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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인간의 잡식성 수준의 음식을 생각한다면 그 종류는 가히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갖가지 몸에 좋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수준을 벗어나 광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먹을거리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다.
식탁에 오르는 밥이나 빵, 곁들여 먹는 샐러드나 국 종류, 육류 외에 생선의 종류도 다양하게 계절에 맞는 싱싱한 주 재료가 오르는 것을 보면 인간의 음식 탐욕에 대한 기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선의 한 종류인 대구(cod)가 갖는 여러 가지의 혜택은 비단 식탁을 떠나서 세계의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그 영향이 크다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지?
이 책은 1997년도에 출간 이후 2014년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됐다가 절판,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게 된 책이다.
저자인 마크 쿨란스키가 그 자신이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저인망 어선에 승선한 바 있는 「시카고트리뷴」의 카리브해 특파원으로서 오랜 시간을 두고 사료조사를 거쳐서 엮은 역작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판을 대하는 입장에선 우선 반가움이 든다.
대구는 영어로는 Cod, 한자로는 입이 커서 대구로 불리는 생선이다.
- 대구는 따뜻한 해류와 차가운 해류가 만나는 지점에 모여든 해양 생물을 먹고 산다. 바로 멕시코 만류가 북아메리카 근해의 래브라도 해류를 스쳐 지나가는 곳, 그리고 이 해류가 또다시 영국제도와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근해에서 북극권 해류와 만나는 곳이다. 태평양 대구는 알래스카 근해에서 발견되는데, 여기는 따뜻한 일본 해류가 북극권 해류와 만난다. -P72
이처럼 대구의 출현은 북유럽 바이킹이 유럽을 정복할 수 있게 했다.
그 이후 인간은 처음에 대구가 무작위로 수월하게 잡히는 데에서부터 점차 그 보관법에 대해서도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의 유럽에선 갓 잡은 생선을 식탁에 바로 올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것에 비해 오랜 세월 동안 유럽의 생선 판도를 쥐고 있었던 바스크 족은 지금의 염장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금 절임 법을 터득하고 있었고 유럽권 내 외에도 다른 곳에서 대구를 잡는 지역을 알고 있었기에 긴 시간 동안 주도권을 쥐고 있을 수 있는 역사적인 시대를 가지게 된다.
많고 많은 생선 중에서 대구가 가지는 여러 가지 특징 중의 하나는 수심이 그다지 깊은 곳에 생활하지 않고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이기에 더욱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된다.
- 길이가 40인치(약 1미터) 되는 암컷 대구 한 마리는 한 번 산란할 때마다 300만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그보다 10인치가 더 긴 암컷은 900만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대구는 보통 2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도 살 수 있지만 다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나이가 아니라 크기다. 하지만 자연의 질서에 따르면 대구 한 마리가 그토록 막대한 양의 알을 낳는 까닭은 성숙기에 도달하는 대구의 숫자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자유 유영을 하는 알들 은 대양의 표면에 흩어지자마자 대부분 파괴되거나 다른 종의 먹이가 되어 자취를 감춘다. 세상에 나온 지 2주가 지나면 소수의 살아남은 알들만 부화되어 게걸스레 먹이를 먹어댄다.
잡은 대구는 뼈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에 유럽 사람들은 곧 이어서 저장법과 요리법의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게 되고 초창기의 낚시 미끼를 이용해 건져 올리는 법에서 발전해 증기 선박과 철도를 이용한 수송법의 발전, 트롤 선과 저인망의 이용, 그리고 냉동법과 저미는 생선까지의 요리법은 폭발적인 수요와 함께 영국과 미국 간의 독립전쟁의 한 원인으로 제공될 만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역사를 가지게 된다.
한 생선으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갖가지 형태의 보관법과 수송력의 발전, 서아프리카계 노예들을 사고팔게 되면서 흑인들의 거주지 이동경로가 넓혀졌으며, 비싼 대구 음식이 있는가 하면 노예들의 배를 채우게 하기 위한 저렴한 대구를 이용한 음식이 나타남으로써 비 인간적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암묵적으로 노예와 럼주, 그리고 대구를 이용한 거래가 활발히 이어진 역사를 갖게 한다.
이 밖에도 항구의 이점을 살린 거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됨으로써 어부란 직업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하게 됐고, 이는 곧 대구의 소멸화로 이어지는 계기로도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인디오들을 보면 일정 부분 자신들이 먹을 만큼의 양만 취할 뿐 더 이상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종종 방송에서 볼 때가 있다.
그들이 우리들처럼 발달된 기계문명에 못 미쳐서도 아니고 교육을 덜 받아서도 아닌, 조상 대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던 방식을 나름대로 터득한 지혜를 토대로 살아온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는 확실히 그 수량이 어마어마했지만 이를 간과한 인간들의 무분별한 착취 때문에 지금은 많은 시간을 둔 뒤에라야 다시 조업을 재개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각 나라마다 200마일 영해선을 지정하게 되고 일정 부분의 조업 할당량을 정해줌으로써 어부들의 직업을 잃게 된 상황과 맞물려 환경을 보전한다는 취지로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다시 환원이 되어 돌아와 인간들과 더불어 살게 될지에 대한 기대는 지금으로선 시간만이 해결해 줄 듯싶다.
어민과 지역, 국가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쉽사리 이행을 못하고 있는 여러 가지 법적인 해결 문제 외에도 기후 온난화가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에 캐나다나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이 지니고 있는 해결의 문제점은 좀 더 적극적인 해결 모색의 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에 관한 요리법 외에 '대구로 보는 세계사 연대표'를 통해 다시 전체적인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재밌게 읽힌다.
하나의 생선 때문에 인간들의 역사가 돌고 도는 판도를 그리고 있는 이 책은 다양한 의견과 역사, 그리고 요리, 마지막으로 자연의 생태 보전과 인간과의 조화를 위해선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경고를 일깨워 주고 더불어 대구가 언제 활발히 부활해 우리 인간들의 식탁에 풍성한 자리 지킴이로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