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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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천사와 악마'라든가 '다빈치 코드'는 우선적으로 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들었던 반면에 이번엔 아직 영화화가 되지 않았던 탓도 있고해서 책을 먼저 읽는다. 항상 댄브라운 스토리 형식에 충실함이 여지없이 이번 책에도 나온다. 우연히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 출동한 교수가 그 곳의 함정에 빠지고 같이 문제 해결을 함으로써 소설의 말미를 끝낸단 식인데, 1편에선 미국의 특정 집단이랄 수 있는, 미국의 건국 초기부터 참여를 해 온 정치가 부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프리메이슨이란 집단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동양인의 세계에선 그다지 깊게 와 닿지 않는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이 책 속에 어떻게 성립되고 지탱하고 건설되어 왔는지 , 유럽과 미주 대륙권에선 능히 깊이 뿌리 박고 있는 이 일맥상통한 소재를 적절한 양념과 그들의 이념을 배합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이끌어 나간 점은 어느 책과도 흐름이 같다. 다만 워싱턴을 소재로 한 점과 그 근방에서 이뤄지고 있는 믿거나 말거나 한  신기하게도 맞아떨어지고 있는 건축설계의 모습과 달러 지폐속 그림의 의미, 피라미드의 계단으로 가는 설정등이 자못 흥미를  자아낸다. 흡사  기욤뮈소의 책 처럼 책이라지만 그간 많이 접해 왔던 탓도 있어서인지( 실은 이미 중독이 되어 있단 말이 맞겠다.) 극장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묘사한 듯한 것이 눈에 어른거리게 만든다. 프리메이슨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가고, 꼬리에꼬리를 무는 격으로 다른 관련된 도서를 찾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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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작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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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의 작품인 '오! 해피데이' 를 읽고서 그의 관찰력을 바탕으로 쓴 글의 유쾌함이 떠나질 않던 차에 이번엔 스포츠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을 손에 들었다.  관찰력이 놀랍다는 것은 남이 그저 그려려니 하고 넘어 갈 수 있는 것을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왜 그렇게 되는지, 자신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단 것으로 한 표의 응원군을 얻는데 놀라운 발군의 실력을 겸비한 것을 말할 것이다. TV에서 보면 모 개그맨이 타 이동통신사에서 나오는 휴대폰의 진동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서 똑같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이 작가는 자신의 일본 스포츠  신문에 연재 됬던 것을 묶어서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다소 우리완 (혹은  내 경우일진 몰라도) 시대에 약 10여년 정도 떨어진 과거의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 일본에서 활약하거나, 했었던 선수들의 이름은 읽는 동안 내 흥미를 떨어뜨리게 했지만, 곳곳에 우리가 넘어갔던 현상이나 룰을 아주 세심한 의구심으로  왜 그럴까? 하는 물음표를 던짐으로써  우리를 자신과 같은 동병상련의 현장으로 이끈 솜씨가 좋다. 레슬러 선수, 역도 선수의 유니폼의 구조부터 봅슬레이 선수들 중 2번째 선수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새삼 정말 그러네, 뭐하는 역할이지? 하고 스포츠 경기의 룰을 찾아보게 한다. 자신이 학창시절에 많은 스포츠 활동을 했던 이기에 풍부한 경험담을 살려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마치 곁에서 동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검도의 옷 세탁부터 땀에 절어서 빨지 않는 표현법까지,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한일 월드컵 얘기나 한.일전을 바라보는 한 .일 국민들 사이의 정서 차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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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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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표지에 반짝이면서 내리는 별 비의 컬러가 참 예쁘단 생각이 든다. 책 제목이 눈물이 들어간 것이라서 슬픔이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읽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 인생의 행로에 대해서, 역경에 대해서, 첫 사랑, 우정, 부모님의 생각.... 모든 것을  생각케하면서 읽었다. 글 속엔 삶의 철학이 깃들여져 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구절들이 있어서 몇 귀절 끼적여도 봤다. 주인공인 최유진이란 인물이 어릴 적부터 가난에 대물림 당하면서 살아온 생활 체험에서 고단한 삶의 몸부림과 고뇌가 보인다. 남들 가는 인문계 고등학교 부터 못간 자신의 부끄러움과 손 때 묻은 기름칠에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지우고자 했지만 그것 역시 삶의 일부분이기에 없어지질 않는다, 첫 사랑인 라라에 대한 감정이 두고두고 성인이 되고 결혼까지 한 가장으로서 소설가의 길을 걷지만, 내면의 어떤  신기루 같은 첫 사랑의 아련함을 지니고 있게 된다. 그녀 역시 다시 재회를 하면서 이 길이 끝임을 알고 멀리서나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단 말엔 어쩌면 인생은 자신이 원하지만 원하는대로 가지 않을수도, 또한 목표대로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알콜중독에 걸린 아버지의 한이 서린 대물림의 가난, 그 가난속에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 앞에서 한 없이 무너져가는 모습의 표현은 내내 아픔이 전해져온다. 유진의 앞날에 그래도 희망의 용기를 북돋아주고 인생의 참 의미를 건네주는 안마사 박씨 아저씨의 순수한 영혼과 하모니의 소리는 유진의 메마른 길에 한줄기 오아시스의 샘물같은 존재로 비쳐진다. 전체적으로 부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 생활에 힘든 고난길을 가는 서민들의 진솔한 모습들이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나 다른 소설에서 보듯 어느 패턴이 그대로 보인듯한 흐름도 보여준다. 아련한 첫 사랑의 그리움이나 재회, 초반에 박씨 아저씨의 철학적인 인생적인 교훈의 말,  힘겨움에 허덕이는 아버지의 모습들은 익히 우리가 많이 보아왔고, 그래서 읽는 내내 아주 강한 감정이입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서 그려진 것은 확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글 내용중에 별비를 묘사한 것과 아버지의 고단한 힘겨운 가장으로서의 심정이 담긴 말은 아주 인상적인 말로 기억에 남는다. 결국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작자의 곁을 떠나가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지만, 이 눈물이 있고 흘러내림으로써 우리의 인생살이도 힘있게 살아나가지 않나 싶다  그래서 눈물은 힘이 센가 보다. 

 

*****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갈등과 충돌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때로는 가족들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때 사람은 무한히 커지기도 하고 한없이 쪼그라들기도 한다. (...)  누군가에게 나의 사랑을 자꾸만 말하고 싶어진다.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더듬이를 세우고,사랑을 속이지 않으려고 ,일상을 속이기까지 한다. 사랑은 거짓말을 한다. 사랑을 속이지 않으려고 사랑은 거짓말을 한다. 진심을 말하면서도 진심을 방어한다. 사랑은 왜 그럴까? 누군가 묻는다면 사랑하니까,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고요의 언어가 고요인 것처럼, 사랑의 언어는 사랑이니까,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사랑은 때때로 관성적 사고까지 부순다. 사랑은 판독 불가능한 지도다. 사랑에는 지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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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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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지난 해인  이 책이 나온 시기와 맞물린다. 집에서 구독하고 있는 신문에 "책 읽어주는 남자"란 코너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기자가 아주 강추 한 책이라서 맘은 먹고 있었던 차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오늘에서야 손에 놓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속에서 가족이란 이름하에서도 얼굴 제대로 보기도 어려운 시간 속에 살고있다. 그런지 몰라도 개인 미니홈피라든가 블로그가 대세인 요즘, 흔하디 흔했던 우편편지란 것이 점차 이멜이란 IT매체에 그자리를 넘겨준지도 꽤 됬다. 이 책은 그야말로 서로의 얼굴을 모른채 각자의 공상 속에서 자기가 그려온 인물과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된 아주 독특한 소재다. 36살의 대학에서 언어심리학에 대한 연구를 하는 레오라는 사람과 34살인 홈피제작 관련일을 하는 가정주부인 에미라는 여성과의 서로 주고받은 이멜을 가지고 전체의 글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기구독 취소건에서 철자가 하나가 틀림으로써 우연히 인연을 맺게되니 그 두  사람의 감정이 때론 대담하게,때론 투정, 질투, 유머를 넘나들면서 표현이 되고 있다. 한편이 만나길 원하면 다른 쪽이 시간이라든가 일정에 의해서 못나는 여러 기회를 놓치게 되면서 때론 서로의 컴 앞에서 마치 두 사람이 마주 하고 있는 상상속에 와인을 곁들인 대담한 감정표현의 수위를 넘나든다. 그때마다 때론 가정이 있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않으려는 에미의 표현법이 레오의 감정을 수그러들게 하다가도 때론 역으로 에미의 사랑 고백이 레오를 좀 더 냉정적으로 만들게 하기도 한다. 결국 후버 카페란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갔지만 정작 자신들은 누군인지 짐작만 할 뿐, 그것도 잠시 스쳐가면서 봤기때문에 그 영상조차도 희미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리움이란 단어 앞에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로 치자면 사랑과 섹스에 대한 표현이 과감하게 표현될 다 싶을 정도로 연서 형식을 띠고 있는 사랑고백 글귀에선 자기만이 소유할 수 있는 컴 앞에서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나만의 아바타를 그리면서 상대방에 대한 열정을 그려나간다.  오스트리아식(?), 독일식(?)의 사랑 가치관인진 몰라도 에미의 남편이 레옹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은 과연 자신이 사랑하는 부인이자 14살어린 에미를 만나고 섹스를 허락한단 내용에선 이해가 안된다. 레오의 말처럼 자신에게 보내기 전에 먼저 에미에게 둘 사이를 안다고 고백하고 좀 더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것이 맞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끝내 만나러 오라는 레오의 말에 선뜻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에미가 나중에 가지 않았던, 아니 가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선 어떤 면에선 그래도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 남편의 보이지 않는 어떤 미지의 촉각 앞에서 자신들의 사이를 알고 있다는 압력앞에서 가정에 머물길 결심한 글에선 인형의 집에서 처럼 로라가 자신의 자아를 찾고자 뛰쳐나가는것과는 달리 가정에 안주하고  또 현대인의 고독감과 쓸쓸함, 여기에 어떤 대화 소통의 부재에 대한 갈망을 무난히 표현하지 않았나싶다. 로라처럼 되진 않았지만 자신은 남편과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이 없다는 것을 수차 내뱉고 있지만 혈기 넘치는 자신의 사랑과 남편관 또 다른 미지의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단 레오라는 남성을 가짐으로서 에미의 열정적인 사랑관도 보여준다. 끝내 불발의 만남으로 이어졌지만 그것이 오히려 두 사람에겐 두고두고 잊지못할 사랑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만일 만났더라면, 레오의 말처럼 레오는 레오대로 보여지는 에미에 대해 실망할 것이고,에미 또한 그럴 것이란 말엔 어는 정도 일리가 있단 생각이다. 인생의 어떤 아련히 피어오르다 진 꽃은 그 꽃 나름대로의 향기가 있으니, 에미여!! 부디 미국으로 떠나는 레오가 자신의 이멜 주소를 남기지 않고 떠났다 해도 그것이 두 사람에겐 진정으로 최선의 일이었을 거란 위로를 스스로 생각한다면, 새벽 세시건, 네시건,아침,점심,저녁 ,,, 그 어떤 시간대라도 바람은 불기 마련이라는 관조적인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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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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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이라? 

 그 광범위 하면서도 좁은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말이 또 이 단어말고 달리 다른 말이  있을까?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간신의 반대말로, 배신의 반대의 뚯으로도 두루 역으로 갖출 수 있는 이 단어를 가지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외국인의 손으로 쓰여졌다곤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아주 재밌는 소설 한 편을 봤다. 우선 한국인으로서 외국, 그것도 북유럽쪽에  가까운 벨기에 입양인이 한국의 조선 왕조 500년 역사중에서도 최장수 재위 기록을 지니고 태평성대를 누린 영조시대을 다루고 있다. 여기까진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간 TV, 다른 것을 이용해서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우리의 허를 찔렀다. 그것도 정통으로... 특히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인 조선시대 관리들은 자신의 사견이 들어가지 않고 보고, 듣고, 모양새나 몸짓, 손짓, 복장,어는 하나 허투루 다룰 수 없는 중한 직책이기에 오늘날 우리가 500년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유독 이 시대의 삼정승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점이 이상해서 조사하고 그런던 차에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직업상 의뢰인이 의뢰를 부탁해온 자료가 얼마만의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시작됬다고 했지만, 역사를 그간 많이 접해 왔음에도 삼정승의 죽음조차도 몰랐던 나에겐 충격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역사의 진실과 허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소설을 쓰면서, 아니면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들로서는 어느 정도 책임감이 들거란 생각이 든다. 이 작가는 자신의 문외한 격인 정작 한국이면서 한국의 역사를 모르던 상황에서 아주 절묘하게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허구의 세계를 맘껏 풀어서 역사속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삼정승 중 영의정을 지낸 영충중부사 이천보와 그의 양아들 이문원 , 그의 동료인 서영우, 조일천을 중심으로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 , 형조판서 윤급, 내시 박필수, 거상  황종국, 화환옹주, 기생 매향이... 가상의 인물과 실존 인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글을 이끌어 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핵심의 태풍인 세도 왕자의 병세를 둘러싸고 노론, 소론, 남인들의 각 세력들이 등장한다. 여기엔 자신의 당 이익을 위해서 ,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온갖 술수가 난무하고 그 가운데, 영조의 아킬레스건인 무수리 출신의 어미로 부터 태어나서 노론의 등을 업고 왕위에오른  정치적 상황이 더욱 어지럽게 조정을 흔든다. 항상 정통성 왕위에 대해  떳떳하지 못함을 느꼈던 영조가 탕평책을 실시했다 하더라도  여기 저기의 요소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 가운데 사도세자의 기행과  왕도 행실에 어긋난 행동으로 말미암아 점차 아버지로 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점을 이용해서 화환의 음모는 더욱 세자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 원인이 된다. 서양에서 들어왔다는 양매창이 결국은 사도세자를 괴롭히는 병으로 그려지고, 여기엔 화환옹주의 절묘한 계략이 맞아떨어진다. 양반이면서도 침술에 능했던 서영우의 달변과 의술은 읽는 내내 흥미를 이끈다. 사도 세자를 고치기 위한 계획이 무의미로 돌아가고 자신의 자식과 가문을 지키고 왕명을 지키자니 사도 세자의 생명이 위험할 것이란 자명한 일에 삼 정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로 역사의 한 장은 덮여지고 먼 훗날 뒤늦게 영조가 이천보에게 불천위를 내리면서 이 사건은 막을 내린다. 다만 뒷날의 정조가 등극함으로서 이문원과 그의 친구인 조일천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생존자로서 남아있고 정치를 하는데에 있어서 비상의 날개를 단다는 것으로 마침의 점을 찍는다.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역사를 다룬 책 치고는 상상의 무대가 넓고 특히 작가가 표현한 서소문의 서민들의 집을 묘사한 장면이 눈에 뛴다. 성벽을 둘러싼 집의 구조라든가, 사람들의 시체가 죽어나간 곳이라든가, 서민들의 삶의 서술이 역사를 이곳에서 배운 사람이란 착각이 들게 한다. 삼정승의 죽음을 모티브로 상상으로 아마 이런 상황 설정하에 목숨을 버릴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글의 구성엔 나름대로의 논리가 정연하다. 특히 자신이 전공했던 아시아의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군데 군데 중국의 고사라든가 한문의 글 풀이라든가 한약에 대한 자세한 조사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기생들의 급을 다룬 구절엔 이런 소소한 조사까지 한 치밀함에 또 한 번 놀랐다. 누구나 자신이 상상으로  꿈 꿀 수는 있지만, 이것을 실제 타인에게 나타내보이기 까지 그 시간과 호응을 얻기란 책을 읽으면서도 심히 존경하게 되는데 이 작가의 주도면밀한 그 시대의 정치상황이라든가 이 상황속에서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우리에게 온 것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는 하나의 복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영조시대로 돌아가서 과연 역사가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서 사도세자의 억울함이 당쟁에 얽혀서 이용됬음이 밝혀지고 왕위에 오르게 됬다면, 그 다음 조선왕조의 역사는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조조차도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상처를 좀 더 보듬어 줄 수있을 것이고 젊은 나이에 그렇게 일찍 죽진 않았을 가능성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앞 부분에 작가 자신이 한국인이 될 뻔 했다는 이야기와 한국이란 나라가 자신에겐 아시아의 한 국가에 하나였다는 글엔 아까운 인재 한 명이 국외로 빠져나간 느낌과 더불어서 이제는 좀 더 자신을 낳아 준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음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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