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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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스릴러를 다룬 책을 간간히 읽어 왔지만 이 작가의 처녀작이자 첫 작품인 이 책을 대한 기분은 제대로  첩보물을 다룬 책을 읽었단 기분이 들게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육군에 입대해서 독일에 주둔한 경험이 있고 명예제대를 한 뒤로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이 작품을 썼단 느낌이 난다.

그만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현란하고 민첩한, 몸에 밴 습관처럼 붙은 행동의 패턴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영화에서 보면 흔히 말하는 신분 탈색이란 것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게이지 하트라인이 바로 그에 속한다.

본격적으로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 4권이나 된다고 하던데, 이 첫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독자들에게 인식을 시켜주었단 느낌이 든다.

 

명민하고 민첩하고 온순하며 정직, 성실 그 자체의 품성을 지닌 자, 본명은 메튜지만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죽은 자로 기록이 되어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모든 훈련을 거쳐 특수부대의 일원으로 일한 그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보스니아에서 포격으로 인해 전사한 걸로 기록이 되어 있고 크레타에서 벌어진 첩보 작전 수행 중 어린아이 두 명을 현장에서 사살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두통을 살고 살아가는, 특수 부대가 해산이 되면서 배운 것이라곤 자신의 특수 훈련을 기반으로 한 것을 위주로 독일에서 청탁 용역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어느 날, 프랑스 정보부의 장으로부터 미군이 주둔하다 이제는 프랑스가 관리하게 된 독일의 관공서에 도청장치 설치 의뢰를 받고 건물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일기장 여러 권이 담긴 보따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일기장의 내용은 무엇이길래 이리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을 곳에 버려져있다시피 했을까?

 

읽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없는 역사의 한 소용돌이에 있음을 느낀 게이지-

일기를 쓴 주인공은 유대인 여성,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히틀러의 집 안 일을 돕는 직업에 뛰어들게 되고 그곳에서 히틀러의 성폭행과 억압으로 인해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까지....

 

책 제목인 '그레타의 일기'는 부드럽게 다가왔지만 책의 내용은 책 제목을 뛰어 넘어선 스릴을 선사해 준다.

그레타 라 불린 여인이 자신이 당한 역사 속의 현장의 사실과 그 시련 속에 아이를 대하는 심정과 또 다른 감정인 원치 않았던 임신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이 안타까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내몰린 가련한 연약한 한 마리의 사슴을 연신 연상하게 만든다.

 

책은 일기장의 내용과 그것을 읽게 된 게이지와  사랑하는 모니카의 일을 시작으로  모니카의 사촌을 통해 진위 여부를 알아보게 되던 과정에 프랑스의 마피아 집단과 얽히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게 된다.

 

진짜로 판명이 된다면 엄청난 인세와 유명세를 타게 될 일기장을 두고 서로가 자신이 주인이라고 믿는 장과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일기장이 필요한 마피아,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면서 게이지의 신분을 밝혀내려는 미 육군 소속 대위까지 끼어들게 되면서 사건은 커지게 되는데.....

 

호텔에서 죽은 사체로 발견이 된 여인,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복수의 날과 일기장의 그 아이의 생존 여부 추적까지 곁들인 긴박한 여정이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스릴이 넘쳐흐른다.

 

직업에서 오는 특수부대원의 트라우마와 양심상의 가책과 더불어 제대로 안정된 곳에 안주하지 못하는 직업의 어려움, 사랑하는 여인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었으나 무참히 죽음이란 것과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의 누명을 벗겨내기까지의 긴박한 그의 행보는 세 나라가 얽히고, 그를 보호하되 본국에서조차 극소수에 불과한 사람만이 알고 있다는 한계를 뚫고 어떻게 게이지가 정의의 실현에 앞장서게 되는지의 과정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수부대원들의 무기 다루는 자세와 환경 탐지, 상대방을 잡기 위해 어떻게 주변을 살피면서 차분히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지, 그 모든 과정들이 작가가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을까를 연신 생각하게 만드는, 남자는 물론이고 이런 첩보물을 좋아하는 여성 독자들이라면 흥미만점의 책일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가상의 시나리오로 채택했던 히틀러에게 유대인 여성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이 있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를 끌게 되면서 읽게 되는 이 책은 남성의 시선인 게이지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는 것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마지막 그 일기장의 처리와 그 후손은 과연 살아있는지에 대한 생각, 만일 정말로 가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이런 후손들이 존재하고 있게 된다면 세계의 역사는 그야말로 일대 큰 이슈를 남길 것이란 생각도 들게 한,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의 책을 시원스럽게 읽게 되는 책이다.

 

우연히 손에 접하게 된 일기장이 커다란 일에 엮이면서 살인과 누명, 복수란 삼박자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서 그려지는 책답게 영화화된다고도 하니, 이미 이런 영화들을 비슷하게 접한 독자로서 게이지 역에 누가 선택이 될까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를 준다.

 

시리즈물인 만큼 다른 편이 출간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다가오면서  그의 활약을 그린 책 발간이 빨리 다가왔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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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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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라 불리는 사람들은 냉철한 감정을 지니지 않는 한, 그 일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도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려면 그 모든 상황을 뛰어 넘어서 완벽한 일 처리를 해야 하는 직업상 더욱 그러한 이성과 감정이 필요함은 말할 것 없다.

 

그런데 여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킬러가 있다.

정확히는 킬러라고 불러야 맞는 말인가 할 정도로 상대방의 얼굴을 본 순간 이후에는 그 어떤 행동을 취할 수가 없는 약점을 지닌 남자, 더군다나 킬러라고 불리지만 살인을 한 적이 없다.

누명을 받은 적은 있어도 말이다....

 

처음 맡은 일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남자-

어두운 골목을 누비며 약간의 마약을 팔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그런 그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킬러로서의 일을 맡게 된다.

 

어린 딸아이를 아비로서 제대로 키워보려 하지 생각지도 못했던 자, 사랑이나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꾸릴 생각조차 못하고 한 발 물러서 살아가길 원한 남자,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또 다른 감성이 묻어나는 연작 시리즈 세 개 중에 두 번째의 이야기에 속하는 책이다.

첫 번째 책인 '블러드 온 스노우'에서의 올라브가 살인 청부 살인을 맡고 상사의 부인을 사랑한 나머지 그 여인의 배신으로 무참히 삶을 마감한 이야기가 1부라면 이 이야기는 그 일이 벌어지고 2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흑가의 판도는 '뱃사람'이라  불리는 자가 새로운 일인자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어느 날 뱃사람으로부터 킬러의 일을 맡아 달라는 청을 받게 된 욘은 병원비 마련을 위해 수락을 하게 된다.

 

죽일 상대자를 찾아가 총을 겨누지만 오히려 이 죽을 사람으로부터 제안을 수락한 욘은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뱃사람으로부터 달아나기 시작, 결국엔 노르웨이 최북단의 핀마르크.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땅, 코손이란 곳에 도착하게 된다.

 

어쩌다 '울프'라고 이름을 밝힌 욘은 그 마을에 사는 10살짜리 크누트와 그의 엄마인 레아를 알게 되고 그녀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하고 외톨이처럼 떨어진 오두막에 기거하면서 시시각각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올 청부업자에 대한 상상과 두려움, 뭣보다 사람과 사람들이 부대껴 살던 곳에서 벗어나 사람의 그림자라곤 볼 수 없는 이런 곳에 홀로 지내는 그의 심정의 변화가 큰 물결처럼 다가오진 않지만 시간적으로 몰려오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그 주변의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독자들의 심성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본국으로부터도 떨어진 곳, 대부분이 사미족으로 이루어진 마을 구성원들, 좁은 사회에서의 누구나 알고 지내는 이런 곳에 종교라는 근접할 수 없는 믿음이 지니는 강압적이고도 말 없는 행동의 지침을 쫓아 사랑 한 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여인 레아를 통해서 진정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깨달아 가는 울프의 심경의 변화가 청부살인업자들의 출현과 그녀의 남편의 등장까지 겹치면서 70년대의 화려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별 볼 일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닌 그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내야 했던 흐름의 고조가 잔잔히 그려진다.

 

1부의 책이 빨간색의 선명한 피를 연상시킨다면 이 책은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권 특유의 백야를 연상시키듯 진 파란색의 책 표지로 대비를 시켰다.

1부에서의 안타까운 올라브의 인생이 연신 기억이 난다면 이번 책에서의 울프는 독자들의 그런 의미를 알아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게 나온단 점이다.

 

어찌 보면 허술한 킬러,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레아의 위험을 목전에 두고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의 심성을 지닌 남자, 울프-

킬러로서의 그의 인생은 빵점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그를 인생의 나락에서 구원시키고 믿지 않고 있었던 그 어떤 구원으로부터의 주인을 부르게 되는, 경험을 하면서 오슬로 행 티켓을 기대하게 만든다.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결코 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오슬로, 태어나고 자란 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처한 환경 때문에 벗어나지 못했던 레아와 크누트, 이들이 선택한 길에 또 다른 오슬로 행 티켓이 아닌 새로운 길의 티켓행을 기대해 보게 만드는 것도 이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감이라고나 해야 할까?

 

해리 홀레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각성시켜 준 오슬로 3부작의 그 중간 이야기인 만큼 마지막 3부에선 또 어떤 이야기의 여정을 들려 줄지 벌써부터 빨리 만나 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요 네스뵈의 또 다른 느낌의 글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시길~~~

사족을 붙이자면 1부 블러드 온 스노우와 , '아들' 모두 영화화된다고 한다.

1부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들' 이란 책의 주인공은 제이크 질렌할~~~

캬!!!!!

 벌써 스노우 맨의 마이클 패스벤더, 위의 두 주인공들, 상상만 해도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완전히 기대하고 있는 영화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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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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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케이블 방송에서 하고 있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것을 즐겨 보고 있다.

노희경이란 작가가 쓴 글들에는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라든가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상류층의 극대화된 생활상이라던가, 어떤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 우리들 모두가 곁에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들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믿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좋아했던  작가는 아니었던 것이 알고는 있지만 방송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일들의 상황 연출들은 우리들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사와 함께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불편함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보다 더 가볍고 잠시라도 즐겨 볼 수 있는 방송 쪽으로 눈을 돌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두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제는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에 심취해 있기보다는 위의 드라마처럼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히려 진심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보는 내 시각이 조금은 다른 쪽으로 변화를 겪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드라마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다가왔다.

고령화의 시대다 보니 세계의 작가들이 그리는 구상의 소재로써도 '노인'들을 등장시키는 책들이 활발히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실감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에서 박완으로 나오는 탤런트 고현정은 자신의 엄마와 엄마가 알고 지내는 선. 후배들을 이모라 부르지만 내심 속으로는 '꼰대'들이란 말을 사용한다.

마치 자신은 언제까지 청춘일 것이란 착각을 일으키듯 자신보다 나이 많고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차 소멸의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을 비유해서 부르는 말인 듯한데, 방송을 보면서 이 책에 나오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많이 연상시켰다.

 

페르디낭 할아버지-

연세는 이제 83세에서 84세로 넘어가고,  건강염려증,  고집불통, 변태,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남자, 그야말로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꼰대다.

우편배달부와 눈이 맞아 노년에 자신과 이혼한 후 떠나버린 아내,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딸 마리옹과 손자 알렉상드르와는 연락이 없거나 거의 두절되다시피 간간히 이어져 오고 있는 상태다.

 

집마저도 딸의 명의로 되어 있고 살고 있는 아파트에 남자라고는 관리인의 남편과 자신뿐이다.

이웃과는 소통 부재, 오직 데이지라는 개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홀로 사는 자신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딸의 염려로 인해 관리인인 쉬아레 부인으로부터  집 안 상태를 감사받게 되는 처지에 이르고 통과를 못할 시에는 양로원에 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군다나 데이지마저 차량에 치여 죽게 되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쉬아레 부인이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가운에 데이지를 따라 죽으려 버스 정류장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나, 이 일로 인해 오히려 더욱 입지가 좁아진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윗 층으로 이사 온 줄리엣이란 초등학생을 만남으로 해서 이웃과의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여자 노인들이 차 한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양을 못 보는 성격, 화분마다 제초제 전분가처럼 뿌려 죽이는 행동이 점차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게 되고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변화를 느껴가는 생활로 변해 간다.

 

이 책에서 나오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보면서 노년에 대비한 준비와 그의 마음가짐과 어떻게 해야 내 삶을 보다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인공과 다른 노인들의 생활패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이웃 할머니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가라앉지 않기 위한 비법은 죽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예요. '늙는다는 것은 남들이 죽는 것 을 보는 것이다.' 누가 이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맞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p 122

 

 

자신 스스로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던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손자의 일을 계기로 자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나이와는 별도로 가슴속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있고 실제로도 예쁜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단 가능성, 뭣보다 혼자 외롭고 쓸쓸한 원인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음을, 관심과 사랑을, 그리고 시대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웃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란 품을 찾은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노인들도 노인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가운데에 여전히 세상을 살아오면서 쌓은 경력이 빛을 발할 때가 오게 됨을, 페르디낭 할아버지의 인생은 조그마한 줄리엣의 방문을 통해 밝은 햇살 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이제는 좀 더 여유롭고 변화된 새로운 인생의 삶을 시작하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시대에 노인들, 특히 꼰대들이란 말은 이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통해 젊은 층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인식을 가르쳐 준 계기가 될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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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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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본주의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고 믿는 것들 중의 하나다.

사회주의 이상주의라든가 공산주의를 실현하는 체제보다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것에는  일단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형태와 경제적인 문제점들이 두 체제와 비교해 볼 때  완벽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모든 세계의 사람들이 그나마 이상적인 성향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 경쟁이란 구도 속에 쟁쟁한 경쟁들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그런 목적을 위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다 해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경제 체제,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이견들이 있고,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해서 느끼게 해 주는 책을 읽었다.

 

경제란 용어만 들어도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익숙지 않은 용어가 많기에 그저 뉴스에서 나오는 정보만을 알 뿐 이 책에서 보이는 정계와 금융계간의 결탁, 그 와중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자신의 이상향 실현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이루어 나가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경제 스릴을 취한 책이라 모처럼 다른 스릴과는 느낌을 주게 한 책이다.

 

프랑스의 최상의 인텔리들만 배출한다는 집단 출신인 7명이 주인공이다.

모두 제각기 풋내 나던 청춘의 그 시절을 겪고 이제는 마흔의 나이 때에 접어든 동창생들-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은 그들의 사이는 필요하면 도와주고 필요치 않으면 내치는 그런 공생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폴만 스의 잘 나가는 유럽 금융 협상가인 세바스티앙은 어느 날 고위 CEO의 부름을 받고 뉴욕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일명 브란덴부르크란 이름이 붙여진 이 비밀문서 뒤에 감춰진 정부와 폴만 팍스의 교묘한 뒷거래로 손을 잡게 된 과정을 알게 된 그는 번아웃 증상까지 시달리게 되고 결국은 동창생들에게 알리길 결심하지만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위치한 자리에서의 이점을 따지며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라며 고개를 돌린다.

 

 

생각 끝에 프랑스 재경부 장관 비서실장인 동창 베르트랑의 아내이자 동창이며 경제 신문사 기자인 클라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알려 주게 되는데, 그런 세바스티앙이 기차 길 옆 철로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뜻하지 않은 동창의 죽음을 둘러싸고 모인 6명, 부실자산 금융 전문가인 제레미, 그의 아내 앨리슨, 대학 시절 난간에서 떨어진 사고로 인해 클라라와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중적인 생활의 달인 앙투완, 기업 협상그룹의 홍보 전문가인 바네사가 서로가 서로에게  물리고 물리는 관계를 통해 세바스티앙의 죽음 뒤에 가려진 거대한 정부와 금융의 결탁, 국민들을 어떻게 숫자로 속이면서 망각을 시키는지,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에 대한 경제적인 책임감이나 법적인 형량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법의 허술함을 작가의 경력을 토대로 치밀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독자들에게 전해 준다.

 

알다시피 유럽이란 거대한 대륙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발상 자체가 커다란 모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서로 다른 격차의 경제 수준을 같은 수준으로 통합하려 한 과정에서 터져 나온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은 일반 국민들을 앞에 두고 정치계의 최고위 권력자와 이를 조종하려 한 폴만팍스(실제론 골드만 삭스)라는 금융의 거대한 손길이 한 나라를 어떻게 구렁텅이에 빠드리 게 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경제 시스템을 통해 그려낸 작가의 글을 통해 또 다른 경제의 어두운 점을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다.

 

서프라임 사태와 아이슬란드 사태, 스페인뿐만이 아닌 이탈리아까지 번진 유로존의 위기를 통해 보이는 작가의 자본주의의 허점을 그래서 소설이라고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진실을 폭로하려 한 자, 그런 자를 말리는 친구들,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 나머지 가정까지 파탄이 나고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들의 모습, 속내를 털어놓고 살지 못하는 부부지만 자식이란 끈이 있기에 참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도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는, 현재의 자유경제주의가 실현하고 있는 가치의 중요성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성공의 확신을 볼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허점과 그런 실현을 위해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 거대 금융그룹의 인재 다루기 기법, 그 안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남으려는 자의 개인적인 행복의 박탈감들이 어찌 보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 한 우리들의 현실을 제대로 꼬집어 주는 책이 아닐까도 싶다.

 

 

책의 내용을 그다지 빨리 읽히진 않는, 경제적인 흐름들이 내겐 익숙지 않은 면도 있고, 작가의 해박한 경제적인 흐름을 소설 기법을 타고 그려냈다고는 하지만 책 속의 인물들의 대화 내용들이 여전히 그들만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어법들이 있어 초반엔 좀 지루한 면도 있지만 세바스티앙의 죽음 이후 본격적으로 뛰어든 6명의 내밀한 변화의 행동을 보는 후반부는 또 다른 인생의 길을 보는 즐거움도 준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드물게 접하는 경제 스릴러를 모처럼 읽었기에 이런 주류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길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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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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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으로 물든 회색 도시에 구름이 잔뜩 낀 도시, 더군다나 우박이나 비처럼 보이는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하라 료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단편집을 수록한 이 책을 접한다면 그의 또 다르게 다가온 색다른 무색, 무미, 무 건조 속에 풍기는 사와자키란 형사의 이미지의 매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목이 천사들의 탐정이다.

천사들?

흔히 생각하는 하늘거리는 백색의 날개에 인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힘을 주며 도움을 주는 존재이자 전혀 때 묻지 않은 존재를 연상시키듯 이 책에서의 천사들이란 아마도 의뢰인들과 엮이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도 싶을 만큼 책 전체에 흐르고 있는 주인공들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다.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 그 안에서 부모의 불화와 이혼, 아니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손자의 행방을 추적하려는 할머니, 자식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

각기 다른 여러 사연들을 가지고 탄생되는 이야기들은 사와자키란 탐정의 활약으로 인해 무심코 흘려버릴 장면들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아! 를 탄생시킨다.

 

첫 번째의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는 어린 자식이 바라보는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에 이를 해결해보려는 취지에서 사건이 발생이 되지만 결국엔 아버지로서 자식 앞에서 떳떳함을 선택한다는 행동이 가슴이 푸근해짐을 느끼게 해 주고 두 번째 이야기인 한국인 남자, 유명한 지휘자로서 시대적인 상황에 맞물려 사랑하는 일본 여인과의 헤어짐 속에 정작 다른 여인과의 결혼을 통해 태어난 딸아이를 교통사고로 잃는 사건과 엮이면서 보이는 부성애와 비통함, 천륜은 저버릴 수 없다는 혈육이란 이름으로 전해주는 연결고리가 다른 이야기와는 또 다른  감상을 전달해 준다.

 

양아버지의 성추행과 그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여학생과 딸아이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 쓰려했던 엄마의 모성애, 이니셜이 M인 남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와자키란 탐정의 발군의 실력, '선택받았다는 남자의 이야기' 란 내용에는 아이가 사건에 엮이면서 느끼는 비행청소년들의 세계와 이를 선도하려는 어른들의 세계가 같은 어른이지만 이를 이용해 다시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 다른 어른들의 양심 없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책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의 이해 할 수없는 세계와 그에 맞추어 살아가야만 하는 여린 모습들이 다양하게 비치는 소설들이기에 단편집이란 말이 무색하게 잘 짜인 글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왜 사와자키가 탐정이란 세계에 발을 내딛었는지에 대한 뒤 후일담은 독자들이 그동안 사와자키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해하던 것이라 이번 기회에 작가가 밝혀준 이야기는 사와자키란 인물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과작의 작가란 타이틀을 가진 작가답게 짧지만 강한 소설집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는 한국사람이 배경이란 점에서 처음엔 일본 작가의 손에 그려진 한국인의 설정이 어떻게 그려졌나에 비중을 두면서 읽어나갔지만 국적을 떠나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의 모습들은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이되 결고 간과할 수 없는 진한 부모애를 느끼게 해 준 글 내용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무술에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격이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닌 보통사람의 이미지인 사와자키, 오늘도 여전히 자신에게 의뢰를 부탁한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애마인 블루버드를 타고 돌아다닐 그의 또 다른 귀환을 고대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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