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편지 -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류지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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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전적인 허구의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허난설헌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동생인 허균의 이름과 시대적 상황만 차용했을 뿐 작가의 상상을 더해서 구성된 이 글의 내용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자신의 큰 재주가 있음에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쓸쓸히 간 허초희의 이야기다.  

일찍 아버지인 허엽은 송도삼절의 하나인 화담 서경덕과의 교류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선비다. 그런 아버지 곁에서 자란 허초희는 여자아아라 하나 아버지가 여식의 비상한 재주가 있음을 간파하고 적.서자의 구별없이 글에 뛰어난 재주가 있는 서자 출신의 이달을 스승으로 모시게하고 글과 시를 배우게 한다. 서자이기에 원대한 사내장부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술과 방황으로 세월을 보내는 스승을 보면서 당시의 서자의 서러움도 알게 된 그녀는  자신도 동생 균과 같이 남장을 하고 서자의 모임인 시화에 참가를 하게 된다. 적자 출신이되 서자들과의 교류를 해 온 허균의 의식은 나중에 한글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부여하게된 경위를 시대적 상황과 제도에 맞물려 보여준다. 그 곳에서 고려왕조의 몰락후손인 왕 견을 사모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지만 당시의 결혼 풍습이 고려시대에서 행해온 제도가 일순간 명의제도를 받아들임에 따라서 여자가 시댁에 들어가는 혼란을 겪게 된다. 이에 초희는 그녀를 사모하게된 김성립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규방여인들이 즐기는 책비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의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 두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마음과 시어머니와 남편과의 갈등으로 말미암은 마음의 상처로 쓸쓸히 생을 마치게 되는 그녀의 일생을 그렸다. 

적극적인 성격의 초희를 설정한 것과 그녀의 재능을 미리 알고서 키운 아버지의 미래안적인 제시 방향이 시대적인 방향과 맞물렸다면 신사임당과는 또 다른 이미지의 한국 여인상이 구축됬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소 파격적인 남장을 하고 남성들과 어울려 시를 논하는 장면은 작가의 상상력의 극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느 끼를 발산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신사임당이 전형적인 조선의 어머니상이라면 난설헌은 그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현대의 페미니즘적인 여인상을 보는듯 하다.  

동생 균과의 대립적인 시구를 논하는 장면이나 그에 상응된 의식의 발로로 시댁에서 행하는 행실 자체는 그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였고,더욱이 번번이 과거시험에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는 남편은 부인에 대해서 더욱 위축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다소곳하고, 따뜻한, 그래서 자신의 맘을 감싸줄줄 아는 여인상을 원했던 남편의 입장에선 칼 같이 날이선 그녀의 존재 자체도 자신의 무력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가정불화의 한 원인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이 글에선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기엔 마동이란 하인과 섭섭이가 차지하는 노비의 생활로 인한 신분의 한계도 보여준다. 마동을 사랑하는 섭섭의 단순한 가족을 이루며 자식을 낳아 살아가고자 하지만 마동은 일찌감치 주인곁에서 보고 들은 것으로 말미암아 자신대 까지만 노비로 남고 후손에게는 이런 비참한 생활을 불려주고 싶지 않은 비장한 결심을 하고 살게 한다. 섭섭이가 아이와 함께 죽고 나중에 다시 허균과 난설헌의 죽음으로 그 집을 나오게 되지만 여기서도 난설헌이 처한 규방여인네의 한계에 다다른 구속감과 더불어 마동의가 느끼고 겪는 노비로서의 구속력도 어쩌면 인간으로서  제때 감정의 발산 자체를 막는 제도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군데군데 글 내용속에 난설헌이 남긴 시의 구절이 섞여있어서 그녀의 재주가 사실상 이른 나이에 죽어갔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시대에 따른 당파싸움에 휩쓸린 대신들의 이론 싸움과 제대로 적자가 조선왕조의 계승을 하지 못한  한계점을 드러낸 점, 이에 대항하려 했던 서자들의 몸부림이 한데 어우려진 소설로,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정면으로 드러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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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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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의 스님을 보니 헉~ 하는 숨소리와 함께 이렇게 인상이 좋으신 분이셨다니~ 하는 놀라움이 앞선다. TV에서 나오셨다는데 정작 나는 그 프로를 보지 못하고 이렇게 책을 집어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어떤 숨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 행한 실천과정을 얘기한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가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살다가 허무하게 죽기 싫어서 심오한 종교세계에 발을 내밀었다고 쓰여있다.  우리나라 기준에서 보자면 공부의  폭도 유명한 일류대학을 나왔고 그 안에서  공부한 내용하며, 중국, 티벳, 일본을 거치면서 느낀 담담한 세상사의 일을 세련된 솜씨는 아니지만 흡수력이 뛰어난 글로 쓰고 있다. 

누구나 외국어, 특히 공부좀 한다는 사람들 조차도 버벅거리게 만드는 외국어 정복기의 실생활 체험기, 이에는 언어는 기본이지만 보다 친숙하고 빨리 적응하려면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 역사,지리, 각종 시사적인 기사들을 알고 있어야 대화의 폭이 넓어지고 친화력이 높아진단 말엔 수긍이 간다.  여러 나라 친구들과 사귀면서 느끼는 도반들과의 이야기, 가급적이면 그 나라에 해당되는 대답하기 곤란한 현실의 정치적인 이야기는 피해야하며,  티벳에서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티벳 도반이 생각난다는 구절엔 피부의 색깔을 넘어선 인간의 훈훈한 정이 들어있다.  

중국에서 겪었던 자전거 잃어버린 이야기, 외부적으로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빈부격차, 실업률증가, 문화혁명으로 인한 붕괴된 가치관 상실을 볼 수 있단 말엔 나름대로의 고민도 엿볼 수가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은 인연에 관한 말이다. 태어나면서 첫 인연인 부모와의 인연으로 부터시작해  우린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인연과 만나고 헤어지고 스침을 겪는다. 오죽하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만은 스님이 말씀하신 인연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평생을 통해 많은 인연을 쌓지만, 삶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인연들중에 어떤 인연이 좋은 인연일까 생각해보면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이 참으로 좋은 인연이란 생각을 한다는 말씀이다. 맞는 말이다. 점점 살아가면서 학교서 부터 회사의 일로 엮어지는 무수한 만남의 인연이 서로에게 좋은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좋은 인연으로 남는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본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의 말씀이 정말 맞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에서의 교수로서의 자격  선출방식과 미국의 교육이 왜 뛰어난지에 대한 글은 우리나라의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좀 더 생각을 해 볼 문제인것 같다.  

또한 슬픔을 이기기위한 방법을 얘기한 것도 눈에 뛴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충분히 울고 슬퍼하란말,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나 자신에게 시간이란 선물을 줌으로써 한 발뒤로 서서 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지란 말, 마음을 바꿀 수 없다면 몸이라도 먼저 바꾸어서 안정이 오게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망과 관련했던 일은 기억에서 열고 최대한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란 말엔 지금 어려운 현실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마음의 다스림으로 처방될 좋은 약일것 같다.  

어릴 적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칭찬 한 마디로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단 구절엔 믿음과 희망을 꾸는 칭찬 한 마디는 한사람의 인생을 충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단 말로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자칫 어려운 고행과정을 상상했다면 이 책은 그런 책과는 거리가 멀다. 스님 자신이 책 앞머리에 그렇게 밝혔듯이 이 책은  부처의 도를 행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자신이 생각했던 일상에 대한 일을 불교적인 입장에서, 또는 넓은 의미로 보시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간결하면서도 느낌바가 많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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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신달자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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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화해"란 것을 내세워 에세이를 냈다고 했다. 

책 내용엔 그간 다양한 사람들에게 했던 강연의 내용이 들어있다. 살아가면서 작가 자신이 겪었던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의 얘기가 곁들여져서 더욱 친근감이 든다. 

사람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마음은 서로 믿으면 보인다는 말과 이를 유지키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함을 말한 내용은 미래의 꿈을 지켜주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대화가 절대적이란 구절엔 수긍이 간다. 흔히들 가까운 사이이기에 내가 굳이 말을 안해도 알겠지 하는 생각에 대화의 단절이 온다는 것을 주위의 지인들을 보면서 번번이 느끼는 바이기에 시사하는 그 구절이 낯설지가 않다.  

내것만 중요하다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기 보다는 보다 아름다운 부부의 노년을 이어가기 위한 생활의 신조로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도 생각을 교환하고 빈말이라도 선심쓰라는 말은 부부라도 서로 존중하고 노력을 끝없이 해야 함을 인생의 선배로서 한 조언이 참으로 좋은 말로 들린다.  

작가가 어릴 적 엄마의 극성스런 행동과 말투를 닮지 않겠다는 결심이 어느 덧 딸로부터 "엄만 나보다 더했어"란 말에 친정엄마의 고충과 자신도 모르게 닯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부분은  자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이자 웃음을 짓게 하는 부분이다.  

부부간의 싸움 방식에도 기본 룰이 정해져야 한다는점 - 본질에 벗어나지 않고 기본예의가 필요하단 말, 행복에 대해선 생각하는 부분에선 안가진 것에 대해 탐욕을 부리기 때문에 늘 가난하고 행복은 남의 것이 된다는 말은 어떤 마음 가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내 자신의 행복과 만족감을 유지 시킬 수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정년퇴직을 앞둔 남편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쳐 줘야 한다는 말은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가족 때문에 온갖 힘든 일을 마다않고  일해온 우리들의 남편, 아빠의 수고를 치하하고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세태에 대해서 이혼에 앞서 과연 위자료 청구를 함에 있어서 남편의 수고한 점과 자신의 가정 꾸리기에 대한 심사 숙고를 해 보는 것이 좋다는 충고를 해준다. 그저 아침에 출근 했다가 저녁에 퇴근해 오는 남편, 아빠에 대한 존재에 대해 그 커다란 그늘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겨준 계기를 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똑똑한 어머니도, 자신이 만드는 것이며, 자기 중심적 의지가 중요함을 지적한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 어머니, 주부, 아내, 며느리란 타이틀 앞에 나서기전에 "나"란 존재가 가장 중요하단 점이다. 나의 존재가 있고서야 다른 것이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엔  가족들에 치여 살면서 내 자신의 꿈을 접고 사는 많은 주부들의 공감을 불러 올 만하다. 

자신의 개발 또한 열심히 함으로써 발전된 모습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배우고 싶은 맘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초보적 마음이라고 말한다.  점점 나이가 들어감을 사랑할 줄 아는 힘이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힘이란  말 또한 좋은 구절로 남는다. 

 그 밖의 청어 이야기나 친정 엄마에 대한 자신이 어렸기 때문에 그 때는 느끼고 공감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후회를 적어내려간 말들엔 이웃이나 우리들 가정사에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폭을 솔직하게 내포하고 있어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세 단어는 가장 접하기 쉽고 누구나 하기 쉬우며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면서 모든 것을 용서 할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을 갖게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쑥스럽고 굳이 말해야 하나 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맘을 몰라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일본 퇴직을 앞둔 남편들이 부인 앞에서 하는 말로 캠페인을 벌인다는 구절이 아니더라도 우리도 이제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의 폭을 존중해 주고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자세로 바뀌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을 한다면 내 자신이 못나보인다는 잘못된 의식, 내가 힘들 때 가족이나 내 주위의 지인들이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  항상 가까이 있다지만 표현을 안하면 내 맘의 감정을 알릴 수 없으므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준다면 나
뿐만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느낀 점을 적은 에세이기에 쉽게 이입이 되고 다시금 주위에 대한 것을 관찰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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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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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처음 이 말을 들었던 것은 TV에서 소개하는 여행지 안내 프로에서 처음 접했다.그 후 신문에서 모 대기업 간부가 한 달간의 휴가를 내고 완주했단 기사를 접하고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됬다.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평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장소중의 하나라고도 하고, 그간 접해왔던 이슬람 성지순례나 이스라엘의 성지순례는 많이 들어왔어도 스페인의 이곳은 내겐 무척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그저 배낭에 필수품만 챙겨서 무작정 걸어서 가는 긴 여정의 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됬다. 작가 서영은_  소설가이자 소설가인 남편 김동리의 부인인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겐 이분의 이 여행 순례기가 나와의 처음 만남이다. 그간의 이 분의 작품을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 이 여행기는 소설가로서 어떤 필체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도 궁금해일까? 아니면 타 종교에 대한 순례기라서 흥미를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차지하고있는 소설가로서의 위치, 각종 심사위원으로서의 소설을 선정하는 책임감, 개인적으론 가족내에서 일고 있는 여러 힘든 관계속에서 계획은 하고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않았던 산티아고 순례기를 치타란 제자와 함께 동행하면서 그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세 번째나 다녀온 치타이기에 길을 훤히 알고 있었고, 필요한 품목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고, 헤어스타일까지 조목조목 알려주는 대목은 준비 과정에 있어서도 버리기 쉽지 않은 버림의 자세를 배우게 한다. 국내에서 지칠대로 지친 그녀이기에 고독하라, 지칠만큼 고독하라란 구절이 걷는 산티아고의 길을 가면서 내내 뇌리에 떠나지 않을 말인듯 읽는 내내 나도 함께 그 여정을 시작했다. 

처음 도착한 베트남에서의 망고 먹은 일이나, 프랑스에 도착해서 레스토랑에서 망고 처리한 일은 여행의 전초전인 것 만큼 신선함을 느끼게 되나 점차 이룬에서 도착해 본격적인 크리덴셜 소지 카드를 발급받음으로써 본격적인 묵상의 길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여행에서 갖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감상을 적어내려간 이 순례여행기는 치타와의 서로 다른 감정 공유때문에 겪는 갈등의 묘사가  군데군데 나온다. 여행은 혼자만의 길을 감으로써 보다 자신의 내면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지만 동행인이 있다면 본격적인 갈등의 구조도 겪게 마련인 이 절차를 작가는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보이고 있다. 치타의 관심이 알베르게에 머물면서 박물관, 미술관, 미사를 하는 것이라면 작가는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감정에 맡겨서 자연적인 현상을 느끼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 대한 말씀을 느끼는 체험적인 것에 중점을 둔 점이 서로간의 갈등을 야기시킨다. 이를 모자를 사라는 말로 비유해서 돌려말하는 치타의 감정을 긴장하는 내내 유지시켜가면서 때론 서로 길이 어긋나 다음 날 경찰까지 대동하게 한 사건으로 번지게 되지만 결국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같은 길을 바라보고 치타의 모자를 구입하란 권유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태도 변화를 더함이 없는 글로 표현한다.   

오비에도에서  카페에 들러 김동리와의 인연, 무심히 대했던 엄마에 대한 불효의 한, 형제 자매에 대한 인연의 개인적인 감정들이 모두 한꺼번에 폭발한 느낌을 준다.

먼저 간 사람들의 배려, 혹은 이 길을 가라고 표시해준 노란 화살표 방향이 알려준 대로 가는 동안 작가의 내면의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경험은 그녀를 기존에 있었던 집착에서 놓아버림을 알게 해준 새로운 인생의 제시 방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와서 40일간의 기도 기간이나, 조카에게 짐을 벗어나게 해 준일 , 김동리와의 인연을 모두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데 있어서 용기를 준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마음 한 구석엔 저마다의 화살표가 들어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화살표의 색깔이 노란색이건, 빨강이건, 흰색이건 간에  자기만이 품고 있는 화살표를 갖고 있음에도 정작 현실에서 그것을 꺼내어서 대담히 새로운 인생의 좌표로 사용하기엔 우리네의 현실이 각박하고 그것을 벗어나기 어렵단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기는 몸부림 칠 정도의 고독이란 친구를 함께 동행으로 함으로써 그간 자신의 주위와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이정표가 아니었나 싶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가 있다. 템플스테이에서 자신과의  묵상, 묵언, 108배와 탑돌이를  함으로써 혼탁한 자신의 맘을 다스리는 법, 성지 순레를  통한 예수님의 발자취와 선교의 발자취를 더듬어 봄으로써 심신한 신앙을 돋우는 일등이 모두 여기에 속하지만 순수한 자발적인 육체적인 자신의 몸만 이용해서 (때론 버스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서 가는 길도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는 내내 조용하던 길의 침묵이 점차  목적지에 도달하면서 사람이 많아지고,오히려 경건해야 할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기념 의식절차를 보는 과정은 동요없는 맑은 샘에 돌 하나가 던져주는 작은 파문의 느낌을 들게 해 준다.  

지금도 이런 순례기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듯한 책이지만, 읽는 도중 내가 믿고 있지 않은 종교다 보니 곳곳에 하나님과 만난다는 얘기나, 책 속에 인용이 되는 성경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흐름에 적지않은 방해를 받았단 생각이다. 같은 종교인들이 봤더라면 좀 더 심도있는 이야기 순례가 될 듯도 싶지만 내가 읽어가기엔 좀 지루했단 느낌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노란 화살표가 제시해 준 길을 따라 나선 이들의 동행기는 우리가 사는 인생의 연장선이고, 그 연장선에서 과연 어떤 다른 노란 화살표가 제시를 해 준 길로 들어서기까지 설레는 맘으로 가는  짧다면 짧고 , 길다면 긴 막간의 길 통과 의례식을 거치면서 더욱 다부진 나로 거듭나게 하는 길인 것 만은 틀림없다는 사실이란 생각을 한다.  

간간히 작가가 지나쳐 오는 길에서 느끼는 감상을 적은 구절은 읽는 내내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일종의 공감을 느낄 수 있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한 번은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맘이 들게 한다.  

*****  자동차로 달리는 속도로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보는 것은 블가능하므로 편안함을 추구 할 때 우리는 그만큼 잃는 것이 많다. 

*****  노란화살표 선택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일단 존재했던 모든 것은 절대로 완전한 무(無)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완전한 무( 無 )란 없다. 다만, 잃음을 내포한 없음. 없음을 내포한 있음이 계속 생성과 소멸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없는 것은 다만 "나였던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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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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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4살의 노처녀인 안토니아는 절친인 카타의 말을 듣다가 자신과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 루카스와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된다. 다름아닌 2년이란 시한이 바로 연인들이 느낄 수 있는 권태기 겸 다른 이성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시기라는 것... 

설상가상으로 전 여친이 이웃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그녀의 이사를 도와주러 가는 남친의 행동을 보고 진지하게 결혼,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부터 안토니아의 내 남친의 정확한 의사와 그를 내 곁에 사수하기 위한 고분 분투한 행동이 이어지는데, 간간이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급한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청소 도구함에 있는 양동이에다 볼일 보기, 그 안에 들어있는 열쇠찾아 행동하는 모습에선 폭소가 터진다.  

처음에 만나서 나눈 대화엔 사랑의 밀어로 가득한 것이 점차 퇴근길에 슈퍼에서 필수품 사오란 말로 변해버리고, 헬스 회원권을 끊어준 남친의 정성에 대해선 살을 빼란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전 여친이 활동하고 그린피스에 참가해서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주의깊게 보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똥을 밟고 넘어져 냄새 난 채로 트램에 오른 안토니아의 행동엔 여지없는 브리짓 존스의 그녀를 생각나게 한다. 

절친을 통해서 그의 의중을 떠보려는 연출자의 자세 표현은 압권이다. 하지만 끝내 그의 말엔 선뜻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은 채 그를 찾아 떠나는 그녀의 보트 여행과 함께 게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흔히 독일의 문학은 어둡고 철학자들이 많아서 그런진 몰라도 느낌이 어둡단 감상을 느껴오곤 했는데, 이 작품은 아주 경쾌하고 발랄하고 미워할 수 없는 우리네의 여성들의 모습을 정말 잘 포착한 글이란 생각이 든다. 30이 넘어가면서 난자의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는 실업상태의 표현이나, 남친이 보인 전 여친을 자신들이 함께 사는 공간에 , 그것도, 소파에 앉게끔 한 그의 행동을 보면서 다른 여성이라도 화를 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이름 앞에서 허물없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상대방이 가질 생각조차도 무뎌지게 될 즈음 2년차의 위기감을 느끼고 여성에 있어서 결혼관과 자녀 양육에 대한 생각, 그리고 우리나라완 다른 동거란 생활 형태에서 오는 서로간의 신뢰를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 점이 눈에 끈다.  

간간히 독일식 결혼 형태에 대한 느낌이나, 이웃의 범죄 심리학자를 사이코패스로 오인한 생각들은 우리에게 딱딱하게만 생각했던 독일인들의 생활상을 엿 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벼운 맘으로 시작해서 금방 책을 넘기게 만든 아주 달콤하면서도 유쾌한 로맨스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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