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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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돌아가신 20년이 지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후회, 그리움에 대한 감성을 글로 써 내려갔다. 

일본에 촬영차 머물던 중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는 것 부터 시작된 글은 어머니와 이승에서 헤어지기까지의 장례절차가 세세하게 나열이 되어있고, 형제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입관을 하고 얼굴만 내민채 계신 엄마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 곁에 계실 땐 몰랐던 엄마의 싫었던 행동이나 말투, 아버지의 묘지에 가면 어김없이 눈물을 쏟곧 하던 엄마의 모습, 연세 드시고 세월엔 장사가 없단 말이 여기에 있단듯이 두 다리의 퇴행으로 맘미암아 말년에 뒷방 어머니로서 살아가셔야 했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6형제의  입성 때문에 하숙을 치러야만 했던 48살의 어머니의 모습 표현에선 치아가 빠져도 틀니 조차 할 여유가 없던 탓에 항상 남 앞에만 서면 입을 가리고 웃으셔야 했던 우리네 고달팠던 엄마들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젊은 엄마 모습과 비교해 자신의 할머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엄마가 싫었던 점, 그런 엄마에게도 화장을 하고 영정 사진을 찍은 모습에선 여인의 모습과 23살 적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표현한 편지를 받고서 그런 시절을 보지 못하고 자란 자신의 성장과 한 때나마 엄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단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자신이 술 마시고 오면 어김없이 설탕물을 타주면서 잔소리 하던 엄마의 모습이 자신의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들어 온 모습을 보고 꾸짖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느낀 엄마에 대한 회상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 또한 세월을 거스를 수 없기에, 10여년간 잘 사용해 오던 윗 치아를 뽑고 거울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과 같은 것을 발견한 대목은 가슴이 저며온다.  (나이가 듬에 따라 어찌 우리네 모습은 부모의 모습과 판박이가 되 가는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단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엄마의 손 모습 표현에선 커다란 광부의 손- 곱디고운 20살에 시집와 혹독한 호랑이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아들을 못낳고 있었던 괴로운 심정 속에 남에 내려와 고생한 일,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힘든 살림을 하느라 못생겨진 그 손은 후천적인 노동, 수고, 길쌈의 대가였단 구절엔 힘든 시기를 견디어 살아온 우리의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여운을 남겨준다. 

독실한 신앙 아래 각 성경 구절을 삽입해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 자신도 충실한 삶을 사셨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글이 비단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만은 아닐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언젠가 헤어지게 되는 이별 앞에서 그것이 점차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현실적인 시계의 분침의 소리처럼 다가옴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은 아닐 것이란 애써 외면해 온 우리네 자식들의 맘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부모님이나 조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헤어진 사람이라면 장례 절차 장면에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느낄 만큼 후회의 감정과  조그마한 육신의 모습으로 염을 하는 모습에선 지금이라도 후회없는 효를 다해야겠다는 맘을 먹게 되면서도 현실적으로 바쁘단 핑계로 이리저리 외면하고 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효도하고 할 때는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단 말이 있듯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이젠 더 이상 흘러내리질 않아도 , 새록새록 날이 갈수록 돌아가신 분이 해 놓은신 것들 중 집 수리한 것이라든가 , 시장에 제철 과일중 좋아하는 과일을 보거나, 뒷 모습이 너무나 닮아서 한 걸음에 달려가 앞 모습을 확인한 적은 없는지?  

 유달리 맛나게 잡수시던 그 분들의 모습이 생각난다는 것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내리 사랑을 베풀다 돌아가신  우리네 모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더해져 오는 감정이 아닐까 ,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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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림의 과학 - 아름다움은 44 사이즈에만 존재하는가
바이런 스와미 & 애드리언 펀햄 지음, 김재홍 옮김 / 알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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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영역은 화가, 철학자, 연인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것이라고 생각되어진 미와 매력에대한 논의는 그리스인들(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에 이어지면서 플라톤식의 관점인 객관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인식이 오늘날 서구의 미학적 사고의 지배요소로 자리매김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그  이론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영역에대한 도전으로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절대성 . 객관성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진화 심리학, 비교문화 심리학, 사회 심리학에 이르는 다방면에서 보여지는 사례들을 보여줌으로써 그간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대한 객관적인 사고의 틀에서 주관적인 아름다움은 개인적인 느낌, 감정. 마음의 반응으로서만 이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러 학자들이 제사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육체적 매력이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을 거란 생각, 법정에서 조차 매력적인 피고인은 반대인 사람보다 더 관대한 판결을 받는다는 것에서 우리의 이런 외모에 따라 사람을 차별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서 사회적 학습 때문이란 것을 내세운다.  

또한 다윈의 성선택에 의한 주장에선 공작의 수컷이 꽁지를 이용한 암컷 유도하기, 인간의 경우엔 남성의 경우엔 최고의 생식 잠재력과 관련있는 여성에게 끌린다는 점, 여성은 이와는 반대로 높은 지위를 우선시 하는 경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진화의 결과로 특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로 달라졌음을 말해주고 젊어보이는 것이 유리함을 말해준다. 이는 여성의 경우에 남성을 구하는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수염의 진화 , 머리모양과 색, 체모의 사회적 위상, 다리의 길이,피부색을 둘러싼 복잡한 선호성향을 보여줌으로써 매력에 대한 여러가지 근거제시를 해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남성의 실루엣은 역삼각형을 선호하고 여성의 경우엔 모래시계형태의 체형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허리, 엉덩이 비율의 다양한 그림을 제시하고 실험자들에게 선택권을 준 예시에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날씬한 허리가 매력의 첫 째 이유로 지목이 되지 않았단 점이다. 최종적으론 몸무게에 대한 생각이 일차적으로 선택이 되었단 점에서 위의 객관적인 제시가 틀렸음을 말해준다. 각기 다른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기에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 관습에서 생겨난 사고가 이런 유의 실험에서 다양한 생각을 보여줬다.  

결국 이끌림은 상호작용이자 사회적 교환임을 말해주고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 외모 지상주의가 낳은 피해를 꼬집는다. 이에는 채용과정, 의료전문가의 환자 상담 선호 유형,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선호 유형에서 부터 과체중과 비만을 가진 사람들이 낙인찍힌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얘기한다. 외모지상주의는 나아가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 차별에 이르는  평등한 기회를 가로 막는 부당한 장벽요인이 되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결국 과다한 성형주의, 화장품, 미용제품의 중독에 이르는 여러 유형을 낳고 이것을 빌미로 거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다국적기업과 산업계의 이야기도 해 준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미남 미녀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의 추구와 어디까지 성형의 발전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시한 위의 사례들을 보면서 미의 대한 관점은 결국 우리가 일률적으로 생각하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각기 다른 문화권과 사회의 관습,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해서 모두 동일한 의견을 보일 수 없다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 미지의 아프리카 부족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서구의 백인들이 생각하는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유형과 다르다는 것을 볼 때 사람을 대하는 첫 인상에 대한 외모의 주관적인 생각과 몸매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은 앞으로도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변화 무쌍한 발전을 거듭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에 대한 색다른 이론과 그에 따른 여러가지 각개 각층의 실험도 재미를 주고, 이에 대한 저자들의 자료수집도 많은 것을 생각케 보게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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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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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선 기분이 한 없이 맑아지면서 내 내면의 더러움을 잠시나마 덜어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의 향기가 분 냄새처럼 소리없이 내 후각을 흔든다.  

'하악하악' 의 글을 읽고서 이외수님의 글에 퐁당 빠져버렀다. 그간엔 외모상으로 비쳐본 바에 따르자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분이 아니었기에(ㅋㅋㅋ...)  그다지 호기심을 가질 정도로 이 분의 책을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의외의 책 내용이 가슴에 와 닿고 쉽게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재주의 글쟁이 솜씨를 보면서 완전 팬이 되어 버린 나- 

무룻 사람의 외모만으로 그 사람이 간직한 향기를 외면하지 말지니... 아주 못된 버릇이 고쳐지는 순간을 경험한 나로선 작가란 직업을 가진 분들을 부러워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트위터의 세계를 누구보다도 빨리 실행하고 계신 분이 그간 써 온 문자 내용 중 추려서 낸 글에선 짧은 구절 속에 구구절절 미련한 삶에 바둥바둥 대고 사는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반성을 자아내게 한다. 140자 안에 당신의 생각을 온전한 뜻으로 내포한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탁월한 재주엔 그저 감탄의 연발뿐이다. 흡사 전작인 "하악하악"과 같은 계열의 간결한 문장속에 자신의 뜻을 내비쳤단 점에서 비슷하단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그간 살아오신 삶의 지난한 일을 비춰보면서 느낀 감상과 자연과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 그 중간에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유머의 독창성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서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저 읽고서 흘려 보낼 책이 아닌 두고두고 읽어 보아야만 할 소장용 책으로서도 아쉬움이 없는 우리의 감성을 울리고 때론 같은 시대를 사는 앞선 시대의 인생의 선배로서 두고두고 그 분이 일갈성토 하신 목소리를 곁에 두기에 아까움이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술 한 잔 마시자'라는 표현이 '술 한 잔 꺽자'라는 표현으로 변하고 '밥 한 번 사겠다'라는 표현이 '밥 한 번 쏘겠다'라는 표현으로 변했다. '웃었다'라는 표현은 '뿜었다' '터졌다'로 통용된다. 세상이 척박해지고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다. 

*****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계절이 변하면 입을 옷이 있고 허기기 지면 먹을 음식이 있고 잠자리 위해 돌아갈 집이 있다면 마음 하나 잘 다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 사랑이 현재 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 하게 되지만 과거 완료형일때는 서로가 상대방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 따귀를 맞더라도 명품시계 찬 손으로 맞고 싶어요. _ 된장녀 

*****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날 때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좋은 점은 스승을 뛰어넘지 못하고 나쁜점만 스승을 뛰어넘을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요. 뻘출어람 이라고 해야 하나요. 

***** 세상을 살아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생을 살아갈수록 간단해진다. 그래서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떠날 때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 울지마라 .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리는 접시물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고여서 넘치는 옹달샘이다. 울지마라. 헌 사랑이  떠나면 새 사랑이 오나니, 울지마라. 

***** 하나님, 제 마음속에도 DEL키를 달아주세요. 터치 한 번으로 말끔하게 마음을 비우고 싶으니까요. 

***** 우랄알타이어가 부랄알타이어로 읽혀지면 변태인가요. 

***** 사랑에 의해서 가해지는 매질은 때리는 사람쪽이 훨씬 더 아프다. 

***** 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휴식으로서의 잠이고 하나는 나태로서의 잠이다. 휴식을서의 잠은 조금만 자도 심신을 가볍게 만들지만 나태로서의 잠은 아무리 자도 심신을 무겁게 만든다. 

***** '괜찮다. 인간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 당신이 똑같은 잘못으로 이런 소리를 세 번이상 들었다면 그 다음 잘못부터는 몇 대 처 맞아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 예술과 사랑은 길수록 좋고 예식과 축사는 짧을 수록 좋다. 

*****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을 위한 또 다른 시도에 불과하다. 

***** 눈보라 속에도 더 하나없이 맑은 표정으로 벙그는 꽃이 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 기적은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 정상에 오른 자들을 시기하지 말라. 그들이 목숨을 걸고 산비탈을 오를때, 그대는 혹시 평지에서 팔베개를 하고 다디단 잠에 빠져 있지는 않았는가. 때로는 나태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도 죄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 시간은 한정없이 당신에게 지급되지만 당신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소모하든, 당신의 목숨도 똑같은 분량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마냥 헛되이 쓰지는 못할 것이다.  

***** 아프지 않아도 사랑이 아니며 슬프지 않아도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황홀하다거나 달콤하다고는 생각지말라. 그것은 사랑이 시작될 무렵 아주 잠깐 동안 콩깍지와 함께 머무르는 환상에 불과하다. 

***** 없으면 창조하라. 운명도 자신이 만들고 인연도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 걷는 사람도 넘어질 때가 있고 뛰는 사람도 넘어질 때가 있다. 걷다가 넘어졌든 뛰다가 넘어졌든 넘어졌다고 낙오자는 아니다. 낙오자는 넘어지는 걸 염려해서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다.  

***** 세상 그 어디에도 기쁨과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언제나 그 크기와 깊이에 비례하는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 어리석은 자의 인생에는 반전이 있어도 게으른 자의 인생에는 반전이 없다.  

***** 이별뒤에 듣는 음악은 아무리 유치해도 비수처럼 내 가슴을 예더라. 사랑이 끝난 다음에야 온 세상이 법문으로 가득차 있는 줄 알겠더라. 

*****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보지도 않고 '안되면 어떡하지'라고 지레 걱정하는 습성이다. 가급적이면 이럴때 '안돼도 좋고 , 되면 더 좋고'라는 첩약을 쓰도록 하라. 약발이 잘 받지 않아도 좋고 약발이 잘 받으면 더 좋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수가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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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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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초혼, 아빠는 재혼인 관계에서 나는 어진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평생을 형광등은 달려 있어도 떳떳이 켜고 살지 못했던 어린 시절- 아빠는 어딘가 늘 떠돌아 다녔고 그런 아버지를 기다리는 엄마의 입에선 항상 분풀이겸 매질의 대상은 나였다. 벽장 속에 갇혀 있기도 하고 아버지를 찾아 떠난 다닌 구실로 자신의 온 몸을 칭칭 동여매서 하늘을 친구로 벗삼아서 누울 정도로 매달아 놓고 떠나기도 했던 엄마는 제때 아버지가 오는 시기가 지나면 모든 화풀이겸 넉두리의 대상이 언진이었던 글 중의 화자는 사기꾼으로 지내는 그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조형사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도 엄마요, 훗 날 아빠가 병으로 집에 누워 있을때도 번갈아 가며 집 밖을 나돌아 다녔던 엄마는 조형사에게 아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한 방패막이로 제격이었다. 

 아빠가 돌아온 후 어김없이 나갔다가 얼마 안 있어서 들어온 엄마는 그 일이 반복이 되고 아빠가 들어와도 다시 나가는 행동을 보인다. 그런 와중에 아빠는 돌아가시면서 전처 소생의 의붓언니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게 되고 자신 또한 시어머니와 남편의 냉정한 무관심에 지쳐가던 때에 아버지가 적어 놓은 주소를 가지고 의붓언니 수진인 안성댁을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머물면서 일을 도와 주던 중 언니와 그의 어머니가 집을 옮길 적 마다 어김없이 찾아온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듣게 된다. 나중에 그들의 행방을 쫓아 그들의 집을 찾아 오지 않게 되자 오히려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수원 근처에까지 이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거처를 알리는 일로 변해 버렸지만 그 후론 찾아오지 않았단 말. 그 일로 인해서 일찍  돌아가신 자신의 엄마의 행동을 보면서 아마도 아빠가 엄마와 이혼 한 후라도  자신들에게 말을 걸어준 이도 어진의 엄마요, 점차 그녀를 기다리면서 결국엔 이혼이란 법적인 서류아래에 도장을 찍었지만 결국엔 아빠와 연결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엄마는 깨닫고 있었단 말에 어진은 그간의 엄마의 아빠에 대한 의부증으로 번진 행동과 그런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조형사에게 끊임없는 그녀들의 이사간 주소 추적 부탁과 함께 아버지를 숨겨주기 위한 구멍을 마련했단 점, 아빠가 죽은 후 빚쟁이들을 피해서 도망다녀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된다.   

안성댁 자신 또한 그녀의 엄마를 피하기 위한 구실로 산골 마을에 들어가 함바집을 하면서 알게된 박창호란 사람과의 인연을 겪게 되면서 그가 바람을 피운단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그들을 찾으러 가지 않는 이유를 자신 또한 비대해진 몸덩어리로 엄마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까봐 그런 행동을 안한다는 말에 언진은 그녀의 이복 언니가 살아온 인생과 자신의 결혼 생활을 반추한다.  

엄마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인 "누가 오나봐요"란 말이 수진의 엄마에겐 가장 반가운 말이란 말엔 서로가 다른 방향으로 살아온 그녀들이 겪었을 사람에 대한 지독한 무서움과 정에 굶주림을 대비 시킴으로서 집에 모두 같이 살고 있으되 빈 집과 마찬가지인 , 서로 각기 다른 생각으로 살아 간 여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언진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박차고 수진을 찾아 떠나 함께 의지하면 묻어가려 했던 인생의 길에서 안성댁이 보여준 행동은 바다이지만 사막이 있다는 말로 인생의 가장 끝바닥까지 가 본 자신이 더는 만나 볼 사람도 없단 말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되고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자신,  혼자만 남았다는 생각을 한 언진의 모습은 오랜 시간 자신을 학대하면서도 아빠를 돌아오게 만든 방패로 삼은 엄마의 표독스런 행동 뒤엔 아빠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나중에야 알게된 입장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집을 나간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생각하고 행한 행동은 그것을 바라보고 살아간 어린 소녀가 홀로 빈집을 지키고 살면서  한가닥 희망으로 언젠가 엄마가 돌아오겠지 하는 맘과 한편으론 혼자만의 생활을 오히려 즐기는 그녀의 내면의 갈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객주라든가 아라리 난장, 홍어란 작품에서 보여지던 떠돌이 사람들의 행로가 어떤 목적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길을 따라 나선 여정이었다면, 이 빈집은 그 안에 식구들은 살고 있으나 마음만은 각기 다른 생각으로 떠돌아 다니는 인생의 여정들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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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반의 연애편지 - 훈민정음 언해본의 진실
김다은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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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세조(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른 후 11년이 지난 1465년   그의 사저에 있었던 종 출신인 소명 박씨가 세조의 동생인 임영대군의 아들인 귀성군에게 보낸 서찰 한 통으로 인해서 이를 전달해 준 환관 2명이 박살형을 당하고 두 명의 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소명 박씨도 목을 매는 죄를 받게 된다.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한 마디 백팔자 란 것으로 인해 이를 파헤치면서 또한 그것을 감추고자 하는 궐내의 사람들과 환관, 잠녀, 승려, 화가 안견,  신숙주, 한명회, 정인지 등, 내노라 하는 당대의 모든 인물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전말의 이야기가 모두 편지의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시대 여건상 불교가 퇴출당한 시점에서 어린 단종이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것 보단 안평대군쪽이 예술면이나 정치면에서 뛰어나단 것을 안 승려들이 안평이 꿈을 꾸고 그리게 한 몽유도원도를 통해서 그가 다라를 다스려야함을 넌지시 알리기 위해 노력 했으나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수양이 도첩을 소지 하지 못한 죄로 끌려가던 덕중이란 중을 살려줌으로써 수양을 왕에 오르게 하기위해 서로 밀약을 다짐한다. 백팔장이란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명칭을 수양이 하사함으로써 서로 짝패가 되어서 그들만이 아는 임무를 행하기 시작하는데,  왕에 오르기 위해선 백성을 위해 만든 소리( 훈민정음)를 부처에게 바치면 된다는 밀약의 내용이었다. 이를 서로 간에 확인조로 월인석보 1권안에 108자 세종어지와 훈민정음언해본을 넣고 1권말에 "총일 백일장"을 넣는 작업을 함으로써 총일은 수양 자신을, 백일장은 이 승려들의 수장인 백팔장 자신을 의미한 것이었다. 

한편 사저에서 무술을 다듬기 위해서 드나들던 귀성군은 수양의 부탁으로 잠저에서 온갖 식물과 동물을 키우던 같은 이름의 덕중에게 전달하란 서찰을 가지고 그녀에게 전해주게 되고 이후 친하던 덕중 스님에게 백팔장이란 얘기를 하게 됨으로써 그 둘의 연정을 알게 된 덕중의 시샘에서 비롯된 맘으로 하녀 덕중의 맘을 돌려볼려는 생각에 자신이 백팔장에게 받은 찢어진 종이의 일부를 그녀에게 주게 된다. 오랜 세월동안 귀성군을 맘에 간직하게 된 그녀는 자신을 사모하는 맘에 전해 받은 서찰인 줄 알고 간직해 오다 이 두 개의 종이를 맞춰 봄으로써 연서가 아닌 어떤 모종의 밀약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 후 잠시 만나줄 것을 의미하는 뽕나무에 새겨진 숫자를 잠녀 아라에게  전해주게 되지만 이후 사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귀성군과 세조는 이후 연서를 가지고 온 이들 부자를 추궁한 결과 자신과 백팔장의 밀약 내용을 이들이 모른단 사실에 안심을 하게 되고 화가 안견을 통해서 몽유도원도를 찾아보게 한다. 몽유도원도를 그리고 난 후의 당시 상황은 그림에 탄복한 중 만우를 비롯해서  세도가의 유력한 여러 대신들이 찬시와 찬문을 별도로 적어 내려갔던 종이가 있었던 바 , 이 그림의 출처 소장이 밝혀진다면 때 아닌 왕위 찬탈 도모 목적이 있었단 오해를 받게 될 까봐 신숙주와 안견은 그림을 발견하고도 없다고 하기로 하고 그림은 오래 전 신숙주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된 사람에게 일본으로 보관하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잠녀 아라 또한 소명 박씨가 전달하라한 뽕의 숫자가 새겨진 뽕잎이 장차 자신은 물론이고 귀성군과 죽은 박씨 사이에 일어난 모종의 일임을 알고 뽕잎을 꺽어서 귀성군을 보호함과 동시에 자신도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 와중에 방비리란 환관과 함께 이 비밀을 추리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백팔장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어떤 감을 잡기 시작한다.  

이후엔 밀약은 있으나 실제 손에 쥐어진 것은 없고 도처에 널려있단 의미에서 필사본이 여러 권 발행됨에 따라서 사실상 그들이 왕위 찬탈과정에서 벌어진 훈민정음 언해본의 실제 사건은 수양이 계룡산에 올라가 사찰에 모인 백팔장 모임인사들의 만나러 가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되고 박씨는 죽음을 알고 미리 써 보낸 서찰을 그들만의 비밀 항아리에 넣어 둠으로써 독자들에게 사건의 오해와 죽은 자신의 아들 아지에 대한 원통함을 풀어달란 부탁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가 사실상 알고 있는 훈민정음 창간 당시의 일과 상황이 세종부터 문종의 독살제기 배경, 그리고 안평대군의 꿈과 안견이 그린 그림, 신숙주와 그 당시의 한명회가 처한 상황, 정인지가 행한 행동, 성균관 학자들이 생각하는 조선의 나아갈 방향과 달리 행해지고 있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인 사찰과 함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았던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통해서 궐안 과 밖에서 행해졌던 사건들을 모자이크 조각조각을 떼어 놨다가 다시 붙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낸 이야기다.  

유학을 나라의 기초 근간으로 내세웠던 조선 왕조 초기의 정책이 월인석보란 책에서 훈민정음 언해본이 첨부된 사실에 착안해 작가의 상상으로 만든 사건의 구도는 각기 처한 지위와 목적에 따라서 하나의 종이에 적힌 글이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의 기구한  역사적 사실과 함께 허구의 인물들이 그 속에 녹아들어서 사건의 현장으로 뛰어 들고 있다. 환관의 남성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목적에 숫나방이를 몰래 가져간 일이나, 잠녀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애틋함과 곁들여져  당시의 궐내 생활상과  중전이 처한 교묘한 암투의 전략, 딸의 고언으로 인해서 궐 내 밖으로 쫓아 족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딸에 대한 어미의 그리움등이 적적히 배치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작가가 그려본 왕위 찬탈의 목적하에 아마도 훈민정음 언해본이 이런 사정으로 월인석보에 붙여져서 쓰여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발상 자체도 재미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108자가 의미하는 것을 풀기 위해서 다방면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해석해 낸 굴귀도 다양하게 써져 있어 읽는 재미를 더 하게 해 준다.  

다만 편지로만 오가고 있는 글 구성상 인물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책을 끝마칠 때 다시 프롤로그를 읽어야 제대로 된 모자이크 퍼즐 맞추기가 좀 더 머리에 각인이 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작가가 큰 조각을 염두에 두고 그 안에 작은조각을 넣다 보니 많은 인물들이 필요은 했겠지만서도.... 

하나의 편지를 매개로 역사적 산물인 훈민정음에 대해 소재를 쓴 새로운 감각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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