심 속에서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릴랙스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적어도 3대가 그 지역에 살아야 인정을 받는 곳답게 저자는 사계절의 모습 속에 드러나는 일상 삶에 대한 모습들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근간에는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추억과 위대한 산과 같았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게 된 저자의 성장과 더불어서 곧 그 자신이 이 곳을 벗어나 대도시로의 삶을 지향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곧 결국 고향에 돌아오게 되면서 양들과 함께 하게 된 삶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양을 키우면서 양치기의 우선이 아닌 철저하게 양들을 먼저 , 그리고 땅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양치기의 첫 번째 규칙 : 내가 우선이 아니라 양과 땅이 우선이다.
두 번째 규칙 : 상황이 항상 내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규칙 : 그래도 군소리 말고 계속 일한다.

 

언뜻 보면 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말할 수 없는 양들을 대상으로 양의 출산서부터 성인 양으로 키워지기까지의 양치기 자세,  비록 이것이 어느 한순간에 이뤄진 성공적인 도시 삶과는 다르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 같이 동조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함께, 그리고 양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피터 레빗의 작가인 포터가 후원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경관과 양치기들의 일심동체의 삶의 포착은 외지인의 눈에 볼 때는 무척 신선한 느낌을 주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소식들과 양들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이 양치기 신분이란 이름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저자의 삶, 또한 쉽게 도심을 버리고 오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도 이 곳에 조상들이 살았고 자신 또한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용기가 대단하단 느낌을 준다.

 

무려 600년 동안  레이크 디스트릭트 목장을 운영한 저자의 가문도 대단하지만  이 곳에서 오랫동안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생초보 양치기로서의 시작이 이제는 전문적인 양치기로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목장 안에서도 삶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자연의 이치란 섭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들까지도 '월든'의 영국 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좀 더 나은 생활의 편리를 위해 자연의 일부분을 훼손하면서까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 시대에 자연의 소중함과 위대함, 그리고 그 거대함 앞에서 겸손과 한 몸으로 같이 살아가는 이 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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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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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 소설들을 별로 접하진 않지만 때때로 아주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진작에 안 읽고 있었지 하는 나 자신을 꾸짖을 때가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절판이란 소문을 들었을 때는 무척 안타깝게 여긴 적도 있었고 내가 읽었을 때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미처 알려주지 못했을 때도 그렇다.

 

이미 2009년도에 출간되어 나온 책으로 이번에 새롭게 표지도 더욱 세련되게 바꾸어서 출간이 된 '길 위의 소녀'-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이 상당히 내용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 듯싶게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살아오면서 때때로 내 맘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분은 세상과 타협을 하고 일부분은 수동적인 자세로, 또 일부분은 그것이 설령 진실에 가깝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세상의 어떤 기조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린 세대들이라면 그 또한 넘어가고 말게 되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 중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 보이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래간만에 눈물을 떨어뜨리게 한 진한  감동을 전달받는다.

 

전혀 상반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녀, 살고 있는 곳, 나이, 학력, 그 어떤 것을 굳이 맞추어 보려 해도 맞출 수가 없는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일반 사람들의 눈에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보인다. (겉 부분에 한해서만...)

 

13살의 IQ 160의 영재인 '루'는 두 학년을 월반하고도 일등을 놓지 않는 수재이긴 하지만 신발 끈 하나 제대로 매듭을 지을 수없는 지적 조숙아란 판정을 받은 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언니와 오빠 뻘 되는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긴 하지만 루는 외롭다.

선뜻 손들고 활발히 발표를 할 수 없는 행동의 소심함, 머리 속에서 생각하는 부분들을 목소리로 표현해서 내뱉는 행동 자체가 괴롭다.

그러던 루는 학교 발표주제로 '노숙자'에 관해 조사를 하고 발표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이후 파리 시내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소녀 ‘노’를 만난다.

 

정식 이름은 '놀웬'일지만 그녀 스스로 '노'라고 부른다.

나이는 루 보다 많은 18살이지만 그녀를 처음 본 인상은 피곤에 찌들고 옷은 더럽고 머리는 헝클어져 며칠을 감지 않는 상태,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예쁜 얼굴을 가진 소녀다.

루는 자신의 숙제 얘기를 하면서 만나줄 것을, 도움을 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이후 두 소녀는 약속을 정하고 만난다.

 

왜 '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노숙자로 살아가는 것일까?

직업을 왜 갖지 않는 것일까?

두 소녀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매개로 서로에게 길들여져 다.

바로 '외로움'이란 공통점-

 

겉으로 보기에 명석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루'에겐 어린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다시피 살아가는 엄마가 있고 때론 숨죽이며 벅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른 채 아내와 딸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아빠가 있다.

그들의 가정은 일반적인 가정의 표상이지만 기쁨이나 설렘, 대화 체가 거의 없다시피 삭막한 가정이다.

'노' 또한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한 엄마로부터 출생한 이력과 조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아픔을 지니고 끝내는 엄마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불운한 소녀다.

 

처음에 '노숙자'에 대한 실태를 취재하고자 만난 사이는 이내 두 사람 간의 공통점을 기회로 '루'는 '노'에게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자신의 집으로 오게 하는 결정을 짓게 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흔히 거리나 지하철 안에서 보게 되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많이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실정과도 비슷하게 파리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을 묘사한 장면들은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살아가지? 란 물음에서 '루'가 생각했던 저마다의 '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며 그들이라고 결코 이렇게 삶을 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나이차를 넘어선 두 소녀의 우정은 또 한 사람의 '외로움'을 반항아적인 기질로 드러낸 뤼카를 통해서 다른 모습의 행태를 볼 수 있게 한 저자의 등장인물들의 동선들은 억지스럽지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살아오는 내내, 난 어디에 있든지 언제나 바깥에 있었다. 난 항상 이미지나 대화의 바깥에 동떨어지고 어긋나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말이나 소리를 나 혼자만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액자 바깥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창 저편에서 그네들이 빤히 듣는 말을 나만 못 듣는 것 같았다.'

 

조숙한 '루'의 생각대로, 자신의 의지대로만 하다면 '노'는 얼마든지 갱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지만 '루'가 바라 본 세상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삭막하고 냉철하며 이기적이었기에 한층 성장하는 단계의 소녀에겐 커다란 상심을 안겨준다.

 

 

우리는 초음속 비행기를 띄우고 우주에 로켓도 발사한다.
머리칼 한 올이나 미세한 살갗 부스러기 하나로 범인을 잡아내고,
3주나 냉장고에 처박아 두어도 주름 하나 잡히지 않고 싱싱하게 유지되는 토마토를 만들어 내며,
손톱만 한 반도체 칩에 수십억 가지 정보를 저장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도록 그냥 내버려둔다

 

 

프랑스뿐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거리의 노숙자 문제는 '루'와 '노'란 두 소녀의 눈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한 법 체계, 완력으로만 나타낼 때의 폭력만이 아닌 소리 없는 무언의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사정'에 근거해서 생겨난 노숙자들의 빈곤 문제와 식생활 해결 문제들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문제로서의 심각성과 그 해결성에 대한 생각을 촉구시키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인 거지? 그렇지?’

 

이 말의 대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삶의 한 연장선이었을 '노'의 간절한 '버림받음'에 대한 애정의 결핍은 '루'가 '노'에게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세상의 잣대는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는, 행동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노'를 생각하면 아픔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원제인 No ET Moi로 ('노와 나')로 이 작품으로 저자는 프랑스에서 큰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두 소녀의 각별했던 우정을 통해서 '루'는 다시 '노'를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으로 크게 성장한 '루'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본다.

 

'루'!

넌 세상 그 누구보다도 하기 힘든 결정과 행동을 했으며 그것이 비록 네 뜻대로 세상에서 받아들여주지 않았지만 마랭 선생님 말씀처럼,

 

"포기하지 마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저 멀리서 그녀만의  블루종을 입은  '노'를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노'도 결코 너를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 곁에 있다면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고 싶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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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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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 년 만에 다시 접한 남아공의 작가 디온 메이어의 작품이다.

작년에 처음 만난 작품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테우스'였다.

 

사연 많은, 그렇지만 자신이 속한 나라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던 킬러 토벨라는 전 작품에서 만난 여인의 아들인 파카밀레를 양아들로 호적상 올리고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살아가기 시작하지만 주유소에서 두 명의 총을 든 범인으로부터 파카밀레를 잃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두 범인은 재판을 받기도 전에 탈출,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

 

여기 한 사람의 유능한 형사가 있다.

40이 넘도록 승진의 기회는 소수자 우대정책에 의해 밀려난 지 오래, 더군다나 알코올 중독에 빠져서 부인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술을 끊지 않으면 영영 이별이란 통보를 받고 집에서 쫓겨난 실정이다.

 

그의 이름은 베니 그리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도 나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형사란 직업에서 오는 죽음과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감정이 겹치면서 아이를 상대로 강간한 사람들을 아프리카 특유의 칼, 특히 아세가이라고 불리는 줄루족의 전통 방식을 따르는 칼을 이용해 처단하는 살인자를 잡으려 사건에 투입이 된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틴이다.

콜걸로서 지금 목사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왜 콜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책의 구성은 이렇게 세 사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연신 바쁘게 그려진다.

각자의 인생이 담긴 부분들이라 솔직히 책의 두께와 사건의 흐름에 본격적으로 감정 이입이 되기까지 지루한 면을 느끼는 바가 적지 않게 그려지지만, 남아프리카 특유의 정세와 그 안에 담겨있는 인종들의 다양한 인생 역정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좀 참으면서 읽어볼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전작인 프로테우스에서 보인 바대로 저자는 자신의 나라인 남아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유아 강간사건에 담긴 오랜 그릇된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에이즈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보균자와 환자들이 있는 나라답게 병을 고치기 위해 영유아와 성관계를 하면 나을 수 있다는 미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이를 행하는 강간범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과 자신의 양아들을 잃어버린 뒤 법의 허술한 체계 때문에 도망을 하게 만든 체제에 이미 불신을 하고 있는 토벨라로 하여금 자신 스스로 이러한 극단자들을 처단하게 만든 저자의 필력은 시원스러우면서도 그리설이 주장하는 대립된 생각의 차이점을 통해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세 사람의 어떻게 연관이 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게 되는지는 중반부를 넘어가야 나올 만큼 개개인들이 겪어 온 인생사는 남아공이란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의 현 실정을 보여줬다는 점, 그 안에서 백인은 백인대로 소수자 우대 정책 때문에 승진의 기회를 못 잡는 현상,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몇 푼 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혼모로서의 한계를 콜걸이란 직업으로 나가게 만든 세태의 유혹, 마피아의 중간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지닌 남아공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마약상들의 비밀 아지트로서의 각광을 받는 점들을 통해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세 인물의 동선과 개인사를 통해서 독자들은 이 나라에 대한 이해를 할 수가 있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나라가 해주지 못한 점을 스스로 처단코자 한 토벨라를 과연 살인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베니가 말한 부분처럼 아무리 나쁜 죄를 저질렀어도 개인적으로 처단을 한다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없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사람이 사람을 사형시키는 제도와 처벌의 한계는 어디까지 둘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술에 절은 형사 시리즈는 많다.

저자들이 모두 다르지만 아마도 공통적으로 그린 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이 책에서도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에 이어서 다른 베리 형사 시리즈가 출간이 됐고 나온다고 한다는데, 확실하게 알코올을 끊는 형사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또한 토벨라는 이미 죽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책을 기대해 보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시원한 오토바를 타고 씽씽 날아갈 듯 달리는 토벨라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 더불어서 만약 살아있다면 베니와 다음 기회에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완결 시리즈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숀 빈 주연의 형사 베니 시리즈로 3부작 영화화 한다는 책의 띠지 문구처럼 어떤 화끈한 액션이 나올지, 책 속에 녹아 있는 남아공의 모든 정경들을 기대해 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나 작가와 전혀 상관없는 몽실 서평단에서 지원받아 읽고 내맘대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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