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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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후덥지근하고 연일 습한 기온이 있는 가운데 복수극이라....

제목부터가 여름의 복수다.

복수 중에서도 뭔가 화끈하게 다가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소재의 내용도 역시 강하게 와 닿는다.

 

책은 두 명의 인물 중심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발터 솔라스키 형사 시리즈로 서막을 알리는 이 책은 1권에 해당이 되겠고, 주인공인 폴라스키는 아내를 병으로 잃은 후, 어린 딸과 같이 시간을 내며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강등을 지원한 경찰이다.

 

먼저 현장에 가서 대충 사건의 형태라고나 할까, 서류전형의 처음 부분을 다룬다는 위치에 서 있는 격인데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특정 질환 전문 정신과 병원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19세로 이름은 나타샤 좀머라 불리는 여인은 다중인격장애로 불리는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였다.

그녀가 왜 자신의 왼팔에(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위가 높은 주사량을 맞으면서 죽었는지에 대해 조사하던 중 오랜 감각의 경험상 자살이 아닌 살인 사건처럼 느껴진다.

이에 병원의 다른 환자를 조사하던 중 바로 며칠 전에 다른 환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을 발견하게 되고 두 환자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곳에 오게 된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수사의 범위는 넓혀지게 된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에블린은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감금당하고 성폭행당한 상처, 부모와 여동생을 모두 여의고 간신히 살아남은 존재다.

자신의 멘토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던 상사가 자살로 죽게 되고,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현장 사진을 우연히 보다가 어떤 소녀가 찍힌 것을 주시하게 되는데....

 

 

요즘 연일 유명인들의 성폭행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운동선수도 이런 사건에 연류 되어 더욱 충격적인 가운데 이 소설은 소아성애자들을 노리는,  인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찾아 복수를 감행하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의 경우엔 특히 법의 형량을 무겁게 내리는 형벌 중의 하나가 성폭행 사건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러한 사건 자체에 대한 인식을 깊게 생각하고 있으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란 말을 철저히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어느 정도의 법의 형평성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려지는 어린아이들, 특히 고아 거나 길거리 아이들을 데려다 크루즈에 태워서 사회 유명인사들을 데리고 여행이란 명목하게 철저하게 유린한 과정에서 죽어 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현장, 모두가 죽었거나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의 구성이 시종 두 사람의 활약과 범인의 의도를 드러내 보이는 심리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란 두 나라의 연관성이 없을 듯한 만남은 이 두 사람이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고 서로의 사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는 에블린의 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 독자들로 하여금 기로에 서게 만든다.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그 범인은 고작 여동생 나이보다 2년 더 형량을 마치고 나왔을 뿐, 자신에게 남겨진 상처는 아물지를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감정을 외면하는 에블린의 마음이  그려진다.

 

범인을 만나고 그 범인이 살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유일한 사건 해결의 마침표라 생각하는 폴란스키의 생각과는 같은 동조를 하면서도 자신이 당한 것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그녀가 범인을 막아야만 한다는 역설에 갈등을 하는 부분들은 법의 형량이 아무리 제대로 선고가 된다고 하더라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은 누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지, 스스로 과거와의 인연을 끊고 과감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란 한계에 에블린이 느꼈던 한 순간의 고민과 갈등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보이는 10년 후에 복수를 벌이는 범인의 아픔은 여전히 독자들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안겨준다.

 

금발의 머리에 가냘픈 몸매, 어린 남동생이 자신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된 여자 아이의 충격은 컸을 터, 그럼에도 여전히 잘 살고 있던 인간말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죽음은 조금 이나마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

 

 

10여 년 전의 일을 복수하기엔 날씨는 여전히 변함없다는 사실이 왠지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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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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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우선순위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꼽아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중학교 시절로 기억이 된다.

아버지의 친한 고향 분이 갑자기 병으로 돌아가셨단 부고를 엄마에게  얘기하시던 모습을 보던 충격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속된 말로 죽마고우를 ~친구로 불리는 말이 있을 정도의 친분이 있던 고향 친구였던지라 아버지에겐 꽤 충격이 크셨을 것 같고 나의 입장에선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란 타이틀을 단지가 엊그제 같은데 내 또래를 둔 가장이 세상을 저버렸단 소식은 곧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했다.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순간 소름이 끼치고 새삼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선 그만큼 고맙고 소중하게 느낀 적은 없었을 터, 영국의 유명 작가인 줄리언 반스가 죽음에 대해 에세이를 펴낸 책을 통해 다시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우리 인간들의 자세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목이 참 반어적이다.

어떻게 죽음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까?

하긴 문화가 다르다 보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가문과 태어난 나라의 영향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 하는 한편의 다른 생각들을 해보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의 작품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쉽다는 사람, 쉽지만은 않다는 사람, 내 경우엔 쉽지만은 않은데, 이게 묘하게도 작가와의 심리전이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당신의 작품이 아무리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해도 나는 제대로 읽어낼 거란 심리가 깔리면서 읽다 보면 그가 쓴 글 구절을 통해 무릎을 치게 될 때도 있어 이런 맛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대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또한 쉽게 읽히진 않았다.

첫째로는 죽음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고 글의 내용이 쉽게 쉽게 흘러가는 타입이 아닌 영국 사람 특유의 씨~익 살짝 웃게 만드는 곳곳의 유머가 들어 있어 이해를 하면서 읽기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작품에서도 밝힌 부분들이 조금씩 들어 있지만 작가는 서양인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고 무신론자에 이어서 불가지론 자란 말로 자신의 종교성(?)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몽정으로 인한 경험을 토대로  신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의문점으로 시작된 신과 자신의 존재 인식은  죽음이란 것을 대하면서 왜 종교를 갖지 않게 됐는지에 대해, 이후 이러한  내용들을 읽다 보면  저자의 가족 전체의 영향이 있는듯하다. 

철학과 교수인 형도 그렇고 돌아가신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죽음을 바라 본 당사자인 저자의 글에서 나온 내용인 만큼 종교에 대한 생각이 아주 솔직하면서 신기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니 설령 인지는 한다 해도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흔한 일들이 어린 기억의 잔재로 남는 경우는 드물고, 커가면서 마주하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은 때론 일부러 외면하고 싶을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실은 우리 인간들 모두는 애써  죽음을 곁에 두고서도 멀리 있는 어떤 형상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미 고인이 된 자신의 조상부터 유명 인사들의 죽음을 다루고 다시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하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통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며, 자신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특별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더라도 막상 죽음이란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는 특별함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렇기에 더욱 죽음에 대해 마주하는 자세와 앞으로 내게 닥칠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저자의 색깔을 느끼게 해 주는 구절들과 더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죽어봐야 죽음 이후에 어떤 삶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없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는 한계를 넘어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란 말이 있듯이 죽음에 대한 체념과 남아 있는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아낌없이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자고 하는 말들이 제목과 맞닿아 있다.

 

며칠 전에 일간 신문 보도에서 읽은 기억이 생각난다.

죽은 망자에 대해 회고하면서 그(그녀)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우리네의 정서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생전에 살아 있었을 당시 고인이 한 말의 유머를 다시 재생하면서 이미 고인이 된 자를 즐겁게 기억할 수 있게 한 짧은 유머가 실상은 어둡고 침침하고 우울함에 찬 분위기를 잠시나마 비껴가게 할 수도 있다는 작용을 해주고 있구나 ~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없이 닥치게 될 죽음이란 문제, 그렇다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닌 어떤 자세로 마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하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습관화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예기치 못한 때에 엄습해온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두려움과 친해져야 하며, 그 한 가지 방법은 글로 쓰는 것이다.

 

난 죽음에 대해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좀 더 빨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어리석은 실수를 할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 -쇼스타코비치-

책 구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마도 쇼스타코비치는 이런 생각 때문에 곡 분위기도 이런 영향을 받아 작곡한 것들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기억이란 소재가 반가울 법도 한, 형과 그가 나누는 일말의 짧은 단상의 기억들이 각기 달리 기억된다는 점, 기억과 실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 책이기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설이 아닌 에세이의 형태로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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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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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 '내 심장을 쏴라'였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던 책이 그야말로 홀릭이란 말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할 정도의 짜릿함과 서늘함, 가슴 시린 아픔을 동반한 이야기의 구성들은 정말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느낌을 대했다는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부터 그녀의 처녀작을 비롯해 28, 7년의 밤까지 섭렵하면서 그녀의 작품세계로 푹 빠졌던 터라 이번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음에도 왠지 바로 읽고 싶지 않은, 좀 더 뜸을 잘 들이다가 맛난 밥을 먹고 싶다는 유혹처럼 책을 미적미적 대하게 된 경우가 이에 속한다.

 

책의 제목인 '종의 기원'도 선뜻 다가서지 않게 한 점도 있었지만 책의 소개 코너에서 잠깐 훑어본 바에 따르니, 왠지 섬찟하다는 느낌이 더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연일 방송에서 묻지 마 살인 소식이 들리고 이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범인을 잡고 물어보면 원한이 있다거나 상대방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은 , 그야말로 전형적인 묻지 마란  말이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대할 때마다 기가 막히다는 심정이 앞선다.

 

저자는 책 뒤 말미에 인간이 지닌 품성 중에 '악'이란 감정을 품고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유전자의 기질로 인해 인간 모두가 이러한 기질을 갖고 있지만 전형화된 틀에 갇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사회적인 절제와 행동들 때문에 다분히 그것을 안에 고이 숨긴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 주목한 점을 소설로서 드러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이코패스들의 행동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범주를 벗어난 훨씬 고지능적이고 자신조차도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채 벌인다.

혹은 이미 알고는 있으나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행동에 다다르게 되면 자신의 머리 속의 그 어떤 유전적인 폭발의 힘에 의해서 의지를 제어할 수 없거나...

 

유진이 그런 인물로 그려진 가운데 사이코패스 가운데서도 최상위라 불리는 포식자, 프레데터란 기질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처음 도입부부터 섬뜩하게 다가온다.

 

어떤 기이한 냄새, 바로 피 냄새로 인해 눈을 뜨게 된 유진은 로스쿨 발표를 앞둔 26살의 청년이다.

아버지와 형을 잃은 후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그는 죽은 형의 이미지와 똑같이 생긴 해진을 양자로 입적시킨 엄마의 뜻에 따라 형과 아우로 지내게 되고 자신의 오랜 간질로 인해 복용해 온 약을 인위적으로 끊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개병'에 시달린다.

 

어두운 밤이 되면 뛰쳐나가야 직성이 풀리고 한바탕 주위를 돌고 온 후에 미친듯한 잠에 빠지는 그의 이러한 행동들은 엄마와 의사인 이모에 의해 전적으로 성인이 되기까지 이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살인을 차분히 되새기면서 살인 상황 정황과 그 처리까지 보이는 소설 속의 절차들은 주도면밀하게 그려진다.

 

어린 시절부터 내재해 있던 그의 품성을 알아본 이모는 과연 그 어린아이에게 약을 투여해야만 비약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엄마가 쓴 메모를 들여다보면 엄마로서 아들을 바라보는 착잡한 심정이 유진이 그대로 납득할 수 있게끔 행동과 말을 해주었더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모자간의 서먹한 기류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 장면들이 들어 있어 읽는 내내 아!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의 세계는 꼭 필요한 먹이만큼만 잡아먹는 먹이사슬의 행태가 유연하게 이뤄진 생태계다.

그런 반면 인간들의 세계는 비록 동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능의 발달과 그의 영향으로 '사회적인 동물' 이란 명칭을 얻게 되었지만 과연 인간들은 사회적인 동물일까?를 이 책은 묻고 싶게 만든다.

 

성악설이니 성선설 같은 말도 있지만 이 책에서 유진이 보인 행동들은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이미 저지른 살인에 이어서 그것을 마무리하고 또 다시 시작되는,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소름 끼치는 침착하고 냉철한 행동과 계산을 볼 때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 군상들의 원초적인 유전 안에 이러한 점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그런 여건에 맞부딪친다면 과연 평범한 사람들은 유진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전작들이 악의 전형적인 인물들을 내세웠다면 이 작품은 제목처럼 악의 기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그 악을 지닌 인물은 그 기원에 어긋남 없이 저지르는 행동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명칭을 얻게 되는 과정들을 그린 것이라 처음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냉기 서린 피 냄새는 책을 끝마칠 때까지 가실 줄을 모르게 한다.

 

엄마와 이모에 대한 원망을 넘어선 분노, 그 분노의 발산을 억제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자신의 꿈마저 이루지 못하게 했던 두 사람에 대한 원망이 좀 더 이른 때에 제대로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유진의 유전은 이런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 본다.

 

글의 전체 구성이 유진이 다시금 땅을 밟게 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수영선수 출신) 글이 진행되기에 작가가 빈틈없이 글을 쓰려했다는 노력이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가상의 신도시(전작도 그렇지만)인 군도 시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실체를 통해 한 인간의 내면에 깃든 악의 기원이 어떻게 행동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왜 작가가 많은 제목들 중에서 종의 기원이라고 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작가다운 글이란 생각을 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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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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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을 읽은 독자라면 이 작가의 특징적인 포인트를 기억할 것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설정을 그렸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읽다 보면 가슴의 한편이 뭉클해지는 사연들이 들어있다는 사실들을 말이다.

 

두 번째 작품인 이 작가의 이 소설도 제목 또한 이해를 하긴 쉽지가 않다.

구름을 어떻게 삼키며 그것도 에펠탑만큼이라니~

 

책 속의 화자로 등장하는 레오 마상은 이발을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다.

손님이라곤 자신과 미용사, 단 둘 뿐인 그곳에서 그는 재밌는 이야기라며  미용사에게 들려준다.

 

자신의 집에 우편물을 배달해 주는 사람은 여성, 그녀 스스로 프로비당스라고 밝힌 여인이 어느 날 오를리 공항에서 항공 관제사로 일하고 있는 자신에게 찾아와 하늘을 나는 것을 허락해 줄 수 있냐며 물어봤단다.

 

이유인즉슨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모로코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해 모든 교통상황이 마비된 것, 모로코 여행 중에 병원에서 만나게 된 아이의 이름은 자헤라였고 그 아이는 지금 현재 아픈 상태다.

일명 점액 과다증이란 병을 앓고 있는데, 이는 책 제목처럼 아이의 폐가 구름처럼 점액이 꽉 채워져 있어 죽음으로 이르게 되는 병을 비유한  말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보지만 여의치 않게 되자 프로비당스는 중국 해적을 만나고 그가 보여준 행동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보기로 하는데....


우스꽝스럽고 허당인 이야기의 설정처럼 구성되어진 이야기는 여전히 이케아.. 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과의 약속, 비록 자신의 몸으로 낳진 않았지만 진정으로 내 아이란 생각을 하고 있던 자헤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다양한 행동을 취한 모습들은 진정한 가족애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책의 표지의 그림처럼 비키니 차림으로 하늘을 나는 그녀의 모습이 저자의 상상력이 동원된 총출동의 집합체라 우습기도 하고 가슴 한편에 희망이란 말이 떠오를 만큼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는 책이다.

 

액자 형식의 이야기라는 구조의 형식이라  처음에는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하다가 책 끝말 미에 레오 마상이 해주는 이야기를 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가 있다.

 

프로비당스와 마상, 자헤라로 이루어진 한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가 희망이란 말을 연신 떠오르게 하는 책,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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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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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 동화책을 집어 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조카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르다 보면 어린 시절에 즐겨 읽었던 책들이 눈에 띄게 되고 머리 속에 간직했던 당시의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유명 동화가 주는 이야기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내용들이 훌륭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읽힌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백설공주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게 설정이 되어 있는 내용들, 저자가 실제 알래스카란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책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의 묘사가 추운 날씨를 싫어함에도 매혹적으로 이끈다.

 

잭과 메이블, 이 부부는 갓 태어난 사내아이를 잃고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알래스카로 왔다.

1920년대가 배경인 책의 풍경은 지금처럼 비행기라든가 철도, 기차, 자동차라는 이기 문명의 혜택이 없었던, 기껏 이용할 수 있는 것 정도가 철도, 막 광산의 개발 붐으로 인해 추운 계절이 닥치면 광부로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받는 곳이다.

 

메이블은 잭을 사랑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알래스카로 이사를 왔지만 잃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 주위의 교류가 없는 단조로움에 자살까지 시도해보게 되지만 이내 집으로 돌아온다.

 

첫 눈이 내리던 날, 부부는 밖에 쌓인 눈을 이용해 눈사람을 만든다.

모자, 옷, 장갑까지 모두 걸쳐 입은 여자아이 눈사람, 그 눈사람은 하루 밤새에 자취를 감추고 이내 한 여자아이가 소리도 없이 그들 주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 어느 때는 죽은 토끼가 집 앞에 있을 때도 있었고 그 소녀의 발자취를 따라 쫓아가 보려 하지만 이내 소녀의 행방은 오리무중, 그 와중에 끈질기게 그 아이에 대한 접근은  아이가 서서히 경계의 벽을 허물면서  친근감을 만들게 된다.

 

파이나-

소녀의 이름이다. 봄, 여름, 가을을 산속에서 지내는 아이, 추운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릴 때쯤이면 이들 부부를 찾는 아이는 그렇게 그들 부부 사이에 소리 없이 가족이란 의미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 아이로 하여금 얘깃거리가 생기고 대화가 이루어지며,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 그 소녀에 대한 수소문을 하지만 모두가 모른다는 말, 설령 그 소녀의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 진기한 풍경이 이어진다.

 

이 책의 특징은 한없이 넓게 펼쳐진 알래스카란 땅을 배경으로 각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열매, 농경지 개간을 위해 말을 사용하고 블루베리를 이용한 잼 만들기와 파이 굽기, 닭을 키우고 한 겨울을 나기 위한 양식으로 사용할 무스를 사냥하는 모습들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지금의 매연과 이기 문명이 하루라도 단절이 된다면 겪게 될 불편한 사항들을 감안한다면 요즘의 슬로 시티란 개념의 말이 무색할 정도의 당시 생활상들의 모습이 추운 계절에만 찾아오는 그 소녀의 이미지와 그 소녀를 기다리면서 한 해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들의 겹쳐지면서 잔잔한 동화의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파이나를 보면서 메이블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었고 소장하고 있는 동화책 속의 이야기가 실제로 자신들과 파이나에게 닥쳐올 것처럼 두려움에 떨지만 파이나 자신의 삶은 그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이 책의 전개 과정은 눈이  내리는 알래스카의 풍경과 더불어서 아름답고  쓸쓸하면서도 시린 이야기를 그린다.

 

과연 파이나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파이나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을 파이나는 알기나 한 걸까?

 

책 속의  파이나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대화체 따옴표가 없다.

그래서 더욱 신비하게 느껴졌던 파이나란 소녀의 존재는 동화 속에서 나온 인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착각과 함께 사랑하지만 자신의 일부분들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던 발자취가 여전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이야기, 연일 무덥고 습한 날씨에 추운 설원의 나라를 배경으로 읽는다는 것도 무더위를 날려 줄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러시아 설화 스네구로치카의 '눈 소녀'에서 이야기를 착안해 이 책을 썼다는데, 그러고 보니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넘긴 아픈 사연이 있었네.~

 

2013년도 퓰리처 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작품인 만큼 대중성을 제대로 겸비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눈에서 와서 눈으로 돌아간 파이나, 책 묘사처럼 실물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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