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첫 문장 - 나의 고전 필사 노트
김대웅 엮음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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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접할 때 첫 문장이 주는 강렬함을 많이 느낄 때가 있다.



어떤 글에서 작가들이 첫 문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쓰기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각 작품 속의 첫 문장이 그래서였을까? 다시 찬찬히 읽어보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해 영상에 보이는 첫 영상미에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감각적 감상이 다르듯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마주하는 첫 문장은 이미 관용구처럼 사용되다시피 하는 것을 볼 때면 당시 작가의 글 쓰는 자세나 마음들이 어떠했을까를 상상하는 시간도 될 뿐만이 아니라 필사라는 것을 통해 또 다른 느낌을 마주하는 시간이 됨을 알려준다.








저자가 다루는 각 분야별 주제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을 대하는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눈으로 읽는다는 행위에서 손과 펜, 필사노트를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 본 후 필체로 거듭나는 시간은 전혀 다른 독서의 기쁨을 만끽하게 한다.







모방은 창조라는 세계를 들어가기 위한 어떤 실험적인 토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바, 유명 작가의 첫 문장을 통해 손수 쓰고 필사라는 과정이 거치게 되면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을 때 많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각 챕터별 유명 작가의 글들은 인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인 만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장들이요, 읽고 쓰고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거나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당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라 천천히 필사라는 과정을 가진다면 효율적인 문학의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필사를 생각해 본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문학 속에 담긴 인생의 부분들도 느끼면서 써 내려가는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님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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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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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CIA요원 출신인 매기 버드-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위해 안착한 곳은 메인 주 조그마한 마을이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비앙카란 사람이 한 때 같이 일했던 다이애나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매기는 연락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후 그녀 집 앞에 비앙카의 시신이 놓인 사건이 발생하고 계속해서  그녀를  노리는 불특정인에 의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게 되는데 그녀를 노리는 이들은 과연 누구이며 1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타난 이유는 뭘까?



습관이란 것은 무섭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활 전반에 배인 행동과 지식은 전직에서 활동했던 스파이란 직업으로 인해 쉽사리 그녀의 행동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를 둘러싼 사건을 두고 인근에 CIA 소속 동료로서 알고 지냈던 이들인 '마티니 클럽' 회원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파헤치는 과정은 몰입이 좋게 그려진다.







한창 활동할 때의 젊음이란 선물은 모든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신체조건이 따라오지만 은퇴한 지금 그들에겐 오랜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정보수집과 각자가 맡았던 경력을 십분 활용해 매기를 도우려는 모습에선 같은 동료애와 미지의 인물을 추적하기까지 긴박감까지 갖춘다.



이 작품 속에서는 그저 스파이로서 활약했던 그들만의 능력만이 아닌 비밀요원이기 전에 사랑하던 사람과의 진실된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끌어들여 야만 했던 상황, 여기에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면서도 나라의 부름이란 책임감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아픈 과거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상황에 따른 반전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한 인간이 겪은 인생의 아픈 면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추리첩보물로써의 내용을 그려나가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경력에서 제외된 은퇴자들의 삶 또한 일반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비춤과 동시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충실히 보여준다.



말미에 가면서부터 범인의 정체를 짐작해 볼 수 있었던 상황도 그렇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의 인물 등장은 추리의 묘한 맛을 느껴보기에도 좋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반당했다는 아픔과 분노, 실망감들이 긴장 속에 드러내 보인 부분들 또한 인상적이었다.




비밀첩보 요원이란 직업의 생태와 그 가운데 사건 해결의 마지막까지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메인주 작은 한적한 마을에서부터 방콕, 이탈리아를 넘나들며 펼치는 서스펜스-




시리즈물로 나와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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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양장)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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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다룬 소설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이 찰스 디킨스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당연하게 고전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리버트위스트'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들이 모두 빼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벽돌 두께에 해당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펼치는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모습들은 지워질 수가 없게 한다.



14살 전후의 넬이란 주인공을 필두로 그녀가 겪는 고된 삶은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하나밖에 없는 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도박에 빠지면서 그들의 인생은 제삼자의 등장으로 걷잡을 수 없는 고난으로 이어진다.



도박빚에 허덕이다  채권업자 난쟁이 퀼트에게 골동품점을 빼앗기면서 빈민촌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모습들, 여기에 그녀를 도우려는 주변인물들의 성격과 행동들은 당 시대의 사회상을 잘 그려 보인다.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제약과 남편과의 동등한 위치가 아닌 자신이 꿈꾸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한계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작품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선과 악에 대한 대칭되는  비교를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비추면서 그린 흐름들은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넬을 통한 선함의 이미지, 퀼트를 통해 악함의 극은 어디까지인가를 보이는 한편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던 환경에서 벗어나 더 좋은 환경이 아니더라도 되려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들(빈민촌)은 가진 것이 꼭 많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며 진정한 행복은 스스로 느끼는 소중함의 원천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심 넬의 행복함을 느껴보길 기대하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저자가 그린  순수한 넬의 시선을 통해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되 그만의 인생관점을 드러내 보인 부분들이 마음을 울린 것도 좋았고 그가 쓴 이 작품이 왜 180년간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는가를 느껴 볼 수 있었다.




새것이 오래된 골동품보다 꼭 좋다는 것은 없다.



세상 이치에 따라서 때론 새것보다 묵은 것이 더 오래될수록 시간의 경험과 지혜의 경험을 못 따라가 듯 디킨스가 독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선과 악의 대비를 통해 인간 본성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을 드러냄으로써 진실된 순수한 마음은 결코 무너질 수 없다는 것,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우리들에게 이런 점들을 알려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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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양장)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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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 문학의 선두주자 찰스 디킨스가 들려주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즐겨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큼니다.
역시나 많은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 영원한 고전은 고전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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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모호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송원경 옮김 / 난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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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단편소설을 통해 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이란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저자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애초에 짧은 이야기로 생각했으나 장편소설로 쓰인 이 작품은 소설가인 '나'가 화자가 주인공이다.



자신보다 12살 어린 연하의 남성과의 만남과 이별이란 기억을 재구성해 소설로 완성해보고자 하는 화자는 과거 연애를 회상하면서 현재의 인식과 뒤섞이는 감정의 변화를 넘나들며 그린다.



소설이라 흐름상 전개로 볼 때 무난하게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확실히 저자의 글쓰기법이 독창적이긴 하다.



이해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정확한 문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떨어지는 글들, 나에게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가운데 과거에 그와의 연애 감정에서 다루는 부분에서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기억'이란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고 윤색되며 정확한 기억인가에 대한 회의감들, 작품 속에서도 그 당시엔 자신이 보기엔 이해할 수없었던 관계의 정황들이 현재 생각해 보면 상대가 왜 그러했는가에 대한 이해와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들, 차례대로 흘러가는 방식이 아닌 기억이란 것이 과거와 현재와 뒤섞이면서 어떤 결말에 도달하지 않는 묘한 느낌을 받게 한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끝'에 집착하는 형식을 취한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소설 속에 흘러들어 간 연애의 감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기억과 상상력, 그를 만나고 이별하고 다시 그를 찾아가는 여정과 다시 이별하는 과정의 반복성에 대한 교차점들이 소설로써 그려보려 한 화자의 의도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으로 이어져  열림이란  가능성에 대한 미지의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야기의 끝인 것 같은 시작으로 했지만 무언가 남겨진 듯한 감정들은 지나간 것에 대한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이 소설 속에서는 연애라는 감정으로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이지만 세상의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무릇 기억이란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저자의 마지막 여정은 아직도 끝을 맺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현실적인 공감 속에서 과거와 현재을 오고 가는 저자의 글에 빠져든 것일 수도 있다.)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문학의 한 갈래처럼 느껴볼 수도 있는 신선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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